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린파에 마침 인재도 부족한데 그 사람들이 남겠다고 하면 남으라고 해. 그리고 악당파를 하나 새로 만들어서 영감님이 이끌게 하도록 해.”유진우가 결책을 내렸다.“알겠습니다.”홍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아 참, 강린파를 너무 빠르게 확장하는 건 그리 좋은 일이 아니야. 속도를 좀 늦춰야겠어. 차라리 부족한 대로 놓아둘망정 아무 사람이나 마구 들일 수는 없어. 그리고 지금 사람이 많아서 본부를 더 큰 곳으로 옮겨야겠어. 이 일도 너에게 맡길게.”유진우가 분부했다.“보스, 본부 문제는 저도 생각해봤어요. 미리 괜찮은 곳을 물색해봤는데 보스가 마음에 들어 하실지 모르겠어요.”홍길수가 대답했다.“그래? 어디인데?”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교외의 풍우 산장입니다.”유진우가 어리둥절해 하자 홍길수가 재빨리 이어서 설명했다.“그곳이 예전에는 백작의 저택이었다고 해요. 면적이 클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옆에 산과 물이 흐르고 있어서 풍경도 아름답고 교통도 아주 편리해요. 제가 서울 전체를 다 뒤져봤는데 여기가 가장 적합하더라고요.”“좋아. 신경 꽤 많이 썼구나. 그럼 그렇게 진행해. 강린파 본부를 풍우 산장으로 한다.”유진우가 결정을 내렸다.“역시 보스는 현명하십니다.”홍길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유진우가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허락한 건 물론이고 권력까지 그에게 다 줄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믿음이었다. 홍길수는 저도 모르게 감동하여 가슴이 먹먹해졌다.“아저씨, 강린파를 관리하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요즘 친구를 새로 사귀었거든요. 아주 똑똑하고 재주도 있어요. 아저씨에게 도움이 될만한 사람인 것 같아요.”황은아가 불쑥 한마디 했다.“그래? 어떤 친구인데?”유진우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히히... 지금 마침 염룡 무관에서 훈련을 도와주고 있어요. 저 따라와요.”황은아는 유진우를 잡고 무관으로 들어갔다.그 시각 무관의 링 위.십여 명의 염룡파 에이스들이 한 젊은 여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설연홍?”유진우의 말에 황은아는 더욱 의아해했다.미녀 언니는 확실히 성이 설 씨지만, 상대방은 자신이 설화라고 했다.“왜요? 인정하지 않아요? 제가 당신의 그 가짜 가면 벗겨 드릴까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호호호... 명의님, 명의님은 갈수록 눈치가 빠르네요.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정성껏 꾸몄는데도 명의님을 속일 수 없다니.”설연홍은 아름다운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언니 진짜 이름이 설연홍이에요?”황은아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그녀는 자신이 설연홍에게 속은 것 같다고 느꼈다.“설화도 나고 설연홍도 나야. 그러니 난 널 속인 적이 없어.”설연홍이 웃으며 설명했다.“여긴 왜 왔어요?”유진우가 설연홍을 심문하듯 물었다.이렇게 또라이인 미인에 대해 그는 줄곧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자신의 사부를 죽이고 조씨 가문에 그 사부의 머리까지 보내는 사람을 그는 완전히 신뢰하기 어려웠다.“명의님, 우리가 이렇게 많이 만났는데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이렇게 쌀쌀맞게 굴지 말아 줄래요?”설연홍은 유진우의 주위를 빙빙 돌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마치 무슨 애지중지하는 물건을 보는 것 같았다.“당신과 나 사이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이지 친분이라고 할 수 없어요.”유진우는 덤덤하게 말을 뱉었다.“그렇게 말하니 정말 실망이에요. 역시 남자들은 좋은 놈이라곤 하나도 없네요, 모두 배신자예요!”설연홍은 한 맺힌 얼굴이었다. 그 가련한 모습은 마치 버림받은 어린 아내와도 같았다.“콜록... 저 아직 여기 있는데, 시시덕거리지 말아 줄래요?”황은아는 이상한 얼굴을 했다.“은아야, 너 먼저 가서 훈련해. 내가 이 사람이랑 얘기 좀 할게.”유진우가 황은아에게 다른 데로 가 있으라고 눈짓을 했다.“그래요, 그럼 둘을 방해하지 않을게요.”황은아는 혀를 날름 내밀고 훈련장에 가서 자신의 곤봉술을 연습하기 시작했다.‘아, 연애하기 좋을 때다!’“이제 얘기할 수 있는 거죠? 무슨 꿍꿍이인 거죠?”유진우가 다시 물었다.
“응?”유진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내가 당신의 정체를 까발리지 않겠지만 당신도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계속 지켜볼 거예요”“절 지켜본다고요?” 설연홍은 섹시한 붉은 입술을 깨물었다.“제가 이따가 샤워할 건데 그때도 지켜보는 게 어때요?”“미쳤어요?”설연홍을 상대하기 귀찮은 유진우는 바로 뒤로 돌아서 위층으로 올라가 휴식했다.당분간은 설연홍이 나쁜 마음이 없는 게 확실하지만, 이런 요사스러운 여자는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이튿날 아침.유진우가 황은아를 데리고 아침 운동을 하고 있을 때 검은색 승합차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황보걸은 얼굴에 웃음꽃을 띠며 걸어 들어왔다.“진우 씨, 축하해요.”황보걸은 문에 들어서자마자 주먹을 쥐며 웃었다.“어제 심사 결과가 나왔는데, 진우 씨가 성공적으로 선발되었어요. 오늘 진우 씨는 다른 4대 고수들과 함께 강북 무맹에 출전해요!”“그래요? 듣자 하니 좋은 소식이네요.”유진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 결과에 대해, 그는 결코 놀라지 않았다.다섯 가지 심사를 모두 만점 받고도 탈락하면 그게 이상하지.“아저씨, 무도대회에 나가신다고요?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황은아는 잔뜩 기대한 얼굴로 유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되긴 되지만 말썽을 피워서는 안 돼.”유진우가 황은아에게 경고했다.“문제없어요! 반드시 말썽 피우지 않을게요.”황은아는 손가락 세 개를 펴며 맹세했다.“저도요, 저도 갈래요.”설연홍이 달려와 유진우에게 말했다.‘이런 재미난 일에 어떻게 내가 빠질 수 있겠어?’유진우는 힐끗 쳐다보더니 신경도 쓰지 않고 승합차에 올라탔다.황은아도 그 뒤를 따랐고 설연홍도 뒤질세라 유진우 옆에 찰싹 앉았다.시동이 걸리고 일행은 곧바로 무도대회 현장으로 향했다.이번 무도대회가 열리는 곳은 청양호에 위치해 있다.청양호는 청양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어 경치가 아름답고 인적이 드물어 무술 시합에 더없이 적합하다.유진우 일
“뭐?”갑작스럽게 누명을 쓰자 유진우는 잠시 얼떨떨했다.“왜, 네 선배가 죽기라도 했어?”“맞아, 네가 죽인 거야, 이 살인자야!”뚱뚱한 여자가 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말 똑바로 해, 네 선배의 죽음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유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흥, 아직도 변명을 해? 네가 모함을 꾸미지 않았다면, 내 선배가 어떻게 죽었겠어?”뚱뚱한 여자가 소리쳤다.“인마,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어제 압력 테스트 후 넌 일부러 풀로드를 놓지 않고 선배를 유인했지. 결과 문이 닫히자 선배는 백배의 무게를 못 이겨 깔려 죽었어!”근육질의 남자는 얼굴이 어두워졌다.말을 들은 유진우는 어이가 없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테스트를 통과한 후 압력기를 복원하지 않았을 뿐인데 누가 바보같이 뛰어들어가서 아무것도 안 보고 시작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것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멍청한 놈을 봤어도 이렇게 멍청한 놈은 본 적이 없다.무엇보다 사람이 죽고 난 후 엉뚱한 누명을 쓴 게 우스웠다.“먼저 한 가지 말하자면 나는 모함을 꾸미지 않았기에 너희 선배의 죽음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전부 그 사람의 탓이지.”유진우가 손을 뗐다.“헛소리하지 마! 내가 보기엔 넌 분명 고의적이야!”뚱뚱한 여자는 아예 믿지 않았다.“난 어차피 설명할 건 다 설명했으니 믿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해.”유진우는 쓸데없는 말을 하기 귀찮았다.한 무리의 어릿광대들은 전혀 그의 안중에 없었다.“인마, 사람을 죽이고도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그때 사람들 속에서 검은 옷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남자는 평범한 외모에 카리스마가 돋보이고 손에 큰 칼을 들고 있어 패기가 넘쳐 보였다.이 사람이 바로 소양타의 대선배, 박철이었다.“넌 또 어디서 나타난 거야?”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건방지다! 이분은 우리 대선배이자 오늘 출전하는 5대 고수 중 한 명이다!”근육질의 남자가 소리쳤다.“오, 그래서 뭐?”유진우
빠른 속도로 퍼지는 독소를 보며 뚱뚱한 여자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슉!박철은 아무 말 없이 칼을 휘둘러 뚱뚱한 여자의 팔을 단칼에 잘랐다.뚱뚱한 여자는 멍하니 땅바닥에 있는 자신의 팔을 보다가 피를 뿜는 상처를 보고 나서야 반응이 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무도대회가 끝나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매섭게 한마디 던지고 박철은 일행을 데리고 발길을 돌렸다.“진우 씨, 박철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 앞으로 조심해요.”황보걸이 유진우에게 귀띔했다.“조심해야 할 사람은 박철이지 내가 아니에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을 뱉었다.방금 황보걸이 막지 않았더라면 박철을 그 자리에서 죽였을 것이다.“시간이 거의 다 되었으니 우리 할아버지를 뵈러 가요.”황보걸은 한 손으로 안내하며 유진우 일행을 데리고 호화로운 별장으로 들어갔다.별장은 펜션 스타일로 넓은 면적에 넓은 공간을 자랑하고 출전 선수나 무맹 내부자 모두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다.그 시각, 별장 홀 안.황보용명은 영무한 얼굴의 중년 남자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중년 남자는 다름 아닌 강남 무림의 맹주, 송만규였다.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자 할 말이 끊이지 않았다. “스승님, 최근에 좋은 인재를 찾으셨다면서요? 도규현을 이겼을 뿐만 아니라 어제 테스트에서도 빛을 발했다고 들었어요.”송만규가 싱긋 웃었다.“이 사람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야. 잘만 가르친다면 훗날 너의 후계자가 될 것이다.”황보용명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정말요? 스승님께서 이렇게 칭찬하시니 너무 궁금하네요.”송만규는 절로 흥이 났다.황보용명은 원래 눈이 많이 높아서 보통 무도 천재는 눈에 들지 않는다.“할아버지, 진우 씨 왔어요.”그때 황보걸이 불쑥 걸어 들어왔다.“만규야, 봐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도착했어.”황보용명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들어오라고 해.”“네.”황보걸은 대답하고 돌아서서
“뭐라고? 중독?”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안색이 변했다.무도 대회 당일, 세 명의 참가자가 의문의 중독에 빠졌다는 건 분명 심상치 않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누가 한 짓이야?”송만규가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아직 조사 중이라 알 수 없습니다.”무맹요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가자! 지금 당장 보러 가야겠어!”송만규는 망설이지 않고 서둘러 문을 나섰다.그 시각, 임시 훈련장 안.무맹요원들이 이미 모든 출입구를 봉쇄해 누구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었다.송만규 일행이 문을 들어서 훈련장 한가운데 젊은 남자 3명이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세 사람은 의식을 잃은 채 호흡이 약했고 얼굴은 창백했지만 입술은 꺼맸다.“역시 독극물에 중독됐네!”송만규는 한 번 더 살펴더보니 안색이 좋지 않았다.이 세 사람은 모두 스카이 랭킹의 고수이고 강남 무맹이 승리를 거두는 관건인데 지금 모두 중독되어 혼수상태에 빠졌으니 무도대회는 어떡하지?“빨리! 약신궁으로 가서 사람을 불러와!”반응이 돌아오자 송만규는 서둘러 명령을 내렸다.“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 사람을 구하는 일은 진우 씨 한 명으로도 충분해.” 황보용명이 불쑥 입을 열었다.예전에 그가 중상을 입고 사도에 빠졌을 때 약신궁의 동장로도 속수무책이었는데 다행히 유진우가 구해줘서 죽음을 면했다.“유진우 씨, 의술을 아세요?”송만규는 뒤를 돌아보며 약간 의외였다.“조금 할 줄 알아요.”유진우는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자, 그럼 한번 봐주세요.”송만규는 자리를 비켰고 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세 사람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곧 그의 얼굴빛이 굳어졌다.“이 세 사람은 만성 독극물에 중독됐어요. 평소에는 눈치채기 어려운데 운공이 시작되면 바로 폭발해 가볍게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심하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기도 해요.”유진우가 설명했다.“어때요? 살릴 수 있나요?”송만규는 조금 걱정했다.이 세 사람은 모두 중임을 맡는 훌륭한 인재들이라 절대
산들바람이 서서히 불어오니 흙냄새가 풍겼다.이때 청양호 주위는 거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남북 두 무맹이 호수를 사이에 두고 일촉즉발의 형세로 대립하고 있었다.무도대회의 결전 장소는 청양호이다.며칠 전부터 무맹은 청양호 중앙에 무술 경기를 위해 백 미터의 거대한 무대를 만들었다.무대는 사방이 물에 둘러싸여 있어서 일반인이 올라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남쪽의 한 정자 안.강남 무맹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송만규는 마침내 신중하게 세 명의 본투비 레벨 고수들을 모았다.다만 실력 면에서 저마다 다 차이가 있어 진설, 배유, 곽양 세 사람과는 분명히 비교가 안 된다.하지만 지금은 가망이 없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오늘의 무도대회는 매우 중요해.”송만규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5명의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너희들이 짊어진 것은 강남 무맹의 영예이다. 나는 너희들이 협력하고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너희들이 승리하고 돌아오기를 미리 축하할게!”“맹주님, 걱정 마세요. 강북의 오랑캐를 반드시 짓밟고 승리하겠어요.”새로 합류한 세 명의 고수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의기양양했다.경기에서 이기면 두툼한 보상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명성을 떨칠 수 있으니 자연히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무도대회는 무대 챌린지야. 너희 넷은 이따가 절대 제멋대로 결정하지 말고 내 지휘에 따라.”박철이 갑자기 차갑게 말했다.그 거만한 꼴을 보니 몇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네가 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지휘하겠다는 거야?”얼굴이 둥근 사내가 좀 불만이었다.“자격?”박철은 차갑게 웃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난 현무문 소양타 제자이고 스카이 랭킹 12위야. 이럼 자격이 되지?”“스카이 랭킹 12위?”그 말에 둥근 얼굴의 사내는 목이 움츠러들더니 이내 공손한 얼굴로 변했다.다른 두 사람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도 역시 스카이 랭킹 고수이지만 순위는 모두 30위 밖이어서 자연히 12위인 박철과는 비교가 안 되었다.스
“어....”갑자기 호수 밑으로 곤두박질쳐 떨어진 둥근 얼굴의 사내를 보고 강남무맹 쪽 사람들은 바로 멍해졌다.대중 앞에서 잘난 체하면 그만이지 중도에 물에 빠지는 건 무슨 말인가?이건 무도 대회지 서커스단이 아닌데 갑자기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강남무맹의 체면을 깎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젠장, 정말 쓸모없군!”박철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안색이 안 좋아졌다.그는 방금까지 경공이라고 칭찬했는데 상대방은 얼마 못 가 바로 물에 빠졌다.정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하하하... 이 정도 실력으로 감히 나서다니?”“능력 없으면 물러나라, 여기서 망신 당하지 말고.”“너희 강남의 무사들은 다 이렇게 약골들이냐? 싸울 필요도 없겠네. 하나도 어렵지 않군!”잠시 침묵이 흐른 후 호수 건너편 강북무맹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하나같이 비웃으며 마치 어릿광대를 보는 것 같았다.“저 녀석, 정말 거만하군.”지금 이 순간 송만규도 더 이상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역시, 임시로 고른 무사는 믿을 수 없군.’“첫 경기가 어려울 것 같아.”황보용명은 고개를 절레절레했다.자기를 내세우기 위해 진기를 소모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다니.그 결과 폼도 잡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진기도 절반이나 소모했는데 이따가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어푸! 어푸!그때 수면 위로 방금 물에 빠진 둥근 얼굴의 사내가 마침내 머리를 내밀었다.주위의 웃음소리를 들은 둥근 얼굴의 사내는 머쓱해져서 염치를 불구하고 호수 한가운데로 헤엄쳐 낭패스러운 모습으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흠뻑 젖은 그 모습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다.“젠장, 그냥 배를 탈걸.”둥근 얼굴의 사내가 중얼거렸다.예전에 그는 경공으로 강을 몇 번이나 건넜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청양호는 너무 커서 반쯤 뛰었을 때 진기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흥흥... 재주가 없으면 잘난 체하지 마. 정말 치욕을 자초하는군!”그때 창을 든 붉은 옷을 입은 남자가 배를 타고 반대편에서 무대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