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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뭐야?”

검이 손가락 사이에 잡힌 순간 도규현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이미 몸에 짊어진 무게를 벗어던졌기에 아까보다 속도도 훨씬 빨라졌고 힘도 강해졌다. 심지어 승리를 거머쥐기 위하여 실력도 숨기지 않고 가장 자신 있는 검까지 빼 들었다. 하여 도규현은 검 한 방에 승부가 날 거라고 확신했지만 자신이 힘껏 휘두른 검을 유진우가 식은 죽 먹기로 막아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손가락으로 집었다. 그것도 단 두 손가락으로 쇠도 진흙처럼 자를 수 있는 검을 잡았다.

이게 진짜 인간이란 말인가?”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도규현의 두 눈이 순식간에 시뻘게지면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는 장검을 휘두르면서 속박을 벗어나는 동시에 다시 한번 공격했다. 한번 또 한 번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 바람에 링 전체가 검의 그림자로 뒤덮였고 바닥에도 검자국이 점점 많아져 마치 빼곡하게 얽히고 설킨 거미줄처럼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죽어! 죽으라고!”

도규현은 연신 포효했고 움직임도 점점 빨라졌으며 검 기술도 날카롭고 사나워졌다. 저도 모르게 실력이 또 어느 정도 향상된 것 같았다.

하지만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는 도규현을 보면서도 유진우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몸이 마치 오뚜기처럼 요리 피했다, 조리 피했다 하며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바닥에 단단한 뿌리라도 내린 듯 두 발은 꿈쩍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도무지 피할 방법이 없을 때만 손을 써서 막곤 했다.

링 위의 결투는 점점 치열해졌고 검의 기운으로 인해 광풍이 휘몰아치기도 했다. 무대 아래에 있는 구경꾼들은 저마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왜냐하면 유진우와 도규현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잔영만 보일 뿐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규현의 검의 기운이 실로 무서웠다. 그저 여파일 뿐인데도 일반 무사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멀리 떨어져서 관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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