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호파 사람들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이야, 저 놈은 죽었어.”“쌤통이다, 다른 사람한테 마움을 사면 몰라도 하필 맹호파의 젊은 도련님에게 미움을 사다니.”“소인물이라면 소인물의 각오가 있어야 하고 능력이 없으면 몸을 낮추어야지. 이제 목숨까지 걸어야겠네.”맹호파의 지원병이 도착하자 구경꾼들은 다시 의논하기 시작했다.유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죽은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맹호파는 항상 제멋대로 날뛰며, 하찮은 원한이라도 반드시 갚는다. 무릇 미움을 산 사람은 좋은 결말이 아니었다.가산을 탕진하든지, 집안이 망하게 된다.오늘처럼 사람들 앞에서 윤민 도련님을 이렇게 비참하게 때린 일은 한 번도 없었다.보통 맹호파 일원이 괴롭힘을 당해도 맹호파가 복수를 하는데 하물며 도련님은 어떻겠는가?앞으로 유진우, 황은아, 황백 세 사람은 맹호파의 노여움을 견뎌야 할 것이다.“망했어, 망했어, 이제 우리 다 망했어.”살기등등한 맹호파 제자들을 보고 황백은 놀라 다리가 후덜거리고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이렇게 사람이 많다니?”황은아는 얼굴을 찡그렸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약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유진우가 싸움을 매우 잘한다는 것을 알지만, 맹호파는 사람이 많고 세력이 컸다.백여 명의 경호원과 백여 개의 칼이 눈에 들어온다.유진우가 아무리 잘 싸운다 해도 두 주먹으로는 저 많은 사람을 당해내기 어렵다.그러자 코끝이 푸르스름해진 윤민은 뭔가 알아차린 듯 부은 눈 한쪽을 뜨려고 애썼다.상황을 알아차린 후 그는 박장대소했다.“하하하... 내 맹호파의 지원군이 드디어 도착했군. 너희들은 모두 죽는다.”“아저씨, 빨리 도망가요. 여기는 제가 막을게요!”맹호파가 다가오자 황은아는 갑자기 앞으로 달려가 부러진 방망이를 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황은아가 유진우를 불렀기 때문에 일이 생기면 당연히 황은아가 책임을 져야 했다.“바보, 넌 너 자신을 지켜. 이 졸개들을 난 안중에 넣은 적이 없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아저씨, 저
윤호를 보자마자 윤민은 비틀거리며 뛰어갔다.코끝이 시퍼렇고 얼굴이 부어오르고 입에서 피가 나는 그 모습은 보기에도 참혹하여 차마 볼 수가 없었다.“왜 이렇게 다친 거냐?”서울 4대 보스 중 하나이자 지하의 보스인 윤호는 미간을 찌푸렸고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평소에 아들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괴롭혔지 아무도 감히 아들을 괴롭힌 적이 없었다.지금 아들이 호되게 맞았으니, 그는 당연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아버지,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오늘 멍청이를 만났는데, 맹호파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고, 서로 맞지 않자 바로 저를 한 대 때렸어요. 제 얼굴 좀 보세요. 이번에는 반드시 저를 대신해서 복수를 해주셔야 해요.”윤민은 울상을 짓고 고자질하기 시작했다.“누가 이렇게 간이 큰 것이냐? 우리 맹호파가 안중에도 없다니?”윤호가 매섭게 말했다.“저 놈이에요!”윤민은 갑자기 유진우 쪽으로 손가락을 내밀어 독살스럽게 말했다.“방금 저 녀석에게 수십 번의 뺨을 끔찍하게 얻어맞았어요. 지금까지도 머리가 윙윙거린다니깐요.”“개자식, 감히 내 아들을 때리다니? 오늘 내가 봐...”윤호는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 막 몇 마디 독설을 퍼부으려 할 때, 윤호는 멍하니 서 있었고 목소리가 뚝 그쳤다.“왜 저 사람이지?”유진우의 모습을 본 윤호는 온몸에 땀이 맺히고 두피가 저렸다. 한 줄기 찬 기운이 발바닥에서 곧장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어제 도씨 가문의 격투기 경기에서 그는 마침 현장에서 관전하고 있었다.그는 유진우가 신마의 힘으로 도규현을 압도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고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을 놀라게 했다.도규현은 어떤 사람인가? 스카이 랭킹 13위의 강자, 자타공인 무도 천재, 강남 무림 맹주의 후보 중 한 명이다. 어느 타이틀을 내세워도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하지만 이런 존재가 결국 유진우의 손에 지게 되었다.그러니 가히 눈앞의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지 짐작할 수 있다.지위가 높아질수록 그는 강한 무사가 얼마나 무서운
“맹호파 보스 윤호가 유진우 씨에게 인사 올립니다!”윤호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반듯하게 절을 했다.이 모습을 보자 장내는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윤민, 황백, 황은아, 구경꾼, 맹호파 제자들까지 모두 어리둥절해졌다.심지어 유진우 자신도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흉명이 자자하고 소문을 들으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맹호파 보스인 윤호가 대중 앞에서 유진우에게 무릎을 꿇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그 모습은 마치 손자가 할아버지를 만난 듯싶었다.너무 놀랍고 말이 안 된다.“이... 이게 진짜야?”황은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입에 계란이 들어갈 지경이었다.“무슨 상황이지?”구경꾼들은 서로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보스가 저 자식에게 무릎을 꿇다니?”맹호파 제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맹호파 보스는 높은 지위에 있기 때문에 5대 가문의 대인물들을 상대해도 여유가 있었다.그런데 오늘 왜 애송이 녀석을 보고 다리가 나른해져 잘 서 있지도 못하는 거지?“아... 아니야, 그럴 리가!”윤민이 미친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고 세계관이 무너질 뻔했다.그의 마음속에서, 자신의 아버지는 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선 사내대장부이다.칼과 칼이 더해져도 여전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대장부가 어떻게 남에게 무릎을 꿇을 수 있겠는가?“이게 무슨 뜻이죠?”갑자기 무릎을 꿇은 윤호를 보며 유진우는 이상해했다. 그는 자신이 상대방과 아는 사이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처음 만났는데 무릎을 꿇고 절을 하니 종잡을 수가 없었다.“유진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 방금 저희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대인배는 소인배의 과오를 문제 삼지 않으시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윤호는 웃으며 황공하기 그지없었다.“제가 당신을 아나요?”유진우가 되물었다.“유진우 씨는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당신의 풍모를 목격했습니다. 어제 도씨 가문에서 정말 놀랍도록 위풍이 당당하셨어요.”윤호는 아첨했다.
순식간에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아버지가 무릎을 꿇자마자 아들이 따라 무릎을 꿇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자식이 부모의 일을 이어받는 건가?무슨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맹호파가 걸려도 단단히 잘못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잘생긴 젊은이는 분명히 신분이 심상치 않았다.“유진우 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제가 눈이 멀어 유진우 씨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대인께서 소인의 잘못을 문제 삼지 않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윤민은 사과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짝짝 소리를 내며 힘껏 때렸다.잠깐새에 유진우가 못 때린 남은 이삼십 대의 따귀를 스스로 채웠다.“똑바로 하죠. 당신이 사과할 상대는 제가 아니에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윤민이 먼저 생각하다가 재빨리 반응했다.두 무릎을 꿇고 잔걸음으로 황백 부녀에게 달려가 힘껏 세 번 머리를 박았다.“두 분,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 건 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당신들에게 사죄할게요. 당신들의 모든 손실을 제가 열 배로 배상하겠습니다!”“흥, 누가 그깟 더러운 돈을 원한대?”황은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개를 돌렸다.“도련님, 이게 무슨 뜻입니까? 어서, 어서 일어나세요.”황백은 깜짝 놀라 얼른 손을 뻗어 부축했다.“두 분이 저를 용서하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무릎 꿇고 죽겠어요.”윤민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래요, 그래요. 우리가 용서해 줄게요, 용서해 줄게요. 얼른 일어나요.”황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기뻐 놀라워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불안감을 느꼈다.윤민은 고개를 돌려 유진우를 쳐다보다가 상대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비로소 몸을 부들부들 떨며 일어섰다.“유진우 씨께서 도량이 넓은 모습은 역시 저희 본보기이십니다.”위기가 해결되자 윤호는 추세를 빌려 유진우를 추켜세웠다.“먼저 돈부터 배상해요.”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네네네.”윤호는 주저하지 않고 서둘러 4억짜리 수표를 써서 두 손으로 황백의 손에
“어...”유진우의 악마 같은 미소를 본 윤호는 그대로 놀라 그 자리에서 식은땀을 흘렸다.이전 염룡파 보스였던 배철호의 죽음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는 잘 알고 있다.바로 눈앞의 살성이,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덕으로 사람을 복종시키기는 개뿔! 이건 노골적인 협박이잖아.’그가 감히 불복한다면 언젠가는 배철호와 같은 결말일지도 모른다.“됐어요, 가셔도 됩니다. 그럼 우리 나중에 다시 만납시다.”유진우는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 웃음은 오히려 윤호를 당황하게 만들었다.그는 자신이 배철호보다 목숨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을지도 문제였다.“유진우 씨, 염룡파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영광입니다. 저희를 중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윤호는 모든 사람을 이끌고 당신의 휘하에 투입하기를 원합니다!”윤호는 두 손으로 주먹을 안은 채 정의롭고 늠름한 모습이었다.“윤 보스, 무리하지 마세요. 저는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저었다.“무리하지 않았습니다. 유진우 씨의 명성이 자자하고 덕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니, 저는 진작부터 진심으로 탄복했습니다. 오늘 만나고 더욱 충성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유진우 씨께서 허락해 주세요.”윤호는 격앙된 말투로 답했다.“정말 저희 염룡파에 가입하시겠습니까?”유진우가 다시 물었다.“확실합니다. 저는 염룡파가 유진우 씨의 인솔하에 반드시 위풍이 당당할 것이라고 믿습니다.”윤호가 비위를 맞추었다. “좋아, 오늘부터 넌 염룡파의 2인자야. 네 이전 사람들과 지역들은 여전히 네가 관할하도록.”유진우가 명령했다.“감사합니다, 유진우 씨!”윤호는 기쁜 얼굴로 얼른 허리를 굽혀 절을 했다.그가 가장 두려웠던 것이 바로 권력을 빼앗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권력은 변하지 않았고, 지역도 바뀌지 않았으며 이름만 바뀌었을 뿐, 손해는 전혀 없었다.예전에 그가 유진우에 대해 저촉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탄복한다.실력 있지,
황백은 황급히 몸을 굽혀 인사했다.“선미 언니.”황은아도 덩달아 인사를 건넸다.예전에 아버지가 조씨 가문에서 일하실 때, 그녀는 조선미와도 많이 만났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상대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맏언니이고 자주 그녀에게 선물을 줬었다.다만 조선미가 강능으로 가서 발전한 뒤로는 좀처럼 만나지 못했다.“은아야, 2년 만에 보니 너 갈수록 더 예뻐지네.”조선미는 웃으며 한마디 칭찬했다.“언니야말로 정말 너무 예뻐요. 전 서울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언니 얼굴을 부러워하는지 몰라요.”황은아는 흠모하는 얼굴이다.조선미의 미모와 기질은 서울은 물론, 강남 전체를 놓고 봐도 그녀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다.“꼬맹이가 말을 참 잘하네.”조선미는 손을 뻗어 황은아의 코를 살짝 다치고 뒤에 있는 폐허를 훑어봤다.“두 사람의 집이 허물어진 거 같네요. 이렇게 해요, 당신들 나랑 조씨 집안에서 마침 우리 옛이야기도 나눌 겸 며칠 지내요.”“아가씨,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우리가 다시 다른 장소를 찾으면 돼요.”황백은 완곡히 거절했다.“새해가 다가오는데 어디 가서 찾을 건가요? 어차피 우리 집은 넓기도 하고 방도 많잖아요. 그리고 당신들도 잘 알고 있으니 며칠 묵어도 괜찮지 않겠어요?”조선미는 개의치 않았다.“이건...”황백은 조금 난처해하는 눈치였다.“선미 언니 말이 맞아요, 아빠가 가기 싫으면 내가 갈게요.”황은아는 콧방귀를 뀌었다.“아저씨, 주저하지 마시고 얼른 차 타세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요.”조선미가 재촉하기 시작했다.“그럼 며칠만 아가씨께 폐를 끼치겠습니다.”황백은 좌우를 둘러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성의는 거절하기 어려우니, 더 이상 거절하면 호의를 무시하는 게 된다.차에 오르자 일행 4명은 곧 성중마을을 떠났다.30분 후 차량은 조씨 별장으로 진입했다.차창 너머로 낯익은 광경을 보며 황백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조씨 집안에서 여러 해 동안 머물러 이곳이 그
“아저씨, 이 일에 관하여 계획이 있으세요?”유진우가 물었다.“블랙지존이 온다면 당연히 미리 준비해야죠. 만일에 대비하여 거금을 들여서라도 세간의 고수들을 불러 경호를 맡길 생각이에요.”조군수가 진지하게 말했다. 블랙지존은 무도 레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주술에도 능했다. 조씨 가문의 호위무사들로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실력도 강해져 조씨 가문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아저씨, 블랙지존은 혼자가 아니라 제자들이 아주 많아요. 게다가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해요.”유진우가 귀띔했다.“네, 조심할게요. 요 며칠 나쁜 놈들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조씨 가문의 경계를 강화할 거예요.”조군수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빠,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우리 조씨 가문에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게 대체 뭐예요?”조선미가 불쑥 물었다.“한 사람이야.”조군수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사람요? 그게 누군데요?”조선미는 더욱 궁금해졌다.“강남에 5대 마스터가 있는데 바로 황보용명, 독고영재, 송만규, 방기덕, 그리고 황동해야. 그리고 내가 말한 그 사람이 바로 5대 마스터 중 한 명인 황동해고.”조군수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내뱉었다.“마스터 황동해요?”조선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강남의 5대 마스터는 명성이 자자한 거물들이다. 마치 높은 산처럼 우뚝 솟은 존재라 평소 쉽게 만날 수도 없고 가까이할 수도 없다. 그런 마스터 앞이라면 일반인이든 내공 무사든 개미 새끼 한 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예전에 마스터 레벨 아래는 전부 다 개미 새끼라는 말이 세간에 떠돌기도 했다. 단지 이것만으로도 무도 마스터의 존재가 얼마나 엄청난지 알 수 있다. 5대 마스터 중에서 아무나 나서도 조씨 가문을 쉽게 멸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하여 아버지가 말한 비장의 카드가 황동해 마스터라는 걸 들었을 때 이토록 경악했던 것이었다. 경악 뒤에는 곧바로 의문이 따랐다.“아빠,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
“알았어요. 족장이신 아버지께서 결정하세요.”조선미는 더는 얘기하지 않았다.황동해라는 비장의 카드는 확실히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 가장 좋은 결과는 조씨 가문이 자신의 실력으로 이 위기를 넘기고 블랙지존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러면 비장의 카드도 계속 남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문 사람을 격려하고 분발시킬 수 있다.“아저씨, 저 예전부터 궁금했었는데 블랙지존과 조씨 가문 사이에 대체 무슨 원한이 있는 거예요?”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물었다.“그게...”조군수는 말하려다가 멈췄다.“다른 뜻 없이 그냥 물어본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아저씨.”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가문의 비밀과 직결된 일이라서 말하기 곤란한 건 사실이었다.“아빠, 얘기해주세요. 진우 씨가 남도 아닌데.”조선미가 설득에 나섰다. 양측의 원한에 관해 그녀도 절반밖에 알지 못했다.“그래. 다들 궁금해하니 얘기해주지.”조군수는 2초 정도 망설이다가 결국 말하기로 결심했다.“우리 조씨 가문과 블랙지존 사이의 원한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아. 주요하게 재물 문제거든.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씨 가문의 조상은 왕실이었어. 한창 잘 나가던 시기에 정말 나라와 대적할 만한 정도의 엄청난 재물을 모았어. 나중에 왕권이 교체되면서 조씨 가문의 조상은 재물을 안전한 곳에 묻고 보물 지도도 만들었어. 그리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보물 지도를 세 등분으로 나눠서 조상의 세 아들에게 나눠주었지. 조상은 그 보물로 재기하려 했으나 세 아들의 사이가 틀어져서 원수가 된 바람에 세 아들은 보물 지도를 가지고 종적을 감춘 거야. 그때부터 조씨 가문은 세 갈래로 나뉘어서 각자 발전하게 됐어.”“수백 년 동안의 갈고 닦은 끝에 조씨 가문의 세 혈통은 강한 것도 있고 약한 것도 있을 뿐만 아니라 잘 나가는 집안도 있고 망한 집안도 있어. 보물 지도는 그렇게 한세대 한세대 거쳐서 전해졌어. 그러다가 10년 전에 중주에 재난이 발생하면서 용국 대지진이 일어났잖아. 하룻밤 사이에 우리 조씨 가문의 가장
눈앞에 미소를 띤 채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것 같은 남자를 보며 유진우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부규환도 상대하기 힘든 상대였는데 반유림까지 나타나다니...’반유림은 진무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인물로 그 실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또한 그는 다른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모든 파벌은 그의 명령에 따라야 하며 따르지 않으면 진무사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거나 심지어 멸문당할 위험도 있었다.“보아하니 도련님께서는 절 기억하고 계시네요. 영광입니다.”반유림이 웃으며 말했다.“진무사 국장까지 나서다니... 호룡각이 정말 나를 없애려고 갖은 수단을 다 썼군!”유진우가 서서히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그는 이제 겨우 대 마스터의 경지에 입문한 신입이라 반유림과 같은 노련한 대 마스터와 싸우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할 상황이었다.“도련님, 정말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오셨습니다. 유씨 가문 세 명의 고수의 보호가 없는 도련님은 사냥하기 좋은 먹잇감일 뿐입니다.”반유림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렇게 쉽게 날 죽일 수는 없을 거야.”유진우가 손을 뻗자 창공 검이 슉하는 소리와 함께 수십 미터를 가로질러 정확히 손에 들어왔다.“도련님, 저항은 부질없는 짓입니다. 자존심이라도 지키세요. 지금 자살하면 육체적 고통은 조금 덜 받을 수 있을 거예요.”반유림이 제안했다.“어디서 같잖은 개소리야! 스승님을 죽이려면 내 의사도 물어봐야지!”황은아가 갑자기 앞으로 나서며 검은 기운을 뿜어냈다.그녀의 머리 위에 흑봉황의 허상이 나타났다.흑봉황은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며 날개를 움직일 때마다 검은 불꽃이 솟구쳤다.보기에 매우 위압적이었다.“오?”반유림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런, 이런... 어린 나이에 이미 대 마스터의 경계를 달성했단 말인가? 용국에서 언제 이런 천재가 나왔지?”“당신이 무슨 상관이야!”황은아가 눈을 부릅떴다.“아닌데?”그때 반유림은 무
뒤를 돌아보니 부규환 일행은 여전히 하얀 안개 속에서 방향조차 구분하지 못한 채몸부림치고 있었다.“조심해!”그때 갑자기 유진우의 안색이 돌변하더니 이내 황은아의 앞을 막아섰다.온몸에서 진기가 솟구쳐 나와 표면에 현무 보호막을 형성했다.슉!이내 한 발의 검은 화살이 하늘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와 거대한 독수리의 몸을 관통하며 현무 보호막에 충돌했다.쾅!엄청난 폭발 소리가 났다.현무 보호막은 그 자리에서 터져나가며 강한 충격이 유진우와 황은아를 공중으로 내던졌다.그리고 화살에 꿰뚫린 독수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즉사하여 높은 곳에서부터 지상으로 떨어졌다.“블랙아!”황은아가 놀라 외쳤다.독수리는 주술교 성녀의 전유물이었다. 또한 그녀의 어머니가 남긴 유물이기도 했다.평소 황은아는 독수리를 아끼며 친구처럼 여겼다.그런 독수리가 오늘 생각지도 못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슉!다시 한번 공기 파열음과 함께 두 번째 검은 화살이 숲속에서 날아와 공중에 떠 있는 유진우와 황은아를 향해 돌진했다.이번 화살은 더 빠르고 강력하며 세상을 파괴할 듯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화살이 지나온 자리는 공간마저 왜곡되고 있었다.“창공!”유진우가 손을 뻗어 등 뒤의 창공 보검을 소환했다.창공 보검은 한 줄기의 검은 빛으로 변하여 화살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다시 한번 큰 폭발음이 났다.검은 화살은 터져서 형체를 잃었고 유진우의 창공 보검은 충격을 받아 수십 미터 뒤로 날아가며 공중에서 돌았다.“강력한 힘이야!”유진우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그의 창공 보검은 그 어떠한 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보검으로 평소에는 어떤 것이든 쉽게 파괴했었다.하지만 오늘은 생각지도 못하게 화살에 밀려 통제조차 할 수 없을 뻔했다.‘화살을 쏜 사람의 실력이 만만치 않아!’“누가 숨어서 저격하는 것이냐! 나와라!”유진우는 멀리 있는 산속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하하하.”큰 웃음소리와 함께 화려한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공중으로 떠올라 한 그루의
기세로 병사들을 제압한 후 부규환은 시선을 다시 하늘로 돌렸다.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꼬맹이. 나는 네 손에 든 독약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거라 믿지 않는다. 만약 네게 정말 그럴 능력이 있다면 마음껏 날뛰어 보라고.”“왜? 너는 네 부하들의 목숨도 신경 쓰지 않아?”황은아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황은아가 소지하고 있는 독의 종류는 많았지만 양은 많지 않았다.특히 조금 전 썼던 부식성 독은 세 알만 남아 있었다.세 알을 모두 적진으로 던진다고 하더라도 모든 적을 소멸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한 알로 효과를 보여주며 적들을 위협해 후퇴하게 만들려고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부규환의 잔인함과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했다.“여기 있는 병사들은 모두 사명감을 지닌 병사들이다.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것이라 믿는다.”부규환이 담담히 말했다.“맞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맞장구쳤다.“마귀 같은 년! 너랑 상관없는 일에서 얼른 발 빼라. 더 이상 끼어들지 않고 자리를 뜬다면 살려주겠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는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흥! 잔인하고 의리도 없는 사람들! 너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으니 이제 내 탓은 하지 마!”황은아는 차가운 얼굴로 손에 쥔 세 알의 폭탄을 부규환 일행에게 정확히 던졌다.적을 무너뜨리려면 장군의 목부터 베라고 했다.부규환과 문관옥과 같은 지도자들을 처리한다면 그들의 부하도 스스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다.“얼른 피하십시오!”독이 든 폭탄이 떨어지자 문관옥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자신에게 독이 조금이라도 묻을까 봐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무도 마스터의 강기는 독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문관옥은 위험을 무릅쓸 생각이 없었다.바로 전 병사들의 끔찍한 죽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강기가 부식성 독을 막지 못하고 그에게 닿는다면 가벼운 부상일 경우 얼굴이 망가질것이고 심
방금 황은아가 던진 검은 안개 폭탄은 그녀가 이전에 만든 하얀 안개보다 독성이 백 배 더 강했다.하얀 안개는 만성 독으로 중독되면 사지가 힘없이 늘어지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며 신속히 구출되면 살 가능성도 있다.하지만 검은 안개는 달랐다.강력한 부식성은 몇 초 만에 살아있는 사람을 피와 살이 뒤섞여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시체로 만들었다.“괴물 같은 여자네.”문관옥은 하늘에서 맴돌고 있는 황은아를 보며 이를 악물고 분노했다.독 안개 하나만으로 수백 미터를 뒤덮던 정예병들을 순식간에 몰살시켰으니 살상 능력은 그야말로 경악스러웠다.만약 황은아가 같은 폭탄을 몇 개 더 던진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어때?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 좀 감이 와?”황은아는 거대한 독수리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며 소리쳤다.“늙은이들! 상황 파악됐으면 얼른 꺼져! 아니면 폭탄 몇 개 더 던져서 여기를 너희들이 무덤으로 만들어주겠다.”그녀는 말하며 몇 개의 검은 구슬을 꺼내 흔들었다.명백한 위협이었다.지하의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며 흩어져 숨을 곳을 찾았다.하지만 이 황무지에 독 안개를 피할 만한 적당한 은신처는 없었다.피신처라 해봐야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었다.“이제 어떡하죠? 일단 철수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한 총수가 땀범벅인 상태로 달려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유장혁만 상대할 때는 병력이 많아서 밀어붙일 수 있었지만 강력한 황은아의 독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처참한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직접 키운 병사들이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보기는 힘들었다.“철수?”부규환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상부의 명령은 그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유장혁을 죽이는 것이다. 이대로 탈영병이 되려는 것이냐?”“도망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잠시 숨어서 해독 방법을 찾은 후 임무를 수행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총수가 얼른 해명했다.“십만 대군이 어린애한테 쫓겨 도망친 일이
하늘 위에서 검은 독수리를 타고 맴돌던 황은아는 냉정한 눈빛으로 지상에 빼곡히 들어선 병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부규환의 빠른 대처로 인해 이전에 퍼진 독 안개는 절반 정도의 병사들만 쓰러뜨리는 데 그쳤지만 그녀의 능력으로 남은 병사들도 쓰러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주술교가 제일 두려워하지 않는 게 바로 인해전술이었다.“은아?”독수리를 타고 하늘을 나는 황은아를 보며 유진우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자신에게 가장 먼저 도착한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제자라는 사실에 감탄이 나왔다.“아저씨! 괜찮으세요?”황은아가 멀리서 물었다.“괜찮다. 아직 버틸 수 있어.”유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는 황은아에게 답하여 얼른 허리춤에서 단약 한 알을 꺼내 입에 털어 넣었다.계속된 전투로 인해 기력과 진기가 크게 소모된 상태였지만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는 단약 덕분에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어린 계집아이가 어디서 감히 나서느냐? 정체를 밝혀라!”부규환이 고개를 들어 황은아를 바라보며 외쳤다.“내 입에서 정보를 빼내려는 거라면 헛수고야!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황은아가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늙은이! 다시 한번 경고하지.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꺼져! 그렇지 않으면 독을 살포해 모두 황천길로 보내버릴 테니까!”“흥! 어린 것이 말은 호기롭구나! 우리가 누군지는 알고 하는 소리냐?”부규환이 차가운 얼굴로 응수했다.“네가 누구든 내 알 바 아니야! 또 지껄이면 네 입부터 독으로 봉해버릴 줄 알아!”황은아가 외쳤다.“건방진 계집이네!”부규환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손바닥을 들어 허공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웅!순식간에 금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손바닥 모양의 기운이 허공을 가르며 황은아와 독수리를 향해 날아갔다.부규환의 공격이 황은아와 독수리에 닿기 직전 흰빛의 검기가 측면에서 날아들어 금빛 손바닥을 베어내며 폭발을 일으켰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검기과 기운이 서로 부딪히며 산산이 흩어졌다.검기를 날린 이는 다름 아
쿵! 쿵! 털썩!여 무사들이 쓰러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많은 무사가 잇따라 쓰러졌다.이 상황은 빠르게 확산하며 이제는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후방에 서 있던 가장 먼저 안개를 들이마신 병사들은 도미노처럼 차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열 명, 백 명, 천 명, 만 명...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중독 증상을 보이며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갔다.안개가 지나간 자리마다 마치 강풍에 낙엽이 쓸리듯 몇 분 만에 십만 대군의 절반이 쓰러졌다.“이게 무슨 일이야! 왜 뒤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쓰러지는 거지?”여덟 명의 지휘관은 곧 이상함을 감지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독이다! 안개에 독이 섞여 있어! 모두 조심해!”한 교가 외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중독되어 쓰러지는 병사들의 수는 계속 늘어났고 멈출 기미가 없었다.이대로 가다가는 전군이 괴멸할 위기였다.“어서! 해독제를 복용하라!”여덟 명의 지휘관이 연신 외쳤다.의무병들이 일부 해독제를 비축하긴 했지만 십만 대군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그러나 지금은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그조차도 다행인 상황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멀쩡하던 전장에 왜 갑자기 독 안개가 나타난 것이냐!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꾸민 거지?”문관옥이 미간을 찌푸리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하지만 현장이 워낙 혼란스러웠던 탓에 단서를 찾기 어려웠다.“설마 유장혁에게 동료가 있는 건가?”눈을 가늘게 뜬 부규환의 얼굴에 음산한 기운이 스쳤다.안개의 독성은 미미했기에 무도 고수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무장한 병사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이었다.몇 분만 더 지나면 십만 병사 중 90%가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그렇게 되면 인해전술은 더 이상 펼칠 수 없을 것이다.“일어나라!”결국 부규환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그가 몸을 떨자 금빛 광채가 전신에서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그 금빛은 마치 생명력을 가진 듯 빠르게 형태를 갖추더니 눈 깜짝할 새에 거대한 금강 형상으로 변했다.“으아아!”
진산 기슭 아래, 포효와 함성 그리고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유진우는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십만 대군 속을 종횡무진하며 검 끝이 닿는 곳마다 무적의 기세를 보였다.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졌다.그러나 유진우가 아무리 격렬히 싸우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병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많아졌다.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무리를 척살하면 또 다른 무리의 병사들이 덮쳐왔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사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십만 대군이 가만히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죽기를 기다린다 해도 사흘 밤낮으로 베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십만 대군은 모두 정예병들이었다.갑옷을 입고 방패를 든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서 십만 대군을 도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은 기계가 아니니 고강도의 싸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유진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소모됐다.단시간 내에는 눈에 띄지 않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는 서서히 누적되고 기력은 점차 소진될 것이다.결국 유진우는 병사들의 인해전술에 의해 패배할 운명이었다.“흥! 죽여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문관옥은 멀리서 전투를 관전하며 냉소를 지었다.어차피 죽는 건 자기 병사가 아니니 그는 조금의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했다.‘실력으로 보니 많아야 만 명 적도 죽이는 게 한계겠네.’체력이 고갈되면 유진우는 곧 도살될 양처럼 무력해질 것이다.“1년 사이에 실력이 이 정도로 향상되다니 역시 남겨두면 안 될 불씨야.”부규환이 중얼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유진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유진우의 재능으로 볼 때 몇 년만 더 성장할 시간을 준다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죽여라! 다 죽여라! 전진!”여덟 명의 지휘관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도록 지시했다.상부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죽여라!”500명의 정예병이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앞으로 돌진했다.그때 대형 트럭의 측면 문이 열리며 빼곡히 들어있던 사람들이 드러났다.그들은 검은 전투복을 입은 채 가면을 쓰고 강철 검을 들고 있었다.하나같이 기운이 강대했는데 무도 고수가 분명했다.“돌격!”트럭 위의 가면을 쓴 남자가 장도를 휘두르자 트럭 안의 무사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양측 병력은 곧바로 격렬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조무진의 병력이 더 많았다.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어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된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반면 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완벽한 호흡으로 협력하며 매우 맹렬하게 돌격했다.일순간 양측은 팽팽히 맞서며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진무사?”조무진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내 단서를 발견했다.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모두 정예 무사로 각별히 선발된 사람들이 분명했다.일반적인 무림 문파였다면 격전속에서 이토록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오직 공식적이고 엄격한 훈련을 받은 무사만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연경 전체에서 봤을 때, 이 정도의 실력과 동기를 가진 집단은 진무사밖에 없었다.진무사까지 출동한 것을 보니 조무진은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500리 떨어진 한적한 산림 속.조홍연이 정예 병력 한 부대를 이끌고 산적 토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일부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산적들은 정예군을 보자마자 쥐가 고양이를 보듯이 산채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않았다.조홍연은 단 한 명의 병력 손실도 없이 가볍게 임무를 완수했다.“홍연 님, 산적들은 이미 도망쳤고 저희는 무사히 산채를 점령했습니다. 현재 전리품 정리 중입니다.”조홍연의 측근 중 하나인 여자 장군 공요가 다가와 보고했다.조홍연은 산채의 나무 성벽 위에 서서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홍연 님, 왜 그
홍군림이 백준을 막아서 검을 상대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 동방의 진산에서 백 리 떨어진 곳에서 조무진이 정예병 500명을 이끌고 급히 진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상황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탓에 병력이 많지 않았지만 이 500명은 그의 직속 친위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력의 부대였다.안에는 적지 않은 무도 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 명 규모의 일반 군사들과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더 빨리! 더 속도를 내라! 반드시 최단 시간 안에 서하사에 도착해야 한다.”조무진은 차량에 앉아 연신 재촉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의 이런 반응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여자 부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평소 조무진은 전쟁의 신으로 불리며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담담히 대응하던 사람이었다.‘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해 온 그가 지금 이토록 다급한 모습을 보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조홍연 쪽은 어떠한가? 연락이 닿았느냐?”조무진이 갑자기 물었다.“아가씨는 가문 장로들에 의해 긴급 임무에 차출되어 현재로서는 연락이 닿지 않지 않아 일단 메시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즉시 지원하러 올 것입니다.”한 여자 부하가 답했다.“무슨 임무? 다 헛소리야! 늙은 놈들이 일부러 방해를 놓은 게 틀림없어!”조무진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이 중요한 시점에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조홍연을 멀리 차출보내는 건 조씨 가문에서 황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유장혁이 죽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행위였다.“도련님, 유 도련님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히 무사하실 겁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여자 부하가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넸다.“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조무진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지금 연경성은 이미 폭풍전야다. 황권 뒤에 숨은 세력들조차 움직이기 시작했어. 내 추측이 맞다면 10년 전의 그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벌어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