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아!”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조금 전까지 박장대소하던 조일명이 순식간에 피를 토하며 쓰러질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얼른 병원에 데려가!”조군수는 재빨리 판단을 내려 조일명을 병원에 데리고 가라고 분부했다.“이 자식아, 너 일명이에게 무슨 짓 했어?”나가려던 조군표는 뭔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흉악스럽게 물었다.“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죠? 옛날에 다친 상처가 다시 재발한 거예요. 굳이 탓을 하고 싶다면 당신 아들을 때린 선우희재를 탓하세요.”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너...”조군표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어 뭐라 할 수도 없었다.“둘째 형님, 이러다 골든 타임을 놓치겠어요. 일단 사람부터 살려야죠.”조군수가 귀띔했다.“가자!”조군표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유진우를 매섭게 째려보고는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조군해 부녀도 그의 뒤를 따랐다.조일명은 가족 중에서 가장 뛰어난 천재라 그의 안위가 조씨 가문의 앞날과도 직결된다. 족장인 조군수와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여보, 아까 뭔 짓을 했어요?”조선미가 유진우에게 다가가 나지막이 물었다. 조일명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진 게 누가 봐도 이상했다.“뭔 짓을 하다니요? 선우희재가 그런 거라니까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요?”조선미가 두 눈을 부릅떴다.“지금 옆에 아무도 없으니까 나에게만 솔직하게 얘기해요.”“알았어요. 아까 그냥 조일명의 상처에 소금 좀 뿌렸어요. 다친 데가 더 아프게.”유진우가 히죽 웃었다.전에 선우희재의 일격에 조일명은 이미 내상을 입었다. 그리고 유진우는 아까 조일명의 어깨를 두드릴 때 진기를 미친 듯이 불어넣었다. 그 바람에 안정을 되찾았던 내상이 다시금 폭발하게 된 것이었다.“생명에는 지장이 없겠죠?”조선미가 떠보듯이 물었다. 비록 조일명과 사이가 좋지 않지만 둘째 큰아버지의 유일한 아들이다. 어쨌
유진우는 그대로 얼어붙었다.“이... 이렇게나 갑자기요? 저 아직 마음의 준비도 채 못했단 말이에요.”조선미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물었다.“날은 잡았어요? 언제 결혼하는데요?”“얘 좀 봐라? 진심으로 받아들인 거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조군수가 두 눈을 부릅떴다.“내가 뭘요. 아빠가 먼저 그 얘기를 꺼내셨잖아요.”조선미가 입을 삐죽거리며 툴툴거렸다.“됐어. 농담 그만해.”조군수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오늘 잠시 위기는 넘겼지만 아직 완전히 끝나진 않았어. 선우희재의 성격에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하 총독님과 맹주님이 계시는데 선우희재가 함부로 할까요?”조선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선우희재가 대놓고 나서진 않아도 뒤에서 몰래 손을 쓸 거야.”조군수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리고 하 총독님과 맹주님도 이미 신세 진 걸 다 갚았으니 우릴 두 번은 돕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해.”“그럼 앞으로도 귀찮은 일이 생길 거란 말씀이에요?”조선미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귀찮은 일이 적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진우 씨의 안전이야.”조군수의 시선이 유진우에게 향했다.“선우희재는 아주 건방진 사람이에요. 진우 씨가 선우영채를 죽인 것과 오늘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도발한 건 전부 선우희재 입장에서 용서치 못할 행동이긴 하죠. 그러니 앞으로 진우 씨가 위험해질 수 있어요.”“충고 고마워요, 아저씨. 제가 조심할게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선우희재가 꼭 복수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미만 무사하다면 그는 전혀 두려울 게 없었다.“요즘에 호위무사 1팀을 붙여줄게요. 귀찮은 일을 어느 정도는 해결해줄 수 있을 거예요.”조군수가 말했다.“호위무사 1팀요? 1팀은 아빠가 늘 데리고 다니는 팀 아닌가요?”조선미가 놀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조씨 가문의 호위무사는 총 여섯 팀이다. 1팀의 실력이 가장 강했는데 본투비 레벨 고수들만 있었고 조씨
이튿날 오전, 이씨 그룹.유진우는 여느 때와 같이 회사에 나왔다.안전부 부장인 그는 매일 하는 일이 별로 없어 아주 한가했다. 아침에 출근 도장을 찍은 후에는 사람들과 함께 순찰을 진행한다. 순찰을 마친 다음에는 쭉 자유시간이다. 어차피 신경 쓰는 사람이 없어 하고 싶은 걸 해도 되었다.“똑똑똑...”유진우가 사무실 의자에 앉자마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회사의 부회장 박호철이었다.“유 부장님, 지금 시간 돼요? 얘기 좀 할까요?”박호철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들어왔다.“부회장님이셨군요. 무슨 일이시죠?”유진우는 일어나지 않고 계속 의자에 앉아있었다.“이건 제가 친구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중국의 무이산에서 가져온 최상품의 대홍포차예요.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박호철은 정교하게 포장한 선물 박스를 상 위에 올려놓았다.“최상품의 대홍포차요? 가격이 엄청날 건데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얼마 안 돼요. 그냥 2억이 조금 넘어요.”박호철이 웃으며 말했다.“이런 귀한 차를 제가 어찌 감히 마시겠어요. 부회장님이 가져가서 마시세요.”유진우가 거절했다.“차를 싫어하시는군요. 괜찮아요. 또 다른 선물을 준비했어요.”박호철은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수표 한 장을 꺼냈다.“6억이에요. 제 마음이니 부장님께서 받아주셨으면 합니다.”“선물도 모자라 돈까지 줘요? 부회장님, 대체 무슨 뜻입니까?”유진우가 되물었다.“하하... 그냥 유 부장님과 친구 하고 싶어서요.”박호철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부장님이 이청아 회장님과 가까운 사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계속 회장님 밑에만 있는다면 승승장구할 수 없어요. 어쨌거나 여자가 큰일을 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니까요.”“그래서요?”유진우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절 위해서 일을 하셨으면 해서요. 절대 섭섭지 않게 해줄게요. 오늘 이건 그저 인사일 뿐이에요. 앞으로는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박호철이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부회장님, 지금 저더러
그때 휴대 전화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마자 단소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우, 청아 언니 교통사고 났어. 지금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도와줘.”“교통사고가 났다고?”유진우가 화들짝 놀랐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청아 씨 다친 건 아니지?”“전화로는 얘기하기 어려워. 위치 보내줄 테니까 당장 와.”단소홍이 재촉했다.“알았어.”유진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두말없이 부랴부랴 밖으로 나갔다.그 시각 어느 한 길거리.마세라티 한 대와 벤틀리 한 대가 부딪혔는데 두 차량 모두 손상이 심했고 자동차 잔해들이 바닥에 가득 널브러져 있었다.사고 직후 벤틀리에 타고 있던 젊은 남녀 몇 명이 뛰쳐나왔다.맨 앞에 선 여자는 빨간 머리에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했다.빨간 머리 여자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청아의 유리창을 미친 듯이 두드리며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야! 무슨 운전을 이따위로 해? 당장 내려!”“내려!”“당장 내려!”그들은 발로 차고 두드리면서 난폭함을 드러냈다.“그만해!”단소홍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왜 소리를 질러? 너희들이 교통 규칙을 어기고 실선에서 유턴했잖아. 전부 너희들 책임이야.”“헛소리 하고 있네.”빨간 머리 여자는 성을 내며 단소홍의 뺨을 냅다 후려갈겼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마. 너희들이 내 차를 박았으니 당연히 물어줘야지.”“감히... 날 때려? 우리가 누군지 알아?”단소홍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발끈했다.“어머, 감히 나에게 대들어? 그래, 대체 누군지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빨간 머리 여자가 코웃음을 쳤다.“얘기 듣고 놀라지나 마!”단소홍이 씩씩거리며 말했다.“내 옆에 있는 이분은 이씨 그룹의 회장님 이청아야. 그리고 난 사촌 동생 겸 비서고.”“이씨 그룹?”그녀의 말에 빨간 머리 여자는 입술을 삐죽거렸다.“그런 회사가 있었어? 들어보지도 못했어.”“들어보지 못한 건 너희들이 배운 게 없어서 그래. 경고하는데 일 크게 만들지 말고 당장 배상하고 사과해. 안 그러
“널 괴롭히면 뭐? 내가 너 하나 어쩌지 못할 것 같아?”빨간 머리 여자는 두 손을 허리에 올려놓고 흉악스럽게 말했다.“나 경찰에 신고했으니까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이청아가 경고를 날렸다.교통사고가 일어난 순간부터 그녀는 단소홍에게 전화를 돌리라고 했다.“신고?”그 말에 빨간 머리 여자는 더욱 크게 웃었다. 뒤에 있던 몇몇 젊은 남녀들도 이청아를 비웃었고 두려워하는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경찰에 신고한다고 해서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내가 널 지금 당장 땅에 묻어도 아무도 날 어쩌지 못한다는 걸 보여줄까?”빨간 머리 여자가 차갑게 웃었다.“법 무서운 줄 모르고 제멋대로 날뛸 생각이야?”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법? 흥... 내 말이 곧 법이야. 지금 당장 20억을 물어내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빨간 머리 여자가 협박했다.“20억? 차라리 그냥 빼앗지 그래?”단소홍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상대의 차는 기껏해야 4억이다. 수리를 맡긴다면 많아봤자 1억 정도 될 텐데 다짜고짜 20억을 내놓으라고 하는 건 이 틈을 타서 한 몫 챙기려는 게 틀림없었다.그리고 상대의 잘못이 100%인데 대체 무슨 낯짝으로 배상까지 하라는 거지?“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빨간 머리 여자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너희들에게 두 가지 선택을 줄게. 돈을 물어내든지, 다리 하나 분질러지든지 아무거나 선택해.”“이... 이건 그냥 강도질이잖아.”단소홍이 노발대발했다.“강도질이면 뭐?”빨간 머리 여자가 또다시 단소홍을 발로 걷어차자 단소홍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계속 시건방을 떨었다간 내 손에 죽어.”“그만해.”이청아가 단소홍의 앞을 막아서며 화를 냈다.“한 번만 더 사람을 때렸다간 절대 가만 안 둬!”“짝!”빨간 머리 여자가 이번에는 이청아의 따귀를 내려치며 욕설을 퍼부었다.“네까짓 게 뭔데 감히 날 협박해?”“너...”이청아는 빨갛게 부어오른 볼을 부여잡고 매섭게 째려보았다. 정말 이 정도로 막무가내인 사람은
몇 명의 젊은 남녀가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면서 유진우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의 손과 발을 잘라버리겠다.”유진우가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어쭈, 센 척하긴.”그때 한 남자가 앞으로 나와 손가락을 뻗어 유진우의 가슴을 콕콕 찌르며 큰소리를 쳤다.“너 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해? 감히 우리 앞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내가 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뺨을 심하게 얻어맞았다.“퍽!”둔탁한 소리만 들렸다.남자는 순간적으로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머리가 차 유리창에 부딪쳐 몸이 반쯤 모내기라도 한 듯 그대로 곤두박질쳤다.“감히 내 사람을 때리다니? 죽고 싶어?”이 모습을 본 빨간 머리 여자는 순간 화가 났다. 한발 내딛자 사람이 갑자기 총탄알처럼 튀어나갔고 그 속도는 매우 빨랐다. 가까이 가서 그녀는 주먹으로 유진우를 있는 힘껏 때렸다.그 주먹은 힘과 활기가 넘치고, 날카로운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이건 분명 무술에 뛰어난 사람이다.“흥.”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빨간 머리 여자의 주먹을 덥석 움켜쥐고 똑같이 힘을 주어힘껏 꺾었다.“칵.”소리와 함께 빨간 머리 여자의 팔은 그 자리에서 골절되었다.그녀는 약간 어리둥절해져서 아직 반응이 오지 않았다.곧바로 심한 통증이 찾아왔을 때 그제야 그녀는 비명을 참지 못하고 소리 질렀다.“으악!”그러나 반쯤 소리를 질렀을 때 그녀의 목구멍이 다른 사람에 의해 갑자기 막히면서 목소리가 뚝 그쳤다.“네 부모님이 널 가르쳐주지 않았으니 오늘 내가 널 똑똑히 가르쳐주겠어.”유진우는 두말없이 손을 들어 빨간 머리 여자의 얼굴을 호되게 때렸다. 여자는 입과 코에서 피가 났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때렸다.“너... 감히 나를 때리다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나는 도씨 가문의 아가씨, 도민향이야!”빨간 머리 여자가 눈을 부릅떴고 그 모습은 흉악했다.“도씨 가문의 아가씨?”방금 전까지 고소해하던 단소홍은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변했다.도씨 가문은 5
“으악!”두 무릎이 망가진 도민향은 귀에 거슬리는 비명을 질렀다.그녀는 땅바닥에 누워 아파서 뒹굴었다.이 광경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놀라서 멍해졌다.도민향이 자신의 출신을 말한 후에도 유진우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조금도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눈앞의 이분은 도씨 가문의 아가씨이다. 평소에 어디를 가든 사람들이 그녀를 에워싸고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하지만 유진우가 뜻밖에도 사람들 앞에서 도씨 가문 아가씨의 다리를 망가뜨렸으니 그야말로 잔인하기 그지없었다.“유진우, 너 미쳤어?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해?”잠시 충격을 받은 단소홍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펄쩍 뛰었다.“너... 감히 도 아가씨를 다치게 하다니? 넌 죽었어, 너희들 모두 죽었어!”“맞아! 도씨 가문은 절대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번에 너희가 아무리 많은 돈을 배상해도 소용없어.”그러자 몇 명의 젊은 남녀가 야단법석을 떨며 하나같이 분노했다.가문의 자제로서 항상 그들이 남을 괴롭혔고, 아무도 감히 그들을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다.‘이 녀석은 정말 간이 크구나!’“오만스럽고 권세를 믿고 설치며 남을 업신여기니 내가 오늘 너희들에게 따끔하게 교훈을 줬을 뿐이야. 만약 불복한다면 언제든지 나를 찾아와도 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어차피 처음으로 도씨 가문의 미움을 산 게 아니었다. 얼마 전에는 도석현도 때려서 지금 도민향을 때렸다 해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인마, 너 두고 보자!”독한 말을 내던지고 몇 사람은 얼른 도민향을 들고 떠났다. 옛 무세가의 도민향도 유진우의 상대가 아니니 자연히 그들은 스스로 매를 맞을 짓을 하지 않았다.“너... 이 미친놈아, 네가 도 아가씨를 때려서, 우리에게까지 해를 끼쳤어!”단소홍은 당황하기 그지없어하며 말했다.도민향이 맞았으니 도씨 가문도 분명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유진우뿐만 아니라 그녀도 함께 휘말리게 된다.이런 가문들은 한번 난폭하게 군다면 완전히 막무가내이다.“진우 씨,
“언니, 방금 우리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누군가가 사도현이 아서원에서 밥을 먹는 것을 봤다고 해요. 엄마와 이모는 이미 서둘러 갔으니 우리도 빨리 가요.”단소홍이 대답했다.“사도현? 이 사기꾼이 감히 나타나다니?”이청아는 눈썹을 찡그렸다. 얼마 전, 부도난 건물의 그 땅이 하마터면 이청아의 가족을 파산시킬 뻔했지만, 결국 호구인 유진우가 다 뒤집어썼다.그래서 사도현에 대해 그녀는 유달리 불쾌했다.“유진우, 멍하니 있지 말고 당장 운전해. 오늘 반드시 사도현이 사기 친 돈, 전부 돌려받을 거야!”단소홍은 화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말했다.“부도 건물은 이미 내가 인수했고 너희들은 손해를 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흥분하는 거야?”유진우가 좀 이상해하며 물었다.“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사도현 같은 사기꾼은 처벌받아야 돼. 우린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 정의를 행해야 해.”단소홍은 엄숙하게 말했다.“그래?”유진우는 웃기만 할 뿐 단소홍의 의도를 간파하지 않았다.하늘의 뜻을 받아들여 정의를 행하는 것은 당연히 허튼소리이다. 아마도 사기를 당한게 내키지 않아 사도현에게서 돈을 좀 얻으려고 하는 것 같다.차를 갈아타고 세 사람은 재빨리 아서원으로 향했다....아서원은 환경도 좋고 서비스도 좋으며 음식도 맛있지만 가격이 비싼 중식당 집이었다.이때, 아서원의 어느 VIP룸에서 번쩍번쩍한 차림의 사도현이 몇몇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도현아, 내가 좋은 소식 하나 알려줄게.”이미 술을 먹은 지 좀 된 동그란 얼굴의 한 남자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최근 들은 내부소식인데, 부도 건물 쪽 땅을 곧 중점적으로 개발한다고 해. 그래서 지금 값어치가 점점 오르고 있대.”“뭐라고? 중점 개발?”그러자 사도현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아민아, 농담이지? 그 땅은 방치된 지 몇 년인데 어떻게 정부가 중점 개발을 할 수 있겠어?”“진짜야.”동그란 얼굴의 남자는 진지하게 말했다.“우리 아버지가 정부 쪽 사람이야. 이 소식은 이미
점심을 먹고 난 후, 유진우는 갑자기 이청성의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상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만날 장소는 성서의 옛 저택으로 정했다. 성서에 있는 그 오래된 집은 유진우가 이미 구매해 놓은 곳으로 주로 밀사 훈련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전에 소현무에게 피해를 보았던 여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서경의 밀사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의 큰 뜻은 다시는 자신들처럼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깊은 뜻에 유진우는 존경을 표했으며 그들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손도운의 훈련을 거친 그 여자들은 이제 입문 단계에 있지만 진짜 임무를 수행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의 연습이 필요했다. 유진우는 그들이 평생 임무를 수행할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그것은 곧 모든 것이 평화롭다는 의미였다. 밀사들은 잠재적인 위협이 있을 때만 활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그들은 거의 죽을 각오로 임무를 수행한다. 30분 후, 유진우는 성서의 오래된 집에 도착해 회의실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청성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이청성은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면사포와 모자로 가리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매만 봐도 여전히 매우 유혹적이었다. 특히 그녀에게서 풍기는 신비롭고도 매혹적인 기운은 마치 타고난 매력처럼 사람들을 쉽게 끌어당기는 느낌을 주었다. “왔어요?” 이청성은 직접 유진우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공주마마, 갑자기 절 찾으시다니,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겁니까?” 유진우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우리 이렇게 친해졌는데 공주마마라 부르는 게 좀 어색하지 않나요? 다른 호칭을 쓰는 건 어때요?” 이청성은 미소를 머금은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뭐라 부르면 되나요? 아가씨? 아니면 여사님?” 유진우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이, 그런 거 말고 그냥 청성 씨라고 불러도 되잖아요. 왜 그렇게 격식을 차려요?” 이청성은
원인은 간단했다. 유진우는 배신자를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적인 자들은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했다. 반란을 일으킨 다섯 명을 처형한 후, 그들을 따랐던 고급 장교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처분이 내려졌다. 강등될 자는 강등되고 포섭할 자는 포섭하며 감옥에 가야 할 자들은 감옥에 보냈다. 구체적인 처분은 자발적인 배신이었는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유진우는 반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홍복홍에게 유만군의 한 부대를 이끌고 보물 지도의 위치를 따라 호룡각의 보물 창고를 찾아가도록 지시했다.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호룡각에도 고수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대 마스터인 홍복홍 앞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손쉽게 호룡각의 잔당을 소탕하고 보물 창고에 있던 모든 재물을 회수해 왔다. 사철수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물 창고 안에는 재물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서경 왕부에서 동원한 수백 대의 대형 트럭과 수만 명의 인력을 총동원해야만 창고를 완전히 비울 수 있었다. 그 모든 재물의 양과 가치는 어마어마해서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이 보물만으로 서경의 향후 20년 군자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창고 하나만으로 이 정도라면 남은 세 개의 보물 창고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나라를 사고도 남을 부가 될 것이었다. 보물을 가져온 뒤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바로 공로를 논하고 상을 주는 일이었다. 남방의 세 명의 제후인 회음 제후 은성종, 평양 제후 장범규, 선평 제후 주한휘는 모두 큰 공을 세운 자들이었기에 마땅한 보상을 받았다. 그들의 휘하에 있던 장군과 병사들도 저마다 공훈에 따라 상을 받았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어느덧 사흘이 지나 있었다. 3일 후, 정오. 유진우가 식사하던 중 홍복홍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세자 전하, 아뢸 일이 있습니다.” 홍복홍은 몸을 숙이며 최대한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
“됐어, 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방에 들어가서 쉬어.”유만수는 피곤한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유만수가 유진우한테 왕위를 계승해 줄 생각을 했던 건 한편으로는 유진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죄책감 때문에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진우는 야망도 없고 많은 사람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니 유만수도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얼마 남지 않은 삶이니 이젠 두 아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 외에 일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유진우는 뭔가를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우는 아직 왕이 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확실히 아니었다.다른 사람들한테는 서경의 왕은 최고의 권세를 대표하고 무궁무진한 부귀영화를 대표하며 세계 정상에 서는 위풍을 대표하겠지만, 유진우한테 서경의 왕은 너무 무거운 자리였다.그 자리는 오르기만 하면 짊어져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더 이상 자기 자신보다 전체 서경, 더 나아가 천하의 백성을 생각해야 한다.유진우는 자신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 이렇게 무거운 책임을 질 자신이 없었다. 유진우는 이번만큼은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칠 동안 유진우는 왕부에서 시간을 보냈다.반역을 평정하는 이번 일은 호룡각을 소탕하는 것을 제외하고도 처리해야 할 사소한 일이 많았다.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아 유진우가 그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했다.먼저 유태범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였다. 유진우는 유태범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첫째, 병권을 반납하고 서경에 머물며 매일 개를 산책시키고 말을 타고 활을 쏘며 한가로운 귀족으로서 부귀한 삶을 누린다. 단, 어떤 세력도 있어서는 안 되며 수중의 호위대도 백 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둘째, 어느 정도의 금전을 가지고 서경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발전한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왕부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이고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리고 제가 한 약속이니 제가 지켜야죠.”유진우가 꿀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는 보물 황옥주를 가지고 있어 용원의 기를 찾는 데 성공할 확률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야말로 해변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그래. 그럼, 네 말대로 용원의 기는 네가 찾아봐. 그런데 문제는 그걸 찾고 난 다음에는 뭐 할래?”유만수는 되물었다.“그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해요. 아직 그렇게 멀리까지 생각 안 해봤어요.”유진우는 고래를 저으며 말했다.“생각할 필요 없어. 내가 하라는 대로 해.”유만수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약속을 지킨 뒤 두말 말고 다시 돌아와서 왕위를 이어받아. 뒷걱정 없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놓을 테니까.”“말했잖아요. 저는 왕이 되고 싶지 않아요.”유천우는 단번에 거절했다.“내 아들인 네가 왕위를 이어받지 않으면 누가 이어받아? 설마 정말 천우에게 이 중책을 맡길 생각이야?”유만수는 퉁명스러운 어투로 말했다.“천우는 학문도 능하고 무술도 능한데 안 될 건 또 뭐예요?”유진우가 반박하며 물었다.“우수한 건 맞지만 천우는 대장군이 더 어울려. 서경의 왕은 아니야.”유만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서경이 세력이 크긴 하지만 내우외환이 끊지지 않고 있어.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많은 세력이 반드시 들고 일어날 거야. 그때가 되면 천우가 막아낼 수 있을 거 같아? 천우한테 왕위를 계승하는 건 그를 해치는 길이야.”“그럼, 저는 왜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예요?”유진우가 물었다.“너는 팔자가 굳세고 대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야. 이 세상에서 너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연경에 있는 분도 같은 생각이야. 네가 서경의 왕이 된다면 전체 국면을 안정시킬 수 있어. 나중에 서경에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너는 그만한 중책을 다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야.”유만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듣다 보니까 결국 저는 정세
유태범은 분한 마음에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렇다고 감히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유진우와 유천우가 거절하며 왕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왕은 그 두 사람 중에서 나와야 한다는 걸 유태범도 잘 알고 있었다.조금이라도 허튼 생각을 한다면 그의 최후도 채원진과 똑같아질 것이 뻔했다.“그만! 그만! 이 녀석들이! 왕위를 계승하라는데 무슨 처벌을 받듯이 말하고 있어? 그게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야?”두 아들의 태도에 화가 난 유만수는 욕을 퍼부었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왕위를 값이 없이 여기며 서로 안 한다고 싸우는 두 아들 때문에 유만수는 너무 창피했다.“저는 정말 생각이 없어요. 천우한테 물려 주세요.”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저는 왕위를 감당할 재목이 아니에요. 무조건 형을 시키세요.”유천우는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둘 다 입 다물어!”유만수는 탁자를 세게 치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내가 결정해. 너희들이 제멋대로 이래라저래라할 일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몸만 괜찮았다면 너희들이 왕위를 이렇게 빨리 넘겨받을 수 있었을 거 같아?”유만수가 화를 내자 유천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절대 못 하겠다는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자기 생각을 밝히고 있었고 유진우는 여전히 자신과 상관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유만수는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겨우 감정을 가라앉히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말했다.“자식놈들이 모두에게 못 볼 꼴을 보여줬네요. 왕위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오늘에는 모두 즐겁게 먹고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냅시다.”“자자, 다들 마십시다.”장범규는 웃으면서 분위기를 풀었다. 그는 누가 왕위를 이어받든 상관없었다.결정은 순전히 유만수의 손에 달렸으니, 장범규는 누가 왕이 되었던 유만수의 결정을 따르고 지지할 생각이었다.방금까지 얼어있던 분위기는 금세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다만 아까와 달리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다.첫 번째 부류는 회음 제후 은성종을 필두로 유진우를
“뭐?”유진우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서경의 왕위는 수많은 사람이 바라지만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자리였다.이렇게 존귀하고 최고의 권세를 누릴 수 있는 자리를 서로 마다하는 유진우와 유천우 때문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예전에는 왕의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웠거늘, 유진우와 유천우는 완전히 반대였다.두 사람은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서로 양보하며 왕위를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은 처음이라 유진우를 지지하던 사람도 유천우를 지지하던 사람도 모두 입만 벌린 채 얼어있었다.당사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는데 정작 두 형제는 서로 양보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었다.“형, 애초에 약속했잖아요. 형이 왕이 되고 내가 장군이 돼서 형을 보좌한다고. 왜 말을 바꿔요?”유천우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언제? 난 그런 약속 한 적 없어.”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게으르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하고 사는 것에 익숙해. 구속받는 것도 싫고 부담스러워서 싫어. 그리고 너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아. 왕위는 네가 더 합당해.”“합당하기는 개뿔!”유천우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내 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애당초 나는 왕이 될 재목이 아니에요. 하지만 형은 다르죠. 형은 모든 면에서 나보다 우수하고 형이야말로 아버지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계승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후계자예요.”“천우야, 함부로 너 자신을 낮추지 마. 네가 나보다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어.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거야. 너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유진우가 말했다.“난 몰라요! 아무튼 서경의 왕은 형이 하세요!”유천우는 화가 나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익지 않은 참외를 억지로 비틀어 따봤자 그 참외는 달지 않아. 나는 큰 포부도 없고 남을 위하는 고상
유태범의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지난날 표기대장군이었던 유태범은 인품 논란은 많았지만,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유태범은 여러 차례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오늘 이 자리까지 오른 것이었다.그러니 유태범처럼 패기 있고 안목이 있는 사람조차 유진우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했다.조금 전에 그들은 유진우를 지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거로 생각해 유천우를 지지했지만 지금 보니 그건 아니었다.먼저 전쟁의 신 조무진이 힘을 보탰고 이어서 표기대장군 유태범이 지지했으니, 이 두 사람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의 결정을 바꾸기에 충분했다.“셋째야, 왜 장혁을 선택하겠다는 건지 자세히 말해봐.”유만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제가 장혁을 선택한 이유는 조무진과 비슷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재능과 능력을 더 중시합니다.”유태범은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호룡각을 어떻게 소탕했는지 모두 잘 알 거로 생각합니다. 전부 장혁이 작전을 짜고 계략을 펼쳤기에 교활하기 여지없던 채원진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호룡각의 숨겨진 보물까지 전부 찾아냈죠. 이건 그야말로 아주 큰 공이 아닙니까? 종합해 보면 장혁의 용기와 지략은 왕위를 계승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입니다. 천우는 대장군이 되기에는 손색이 없지만 왕의 자리에 오르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유태범의 말이 끝나자, 유만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한휘는 흥분하며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허튼소리! 이번 호룡각을 소탕한 것은 유진우 한 사람만의 공이 아니잖아요. 유천우도 큰 공을 세웠습니다. 유천우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되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재능과 능력으로 따지면 유천우는 유진우보다 못 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젊고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선평 제후,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십니까? 저는 그냥 가족의 일원으로서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이고 모든 권한은 저의 형님한테
“괜찮아. 오늘은 가족 연회야.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식구와 마찬가지이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걱정 말고 해봐.”유만수가 웃으며 말했다.“위왕 님께서 물어보셨으니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말씀 올리겠습니다.”조무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맞잡아 가슴에 올려 예의를 갖추고 말했다.“제 의견은 지극히 제 개인 생각일 뿐이니, 혹시 의견이 달라도 저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말아주십시오.”“전쟁의 신께서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당신은 나라의 기둥과 마찬가지인 사람이니 보는 눈이 분명 다를 거로 생각합니다.”“전쟁의 신께서는 누구를 지지하는 겁니까? 어서 말해보세요.”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용국의 전쟁의 신이자 왕족 조씨 가문의 후계자인 조문진의 영향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모든 사람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여 있었다.“자, 그럼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조무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중하게 말했다.“종합적인 능력과 현명함을 바탕으로 한다면 저는 유진우가 서경의 왕으로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진우에게는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서경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서경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토대가 없어 대중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위왕 님께서 저 자리에 오르실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그 당시 많은 세력이 위왕 님께 좋지 않은 눈총을 보냈었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위왕 님은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서경의 영토를 넓히며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여 지금의 지위와 영광을 얻었지요. 유진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개인 능력으로 보면 위왕 님보다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서경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에서도 유진우 같은 사람은 더 없을 겁니다. 저는 유진우에게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 그는 반드시 훌륭한 서경 왕이 되어 여러분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께서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마음껏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는 여기까
은성종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똑똑한 사람이라면 유천우의 지지자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유천우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잘 알 텐데, 서경의 인재로서 어린 제갈량이라고 불리는 은성종이 왜 반대로 유진우를 지지하는지 모두 의아해했다.“회음 제후,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주한휘가 반박했다.“유진우의 무도 재능은 서경 전체를 놓고 보면 확실히 따라올 사람이 없지만, 왕의 자리는 싸움을 잘한다고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천우는 학문과 무예를 골고루 겸비한 데다 지지자까지 많으며 무엇보다 전쟁에서 몇 년 동안 연마하여 모든 면에서 매우 훌륭합니다. 만약 유천우가 왕이 된다면 서경은 분명 더욱 빛날 것입니다!”유천우는 황제의 조카이자 주한휘의 미래 사위이고 양측은 이미 혼약까지 맺은 사이였다.그러니 주한휘는 유천우가 왕의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자기 딸은 왕비가 되는 것이고 본인도 자연히 신분이 상승할 테니 무조건 유천우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저도 선평 제후의 견해에 동의합니다.”흑용군 주장 한 명이 말했다.“유진우가 우수하다는 건 물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는 서경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었고 서경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유천우는 다르지요. 어릴 때부터 서경에서 자랐으니, 인맥도 넓고 군사 내막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유천우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맞습니다. 유진우는 10년 동안 서경을 떠나 있었으니 그를 따르지 않을 자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유천우가 왕이 되는 것을 지지합니다.”이때 일부 군사의 고급 장교들이 모두 유천우를 지지하기 시작했다.유진우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서경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기에 그들한테 유진우는 서먹서먹했지만, 유천우는 달랐다.유천우가 예전에는 믿음직하지 못했던 건 맞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뛰어난 성과를 보였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유천우의 성격상 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