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을 뽑아 적과 맞서자!”조군수는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것처럼 크게 외쳤다.죽음을 각오한 듯한 그 표정은 순식간에 조씨 가문의 정열을 불러일으켰다.“시발, 한번 해보자!”“칼을 뽑자!”많은 사람들이 노호하며 잇달아 무기를 뽑았다.쌍방이 이렇게 오랫동안 싸워왔으니 블랙지존도 조씨 가문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어차피 죽을 거 목숨 걸고 싸웠다.어쩌면 아직 한 가닥의 생존이 있을지도 모른다.“흥, 개미만 한 녀석들이 감히 나에게 도전하다니?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군.”블랙지존의 안색이 싸늘해졌다.“조군수, 네가 사리를 구별할 줄 모르니, 오늘은 내가 조씨 가문을 모조리 멸하겠어.” 말이 끝나자 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리더니 아래로 홱 내리쳤다.쾅!땅이 진동하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거대한 손바닥 그림자가 공중에서 우르르 떨어져 마치 큰 산처럼 조씨 가문 사람들을 무겁게 짓눌렀다.모든 사람들은 마치 정신술에 걸린 것처럼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며 움직이지 못했다.마스터의 무서운 위압에 짓눌려 도망갈 수 없었다.이 모습을 보고 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막 손을 쓰려할 때였다.휙 하는 소리와 함께 돌멩이 하나가 무리 속에서 발사되더니 머리 위의 손바닥 그림자를 관통했다.펑!손바닥 그림자는 소리와 함께 터져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사람들은 다시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누가 숨어있는 거지?”블랙지존의 얼굴빛이 어두워지고 날카로운 눈빛이 사람들 사이를 훑어보기 시작했다.비록 겨우 3분의 1도 안 되는 힘을 썼지만, 일반 무사가 견딜 수 있는 힘이 아니다.“용서할 수 있는 만큼 용서해야지, 왜 굳이 다 죽이려 해?”가벼운 탄식과 함께 황백이 무리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황백?”모두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중요한 순간에 조씨 가문의 오래된 하인이 구해 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안타깝게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무도 마스터 앞에서는 모두가 개미에 불과하다.“넌 누구지? 감히 나를 막다니?”블랙지존의
“이럴 수가?”뭇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여 믿을 수가 없었다.무극문 수장 조운도 블랙지존의 손바닥을 막지 못했는데 여위고 허약하며 위세도 없는 늙은이가 어떻게 이 놀라운 공격을 이겨낼 수 있는 거지?“나, 나 잘못 본 거 아니지? 황백이... 몸으로 막아내다니?”조군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와! 황백이 언제 이렇게 대단해졌지?”조군해는 침을 삼키며 믿을 수 없었다.조군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의 충격을 도무지 감추지 못했다.“조씨 가문에 이런 고수가 있다니?”조운, 조당은 서로 쳐다보며 은근히 놀랐다.블랙지존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도 마스터의 공격을 보통 사람이 막아낼 수 없다.“뭐?”블랙지존이 연신 뒷걸음질 쳤다.방금 그 공격을 그는 8할의 힘을 썼다. 하지만 눈앞의 사람이 몸으로 막아냈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적당히 해, 여기서 그만둬.”황백은 약간 경고하듯 고개를 저었다.“쓸데없는 소리 작작해. 죽어!”블랙지존은 눈빛이 독해지더니 갑자기 빨간 공을 꺼내 홱 던졌다.펑!빨간 공이 허공으로 날아오면서 갑자기 터졌다. 그러자 빨간 불꽃이 그 속에서 터져 나와 갑자기 황백에게 달려들었다.“선배님 조심하세요! 저것은 홍련요화입니다. 만물을 불태울 수 있으니 닿으면 무조건 죽습니다!”조운은 안색이 변하여 얼른 경고했다.홍련요화는 무림세계에서 유명한 살상 무기이다.조금만 묻어도 순식간에 재로 변할 만큼 살상력이 끔찍하다.달려드는 요화를 지켜보던 황백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벌리고 가볍게 불었다.후!강풍이 불자 홍련요화가 순식간에 꺼졌다.“어...”조운이 어리둥절해졌다.금물이라던 홍련요화가 이렇게 쉽게 꺼졌단 말인가? 이게 사람이 맞는가?“그럴 리가 없어.”블랙지존의 안색이 급변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홍련요화는 그의 가장 강력한 비장의 카드이다. 살상력이 세서 무도 마스터라도 막을 수 없다.하지만 상대방이 단숨에 꺼버렸다.정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충분히 때렸지? 이제
“황동해?”이 말이 나오자 장내가 떠들썩했다.황동해는 강남의 5대 마스터 중 한 명이다.노맹주 황보용명과 함께 이름을 날린, 천하를 뒤흔든 전설적인 인물이다.10년 전, 그 한 사람이 서문관을 지키며 자신의 힘으로 국외 다른 3대 마스터 강자를 연패시켰다. 한 사람만이 성을 지켜 외적이 감히 들어오지 못했다.이로써 하루아침 사이에 유명해졌다.그해 황동해는 강남의 최고봉이었고, 그 위세는 한때 비길 데 없었다.전국 팔도에서 다섯 명 중 가장 강한 사람이자 신에 가까운 존재이다. 다만 수년 동안 사라진 황동해가 여기에 나타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평범한 조씨 가문의 하인으로 변했다니.정말 잘도 감추었다.“황백이 마스터 황동해라니? 이럴 수가?”조군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황동해는 조씨 가문의 가장 큰 비장의 카드이고 가족의 생사존망이 걸렸을 때만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아버지가 전에 당부했었다.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유명하고 위세를 떨친 그 전설적인 인물이 뜻밖에도 곁에 숨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떠벌리지 않고 내색하지 않아 일반인과 다를 바 없었다.“어쩐지 황백 아저씨가 대단하더라니, 알고 보니 아저씨가 바로 황동해였구나.”조선미는 충격을 받았다.전에 주봉을 폭파시켰고 지금은 블랙지존을 격파했다. 이 실력은 이미 신분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정말 잘도 숨겼군.”“전설적인 인물답네. 애초의 순수함과 순박함으로 돌아가다니.”“무도 마스터가 나에게 차와 물을 건네주었다니. 이걸로 평생 허풍 불어도 되겠어.”진실을 알게 된 후, 조씨 가문 사람들은 더 이상 침착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하나같이 황백을 바라보는 눈빛이 유난히 경외스러워졌다.지난날 소심하고 작은 일에도 신중하며 하루 종일 웃는 얼굴을 한 늙은 하인이 뜻밖에도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강남에서 가장 뛰어난 5대 마스터 중 한 명일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아빠...”황은아는 놀라서 말을 하지 못했다.아버지가 블랙지존을 물리친
블랙지존은 질주하면서 은근히 기뻐했다.다행히 그가 빨리 도망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서 죽었을 것이다.전설적인 마스터 황동해를 누가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이런 괴물과 맞서면 이길 확률이 희박하다.잠시 겁을 먹은 뒤 그는 뭔가 생각난 듯 이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속으로 은근히 얕잡아 보았다.‘황동해라 한들 어떤가? 전설인물이라 한들 또 어떤가? 결국 난 총명하게 도망쳤으니.’웃음을 짓다가 갑자기 블랙지존의 표정이 굳어졌다. 엄청난 위기감이 엄습해 그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한 줄기 반달 모양의 백망이 빠른 천둥의 기세로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했다.“으악!”블랙지존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그는 즉시 온몸의 힘을 동원하여, 몸 앞에 단단한 방패 하나를 응집시켰다.펑!방패가 막 형성되자마자 백망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났다.블랙지존의 몸은 결국 강력한 힘에 매섭게 맞아 비명을 지르며 곧장 고공에서 떨어져 생사를 알지 못했다.“대단해요!”이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잇달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블랙지존이 도망칠 줄 알았는데 황백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검이 수십 미터 날아가 공격하다니.휙!많은 사람들이 놀라고 있을 때 먼 곳에서 붉은빛이 번쩍였다.중상을 입은 블랙지존이 다시 일어나며 빠른 속도로 밖으로 도망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혈패대법?”황백은 잠시 표정이 굳어지고 자못 놀랐다.혈패대법은 보기 드문 사술이다. 생명력을 태우는 대가로 단기간에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고, 특히 스피드는 거의 극에 달한다.쫓기든 도망치든 모두 매우 효과적이다.물론 이런 사술은 부작용이 크다. 한 번 쓰게 되면 10년의 수명이 단축된다. 특히 중상을 입으면 결과는 더 심각하다.죽지 않더라도 수행은 대폭 낮아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마스터 경지를 돌파할 가능성이 없다.“아쉽네. 죽지 않았다니.”조군수는 가볍게 탄식하며 좀 유감스러워했다.“저 녀석, 운이 강하네.”조군해는 이를 갈며 매우 달
큰 눈이 여전히 펑펑 내리고 있었다.어두운 밤, 거센 비바람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허겁지겁 달아나고 있었다.간격을 두고 상처에서 피가 뚝뚝 떨어져 눈 덮인 땅 위에 장미꽃처럼 붉게 피어났다.“망할 놈의 황동해!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다행히 내게 혈패대법이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야.”블랙지존은 이를 악물고 질주했다.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는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창백한 얼굴에는 아직도 겁을 먹고 있었다.황동해가 마지막으로 공격한 그 강기는 그야말로 극에 달했다.몇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의 호체강기를 격파했을 뿐만 아니라, 옷 속의 자금보갑도 깨뜨려 그의 등에 뼈가 깊게 보이는 상처를 입혔다.사실 자금보갑이 없었다면 방금 그 강기는 충분히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5대 마스터, 과연 무섭군.’다행히 그는 살아남았고 놀라운 소식도 얻었다.콜록콜록...블랙지존은 피를 뱉어내고 중상을 입은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은신처로 달려갔다.10분 뒤, 블랙지존은 뜰의 담을 넘어 은밀한 작은 뜰에 들어갔다.“누구야?”막 땅에 떨어지자마자 어둠 속에서 갑자기 복면을 한 여자 몇 명이 나타났다. 저마다 손에 쇠칼을 들고 살기등등했다.“나야.”블랙지존은 망토를 벗고 정체를 드러냈다.“사부님?”몇 사람이 보자마자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연홍은?”블랙지존이 나직이 물었다.“연홍선배는 홀에서 기다리고 있어요.”한 여자가 답했다.“계속 경계해! 조심해!”한 마디 던지고는 블랙지존은 빠른 걸음으로 홀로 향했다.그 시각, 홀 안.빨간 옷을 입은 설연홍이 물동이에 정신을 집중하여 보고 있었다.물동이 안에서 독한 전갈 한 마리가 지네와 서로 물어뜯으며 공격하고 있었다.그녀는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연홍아!”그때 문이 열리고 온몸이 피로 물든 블랙지존이 비틀거리며 들어왔다.설연홍은 안색이 변하고 급히 다가가 부축했다.“사부님! 왜 이렇게 다치셨어
“카드요? 무슨 카드죠?”설연홍이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주술교라고 알고 있지?”블랙지존이 물었다.“그럼요. 주술교는 천하제일의 사파이고 세력이 아주 막강하잖아요. 중주의 천하회와 역외 검종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이고 이름만 들어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죠.”설연홍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주술교는 아주 미스터리한 종파이다. 제자가 그리 많진 않지만 저마다 주술에 능했고 또한 무도 조예도 깊었다.괴이한 수단으로 소리소문없이 살인을 저지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주술교는 자연스레 천하제일 사파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주술교 소속이었어.”블랙지존이 감탄하며 말했다.“비록 최고의 천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난사람이었고 앞날도 창창했어. 그런데 후에 잘못을 저지른 탓에 아쉽게도 주술교에서 쫓겨났지.”“사부님은 주술교로 다시 돌아가고 싶으세요?”설연홍이 떠보듯 물었다.“돌아가고는 싶지.”블랙지존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같은 사람에게 있어서 주술교는 그야말로 자나 깨나 바라는 성지야. 거기엔 신기한 기술들이 아주 많고 고수도 넘쳐나. 주술교에 들어가서 수련한다면 놀라운 속도로 실력을 향상할 수 있어.”“사부님의 뜻은 이미 방법이 있다는 말씀인가요?”설연홍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역시 넌 참 똑똑하단 말이지.”블랙지존이 씩 웃었다.“주술교로 돌아가는 방법은 황동해와 연관이 있어. 황동해의 아내가 누군지 알아?”“누군데요?”설연홍은 흠칫하며 물었다.“주술교의 성녀 연화정이야.”블랙지존이 또박또박 말했다.“성녀 연화정요?”설연홍의 눈빛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주술교 성녀는 교주의 후계자이자 주술교 내에서 만인이 우러러보는 존재다. 교주는 대부분 시간 두문불출하면서 수련에 임하기에 세속의 잡다한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하여 크고 작은 일은 모두 성녀가 직접 관리한다.“잠깐만요.”그때 설연홍은 문득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말했다.“사부님, 주술교 성녀는 이미
“으악...”블랙지존은 순간 넋을 잃었다.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가슴팍에 꽂힌 비수와 미소 짓고 있는 설연홍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 충격과 경악, 그리고 의문이 가득했다.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비수가 가슴팍에 꽂힌 후에도 블랙지존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왜... 대체 왜?”블랙지존은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직접 그를 죽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중상을 입어서 실력이 대폭 줄어든 데다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오늘이야말로 사부님을 죽일 가장 좋은 기회죠.”설연홍이 웃으며 말했다.“아 참, 칼에 십향연근제를 발랐어요. 지금의 사부님은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는 양일 뿐이에요.”“내가 너에게 못 해준 것도 없는데 왜 날 배신해?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블랙지존이 몸을 부르르 떨었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사부님은 저에게 못 해준 게 없어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잘해주셨죠. 하지만 그래도 죽어야 해요.”설연홍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왜? 대체 왜?”블랙지존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설연홍의 손을 덥석 잡더니 시뻘게진 두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난 널 딸이라 생각하고 키웠어. 그 어떤 제자도 너처럼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거야?”설연홍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냉랭하게 말했다.“왜냐고요? 그럼 그 이유를 말해줄게요. 당신이 우리 부모님을 살해했잖아요.”그 말에 블랙지존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눈빛에 경악이 담겨 있었다.“왜 아무 말이 없어요?”설연홍이 싸늘하게 말했다.“15년 전 섣달그믐날 밤에 당신은 한 무리 사람들을 데리고 설씨 가문에 쳐들어와서는 학살을 벌였어요. 우리 아버지는 당신 손에 죽었고 어머니는 능욕을 당하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죠. 난 내 가족들이 짐승만도 못한 당신들 손에 죽는 걸 직접 봤어요. 그 끔찍한 장면을 난 지금까지 한순간도 잊지 않았고 잊히지도 않아요. 15년 동안 당신을 죽일 기회만을 노리면서 꾹꾹 참아왔어요. 하지만 당신 실력이 뛰어나고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해 넌 고작 6살이었고 게다가 잠들어 있었어.”블랙지존은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내가 자는 척하지 않았더라면 죽였을 거잖아요.”설연홍이 말했다.“너!”블랙지존은 말을 잇지 못했다. 뛰어난 명성을 지닌 그가 여섯 살짜리 꼬마에게 당했을 줄은 정말 몰랐다.“이젠 진실을 다 알았으니 그만 죽어줘야겠어요.”설연홍이 다시 한번 미소를 지어 보였다.“잠깐! 넌 날 죽여선 안 돼.”블랙지존은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네 몸속에 독충이 있다는 거 잊지 마. 내가 죽으면 너도 죽어.”제자를 들일 때마다 그는 제자에게 독충을 먹였다. 하나는 통제하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배신을 막기 위해서였다. 눈앞의 이 상황이 가장 좋은 예다.“독충? 이걸 말하는 거예요?”설연홍은 피식 코웃음을 치더니 투명한 유리병을 꺼냈다. 유리병 안에 빨간 지네 한 마리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너... 이거 어떻게 뺐어?”블랙지존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의 독충은 본체와 연결되어 있어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주술교의 장로가 직접 나서면 모를까...“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어떤 명의님께 부탁하여 독충을 미리 제거했죠. 아직 할 얘기 더 남았어요?”설연홍은 손에 힘을 주어 지네가 담긴 유리병을 깨뜨렸다.“연홍아, 이 사부를 한 번만 살려줘. 그러면 내가 평생 수련했던 모든 걸 너에게 가르쳐줄게.”당황한 블랙지존은 애걸복걸 빌기 시작했다. 지금의 그는 십향연근제의 약효로 진기를 쓸 수 없었고 할 수 있는 거라곤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필요 없어요. 내가 성녀를 찾아서 주술교에 들어가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얻을 수 있어요.”설연홍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연홍아, 지금 날 죽인다고 해도 네 부모님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못해. 오랜 원수를 갚으려다가 새 원수가 생기겠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얼른 칼을 버려. 이 사부를 살려준다면 네 영혼도 구원받을 거야.”블랙지존은 생각나는 말이란 말은 다 내뱉으며 살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