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하도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었기에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한 건 당연했다.“별 얘기 안 했어요. 아저씨가 저더러 은아를 잘 챙겨달라고 하더라고요.”유진우가 대답했다.“고작 그 얘기밖에 안 했다고?”조군해는 별로 믿지 않는 눈치였다.“안 그러면요?”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 한 사람의 안위가 달린 문제이기에 황은아가 성녀의 딸이라는 사실을 쉽게 발설해서는 안 되었다.“됐어요. 다른 일은 잠시 제쳐두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블랙지존을 잡는 거예요. 블랙지존이 살아있는 한 조씨 가문은 편히 지내지 못해요.”조군수가 화제를 돌렸다.“둘째가 애들 데리고 쫓아가긴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조군해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블랙지존이 중상을 입긴 했지만 무도 마스터라 상대를 제압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족장님...”그때 조씨 가문 집사가 갑자기 회의실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왔는데 손에는 네모난 선물 박스를 들고 있었다.“무슨 일이야?”조군수가 고개를 돌렸다.“방금 어떤 사람이 선물을 보내왔는데 유진우 씨에게 드리라고 했습니다.”집사가 말했다.“저요?”유진우가 의아해했다.“뭔데요?”“그건 저도 몰라요. 그냥 깜짝 선물이라고만 했어요.”집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깜짝 선물? 뭔지 열어봐야겠어요.”유진우는 웃으며 선물 박스를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사람들의 낯빛이 급변했다. 선물 박스에 담겨 있는 건 다름 아닌 피로 흥건한 사람 머리였는데 바로 블랙지존이었다....그 시각 선우 저택.선우희재가 홀로 서재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데 구석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곧이어 물방울 가면을 쓴 한 여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무슨 일이야?”선우희재는 고개를 들지 않았고 시선은 여전히 바둑판에 향해 있었다.“주인님,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블랙지존이 죽었답니다. 그리고 조씨 가문의 보물 지도도 손에 넣지 못했고요.”가면을 쓴 여자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를 올렸다.“뭐?”선우희재가 눈살
이씨 그룹 회장 사무실.커다란 통유리 앞에서 흩날리는 눈꽃을 내다보고 있는 이청아의 눈빛이 어딘가 허전해 보였다.오늘 밤 수많은 집의 등불이 환하게 밝아있지만 그녀는 쓸쓸하게 혼자 사무실에 있었다.어제 어머니는 남동생의 유골과 함께 돌아갔고 그녀는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서울에 남았다. 한편으로는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가족들에게 이현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직 정리하지 못했다.어쨌거나 진범이 잡히기 전까지 유진우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다.따르릉...한창 정신이 딴 데 팔린 그때 전화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이청아가 휴대 전화를 꺼내 확인해 보니 이씨 가문의 족장 이세훈의 전화였다.“여보세요? 큰할아버지, 무슨 일로 전화주셨어요?”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청아야, 너 올해 집에 가지 않고 계속 회사에 남아서 야근하고 있다고 네 할아버지가 그러던데?”이세훈이 걱정스럽게 물었다.“회사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여기 남는 게 더 편해서요.”이청아가 웃으며 말했다.“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적당히 쉬어가면서 해. 안 그러면 몸이 망가져.”“명심할게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아 참, 너와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어서 전화했어.”“말씀하세요, 큰할아버지.”“나도 이젠 나이가 들어서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워. 그래서 말인데, 그만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씨 가문의 족장 자리를 너에게 맡기려고 해.”이세훈이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네? 저더러 족장 직을 맡으라고요?”화들짝 놀란 이청아는 거절하기에 바빴다.“큰할아버지, 그건 절대 안 돼요. 어린 제가 어찌 족장 자리에 앉을 수 있겠어요?”“너의 능력과 재능을 난 다 지켜봤어. 족장이 되어서 이씨 가문을 통제할 자격이 충분히 있어.”이세훈이 진지하게 말했다.“전 조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 많은 사람들의 신망을 얻는 건 어려워요. 그리고 훌륭한 자제들도 많은데 아무리 줄을 서도 제 차례는 안
“하하... 약속했으니 됐어.”이세훈은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었다.“내일 아침에 가족회의를 열어서 네가 이씨 가문의 새로운 족장이라고 발표할 거야.”전화를 끊은 후에도 이청아는 어안이 벙벙하기만 했다.기쁜 일이 너무도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이청아는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이씨 가문의 족장이 되었고 지위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그녀가 뛰어난 능력을 지닌 건 사실이지만 아직 가문 전체를 관리할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일어설 기회인 건 분명했다. 기회가 생겼으니 당연히 놓쳐선 안 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한번 해봐야지....이튿날 이른 아침, 펑펑 내리던 함박눈이 멈췄고 드디어 새해가 밝았다.유진우가 염룡파에 돌아오자마자 홍길수가 흥분한 얼굴로 맞이했다.“보스, 기쁜 일이 있어요.”“뭔데? 와이프가 애를 낳았어?”유진우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그것보다 더 기쁜 일이에요.”“혹시 쌍둥이야?”“보스, 상상의 나래를 좀 펼치면 안 돼요?”“상상의 나래? 음... 알겠다. 네 와이프 배 속의 아이가 네 아이가 아니구나?”“참 나...”홍길수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점점 더 막장이 되어가는데?”“보스, 그냥 알려줄게요. 이현을 죽인 진범을 드디어 찾았어요.”홍길수는 더는 뜸 들이지 않았다. 더 끌었다간 와이프가 다른 남자와 바람이라도 난 줄 알겠다.“진범? 어디 있어?”유진우의 눈빛이 굳어지더니 바로 진지해졌다.“제가 심하게 쥐어팬 바람에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하지만 배후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이미 자백했어요.”홍길수가 말했다.“누군데?”유진우가 캐물었다.“이씨 그룹의 부회장 박호철이었어요.”홍길수가 진지하게 대답했다.“박호철?”참으로 의외의 인물이었다.“그 사람이라고?”“진범의 진술에 따르면 박호철은 이청아 회장님을 끌어내리려 했지만 보스가 두려워서 직접 나서진 못하고 이간질 작전을 쓴 것 같아요. 보스와 청아 회
화려한 불빛이 반짝이는 어느 한 클럽의 VIP 룸.사장인 박호철은 안경을 쓴 한 민머리 남자를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예쁘장한 아가씨들이 교태를 부리면서 아양을 떨고 있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대접은 없을 것이다.“강 집사님, 이렇게 친히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건 저의 마음이니 부디 받아주세요.”박호철은 수표 한 장을 꺼내 민머리 남자의 테이블 앞에 내려놓았다. 민머리 강 집사는 수표를 힐끗 보고는 더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하여 옆에 있는 아가씨와 러브샷 하며 즐겼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선물을 드린다는 걸 깜빡했네요.”그의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박호철은 옆에서 선물 박스를 꺼내 두 손으로 그에게 건넸다. 박스를 열어보니 금으로 만든 소가 놓여있었는데 딱 봐도 몇 킬로그램은 돼 보였다. 적어도 이삼억은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하하... 부회장, 뭘 이런 것까지 준비했어? 우리 사이에 이런 귀한 선물까지 준비할 필요가 있나?”금을 보자마자 강 집사의 안색이 환해졌고 골든 소와 수표를 자연스럽게 받았다.“강 집사님께서 저 먼 중주에서부터 힘들게 오셨는데 이 정도 선물은 당연히 드려야죠.”박호철은 웃는 낯으로 대했지만 속으로는 욕설을 퍼부었다.‘여우 같은 영감탱이, 욕심이 점점 더 과해진다니까.’하지만 부탁해야 하는 처지에서는 손해를 보고도 뭐라고 하소연할 수가 없었다.“강 집사님, 이번에 오시면서 그것도 가져오셨죠?”박호철이 떠보듯 물었다.“걱정하지 마. 한두 번도 아니고 당연히 잊지 않았지.”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자색 약병을 꺼내 박호철에게 건넸다. 박호철의 두 눈이 번쩍 뜨이면서 손을 내밀어 받으려는데 강 집사가 뒤로 빼며 귀띔했다.“부회장, 이거 엄청 귀한 거야. 일 년에 이 한 병밖에 없다고. 그 집 할머니가 이 영약으로 목숨을 부지한댔지?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 돼. 내 말 명심해.”“네네, 이 약을 제 목숨보다도 중히 여기는걸요?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게요.”박호철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허! 개 같은 자식.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전혀 뉘우칠 생각이 없구나?”홍길수가 노발대발하며 손을 쓰려던 그때 유진우가 말렸다.“이 일이 이씨 가문과 연관이 있단 말이야?”“왜? 인제야 두려워?”박호철이 코웃음을 쳤다.“인제라도 두려워하면 됐어. 날 건드리는 건 이씨 가문을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지금 당장 꺼져!”“한 번만 기회를 줄게. 자초지종을 전부 설명하고 죄를 인정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유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개소리 집어치워!”박호철이 두 눈을 부릅떴다.“당신이 염룡파 보스라고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이씨 가문 앞에서 그깟 조직이 무슨 대수야? 당신들을 없애는 건 일도 아니야.”“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입을 열지 않을 생각이구나? 여봐라, 일단 저놈의 한쪽 손부터 잘라.”유진우는 더는 그와 쓸데없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알겠습니다.”홍길수가 섬뜩한 웃음을 짓더니 두 부하에게 박호철을 테이블에 눌러놓으라고 명령했다.“잠깐!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이씨 가문에서 당신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당황한 박호철이 미친 듯이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계속 큰소리 쳐봐. 네가 언제까지 큰소리치는지 두고 볼 테니까.”홍길수는 칼을 들자마자 박호철의 손목을 가차 없이 잘라버렸다.“으악!”시뻘건 피가 사방에 튀었고 처참한 비명이 룸 전체를 가득 채웠다.“당... 당신들...”박호철이 고통스럽게 울부짖었고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유진우가 진짜로 손을 쓸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씨 가문의 복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아직도 말 안 해? 나머지 한쪽도 잘라버려.”유진우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네!”홍길수는 두말없이 칼을 들고 자르려 했다.“강 집사님, 저 좀 살려주세요.”겁에 질린 박호철이 소리를 질렀다.“멈춰!”그때 옆에서 줄곧 방관하던 강 집사가 드디어 일어났다.“넌 또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야? 경고하는데 쓸데없이 오지랖 부리지 마.”홍길
“너무 시끄럽네.”유진우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강 집사를 발로 걷어찼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거친 동작이었다.“뭐야?”그 모습에 홍길수 일행은 넋이 나갔다. 박호철도 고통을 잊어버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유진우가 이토록 잔인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시끄러워서 거슬린다고 바로 손을 썼다. 상대는 아무나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강씨 가문의 집사이자 중주의 거물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상대의 생사를 결정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강 집사가 강씨 가문의 체면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강 집사를 때렸다는 건 강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마찬가지다.이 자식 대체 무슨 배짱으로 그런 걸까? 죽으려고 환장했나?“너... 너... 감히 강 집사님을 다치게 했어? 자신이 죽을죄를 지었다는 걸 알기나 해?”놀라면서도 겁에 질린 박호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강씨 가문의 개일 뿐인데 죽을죄는 무슨.”유진우가 시선을 옮기고 냉랭하게 말했다.“문제는 너야.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곧 큰 화를 입게 될 거야.”유진우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친 순간 박호철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엄청난 공포감이 그를 덮쳤다.박호철도 이젠 드디어 겁을 먹기 시작했다. 강 집사마저 서슴없이 때리는 이 녀석은 분명 미친 게 틀림없다.“말 안 해? 그럼 손발을 전부 다 잘라버려.”유진우가 다시 한번 명을 내렸다.“네.”홍길수가 섬뜩하게 웃으며 칼을 들고 자르려 했다.“잠깐! 말할게...”혼비백산한 박호철이 바로 깨갱거렸다.쾅!칼로 내리치자 그의 나머지 한쪽 손이 결국 잘려 나가고 말았다.순간 멍해진 박호철이 고개를 들자 복수해서 고소해하는 홍길수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너 이 X자식!”박호철이 뭐라 얘기하려던 그때 엄청난 고통이 밀려오더니 눈앞에 캄캄해지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죽지 않게 대충 싸매서 이씨 그룹으로 데려가.”유진우가 명을 내렸다.“알겠습니다.”두 부하는 재빨리 박호철을 끌고 가면서 잘린 두 손도 챙기
이청아는 커피를 마시면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그런데 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장경화와 단소홍이 허둥지둥 들어왔는데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엄마, 강능으로 돌아간 거 아니었어요? 어떻게 벌써 왔어요?”이청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딸, 너 솔직하게 얘기해. 이씨 가문의 족장이 되었다는 게 사실이야?”장경화가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이청아가 화들짝 놀랐다.“하하... 역시 사실이었구나.”장경화는 싱글벙글 웃으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어제 네 할아버지가 네가 곧 이씨 가문의 족장이 될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 그때까지는 믿지 않았는데. 우리 딸이 이렇게나 대단할 줄은 정말 몰랐어. 너무 잘됐어.”“언니, 출세한 걸 축하해요. 앞으로는 언니가 이 재벌가의 주인이네요.”단소홍이 알랑거리며 말했다.예전에는 이청아를 질투했고 불만도 많았지만 이젠 잘 보이는 수밖에 없다.강북의 이씨 가문은 백 년 역사를 지닌 명문가이고 권세가 하늘을 찌른다. 지금의 이청아는 벼락출세하여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게 되었다.“아직 재벌가의 주인은 아니야. 배우는 단계라서 이씨 가문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먼 길을 더 가야 해.”이청아는 정신을 가다듬었다.이씨 가문 족장이라는 타이틀이 듣기에는 엄청난 것 같지만 현재의 그녀에게는 그저 빈 이름뿐이었다. 성공적으로 그 자리에 앉으려면 이세훈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다.“딸, 그만 겸손해도 돼. 족장님이 널 후계자로 선택한 것만으로도 네 능력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어. 이씨 가문이 언젠가는 네 것이 될 거야.”장경화는 몹시 뿌듯해했다. 자신이 정성 들여 키운 덕에 딸이 훌륭하게 자랐다는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맞아요, 맞아요. 우린 앞으로 언니와 함께 행복을 누릴 일만 남았어요.”단소홍이 웃으며 말했다.한 사람이 출세하면 주변 사람도 그 빛을 톡톡히 보게 된다. 이청아가 족장이 된다면 그녀 가족들도 따라서 덕을 보게 될 것이다.“청아 씨, 며칠 못 본 사이에 족장이 됐구나. 축하해.”그
“응?”박호철의 황당무계한 거짓말에 유진우의 안색이 굳어지면서 살기가 스쳤다.‘이런 상황에서도 나에게 죄를 덮어씌워? 정말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X발, 어디서 함부로 지껄여? 죽여버릴 거야!”놀라움도 잠시 홍길수가 노발대발하며 칼을 뽑아 들더니 박호철을 죽이려 했다.“회장님, 살려주세요.”박호철은 기겁하며 재빨리 뒤로 숨었다.“잠깐만요.”이청아가 두 걸음 앞으로 나서서 홍길수를 말렸다.“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손을 써서는 안 돼요.”“회장님, 저 자식이 방금 한 말 전부 거짓말이에요. 혼쭐을 내야 정신을 차린다니까요.”홍길수가 살기등등하게 말했다.오는 길에서는 무조건 솔직하게 얘기하고 죄를 인정하겠다고 하더니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말을 바꾸는 건 물론이고 되레 죄를 뒤집어씌우기까지 했다. 정말 괘씸하기 짝이 없는 놈이다.“흥. 아주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했구나?”그때 단소홍이 불쑥 한마디 했다.“부회장님이 희생양이 되기 싫어서 진실을 얘기하니까 화를 내는 거야?”“유진우, 세력을 믿고 남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죄를 뒤집어씌우기까지 해? 내 아들을 죽이더니 이젠 내 딸까지 속이려고?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장경화가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그래! 넌 인간도 아니야!”박호철은 뒤에 숨어서 한마디 거들었다. 오늘 사람을 죽였다는 걸 인정하게 되면 반드시 죽을 거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럴 바엔 이청아 일행의 동정심을 이용하여 유진우를 제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길수야, 잠깐 물러나 있어.”유진우가 손을 뒤로 흔들었다.“네.”홍길수는 이를 꽉 깨물고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살벌한 눈빛으로 박호철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박호철, 내 앞에서 잔머리를 굴린다고 해서 살 수 있을 것 같아?”유진우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회장님, 들으셨죠? 저 자식 지금 절 죽이려 해요. 얼른 사람을 불러서 저 자식을 잡아요.”박호철이 당황해하며 말했다.“진우 씨, 부회장님이 배후에 있는 진범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
진이수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태도에 유진우는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초면이고 아무런 악연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까?’ “진 대장님, 우리가 전에 만난 적 있나요?” 유진우는 가볍게 물으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만난 적 없는데요.” 진이수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진우가 되물었다. “저는 그저 청성 씨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진이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죽음의 사막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서 들어간 사람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강한 실력과 전문적인 지식, 경험이 없다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도 살아남지 못해요. 청성 씨가 저를 고용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청성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죠. 그런데 당신은 전문적인 경호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의 능력이 의심되네요. 사막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청성 씨가 오히려 당신에게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요.” 진이수의 말은 매우 직설적이고 거칠었다. “진 대장님, 청성 씨가 저를 데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단지 길을 안내하는 것뿐이에요. 위험을 피하고 그것만 잘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를 평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제가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진우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한 편이지만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을 받는 일도 적당히 해야죠.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렇게 대충할 수 없어요.” 진이수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이청성을 향했다. “청성 씨, 이 일과 관련된 뛰어난 경호원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더 들겠지만요.” “진 대장님, 그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유진우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가 있기 때문에 제 안전은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이청성은
차량은 일정한 속도로 순조롭게 달렸다. 결국, 그들은 다음 날 오전에 죽음의 사막의 가장자리 지역에 도착했다. 사막의 가장자리에는 크지 않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약 500-600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여관, 주유소, 마트 등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탐험대들에게 이 마을은 중요한 보급소로 위험한 순간에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한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이나 사막을 빠져나오는 이들은 모두 이 마을에 잠시 머물며 정보를 얻고 물자도 보충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막으로 물자를 운반하기 어려운 탓에 마을의 물가가 외부보다 몇 배나 비쌌다는 것이다. 이청성의 차량 행렬은 마을에 들어가 ‘희망의 집’이라는 이름의 여관 앞에 멈췄다. 이 여관은 원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방이 아주 많아 100명 넘게 수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청성 씨,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멈추고 한 명의 용병 옷을 입은 남자가 이청성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 그 남자는 30대 중반의 키 큰 남자였고 황색 군복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강한 인상의 얼굴을 지닌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느낌을 주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진이수, 탐험대의 대장이며 죽음의 사막에 두 번 들어가 성공적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청성은 그에게 큰돈을 주고 가이드를 맡겼다. 이번 탐험도 그가 이끌게 되었다. “진 대장님, 이곳이 바로 사막의 마을인가요?” 이청성은 차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낮고 허름해 보였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오랜 세월 닳고 닳아 마을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거칠게 보였다. 하지만 ‘희망의 집’이라는 여관은 예외였다.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자주 청소하는 듯했다. “맞습니다. 반경 100리 내에 이 마을 하나뿐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가까워서 ‘사막의 마을’이라 불리죠.” 진이수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이
왕부에 돌아온 유진우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유만수의 서재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유천우의 침실에 놓았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사실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였다. 유진우는 감정적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떠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때가 있었다. 황혼이 내려앉을 무렵, 유진우는 이청성의 차에 몸을 싣고 서남의 사막으로 향했다. 서남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은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린다. 이 사막은 환경이 극도로 험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잘못 들어가면 거의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론 죽음의 사막은 위험하지만 그 안에는 보물도 숨겨져 있고 금광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탐험대가 생명을 걸고 사막에 들어가 운을 시험하려 한다. 운이 좋으면 보물을 발견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고 만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매년 수백 명이 보물을 찾아 사막에 들어가다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죽음의 사막에는 끝없이 많은 탐험대가 몰려든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막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청성은 당연히 죽음의 사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신비로운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죽음의 사막에서 탐험했던 경험이 있는 전문 탐험대에게 큰돈을 지급해 길잡이를 맡겼다. 자신의 호위대와 합쳐 총 100명 이상의 인원과 30대가 넘는 차량이 함께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은 물자를 실은 차량이었다. 음식, 물, 나침반, 통신 장비, 응급처치 키트, 자외선 차단복, 구조 도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청성은 부족함 없이 모든 물품을 준비했다. 밤이 깊어졌다. 차량 행렬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유진우는 자리에 기대어 창밖으로 달빛을 바라보며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