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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동영상을 보여주면 상대를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손미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휴대 전화를 냅다 바닥에 던지더니 발로 쾅 밟아 깨뜨려버렸다.

“이젠 증거가 없네?”

손미란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 광경에 사람들의 낯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건 또 무슨 경우지? 일부러 감싸주는 것도 모자라 증거 인멸까지 한다고? 이래도 되는 거야?’

“큰할머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다들 봤잖아. 뭐 불만 있어?”

손미란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계속 이러시면 큰할아버지께 이르는 수밖에 없어요.”

이청아의 표정도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족장님으로 날 누르겠다? 너에게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

손미란이 피식 웃었다.

“왜 없어요? 내 딸은 족장님이 직접 선택한 후계자예요. 그리고 곧 새로운 족장 자리에 앉을 거라고요. 그때가 되면 당신들 모두 고개를 숙이고 굽신거려야 할 겁니다.”

장경화는 배짱이 점점 두둑해지면서 목소리도 높아졌다.

“후계자? 새로운 족장? 누가 그래?”

손미란은 마치 바보를 쳐다보듯 했다.

“족장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입니다. 못 믿겠으면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장경화가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전화?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

손미란이 덤덤하게 말했다.

“어젯밤에 족장님이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바람에 지금 의식불명이셔.”

“네? 의식불명이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어젯밤에도 멀쩡하셨는데 왜 갑자기 의식불명이 됐어요?”

이청아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어젯밤에 이세훈이 전화 왔을 때만 해도 잘도 웃고 목소리에 힘도 넘치면서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았는데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쓰러졌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족장님의 연세가 많은 데다가 과로한 탓에 한 번 쓰러지니까 일어나지 못하시는 거야. 지금 가문의 크고 작은 일은 전부 다 내가 관리하고 있어. 또 다른 의견 있어?”

손미란이 싸늘하게 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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