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갑자기 호수 밑으로 곤두박질쳐 떨어진 둥근 얼굴의 사내를 보고 강남무맹 쪽 사람들은 바로 멍해졌다.대중 앞에서 잘난 체하면 그만이지 중도에 물에 빠지는 건 무슨 말인가?이건 무도 대회지 서커스단이 아닌데 갑자기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강남무맹의 체면을 깎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젠장, 정말 쓸모없군!”박철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안색이 안 좋아졌다.그는 방금까지 경공이라고 칭찬했는데 상대방은 얼마 못 가 바로 물에 빠졌다.정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하하하... 이 정도 실력으로 감히 나서다니?”“능력 없으면 물러나라, 여기서 망신 당하지 말고.”“너희 강남의 무사들은 다 이렇게 약골들이냐? 싸울 필요도 없겠네. 하나도 어렵지 않군!”잠시 침묵이 흐른 후 호수 건너편 강북무맹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하나같이 비웃으며 마치 어릿광대를 보는 것 같았다.“저 녀석, 정말 거만하군.”지금 이 순간 송만규도 더 이상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역시, 임시로 고른 무사는 믿을 수 없군.’“첫 경기가 어려울 것 같아.”황보용명은 고개를 절레절레했다.자기를 내세우기 위해 진기를 소모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다니.그 결과 폼도 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진기도 절반이나 소모했는데 이따가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어푸! 어푸!그때 수면 위로 방금 물에 빠진 둥근 얼굴의 사내가 마침내 머리를 내밀었다.주위의 웃음소리를 들은 둥근 얼굴의 사내는 머쓱해져서 염치를 불구하고 호수 한가운데로 헤엄쳐 낭패스러운 모습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흠뻑 젖은 그 모습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젠장, 그냥 배를 탈걸.”둥근 얼굴의 사내가 중얼거렸다.예전에 그는 경공으로 강을 몇 번이나 건넜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청양호는 너무 커서 반쯤 뛰었을 때 진기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흥흥... 재주가 없으면 잘난 체하지 마. 정말 치욕을 자초하는군!”그때 창을 든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배를 타고 반대편에서 무대로 다가왔다.
동시에 발걸음을 옮기자 순식간에 사람이 튕겨나가 주먹을 휘둘렀다.암살 무기는 명중하면 가장 좋고 기습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뒤따른 주먹 한 방이면 승산이 있다.“보잘것없긴.”빨간 옷을 입은 남자가 차갑게 웃고 갑자기 기다란 창을 휘두르기 시작하더니 창은 마치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바람개비처럼 보였고 날아오는 표창들을 다 막아냈다.표창을 막은 후 붉은 옷의 남자가 창을 앞으로 세게 찔렀고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둥근 얼굴의 사내는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어깨에 창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수 미터나 날아갔다.“너...”둥근 얼굴의 사내가 막 몸을 일으키려 할 때 날카로운 창끝이 이미 목구멍에 닿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네가 졌어.”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개미를 보는 것처럼 아래로 내려다봤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둥근 얼굴의 사내는 놀라고 두려워했다.그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전혀 반격할 힘이 없었다.“잘 들어, 내 이름은 진현이고 스카이 랭킹 11위야.”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거만하게 말했다.“스카이 랭킹 11위?”둥근 얼굴의 사내가 깜짝 놀랐다.어쩐지 상대방이 대단하더라니 알고 보니 순위가 그보다 한참 높았다.‘이크, 사람을 잘못 건드렸네!’“뭘 멍하니 있어? 내려가!”진현은 쓸데없는 말을 귀찮아 창을 들이대고 둥근 얼굴의 사내를 높이 던져 호수에 세게 내리쳤다.둥근 얼굴의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기슭으로 헤엄쳐 갔다.첫 판은 강남무맹이 완패했다.“송맹주, 당신의 선수들은 실력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좀 더 센 사람을 올려 보내는 게 어때요?”강북 무맹의 정자 안에서 수염 있는 남자가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강북 무림의 맹주, 소홍도이다. 그 옆에는 음양종 종주 김금강이 서 있었다.“소맹주,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세요.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요.”송만규가 입을 열었다.둘 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호수 건너편
맞붙은 지 세 번 만에 무대에서 떨어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보고 강남무맹의 얼굴빛이 다 어두워졌다.처음부터 끝까지 진현의 세 번의 공격도 막지 못했다. 소모는커녕 상대는 아직 몸도 풀지 못한 것 같다.“젠장, 무맹이 왜 이런 약골들만 내보내지? 정말 창피해.” “강북무사들의 상대가 전혀 안 된다니. 정말 답답해.”“무맹이 이렇게 약할 줄 알았으면 보러 오지 않았을 텐데. 정말 기분 나쁘군.”이때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한 번 실패한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연거푸 두 번을 실패하고 게다가 전부 압도적으로 패배했으니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이곳은 강남의 홈그라운드라 보러 온 사람은 대부분 강남의 무사들이다. 그런데 지금 자기 땅에서 강북무사들에게 호되게 맞으니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쓸모없는 자식!”박철은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으며 미워하는 표정을 지었다.송만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최상급 팀에 비하면 임시로 모집한 세 명은 확실히 실력이 부족했다.“네 차례야.”박철은 눈을 돌려 세 번째 회색 옷을 입은 남자를 바라보았다.“너도 쟤와 같이 가능한 한 진현의 진기를 소모해. 억지로 싸우지 말고 알겠어?”“최, 최선을 다 할게요.”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침을 삼켰지만 압력이 컸다.이길 수 없는 건 당연한 거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약간의 긴장과 불안감을 안고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결국 배를 타고 무대에 올랐다.3분 뒤 또 으악하는 비명과 함께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10번의 공격도 받아내지 못한 채 진현의 창에 맞아 청양호로 떨어져 커다란 물보라가 튀었다.“하하하... 강남의 무인들은 정말 쓰레기군. 3연패라니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재미난 경기가 벌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형편없다니.”“진현 한 사람만으로도 저 사람들 다섯을 상대하기엔 충분해!”강북무맹 사람들은 방자하게 웃으며 위세를 부렸고 반면 강남 쪽은 참담하고 답답했다.어떤 무사들은 화가 나서 옷소매를
드디어 고수가 등장했다.사람들은 이번 라운드에서는 강남 무맹의 체면을 살려주길 바랐다.“넌 누군데? 이름을 대봐!”무대에 오른 박철을 보고 진현은 창으로 짚으며 기세등등했다.“스카이 랭킹 12위, 박철이다.”박철은 매서운 눈빛으로 한사코 상대를 노려보았다.“너였군.”진현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안색이 엄숙하게 변했다.둘 다 상위권에 있고 한 계단 차이밖에 나지 않아 실력이 엇비슷하다는 얘기다.일단 적을 얕잡아 보면 언제든지 패할 수 있다.“나는 오늘 이 경기에서 반드시 널 이기겠어. 이 경기가 끝나면 나는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들 것이고 너는 나의 뒤에 있어야 할 거다!”박철은 천천히 칼을 빼들었다.“그래? 그건 네가 그런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렸어!”진현은 냉소하고 기다란 창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시동을 걸었다.둥!둥!둥!그때 멀리서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잔뜩 긴장한 상태에 있던 두 사람은 발을 내디디며 동시에 앞으로 달려 나갔다.순간 칼이 번쩍하고 불꽃이 튀면서 쇠붙이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광포한 진기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물결이 출렁이고 거센 바람이 쌩쌩 불었다.박철의 칼질은 매우 강력하고 크게 휘둘렀고 힘으로 교묘하게 파괴했다.손을 쓰자마자 물샐틈없는 공격을 퍼부었다.그리고 진현의 사격술은 변화무쌍하고 공격과 방어, 찌르는데 능했다.두 사람이 싸우자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정도로 흥미진진했다.“대선배 정말 멋져요! 저 녀석을 죽여요!”“박선배 파이팅! 진현에게 본때를 보여줘요!”현무문의 제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흥분했다.박철은 무맹뿐 아니라 현무문의 영예까지 대표한다.“할아버지, 누가 이길 것 같아요?”정자에서 황보걸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글쎄다. 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라 승률은 반반인 것 같아.”황보용명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박철이 이겼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진우 씨에게 압력이 너무 커요.”황보걸은 한숨을 쉬었다.
“망했어... 이젠 완전히 망했어.”“어떻게 이럴 수 있지? 왜 한 번도 못 이기는 거지?”“이번 무도대회는 정말 우리 강남 무사들의 치욕이야.”박철이 패배하자 강남 무맹은 비명으로 가득 찼다. 분노, 실망, 유감을 나타내는 등 사람들이 여러 가지 감정을 보였다.과거의 무도 대회는 쌍방이 서로 공격도 오고 가면서 구경거리가 많았고 이기든 지든 최소한 위엄은 발휘했다.하지만 오늘 무도대회는 전례 없이 참담했다. 처음 세 경기는 완전히 압승당해 볼거리가 하나도 없었고 네 번째 경기에서는 그래도 뭔가 볼거리가 있었는데 아쉽게 패했다.지금까지 4연패를 당해 체면이 말이 아니다.정말 창피해도 너무 창피하다!“아니... 그럴 리가! 우리 대선배는 천하무적인데 어떻게 패배할 수 있지?”“방금 마지막에 분명 박선배가 먼저 진현을 쳤는데 오히려 상대에게 당하다니 정말 아까워!”구경하던 현무문 제자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박철의 실력은 현무문의 젊은 세대들 중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결국 패했다.“스승님, 이번 무도대회는 우리가 진 것 같습니다.”송만규는 한숨을 쉬며 허탈해했다.박철이 이긴다면 아직 희망이 남아있지만 패하면 승산이 없다.“아직 한 명이 있잖니. 우린 완전히 지지 않았어.”황보용명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스승님, 유진우 씨 한 사람이 어떻게 강북의 5대 고수들을 당해낼 수 있겠어요?”송만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네 명이지. 지금 진현은 부상을 입어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잖니.”황보용명이 송만규의 말을 정정했다.“스승님, 진현이 싸우지 못하더라도 강북에는 4명이 더 있어요. 그리고 이 4명은 진현보다 더 강해서 1대 4로 승산이 없어요.”송만규는 쓴웃음을 지었다.스카이 랭킹 11위인 진현도 상대하기 힘들지만 나머지 4명은 모두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드는 고수들이라 더 힘들다.비록 유진우가 도규현과 진현을 꺾어도 10위 안에 드는 고수들과 싸우면 승산이 크지 않다.1대 4이니 뭐니
유진우는 설연홍을 한번 쳐다보고 설연홍에게서 자신의 팔을 뺐다.“쟤가? 쟤가 뭔데 어떻게 우리 박철 선배와 비교할 수 있겠어?”둘째 선배가 콧방귀를 뀌었다.“맞아, 선배는 스카이 랭킹 12위야. 이 녀석은 선배와는 눈곱만치도 비교가 안된다고!”근육질의 남자가 소리쳤다.“너희 선배가 그렇게 대단한데 방금은 왜 졌는데?”유진우가 불쑥 물었다.“...”간단한 한마디에 몇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흥, 내가 졌는데 너라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네 수준으로는 진현 세 번의 공격도 못 버틸 거야.”박철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래? 그럼 지켜봐.”유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여기서 입씨름할 바에야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게 낫다. “봐, 진현이 물러나고 또 다른 사람이 올라왔어.”그때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중상을 입은 진현이 사람에 의해 부축해 내려갔고 늠름한 자태의 흰옷을 입은 남자가 쪽배를 타고 무대에 올랐다.“어! 저 사람은 스카이 랭킹 10위 임궁이 아닌가?”“젠장, 정말 임궁이네. 이제 큰일 났어!”“진현 한 사람만으로도 거의 무적이 될 뻔했는데 지금 더 강한 상대인 임궁이 나타나다니. 더 싸워 뭐 하겠는가?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흰옷을 입은 남자의 신분을 확인한 강남무맹 쪽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저 사람이었어?”유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꽤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흥흥... 인마, 넌 운이 다한 것 같군. 임궁을 만났으니 운이 없는 셈이야.”박철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고소해했다.그는 이미 체면을 잃었으니 다른 사람이 창피를 당해도 개의치 않았다.“선배, 임궁이 그렇게 대단해요?”근육질의 남자가 궁금해서 물어봤다.“어찌 대단한 것뿐이겠는가. 그 사람은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드는 존재야. 온 강호에서 가장 강한 10대 본투비 레벨 고수 중 한 명이라고. 설령 내가 만난다고 해도 임궁에게 짓밟힐 수밖에 없어.”박철은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이렇게 센가요?”사
풍덩!유진우를 본 순간, 임궁은 두말없이 호수에 뛰어들어 도망쳤다.그 두 손은 미친 듯이 펄럭였고 두 다리를 연신 흔들어 마치 발버둥 치는 물고기처럼 당황해 보였다.“음...”그 모습을 보고 박철은 얼굴이 굳었다.근육질의 남자도 경직되었고 현무문의 제자들, 그리고 남북 무맹을 포함한 모든 제자들이 지금 모두 얼어붙었다.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믿을 수 없는 얼굴들이었다.음양종의 제자이자 스카이 랭킹 10위의 고수가 겁에 질려 황급히 도망갈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리고 겁에 질린 모습은 마치 귀신을 보는 것 같았다.만약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그들은 어떻게 이런 변고가 생겼는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뭐, 뭐야? 도망갔어?“젠장, 이게 뭐야. 싸우지도 않고 바로 기권하고 패배를 인정해?”“임궁 미친 거 아니야? 임궁 저 꼬락서니를 좀 봐, 귀신에 홀린 것 같아.”잠시 침묵이 흐른 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강남무맹이든 강북무맹이든 모두 임궁의 행동으로 인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스승님, 강북무맹이 이게 지금 무슨 뜻이죠?”송만규는 뜻밖의 일로 깜짝 놀랐다.양측이 치열한 전투를 벌일 줄 알았는데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임궁이 놀라 도망가다니 정말 예상 밖이었다.“이... 이건 나도 잘 모르겠어.”황보용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비록 그는 유진우가 이길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이렇게 쉽게 이길 줄은 몰랐다.심지어 싸우지 않고 거저 승리를 거두었다.“선배, 제가 잘못 본 거 아니죠? 임궁이 도망갔다고요?”근육질의 남자는 놀란 표정이었다.“스카이 랭킹 10위의 고수가 이렇게 되다니?”둘째 선배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믿을 수가 없었다.“시발, 저 임궁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박철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본다면 임궁이 이름 없는 사람을 이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두 사람이 마주치자마자 싸우기도 전에 임궁은 놀라서 황급히 도망쳤다.스카이 고수
김금강은 미간을 찌푸렸고 김범 몇 사람도 눈꺼풀이 자꾸 뛰면서 좀 무서워했다.“사부님, 저희 돌아가요. 전 이번 무도대회에 참가하지 않겠어요.”임궁은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엊그저께 겪은 일은 줄곧 그의 악몽이었다.그는 천부적인 재능과 뛰어난 무술, 명성을 얻은 이래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고 자부했지만 그날 밤 두 괴물을 만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먼저 한 여자가 찻잔 하나로 그를 때려 피를 토하게 만들었고 나중에 나타난 남자는 육신만으로도 그를 거의 죽게 할 뻔해 더욱 무서웠다. 그날 밤 이후로 그의 자신감과 존엄성은 완전히 무너졌고 마음 깊은 곳에 이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래서 방금 유진우를 보고 너무 놀라서 황급히 도망가 체면을 차릴 틈도 없었다.“궁아, 긴장하지 마. 그날 밤은 단지 사고였어. 아마 네가 잘못 본 것일 거야.”김금강은 한마디 위로한 후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눈짓을 했다.“범아, 가서 네 선배를 데려가 옷을 갈아입히고 오는 김에 차 한 잔 마시면서 놀라움을 가라앉혀 주거라.”“네.”그러자 김범은 다리에 힘이 풀린 임궁을 부축하고 멀지 않은 정원 별장으로 들어갔다.“종주님, 당신의 제자 좀 실망스럽네요.”소홍도는 냉담한 표정으로 매우 불만스러워했다.“소맹주, 제가 잘 가르치지 못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김금강은 민망해하며 웃었다.“됐어요. 임궁이 없다고 해도 큰 지장이 없어요. 어쨌든 이번 대회는 우리가 이길 거예요.”소홍도는 따지기 귀찮았다.나머지 세 사람은 임궁보다 실력이 뛰어나 삼 대 일로 싸워도 조금도 걱정이 없다.“너희 셋 중 다음은 누가 나갈 거야?”소홍도는 고개를 돌려 강북의 세 명의 참가자를 바라보았다.이 세 사람은 각각 두 남자와 한 여자였다.여자는 가면을 쓰고 건장한 체격에 온몸에 야성적인 기운이 감돌았다.다른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은 덩치가 크고 손에 칼을 들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창백한 얼굴에 뼈만 앙상한 모습이었다.“제가 나갈게요!”칼을 쥔 남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