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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눈이 점점 더 펑펑 쏟아졌고 밤도 깊어져 갔다.

그 시각 조씨 가문 회의실.

조군수 일행은 문 앞에 공손하게 서서 기다리면서 가끔 회의실 안의 상황을 힐끔거렸다.

회의실에서 황동해와 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30분 전 황동해는 다른 사람을 물리고 유진우만 남겼는데 지금까지 안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진우 씨, 일의 자초지종은 대충 이러합니다. 제가 이름을 숨기고 살았던 건 은아가 다치지 않게 원수를 피하기 위해서예요.”

황동해는 마치 속마음을 나누듯 오랫동안 꾹꾹 참아왔던 말을 전부 다 털어놓았다.

“은아의 어머니가 주술교의 성녀님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유진우도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

주술교는 천하제일의 사파이다. 고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강자도 수없이 배출했다. 주술교에서 성녀는 만인이 우러러보는 존재다.

유진우는 예전부터 황은아의 몸속에 왜 보호 봉인이 있는지 의문이었는데 황은아의 어머니가 주술교 성녀라는 소리를 듣고 나니 모든 의문점이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성녀라는 자리가 듣기에는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기본적인 자유도 없어요. 전 은아가 자기 어머니의 길을 걷는 걸 원치 않아요.”

황동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나저나 이 비밀을 왜 저에게 얘기해주시는 거죠?”

유진우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주술교 성녀라는 신분은 절대 일반적인 신분이 아니기에 웬만한 사람은 알 자격도 없다.

“예전에는 비밀이었지만 이젠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어요.”

황동해가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손을 쓴 그 순간부터 정체가 드러났고 주술교 쪽에서도 곧 움직임이 있을 겁니다.”

곳곳에 주술교의 제자들이 분포되어 있다. 전에 도망갔던 블랙지존도 주술교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계획은 뭡니까?”

유진우가 물었다.

“오랜 시간 도망쳤으니 이젠 마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어떤 일은 언젠가는 마무리 지어야 하잖아요.”

황동해의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역력했다.

“제가 지금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건 은아예요. 무리한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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