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할 일이 없나?’유진우는 잡생각을 버리려고 머리를 냅다 흔들었다. 그러고는 씻은 후 평소처럼 대문을 활짝 열었다.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리는 동시에 온몸이 피투성이인 누군가가 갑자기 의원 안으로 픽 쓰러졌다. 흰옷은 이미 피범벅이 되었고 등에 끊어진 검이 꽂혀있었는데 이미 정신을 잃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유진우가 그의 얼굴을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왕현이었다!“내가 어젯밤에 다치게 한 것 같지는 않은데?”유진우가 턱을 어루만졌다. 비록 언더 랭킹 6위가 엄청난 고수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강능에서는 실력이 손꼽히는 존재이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이 지경으로 얻어맞았을까?“당신 그래도 운이 좋아.”유진우는 가볍게 한마디 툭 던지고는 왕현을 부축하여 의원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의원 문 앞에 쓰러져있는데 어찌 못 본 척할 수가 있겠는가.외상은 많았지만 그리 심각하진 않아 간단히 약을 바르고 싸매면 되었다. 하지만 경맥과 단전이 심하게 다친 걸 보면 왕현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 작정인 것 같았다.다행히 왕현의 몸이 단단하여 완전히 망가지진 않았다. 그의 의술로 보름 정도 치료받으면 완치가 가능했다.유진우는 먼저 왕현에게 침을 놓은 후 약을 먹였다. 꽤 긴 시간이 흘러서야 정신을 잃었던 왕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깼어요? 좀 어때요?”유진우가 물었다.“당신이 절 살린 거예요?”왕현이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어젯밤 크게 다치고 나서 흐릿한 정신으로 길을 걷다가 길가에 있는 의원을 발견했다. 그런데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제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여기 다른 사람 있어요?”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고마워요.”왕현이 몸을 일으켜 인사하려 했다.“됐어요, 심하게 다쳤는데 그냥 가만히 있어요.”유진우는 재빨리 그를 말렸다.‘목숨이 위태로운 와중에 인사는 무슨.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당신 실력도 꽤 괜찮은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맞은 거예요?”유진우의 질문에 왕현은 이를 꽉
두 눈이 시뻘게진 왕현을 보고 있자니 유진우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다. 자기 스승에게 이용당한 것도 모자라 약혼녀까지 빼앗겼다니, 이보다 더 비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다른 건 몰라도 약혼녀를 빼앗아간 복수는 제대로 해야 했다. 인간이라면 절대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겉으로는 번지르르한 현무문의 오너가 이렇게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일단 치료부터 받아요. 다 나아야 잃어버린 걸 다시 찾아오죠.”유진우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제 몸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왕현이 절망에 빠진 얼굴로 씁쓸하게 말했다.“단전과 경맥이 손상되면서 내공을 완전히 잃어서 복수할 힘조차 없어요. 지금의 전 그저 쓸모없는 놈에 불과해요.”왕현이 주먹을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어 시뻘건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라고 어찌 복수할 생각이 없고 받은 만큼 그대로 돌려줄 생각이 없겠는가? 하지만 이젠 그럴 기회가 없다.“누가 당신이 쓸모없대요? 당신이 다친 곳, 내가 치료해줄 수 있어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뭐... 뭐라고요?”화들짝 놀란 왕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제가 당신의 단전을 치료해줄 수 있다고요.”유진우가 다시 한번 말했다.“확실해요?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죠?”왕현이 두 눈을 크게 떴다. 놀라움과 동시에 기대 가득한 눈빛이었다.“당신의 단전이 손상되긴 했지만 완전히 회복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라서 치료 가능해요. 그리고 경맥 같은 건 더 쉬워요. 제가 알려주는 방법대로 잘 치료한다면 열흘 정도 되면 다시 최고봉이었던 때로 돌아갈 겁니다.”유진우가 자신만만하게 장담했다. 그의 말에 크게 기뻐한 왕현은 그대로 털썩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유진우에게 냅다 절을 세 번 했다.“절 치료해 주신다면 앞으로 저의 목숨은 진우 씨 거예요! 저한테 칼산을 오르고 불바다에 뛰어들라고 해도 절대 토 달지 않고 따르겠습니다!”왕현이 진지하게 말했다.검밖에 모르는 무사의 세상에
“당신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요?”“그러니까 말이야! 분명 자기가 잘못하고선 다른 사람을 욕해? 저런 기고만장한 사람은 또 처음 봐!”“쓸데없는 얘기 말고 당장 신고해!”조국화의 안하무인에 구경꾼들도 불만을 터뜨리며 질책하기 시작했다.“닥쳐! 닥치라고!”조국화는 두 손을 허리에 올려놓고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쏘아붙였다.“우린 강북의 이씨 가문 사람이야. 높은 분마저 우리한테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천민들 주제에 감히 이딴 식으로 얘기를 해? 계속 지껄였다간 몽땅 잡아들이는 수가 있어!”그녀의 으름장에 수군대던 소리가 삽시간에 사라졌다.강북의 이씨 가문은 명성이 자자한 재벌가였다. 그런 가문을 일반인이 어찌 건드릴 수 있겠는가?“엄마, 저런 천민들이랑 말 섞지 말아요. 저 다쳤어요, 이것 봐요.”그때 젊은 아가씨 이서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녀는 팔을 움켜쥔 채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다쳤어? 어디 봐봐!”조국화의 표정이 삽시간에 변하더니 재빨리 딸에게로 달려가 자세히 살폈다. 팔꿈치에 약간의 찰과상이 있었다.“피가 다 나잖아! 이걸 어떡해...”아연실색한 조국화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결국 유진우에게 시선을 옮겼다.“저기! 당신 의사랬지? 얼른 와서 봐봐... 우리 딸도 다쳤어!”어찌나 조급해하고 걱정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무슨 죽을병이라도 걸렸나 오해하겠다.“당신 딸은 괜찮아요. 그냥 찰과상일 뿐이에요.”유진우는 그녀를 힐끗 돌아보다가 이내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찰과상일 뿐이라니?”그의 한마디는 조국화의 심기를 건드리고 말았다.“우리 딸은 어려서부터 아주 귀하게 자라서 다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단 말이야. 지금 몸에 저렇게 큰 상처가 났는데 당연히 조심해야지. 혹시라도 감염되면 어떡해?”“감염될까 두려우면 저기 약국에 가서 밴드나 사서 붙여요. 더 늦었다가 상처가 다 아물면 어떡해요.”유진우도 쌀쌀맞게 대답했다.‘피부가 살짝 까졌다고 이 난리를 피울 일이야?’“당신 지금 무슨 뜻
“엄마, 괜찮아요?”이서우는 굳은 얼굴로 재빨리 엄마를 부축했다. 이 상황이 놀랍기도 하면서 화가 났다.“아이고, 이 아파!”조국화는 후끈거리는 얼굴을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조금 전 그 따귀에 입이 다 비뚤어질 지경이었다.“감히 우리를 때려? 넌 이제 죽었어! 네 가족도 죽음을 면치 못해! 재간 있으면 도망가지 마. 오늘 절대 가만 안 둬!”이서우는 분통을 터뜨리며 휴대 전화를 꺼내 사람을 부르기 시작했다.유진우는 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여자애를 구하는 데 집중했다. 그의 신기한 침술 치료 덕에 여자애의 상태가 빠른 속도로 안정됐다. 그리고 그때 마침 구급차도 현장에 도착했다.“당신 딸이 지금 잠시는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상처가 깊어서 꿰매야 하니까 꼭 조심해서 가요.”유진우는 여자애를 들것에 올렸다.“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정말 고맙습니다!”흰옷 여자는 연신 허리 굽혀 인사하고는 구급차와 함께 현장을 떠났다.“흥! 영웅행세라도 하고 싶은가 보지? 딱 기다려. 이따가 본때를 보여줄게!”조국화 모녀는 옆에서 호시탐탐 그를 노려보았고 오늘 그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기세였다. 유진우는 조국화를 아래위로 살피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나랑 여기서 싸울 시간에 병원에 가서 검사나 받아봐요. 기가 허하고 눈동자가 풀린 걸 보니 아무래도 오래 못 살 것 같은데.”“헛소리 지껄이지 마! 오래 못 살긴 누가 오래 못 산다고 그래. 내 몸이 얼마나 건강한데!”조국화가 눈을 부라렸다.“못 믿겠어요? 요즘 혹시 머리가 자주 어지럽고 팔다리가 맥이 풀리지 않던가요? 그리고 가끔 코피도 흘리고?”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조국화의 낯빛이 확 변했다. 요즘 건강 상태가 확실히 좋지 않았고 증상도 유진우가 말한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병원에 가서 검사해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여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너무 긴장해 하진 말아요. 그냥 죽을병에 걸렸을 뿐이니까.”유진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죽... 죽
오후, 천향원 입구에 검은색 밴 몇 대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달려왔다.차 문이 열리고 옷을 화려하게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남자는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고 기품이 넘치고 걸음걸이가 당당했다. 그는 온몸으로 무서운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기괴한 복장을 한 무사들이 뒤따랐다. 저마다 흉악한 기세를 풍겼다. 얼핏 보아도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은 알 수 있었다.“여기는 조씨 가문의 구역입니다. 외부인들은 나가주세요!”입구를 지키던 호위무사 두 명이 눈빛을 주고받더니 경고를 날렸다.“시끄러워.”남자가 허공에 손을 휙 휘두르자, 두 명의 호위무사는 질주해오는 차에 치인 듯 갑자기 피를 토하며 뒤로 곤두박질쳤다. 그러고 나서 그 일행은 거들먹거리며 천향원으로 들어갔다.그 시간, 별장 홀에서 조선미는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재무제표를 들고 있었다. 최근 며칠 동안 비연단의 출시로 인해 조씨 가문은 장사가 끊이지 않고 주식도 계속 폭등하고 있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1년 반이 채 지나지 않아, 그녀는 강천호를 밀어내고 강능 제일의 여자 갑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허허... 조선미 아가씨께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시고 있었나 봅니다!”이때 문간에서 갑자기 소리가 났다.조선미는 고개를 들어 보았다. 홀 입구에 기괴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고 그들의 우두머리는 젊은 남자였다.“누구세요?”그녀는 눈썹을 치켜뜨며 물었다.“강씨 가문의 강준혁입니다.”젊은 남자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마씨 집안 도련님이었군요...”조선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준혁 님, 이곳은 저희 가문의 구역인 천향원입니다. 이렇게 무단으로 침범하시는 것은 실례가 아닐까요?”“실례요? 하하, 전혀 실례될 것 없어 보이는걸요.”강준혁이 입꼬리를 씩 올리며 대답했다.“조선미 씨, 돌려 말하지 않을 테니 잘 들어요. 오늘 제가 찾아온 것은 세 가지 일 때문이에요. 첫째, 비연단 때문에 우리 강씨 가문이 입게 된 손실이 적지
“뭐라고? 선미가 납치됐다고?”소식을 듣고 온 진서현 등은 진상을 알고 난 후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수십 명의 경호원이 집을 지키고 있는데, 언니가 어떻게 납치될 수 있단 말이죠?”조아영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 사람들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저희만으로는 상대가 안 됐습니다.”유강은 울상이 되었다. 두 다리를 잃은 것도 모자라 단전까지 내상을 입게 된 그는 이미 폐인이 된 것과 다름없었다.“누구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게 아니라면 감히 누가 내 딸을 납치해?”진서현은 분노에 찬 얼굴이었다.“정확한 신원은 알 수 없지만, 떠나기 전에 편지 한 통을 남겼습니다.”유강은 부하들에게 편지를 진서현에게 전달하라고 손짓했다.진서현은 편지를 읽어보더니 얼굴빛이 더 어두워졌다.“엄마,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어요?”조아영이 얼른 물었다.“날이 밝기 전에 비연단 레시피와 유진우를 천호 리조트로 보내어 네 언니와 맞바꾸라고 하는구나.”진서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천호 리조트? 그곳은 강천호의 구역이잖아요?”조아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또 강씨 가문의 짓일까?’“즉시 본부에 통보하여 호위무사들을 동원하도록 하거라!”진서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당장 유진우에게 전화해서 달려오라고 해!”“엄마, 설마 진짜 유진우 씨를 인질로 보내려는 건 아니시죠?”조아영이 당황한 듯 물었다.“유진우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자기 한 몸 무사하길 바랄 수 있겠어?”“하지만...”“하지만이라고 토 달 것 없어, 네 언니의 안전이 제일 중요해. 빨리 전화해!”“네, 엄마.”조아영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진서현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입술을 삐쭉 내밀고 유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이 시각, 평안 의원.전화를 받은 유진우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바로 갈게요!”그는 자초지종을 묻고 따지지 않고 전화를 끊
“윽...”대머리의 사내는 움찔하더니 순식간에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고 나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고 아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어이! 뭘 꾸물거리고 있어! 힘쓰는 게 어려운 거면 비켜, 우리도 좀 즐겨보자!”“그러게 말이야! 기다리는 사람 생각은 안 하고 뭐 하는 거야, 비켜!”주위 사람들은 전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재촉하기 시작했다.“야! 너랑 얘기하고 있잖아? 비켜달라고! 귀먹었어?”그중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앞으로 나서더니 손을 뻗어 대머리 사내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자 대머리 사내는 마치 균형을 잃은 조각상처럼 꼿꼿하게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건장한 사내가 깜짝 놀랐고 얼른 손을 뻗어 대머리 사내의 인중에 갖다 댔다.“제기랄! 숨을 안 쉬잖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또 한 번의 ‘슉’ 하는 소리와 함께 또 한 대의 황금 침이 쏜살같이 날아와 건장한 사내의 미간에 적중했다. 건장한 사내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그대로 땅에 쓰러져 그 자리에서 즉시 사망했다.“뭐야?”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어안이 벙벙해졌고 죽은 자들의 미간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적의 습격이야! 모두 경계해!”모두가 높은 소리로 외치며 칼을 빼 들고 일어나 사방을 두리번거렸다.“누가? 어떤 놈이 감히 습격한 거지?”“배짱이 있으면 얼굴을 보여줘야지, 숨어서 꼬리를 감추는 것이 재주인가?”사람들이 비아냥댔다.그때 갑자기 주위에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길고 긴 그림자가 리조트로 한 걸음씩 걸어 들어왔다.방 선생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더니 갑자기 사납게 웃기 시작했다.“배짱은 인정해, 감히 제 발로 죽으러 찾아오다니?”“당장 풀어줘!”유진우의 차가운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장내에 울려 퍼지기에 충분했다. 이 순간, 그의 얼굴에서 그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의 눈빛은 레이저를 쏘는 듯 날카로웠다.“죽을 때가 다 되어서도 말이 많구나, 네
“좀 하네...”한설의 핫한 몸매를 보고 저승사자 흑은 들끓는 욕망을 가라앉히지 못한 듯 혀로 입술을 핥았다.“미인아! 나를 상대로 재롱 좀 부려봐!”그는 말을 마치기 바쁘게 발끝을 땅에서 들어 올리더니 귀신같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몸을 자유롭게 숨길 수 있어 언제 나타날지 종잡을 수 없었다.“덤벼!”한설은 큰 소리로 기합을 넣고는 장검을 휘두르며 맹렬하게 돌진했다. 빠르고 날카로운 검술이었지만 저승사자 흑에게 거의 닿을 무렵, 그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미인아, 어디를 보는 거야?”음침한 목소리가 뒤에서 울리자, 한설은 화들짝 놀라며 안색이 약간 변했다. 그녀는 머리도 돌리지 않은 채 검을 등 뒤로 내뻗었다. 그녀도 매우 빨랐지만, 저승사자 흑은 더 빨랐다. 이번에도 그녀의 검술은 먹히지 않았고 헛수고로 돌아갔다.“하하하...”저승사자 흑은 한설이 넋이 나간 틈을 타서 그녀의 엉덩이를 한 움큼 잡더니 사악하게 웃었다.“부드럽고 탱탱한 것이 일품이구나.”저승사자 흑은 한설이 다칠 정도로 공격하지 않았고 그저 고양이가 다 잡은 쥐를 가지고 놀듯 여유를 부렸다.“반드시 너를 죽여버릴 거야!”굴욕을 당한 한설이 발끈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장검을 더 빨리 휘둘렀다. 순식간에 검 빛이 번쩍번쩍 했고 공기 중에는 서늘한 검기가 맴돌았다. 그러나 저승사자 흑은 자취를 감췄다 드러냈다를 반복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한설이 잠깐 숨돌리던 그 순간, 갑자기 저승사자 흑이 그녀를 뒤에서 덥석 껴안았다. 그러고 나서 혀를 길게 내밀고, 그녀의 예쁜 얼굴을 천천히 그리고 힘껏 핥아댔다.“미인아, 너 정말 맛있구나! 오늘 밤 널 정복하고야 말겠어!”저승사자 흑은 사악하게 웃으며 탐욕에 젖은 짐승 같은 얼굴을 드러냈다.“죽을래?”한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 순간 그녀는 수치스럽고도 화가 났다. 그녀는 장검의 방향을 바꾸어 자기 복부를 찔렀다. 그녀는 자신이 상처를 입을 것을 각오하고 등 뒤에 있는 저승사자 흑을 찌르기로 작심했던 것이었다.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