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중독?”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안색이 변했다.무도 대회 당일, 세 명의 참가자가 의문의 중독에 빠졌다는 건 분명 심상치 않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누가 한 짓이야?”송만규가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아직 조사 중이라 알 수 없습니다.”무맹요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가자! 지금 당장 보러 가야겠어!”송만규는 망설이지 않고 서둘러 문을 나섰다.그 시각, 임시 훈련장 안.무맹요원들이 이미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 누구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었다.송만규 일행이 문을 들어서 훈련장 한가운데 젊은 남자 3명이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세 사람은 의식을 잃은 채 호흡이 약했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입술은 꺼맸다.“역시 독극물에 중독됐네!”송만규는 한 번 더 살펴더보니 안색이 좋지 않았다.이 세 사람은 모두 스카이 랭킹의 고수이고 강남 무맹이 승리를 거두는 관건인데 지금 모두 중독되어 혼수상태에 빠졌으니 무도대회는 어떡하지?“빨리! 약신궁으로 가서 사람을 불러와!”반응이 돌아오자 송만규는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 사람을 구하는 일은 진우 씨 한 명으로도 충분해.” 황보용명이 불쑥 입을 열었다.예전에 그가 중상을 입고 사도에 빠졌을 때 약신궁의 동장로도 속수무책이었는데 다행히 유진우가 구해줘서 죽음을 면했다.“유진우 씨, 의술을 아세요?”송만규는 뒤를 돌아보며 약간 의외였다.“조금 할 줄 알아요.”유진우는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자, 그럼 한번 봐주세요.”송만규는 자리를 비켰고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세 사람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곧 그의 얼굴빛이 굳어졌다.“이 세 사람은 만성 독극물에 중독됐어요. 평소에는 눈치채기 어려운데 운공이 시작되면 바로 폭발해 가볍게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심하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기도 해요.”유진우가 설명했다.“어때요? 살릴 수 있나요?”송만규는 조금 걱정했다.이 세 사람은 모두 중임을 맡는 훌륭한 인재들이라 절대
산들바람이 서서히 불어오니 흙냄새가 풍겼다.이때 청양호 주위는 거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남북 두 무맹이 호수를 사이에 두고 일촉즉발의 형세로 대립하고 있었다.무도대회의 결전 장소는 청양호이다.며칠 전부터 무맹은 청양호 중앙에 무술 경기를 위해 백 미터의 거대한 무대를 만들었다.무대는 사방이 물에 둘러싸여 있어서 일반인이 올라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남쪽의 한 정자 안.강남 무맹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송만규는 마침내 신중하게 세 명의 본투비 레벨 고수들을 모았다.다만 실력 면에서 저마다 다 차이가 있어 진설, 배유, 곽양 세 사람과는 분명히 비교가 안 된다.하지만 지금은 가망이 없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오늘의 무도대회는 매우 중요해.”송만규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5명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너희들이 짊어진 것은 강남 무맹의 영예이다. 나는 너희들이 협력하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너희들이 승리하고 돌아오기를 미리 축하할게!”“맹주님, 걱정 마세요. 강북의 오랑캐를 반드시 짓밟고 승리하겠어요.”새로 합류한 세 명의 고수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의기양양했다.경기에서 이기면 두툼한 보상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명성을 떨칠 수 있으니 자연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무도대회는 무대 챌린지야. 너희 넷은 이따가 절대 제멋대로 결정하지 말고 내 지휘에 따라.”박철이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그 거만한 꼴을 보니 몇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지휘하겠다는 거야?”얼굴이 둥근 사내가 좀 불만이었다.“자격?”박철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난 현무문 소양타 제자이고 스카이 랭킹 12위야. 이럼 자격이 되지?”“스카이 랭킹 12위?”그 말에 둥근 얼굴의 사내는 목이 움츠러들더니 이내 공손한 얼굴로 변했다.다른 두 사람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도 역시 스카이 랭킹 고수이지만 순위는 모두 30위 밖이어서 자연히 12위인 박철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스
“어....”갑자기 호수 밑으로 곤두박질쳐 떨어진 둥근 얼굴의 사내를 보고 강남무맹 쪽 사람들은 바로 멍해졌다.대중 앞에서 잘난 체하면 그만이지 중도에 물에 빠지는 건 무슨 말인가?이건 무도 대회지 서커스단이 아닌데 갑자기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강남무맹의 체면을 깎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젠장, 정말 쓸모없군!”박철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안색이 안 좋아졌다.그는 방금까지 경공이라고 칭찬했는데 상대방은 얼마 못 가 바로 물에 빠졌다.정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하하하... 이 정도 실력으로 감히 나서다니?”“능력 없으면 물러나라, 여기서 망신 당하지 말고.”“너희 강남의 무사들은 다 이렇게 약골들이냐? 싸울 필요도 없겠네. 하나도 어렵지 않군!”잠시 침묵이 흐른 후 호수 건너편 강북무맹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하나같이 비웃으며 마치 어릿광대를 보는 것 같았다.“저 녀석, 정말 거만하군.”지금 이 순간 송만규도 더 이상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역시, 임시로 고른 무사는 믿을 수 없군.’“첫 경기가 어려울 것 같아.”황보용명은 고개를 절레절레했다.자기를 내세우기 위해 진기를 소모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다니.그 결과 폼도 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진기도 절반이나 소모했는데 이따가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어푸! 어푸!그때 수면 위로 방금 물에 빠진 둥근 얼굴의 사내가 마침내 머리를 내밀었다.주위의 웃음소리를 들은 둥근 얼굴의 사내는 머쓱해져서 염치를 불구하고 호수 한가운데로 헤엄쳐 낭패스러운 모습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흠뻑 젖은 그 모습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젠장, 그냥 배를 탈걸.”둥근 얼굴의 사내가 중얼거렸다.예전에 그는 경공으로 강을 몇 번이나 건넜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청양호는 너무 커서 반쯤 뛰었을 때 진기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흥흥... 재주가 없으면 잘난 체하지 마. 정말 치욕을 자초하는군!”그때 창을 든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배를 타고 반대편에서 무대로 다가왔다.
동시에 발걸음을 옮기자 순식간에 사람이 튕겨나가 주먹을 휘둘렀다.암살 무기는 명중하면 가장 좋고 기습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뒤따른 주먹 한 방이면 승산이 있다.“보잘것없긴.”빨간 옷을 입은 남자가 차갑게 웃고 갑자기 기다란 창을 휘두르기 시작하더니 창은 마치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바람개비처럼 보였고 날아오는 표창들을 다 막아냈다.표창을 막은 후 붉은 옷의 남자가 창을 앞으로 세게 찔렀고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둥근 얼굴의 사내는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어깨에 창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수 미터나 날아갔다.“너...”둥근 얼굴의 사내가 막 몸을 일으키려 할 때 날카로운 창끝이 이미 목구멍에 닿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자리에서 죽는다.“네가 졌어.”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개미를 보는 것처럼 아래로 내려다봤다.“너, 너 도대체 누구야?”둥근 얼굴의 사내는 놀라고 두려워했다.그는 자신이 이렇게 빨리 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전혀 반격할 힘이 없었다.“잘 들어, 내 이름은 진현이고 스카이 랭킹 11위야.”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거만하게 말했다.“스카이 랭킹 11위?”둥근 얼굴의 사내가 깜짝 놀랐다.어쩐지 상대방이 대단하더라니 알고 보니 순위가 그보다 한참 높았다.‘이크, 사람을 잘못 건드렸네!’“뭘 멍하니 있어? 내려가!”진현은 쓸데없는 말을 귀찮아 창을 들이대고 둥근 얼굴의 사내를 높이 던져 호수에 세게 내리쳤다.둥근 얼굴의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얌전히 기슭으로 헤엄쳐 갔다.첫 판은 강남무맹이 완패했다.“송맹주, 당신의 선수들은 실력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좀 더 센 사람을 올려 보내는 게 어때요?”강북 무맹의 정자 안에서 수염 있는 남자가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강북 무림의 맹주, 소홍도이다. 그 옆에는 음양종 종주 김금강이 서 있었다.“소맹주,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세요. 마지막 순간까지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요.”송만규가 입을 열었다.둘 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호수 건너편
맞붙은 지 세 번 만에 무대에서 떨어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보고 강남무맹의 얼굴빛이 다 어두워졌다.처음부터 끝까지 진현의 세 번의 공격도 막지 못했다. 소모는커녕 상대는 아직 몸도 풀지 못한 것 같다.“젠장, 무맹이 왜 이런 약골들만 내보내지? 정말 창피해.” “강북무사들의 상대가 전혀 안 된다니. 정말 답답해.”“무맹이 이렇게 약할 줄 알았으면 보러 오지 않았을 텐데. 정말 기분 나쁘군.”이때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한 번 실패한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연거푸 두 번을 실패하고 게다가 전부 압도적으로 패배했으니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이곳은 강남의 홈그라운드라 보러 온 사람은 대부분 강남의 무사들이다. 그런데 지금 자기 땅에서 강북무사들에게 호되게 맞으니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쓸모없는 자식!”박철은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으며 미워하는 표정을 지었다.송만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최상급 팀에 비하면 임시로 모집한 세 명은 확실히 실력이 부족했다.“네 차례야.”박철은 눈을 돌려 세 번째 회색 옷을 입은 남자를 바라보았다.“너도 쟤와 같이 가능한 한 진현의 진기를 소모해. 억지로 싸우지 말고 알겠어?”“최, 최선을 다 할게요.”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침을 삼켰지만 압력이 컸다.이길 수 없는 건 당연한 거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몰랐다.약간의 긴장과 불안감을 안고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결국 배를 타고 무대에 올랐다.3분 뒤 또 으악하는 비명과 함께 회색 옷을 입은 남자는 10번의 공격도 받아내지 못한 채 진현의 창에 맞아 청양호로 떨어져 커다란 물보라가 튀었다.“하하하... 강남의 무인들은 정말 쓰레기군. 3연패라니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재미난 경기가 벌어질 줄 알았는데 이렇게 형편없다니.”“진현 한 사람만으로도 저 사람들 다섯을 상대하기엔 충분해!”강북무맹 사람들은 방자하게 웃으며 위세를 부렸고 반면 강남 쪽은 참담하고 답답했다.어떤 무사들은 화가 나서 옷소매를
드디어 고수가 등장했다.사람들은 이번 라운드에서는 강남 무맹의 체면을 살려주길 바랐다.“넌 누군데? 이름을 대봐!”무대에 오른 박철을 보고 진현은 창으로 짚으며 기세등등했다.“스카이 랭킹 12위, 박철이다.”박철은 매서운 눈빛으로 한사코 상대를 노려보았다.“너였군.”진현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안색이 엄숙하게 변했다.둘 다 상위권에 있고 한 계단 차이밖에 나지 않아 실력이 엇비슷하다는 얘기다.일단 적을 얕잡아 보면 언제든지 패할 수 있다.“나는 오늘 이 경기에서 반드시 널 이기겠어. 이 경기가 끝나면 나는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들 것이고 너는 나의 뒤에 있어야 할 거다!”박철은 천천히 칼을 빼들었다.“그래? 그건 네가 그런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달렸어!”진현은 냉소하고 기다란 창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시동을 걸었다.둥!둥!둥!그때 멀리서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잔뜩 긴장한 상태에 있던 두 사람은 발을 내디디며 동시에 앞으로 달려 나갔다.순간 칼이 번쩍하고 불꽃이 튀면서 쇠붙이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광포한 진기가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물결이 출렁이고 거센 바람이 쌩쌩 불었다.박철의 칼질은 매우 강력하고 크게 휘둘렀고 힘으로 교묘하게 파괴했다.손을 쓰자마자 물샐틈없는 공격을 퍼부었다.그리고 진현의 사격술은 변화무쌍하고 공격과 방어, 찌르는데 능했다.두 사람이 싸우자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정도로 흥미진진했다.“대선배 정말 멋져요! 저 녀석을 죽여요!”“박선배 파이팅! 진현에게 본때를 보여줘요!”현무문의 제자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흥분했다.박철은 무맹뿐 아니라 현무문의 영예까지 대표한다.“할아버지, 누가 이길 것 같아요?”정자에서 황보걸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글쎄다. 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라 승률은 반반인 것 같아.”황보용명은 두 눈을 가늘게 떴다.“박철이 이겼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진우 씨에게 압력이 너무 커요.”황보걸은 한숨을 쉬었다.
“망했어... 이젠 완전히 망했어.”“어떻게 이럴 수 있지? 왜 한 번도 못 이기는 거지?”“이번 무도대회는 정말 우리 강남 무사들의 치욕이야.”박철이 패배하자 강남 무맹은 비명으로 가득 찼다. 분노, 실망, 유감을 나타내는 등 사람들이 여러 가지 감정을 보였다.과거의 무도 대회는 쌍방이 서로 공격도 오고 가면서 구경거리가 많았고 이기든 지든 최소한 위엄은 발휘했다.하지만 오늘 무도대회는 전례 없이 참담했다. 처음 세 경기는 완전히 압승당해 볼거리가 하나도 없었고 네 번째 경기에서는 그래도 뭔가 볼거리가 있었는데 아쉽게 패했다.지금까지 4연패를 당해 체면이 말이 아니다.정말 창피해도 너무 창피하다!“아니... 그럴 리가! 우리 대선배는 천하무적인데 어떻게 패배할 수 있지?”“방금 마지막에 분명 박선배가 먼저 진현을 쳤는데 오히려 상대에게 당하다니 정말 아까워!”구경하던 현무문 제자들은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박철의 실력은 현무문의 젊은 세대들 중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아쉽게도 결국 패했다.“스승님, 이번 무도대회는 우리가 진 것 같습니다.”송만규는 한숨을 쉬며 허탈해했다.박철이 이긴다면 아직 희망이 남아있지만 패하면 승산이 없다.“아직 한 명이 있잖니. 우린 완전히 지지 않았어.”황보용명의 얼굴이 굳어 있었다.“스승님, 유진우 씨 한 사람이 어떻게 강북의 5대 고수들을 당해낼 수 있겠어요?”송만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네 명이지. 지금 진현은 부상을 입어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잖니.”황보용명이 송만규의 말을 정정했다.“스승님, 진현이 싸우지 못하더라도 강북에는 4명이 더 있어요. 그리고 이 4명은 진현보다 더 강해서 1대 4로 승산이 없어요.”송만규는 쓴웃음을 지었다.스카이 랭킹 11위인 진현도 상대하기 힘들지만 나머지 4명은 모두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드는 고수들이라 더 힘들다.비록 유진우가 도규현과 진현을 꺾어도 10위 안에 드는 고수들과 싸우면 승산이 크지 않다.1대 4이니 뭐니
유진우는 설연홍을 한번 쳐다보고 설연홍에게서 자신의 팔을 뺐다.“쟤가? 쟤가 뭔데 어떻게 우리 박철 선배와 비교할 수 있겠어?”둘째 선배가 콧방귀를 뀌었다.“맞아, 선배는 스카이 랭킹 12위야. 이 녀석은 선배와는 눈곱만치도 비교가 안된다고!”근육질의 남자가 소리쳤다.“너희 선배가 그렇게 대단한데 방금은 왜 졌는데?”유진우가 불쑥 물었다.“...”간단한 한마디에 몇 사람들이 입을 다물었다.“흥, 내가 졌는데 너라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네 수준으로는 진현 세 번의 공격도 못 버틸 거야.”박철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래? 그럼 지켜봐.”유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여기서 입씨름할 바에야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게 낫다. “봐, 진현이 물러나고 또 다른 사람이 올라왔어.”그때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중상을 입은 진현이 사람에 의해 부축해 내려갔고 늠름한 자태의 흰옷을 입은 남자가 쪽배를 타고 무대에 올랐다.“어! 저 사람은 스카이 랭킹 10위 임궁이 아닌가?”“젠장, 정말 임궁이네. 이제 큰일 났어!”“진현 한 사람만으로도 거의 무적이 될 뻔했는데 지금 더 강한 상대인 임궁이 나타나다니. 더 싸워 뭐 하겠는가?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흰옷을 입은 남자의 신분을 확인한 강남무맹 쪽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저 사람이었어?”유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꽤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흥흥... 인마, 넌 운이 다한 것 같군. 임궁을 만났으니 운이 없는 셈이야.”박철은 냉소적으로 웃으며 고소해했다.그는 이미 체면을 잃었으니 다른 사람이 창피를 당해도 개의치 않았다.“선배, 임궁이 그렇게 대단해요?”근육질의 남자가 궁금해서 물어봤다.“어찌 대단한 것뿐이겠는가. 그 사람은 스카이 랭킹 10위 안에 드는 존재야. 온 강호에서 가장 강한 10대 본투비 레벨 고수 중 한 명이라고. 설령 내가 만난다고 해도 임궁에게 짓밟힐 수밖에 없어.”박철은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와, 이렇게 센가요?”사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