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외, 모 군사 기지 안.수천 명의 병사들이 가지런히 늘어섰다.장군부터 사관까지 모두 똑바로 서 있었다.멀리서 보면 빽빽이 선 부대는 그 기세가 드높았다.정상부대를 제외하고 군정 양계의 거물들은 거의 도착했다.하나같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유 장군, 홍연 전쟁 여제가 오늘 정말 오시나요?”앞줄에 있는 조일명이 목소리를 낮추며 앞에 있는 고급 장교 한 명에게 물었다.얼마 전 그는 갑자기 군대로부터 홍연 전쟁 여제가 서울에 도착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범표사의 고급 장교이자 조홍연의 직계 부대인 그는 곧바로 달려왔다.“물론이지. 너 홍연 전쟁 여제의 측근 두 명이 다 와 있는 걸 못 봤어?”유 장군은 앞을 향해 눈짓을 했다.조일명이 눈짓을 따라가 보니, 과연 맨 앞줄에 두 명의 늠름한 여장군이 서 있었다.두 여장군은 모두 범표사 안의 부장으로 종3품급에 속한다.각 관리들 사이에 서도 여전히 눈에 띈다.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이 두 분은 모두 조홍연의 측근이기 때문에 그 지위가 높아서 지방 2품 대원들이 보더라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응?”뭔가를 알아차린 듯 한 여장군은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눈빛은 차갑고 매서웠다.조일명은 깜짝 놀라 급히 도둑이 제 발 저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이런 거물 앞에서 그의 이전의 교만함은 벌써 사라졌고 남은 것은 오직 경외뿐이다.그는 남들을 얕볼 수 있지만, 표범사의 장군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여러 명 중에서고른 가장 센 고수들이다.쿵쿵.그때 갑자기 굉음이 울렸다.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먼 하늘에서 무장헬기 한 대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지나가는 곳마다 광풍이 쉴 새 없이 쌩쌩 불었다.“왔어요!”조일명은 안색이 숙연해지더니 곧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더욱 꼿꼿이 섰다.헬리콥터가 기지 상공으로 날아간 후에 바로 멈춰 서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사람들이 좀 이상해할 때 기관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이 여자가 바로 이름을 떨친 조씨 가문 쌍둥이이자 용국 최강 전쟁의 여제인 조홍연이다.“역시 전쟁의 여제답게 등장하는 방식도 정말 기막히네요!”조일명은 은근히 놀라며 감탄을 마다 하지 않았다.100미터 상공에서 추락했는데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사람이라 할 수 없다.이건 신이다!비록 범표사에 있지만, 그도 예전에 멀리서나마 전장을 누비는 조홍연의 늠름한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오늘처럼 가까이에서, 그것도 끔찍한 방식으로 등장하는 건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전쟁 여제를 뵙습니다!”두 명의 여장군이 먼저 허리 굽혀 인사했다.“전쟁 여제를 뵙습니다!”그 후 여러 장병들이 동시에 허리 굽혀 인사했다.함성이 우뢰와 같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조홍연은 시선을 사방으로 휙휙 훑어보았다. 아주 평범한 동작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두려워 두근거렸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몸에 감겨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조홍연이 시선을 거두자 그 부담은 서서히 사라졌다.그녀는 측근 여장군 두 명에게 다가가 담담하게 물었다.“내가 너희들더러 찾으라고 한 사람은 찾았느냐?”두 명의 여장군, 한 명은 공요, 다른 한 명은 유란이다.“저희는 서울 전체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샅샅이 뒤졌지만, 다 전쟁 여제께서 찾으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저흰 그분이 여기 없다고 의심해요.”여장군인 공요가 고개를 숙였다.“말도 안 돼.”조홍연은 한마디로 부정했다.“조무진이 감히 나를 속일 리 없다. 그 사람은 분명히 여기에 있을 거야, 아마 이름을 바꿨을지도 몰라. 계속 찾아라!”“네!”공요는 곧장 대답하고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난 한동안 이곳에 정착할 예정이니 숙소를 마련해 줘.”조홍연이 명령했다.“전쟁 여제님, 제가 이미 준비를 마쳤습니다. 판용산장에 있어요.”여장군인 유란이 대답했다.“길을 안내해 줘.”조홍연이 명쾌하게 말했다.“네!”유란은 고개를 끄덕이고 직접 차를 몰고 조홍연을 태우고 떠나 그 자리엔
“에취!”그 시각 다른 한쪽.가까스로 빠져나온 유진우는 염룡 무관으로 돌아오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재채기를 했다.‘누가 내 욕 했나?’“아저씨!”그때 유진우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유진우가 고개를 들어보니 황은아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한참을 기다린 듯했다.“미안해, 방금 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유진우가 미소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괜찮아요, 저도 방금 도착했어요.”황은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아 맞다, 네 아버지는?”유진우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황백이 보이지 않았다.“아빠가 급한 일이 생겨서 당분간 못 오세요. 그래서 저보고 혼자 가라고 하셨어요. 아, 맞다. 그리고 이 편지를 아저씨에게 전해주라고 하셨어요.”황은아는 말하며 봉투 한 장을 꺼내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봉투를 열었을 때 안에서 두 가지 물건이 쏟아져 나왔다.하나는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뢰' 자가 새겨진 옥 펜던트였다.편지를 다 읽은 후, 유진우는 거의 확신했다. 당분간 황백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아저씨, 우리 아빠가 편지에 뭐라고 썼어요?”황은아는 좀 궁금했다.“네 아버지께서 먼 길을 가신다고 하셨어. 길게는 반년, 짧게는 한 달이니 네가 나를 따라 무술을 잘 연습하라고 하셨어.”유진우는 말을 하다 말머리를 돌렸다.“그리고 만약 우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이 옥 펜던트를 가지고 송만규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했어. 그 사람은 네 아버지와 친분이 있대.”“송만규요? 그건 또 누구시죠? 대단한 사람인가요?”황은아는 머리를 긁적였다.“송만규는 강남의 5대 마스터 중 한 명이야. 어때? 대단하지 않아?”유진우가 싱긋 웃었다.“5대 마스터요? 그럼 확실히 대단하네요!”황은아의 눈이 반짝였다.“이건 아저씨가 너에게 남긴 부적이니 잘 보관하고 있어.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유진우가 옥 펜던트를 건넸다.무도 마스터의 증표, 그건 돈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아저씨, 이 옥 펜던트는 우리
유진우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천년 청련은 그가 꿈꿔왔던 물건이다. 그걸 손에 넣기만 하면 구전수명단을 만드는 데 칠색 영지만 필요했다.“진우 씨, 좋긴 하지만 이 천년 청련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손기태는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얼마가 되든 전 이 일품 영약을 사겠습니다.”유진우는 단호했다.“진우 씨, 돈 문제가 아닙니다, 약신궁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게 돈이에요.”손기태는 고개를 저었다.“돈이 필요 없다면 뭘 원하는 거죠?”유진우는 좀 의아했다.“약신궁은 희귀한 보물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해요. 희귀하면 희귀할수록 좋죠. 약을 구하든 병을 고치든 그 사람들이 내건 조건은 모두 이러해요.”손기태가 설명했다.“단시간에 제가 어디 가서 희귀한 보물을 구하죠?”유진우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돈으로 해결하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인데 하필이면 약신궁에서 돈을 받지 않으니 곤란했다.“진우 씨, 제가 당신을 위해 몇 가지 보물을 준비했어요. 다만 약신왕의 눈에 찰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손기태는 좀 불확실했다.“뭐가 됐든 한번 해봐야죠. 회장님, 저와 함께 가 주세요.”유진우가 러브콜을 보냈다.“영광입니다.”손기태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세 사람은 집을 나선 뒤 차를 몰고 곧장 약신궁으로 향했다.약신궁은 말 그대로 산맥이 겹겹이 쌓인 거대한 협곡이다.협곡은 세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세가 험하고 출입구가 하나뿐이며 큰 강이 앞에 있어 약신궁에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두 시간 동안 운전한 후, 유진우 세 사람은 마침내 약신궁에 도착했다.그러나 세 사람이 입구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멀지 않은 앞쪽이 새까맣게 뒤덮였는데 전부 이름을 듣고 온 사람들이었다.그 긴 줄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회장님, 약신궁이 평소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유진우는 좀 놀랐다.“평소엔 약을 구해서 병을 고치려는 사람이 많지만 이렇게까지 붐빌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좀 희한하네요.”손기태
성공적으로 지원한 후, 유진우 세 사람은 배를 타고 약신궁으로 들어갔다.배가 지나는 곳은 모두 푸른 산과 푸른 물, 푸른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십 리쯤 되는 수로를 지나 세 사람은 드디어 물에서 육지로 올라왔다.눈에 들어오는 곳은 황궁과 같은 거대한 건물이었다. 그 건물은 기세가 드높고 웅장했다.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다가 마침내 으리으리한 대전에 들어섰다.지금 대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약신왕을 스승으로 모시기 위해 약신궁에 가입했다.약신궁은 서울에서 범속을 벗어난 존재이다.5대 가문과 탑쓰리라고 해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다시 말해, 일단 약신궁에 가입하면 그것은 단번에 출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하지만 약신궁은 제자를 받는 것에 있어 매우 까다로웠다.1년에 한 번, 매번 10명만 받는다.유진우가 대전의 장식을 감상하고 있을 때 문 앞에서 갑자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뒤를 돌아보니 젊은 남녀 몇 명이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맨 앞에 선 사람은 흰 옷을 입고 피부가 눈처럼 아름다운 여자였다.그 옆에는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나머지 몇 명은 모두 부하의 역할을 하며 뒤를 따라 위세를 떨쳤다.“어... 저분은 강씨 집안 아가씨 강초설 아닌가요? 저분도 여기에 올 줄이야.”“소문을 듣기로는 강초설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의술 천재래요. 열여덟 살 되던 해에 이미 중주의 명의와 실력을 겨룰 수 있었대요.”“강초설뿐 아니라 곁에 있는 저 남자도 엄청나요. 최 명의의 제자 유청이에요. 유청은 젊은 나이에 벌써 의술이 최고에 달했어요.”강초설과 유청이 나타나자 대전 안이 삽시에 술렁거렸다.한 명은 의술 천재이자 돈 많은 집안의 아가씨이고, 다른 한 명은 유명한 스승을 둔 훌륭한 제자이자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다.이 두 사람은 어디를 가든 모두한테 주목받는 존재였다.“흥, 모두 재능이 없으면서 머릿수만 채우는 사람들이군. 하나도 도전적이지 않네.”유청은 주
“네가 누구든 나와 무슨 상관인데?”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무엄하다! 난 신의문의 수장이신 최 명의님께서 몸소 가르친 제자다. 나에게 무례한 건 신의문을 도발하는 것과 같아. 내 한마디면 널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유청이 사나운 기세로 협박했다.이곳에 나타난 사람이라면 대부분 의약계와 연관 있는 사람들이다. 신의문의 세력이 전국 이곳저곳에 분포되어 있어 의약계의 세력들도 신의문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하여 유진우 같은 작은 인물을 처리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아이고, 무서워라. 그럼 어디 한번 죽여봐.”유진우가 대충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의 무덤덤하고 안하무인인 모습에 유청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 너... 빌어먹을 자식! 딱 기다려!”“말 다 했어? 다했으면 꺼져.”유진우는 짜증 섞인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마치 파리를 내쫓듯 했다.“너!”참다못한 유청이 이를 꽉 깨물고 손을 쓰려던 그때 옆에 있던 강초설이 말렸다.“선배, 저런 보잘것없는 사람이랑 상종하지 말아요. 우리 같은 신분은 평생 넘볼 수도 없으니까 큰소리만 치는 거예요.”“맞아요! 무능한 놈들만 저렇게 시건방을 떨죠.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 숨기고 있다고요.”뒤에 있던 몇몇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네 이놈 말하는 태도는 아주 허세가 넘치는구나. 그렇다면 나와 한판 붙는 건 어때?”유청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말로 안 되면 실력으로 상대를 누르는 수밖에.“관심 없어.”유진우가 단칼에 거절했다.“하하... 관심이 없는 거야? 재간이 없는 거야? 아니면 혹시 겁에 질린 건가?”유청은 마치 상대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싸늘하게 웃었다.“흥,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그냥 겁쟁이잖아.”강초설이 대놓고 비웃었다.“저런 놈은 그저 입만 살았을 뿐이야. 말싸움은 져본 적이 없겠지만 주먹질을 하면 누구보다도 먼저 깨갱거릴걸?”“잡종은 역시 잡종이야. 아무리 말을 번지르르하게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아.”몇몇 젊은 남녀들은 마치 하찮은 인
“다들 조용히 하세요!”뭇사람들이 한창 수군거리던 그때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곧이어 약신궁의 임원들이 대전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맨 앞에 선 사람이 바로 약신궁의 수장이자 약신왕이라 불리는 조안태였다. 그의 뒤로 약신궁의 장로 몇 명과 집사들이 따라왔다.“저분이 바로 약신왕이야? 역시 품격도 비범하고 남다르다니까.”“오늘 만약 제자로 뽑힌다면 약신왕이 몸소 가르치는 제자가 될 수 있어. 그러면 앞날이 정말 창창해져.”조안태가 나타나자 사람들의 표정이 엄숙해졌고 저마다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약신왕은 강남의 3대 명의의 리더다. 의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제자도 곳곳에 깔려있다. 누구든지 약신왕을 보면 깍듯하게 예의를 차려야 했다. 그런 약신왕의 제자가 된다면 무조건 벼락출세할 수 있다.“오늘 재미나는 녀석이 몇몇 왔네.”주변을 둘러보던 조안태의 시선이 유청과 강초설에게 머물렀다.신의문은 세간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의약계에서도 높은 자리에 있으며 세력이 약신궁과 엇비슷했다.그리고 유청과 강초설은 신의문에서도 천재급의 인물이었다. 조안태는 이런 젊은 인재들에게 관심이 많았다.“인제 시작하지.”조안태는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몇 명의 약신궁 장로들은 그의 양옆에 자리를 잡았다.“지금부터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검은 옷차림의 한 집사가 나서서 무뚝뚝하게 말했다.“심사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약물을 구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단약을 제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첫 번째 심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집사가 손을 흔들자 약신궁의 제자 십여 명이 우르르 나타났다. 그들은 손에 저마다 크고 작은 박달나무 상자를 들고 있었는데 상자 안에는 형형색색의 약병이 들어있었다.“이 병 안에 담겨있는 건 전부 푹 끓인 탕약입니다. 심사 내용은 이 탕약을 맛본 후 약물의 성분을 구분하여 답안지에 적으면 됩니다. 한 번 틀리
세 모금 홀짝이던 유청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오더니 붓을 움직이며 약재 이름을 술술 써 내려갔다. 그러다가 절반쯤 썼을 때 혹시라도 실수할까 다시 두 모금 마셨다.그렇게 정답을 확신한 후에야 모든 약재 이름을 막힘없이 척척 써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다 썼습니다.”유청이 갑자기 손을 들었다. 목소리가 그리 높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정말이야? 아직 시간이 절반도 안 됐는데 벌써 다 썼다고?”“흥! 아무튼 난 못 믿어. 분명 답을 아무렇게나 썼을 거야.”뭇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놀란 사람도 있었고 의문을 던지는 사람도 있었다.“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검은 옷 집사가 다가와 답안지를 보더니 두 눈이 반짝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전부 다 맞췄어요. 만점입니다.”그 순간 현장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X발, 만점이라고? 정말이야?”“역시 최 명의님의 제자는 명불허전이야.”“젠장. 난 약재 하나도 적지 못했는데 저 사람은 벌써 통과했어. 계속 겨뤄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사람들은 저마다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유청의 의약 조예는 사람들에게 실력 차이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1등은 꿈도 못 꾸는 것이니 2등이나 3등을 노려야겠다.“저도 다 썼어요.”그때 강초설도 손을 번쩍 들었다. 검은 옷 집사가 다가가 확인하더니 또다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잘했네요. 만점입니다.”“또 만점이야? 너무 센데?”“어휴... 실력 차이가 너무 커.”“저건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야. 난 그만 포기해야겠어.”강초설이 만점을 받자 사람들은 다시 한번 큰 충격에 빠졌다. 멘탈이 약한 사람들은 그대로 심사를 포기하기도 했다.“너 이 녀석, 아직도 채 못 썼어? 내가 도와줄까?”그때 유청의 시선이 갑자기 유진우에게 향하더니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를 지었다.“선배, 아무래도 선배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요? 아직 한 글자도 적지 못했어요.”강초설은 고개를 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