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남병원, 모 병동 안.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장경화가 병상에 누워 끊임없이 앓음 소리를 내는 것을 보았다.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그 위에는 핏자국이 약간 묻어 있었다. 게다가 그 앓음소리까지 곁들이니 가볍게 다친 건 아닌 것으로 보였다.“엄마! 어때요?”이청아가 병실로 들어가며 관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딸! 드디어 왔구나!”상황을 보고 장경화는 울부짖으며 말했다.“엄마가 잘못했어, 엄마가 미안해! 엄마는 이제 살 면목이 없어!”그리고 머리를 벽에다 두 번 부딪쳤다.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엄마! 뭐 하는 거예요야!”이청아는 깜짝 놀라 얼른 장경화를 끌어당기며 말했다.“좋게 말로 해요. 왜 죽느니 사느니 소란을 피워요?”“난... 난 말 할 면목이 없어!”장경화는 가슴을 치며 한탄해 마지않았다.“이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이청아는 시선을 돌려 옆에 서 있는 이현을 바라보았다.“누나, 엄마가 사기당했어. 우리가 저축한 돈이 다 없어졌어.”이현은 울상을 지었다.“사기당했다고? 자세히 말해봐.”이청아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누나, 단소홍의 남자친구, 사도현 기억하지? 그 시크릿 그룹의 매니저.”“당연히 기억하지, 그런근데 그 사람이게 왜?”이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 사람이 우리한테 사기 쳤어!”이현은 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젯밤 이모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사도현이 갑자기 찾아와서 시크릿 그룹에 새 건물이 개발된다고 하면서 투자하지 않겠냐는가고 물었어. 전부 내부가라면서 저렴하다며 말이지. 우리는 사도현이그가 호의를 베푸는 줄 알고 흔쾌히 승낙했어. 사도현은 처음에 우리가 돈을 투자하기만 하면 반년 안에 두 배로 오를 것이라고 했어. 많이 투자하면 투자할수록 더 많이 번다면서. 당시 우리는 돈에 눈이 멀었고 의심도 하지 않고 저축한 돈을 모두 꺼내 사도현과 계약을 맺었어.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오늘 아침, 우리가 개발 장소에 가서 조사했을 때, 그 새로운 건물이 바로
이현은 아무 말하지 않고 그저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20억?”이청아는 심호흡을 하고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비록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다행히 그럴 만했으니,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누나, 오해했어. 20억이 아니라 200억이야.”이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200억?”이청아는 안색이 달라졌다.“장난해?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있다고?”“우린 2억의 저축을 가지고 있었고, 두 채의 별장으로 98억을 대출받았고, 나머지 100억은 엄마가 누나 돈을 훔쳐 쓴 거야.”이현은 목을 움츠리며 말했다.“뭐?”이 말에 이청아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미쳤어요? 집도 팔고, 돈도 훔치고, 누가 엄마더러 그러라고 허락했어요?”누가 투자를 위해 자신의 집까지 모두 팔 수 있는가?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딸, 다 엄마 잘못이야.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지금 죽을게!”이청아가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장경화는 슬피 울부짖으며 다시 머리를 벽에 부딪치기 시작했다.천지를 울부짖는 그 연기는 완전히 무르익었다. 영화배우가 와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것이다.“그만, 그만 좀 해요!”이청아는 노하여 큰소리를 쳤다.“여기서 죽느니 사느니 하기보다 차라리 이 국면을 어떻게 수습할지 생각해 봐요!”“딸, 너는 지금 조경 그룹의 회장이고, 고작 200억이야, 너한테는 아무것도 아니겠지?”장경화가 떠보며 물었다.“흥, 말 참 쉽게 하네요.”이청아는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빌려온 2천억으로 회사 주식 일부를 샀고 아직 배당도 안 됐고, 수중에 돈이 전혀 없어요. 게다가 나는 아직 2천억의 대출금도 갚아야 해요. 3년 동안 나는 빚을 져야 돼요.”“어? 이렇게 심각해?”장경화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자기 딸이 그룹 회장이 되어 그 후부터 훌륭해졌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큰 압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모...”그때 문밖으로 한 쌍의 모녀가 들어왔다. 바로 단소홍과 장홍매 두 사람이었다.“소홍아, 왔어? 어때? 사도현은 찾았어?
“네?”장경화의 시선이 닿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왜 날 봐요? 내가 호구예요? 젠장!’“진우야...”장경화가 갑자기 억지 미소를 짓더니 과일 바구니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목마르지? 자, 사과 먹어.”“왜 이러세요?”유진우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아무 이유 없이 호의를 베풀 장경화가 아닌데.“저기, 아까 우리가 한 얘기 다 들었지?”장경화는 무척이나 온화하고 선량한 웃음을 지었다.“넌 마음씨가 착해서 우리가 사기당한 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 부탁 하나만 들어줘.”“무슨 부탁이요?”유진우의 두 눈에 경계심이 가득했다.“너 꽤 많은 부자들이랑 친분이 있잖아. 우리가 산 그 건물 팔아줄 수 있어?”“지금 저더러 다른 사람에게 사기를 치란 말씀이에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장경화는 일부러 불만 있는 척했다.“사기를 치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걸 재활용하는 거지. 어차피 부자들은 돈도 많은데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면 되잖아.”“그래, 그래.”단소홍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우, 성동의 부도 건물이 값은 얼마 안 돼도 잠재력이 있어. 우린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할 돈이 없어서 이러는 거야. 만약 부자들에게 판다면 나중에 가격이 오를지도 몰라.”“잠깐...”유진우는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방금 어디 부도 건물이라고 했어?”“성동 교외 근처야. 왜?”단소홍이 의아해했다.“성동의 부도 건물?”확인을 마친 유진우의 입꼬리가 실룩거렸다.“다들 대박 났네요? 그 부도 건물 엄청 값나가는 건물이에요.”“값나간다고?”그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한낱 부도 건물은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는데 값나간다고? 그리고 값나갔으면 우리가 팔려고 하겠어?’“그 부도 건물을 곧 중점적으로 개발한다고 들었어요. 사면 그냥 돈방석에 앉는 거예요.”유진우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얼
장경화는 유진우가 도와주기 싫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줄로 생각했다.그때 단소홍이 머리를 굴렸다.“유진우, 이 건물이 대박 날 거라고 했지? 그럼 대박 나게 지금 너에게 팔게. 어때?”“그래, 그래.”그녀의 말에 장경화도 맞장구를 쳤다.“이 부도 건물에 관심이 있으면 네가 사면 되겠네.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이건 당신들에게 좋은 기회인데 제가 미안해서 어찌 빼앗을 수 있겠어요.”유진우가 완곡하게 거절했다.“괜찮아, 괜찮아. 우린 한 가족이잖아. 가족끼리 같이 대박 나면 좋지.”장경화는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호구를 쳐다보는 듯했다.“그래, 유진우. 가족끼리 뭐 미안해하고 그래. 이런 좋은 일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되지.”“그럼 그럼. 나중에 대박 나면 우리에게 밥이나 한 끼 사면 돼.”다들 어찌나 상냥하고 알랑거리는지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어쨌거나 이런 호구는 두 번 다시는 없을 테니까.“정말 저에게 팔려고요?”유진우가 다시 한번 물었다.“그럼, 당연히 팔아야지. 더 비싸게 팔지도 않을 테니까 본전만 주면 돼.”장경화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후회하지 않겠어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맹세해. 후회하면 벼락 맞을게.”장경화는 세 손가락을 들고 맹세까지 했다.“맞아! 후회하는 사람은 벼락 맞을 거야.”단소홍 등 몇몇도 따라서 맞장구를 쳤다.“좋아요. 정 그렇게 팔겠다면 제가 살게요.”유진우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돈 벌 기회를 직접 갖다 바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진우 씨, 당신 미쳤어? 아무 가치도 없는 건물을 사서 뭐 하려고?”이청아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유진우가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 사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언니, 유진우가 사겠다는데 그냥 내버려 둬요. 뭘 그렇게 사사건건 간섭해요?”단소홍이 불만을 드러냈다.“그러니까 말이야. 돈을 벌겠다는데 왜 앞길을 막고 그래?”장경화가 그녀에게 눈치를 주었다.‘겨우 호구 하나
“유진우, 이젠 너한테 바보라는 소리를 하는 것도 지겨워. 아무 값어치도 없는 쓰레기를 보물 취급하는 너도 정말 대단해.”단소홍은 마치 큰 이득이라도 얻은 것처럼 우쭐거리며 웃었다.수십억을 투자했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할 줄 알았는데 누군가 덥석 사가다니, 이게 웬 떡?“유진우, 이번에 네 덕에 우리가 살았어. 안 그러면 진짜 빈털터리가 될 뻔했어.”장경화는 카드 안의 금액을 보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었다.“유진우, 넌 정말 살아있는 보살이야. 인정!”이현은 고소해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하하, 대박 나면 우리에게 한턱내는 거 잊지 마.”장홍매가 조롱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도현에게 사기당한 건 재수가 없었지만 호구를 만난 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마터면 진짜 전 재산을 날릴 뻔했다.“당신들이 후회만 하지 않으면 돼요.”유진우가 웃을 듯 말 듯 했다.“후회?”그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다가 크게 웃었다.‘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 하다니, 너 같은 바보는 사기당해도 싸.’“난 진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돈이 좀 있다고 해도 이렇게 막 써도 돼?”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평소에는 아주 똑똑하던 사람이 왜 중요한 순간에 이런 실수를 하는 거지?’“지금 그 어떤 얘기를 해봤자 소용없어. 시간이 지나면 당신도 알게 될 거야.”유진우는 덤덤하게 웃기만 할 뿐 긴 설명은 생략했다.조금 전 그는 여러 번이나 충고했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다. 나중에 확실한 결과가 나온다면 진정한 승자가 누구일지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다.“흥, 마음대로 해!”이청아는 밖으로 나가려다가 문 앞에서 다시 발걸음을 멈췄다.“가만히 서서 뭐 해? 회사로 가야지.”“저기, 나 휴가 좀 내면 안 될까? 지인이 병원에 입원해서 좀 가보려고.”유진우가 갑자기 말했다.황백도 마침 이 병원에 있어 온 김에 가볼 생각이었다.“그러든지 말든지.”이청아는 흥 하고 쏘아붙이고는 그대로 가버렸다.5분 후, 유진우는 다른 병실로
“아저씨가 다쳤다는데 당연히 와봐야지.”하지원은 준비해 온 선물을 침대 옆에 내려놓았다.“이건 몸에 좋은 보양식이야. 아저씨가 하루빨리 쾌차하셨으면 좋겠어.”“고마워.”황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아 참, 소개한다는 걸 까먹었네. 이분은 우리 엄마셔.”하지원이 옆에 있는 젊은 여자를 소개했다.“안녕하세요.”황은아는 허리를 살짝 굽혀 인사했다.“그래, 안녕.”젊은 여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어머... 오빠도 여기 있었네요?”하지원의 시선이 갑자기 옆에 있는 유진우에게 향하더니 사뭇 놀란 얼굴로 말했다.“도씨 가문에서 찾아오진 않았죠?”“응, 오지 않았어.”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도석현 같은 사람을 아예 안중에 둔 적이 없었다.“엄마, 지난번에 술집에서 다른 사람이 집적거릴 때 이 오빠가 나서서 해결해줬었어요.”하지원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정말 고마워요.”젊은 여자는 예의 바르게 웃어 보였다.“별것도 아닌데요, 뭐.”그런데 유진우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사모님, 실례지만 하나만 묻겠습니다. 혹시 최근에 머리가 자주 어지러우신가요?”“어떻게 알았어요?”젊은 여자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저 의학을 좀 알거든요. 어딘가 좀 불편해 보여서요.”유진우가 설명했다.“그렇군요...”젊은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저혈당이라서 가끔 머리가 어지러워요. 하지만 큰 문제는 없어요.”“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사모님의 눈에 핏발이 가득 섰고 호흡도 짧으며 몸도 딱딱하게 굳어있어요. 그리고 관자놀이의 핏줄도 튀어나왔고요. 아무래도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뇌출혈이요?”젊은 여자는 눈살을 찌푸렸고 안색도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이봐요, 젊은이. 말 좀 가려서 해요. 지난달에 건강 검진을 받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뇌출혈이라니요?”‘멀쩡하게 생겨서 거슬리는 소리만 하네?’“사모님, 다시 한번 제대로 검사해 보시
“엄마!”갑자기 쓰러진 어머니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하지원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하려고 소리를 지르면서 인중도 계속 눌렀다. 하지만 젊은 여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의식을 완전히 잃은 듯했다.“의사! 의사 선생님 어디 있어요?”하지원은 어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뛰쳐 들어가며 소리를 질렀다.소란스러운 소리에 의료인들이 달려와 응급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그렇게 1시간 후, 응급실 문 앞.“지원아.”양복 차림의 한 남자가 몇몇 경호원과 함께 헐레벌떡 병원으로 달려왔다.“아빠, 드디어 오셨네요.”남자의 등장에 하지원은 의지할 구석이 생긴 듯 상황을 설명했다.“엄마가 아까 갑자기 쓰러지셔서 지금 응급실로 들어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면서 저에게 위독 통지서에 사인까지 하라고 했어요.”“갑자기 쓰러졌다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하용만이 눈살을 찌푸렸다.“저도 모르겠어요. 분명 멀쩡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하지원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지금 당장 군 병원으로 가서 단 선생님을 모셔와!”하용만이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분부했다.“알겠습니다.”경호원은 바로 휴대 전화를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그렇게 30분도 채 안 되어 백발이 성성하고 검은 옷차림의 한 영감이 전문 의료팀과 함께 부리나케 병원에 도착했다. 그들은 전부 군 병원에서 실력이 있기로 유명한 의사들이었고 아무나 내세워도 웬만한 의사들보다 훨씬 뛰어났다.“안녕하세요, 하용만 씨.”검은 옷 영감이 허리 굽혀 인사했다.“단 선생님, 저희 아내가 위독하다고 합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하용만이 진지하게 말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검은 옷 영감은 곧장 응급실로 들어가 신분을 밝힌 후 함께 응급 치료를 시작했다.항남 병원 의사들의 실력도 꽤 훌륭했지만 군 병원의 명의에 비교하면 그래도 차이가 있었다.몇 시간 동안의 응급 치료를 마친 후 검은 옷 영감이 드디어 응급실에서 나왔다.“선생님, 저희 아내는 어떤가요?”
“알겠어요.”하지원은 지체없이 바로 휴대 전화를 꺼내 유진우에게 연락하여 자초지종을 간단하게 설명했다.“지금 바로 갈게.”유진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그 시각 젊은 여자는 이미 VIP 병실로 옮겨졌다. 비록 잠시 위험한 고비는 넘겼으나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유진우가 병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대부분 모두 의사들이었고 경호원도 몇 명 있었다.“오빠, 왔어요?”유진우를 본 순간 하지원의 두 눈에 기대가 가득했다.“지원아, 이분이 바로 네가 말한 그 명의야?”하용만은 유진우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의 사람은 생각보다 너무도 어렸다.‘20대 정도 돼 보이는 젊은이가 그런 뛰어난 의술을 지녔다고?’“아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죠. 오빠가 젊어 보여도 실력이 정말 뛰어나요. 엄마를 보자마자 바로 병을 알아봤다니까요.”하지원이 설명했다.“아가씨, 제가 주제넘게 한마디 하겠는데요. 아무리 봐도 이 젊은이는 그저 어쩌다가 우연히 알아맞힌 것 같아요.”검은 옷 영감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유진우의 나이는 고작 20대였고 그는 의학에 발을 담근 지 40년이 넘었다. 그마저도 보아내지 못한 것을 상대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젊은이, 자신 있어요?”하용만이 떠보듯 물었다.“자신이 없었으면 여길 오지도 않았죠.”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좋아요. 내 아내의 병을 치료해준다면 절대 섭섭지 않게 사례하겠습니다.”하용만이 진지하게 말했다.“용만 씨, 정말로 이자에게 맡기려고요?”검은 옷 영감이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사모님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합니까?”“지금보다 더 최악인 상황은 없어요.”하용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는데... 그게 죽은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하지만...”검은 옷 영감이 또 뭐라 하려 하자 하용만이 손을 들었다.“젊은이, 이쪽으로 와요.”“네.”유진우는 고
진산 기슭 아래, 포효와 함성 그리고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유진우는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십만 대군 속을 종횡무진하며 검 끝이 닿는 곳마다 무적의 기세를 보였다.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졌다.그러나 유진우가 아무리 격렬히 싸우고 있다고 해도 주변의 병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많아졌다.밀려오는 파도처럼 한 무리를 척살하면 또 다른 무리의 병사들이 덮쳐왔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병사들은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십만 대군이 가만히 서서 목을 길게 빼고 죽기를 기다린다 해도 사흘 밤낮으로 베어야 할 것이다.하지만 십만 대군은 모두 정예병들이었다.갑옷을 입고 방패를 든 그들을 처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유진우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혼자서 십만 대군을 도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은 기계가 아니니 고강도의 싸움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었다.유진우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조금씩 체력이 소모됐다.단시간 내에는 눈에 띄지 않겠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는 서서히 누적되고 기력은 점차 소진될 것이다.결국 유진우는 병사들의 인해전술에 의해 패배할 운명이었다.“흥! 죽여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문관옥은 멀리서 전투를 관전하며 냉소를 지었다.어차피 죽는 건 자기 병사가 아니니 그는 조금의 안타까움도 느끼지 못했다.‘실력으로 보니 많아야 만 명 적도 죽이는 게 한계겠네.’체력이 고갈되면 유진우는 곧 도살될 양처럼 무력해질 것이다.“1년 사이에 실력이 이 정도로 향상되다니 역시 남겨두면 안 될 불씨야.”부규환이 중얼거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유진우의 전투를 지켜보았다.유진우의 재능으로 볼 때 몇 년만 더 성장할 시간을 준다면 아무도 그를 막을 수 없게 될 것이다.“죽여라! 다 죽여라! 전진!”여덟 명의 지휘관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전진하도록 지시했다.상부의 명령을 받은 그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죽여라!”500명의 정예병이 차량에서 뛰어내리며 앞으로 돌진했다.그때 대형 트럭의 측면 문이 열리며 빼곡히 들어있던 사람들이 드러났다.그들은 검은 전투복을 입은 채 가면을 쓰고 강철 검을 들고 있었다.하나같이 기운이 강대했는데 무도 고수가 분명했다.“돌격!”트럭 위의 가면을 쓴 남자가 장도를 휘두르자 트럭 안의 무사들은 주저 없이 앞으로 나아갔다.양측 병력은 곧바로 격렬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조무진의 병력이 더 많았다.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어 공격과 방어가 일체화된 강력한 전력을 자랑했다.반면 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다섯 명씩 조를 이루어 완벽한 호흡으로 협력하며 매우 맹렬하게 돌격했다.일순간 양측은 팽팽히 맞서며 승부를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이어갔다.“진무사?”조무진은 자세히 살펴보다가 이내 단서를 발견했다.가면을 쓴 암살자들은 모두 정예 무사로 각별히 선발된 사람들이 분명했다.일반적인 무림 문파였다면 격전속에서 이토록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줄 수 없었다.오직 공식적이고 엄격한 훈련을 받은 무사만이 이러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연경 전체에서 봤을 때, 이 정도의 실력과 동기를 가진 집단은 진무사밖에 없었다.진무사까지 출동한 것을 보니 조무진은 사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때 500리 떨어진 한적한 산림 속.조홍연이 정예 병력 한 부대를 이끌고 산적 토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일부 저항이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산적들은 정예군을 보자마자 쥐가 고양이를 보듯이 산채를 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않았다.조홍연은 단 한 명의 병력 손실도 없이 가볍게 임무를 완수했다.“홍연 님, 산적들은 이미 도망쳤고 저희는 무사히 산채를 점령했습니다. 현재 전리품 정리 중입니다.”조홍연의 측근 중 하나인 여자 장군 공요가 다가와 보고했다.조홍연은 산채의 나무 성벽 위에 서서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그녀의 얼굴에서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다.“홍연 님, 왜 그
홍군림이 백준을 막아서 검을 상대하고 있을 때, 다른 한편 동방의 진산에서 백 리 떨어진 곳에서 조무진이 정예병 500명을 이끌고 급히 진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상황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탓에 병력이 많지 않았지만 이 500명은 그의 직속 친위대로 구성된 강력한 전투력의 부대였다.안에는 적지 않은 무도 고수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만 명 규모의 일반 군사들과 맞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더 빨리! 더 속도를 내라! 반드시 최단 시간 안에 서하사에 도착해야 한다.”조무진은 차량에 앉아 연신 재촉하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의 이런 반응은 함께 차량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여자 부하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평소 조무진은 전쟁의 신으로 불리며 세상이 무너진다 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담담히 대응하던 사람이었다.‘그 어떤 위급한 상황에서도 냉철한 판단으로 대응해 온 그가 지금 이토록 다급한 모습을 보이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조홍연 쪽은 어떠한가? 연락이 닿았느냐?”조무진이 갑자기 물었다.“아가씨는 가문 장로들에 의해 긴급 임무에 차출되어 현재로서는 연락이 닿지 않지 않아 일단 메시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아가씨께서 돌아오시는 대로 즉시 지원하러 올 것입니다.”한 여자 부하가 답했다.“무슨 임무? 다 헛소리야! 늙은 놈들이 일부러 방해를 놓은 게 틀림없어!”조무진이 분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이 중요한 시점에 가장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조홍연을 멀리 차출보내는 건 조씨 가문에서 황가와의 충돌을 피하고자 유장혁이 죽는 것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행위였다.“도련님, 유 도련님께서는 복이 많으신 분이니 분명히 무사하실 겁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여자 부하가 조심스럽게 위로를 건넸다.“상황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조무진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지금 연경성은 이미 폭풍전야다. 황권 뒤에 숨은 세력들조차 움직이기 시작했어. 내 추측이 맞다면 10년 전의 그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벌어질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