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단소홍이었다. “유진우, 네가 왜 여기 있어?”단소홍은 한번 훑고 자못 놀랐다.“회사 안전부 부장인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유진우는 사과 하나를 집어 들고 뜯어먹기 시작했다.“안전부 부장?”단소홍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언니, 뭐예요? 나도 한낱 비서일 뿐인데 언니가 유진우를 부장으로 만들다니요. 무슨 근거로요?”“내가 뭘 하는지 너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어.”이청아는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그리고 네가 비서란 건 잘 아나 보네? 그런데 출근 첫날에 32분이나 지각하다니, 정말 직업정신이 뛰어나구나!”어머니와 이모가 여러 좋은 이야기 해준 덕에 이청아는 단소홍에게 경험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단소홍이 이렇게 못날 줄 몰랐다.“방금 길이 막혀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게다가 30분 늦었을 뿐인데 별문제 없죠?”단소홍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내가 너 보고 30분 전에 자료를 가지고 회의실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결과는? 회의가 다 끝났는데도 도착하지 않았어, 감히 나한테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하는 거니?”이청아는 화가 나서 책상을‘탁’ 두드렸다.“네? 회의 끝났다고요?”단소홍은 어리둥절해했다.“흥! 내가 미리 자료를 다 외웠으니 망정이지, 너를 믿었다간 회의를 망쳤을 거야!”이청아는 화가 났다.이청아의 첫날 취임이 엄청 중요한데, 하필이면 눈앞의 단소홍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언니, 제 잘못이에요, 앞으로 꼭 주의할게요.”단소홍은 난처한 표정이었다.“이번에는 따지지 않겠지만 다음부터는 오늘 같은 일이 없는 게 좋을 거야!”이청아가 경고했다.“네네.”단소홍은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됐어, 가서 염룡파가 빚진 일에 대해 알아봐 줘.”이청아가 분부했다.“염룡파?”이 말을 듣자, 단소홍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언니, 왜 염룡파와 얽히게 됐어요? 그분들은 모두 어마무시하고 독한 사람들이라고요!”“왜? 네가 염룡파를 알아?”이청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가 염룡파 보스라고?”단소홍은 먼저 어리둥절해졌다. 그리고 멍청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길로 말했다. “유진우, 제발 헛소리 그만 좀 해. 네가 뭔데 감히 스스로 염룡파 보스라고 하는 거지?”“유진우, 농담 그만해. 좀 진지하게 대해.” 이청아는 눈을 부릅뜨고 유진우를 노려보았다. 이청아도 눈앞에 있는 유진우의 말을 믿지 않았다.‘서울에 온 지 며칠 됐다고 어떻게 보스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겠어?’“이런 일로 내가 너희를 속일 이유가 뭐가 있겠어? 믿지 않는다면 나와 함께 염룡파로 가자. 내가 당장 돈을 갚게 해 줄 테니까.” 유진우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흥! 우릴 바보로 보는 거야? 염룡파로 가서 빚을 갚으라고 하면 우리 목숨이 어디 남아돌겠어?”단소홍은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됐어, 같이 갈 필요 없어. 내가 직접 갈게. 그럼 되는 거지?” 유진우는 말다툼하기 싫었다. 그렇게 큰일도 아닌데 너무 긴장되게 만들어 놓았다.“잠깐만! 나도 같이 갈게.”유진우가 떠나려고 하자, 이청아가 급하게 일어나 따라갔다.“언니! 미쳤어요? 정말 이 녀석과 염룡파에 가겠다고요?” 단소홍은 깜짝 놀랐다. 그렇게 많이 말했는데 이청아는 하나도 듣지 않은 것 같다.“되든 안 되든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이청아는 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빚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돌려받지 못한다면 다른 계획을 세워보자.”“하지만...”“넌 무섭다면 가지 않아도 돼.”이청아는 손을 흔들어 제지했다.“내가 무섭다고 해도 언니 혼자 위험에 빠지게 해선 안 돼요.”단소홍은 한숨을 내쉬며 이어 말했다.“언니 안전을 위해서, 제 인맥을 동원해야겠어요.”말하면서 단소홍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오빠, 좀 도와줄 일이 있어...” 3분 후, 단소홍은 전화를 끊었고 얼굴은 많이 평온해졌다.“언니, 방금 도현 씨랑 얘기했어요. 오빠가 도와줄 거라고 했어요. 빚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비록 이청아는 족장 이세훈이 뒤를 받쳐주고 있지만 강북의 세력은 강남이 다스릴 수 없었다.“작은 역할이라면 문제없어요.”홍길수는 크게 웃었다.“오지 않는 게 좋겠네요. 일단 빚을 받으러 오면, 결과는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거니까요!” ‘세력, 배경도 없이 나에게 돈을 요구하려 하다니, 꿈도 못 꾸지!’“그럼 어르신 잘 부탁합니다. 일이 성사되면 큰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하하... 좋아요, 편하게 대해요.”홍길수는 순간 싱글벙글했다.과거 경험에 따르면, 큰 선물이라 불리는 것은 돈 2억이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어르신...”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 부하인 영탁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무슨 일이야? 내가 지금 손님이랑 사업 얘기하는 거 못 봤어?”홍길수가 눈썹을 치켜올려 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밖에서 누가 만나 뵈려고 합니다. 말로는 돈을 빚졌으니 갚아야 한다고 합니다.”영탁이 말했다.“그래? 벌써 왔어? 정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홍길수는 턱을 쓰다듬었다.“홍 어르신, 이따가 잘 부탁해요.”박호철은 빙긋 웃었다.“알았어요, 눈 크게 뜨고 제가 어떻게 수습하는지 잘 봐요!”홍길수는 탁자를 두드리고 그대로 일어섰다. 그리고 거들먹거리며 나갔다.박호철은 창가로 걸어가 커튼 사이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바깥 상황을 지켜봤다.그 시각, 부동산 회사의 정문 앞, 이청아는 중간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왼쪽은 유진우, 오른쪽은 단소홍이 서 있었다.“언니, 그만둘까요? 저 안에 있는 사람들 좀 봐요, 하나같이 흉악하고 너무 무서워요!”단소홍은 뒤로 움츠러든 채 침을 꿀꺽 삼키며 무서워했다.단소홍은 이따가 들어가 악명 높은 염룡파 짐승들이 그녀의 몸을 더럽힐까 봐 정말 두려웠다.“문 앞까지 왔는데 중도에 포기하는 법이 어디 있겠어?”이청아는 태연했다.“언니, 염룡파는 인성이 없어요, 만일...”단소홍은 말하려다 멈추었다. 단소홍이 말하는 사이에 홍길수가 이미 무리를 데리고
“어?”영탁은 멍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머지 사람들도 서로 쳐다보며 경악하는 모습이었다.홍길수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1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을 죽이겠다고 아우성을 쳤는데, 1초 후 겁에 질려 얼굴빛이 변해 귀신이라도 본 모양이었다.“뭐 해? 빨리 가서 돈 가져와!”주변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자, 홍길수는 초조해서 발로 걷어찼다.“네네...”영탁은 주저하지 않고 급하게 회사로 뛰어갔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홍길수가 두려워하는 것만은 분명했다.영탁이 돈을 가져오는 틈을 타서 홍길수는 유진우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보스, 언제 오셨어요? 미리 언질을 주지 그랬어요, 그럼 제가 사람을 보내서 모시러 갈 텐데요.”“보스?”홍길수가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고 이청아와 단소홍은 그대로 멍해졌다. 서로 마주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독한 염룡파 홍길수가 유진우를 보고 이렇게 보잘것없게 굴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길수야, 빚진 돈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야. 염룡파는 남에게 빚진 돈은 반드시 갚아야 해. 알겠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네... 보스 말이 맞아요.”홍길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이며 식은땀을 흘렸다.“방금은 제가 충동적이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그러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네가 방금 한 짓이 너무 무례했어. 채권자에게 사과해.”유진우가 경고했다.“이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홍길수는 웃으면서 계속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오히려 이청아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청아는 이미 홍길수를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방금 흉악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고양이처럼 온순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사실 그녀뿐만 아니라 단소홍도 이미 놀라서 말하지 못했다.‘이 사람이 아직도 내가 기억하는 흉악하고 위세를 떨친 홍길수가 맞아?
“잘 가세요, 보스!”홍길수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인사했다.“잘 가세요, 보스!”염룡파 제자들은 홍길수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 일제히 소리를 크게 질렀고 그 기세는 놀라웠다.그때 위층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박호철이 마침내 뛰어 내려왔다.“홍 어르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청아에게 돈을 줬어요?”박호철이 입을 열어 물었다.‘이청아를 골탕 먹이기로 했는데 만나서 바로 돈을 주다니. 언제 염룡파가 이렇게 약해졌지?’“무슨 낯짝으로 말해요?”홍길수는 뒤를 돌아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방금 저 여자랑 같이 있던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한낱 작은 보안직원 아닌가요. 뭐가 대수예요?”박호철은 눈살을 찌푸렸다.“작은 보안직원?”홍길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들어 박호철의 뺨을 때리며 욕했다.“시발, 정말 장난하나. 저 사람은 우리 염룡파 새 보스예요!”“뭐라고요? 새 보스?”박호철은 어리둥절해져서 충격을 받았다.“개자식! 나 방금 너 때문에 죽을 뻔했어.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말고 꺼져!”홍길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롤렉스를 박호철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박호철은 감히 화도 내지 못하고 의기소침하여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박호철은 이청아가 이런 사람을 알 줄은 꿈에도 몰랐다....“진우 씨, 당신 정말 염룡파 보스야?” 차에서 이청아는 마침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믿기 어렵지만 방금 홍길수의 행동이 이미 사실을 증명했다.“방금 다 봤는데 거짓이겠어?”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내 말은, 당신이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았냐는 거야.”이청아는 궁금한 얼굴이었다.“당연히 덕으로 사람을 복종시켰지, 당신은 내가 주먹으로 앉았다고 생각해?”유진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야?”이청아는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유진우는 살짝 웃는 듯했다.“됐어, 난 당신이 어떻게 염룡파 보스 자리에 앉았는지 상관없어. 단지 한 가지, 난 당신이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야! 제 코가 석자? 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단소홍이 눈을 부릅떴고 안색은 매우 언짢았다.멀쩡한 데 찬물을 끼얹으니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내 짐작이 맞다면 오늘 사도현은 시크릿 그룹에서 잘릴 것 같아.”유진우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헛소리하지 마!”이 말을 듣자, 단소홍은 더욱더 불쾌했다.“오빠가 얼마나 훌륭한데 어떻게 잘릴 수 있어?”“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이 일은 사도현이 도와줄 수 없을 거야.”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흥! 오빠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을 네가 도와줄 수 있다고? 웃기지 마!”단소홍은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멍청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게 무슨 배짱으로 큰소리를 치는 건지, 원.’“미안한데 사도현이 해낼 수 없는 걸 난 정말 해낼 수 있어.”유진우는 싱긋 웃었다.“야! 너 점점 도가 지나치는데?”유진우의 말에 단소홍은 순간 화가 났다.“유진우, 내가 원래 네 체면 좀 세워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날뛰니, 보여줄 수밖에. 그때 가서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자, 그녀는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사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들을 다시 과장하여 말했다.“뭐? 내가 잘렸다고? 정말 웃기는군. 내가 시크릿 그룹에서 영향력이 막강한데 누가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겠어?”사도현이 건방지게 말했다.“오빠, 유진우가 사람을 얕잡아보는데, 오늘 오빠 인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자고.”단소홍이 화를 돋우기 시작했다.“문제없어! 겨우 프로젝트 한 건 아닌가? 내가 바로 마케팅부 장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도와주라고 할 테니 너희들은 직접 와서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돼.”사도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오빠, 그럼 부탁할게.”단소홍은 기쁜 얼굴로 전화를 끊은 후, 머리를 치켜들고 유진우를 향해 턱을 내밀었다. “유진우, 너 엄청 거만했었지? 나와 같이 시크릿 크룹으로 가지 않을래?”“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유진우는 개의치 않았다.“좋아! 오늘 너와 오빠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똑똑히 알
“잠깐만요!”중년 남자가 가려고 하자 단소홍이 달려가 말했다.“장 매니저님, 저는 몰라도 사도현은 아실 거예요.”“사도현?”중년 남성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사도현과 무슨 사이지?”“사도현은 제 남자친구예요.”단소홍은 자랑스럽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장 매니저님, 저는 오빠가 이미 당신에게 미리 인사를 했다고 믿어요. 이제, 우리는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겠죠?”“못 들어갑니다.”중년 남성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까와 같습니다. 저를 만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해요.”“네?”단소홍은 어리둥절해하며 깜짝 놀랐다.“장 매니저님, 방금 잘 못 들으셨나요? 전 사도현의 여자친구예요, 이번에 온 것은 당신과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그게 뭐 어때서요?”중년 남자는 냉소하듯 말했다.“당신은 말할 것도 없고, 사도현이 직접 와도 미리 예약해야 해요!”“당신...”단소홍은 잠시 화가 치밀었다.단소홍은 상대방이 자기를 거절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사도현의 체면도 주지 않는다.“단소홍, 사도현의 명성이 여기선 잘 안되는 것 같군.”유진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단소홍은 눈꼬리를 실룩거리더니 안색이 좀 안 좋게 변했다.자신만만해서 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단소홍은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여전히 단념하지 않았다.“장 매니저님, 같은 처마 밑에서 시도 때도 없이 보는데, 설마 도현 씨와 사이가 틀어질 생각이세요?”“사이가 틀어지면 뭐 어때요? 빨리 꺼지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요.”중년 남자가 외쳤다.“다... 당신 정말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네요!”단소홍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가슴이 심하게 출렁거렸다.“장봉원! 너 정말 위풍 잘 떠네!”그때 찬바람과 함께 사도현이 당당히 걸어 들어왔다.사도현을 보자 단소홍은 매우 기뻐서, 즉시 사도현 쪽으로 다가갔다.“오빠, 마침 잘 왔어, 이 사람이 방금 나를 업신여겼어.”“내가 다 봤어. 이제 나한테 맡겨.”
“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말... 말도 안 돼!”사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비록 사도현은 아무런 업적이 없지만, 줄곧 실수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빽이 있어 평소에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회사를 활보한다.그의 인맥으로는 감원하더라도 그가 해고당할 리는 없었다.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오빠, 잘렸어?”표정이 달라진 사도현을 보며 단소홍도 놀란 표정이었다.‘이 사업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왜 지금 사업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일자리를 잃어버렸지?”“문제가 생겼나 보다.”이청아는 생각에 잠긴 듯 얼굴을 찡그렸다.사도현이 도움을 줄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안되는 것 같다.“장봉원! 솔직히 말해, 네가 몰래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 아니야?”사도현은 무섭게 고개를 들었고 눈빛은 무서웠다.“나는 너에게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너를 해치려 하겠어? 게다가, 나도 그럴만한 실력이 없으니, 너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거야.”장봉원은 담담하게 말했다.장봉원은 사도현 같이 제대로 하지 않고 눈치껏 하는 척만 하는 놈은 진작부터 눈에 거슬렸다.오늘날 해고된 것은 너무도 통쾌했다.“헛소리! 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틀림없이 네가 고발했어!”사도현은 사납게 굴었다.재직 몇 년 동안 사도현은 확실히 적지 않은 돈을 삼켰으니, 아마도 약점을 잡혔을 것이다.“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장봉원은 설명하기 귀찮았다.어차피 상대방은 회사 사람도 아니니 지금은 걱정할 게 없었다.“장봉원! 너 역시 독하네!”사도현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네가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야. 사실대로 말해줄게, 난 회사에 든든한 빽이 있어! 오늘 퇴사해도 내일 다시 나올 수 있어!”“어? 그래? 네 빽이 누군데?”장봉원이 되물었다.“흥! 말하면 네가 놀랄까 봐 걱정돼. 이 회사 대표가 내 친삼촌이야!”사도현이 거만하게 말했다.“어쩐지 너 같은 사람이 매니저가 되더라니, 이렇게 든든한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