풍덩!유진우를 본 순간, 임궁은 두말없이 호수에 뛰어들어 도망쳤다.그 두 손은 미친 듯이 펄럭였고 두 다리를 연신 흔들어 마치 발버둥 치는 물고기처럼 당황해 보였다.“음...”그 모습을 보고 박철은 얼굴이 굳었다.근육질의 남자도 경직되었고 현무문의 제자들, 그리고 남북 무맹을 포함한 모든 제자들이 지금 모두 얼어붙었다.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믿을 수 없는 얼굴들이었다.음양종의 제자이자 스카이 랭킹 10위의 고수가 겁에 질려 황급히 도망갈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리고 겁에 질린 모습은 마치 귀신을 보는 것 같았다.만약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이런 변고가 생겼는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뭐, 뭐야? 도망갔어?“젠장, 이게 뭐야. 싸우지도 않고 바로 기권하고 패배를 인정해?”“임궁 미친 거 아니야? 임궁 저 꼬락서니를 좀 봐, 귀신에 홀린 것 같아.”잠시 침묵이 흐른 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강남무맹이든 강북무맹이든 모두 임궁의 행동으로 인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스승님, 강북무맹이 이게 지금 무슨 뜻이죠?”송만규는 뜻밖의 일로 깜짝 놀랐다.양측이 치열한 전투를 벌일 줄 알았는데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임궁이 놀라 도망가다니 정말 예상 밖이었다.“이... 이건 나도 잘 모르겠어.”황보용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비록 그는 유진우가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이렇게 쉽게 이길 줄은 몰랐다.심지어 싸우지 않고 거저 승리를 거두었다.“선배, 제가 잘못 본 거 아니죠? 임궁이 도망갔다고요?”근육질의 남자는 놀란 표정이었다.“스카이 랭킹 10위의 고수가 이렇게 되다니?”둘째 선배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가 없었다.“시발, 저 임궁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박철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본다면 임궁이 이름 없는 사람을 이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두 사람이 마주치자마자 싸우기도 전에 임궁은 놀라서 황급히 도망쳤다.스카이 고수
김금강은 미간을 찌푸렸고 김범 몇 사람도 눈꺼풀이 자꾸 뛰면서 좀 무서워했다.“사부님, 저희 돌아가요. 전 이번 무도대회에 참가하지 않겠어요.”임궁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엊그저께 겪은 일은 줄곧 그의 악몽이었다.그는 천부적인 재능과 뛰어난 무술, 명성을 얻은 이래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그날 밤 두 괴물을 만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먼저 한 여자가 찻잔 하나로 그를 때려 피를 토하게 만들었고 나중에 나타난 남자는 육신만으로도 그를 거의 죽게 할 뻔해 더욱 무서웠다. 그날 밤 이후로 그의 자신감과 존엄성은 완전히 무너졌고 마음 깊은 곳에 이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래서 방금 유진우를 보고 너무 놀라서 황급히 도망가 체면을 차릴 틈도 없었다.“궁아, 긴장하지 마. 그날 밤은 단지 사고였어. 아마 네가 잘못 본 것일 거야.”김금강은 한마디 위로한 후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눈짓을 했다.“범아, 가서 네 선배를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오는 김에 차 한 잔 마시면서 놀라움을 가라앉혀 주거라.”“네.”그러자 김범은 다리에 힘이 풀린 임궁을 부축하고 멀지 않은 정원 별장으로 들어갔다.“종주님, 당신의 제자 좀 실망스럽네요.”소홍도는 냉담한 표정으로 매우 불만스러워했다.“소맹주, 제가 잘 가르치지 못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김금강은 민망해하며 웃었다.“됐어요. 임궁이 없다고 해도 큰 지장이 없어요. 어쨌든 이번 대회는 우리가 이길 거예요.”소홍도는 따지기 귀찮았다.나머지 세 사람은 임궁보다 실력이 뛰어나 삼 대 일로 싸워도 조금도 걱정이 없다.“너희 셋 중 다음은 누가 나갈 거야?”소홍도는 고개를 돌려 강북의 세 명의 참가자를 바라보았다.이 세 사람은 각각 두 남자와 한 여자였다.여자는 가면을 쓰고 건장한 체격에 온몸에 야성적인 기운이 감돌았다.다른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은 덩치가 크고 손에 칼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창백한 얼굴에 뼈만 앙상한 모습이었다.“제가 나갈게요!”칼을 쥔 남자가
“응?”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세 사람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소리를 따라가보니 호수 중앙의 무대 위에서 유진우가 뒷짐을 지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인마, 방금 뭐라고 했어? 내가 잘 못 들었어.”칼을 쥔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안색이 좋지 않았다.“너희 셋 같이 올라와 공격하면 시간도 절약되고 다투지 않아도 되잖아. 좋지 않아?”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이 말이 나오자 장내가 온통 시끌벅적해졌다.“시발, 저놈이 미쳤나? 이렇게 날뛰다니.”“감히 3대 스카이 고수에 동시에 도전하다니, 이놈이 정녕 죽고 싶은 건가?”“흥, 사리도 모르고 함부로 덤벼들다니.”뭇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며 의론이 분분했다.유진우를 보는 눈빛이 모두 바보를 보는 것 같았다.“선배, 이 녀석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일대 일로 해도 승산이 없으면서 일대 삼으로 싸우겠다니? 정말 웃기네요.”근육질의 남자가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있었다.“총애를 받은 어릿광대일 뿐이야.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반대로 하는 거야. 그때가 되면 지더라도 합리적인 핑계를 댈 수 있잖아.”박철은 시큰둥한 얼굴이었다.“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자포자기하는 거구나. 어쩐지 감히 이렇게 날뛰더라니.”현무문의 제자들이 경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전에 운이 좋아서 손대지 않고 코를 풀었었는데 아마 이번에는 처참히 패배할 것이다.“인마, 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해? 감히 우리 셋에게 도전하다니, 네가 그럴 능력이 있어?”칼을 쥔 남자는 안색이 어두웠다.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드는 사람은 그가 다 알고 있어 상대방이 그 안에 없는 게 분명했다.스카이 랭킹 1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무명의 젊은이가 여기서 나대다니?“실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너희 셋이 무대에 올라와 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 아니면 너희들이 용기가 없는 거야?”마주 보고 있는 유진우의 표정은 예전과 다름없이 담담했다.“인마, 내가 보기에 너는 된장인지 똥인지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구
“흥! 큰소리는 잘 치네. 재주가 있기나 한지 똑똑히 보겠어.”결국 참다못한 칼을 쥔 남자는 발을 내디뎌 하늘 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러고는 들고 있던 관도를 높이 쳐들고 유진우를 향해 힘껏 내리치려 했다. 이 관도에 어찌나 엄청난 힘이 실려있는지 천지개벽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리고 주변의 호수마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정말 엄청난 검법이야.”사람들은 전부 경악과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스카이 랭킹의 강자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칼을 대충 휘둘렀을 뿐인데 이토록 무서운 위력을 뽐냈다.유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물러서기는커녕 되레 맞받아쳤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관도를 가볍게 피하는 동시에 주먹을 휘둘렀다.“너무 빨라!”순간 움찔한 칼을 쥔 남자는 본능적으로 칼자루로 막았다.쿵!유진우의 주먹이 칼자루에 부딪히자 칼을 쥔 남자는 순식간에 십여 미터 튕겨 나가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지고 나서도 연신 몇 걸음 뒷걸음질 치고 나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말도 안 돼!”칼을 쥔 남자의 얼굴에 겁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두 팔이 저릿하면서 기혈이 마구 들끓기 시작했다.주석으로 제작한 관도의 칼자루가 주먹 한 방에 아치형 모양으로 휘어버렸다.지금 이 순간 그는 더는 유진우를 얕잡아보지 못했고 오히려 표정에 수심이 가득 찼다.조금 전 유진우의 주먹 한 방으로 호된 교훈을 얻었다. 만약 칼자루로 막지 않았더라면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상대의 힘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젠장! 저 자식이 한 수 위야?”“어쩐지 지나치게 나댄다 했어. 재주가 있긴 있었네.”칼을 쥔 남자가 수세에 몰리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악했다.“X발, 저 자식 진짜 실력이 꽤 있었네?”근육질의 남자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흥! 저게 뭐가 대단하다고. 상대가 방심하고 적을 얕잡아봤을 뿐이야.”박철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유진우의 활약이 뛰어날수록 그의 무능함을 더욱 부각했다. 천재인 그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1대 1은 그래도 해볼 만
칼을 쥔 남자가 정면 공격을 펼쳤고 가면을 쓴 여인은 옆에서 협동 작전을 펼쳤는데 두 사람의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 공격을 하자마자 바로 필살기부터 선보였다.고수들 대결의 승패는 보통 종잇장 한 장 차이라서 기선을 제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두 사람의 공격에도 유진우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되받아쳤다가 물러서기도 했는데 주로 피해 다녔다. 왜냐하면 유진우의 신경은 온통 마른 남자에게 있었기 때문이다.마른 남자는 살벌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한 킬러가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보기에는 비실비실하지만 사실은 상대가 방심하게 하려고 일부러 약한 척하는 것이었다. 기회만 생긴다면 언제든지 죽음의 공격을 퍼부을 수 있기에 무도 마스터마저 함부로 하지 못했다.슉, 슉, 슉.링 위에서 검의 빛이 눈이 부시게 반짝였고 기운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두 사람의 공격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마치 광풍이 휘몰아치듯 끊이질 않았다. 그 바람에 주변의 호수가 일렁거렸고 물고기들도 놀라서 수면 위로 펄쩍펄쩍 뛰었다.유진우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좌우로 요리조리 움직이며 두 사람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하지만 구경꾼이 보기에 줄곧 열세에 처한 사람은 유진우였다.“죽여! 저 자식을 죽여버려!”호숫가에 서 있던 근육질의 남자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유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의 상황이 위태로울수록 근육질의 남자는 더욱 흥분했다.“흥! 2대1도 안 되면서 3 대 1로 붙으려 했어? 제 주제도 모르는 놈.”박철이 냉랭하게 웃었다.스카이 랭킹 고수 두 명이 협동 공격을 펼치고 있으니 무도 마스터급 아래의 무사라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서로 맞붙자마자 꽁무니를 빼고 도망쳐야 하는 신세가 돼버렸다.“연홍 언니, 아저씨 이러다가 지는 거 아니겠죠?”상황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황은아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긴장해 하지 마. 승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나...”임궁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만약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면 그도 강남에 이렇게 무서운 천재가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그 시각 링 위.양측의 대결이 점점 치열해졌다. 칼을 쥔 남자와 가면을 쓴 여인은 모든 필살기를 다 꺼냈다. 처음에는 드높은 기세로 유진우에게 맹공격을 퍼부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왜냐하면 그들이 아무리 공격하고 포위해도 유진우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유진우의 몸놀림이 너무도 날렵하여 잡을 수가 없었고 중요한 순간에 퍼부은 치명적인 일격을 전부 다 피했다.한두 번 피했더라면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전부 다 피했다면 말이 달라진다. 그들이 맹공격을 펼치고 있는 게 아니라 유진우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격이 돼버렸다.두 사람은 기분이 언짢아졌고 심지어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싸웠다간 진기를 너무 많이 소모하여 되레 그들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비실비실한 놈아, 계속 가만히 보고만 있을 거야? 우리 둘 거의 버티지 못한다고!”상황이 심상치 않자 가면을 쓴 여자가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그런데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검은색 공이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더니 세 사람의 발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공이 폭발하는 동시에 대량의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와 그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그뿐만이 아니라 눈 깜짝할 사이에 링 전체를 뒤덮고 말았다.사람들은 링 위의 상황이 어떤지 볼 수가 없었다.그리고 더욱 무서운 건 연기와 호수가 맞닿았을 때 반경 백 미터 이내의 물고기들이 전부 죽어 물에 둥둥 떠다녔다. 연기에 맹독이 있는 게 분명했다.“콜록콜록...”검은색 연기에 뒤덮인 칼을 쥔 남자와 가면을 쓴 여인은 연신 기침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의 피부가 눈에 띄는 속도로 검게 변했고 온몸이 불에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본능적으로 독을 빼내려고 내공을 쓴 순간 풉하고 검은 피를 토하면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비실비실한
“으악...”바닥에 떨어진 칼을 쥔 남자의 머리를 본 순간 가면을 쓴 여인은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이 비실비실한 놈이 이렇게 잔인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딱히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였다.사실 두 사람 사이에는 심한 갈등도 없었다. 갈등이라고 해봤자 출전 순서만 다퉜을 뿐이다. 피 맺힌 원한도 없는 데다가 같은 편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이제 네 차례야.”마른 남자가 음흉하게 웃더니 혀를 내밀어 칼에 묻은 피를 핥았다. 정말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었다.“대체 왜? 난 너와 원한도 없는데 대체 왜 죽이려 하는 건데?”가면을 쓴 여인이 겁에 질린 얼굴로 물었다. 그녀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발버둥 쳤지만 온몸이 마비되어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너희 용국 사람을 죽이는 건 이유가 필요 없어. 특히 너희들 같은 천재는 많이 죽을수록 좋아. 그러니까 죽어!”말을 마친 마른 남자는 망설임 없이 가면을 쓴 여인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슉! 쨍!그런데 그때 은침 하나가 안개 속에서 날아오더니 정확히 칼을 조준했다. 엄청난 충격에 마른 남자는 그대로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뭐야?”마른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렸다. 검은 안개가 자욱한 링 위에서 누군가 천천히 걸어왔는데 바로 유진우였다.“너 이 자식 아직 안 죽었어?”마른 남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 독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독이었는데 무도 마스터급 아래의 무사라면 거의 당해낼 자가 없었다. 그런데 눈앞의 유진우는 중독돼도 완전히 멀쩡했다. 실로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솔직히 말할게. 그 어떤 독도 내 몸을 침범할 수 없어. 이런 독은 나에게 있어서는 내 몸을 간지럽히는 거나 다를 바 없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어쩐지. 나랑 같은 사람을 만났네.”마른 남자는 두 손을 뒤로 가져가더니 천천히 비수 두 개를 뽑았다.“이봐, 나 좀... 살려줘.”가면을 쓴 여인은 고통스럽게 울
그의 비수는 주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아무리 견고한 것도 다 찌를 수 있었다. 정상적인 이치대로라면 사람을 찌르는 건 두부를 베는 것처럼 식은 죽 먹기일 텐데 왜 유진우는 끄떡없는 걸까?‘이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천천히 몸을 돌린 유진우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죽어!”마른 남자는 발을 구르며 거리를 넓히는 동시에 독 표창을 던졌다. 독 표창들이 맹렬한 기세로 유진우를 향해 날아갔다.유진우는 싸늘한 표정을 짓더니 손바닥을 무기 삼아 가볍게 휘둘렀다.슉!그 순간 모든 암살 무기들이 전부 반사되었다. 마른 남자는 미처 피하지 못한 바람에 절반 가까이 되는 독 표창을 맞고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지고 말았다.그가 다시 일어나려던 그때 유진우가 발로 그의 가슴팍을 꽉 짓눌렀다. 마른 남자는 바닥에 누운 채 꼼짝도 못 했다.“말해. 너 누구야?”마른 남자를 내려다보는 유진우의 눈빛은 덤덤하기만 했다.“난 네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니까 당장 치워. 안 그러면 뼈도 못 추리고 죽게 될 거야.”마른 남자가 매섭게 호통쳤다.“오? 그래?”유진우가 발바닥에 천천히 힘을 가하자 마른 남자의 흉골이 부러진 듯 뚜두둑 소리가 났고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죽음의 공포가 순식간에 물밀듯이 밀려왔다.“말... 말할게.”가슴팍이 점점 패어 들어가자 그제야 당황한 마른 남자가 사실대로 말했다.“난 금오국 영살문의 살인청부업자야. 용국에 잠복해서 너희들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어.”“금오국? 영살문?”유진우는 실눈을 뜬 채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금오국은 용국의 철천지원수였고 양측의 갈등은 줄곧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영살문은 금오국의 3대 최고 파벌 중 하나였다. 수많은 살인청부업자들이 있었는데 정보 수집과 암살을 일삼았다.영살문의 살인청부업자들은 아주 미스터리한 존재들이었다. 사람들 앞에 잘 나타나지 않고 숨어서 활동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영살문의 사람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스카이 랭킹에까지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