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얼굴에 난 붉은 손자국이 계속 사라지지 않았다.“아프지 않아요.”유진우가 빙긋 웃었다.“얼굴은 안 아파도 마음은 많이 아프죠? 이렇게 된 이상 진우 씨도 단념해요. 계속 자신을 괴롭히는 건 무슨 고생이에요. 앞으로 진우 씨 나를 따라 잘 먹고 잘 사는 게 좋지 않아요?”“사내대장부가 여자에게 빌붙어 살 수는 없잖아요?”유진우가 머리를 긁적였다.“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게 어때서요?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죠.”조선미는 섬섬옥수인 손가락을 내밀어 유진우의 아래턱을 쓸었다.“게다가 당신 얼굴로 여자에게 빌붙어 살지 않는 건 너무 아까워요. 딱 당신 같은 얼굴이 내 스타일인데 오늘 밤 씻고 침대를 따뜻하게 해 줘요.”“...”유진우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왜 희롱당하는 기분이지?’“어때요? 잘 생각해 봤어요? 진우 씨 집으로 갈까요, 아니면 우리 집으로 갈까요?”조선미는 매혹적인 눈과 섹시한 입술로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 화사하고 붉은 입술은 참 맛보고 싶게 만든다.“진심이에요?”유진우는 놀란 얼굴이었다.“그렇지 않으면요?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진우 씨에게 달려 있어요.”조선미는 사랑스럽게 웃으며 치마를 걷어올리고 검정색 스타킹을 입은 롱다리를 드러냈다.“자, 난 다 입었어요. 고개만 끄덕인다면 오늘은 정말 색다른 밤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꿀꺽.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조선미는 얼굴뿐 아니라 몸매도 아주 죽여준다.얇은 허리에 애플힙, 롱다리 그리고 눈을 자극하는 검정색 스타킹까지 매우 매력적이다.눈웃음을 치고 웃으면 매혹적이고 어여쁘며 넋을 빼앗는 모습은 그야말로 여우가 따로 없다.이걸 누가 참을 수 있겠는가?“못할 게 뭐가 있어요, 나...”유진우가 허락하려고 할 때 조선미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먼저 말을 꺼냈다.“됐어요, 진우 씨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겠어요.”“난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는데요?”유진우가 좀 급해졌다.“기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요. 진우 씨 너무
다음 날 오전 판용산장 안.은색 원피스를 입은 조홍연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입기가 민망했다.평상시의 그녀는 군복 혹은 캐주얼 옷을 입지 이렇게 타이트한 원피스는 처음 입어본다.“여제님, 오늘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이 얼굴에 몸매는 정말 기가 막히는데 어느 남자가 반하지 않겠습니까?”측근인 공요는 옆에 서서 두 눈이 반짝였다.‘홍연 여제님은 워낙 아름다우신데 조금 꾸미니 더욱 절세미인이라고 할 수 있네! 게다가 그 눈썹까지 더하니 아름답고 멋있어 남녀 모두가 반할 것 같아.’“이 옷이 정말 예뻐? 나는 왜 좀 어색한 것 같지?”조홍연은 입으로 중얼거렸다.“당연히 예쁘죠!”공요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이런 타이트한 원피스는 분위기도 있어 보이고 몸매도 돋보여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렇게 입어요. 보세요, 이 가느다란 허리에 애플힙 또 이 다리까지 얼마나 아름다운데요!”“그래?”조홍연은 손을 들어 허공에 펀치도 날려보고 발차기도 해보다가 조금 이상해서 물었다.“옷이 이렇게 타이트한데 어떻게 싸움을 할 수 있겠어? 너도 나 방금 몇 번 발차기한 거 봤지? 몇 발 차기도 힘들어.”“여제님, 이건 원피스지 전투복도 아닌데 그걸 입고 왜 싸우시려는 거죠?”공요는 조홍연의 말에 웃었다.전쟁터에 오래 있었더니 조홍연의 사고방식은 이미 보통 여자들과는 완전히 달라졌다.여자가 예쁜 옷을 입는 것은 자신을 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다.하지만 조홍연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실용적이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전투를 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한다.“다른 옷으로 바꿀까? 너무 어색해.”조홍연은 눈썹을 찌푸렸고 원피스를 보면 볼수록 거슬렸다.“여제님, 이게 제일 잘 어울려요. 제가 확신하는데 유장혁 씨가 무조건 좋아할 거예요.”공요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정말?”조홍연은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좀 의심스러웠다.“틀림없어요. 유장혁 씨가 오기만 하면 무조건 홀딱 반할 거예요!”“그래, 그럼 한 번 믿어볼게.”조홍연은 고개를
“왜요? 예쁘지 않아요?”조홍연은 고개를 숙여 한번 훑어보더니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예쁘지 않은 게 아니라 어딘가 좀 어색해. 예전에 네가 입었던 옷이 더 나은 것 같아.”유진우는 직설적으로 대답했다.조홍연은 원래 전쟁터를 누비는 여장군이었고 몸에 밴 영웅적 기질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었다.군복을 입었을 때 아름답고 멋지며 매력이 넘쳤는데 지금 여성스럽게 갈아입으니 오히려 좀 어울리지 않았다.“예쁘기는 한데 안 어울려.”“네?”이 말을 들은 조홍연의 매서운 눈초리가 순식간에 공요를 훑어보았고 힐문하는 눈빛이었다.“전 차를 내올게요!”공요는 깜짝 놀라 얼른 기회를 타서 빠져나갔다.“장혁 오빠, 잠깐만 기다려요. 나 옷 갈아입고 올게요.”조홍연은 주저하지 않고 서둘러 방으로 달려갔다.잠시 후 군복으로 갈아입고 나오자 순식간에 사람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좋아, 이 옷이 훨씬 잘 어울려.”유진우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조홍연은 얼굴에 웃음꽃을 띠고 꿀을 먹은 듯 싱글벙글 웃었다.‘역시 장혁 오빠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홍연아, 북쪽 국경이 아직 안정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여기에 온 게 영향이 있지 않아?”유진우가 불쑥 물었다.북방을 지키는 전쟁 여제로서 조홍연의 무게는 보통이 아니다.“괜찮아요, 다 개미새끼일 뿐 큰 지장이 없어요.”조홍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나는 용국 경내에서 누군가 너에게 불만이 있을까 봐 걱정이야.”눈앞의 사람은 30만 명의 범표사를 손에 쥐고 있고 천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일반적으로 이동 명령이 없으면 마음대로 주둔지를 떠날 수 없다.“장혁 오빠 안심해요. 내가 뭘 하든지 그 사람들은 상관을 할 수 없고 감히 상관도 하지 못해요. 누가 뒤에서 배신을 하면 전 그 사람의 목을 베어버릴 거예요.”조홍연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녀가 범표사의 주장, 용국의 전쟁 여제로 된 것은 집안 배경이 아니라 탄탄한 군공 덕분이었다.무공이 되려면 어떻
판용산장을 떠난 후.유진우와 조홍연 몇 사람은 먼저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곳들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샀다.또 도심 속 먹거리골목에 들어가 여러 가지 음식도 다 맛봤다.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가서 요즘 핫한 영화를 보고 나오자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진우 오빠, 우리 이제 어디로 놀러 갈까요?”영화관 입구에 서서도 조홍연은 여전히 흥이 넘친다.오늘은 그녀가 10년 동안 가장 즐겁고 편안한 날이다.“여제님, 하루 종일 놀았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시죠?”옆을 따르던 유란은 참지 못하고 권했다.그녀와 공요 두 사람은 조홍연이 습격당할까 봐 두려워 아침부터 지금까지 줄곧 밀착 경호하고 항상 경계하며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용국의 전쟁 여제로서 위상은 숭고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눈엣가시로 여겨진다.매년 암살하려는 횟수는 셀 수 없이 많고 특히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더욱 위험하다.저격, 자폭 등등 각종 수단은 막으려야 막을 수 없다.“뭐가 그리 급해, 아직 멀었어.”조홍연은 아직 흥이 다 가시지 않았다.“맞아요, 그냥 좀 더 놀자. 모처럼 쉬는 시간인데 신나게 놀아야지.”공요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오랫동안 곁에서 따라다녔는데 조홍연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오늘 하루의 웃음은 10년 동안 웃은 웃음과 정비례한다.예전의 조홍연은 언제나 도도하고 냉담하며 높은 자리에 앉아있어 하늘의 신처럼 아래로 사람들을 내려다본다.그러나 오늘 조홍연이 드디어 평범한 여자처럼 먹고 놀고 즐기며 인간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스무 살 남짓한 나이는 원래 이래야 한다.다른 여자애가 부모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남자친구 앞에서 제멋대로 행동할 때 중임을 맡은 조홍연은 전쟁터를 누빌 수밖에 없었다.매일 보는 것은 피와 시체이고 듣는 것은 대포소리와 비명소리뿐이었다.화려함의 뒤에 있는 고통과 괴로움. 그것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누가 알겠는가?용국 백성들의 편안한 생활은 단지 누군가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변태들에게 조홍연은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었다.“당신 같은 사람은 내 어르신과 친구가 될 자격이 없어요, 꺼져요.”유란은 가볍게 외쳤다.“야! 나 무시하는 거지?”깡마른 남자는 순간 불쾌했다.“너 내가 누군지 알아? 우리 아빠가 누군지 알아? 사실대로 말할게, 난 음양종의 도련님, 김범이다!”이 말이 나오자 주위의 적지 않은 손님들이 안색을 바꾸었다.“음양종? 그건 강북 8대 가문 중의 하나 아니에요?”“음양종의 제자가 수천 명에 달하고 세력이 엄청나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요.”“이상하다? 음양종 사람이 왜 강남에 왔지?”“무도대회에 참가하는 것 때문이겠죠. 이번에 강남의 청양호에서 개최하는데 서울과 가까워 최근 무림 인사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어요.”사람들이 소곤거리며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김범 무리와 좀 멀리 떨어졌다.“음양종은 무슨, 들어 본 적도 없어. 내가 아직 화를 내기 전에 썩 꺼져.”“X발! 너 정말 좋은 말할 때 곱게 들어!”김범은 화가 치밀어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유란은 얼굴이 차갑게 변하더니 날아오는 주먹을 움켜쥐고 가볍게 비틀었다.뚝 소리와 함께 김범의 손목이 그 자리에서 부러졌다.“으악!”얼떨떨해진 김범은 즉시 비명을 질렀고 아파서 식은땀을 흘리며 땅바닥에 뒹굴었다.“감히 우리 도련님을 다치게 하다니. 죽어!”그 후 몇 명의 무사들이 보자마자 화가 순간 치밀어올라 동시에 유란을 공격했다.몇 사람은 권력과 기세가 높고 강인한 내공을 지니고 있어 후천적인 무사들 사이에서 이미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흥!”유란은 콧방귀를 뀌더니 조금도 두려움 없이 정면으로 맞섰다.주먹과 발은 더 빠르고 날카로웠다.눈 깜짝할 새로 몇 명의 내공무사를 쓰러뜨렸다.조홍연의 측근으로서 유란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명문가 출신인 그녀는 어려서부터 중점적으로 길러낸 천재이다.군사적인 재능뿐만 아니라 개인의 용맹함도 동갑내기 중에서 으뜸이다.젊은 나이에 벌써 본투비 레벨에 이르러 내공 무사 몇 명을 상대
“으악!”김범은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두 다리가 못쓰게 되자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원래 예쁜 사람이랑 알고 싶었을 뿐인데 알기는커녕 몇몇 미친X을 만날 줄이야.말이 맞지 않으면 손발을 자르고 음양종은 안중에도 없다.“와, 이 사람들 누구지? 감히 음양종의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담이 너무 큰데?”“그러니깐요. 예쁘게 생겼는데 손은 이렇게 매울 줄이야.”고통스럽게 울부짖는 김범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자, 저 녀석을 끌고 나가. 나랑 진우 오빠 식사하는 데 방해하지 말고.”조홍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머리 한번 돌려 보지 않았고 두 사람에게 김범을 끌고 나가라고 손짓을 했다.이런 망나니들은 그녀와 눈을 한 번 맞출 자격도 없다.“오늘 밤 우리 어르신께서 기분이 좋으시니, 네 개 같은 목숨은 살려주겠다.”공요가 김범의 복부를 발로 차자 수 미터 날아가 문 앞에 세게 내동댕이쳐졌다.“누가 감히 내 후배를 다치게 했어?”그때 음양종 제자들이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선두에 선 사람은 흰 옷을 입고 몸집이 큰 남자였다.남자의 두 눈은 날카롭고 기운이 강하며, 씩씩한 걸음걸이 사이에는 엄청난 압박감이 감돌고 있었다.“선배, 드디어 오셨군요.”흰 옷을 입은 남자를 보자마자 김범은 마치 구원자를 보듯 울부짖었다.“빨리, 빨리 저 두 나쁜X들을 혼내줘요. 저것들이 나를 다치게 했어요.”“뭐?”김범의 다리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본 흰 옷을 입은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안색이 어두워졌고 매서운 눈빛으로 공요와 유란을 향해 물었다.“이게 너희들 짓이야?”“그렇다면 뭐?”공요는 담담하게 말했다. “저 사람은 색욕에 사로잡혀 감히 우리 어르신을 희롱했어. 목숨을 빼앗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 “꺼져!”유란은 더욱 명쾌하게 외쳤다.“내 음양종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서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너희들은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겠구나.”흰 옷을 입은 남자는 화가 나서 두말 않고 바로 손을 댔다.몸이
상황을 보고 난 후 공요와 유란이 순간적으로 크게 화를 냈다.막 다시 손을 쓰려할 때 조홍연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너희는 저 사람의 상대가 아니야, 내가 할게.”그녀는 천천히 일어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하나하나 쓸었다.조금 전까지 웃고 떠들던 무리들이 왠지 모르게 몸서리를 치더니 순식간에 목소리가 작아졌다.어찌 된 일인지 그들은 사신에게 찍힌 듯한 착각에 빠졌다.“어? 여기서 이렇게까지 예쁜 여자를 볼 줄이야. 오늘 운이 좋네.”조홍연의 얼굴을 보자 흰옷을 입은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이 밝아지고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너희들, 여자를 무시하네?”조홍연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지금 너희들에게 기회를 주겠어. 만약 너희들이 내 세 번의 공격을 버틸 수 있다면, 내가 너희들 살려는 줄게.”“살려준다고?”말을 들은 사람들은 먼저 어리둥절하다가 덩달아 깔깔 웃어댔다.“이쁜이, 너 아직 상황 파악 못한 거야? 지금 너희들은 독 안에 든 쥐야.”“생긴 건 예쁜데 머리가 좀 나쁘네. 아쉬워.”“이쁜이, 내가 세 번의 공격을 막으면 나와 결혼해 줄래?”흰옷을 입은 남자는 장난스럽게 웃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래.”조홍연은 고개를 끄덕였다.한 손을 휙 흔들자 탁자 위에 있던 찻잔 하나가 갑자기 날아가 흰옷을 입은 남자를 향해 냅다 공격했다.“이게 다야?”흰옷을 입은 남자가 웃으며 찻잔을 향해 한 손을 내밀었다.펑!깨지는 소리가 들렸다.찻잔이 터져 찻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닿은 순간 흰옷을 입은 남자는 기차에 치인 듯 그 자리에서 십여 미터나 튕겨져 나갔다.그리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심하게 부딪히며 피를 토했다.“뭐?”갑작스러운 광경에 모두들 아연실색했다.방금까지 위풍당당하고 기세가 막힘이 없는 선배가 고작 찻잔에 날아갈 줄은 아무도 몰랐다.“이럴 수가!”피를 토하는 흰옷을 입은 남자를 보던 김범은 그만 어리둥절해졌다.‘선배는 아버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제자이고
“놔줘! 그렇지 않으면 넌 죽어!”유진우가 납치된 것을 본 조홍연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싸늘해졌고 살기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왔다.순간 찬바람이 세차게 불고 주변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불빛이 마구 번쩍이기 시작했다.바닥에 쓰러진 음양종 제자들은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떨었다.조홍연은 그동안 이들을 혼내줄 생각이었다면 이제는 살의를 품었다.유진우는 그녀에게 있어서 누구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누가 감히 유진우를 건드리면 세상 끝까지 도망가더라도 끝까지 쫓아갈 것이다.“경고하는데 움직이지 마.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릴 것이다!”흰옷을 입은 남자가 으르렁거리며 위협했다.그는 조홍연이 대단한 줄 몰랐고 자신이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지금으로선 눈앞의 인질을 이용해 국면을 전환시키는 수밖에 없었다.“지금 풀어주면 내가 너 살려줄게. 하지만 만약 네가 감히 진우 오빠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내가 네 가족들 모조리 죽일 것이다.” 조홍연이 차갑게 말했다.“헛소리 작작 해. 이제 내 맘대로야!”흰옷을 입은 남자는 눈을 부라렸다.“내 말을 들어, 뒤로 물러나!”조홍연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화를 참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더 물러나!”흰옷을 입은 남자가 소리쳤다.조홍연은 자칫 잘못될까 봐 뒤로 물러섰지만 눈빛은 한사코 상대방을 노려봤다.“흥흥... 네가 대단한 건 인정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지금은 내가 해라는 대로 해야 하잖아?”흰옷을 입은 남자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승산을 손에 쥔 모습이었다.“선배, 멋지십니다.” 김범 등 사람은 보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희망이 다시 보이는 듯했다.사람은 누구나 약점이 있고 그 약점을 잡기만 한다면 어찌 상대방을 두려워하겠는가? “김범아, 너희들 먼저 도망쳐. 여기는 내게 맡겨.”흰옷을 입은 남자가 눈짓을 했다.“선배 버텨요. 제가 당장 가서 사람을 불러올게요.”말을 던진 김범은 사람들을 데리고 절뚝거리며 밖으로 뛰어나갔다.“너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