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는 웃으며 휴대전화를 꺼내 이전 녹음을 틀었다.양측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이를 들은 두 사람의 얼굴은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들은 유진우가 녹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다.“언니, 회사에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단소홍은 즉시 기회를 틈타 빠져나갔다.“아, 그래그래. 나도 가서 도와줄게.”장경화도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황급히 도망쳐 잠시도 머물 생각을 하지 않았다.“우리 엄마가 원래 저래.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마.”이청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됐어, 당신 체면을 봐서라도 나는 똑같이 따지지 않을 거야.”유진우는 너그럽게 말했다.“고마워. 당신 정말 멋져.”이청아는 웃으며 유진우 옆을 따랐다. 이내 그녀는 무슨 생각이 난 듯 입술을 깨물며 수줍게 말했다.“진우 씨, 당신이 옆에 있어줘서 다행이야. 아니면 우리 다시 재혼할까?”“뭐?”이 말이 나오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멍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사실 요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전에는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난 내 잘못을 만회하고 우리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이청아는 진지한 표정이었다.부끄러움 때문에 귀밑이 빨개졌는데도 그녀는 용기를 내 말했다.그녀는 이 말들을 이미 오랫동안 참아 왔지만, 줄곧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면 눈앞의 사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다.“...”유진우의 이마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예전과 같으면 이청아가 이런 말을 했다면 그는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조선미의 존재로 인해 그는 자신의 마음이 복잡해졌다는 걸 알아챘다.한 명은 3년 동안 함께 지내며 여정이 남아있는 전처이고 다른 한 명은 자상하고 배려심이 깊으며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성 친구이다.그는 정말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용기와 계략을 자신있고 결단력 있게 행동하지만, 감정적인 면에서는 시종 엉망이었다
서울교외, 모 군사 기지 안.수천 명의 병사들이 가지런히 늘어섰다.장군부터 사관까지 모두 똑바로 서 있었다.멀리서 보면 빽빽이 선 부대는 그 기세가 드높았다.정상부대를 제외하고 군정 양계의 거물들은 거의 도착했다.하나같이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유 장군, 홍연 전쟁 여제가 오늘 정말 오시나요?”앞줄에 있는 조일명이 목소리를 낮추며 앞에 있는 고급 장교 한 명에게 물었다.얼마 전 그는 갑자기 군대로부터 홍연 전쟁 여제가 서울에 도착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범표사의 고급 장교이자 조홍연의 직계 부대인 그는 곧바로 달려왔다.“물론이지. 너 홍연 전쟁 여제의 측근 두 명이 다 와 있는 걸 못 봤어?”유 장군은 앞을 향해 눈짓을 했다.조일명이 눈짓을 따라가 보니, 과연 맨 앞줄에 두 명의 늠름한 여장군이 서 있었다.두 여장군은 모두 범표사 안의 부장으로 종3품급에 속한다.각 관리들 사이에 서도 여전히 눈에 띈다.다른 이유는 없다. 그저 이 두 분은 모두 조홍연의 측근이기 때문에 그 지위가 높아서 지방 2품 대원들이 보더라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응?”뭔가를 알아차린 듯 한 여장군은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눈빛은 차갑고 매서웠다.조일명은 깜짝 놀라 급히 도둑이 제 발 저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이런 거물 앞에서 그의 이전의 교만함은 벌써 사라졌고 남은 것은 오직 경외뿐이다.그는 남들을 얕볼 수 있지만, 표범사의 장군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여러 명 중에서고른 가장 센 고수들이다.쿵쿵.그때 갑자기 굉음이 울렸다.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먼 하늘에서 무장헬기 한 대가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지나가는 곳마다 광풍이 쉴 새 없이 쌩쌩 불었다.“왔어요!”조일명은 안색이 숙연해지더니 곧 고개를 들고 가슴을 펴고 더욱 꼿꼿이 섰다.헬리콥터가 기지 상공으로 날아간 후에 바로 멈춰 서 오래도록 내려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사람들이 좀 이상해할 때 기관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이 여자가 바로 이름을 떨친 조씨 가문 쌍둥이이자 용국 최강 전쟁의 여제인 조홍연이다.“역시 전쟁의 여제답게 등장하는 방식도 정말 기막히네요!”조일명은 은근히 놀라며 감탄을 마다 하지 않았다.100미터 상공에서 추락했는데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은 이미 사람이라 할 수 없다.이건 신이다!비록 범표사에 있지만, 그도 예전에 멀리서나마 전장을 누비는 조홍연의 늠름한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오늘처럼 가까이에서, 그것도 끔찍한 방식으로 등장하는 건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전쟁 여제를 뵙습니다!”두 명의 여장군이 먼저 허리 굽혀 인사했다.“전쟁 여제를 뵙습니다!”그 후 여러 장병들이 동시에 허리 굽혀 인사했다.함성이 우뢰와 같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조홍연은 시선을 사방으로 휙휙 훑어보았다. 아주 평범한 동작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두려워 두근거렸다. 보이지 않는 압력이 몸에 감겨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조홍연이 시선을 거두자 그 부담은 서서히 사라졌다.그녀는 측근 여장군 두 명에게 다가가 담담하게 물었다.“내가 너희들더러 찾으라고 한 사람은 찾았느냐?”두 명의 여장군, 한 명은 공요, 다른 한 명은 유란이다.“저희는 서울 전체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샅샅이 뒤졌지만, 다 전쟁 여제께서 찾으시는 분이 아니었습니다. 저흰 그분이 여기 없다고 의심해요.”여장군인 공요가 고개를 숙였다.“말도 안 돼.”조홍연은 한마디로 부정했다.“조무진이 감히 나를 속일 리 없다. 그 사람은 분명히 여기에 있을 거야, 아마 이름을 바꿨을지도 몰라. 계속 찾아라!”“네!”공요는 곧장 대답하고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난 한동안 이곳에 정착할 예정이니 숙소를 마련해 줘.”조홍연이 명령했다.“전쟁 여제님, 제가 이미 준비를 마쳤습니다. 판용산장에 있어요.”여장군인 유란이 대답했다.“길을 안내해 줘.”조홍연이 명쾌하게 말했다.“네!”유란은 고개를 끄덕이고 직접 차를 몰고 조홍연을 태우고 떠나 그 자리엔
“에취!”그 시각 다른 한쪽.가까스로 빠져나온 유진우는 염룡 무관으로 돌아오자마자 영문도 모른 채 재채기를 했다.‘누가 내 욕 했나?’“아저씨!”그때 유진우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유진우가 고개를 들어보니 황은아가 의자에서 일어나 그를 향해 계속 손을 흔들고 있었다. 보아하니 한참을 기다린 듯했다.“미안해, 방금 일이 좀 있어서 늦었어.”유진우가 미소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괜찮아요, 저도 방금 도착했어요.”황은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아 맞다, 네 아버지는?”유진우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황백이 보이지 않았다.“아빠가 급한 일이 생겨서 당분간 못 오세요. 그래서 저보고 혼자 가라고 하셨어요. 아, 맞다. 그리고 이 편지를 아저씨에게 전해주라고 하셨어요.”황은아는 말하며 봉투 한 장을 꺼내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봉투를 열었을 때 안에서 두 가지 물건이 쏟아져 나왔다.하나는 편지였고, 다른 하나는 ‘뢰' 자가 새겨진 옥 펜던트였다.편지를 다 읽은 후, 유진우는 거의 확신했다. 당분간 황백은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아저씨, 우리 아빠가 편지에 뭐라고 썼어요?”황은아는 좀 궁금했다.“네 아버지께서 먼 길을 가신다고 하셨어. 길게는 반년, 짧게는 한 달이니 네가 나를 따라 무술을 잘 연습하라고 하셨어.”유진우는 말을 하다 말머리를 돌렸다.“그리고 만약 우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이 옥 펜던트를 가지고 송만규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했어. 그 사람은 네 아버지와 친분이 있대.”“송만규요? 그건 또 누구시죠? 대단한 사람인가요?”황은아는 머리를 긁적였다.“송만규는 강남의 5대 마스터 중 한 명이야. 어때? 대단하지 않아?”유진우가 싱긋 웃었다.“5대 마스터요? 그럼 확실히 대단하네요!”황은아의 눈이 반짝였다.“이건 아저씨가 너에게 남긴 부적이니 잘 보관하고 있어. 절대 잃어버리면 안 돼.”유진우가 옥 펜던트를 건넸다.무도 마스터의 증표, 그건 돈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아저씨, 이 옥 펜던트는 우리
유진우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천년 청련은 그가 꿈꿔왔던 물건이다. 그걸 손에 넣기만 하면 구전수명단을 만드는 데 칠색 영지만 필요했다.“진우 씨, 좋긴 하지만 이 천년 청련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손기태는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얼마가 되든 전 이 일품 영약을 사겠습니다.”유진우는 단호했다.“진우 씨, 돈 문제가 아닙니다, 약신궁에서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게 돈이에요.”손기태는 고개를 저었다.“돈이 필요 없다면 뭘 원하는 거죠?”유진우는 좀 의아했다.“약신궁은 희귀한 보물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해요. 희귀하면 희귀할수록 좋죠. 약을 구하든 병을 고치든 그 사람들이 내건 조건은 모두 이러해요.”손기태가 설명했다.“단시간에 제가 어디 가서 희귀한 보물을 구하죠?”유진우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돈으로 해결하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인데 하필이면 약신궁에서 돈을 받지 않으니 곤란했다.“진우 씨, 제가 당신을 위해 몇 가지 보물을 준비했어요. 다만 약신왕의 눈에 찰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손기태는 좀 불확실했다.“뭐가 됐든 한번 해봐야죠. 회장님, 저와 함께 가 주세요.”유진우가 러브콜을 보냈다.“영광입니다.”손기태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세 사람은 집을 나선 뒤 차를 몰고 곧장 약신궁으로 향했다.약신궁은 말 그대로 산맥이 겹겹이 쌓인 거대한 협곡이다.협곡은 세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지세가 험하고 출입구가 하나뿐이며 큰 강이 앞에 있어 약신궁에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두 시간 동안 운전한 후, 유진우 세 사람은 마침내 약신궁에 도착했다.그러나 세 사람이 입구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멀지 않은 앞쪽이 새까맣게 뒤덮였는데 전부 이름을 듣고 온 사람들이었다.그 긴 줄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회장님, 약신궁이 평소에도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유진우는 좀 놀랐다.“평소엔 약을 구해서 병을 고치려는 사람이 많지만 이렇게까지 붐빌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은 좀 희한하네요.”손기태
성공적으로 지원한 후, 유진우 세 사람은 배를 타고 약신궁으로 들어갔다.배가 지나는 곳은 모두 푸른 산과 푸른 물, 푸른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풍경이 매우 아름다웠다.십 리쯤 되는 수로를 지나 세 사람은 드디어 물에서 육지로 올라왔다.눈에 들어오는 곳은 황궁과 같은 거대한 건물이었다. 그 건물은 기세가 드높고 웅장했다.사람들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다가 마침내 으리으리한 대전에 들어섰다.지금 대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약신왕을 스승으로 모시기 위해 약신궁에 가입했다.약신궁은 서울에서 범속을 벗어난 존재이다.5대 가문과 탑쓰리라고 해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다시 말해, 일단 약신궁에 가입하면 그것은 단번에 출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하지만 약신궁은 제자를 받는 것에 있어 매우 까다로웠다.1년에 한 번, 매번 10명만 받는다.유진우가 대전의 장식을 감상하고 있을 때 문 앞에서 갑자기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뒤를 돌아보니 젊은 남녀 몇 명이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맨 앞에 선 사람은 흰 옷을 입고 피부가 눈처럼 아름다운 여자였다.그 옆에는 와이셔츠를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나머지 몇 명은 모두 부하의 역할을 하며 뒤를 따라 위세를 떨쳤다.“어... 저분은 강씨 집안 아가씨 강초설 아닌가요? 저분도 여기에 올 줄이야.”“소문을 듣기로는 강초설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의술 천재래요. 열여덟 살 되던 해에 이미 중주의 명의와 실력을 겨룰 수 있었대요.”“강초설뿐 아니라 곁에 있는 저 남자도 엄청나요. 최 명의의 제자 유청이에요. 유청은 젊은 나이에 벌써 의술이 최고에 달했어요.”강초설과 유청이 나타나자 대전 안이 삽시에 술렁거렸다.한 명은 의술 천재이자 돈 많은 집안의 아가씨이고, 다른 한 명은 유명한 스승을 둔 훌륭한 제자이자 의술이 뛰어난 사람이다.이 두 사람은 어디를 가든 모두한테 주목받는 존재였다.“흥, 모두 재능이 없으면서 머릿수만 채우는 사람들이군. 하나도 도전적이지 않네.”유청은 주
“네가 누구든 나와 무슨 상관인데?”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무엄하다! 난 신의문의 수장이신 최 명의님께서 몸소 가르친 제자다. 나에게 무례한 건 신의문을 도발하는 것과 같아. 내 한마디면 널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유청이 사나운 기세로 협박했다.이곳에 나타난 사람이라면 대부분 의약계와 연관 있는 사람들이다. 신의문의 세력이 전국 이곳저곳에 분포되어 있어 의약계의 세력들도 신의문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하여 유진우 같은 작은 인물을 처리하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아이고, 무서워라. 그럼 어디 한번 죽여봐.”유진우가 대충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의 무덤덤하고 안하무인인 모습에 유청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 너... 빌어먹을 자식! 딱 기다려!”“말 다 했어? 다했으면 꺼져.”유진우는 짜증 섞인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마치 파리를 내쫓듯 했다.“너!”참다못한 유청이 이를 꽉 깨물고 손을 쓰려던 그때 옆에 있던 강초설이 말렸다.“선배, 저런 보잘것없는 사람이랑 상종하지 말아요. 우리 같은 신분은 평생 넘볼 수도 없으니까 큰소리만 치는 거예요.”“맞아요! 무능한 놈들만 저렇게 시건방을 떨죠.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은 다 숨기고 있다고요.”뒤에 있던 몇몇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네 이놈 말하는 태도는 아주 허세가 넘치는구나. 그렇다면 나와 한판 붙는 건 어때?”유청의 낯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말로 안 되면 실력으로 상대를 누르는 수밖에.“관심 없어.”유진우가 단칼에 거절했다.“하하... 관심이 없는 거야? 재간이 없는 거야? 아니면 혹시 겁에 질린 건가?”유청은 마치 상대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싸늘하게 웃었다.“흥,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그냥 겁쟁이잖아.”강초설이 대놓고 비웃었다.“저런 놈은 그저 입만 살았을 뿐이야. 말싸움은 져본 적이 없겠지만 주먹질을 하면 누구보다도 먼저 깨갱거릴걸?”“잡종은 역시 잡종이야. 아무리 말을 번지르르하게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아.”몇몇 젊은 남녀들은 마치 하찮은 인
“다들 조용히 하세요!”뭇사람들이 한창 수군거리던 그때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곧이어 약신궁의 임원들이 대전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맨 앞에 선 사람이 바로 약신궁의 수장이자 약신왕이라 불리는 조안태였다. 그의 뒤로 약신궁의 장로 몇 명과 집사들이 따라왔다.“저분이 바로 약신왕이야? 역시 품격도 비범하고 남다르다니까.”“오늘 만약 제자로 뽑힌다면 약신왕이 몸소 가르치는 제자가 될 수 있어. 그러면 앞날이 정말 창창해져.”조안태가 나타나자 사람들의 표정이 엄숙해졌고 저마다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약신왕은 강남의 3대 명의의 리더다. 의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제자도 곳곳에 깔려있다. 누구든지 약신왕을 보면 깍듯하게 예의를 차려야 했다. 그런 약신왕의 제자가 된다면 무조건 벼락출세할 수 있다.“오늘 재미나는 녀석이 몇몇 왔네.”주변을 둘러보던 조안태의 시선이 유청과 강초설에게 머물렀다.신의문은 세간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의약계에서도 높은 자리에 있으며 세력이 약신궁과 엇비슷했다.그리고 유청과 강초설은 신의문에서도 천재급의 인물이었다. 조안태는 이런 젊은 인재들에게 관심이 많았다.“인제 시작하지.”조안태는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몇 명의 약신궁 장로들은 그의 양옆에 자리를 잡았다.“지금부터 심사를 시작하겠습니다.”검은 옷차림의 한 집사가 나서서 무뚝뚝하게 말했다.“심사 내용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약물을 구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단약을 제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첫 번째 심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집사가 손을 흔들자 약신궁의 제자 십여 명이 우르르 나타났다. 그들은 손에 저마다 크고 작은 박달나무 상자를 들고 있었는데 상자 안에는 형형색색의 약병이 들어있었다.“이 병 안에 담겨있는 건 전부 푹 끓인 탕약입니다. 심사 내용은 이 탕약을 맛본 후 약물의 성분을 구분하여 답안지에 적으면 됩니다. 한 번 틀리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