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도규현은 웃고 있었다.무대 아래, 관중들 역시 웃고 있었다.유진우의 간단한 한마디는 현장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이 사람들 눈에는 유진우가 도규현의 세 방을 견딜 수 있을지도 문제였기 때문에 이길 수 있다는 말은 망언처럼 들렸다.“웃어요? 왜 웃는 거죠?”유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무표정인 그는 무대 아래 사람들의 의논 소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해 보였다.“왜 웃겠어요?”도규현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진지한 표정을 보니 정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설마 목숨을 백 개라도 갖고 있는 건 아니죠? 아니고서야 왜 무조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상관없어요.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곧 알게 될 테니까요!”도규현은 한 손을 내밀더니 손가락을 까딱하면서 장난스레 말했다.“자, 제가 먼저 세 번 봐 드리겠습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겠습니다.”“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텐데요. 저번에 박웅 씨도 세 번 봐 드린다고 했다가 아직 병상에 누워있는걸요.”유진우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박웅은 그저 제 부하인데 저랑 비교가 되겠어요?”도규현은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제 눈에는 별반 다름없는 것 같은데요? 어차피 똑같은 결말을 맞이할 것 같은데.”유진우는 솔직하게 말했다.“네?”도규현의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방금 청의객과 같이 건방진 사람은 수없이 보았어도 유진우는 달랐다. 건방진 와중에 안하무인이었기 때문이다.담담한 표정을 봐서 자신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이러니 무시를 받는 것만 같아 더욱 화가 났다.‘유명하지도 않은 놈이 감히 나를 무시해?’“이봐! 그깟 박웅을 감히 우리 규현 오빠랑 비교해?”관중석에 있던 도민향이 분노했다.“박웅을 이겼다고 해서 규현이랑 한 판 붙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면 너무 천진난만한 짓이지.”옆에 있던
“슉!”더 크고 빠른 에너지 폭탄이 유진우의 가슴을 조준하고 있었다.유진우는 발에 힘을 실어 상체를 아치형으로 뒤로 젖혔다.이와 동시에 두 번째 에너지 폭탄이 그의 코끝을 스치면서 또 한 번 퍽 소리와 함께 나무를 관통했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어 중심을 잡더니 조금도 손상 없이 다시 꼿꼿하게 서 있었다.이 모습을 본 도규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손쉽게 대결에서 이길 줄 알았지만, 상대방이 두 번의 공격을 모두 다 피할 줄 몰랐던 것이다.“실력이 그저 이 정도였다면 정말 실망스러운데요?”유진우가 태연하게 말했다.“뭐라고요?”도규현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지금까지 이렇게 자신을 무시한 사람은 없었다.“너무 거만한 거 아니에요? 감히 도규현 씨를 무시하다니요!”“하! 그깟 두 번의 공격을 피한 것 가지고! 규현 씨가 봐주지만 않았다면 이미 산산조각이 났을 것을!”“규현 씨, 봐주지 말고 아주 본때를 보여주세요!”이때 무대 아래에서 부추기기 시작했다.“목숨이라도 구제할 수 있게 봐 드렸더니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겠네요.”도규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닥을 딛고 공중으로 솟았다.진기의 장점은 간격을 두고 사람을 죽일 수 있어 간단하고 파괴력이 강해 자신과 실력이 많이 차이나는 사람을 손쉽게 이길 수 있었지만, 그 단점은 실력이 비슷한 상대한테는 살상력이 강하지 않아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쉽게 방향이 읽혀 피할 수 있었다.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난 무사끼리의 대결에서 가장 빠르고 쉽게 이기려면 맞붙을 수밖에 없었다.손과 발, 무기, 개인기, 진기, 기본기를 총동원하는 것이 승패를 가릴 수 있는 관건이었다.“죽어!”도규현은 유진우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순간적으로 진기를 모으기 시작했다.우르릉 쾅쾅!우렁차고 굉장한 소리가 들려왔다.한순간 공기마저 뒤엉키더니 에너지가 주먹주위를 감쌌다.그 무서운 위압감에 무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온몸이 찌릿해 났다. 가슴이 거대한 돌에 눌린 듯 숨쉬기
“터벅, 터벅, 터벅...”한 번의 대결 이후 도규현은 파장 때문에 뒤로 열몇 걸음 물러서게 되었다.걸음걸음마다 바닥에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마지막 발자국이 떨어진 순간 창백한 얼굴로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이 순간 식은땀을 흘리더니 옷소매가 터져 주먹 표면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사람 전체가 낭패한 모습이었다.“뭐야?”이 순간 사람들은 놀라서 하나같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주먹 싸움 끝에 도규현이 열세에 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그야말로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이, 이럴 수가! 규현 오빠가 밀린다고?”도민향은 놀라운 표정으로 한순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럴 수가? 진우 씨가 저렇게 강했다고?”도윤진 역시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유진우가 도규현을 누르고 우위를 차지했다고 말하면 직접 보지 않은 이상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말... 말도 안 돼! 여자 등만 처먹는 사람이 저렇게 강하다고?”나동수 3인은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들의 예상대로라면 유진우가 한 방에 죽었어야 했지만, 오히려 도규현을 압승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뭐야?”이때, 도장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어두운 표정을 했다.‘우리 아들 무술 천재인데 어떻게 유명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질 수가 있지? 이번 경기에서 지면 도씨 가문의 체면은 말이 아닐 텐데...’결정적인 것은 조군수와의 내기로 도씨 가문에서 대대로 물려받은 고대 서적이 걸려있다는 것이다.일단 패하면 그 결과는 돌이킬 수가 없었다.“역시는 역시로군.”조군수는 놀라움 동시에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진우 씨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어느 정도 자신이 없었을 리가?’“하하... 재밌군.”황보용명이 수염을 쓰다듬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을 했다.‘젊은 나이에 의술과 무술에 능하다니. 이 녀석, 쉽지 않군!’“언니, 봤어? 형부가 이겼어!”조아영은 멈칫하더니 흥분하기
“오늘, 내가 3년 동안 쌓아온 실력이 어느 정도로 무서운지 보여주도록 하지!”도규현은 말하면서 옷을 벗더니 안에 입고 있던 주석을 드러냈다.한 조각 한 조각의 주석은 마치 철갑옷처럼 한 절반 몸을 가렸다.두 팔, 두 발마저 주석으로 치장했다.“철컥! 철컥! 철컥!”모두가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속에서 도규현은 몸에 입고 있던 주석을 한조각 한조각 벗어내기 시작했다.바닥에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에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기 시작했다.“헉! 도규현 너무 독한 거 아니야? 몇백 근이나 되는 주석을 짊어지고 있었다니!”“일반인들이 이만한 주석을 몸에 달고 있으면 걷기도 힘든데 도규현은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면서 심지어 대결을 진행했다니! 정말 괴물이 맞네!”“무게를 짊어져도 저렇게 강한데 벗어던지면 실력이 어느 정도일까?”“굉장하겠지!”도규현처럼 독한 사람은 보지 못한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몇백 근이나 되는 무게를 옷처럼 입고 있으면 그 누구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역시 유진우가 우세를 차지했던 것은 규현이 오빠가 자기 실력을 감춰서였어. 이제 봉인이 풀렸으니 손쉽게 이길 일만 남은 거야!”이때 도민향이 다시 이전의 자신감을 되찾았다.“스카이 랭킹 13위에 아무나 드는 것은 아니야.”도윤진은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천재는 두렵지 않았지만 제일 두려운 것은 천재가 남들보다 더 노력하는 것이었다.“하하... 그러니까 도규현이 어떻게 질 수가 있어! 아직 제 실력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야!”잠깐의 놀라움 끝에 나동수 3인은 다시 미소를 되찾았다.이것이 바로 자신들이 원했던 결과였기 때문이다.“역시 우리 아들. 마지막 한 방을 아직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야. 이제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네!”도장수는 그제야 안심되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가문의 명성과 가보를 지킬 수 있겠군.’“진우 씨 위험해졌어.”조군수와 조선미의 얼굴에 있던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심각한 표정을 했다.
“뭐야?”검이 손가락 사이에 잡힌 순간 도규현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는 이미 몸에 짊어진 무게를 벗어던졌기에 아까보다 속도도 훨씬 빨라졌고 힘도 강해졌다. 심지어 승리를 거머쥐기 위하여 실력도 숨기지 않고 가장 자신 있는 검까지 빼 들었다. 하여 도규현은 검 한 방에 승부가 날 거라고 확신했지만 자신이 힘껏 휘두른 검을 유진우가 식은 죽 먹기로 막아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손가락으로 집었다. 그것도 단 두 손가락으로 쇠도 진흙처럼 자를 수 있는 검을 잡았다.이게 진짜 인간이란 말인가?”“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도규현의 두 눈이 순식간에 시뻘게지면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그는 장검을 휘두르면서 속박을 벗어나는 동시에 다시 한번 공격했다. 한번 또 한 번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 바람에 링 전체가 검의 그림자로 뒤덮였고 바닥에도 검자국이 점점 많아져 마치 빼곡하게 얽히고 설킨 거미줄처럼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죽어! 죽으라고!”도규현은 연신 포효했고 움직임도 점점 빨라졌으며 검 기술도 날카롭고 사나워졌다. 저도 모르게 실력이 또 어느 정도 향상된 것 같았다.하지만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붓는 도규현을 보면서도 유진우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몸이 마치 오뚜기처럼 요리 피했다, 조리 피했다 하며 모든 공격을 피해냈다.처음부터 끝까지 바닥에 단단한 뿌리라도 내린 듯 두 발은 꿈쩍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도무지 피할 방법이 없을 때만 손을 써서 막곤 했다.링 위의 결투는 점점 치열해졌고 검의 기운으로 인해 광풍이 휘몰아치기도 했다. 무대 아래에 있는 구경꾼들은 저마다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왜냐하면 유진우와 도규현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잔영만 보일 뿐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무엇보다 도규현의 검의 기운이 실로 무서웠다. 그저 여파일 뿐인데도 일반 무사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이었다.사람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멀리 떨어져서 관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규현이 마음만 굳게 먹는다면 유진우를 처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맹주님은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조군수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가운데 자리에 앉은 황보용명에게 물었다.“그 사람이 이길 확률이 9할 정도 될 것 같네요.”황보용명은 실눈을 뜨고 대답했다.“9할요?”그의 말에 왼쪽에 앉은 도장수의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왔다.“역시 맹주님은 안목이 뛰어나십니다. 우리 규현이가 필살기를 숨기고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계셨네요. 9할의 승률은 당연한 겁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들이 이기지 못할까 봐 걱정했었다. 그런데 황보용명의 한마디에 조마조마하던 마음도 드디어 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무도 마스터인 황보용명의 안목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가 9할 승률이라고 했다면 무조건 9할 승률이다. 완전히 100%는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자신만만한 도장수를 보며 황보용명은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무술 18검!”그때 링 위에서 갑자기 포효소리가 들려왔다. 순식간에 검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더욱 날카로워졌다. 링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고 바닥이 쭉쭉 갈라졌다.“규현 오빠가 드디어 필살기를 선보이려고 해. 저 자식 오늘 제삿날이야.”도민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무술 18검은 생사의 갈림길이 아니고서는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돼. 하지만 사용한다면 상대는 뼈도 못 추리고 죽게 될 거야.”도윤진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이번에도 살아남는지 두고 보자고!”나동수 등 3인은 유진우가 패하는 장면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드디어 끝나는 건가?”도장수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유진우의 실력에 많이 놀란 건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아들의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번 공격만 버티면 역전승할 기회가 있어요. 힘내요!”조군수는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예비 사위를 응원했다. 옆에 있는 조선미 두 자매도 조마조마한 마음을 부여잡고 안절부절못했다.‘맹주님마저 승률이 1할밖
쿵!도규현이 쓰러지던 그때 현장이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조금 전까지 떠들썩하던 축하 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아부 소리까지 순식간에 멈췄다.사람들은 경악한 얼굴로 그저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아무도 반응하지 못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도규현이 이긴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중상을 입고 피를 토했지? 간신히 이긴 거라서 심하게 다쳤나?’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던 그때 링의 폐허 속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왔다.그가 움직이자 주변에 먼지가 흩날렸는데 마치 감지 능력이라도 있는 듯 자연스럽게 흩어지면서 길을 터주었다. 그 사람은 스스로 걸어와 링의 맨 꼭대기에 우뚝 섰다.드디어 준수한 얼굴이 사람들의 앞에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유진우였다.유진우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꿋꿋하게 서서 중상을 입고 쓰러진 도규현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하찮아서 말할 가치도 없는 일을 처리한 듯 표정은 무척이나 덤덤했다.그 시각 링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고 도무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다들 도규현이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유진우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하게 서 있었지만 되레 도규현이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결과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뻔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 도규현이 졌어?”“세상에나. 스카이 랭킹 13위인 강자이자 강남 무림의 최고 천재가 무명인에게 졌다고?”“저 녀석 대체 정체가 뭐야? 규현 도련님에게 중상을 입히다니, 정말 무서운 녀석이야.”잠깐의 침묵 후 현장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저마다 경악한 얼굴이었고 유진우를 쳐다보는 눈빛이 마치 괴물을 보는 듯했다.너무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결과는 이미 눈앞에 펼쳐져 있다. 타고난 천재라 불리는 도규현이 패했다.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말... 말도 안 돼. 규현 오빠가 어떻게 저런 녀석에게 져? 내가 잘못 본 걸 거야.”도민향은 미친 듯이
“족장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황보용명이 덤덤하게 말했다.“제가 말한 9할은 저 젊은이가 9할, 족장님 아들이 1할이라는 뜻이었습니다.”“네?”그의 말에 도장수는 그대로 넋이 나갔다. 알고 보니 혼자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었다.도장수는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무명인인데다가 한낱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 어찌 천재인 그의 아들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장수 형님, 그럼 무술 18검 고대 서적은 제가 잘 받겠습니다.”조군수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 그러자 도장수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면서 안색도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원래는 이 기회에 도씨 가문의 기세를 돋우고 위세를 펼치려 했었다. 그런데 결과가 어떠한가?아들이 졌을 뿐만 아니라 대대로 내려온 고대 서적까지 빼앗기게 생겼다. 정말 게도 구럭도 다 잃은 격이 돼버렸다.유진우의 실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은 놀라움과 동시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시대마다 뛰어난 인재가 나타나 한 세대의 새로운 바람을 열게 된다. 지금부터 강남 무림에 엄청난 다크호스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것도 도규현보다 천부적인 재능과 실력이 훨씬 뛰어난 다크호스 말이다.“쓸모없는 놈!”인파 속에서 가면을 쓰고 구경하던 선우희재는 한마디 내뱉고는 그대로 돌아섰다. 이 결투를 관전하려고 특별히 신분까지 숨기고 왔다. 아주 재미난 구경을 기대했었는데 무능한 도규현이 기생오라비에게 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괜히 시간만 낭비했어.’그 시각 폐허가 된 링 위.유진우는 도규현을 내려다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이 졌으니까 내가 전에 했던 말 명심해요. 앞으로 도씨 가문 사람들은 날 보면 알아서 피해 다녀요.”그러고는 링 아래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갔다.“아니야! 나 아직 안 졌어. 안 졌다고.”도규현은 이를 꽉 깨물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미치광이가 따로 없었다.“죽어!”유진우의 뒷모습을 본 도규현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면서 그대로 검을 들고 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