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는 이런 곳에서 이청아를 만나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이청아는 낯선 남자와 함께였는데 두 사람은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이 광경을 본 유진우는 마음이 불편했다.유진우는 방금 군부에게 잡혀가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황일 텐데 이청아가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으니 절대 그를 걱정하진 않았을 테고.‘결국 나 일방적으로 좋아한 거였어?’“진우 형, 저 여자 알아?”옆에 있던 조무진은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유진우에게 물었다.“알지. 저 여자 내 전처야.”유진우는 숨김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처라고?”조무진은 입술을 씰룩거렸다.“그럼 다른 데로 가서 마실까?”‘세상이 참 좁긴 좁아.’전처가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 그는 마음이 착잡했다.“괜찮아, 여기서 마시자. 잘못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자리를 피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그는 말을 마치고는 술잔에 있는 술을 쭉 들이켰다. 마치 스트레스를 털어버려내는 듯이 말이다.이때, 이청아와 용호걸은 이미 2층으로 올라왔다. 이청아는 바로 술 마시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진우 씨, 왜 여기에 있는 거야?”이청아는 놀라움으로 가득 찬 얼굴을 보이더니 두 눈을 반짝였다.“내가 왜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데?”유진우가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차가운 얼굴을 보였다.“언제 나오게 되었어? 왜 나한테 연락을 안 했어?”이청아는 그에게 다가가며 반갑게 물었다.“연락을 하든 안 하든 당신이 상관할 건 없지.”유진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힐끔 바라봤다.그의 쌀쌀한 태도에 이청아는 흠칫했다.“왜 그래? 그 안에서 다친 거 아니야? 병원이라도 가볼까?”“신경 쓸 것 없어. 나 괜찮으니까 남자친구랑 데이트 잘해. 나 신경 쓸 것 없다고.”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남자친구?”이청아가 옆에 있는 용호걸을 보더니 곧바로 설명했다.“진우 씨, 오해한 거야. 우린 그냥 친구 사이야.”“설명할 것 없어. 그럴 필요도 없고.”유진우가 차갑게
“그냥 친구 사이라고? 좋아, 그럼 지금 나랑 함께 돌아가!”유진우가 갑자기 고집을 부렸다.“그게...”이청아는 미간을 구겼다.그녀는 유진우를 보다가, 또 옆에 있는 용호걸을 보더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용호걸에게 호감을 느끼진 못했지만 상대방의 도움을 받았으니 갑자기 자리를 뜨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왜? 못하겠어?”유진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게 당신이 말한 그냥 친구 사이야? 지금 이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말을 믿어?”그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이청아가 망설일 줄은 몰랐다.‘그럼 내가 방금 알게 된 친구보다도 못하다는 거야? 우리 관계가 한층 깊어진 줄 알았는데 이 모든 게 나의 착각일 뿐이었구나.’“됐어. 너무 난감해할 것 없어. 우리 두 사람은 그 어떤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계속 식사해, 나는 이만 갈게.”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진우 형, 나 기다려.”조무진이 술 두 병을 챙기고는 쫄래쫄래 유진우를 따라갔다.그는 연애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별다른 도움을 줄 수도 없었다.호텔에서 나온 유진우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마음이 씁쓸했다.이청아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도 몰랐다.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막상 이청아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진우 형,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여자는 널리고 널렸으니까.”조무진이 그에게 다가가고는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를 건넸다.“형이 또 잘생기고 능력도 좋잖아. 형을 따르는 여자는 줄을 지을 거라고. 아니면 내 동생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건 어때?”“안 돼요!”이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두 사람이 고개를 돌려 보니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 여인은 다름 아닌 이청아였다.“왜 나왔어?”유진우는 어안이 벙벙했다.이청아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을 줄 알았는데 쫓아 나올 줄이야.“남자가 왜 그렇게 속이 좁아?”이청아가
“조심해!”트럭이 정면으로 부딪칠 때, 이청아는 자신의 안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유진우를 밀어낼 생각밖에 없었다.피할 수 없어 죽음을 직감했을 때 이청아는 저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이대로 죽는다면 어쩌면 행복할지도 모른다. 유진우는 평생 자기를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청아가 눈을 감은 동시에 우람한 몸집의 누군가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는 주먹으로 트럭을 툭 치더니 ‘쾅’ 소리와 함께 트럭은 주먹 모양으로 일그러졌다.엄청난 충격으로 트럭 전체가 들썩이더니 심지어 공중에서 한 바퀴 돌아 ‘쿵’ 하는 굉음과 함께 이청아의 뒤로 떨어졌다.“청아야, 괜찮아?”유진우가 주먹을 거두고는 이청아가 괜찮은지 거듭 확인한 후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어떻게 된 거야?”이청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휑한 앞쪽을 보고, 또 뒤쪽의 산산조각이 난 트럭을 본 이청아는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트럭이 앞쪽으로 온 거 아니었어? 언제 뒤로 간 거지?’만약 유진우가 주먹으로 달려오는 트럭을 내리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청아는 충격을 금치 못할 것이다.“이청아! 바보 아니야? 위험이 있으면 도망을 가야지, 왜 나를 밀어내!”유진우는 한껏 어두워진 얼굴로 화를 냈다.그가 반응이 빨라서 다행이지, 아니면 이청아는 트럭에 부딪혀 곧바로 사망했을 것이다.“상황이 너무 급해서 나도 딴생각할 시간이 없었어.”이청아는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앞으로 기억해! 자신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유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만약 눈앞의 사람이 자기 때문에 죽게 되었다면 그는 평생 죄책감을 안고 남은 평생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저기, 진우 형. 나도 좀 관심해 줘.”조무진은 겨우 바닥에서 일어서고는 원망의 눈길로 유진우를 바라봤다.‘젠장, 사람을 구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왜 트럭을 나한테 던져? 내 목숨은 중요하지도 않아? 의리를 지키기는커녕 여자 때문에 아주 나를 불구덩이로 몰아넣는구먼.”“안 죽으면
“뭐?”동생의 시체를 본 강준혁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유진우가 정말 말 그대로 사람을 죽일 줄은 전혀 몰랐다. 그것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말이다.“더 할 말 있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저... 저 죽이지 마세요! 부탁하는데 저 죽이지 마세요!”강준혁은 당황한 나머지 철썩 무릎을 꿇고는 싹싹 빌기 시작했다.“제가 주제넘었습니다. 눈치 없이 건드렸으니 한 번만 봐주십시오. 한 번만 살려주시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기회를 이미 줬는데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건 당신들이야.”유진우는 무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싸늘했다.“아니에요! 기회를 소중히 여길게요! 꼭 그럴게요!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아직 젊고 죽고 싶지 않아요! 이번 한 번만 살려주시면 앞으로 원하는 모든 걸 해드릴게요! 제발요!”강준혁은 미친 듯이 절을 하기 시작했다.전성기 때라도 그는 유진우를 이길 수 없었는데 하물며 지금이야?유진우가 그를 죽이는 건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이는 것처럼 쉬웠다.“아까는 그렇게 말한 것 같지 않은데?”유진우가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몸이 회복되면 나를 죽일 때까지 괴롭힌다고 하지 않았어?”“아... 아닙니다!”강준혁은 고개를 연신 저으며 말했다.“제가 무슨 배짱으로 그런 말을 했겠습니다? 정말 아닙니다!”“강천호는 어디에 있어?”유진우는 인내심을 잃은 듯했다.온 리조트를 다 찾아봤는데도 강천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몰, 몰라요. 아빠는 서울로 약을 구하러 갔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저도 모른다고요.”강준혁은 울먹이며 말했다.“운도 좋네, 서울로 갔다고?”유진우는 이 상황이 상당히 유감이었다.한 번에 모조리 다 죽이려고 했는데 한 사람이 빠졌으니 말이다.“우리 아빠 찾으시려는 거죠? 괜찮아요, 아빠가 돌아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나 아직 쓸데 있으니까 죽이지 말아 주세요. 앞으로 시키는 것 모두 할게요!”강준혁이 아첨을 떨며 살아남을 수 있는 한 가닥의
“좋아! 그래 이거야!”강천호는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비록 적지 않은 돈을 들였지만, 축기단을 얻었으니 보람은 있네!”그가 웃고 있을 때 다른 경호원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들어 왔다.“강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집에 일이 생겼습니다!”경호원은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무슨 일이야?”강천호는 얼굴을 찡그렸다.“방금 강능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젯밤에 천호 리조트가 학살당했는데 엘리트들은 물론이고 도련님과 아가씨도 모두 사망하셨다고 합니다. 강씨 가문 모두 전멸했다고 합니다!”말을 듣는 순간 강천호는 번개에 맞는 느낌이었다.손에 들고 있던 축기단마저 땅에 떨어져서 부서졌다.“내 아들!”강천호는 통곡하며 바닥에 쓰러졌다.그의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멍하게 한참을 있었다.다시 정신 차리고 비틀거리며 일어선 강천호는 10년은 더 늙어버린 듯 유난히 초췌한 모습이었다.“차 준비해! 현무문의 분타로 가자!”강천호는 충혈 된 눈에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들과 딸이 죽었으니 이제 그의 목표는 단 하나뿐이었다.바로 자식들의 복수를 하는 것이었다!그는 모든 자산을 들여서라도 복수를 할 것이다!한 시간 후.현무문 분타 회의실.“뭐라고요? 강준혁 후배가 죽었다고요?”청색 셔츠를 입은 남자가 테이블을 치며 분노했다.“누가 감히 우리 현무문 사람을 건드려요?”“조씨 가문의 조선미와 유진우라는 놈이에요!”강천호가 말했다.“흠! 한낱 조씨 가문이 감히 현무문을 건드려요? 죽으려고 작정한 거네요!”청색 셔츠 남자의 얼굴은 차갑고 살벌하였다.“당장 현무문 제자들 집합시켜. 이번에 반드시 강준혁 후배를 위해서 정의를 구현한다!”“예!”현무문 제자 한 명이 명령을 받고 자리를 떴다.곧이어 현무문의 분타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현무문 세력으로 말하자면 수십만 명의 제자들이 강남 전역에 퍼져 있었다.이번 기수 제자들은 고수들이 많아서 현무문 제자들 중에서도 출중했는데
강능, 천향원 내.“뭐? 강준혁이 죽었다고? 강씨 가문이 하룻밤 사이에 전멸됐다고? 천호 리조트가 모두 불타버렸다고?”경호원의 보고를 들은 진서현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강씨 가문은 강능에서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비록 아직 조씨 가문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 뒤에 현무문이 있기에 얕잡아 볼 수 없는 상대였다.그렇다면 누가 감히 그들을 전멸시켰단 말인가?“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진서현이 다시 물었다.“화재로 현장이 전소되어서 진범을 추적하기가 어려웠습니다.”경호원들은 고개를 저었다.“진범을 못 찾으면 우리한테 문제가 생겨!”진서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과거에 강씨 가문이 멸망했다면 진서현은 기뻐했을 건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강씨 가문과 조선미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했기에 조선미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을 받을 것이다.게다가 현무문이 추궁을 하게 되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진서현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무슨 일이에요?”그때 조선미가 비단 잠옷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강준혁은 죽고, 강씨 가문 전체가 몰살당했고, 강천호는 행방불명이야!”진서현은 전해 들은 소식을 간결하게 말했다.“알아요. 별거 아니에요.”조선미가 기지개를 켜며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응? 언제 알았어?”진서현이 놀래서 물었다.“어젯밤에 진우 씨가 전화했어요.”조선미가 가볍게 말했다.“어젯밤?”살짝 놀란 진서현은 곧바로 정신 차리고 물었다.“그럼 이게 다 유진우가 한 짓이라는 거야?!”“맞아요.”조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미쳤어? 어떻게 감히 강준혁을 죽일 수 있어? 강준혁의 스승이 누군지 알아? 현무문의 강 당주야! 현무문의 복수가 두렵지 않다는 거야?!”진서현이 말했다.“강씨 가문과는 이미 관계가 틀어져서인지 진우 씨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조선미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그녀는 유진우가 군부에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 강씨
엄마로서 딸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 잘못일까?도대체 왜 딸은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까?“한설아!”진서현이 갑자기 외쳤다.곧이어 불같은 기운이 느껴지는 강렬한 옷차림의 여인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사모님 부르셨습니까?”“익명으로 유진우가 한 짓을 모두 강 당주한테 편지를 써서 알려줘라!”진서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한설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사모님,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유진우는 조선미를 구하기 위해 싸웠었는데 이제 와서 몰래 배신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헛소리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유진우를 희생시켜야만 선미가 무사할 수 있어! 어서!”진서현은 차가운 얼굴로 소리쳤다.“네.”한설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조씨 가문의 호위무사로서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시각, 평안 의원.빨간 BMW 차 한 대가 문 앞에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자 이서우가 불같이 화를 내며 뛰어나왔다.“유진우! 여기 사는 거 알아, 빨리 나와!”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누가 이렇게 교양이 없는 거야?”유진우가 부엌에서 나오면서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너구나... 여기는 무슨 일이지?”“헛소리 집어치워! 우리 엄마가 아파, 지금 당장 나와 같이 병원에 가서 치료해!”이서우의 태도는 강했다.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엄마가 마비되었다.온몸에서 목만 조금 움직일 뿐 어깨 아래로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충격에 휩싸였지만 유진우의 말이 모두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첫날은 실신, 둘째 날은 피를 토하고, 셋째 날은 마비.하루하루 증상이 명확하게 맞았기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내일 당장 죽는다는 두려움뿐이었다!“당신 어머니가 아픈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유진우는 전혀 놀라지 않고 어깨를 으쓱했다.“당신이 엄마 뺨을 때리지 않았으면 엄마가 왜 아프겠어?!”이서우가 말했다.“허허... 뺨 하나 맞고 불치병에
“유진우! 뻔뻔하게 굴지 마!”유진우의 거듭된 거절에 이서우가 분노했다.그녀가 누구인가?그녀는 명문가의 딸이다.평소 어디를 가든 중심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은 그녀에게 아부를 했었다.그런데 지금 앞에 있는 유진우는 몇 번이고 그녀를 거절했다.“도대체 누가 뻔뻔한 건데?”유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해삼을 너무 많이 먹어서 뇌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여기는 강북이 아니라 강남이야. 내 앞에서 아가씨 성질부리지 마. 안 먹히니까!”“너... 너...”이서우는 너무 화가 나서 이를 꽉 깨물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말만 하면 모두가 그의 청을 들어주었었는데 오늘 유진우한테 여러 번 거절당했다.하지만 엄마의 안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유진우!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이서우는 심호흡을 하고 분노를 억누르며 최선을 다해 말했다.“이청아의 체면을 봐서라도 너를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야. 당신 어머니 병 치료할 수 있어. 단 우선 그 도도한 태도를 거두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 그리고 반성문을 써.”“말도 안 돼!”이서우는 단칼에 거절했다.“감히 나한테 당신 같은 인간한테 사과하라고? 꿈도 꾸지 마!”“사과 안 해도 돼. 어차피 손해 보는 건 내가 아니니까. 한 가지만 기억해. 오늘 밤까지 치료를 받지 않으면 내일 사망할 거라는 거. 그때 가서 나를 원망하지 마!”유진우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너...”이서우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문이 막혔다.유진우의 말이 거칠 긴 했지만 한마디도 틀린 게 없었다.이대로 내일이 되면 어머니가 정말로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싫으면 그냥 돌아가.”유진우는 손을 흔들며 이서우를 쫓으려 했다.“알았어. 그렇게 할게.”이서우는 결국 타협하고 입술을 깨물며 그 말을 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지금 모기 소리로 말하는 거야? 크게 말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이서우가 목소리를 높이자 예쁜 얼굴이 빨개졌다.자라면서 그녀는 누구에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