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는 금은보화 같은 것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희귀한 약재는 지금 그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이었다.주정뱅이의 몸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져 어쩌면 올해를 넘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여 반드시 나머지 다섯 가지 영약을 구하여 병을 치료해 줘야 한다.“저 약재 고르는 게 엄청 까다로워요. 삼촌이 모은 약재가 저한테 필요 없을 수도 있어요.”유진우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무슨 약재가 필요하든 내가 다 구해줄 수 있어요!”안도균이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다.“현주과 있어요?”유진우가 물었다.“그건... 없어요.”안도균이 고개를 내저었다.“혈정화는요?”“그것도 없어요.”“그럼 칠색 영지는요?”“진우 씨가 말한 그 약재들 난 들어보지도 못했어요.”안도균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오백 년 인삼과 천년 청련은 들어봤겠죠?”유진우가 실눈을 떴다.“네네, 들어봤어요. 그 두 약재는 내가 알아요!”안도균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약재도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약재이긴 하지만 적어도 들어본 적은 있었다.“그럼 그건 있어요?”유진우가 캐물었다.“천년 청련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오백 년 인삼은 내가 구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며칠 필요해요.”안도균이 대답했다.“알았어요. 그럼 인삼을 구한 후에 다시 오세요.”유진우가 손을 내저었다.“그러지 말아요, 진우 씨. 지금 가슴이 너무 아파서 더는 못 버티겠어요. 제발 나 먼저 살려주면 안 돼요? 며칠 후에 인삼을 꼭 가져다줄게요.”안도균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는 조선미를 쳐다보았다.아직 안도균을 믿을 수 없었기에 치료해 준 후에 입을 싹 닫을 수도 있었다.“선미야, 얘기 좀 잘해줘. 일언이 중천금이라고 내가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라는 거 너도 알잖아!”안도균이 사정하기 시작했다.“도균 삼촌이 어떤 분인지는 잘 알고 있죠. 하지만 고작 인삼으로는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요.”조선미가 난감한 척했다.“그럼 뭐가 더 필요해? 최대
“어때요, 삼촌? 진우 씨 의술, 마음에 드시나요?”조선미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어쨌거나 유진우는 그녀가 좋아하는 남자이니 말이다.“알약 한 알이 이 정도로 신기할 줄은 정말 몰랐어.”안도균의 두 눈이 빛이 날 정도로 반짝였다.“진우 씨, 이 알약 이름이 뭐예요? 몇 알만 더 줄 수 있어요? 높은 가격에 살게요.”“이 약은 우금환이라고 하는데 특별한 비법으로 제조한 약이에요. 하지만 필요한 약재가 너무 귀해서 나한테도 한 알밖에 없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비법을 나한테 팔아도 돼요.”안도균은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의약계 거물인 그는 이 묘약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면 엄청난 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특별한 비법이라고 했잖아요. 절대 못 팔아요.”그런데 유진우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물론 희귀 약재를 하나만 더 구해준다면 우금환을 만드는 비법을 공짜로 알려줄 수도 있고요.”“그게...”안도균이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오백 년 된 인삼을 구하는 것도 무척이나 힘든데 더 희귀한 천년 청련을 어디 가서 구한단 말인가?그리고 현주과, 혈정화, 칠색 영지 등은 들어보지도 못한 것들이라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삼촌, 조급해하지 말아요. 일단 인삼부터 구한 뒤에 다시 얘기해요.”조선미가 배시시 웃으며 배를 어루만졌다.“갑자기 배가 고프네요. 삼촌, 클라우드 레스토랑 가서 식사할까요? 이참에 명의도 바꿔버리고요.”안도균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정말 성질도 급해!’너무 아까웠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미 뱉은 말이니 다시 번복하기엔 너무 체면이 서지 않았다.그들은 간단하게 몇 마디 나눈 후 함께 차를 타고 클라우드 호텔에 도착했다.클라우드 호텔은 명양 호수 옆에 있어 지리적 위치도 아주 좋았다. 그리고 호텔에서 가장 유명한 건 바로 맨 꼭대기 층에 있는 클라우드 레스토랑이었다.높은 데 올라가면 멀리 내
“지금 장난해? 고급 VIP 회원이 되려면 10억을 내야 한다고?”이현이 경악한 얼굴로 말했다.“그러니까 말이야! 그냥 대놓고 뺏지 그래!”장경화도 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다. 조금 전 카드를 냉큼 거두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러면 큰일이 날뻔했다.“이건 저희 대표님께서 내린 규정입니다. 고급 VIP가 비싸다고 생각되시면 일반 VIP로 하셔도 됩니다.”종업원의 표정은 여전히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럼... 일반 VIP는 얼마 충전해야 하는데?”장경화가 떠보듯 물었다.“2억 충전하시면 일반 VIP 회원이 되실 수 있습니다.”종업원이 소개했다.“2억? 그것도 적지 않은데?”장경화가 눈살을 찌푸렸다.“우린 그저 한 끼 식사하러 왔을 뿐이야. 좀 어떻게 해주면 안 될까? 차라리 당신한테 팁을 더 주는 게 낫지.”클라우드 레스토랑의 가격이 이 정도로 비싼 줄 알았더라면 아예 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죄송합니다. 저희는 VIP 손님만 받습니다.”직업 정신이 투철한 종업원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어이!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 당장 매니저 불러. 매니저한테 직접 얘기할 테니까!”장경화가 버럭 화를 냈다.“죄송합니다. 매니저님께서 지금 귀빈 세 분을 모시느라 시간이 없어요.”종업원의 미소가 점점 굳어졌다.“너...”장경화가 불같이 화를 냈다.“엄마, 그만해. 그냥 다른 데로 갈까?”이현이 슬쩍 떠보았다.클라우드 레스토랑이 좋긴 하지만 그들의 형편에 소비하기에는 너무 비쌌다.“여기까지 왔는데 다른 데로 가면 남들이 웃어.”장경화가 두 눈을 부릅떴다.“아주머니, 제가 한번 얘기해 볼까요?”그때 여호준이 미소 지으며 우아하게 골든 카드를 꺼내 종업원에게 건넸다.“전 여기 골든 VIP라서 20퍼센트 할인도 해줘요.”“골든 VIP?”장경화가 화들짝 놀랐다.“그럼 얼마나 충전해야 해?”“얼마 안 돼요. 20억이면 돼요.”여호준이 싱긋 웃었다.“20억?!”장경화 모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장난해? 2
“뭐? 대표님?”미처 반응하지 못한 이현은 그대로 넋을 놓고 말았다.“지금 장난해? 저 자식이 어떻게 대표일 수가 있어?”장경화도 믿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왜 말이 안 돼? 당신들이 뭔데 함부로 사람을 무시해? 당신들처럼 오만방자한 사람은 처음 봤어. 상황 파악도 못 하고 계속 떠들어대?”매니저도 더는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조금 전 그는 룸에서 전 대표 안도균이 클라우드 호텔 전체를 유진우에게 넘기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말... 말도 안 돼. 빈털터리인 거지가 무슨 돈으로 레스토랑을 차려?”이현이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무슨 돈으로 차렸든 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고. 그냥 지금 이 레스토랑은 내 것인 것만 알면 돼. 그러니까 나만 너희들을 내쫓을 수 있어.”유진우의 표정은 한없이 침착했다. 그의 말에 장경화 모자의 안색이 말이 아니게 어두워졌다.원래는 골든 VIP라고 유진우 앞에서 거들먹거리려 했지만 그가 레스토랑의 대표가 됐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정말 이보다 더 창피한 일은 없을 것이다!“대표님, 소란 피운 이 자들을 전부 내쫓을까요?”매니저가 물었다.“됐어요. 식사하러 왔으니 손님이긴 하죠. 그래도 골든 VIP인데 잘 대접하세요. 와인 한 병 서비스로 드리세요, 계산은 제 걸로 하고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네!”매니저가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건방 떨긴. 그래봤자 여자 덕에 높은 자리에 앉았으면서.”“그래! 기생오라비 주제에 잘난 척은!”불만이 가득했던 장경화와 이현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와인은 됐어요. 난 어디 가서 남이 공짜로 주는 건 안 받아요.”그때 여호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잘생긴 얼굴에 우아한 분위기, 거기에 매혹적인 미소까지 장착한 그를 보는 주변 여자들의 마음이 마치 봄바람에 휘날리듯 설렜다.정신이 번쩍 든 장경화가 바로 자랑질했다.“유진우, 호준이는 유학을 마치고 방금 돌아왔어. 명문가 출신인 데다가 능력까지 뛰어나서 너보다 백 배는 나아!”“그래!
그 시각 클라우드 레스토랑 창가 쪽 테이블.장경화 모자는 아직도 구시렁거렸다.“유진우 그 쓸모없는 놈이 대표가 되다니. 정말 말도 안 돼!”이현은 분노가 도무지 가라앉지 않았다.“흥! 기생오라비일 뿐이야! 조선미 씨가 없었더라면 오늘 같은 부를 누릴 수가 있었겠어?”장경화가 입을 삐죽거렸다.“맞아! 조선미 씨가 유진우한테 싫증 나면 바로 가차 없이 차버릴 거야. 그때 가서도 시건방을 떠는지 볼 거야.”이현의 질투가 폭발했다.“여자한테 빌붙어서 사는 남자는 발전성이 없어. 호준이처럼 재능이 뛰어난 청년이야말로 진정한 인재지!”장경화는 유진우를 짓밟으면서 여호준을 추어올렸다.“호준이 형 그때 유학만 가지 않았어도 내 매형이 됐을 텐데. 너무 아쉬워요.”이현이 고개를 내저었다.“그러게나 말이야. 네가 유학 가고 나서 우리 청아가 엄청 오래 속상했었어.”장경화도 맞장구를 쳤다.“엄마! 두 사람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함을 드러냈다.“헛소리라니? 호준이가 유학 가지 않았더라면 네가 유진우 그 자식이랑 결혼했겠어?”장경화가 또박또박 말했다.“엄마.”이청아가 화를 내려 하자 여호준이 재빨리 나서서 상황을 수습했다.“됐어요, 그만들 해요. 다 지나간 일 다시 꺼내서 뭐 해요. 자, 식사해요. 여기 음식 아주 맛있어요.”두 모자는 그제야 입을 다물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저기, 나랑 이현이 내려가서 뭐 좀 살 테니까 두 사람 천천히 먹고 있어.”장경화가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아들에게 눈치를 주었다.“아, 그래그래. 나 엄마랑 나갔다 올게.”눈치 빠른 이현이 장경화와 함께 자리를 비켜주었다. 여호준과 이청아가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었다.“청아야, 그땐 내가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해.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두 사람이 떠난 후 여호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이미 지나간 일은 다 잊었어요.”이청아의 표정은 한없이 무덤덤했다. 그에 대한 마음이 없으니 당
이청아는 고개를 돌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유진우에게 물었다.“너 그게 무슨 뜻이야?”“술에 이미 약을 타서 마시면 끝장이야.”유진우가 경고했다.“약을 타?”이청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여호준을 쳐다봤다.“진우 씨, 뭔가 오해했나 본데요.”여호준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금세 정상으로 돌아왔다.“오해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유진우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청아야, 내가 그렇게 비겁한 사람으로 보여?”여호준이 고개 돌려 진지하게 물었다.이청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유진우에게 되물었다.“진우 너 증거 있어?”“레스토랑 매니저가 직접 봤대. 증인이 돼줄 수 있어.”유진우가 답했다.“맞아요! 저 방금 똑똑히 지켜봤어요. 바로 저 사람이 술에 약을 탔어요!”매니저가 여호준을 가리켰다.“누가 알아요? 다들 한통속일지. 작정하고 모함하니 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군요.”여호준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는 사뭇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유진우, 여기 사람들이 다 지켜보고 있어. 너 진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말하지 말아 줄래?!”이청아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녀는 여호준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닐 거로 믿었다.“직접 목격한 증인까지 있는데 또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해? 넌 그냥 무작정 여호준 씨를 믿어도 내 말은 전혀 안 믿겠다는 거잖아!”유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가슴이 답답했다.“그게...”이청아는 문득 말문이 막혔다.여호준은 어찌 됐든 여씨 일가의 도련님이라 고귀한 신분에 품위가 흘러넘치는데 어찌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쓴단 말인가?하지만 유진우가 저토록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아 거짓말은 아닌 듯싶었다.이청아는 한순간 갈피를 잡지 못했다.“청아야, 진우 씨가 나한테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괜찮아. 내가 직접 결백을 증명할게. 네 술에 약을 탔다고 했었지? 그럼 우리 잔을 바꿔 마시자.”여호준이 이청아의 술잔을 가져오더니 원샷을 했다.깔끔한 동작에 이청아의 의심이 모두 사라졌다
그는 이청아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가시 같은 말만 내뱉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유진우는 입이 쩍 벌어진 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얼굴에 부은 술이 턱을 따라 바닥에 한 방울씩 뚝뚝 떨어졌다.그 모습은 실로 초라할 따름이었다.그는 둘 사이가 조금 호전됐다고 여겼지만 여전히 종잇장처럼 가볍고 연약했다.“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일부러 여호준 씨를 모함했다는 거네?”유진우가 미간을 구기고 복잡한 눈빛으로 물었다.“네 눈엔 내가 그토록 신뢰 가치가 없는 거야?”“맞아!”이청아가 곧바로 대답했다.그녀는 살짝 후회가 밀려왔지만 늘 강한 성격이었던지라 체면을 내려놓고 해명하지 못했다.“그래... 아주 좋아. 드디어 네 진심을 드러냈네.”유진우는 저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그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여 말을 이어갔다.“내가 괜히 오지랖이 넓었어.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넌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었나 봐.”“너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이청아가 미간을 구겼다.“내가 틀린 말 했어? 전에 나한테 저 사람과 절대 다시 연락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결국 그날 밤에 함께 술 먹고 데이트했잖아. 넌 겉과 속이 너무 달라!”“그건...”이청아가 해명하려 했지만 유진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가로챘다.“어쩌면 넌 아예 여호준 씨가 약을 탔는지 신경 쓰지도 않았어. 오히려 그렇게 하길 바랐을 거야. 그렇게 되면 두 사람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잖아. 내 말 틀려?”이청아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그녀의 얼굴에 실망감이 드러났다. 마음이 시리고 또 한편으로는 믿을 수가 없었다.유진우가 이런 말을 하다니, 그에게 이청아는 고작 이런 이미지였단 말인가?3년 동안 부부로 지내왔는데 믿음이라곤 전혀 없었던 걸까?“유진우! 너 진짜 너무 실망이야!”이청아가 이를 악물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마음이 한없이 쓰라렸다.“흥!”유진우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수롭지 않게 서 있었다.그도 마치 무언가로 가슴을 꽉 메운 듯 답답할 따름이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천향원 안에서.유진우가 초대받고 별장에 왔을 때 안에는 조선미 외에도 건장한 체구의 중년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그는 검은색 도복을 입고 근육으로 다부진 몸매에 양손 모두 굳은살이 박혀 있었는데 무예를 전공한 자가 틀림없었다.“진우 씨, 미안해서 어쩌죠. 이번에 또 진우 씨를 귀찮게 해드렸네요.”조선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반겨주었다.“친구끼리 별말씀을요. 게다가 그 사람들이 날 지목해서 오라고 했으니 피할 수도 없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어제 조아영이 납치된 후 강천호 쪽 사람들이 유진우를 지명하며 함께 오라고 했다.“진우 씨, 제가 소개해드릴게요. 이분은 유강 씨, 조씨 일가 본부에서 파견한 최정예 무사예요.”조선미가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만나서 반가워요, 유강 씨.”유진우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차분하게 말했다.“그쪽이 바로 유진우 씨인가요?”유강은 턱을 치켜세우고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듣자 하니... 유진우 씨가 정윤, 세연 두 사람을 죽였다고 하던데 맞나요?”“그렇다고 하죠.”유진우가 머리를 끄덕였다.“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렇다고 하는 건 뭔가요? 왜 말을 얼버무려요? 설마 비겁한 수단이라도 썼어요?”유강이 의심 가득한 눈길로 쏘아붙였다.“무슨 수단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유용하면 그만이죠.”유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거 참! 무예를 습득한 자는 정정당당해야 해요. 비겁한 수법으로 이기는 건 그다지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에요!”유강이 경멸에 찬 눈길로 말했다.그는 유진우처럼 종파도 없고 정규적이지 못한 사람은 아예 그와 어깨를 견줄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유강 씨 말이 맞아요.”유진우는 반박하기도 귀찮았다.“솔직히 말하자면 정윤, 세연 두 사람은 전부 본인 손에 죽어 나갔어요!”유강이 거만한 얼굴로 말했다.“근본도 없는 무인을 두 명 이겼다고 안하무인 격이 되면 안 되죠! 나 같은 고수를 만나봐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철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