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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으악...”

블랙지존은 순간 넋을 잃었다.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가슴팍에 꽂힌 비수와 미소 짓고 있는 설연홍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 충격과 경악, 그리고 의문이 가득했다.

너무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비수가 가슴팍에 꽂힌 후에도 블랙지존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왜... 대체 왜?”

블랙지존은 이 상황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가장 사랑하는 제자가 직접 그를 죽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중상을 입어서 실력이 대폭 줄어든 데다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오늘이야말로 사부님을 죽일 가장 좋은 기회죠.”

설연홍이 웃으며 말했다.

“아 참, 칼에 십향연근제를 발랐어요. 지금의 사부님은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는 양일 뿐이에요.”

“내가 너에게 못 해준 것도 없는데 왜 날 배신해? 내가 잘못한 거라도 있어?”

블랙지존이 몸을 부르르 떨었고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사부님은 저에게 못 해준 게 없어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잘해주셨죠. 하지만 그래도 죽어야 해요.”

설연홍이 직설적으로 말했다.

“왜? 대체 왜?”

블랙지존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설연홍의 손을 덥석 잡더니 시뻘게진 두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난 널 딸이라 생각하고 키웠어. 그 어떤 제자도 너처럼 대우를 받지 못했는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설연홍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냉랭하게 말했다.

“왜냐고요? 그럼 그 이유를 말해줄게요. 당신이 우리 부모님을 살해했잖아요.”

그 말에 블랙지존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눈빛에 경악이 담겨 있었다.

“왜 아무 말이 없어요?”

설연홍이 싸늘하게 말했다.

“15년 전 섣달그믐날 밤에 당신은 한 무리 사람들을 데리고 설씨 가문에 쳐들어와서는 학살을 벌였어요. 우리 아버지는 당신 손에 죽었고 어머니는 능욕을 당하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죠. 난 내 가족들이 짐승만도 못한 당신들 손에 죽는 걸 직접 봤어요. 그 끔찍한 장면을 난 지금까지 한순간도 잊지 않았고 잊히지도 않아요. 15년 동안 당신을 죽일 기회만을 노리면서 꾹꾹 참아왔어요. 하지만 당신 실력이 뛰어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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