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그럼 부회장님은 어떤 고견을 갖고 있으신지요?”이청아가 담담하게 되물었다.그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비리 자료를 수집했지만, 유독 박호철의 것만 없었다.박호철이 아무런 비리가 없는 게 아니라 일을 신중하게 처리해서 빈틈이 거의 없다.“고견이라고 하면, 확실히 당신에게 몇 마디 해야겠어요.”박호철은 담배를 입에 물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의 회장이 되려면 충분한 명성과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우리를 데리고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인정할 수 있습니다.”말을 듣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세상 사람들은 이익을 위해 모이고 또 이익을 위해 흩어진다.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이다.“제가 이 자리에 앉았으니 어느 정도 자신이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제가 회장 자리에 오른 후, 여기 계신 여러분들의 월급을 50%씩 올리고 연말 배당 때 20% 더 올리죠. 어때요?”이청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이 말이 나오자 많은 사람이 귓속말로 속삭이기 시작했다.월급이 절반 오르고 배당금이 20% 더해지는데, 이 대우는 후하지 않다고 할 수 없다.“이청아 씨, 우리는 모두 과묵한 사람이라 희망고문을 싫어합니다. 말로만 하는 걸 누가 못하겠어요?”“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이청아가 되물었다.“우리 회사에는 현재 세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당신이 다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당신의 회장 자리를 인정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러서서 자리를 양보하세요.”박호철이 시비 걸기 시작했다.“어려운 세 가지 문제, 한번 말해보세요.”이청아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첫째, 염룡파가 회사에 140억의 대금을 빚졌습니다. 7일 안에 전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박호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염룡파?”이청아는 생각에 잠겼다. ‘회사에 이렇게 많은 돈을 빚진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 아닐 거야.’“왜요? 무서워요? 무서우면 거절할 수 있습니다.”박호철은 도발적이었다.“두 번째 어려운 문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단소홍이었다. “유진우, 네가 왜 여기 있어?”단소홍은 한번 훑고 자못 놀랐다.“회사 안전부 부장인 내가 여기 있으면 안 돼?”유진우는 사과 하나를 집어 들고 뜯어먹기 시작했다.“안전부 부장?”단소홍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언니, 뭐예요? 나도 한낱 비서일 뿐인데 언니가 유진우를 부장으로 만들다니요. 무슨 근거로요?”“내가 뭘 하는지 너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어.”이청아는 냉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그리고 네가 비서란 건 잘 아나 보네? 그런데 출근 첫날에 32분이나 지각하다니, 정말 직업정신이 뛰어나구나!”어머니와 이모가 여러 좋은 이야기 해준 덕에 이청아는 단소홍에게 경험할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단소홍이 이렇게 못날 줄 몰랐다.“방금 길이 막혀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게다가 30분 늦었을 뿐인데 별문제 없죠?”단소홍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내가 너 보고 30분 전에 자료를 가지고 회의실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결과는? 회의가 다 끝났는데도 도착하지 않았어, 감히 나한테 아무 문제 없다고 말하는 거니?”이청아는 화가 나서 책상을‘탁’ 두드렸다.“네? 회의 끝났다고요?”단소홍은 어리둥절해했다.“흥! 내가 미리 자료를 다 외웠으니 망정이지, 너를 믿었다간 회의를 망쳤을 거야!”이청아는 화가 났다.이청아의 첫날 취임이 엄청 중요한데, 하필이면 눈앞의 단소홍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언니, 제 잘못이에요, 앞으로 꼭 주의할게요.”단소홍은 난처한 표정이었다.“이번에는 따지지 않겠지만 다음부터는 오늘 같은 일이 없는 게 좋을 거야!”이청아가 경고했다.“네네.”단소홍은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됐어, 가서 염룡파가 빚진 일에 대해 알아봐 줘.”이청아가 분부했다.“염룡파?”이 말을 듣자, 단소홍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언니, 왜 염룡파와 얽히게 됐어요? 그분들은 모두 어마무시하고 독한 사람들이라고요!”“왜? 네가 염룡파를 알아?”이청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가 염룡파 보스라고?”단소홍은 먼저 어리둥절해졌다. 그리고 멍청한 사람을 보는 듯한 눈길로 말했다. “유진우, 제발 헛소리 그만 좀 해. 네가 뭔데 감히 스스로 염룡파 보스라고 하는 거지?”“유진우, 농담 그만해. 좀 진지하게 대해.” 이청아는 눈을 부릅뜨고 유진우를 노려보았다. 이청아도 눈앞에 있는 유진우의 말을 믿지 않았다.‘서울에 온 지 며칠 됐다고 어떻게 보스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겠어?’“이런 일로 내가 너희를 속일 이유가 뭐가 있겠어? 믿지 않는다면 나와 함께 염룡파로 가자. 내가 당장 돈을 갚게 해 줄 테니까.” 유진우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흥! 우릴 바보로 보는 거야? 염룡파로 가서 빚을 갚으라고 하면 우리 목숨이 어디 남아돌겠어?”단소홍은 불쾌한 기색으로 말했다.“됐어, 같이 갈 필요 없어. 내가 직접 갈게. 그럼 되는 거지?” 유진우는 말다툼하기 싫었다. 그렇게 큰일도 아닌데 너무 긴장되게 만들어 놓았다.“잠깐만! 나도 같이 갈게.”유진우가 떠나려고 하자, 이청아가 급하게 일어나 따라갔다.“언니! 미쳤어요? 정말 이 녀석과 염룡파에 가겠다고요?” 단소홍은 깜짝 놀랐다. 그렇게 많이 말했는데 이청아는 하나도 듣지 않은 것 같다.“되든 안 되든 일단 시도는 해봐야지.”이청아는 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빚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돌려받지 못한다면 다른 계획을 세워보자.”“하지만...”“넌 무섭다면 가지 않아도 돼.”이청아는 손을 흔들어 제지했다.“내가 무섭다고 해도 언니 혼자 위험에 빠지게 해선 안 돼요.”단소홍은 한숨을 내쉬며 이어 말했다.“언니 안전을 위해서, 제 인맥을 동원해야겠어요.”말하면서 단소홍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오빠, 좀 도와줄 일이 있어...” 3분 후, 단소홍은 전화를 끊었고 얼굴은 많이 평온해졌다.“언니, 방금 도현 씨랑 얘기했어요. 오빠가 도와줄 거라고 했어요. 빚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비록 이청아는 족장 이세훈이 뒤를 받쳐주고 있지만 강북의 세력은 강남이 다스릴 수 없었다.“작은 역할이라면 문제없어요.”홍길수는 크게 웃었다.“오지 않는 게 좋겠네요. 일단 빚을 받으러 오면, 결과는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거니까요!” ‘세력, 배경도 없이 나에게 돈을 요구하려 하다니, 꿈도 못 꾸지!’“그럼 어르신 잘 부탁합니다. 일이 성사되면 큰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하하... 좋아요, 편하게 대해요.”홍길수는 순간 싱글벙글했다.과거 경험에 따르면, 큰 선물이라 불리는 것은 돈 2억이거나 그 이상일 수 있다.“어르신...”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하고 있을 때, 부하인 영탁이 갑자기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무슨 일이야? 내가 지금 손님이랑 사업 얘기하는 거 못 봤어?”홍길수가 눈썹을 치켜올려 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어르신, 밖에서 누가 만나 뵈려고 합니다. 말로는 돈을 빚졌으니 갚아야 한다고 합니다.”영탁이 말했다.“그래? 벌써 왔어? 정말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홍길수는 턱을 쓰다듬었다.“홍 어르신, 이따가 잘 부탁해요.”박호철은 빙긋 웃었다.“알았어요, 눈 크게 뜨고 제가 어떻게 수습하는지 잘 봐요!”홍길수는 탁자를 두드리고 그대로 일어섰다. 그리고 거들먹거리며 나갔다.박호철은 창가로 걸어가 커튼 사이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바깥 상황을 지켜봤다.그 시각, 부동산 회사의 정문 앞, 이청아는 중간에서 조용히 서 있었다.왼쪽은 유진우, 오른쪽은 단소홍이 서 있었다.“언니, 그만둘까요? 저 안에 있는 사람들 좀 봐요, 하나같이 흉악하고 너무 무서워요!”단소홍은 뒤로 움츠러든 채 침을 꿀꺽 삼키며 무서워했다.단소홍은 이따가 들어가 악명 높은 염룡파 짐승들이 그녀의 몸을 더럽힐까 봐 정말 두려웠다.“문 앞까지 왔는데 중도에 포기하는 법이 어디 있겠어?”이청아는 태연했다.“언니, 염룡파는 인성이 없어요, 만일...”단소홍은 말하려다 멈추었다. 단소홍이 말하는 사이에 홍길수가 이미 무리를 데리고
“어?”영탁은 멍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머지 사람들도 서로 쳐다보며 경악하는 모습이었다.홍길수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1초 전까지만 해도 사람을 죽이겠다고 아우성을 쳤는데, 1초 후 겁에 질려 얼굴빛이 변해 귀신이라도 본 모양이었다.“뭐 해? 빨리 가서 돈 가져와!”주변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자, 홍길수는 초조해서 발로 걷어찼다.“네네...”영탁은 주저하지 않고 급하게 회사로 뛰어갔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홍길수가 두려워하는 것만은 분명했다.영탁이 돈을 가져오는 틈을 타서 홍길수는 유진우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보스, 언제 오셨어요? 미리 언질을 주지 그랬어요, 그럼 제가 사람을 보내서 모시러 갈 텐데요.”“보스?”홍길수가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고 이청아와 단소홍은 그대로 멍해졌다. 서로 마주 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독한 염룡파 홍길수가 유진우를 보고 이렇게 보잘것없게 굴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길수야, 빚진 돈을 갚는 건 당연한 일이야. 염룡파는 남에게 빚진 돈은 반드시 갚아야 해. 알겠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네... 보스 말이 맞아요.”홍길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이며 식은땀을 흘렸다.“방금은 제가 충동적이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그러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네가 방금 한 짓이 너무 무례했어. 채권자에게 사과해.”유진우가 경고했다.“이 회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홍길수는 웃으면서 계속 허리를 굽혀 사과했다.오히려 이청아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청아는 이미 홍길수를 상대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방금 흉악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고양이처럼 온순해질 줄 누가 알았겠는가?사실 그녀뿐만 아니라 단소홍도 이미 놀라서 말하지 못했다.‘이 사람이 아직도 내가 기억하는 흉악하고 위세를 떨친 홍길수가 맞아?
“잘 가세요, 보스!”홍길수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향해 인사했다.“잘 가세요, 보스!”염룡파 제자들은 홍길수를 그대로 따라 하면서 일제히 소리를 크게 질렀고 그 기세는 놀라웠다.그때 위층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박호철이 마침내 뛰어 내려왔다.“홍 어르신,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청아에게 돈을 줬어요?”박호철이 입을 열어 물었다.‘이청아를 골탕 먹이기로 했는데 만나서 바로 돈을 주다니. 언제 염룡파가 이렇게 약해졌지?’“무슨 낯짝으로 말해요?”홍길수는 뒤를 돌아 눈에 힘을 주고 말했다.“방금 저 여자랑 같이 있던 사람이 누군지 알아요?”“한낱 작은 보안직원 아닌가요. 뭐가 대수예요?”박호철은 눈살을 찌푸렸다.“작은 보안직원?”홍길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손을 들어 박호철의 뺨을 때리며 욕했다.“시발, 정말 장난하나. 저 사람은 우리 염룡파 새 보스예요!”“뭐라고요? 새 보스?”박호철은 어리둥절해져서 충격을 받았다.“개자식! 나 방금 너 때문에 죽을 뻔했어.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나지 말고 꺼져!”홍길수는 화가 치밀어 올라 롤렉스를 박호철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박호철은 감히 화도 내지 못하고 의기소침하여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박호철은 이청아가 이런 사람을 알 줄은 꿈에도 몰랐다....“진우 씨, 당신 정말 염룡파 보스야?” 차에서 이청아는 마침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믿기 어렵지만 방금 홍길수의 행동이 이미 사실을 증명했다.“방금 다 봤는데 거짓이겠어?”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내 말은, 당신이 어떻게 그 자리에 앉았냐는 거야.”이청아는 궁금한 얼굴이었다.“당연히 덕으로 사람을 복종시켰지, 당신은 내가 주먹으로 앉았다고 생각해?”유진우는 진지하게 말했다. “진짜야?”이청아는 의심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데?”유진우는 살짝 웃는 듯했다.“됐어, 난 당신이 어떻게 염룡파 보스 자리에 앉았는지 상관없어. 단지 한 가지, 난 당신이 제멋대로 행동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야! 제 코가 석자? 무슨 헛소리 하는 거야?”단소홍이 눈을 부릅떴고 안색은 매우 언짢았다.멀쩡한 데 찬물을 끼얹으니 정말 기분이 더러웠다.“내 짐작이 맞다면 오늘 사도현은 시크릿 그룹에서 잘릴 것 같아.”유진우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헛소리하지 마!”이 말을 듣자, 단소홍은 더욱더 불쾌했다.“오빠가 얼마나 훌륭한데 어떻게 잘릴 수 있어?”“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이 일은 사도현이 도와줄 수 없을 거야.”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흥! 오빠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을 네가 도와줄 수 있다고? 웃기지 마!”단소홍은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멍청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게 무슨 배짱으로 큰소리를 치는 건지, 원.’“미안한데 사도현이 해낼 수 없는 걸 난 정말 해낼 수 있어.”유진우는 싱긋 웃었다.“야! 너 점점 도가 지나치는데?”유진우의 말에 단소홍은 순간 화가 났다.“유진우, 내가 원래 네 체면 좀 세워주려고 했는데, 네가 이렇게 날뛰니, 보여줄 수밖에. 그때 가서 날 탓하지 마!”말이 끝나자, 그녀는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사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들을 다시 과장하여 말했다.“뭐? 내가 잘렸다고? 정말 웃기는군. 내가 시크릿 그룹에서 영향력이 막강한데 누가 감히 나를 건드릴 수 있겠어?”사도현이 건방지게 말했다.“오빠, 유진우가 사람을 얕잡아보는데, 오늘 오빠 인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자고.”단소홍이 화를 돋우기 시작했다.“문제없어! 겨우 프로젝트 한 건 아닌가? 내가 바로 마케팅부 장 매니저에게 전화해서 도와주라고 할 테니 너희들은 직접 와서 계약서에 서명만 하면 돼.”사도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오빠, 그럼 부탁할게.”단소홍은 기쁜 얼굴로 전화를 끊은 후, 머리를 치켜들고 유진우를 향해 턱을 내밀었다. “유진우, 너 엄청 거만했었지? 나와 같이 시크릿 크룹으로 가지 않을래?”“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유진우는 개의치 않았다.“좋아! 오늘 너와 오빠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똑똑히 알
“잠깐만요!”중년 남자가 가려고 하자 단소홍이 달려가 말했다.“장 매니저님, 저는 몰라도 사도현은 아실 거예요.”“사도현?”중년 남성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사도현과 무슨 사이지?”“사도현은 제 남자친구예요.”단소홍은 자랑스럽게 웃으며 계속 말했다.“장 매니저님, 저는 오빠가 이미 당신에게 미리 인사를 했다고 믿어요. 이제, 우리는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겠죠?”“못 들어갑니다.”중년 남성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까와 같습니다. 저를 만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해요.”“네?”단소홍은 어리둥절해하며 깜짝 놀랐다.“장 매니저님, 방금 잘 못 들으셨나요? 전 사도현의 여자친구예요, 이번에 온 것은 당신과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그게 뭐 어때서요?”중년 남자는 냉소하듯 말했다.“당신은 말할 것도 없고, 사도현이 직접 와도 미리 예약해야 해요!”“당신...”단소홍은 잠시 화가 치밀었다.단소홍은 상대방이 자기를 거절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사도현의 체면도 주지 않는다.“단소홍, 사도현의 명성이 여기선 잘 안되는 것 같군.”유진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단소홍은 눈꼬리를 실룩거리더니 안색이 좀 안 좋게 변했다.자신만만해서 왔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단소홍은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여전히 단념하지 않았다.“장 매니저님, 같은 처마 밑에서 시도 때도 없이 보는데, 설마 도현 씨와 사이가 틀어질 생각이세요?”“사이가 틀어지면 뭐 어때요? 빨리 꺼지세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무례하다고 탓하지 마요.”중년 남자가 외쳤다.“다... 당신 정말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네요!”단소홍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가슴이 심하게 출렁거렸다.“장봉원! 너 정말 위풍 잘 떠네!”그때 찬바람과 함께 사도현이 당당히 걸어 들어왔다.사도현을 보자 단소홍은 매우 기뻐서, 즉시 사도현 쪽으로 다가갔다.“오빠, 마침 잘 왔어, 이 사람이 방금 나를 업신여겼어.”“내가 다 봤어. 이제 나한테 맡겨.”
유태범의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지난날 표기대장군이었던 유태범은 인품 논란은 많았지만,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유태범은 여러 차례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오늘 이 자리까지 오른 것이었다.그러니 유태범처럼 패기 있고 안목이 있는 사람조차 유진우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했다.조금 전에 그들은 유진우를 지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거로 생각해 유천우를 지지했지만 지금 보니 그건 아니었다.먼저 전쟁의 신 조무진이 힘을 보탰고 이어서 표기대장군 유태범이 지지했으니, 이 두 사람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의 결정을 바꾸기에 충분했다.“셋째야, 왜 장혁을 선택하겠다는 건지 자세히 말해봐.”유만수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제가 장혁을 선택한 이유는 조무진과 비슷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재능과 능력을 더 중시합니다.”유태범은 진지하게 말했다.“이번에 호룡각을 어떻게 소탕했는지 모두 잘 알 거로 생각합니다. 전부 장혁이 작전을 짜고 계략을 펼쳤기에 교활하기 여지없던 채원진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호룡각의 숨겨진 보물까지 전부 찾아냈죠. 이건 그야말로 아주 큰 공이 아닙니까? 종합해 보면 장혁의 용기와 지략은 왕위를 계승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입니다. 천우는 대장군이 되기에는 손색이 없지만 왕의 자리에 오르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유태범의 말이 끝나자, 유만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주한휘는 흥분하며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허튼소리! 이번 호룡각을 소탕한 것은 유진우 한 사람만의 공이 아니잖아요. 유천우도 큰 공을 세웠습니다. 유천우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되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재능과 능력으로 따지면 유천우는 유진우보다 못 한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젊고 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선평 제후,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십니까? 저는 그냥 가족의 일원으로서 제 생각을 말했을 뿐이고 모든 권한은 저의 형님한테
“괜찮아. 오늘은 가족 연회야.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식구와 마찬가지이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걱정 말고 해봐.”유만수가 웃으며 말했다.“위왕 님께서 물어보셨으니 그럼, 사양하지 않고 말씀 올리겠습니다.”조무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손을 맞잡아 가슴에 올려 예의를 갖추고 말했다.“제 의견은 지극히 제 개인 생각일 뿐이니, 혹시 의견이 달라도 저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말아주십시오.”“전쟁의 신께서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당신은 나라의 기둥과 마찬가지인 사람이니 보는 눈이 분명 다를 거로 생각합니다.”“전쟁의 신께서는 누구를 지지하는 겁니까? 어서 말해보세요.”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용국의 전쟁의 신이자 왕족 조씨 가문의 후계자인 조문진의 영향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모든 사람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여 있었다.“자, 그럼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조무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중하게 말했다.“종합적인 능력과 현명함을 바탕으로 한다면 저는 유진우가 서경의 왕으로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진우에게는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서경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어 서경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토대가 없어 대중들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위왕 님께서 저 자리에 오르실 때도 똑같은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그 당시 많은 세력이 위왕 님께 좋지 않은 눈총을 보냈었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위왕 님은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서경의 영토를 넓히며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하여 지금의 지위와 영광을 얻었지요. 유진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개인 능력으로 보면 위왕 님보다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서경뿐만 아니라 용국 전체에서도 유진우 같은 사람은 더 없을 겁니다. 저는 유진우에게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 그는 반드시 훌륭한 서경 왕이 되어 여러분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께서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마음껏 말씀하셔도 됩니다. 저는 여기까
은성종의 발언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똑똑한 사람이라면 유천우의 지지자가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유천우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잘 알 텐데, 서경의 인재로서 어린 제갈량이라고 불리는 은성종이 왜 반대로 유진우를 지지하는지 모두 의아해했다.“회음 제후,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주한휘가 반박했다.“유진우의 무도 재능은 서경 전체를 놓고 보면 확실히 따라올 사람이 없지만, 왕의 자리는 싸움을 잘한다고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천우는 학문과 무예를 골고루 겸비한 데다 지지자까지 많으며 무엇보다 전쟁에서 몇 년 동안 연마하여 모든 면에서 매우 훌륭합니다. 만약 유천우가 왕이 된다면 서경은 분명 더욱 빛날 것입니다!”유천우는 황제의 조카이자 주한휘의 미래 사위이고 양측은 이미 혼약까지 맺은 사이였다.그러니 주한휘는 유천우가 왕의 자리에 오르기만 하면 자기 딸은 왕비가 되는 것이고 본인도 자연히 신분이 상승할 테니 무조건 유천우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저도 선평 제후의 견해에 동의합니다.”흑용군 주장 한 명이 말했다.“유진우가 우수하다는 건 물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는 서경을 떠난 지 여러 해가 되었고 서경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유천우는 다르지요. 어릴 때부터 서경에서 자랐으니, 인맥도 넓고 군사 내막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유천우가 왕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맞습니다. 유진우는 10년 동안 서경을 떠나 있었으니 그를 따르지 않을 자들이 많을 겁니다. 저도 유천우가 왕이 되는 것을 지지합니다.”이때 일부 군사의 고급 장교들이 모두 유천우를 지지하기 시작했다.유진우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서경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되었기에 그들한테 유진우는 서먹서먹했지만, 유천우는 달랐다.유천우가 예전에는 믿음직하지 못했던 건 맞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뛰어난 성과를 보였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유천우의 성격상 왕이
한참 동안 사람들은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비록 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몇 년은 더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무엇보다 이제 겨우 내우외환을 해결했는데, 유만수가 자리를 넘겨준다고 하니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여보, 너무 성급한 거 아닌가요?”옆에 있던 이의진이 권유했다.“그러니까요. 위왕 님, 아직 몸도 정정하시고 지금은 백세시대인데 어찌 이렇게 일찍 자리를 넘겨줄 생각을 하십니까?”장범규는 정직하고 솔직하게 물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묻고 싶었지만, 감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만약 누군가 나서서 유만수를 설득한다면 새로운 위왕 님의 미움을 살 수도 있으니, 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조용하게 상황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마침 여러분들이 모두 있는 자리에서 후사를 미리 안배하는 것도 제 소원을 이루는 셈입니다.”유만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보...”이의진이 뭔가를 말하려는데 유만수가 손을 들어 제재하며 말했다.“그만. 난 이미 결정했으니 더 이상 설득할 필요 없어.”유만수는 다시 모든 사람을 향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여러분, 저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정하는 건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 사람의 손에 미래 서경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습니다. 그러니 이 일은 저 혼자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에는 누가 미래의 서경을 맡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그건...”유만수의 말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형세를 보아하니 유만수는 내부 투표를 통해 지지자가 많은 사람한테 서경을 맡길 생각인 것 같았다.그러니 문제는 유진우를 선택할 것인가 유천우를 선택한 것인가였다.재능과 능력 면에서 보면 당연히 유진우가 한 수 위이지만 집안 내력과 배후 세력으로 판단하면 유천우가 한 수 위였다.유천우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쟁에서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미래가 기대된다는
보물 지도를 나눈 뒤 유진우는 사람을 안배해 호룡각의 기지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이곳은 위치가 은밀하여 수비는 쉬우나 공격하기는 아주 어려웠고 또한 두 나라의 국경 지대에 놓여있었다.그러니 이곳을 군사 요새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만약 앞으로 서방 제국과 충돌이 생긴다면 이곳이 중요 군사 지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출병한다면 반드시 예상치 못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금 당장은 쓸모가 없겠지만 미리 준비해 둔다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해당 건을 해결한 뒤 유진우는 사람들을 데리고 서경왕부로 돌아갔다.이번에 유진우가 서경의 복병을 해결하고 대승을 거두었기에 유만수는 서경의 왕으로서 특별히 부내에서 연회를 열어 많은 손님을 초대했다.이번 사건에 공로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초청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다.한동안 왕부 안팎은 매우 시끌벅적했다.유만수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한테 매우 기쁜 소식이었고 호룡각을 멸한 건 더욱 기쁜 일이니 축하할 이유가 충분했다.밤이 되자 왕부 안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서경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거의 다 모인 것 같았다.각 고급 장교, 각 고위 간부, 그리고 각 방면의 거물들이 모두 왕부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여러분, 후배인 제가 먼저 몇 마디 하겠습니다.”연회에서 유천우는 먼저 일어나 손에 잔을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번에 왕부가 위기를 맞았었지만, 여러분은 떠나지 않고 앞다투어 왕부의 근심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어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 제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말을 마친 유천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도련님이 너무 겸손하네. 우리는 서경의 신하로서 당연히 왕부와 함께해야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별거 아니야.”평양 제후 장범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맞는 말이야. 오랜 시간을 위왕 님과 함께 보냈고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늘 같이했으니, 왕부가 곤경에 처했다면 당연히 전폭적으로 도와야지. 나라를 위해서
“맞아요. 길이라는 건 한번 잘못 들어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죠. 사철수의 모든 행동은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가 없어요. 누구처럼 죄를 공으로 대처할 기회조차 없죠.”유천우는 유태범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유태범이 셋째 삼촌이 아니고 아버지의 인자함이 없었다면, 그뿐만 아니라 형제의 상잔을 원하지 않았고 손실이 크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역모는 열 번 죽어도 모자란 죄였다.“흠 흠.”유천우의 눈빛에 유태범은 괜히 마음에 찔려 화제를 돌렸다.“장혁아, 세 개의 보물 창고를 모두 합치면 가치가 엄청날 텐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당연히 전부 서경으로 가져가야죠. 설마 그 잡놈들한테 남겨두기라도 하겠다는 거예요?”유천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세 개의 보물 창고를 우리가 전부 독차지할 수는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우리만의 힘으로 호룡각을 멸망시킨 건 아니잖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야. 그러니 보물 창고도 공평하게 함께 나눠야지.”“공평하게 나눈다고? 장혁아, 장난이지?”유태범은 어리둥절해서 격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방금 사철수의 말을 들었잖아. 호룡각의 보물 창고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해 온 것들이고 그 수가 엄청날 텐데, 그걸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나눈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이번에 호룡각을 소탕하는 데 유태범은 뛰어난 공을 세웠으니, 나중에 또 다른 표창을 받을 수도 있었다.다시 말해, 서경왕부가 더 많은 보물을 얻어야만 유태범의 이익도 더 많아지기 때문에 그는 당연히 보물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보물도 좋지만, 도의도 지켜야죠. 사람들이 멀리서 우리를 도와주러 왔는데, 우리가 보물을 독차지한다면 그건 배은망덕한 사람이죠.”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그렇지만 굳이 똑같이 나눌 필요는 없잖아. 적당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되는 거지.”유태범이 말했다.“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 제 결정이 불만스럽다면 유만수에게 일러바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사철수 씨, 아직도 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예요? 사진이라도 찍어줘요? 빨리 보물 지도를 찾아내세요.”불만으로 꼴 독 찼던 유태범은 못마땅한 얼굴로 사철수에게 화풀이했다.“알겠어요. 서두를게요.”유태범의 말에 사철수는 즉시 합금으로 되어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가 채원진의 부러진 손을 들어 중간 부분에 있는 감응 위치를 살짝 눌렀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두터운 대문이 천천히 안쪽으로 열리자, 금속으로 만든 금고가 드러났다.금고는 약 33제곱미터 정도의 크기였고 한가운데에는 골드바가 사람의 키보다 더 높게 쌓여 있었다.골드바 외에도 그 주변에는 다양하면서도 진기한 보물들이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비싸고 귀중한 물건들이었다.“이곳은 채원진의 개인 금고예요. 채원진은 마음에 드는 모든 물건을 전부 이곳에 수집했어요.”사철수가 설명했다.“보물들이 어마어마하네요.”유천우는 사방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것들을 전부 가지고 나가면 성을 하나 사고도 남겠네요.”“이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호룡각의 다른 세 보물 창고에 비하면 눈앞에 있는 것들은 새 발의 피죠.”사철수가 설명했다.“정말이에요?”유천우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당신 말대로라면 호룡각의 보물을 전부 모으면 산더미가 되겠는데요?”“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수십 년 동안 쌓아왔으니, 산더미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예요.”사철수는 진지하게 말했다.“좋아요. 아주 좋아요! 빨리 모든 보물을 긁어모으고 싶네요.”유천우는 정신이 번쩍 들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보물 지도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유태범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여기 있어요.”사철수는 맨 안쪽 선반으로 가서 위에 놓여있는 정교한 박달나무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유진우에게 건넸다.유진우가 열어보니 안에는 양피지 3장이 들어있었다. 모든 양피지에는 상세한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지도 중앙에는 보물 창고의 위치가 금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보물 지도가 진짜라면, 지도에 그려져 있는
“보물 지도는 어디 있나요?”유진우가 추궁했다.“채원진의 지하 밀실에 있어요. 내가 직접 세자 전하를 모시지요.”사철수가 말했다.“지하 밀실?”유천우는 실눈을 뜨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혹시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건 아니죠? 나중에 나를 악랄하다고 탓하기 싫으면 그런 생각은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밀실 같은 건물에는 함정과 암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유천우는 사철수가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저는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아닙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사철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앞서서 안내하세요.”유진우가 두 근위병에게 눈치를 주자 근위병 두 명이 와서 사철수를 일으켜 세웠다.“잠깐만요. 밀실에 있는 보물 상자를 열려면 채원진의 손이 필요해요.”사철수가 갑자기 말했다.“그건 쉽죠.”유천우는 즉시 칼을 빼 들어 채원진의 오른손을 잘라 사철수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선물이에요.”사철수는 징그러웠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채원진의 손을 받아 들고 앞장섰다.유진우와 몇몇 사람은 사철수를 따라 기지로 들어갔고 마침내 지휘실 입구까지 도착했다.사철수는 문을 열고 벽 쪽으로 다가간 다음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떼어냈다.그림 뒤에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알아차리기 어려운 하나의 버튼이 있었다.사철수가 손을 내밀어 버튼을 누르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벽 전체가 갑자기 양쪽으로 열리더니 안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드러났다.사철수가 유진우를 포함한 몇 명을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 뒤 스위치를 누르자 문이 닫히더니 천천히 지하로 내려갔다.반 시간 남짓 지나자 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유진우와 몇 명 사람들의 눈에는 넓고 호화로운 지하 밀실이 들어왔다.말이 밀실이지 사실 호화 저택에 가까웠다. 안에는 없는 것 없이 다양한 생활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었고, 많은 물과 식량도 수집되어 있었는데 수십 년 동안 혼자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수량이었다.“핵 방지
“유진우?”무릎을 꿇은 채 냉정한 표정을 한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철수의 얼굴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놀라움과 기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미안함과 죄책감이 더욱 컸다.흑용군이 매복되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철수는 이미 호룡각의 대세가 기울었음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호룡각의 기지는 파괴되었고 채원진은 목숨을 잃었으며 사철수는 유진우한테 체포되었다. 하지만 사철수는 어쩌면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비록 사철수가 호룡각의 사람이긴 했지만, 서경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서경은 이미 사철수한테는 고향 같은 곳이었고 주변에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많았다.사철수가 저질렀던 많은 일들은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던 거라 마음이 늘 불편했었다.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도 모두 사철수의 업보였고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였다.“아저씨,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죠? 채원진이 패했으니, 당신도 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제 와서 더 할말이 남았나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기면 영웅이고 지면 도적이 되는 법이지요. 세자 전하께서 죽이시든 벌을 주든 저는 다 괜찮습니다. 다만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사철수는 간절한 마음으로 간청했다.“당신이 지금 나한테 그런 조건을 내세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세자 전하, 죄인인 저는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와 딸은 죄가 없지 않습니까? 그들은 용서해 주십시오.”사철수는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머리를 세게 박으며 유진우에게 절을 올렸다.“당신 말대로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못난 남편과 아비 때문에 그들도 죄인이 된 겁니다. 설마 당신은 어리석게도 그렇게 큰 죄를 지어 놓고 가족은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거로 생각한 겁니까?”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세자 전하, 공을 세우는 거로 저의 죄를 보상하면 안 될까요? 세자 전하께서 소가 되라면 소가 될 것이고 말이 되라면 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