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상황이지? 저 녀석이 죽지 않았다고?”충격의 중심에 서 있는 유진우가 다치지 않고 무사한 걸 보자 관중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천신사상결은 무림인들이 공인한 무림 필살기였고 그 안의 모든 기술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데 유진우가 어떻게 그걸 막아낼 수 있었을까?혹시 한비양이 일부러 힘을 뺀 건 아닌지 다들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아직도 죽지 않았다고? 저 녀석은 뭐 바퀴벌레인 건가? 생명력이 왜 이렇게 강하지?”봉연주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기지 않는 듯 중얼댔다.방금 한비양의 그 일격은 위력이 엄청났고 파괴력 또한 끔찍했다.강철로 만든 단단한 사람이라도 그 일격을 버티기 쉽지 않을 텐데 유진우가 머리털 하나도 다치지 않은 걸 보자 봉연주는 이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방금 한 도련님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유진우가 운 좋게 간신히 피한 것일 뿐이야. 하지만 괜찮아,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어. 그걸로 충분히 저 녀석을 처치할 수 있어!”짧은 놀라움이 지나간 후, 안세리는 곧바로 침착한 말투로 이 상황을 분석했다.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한비양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고 확신했다.안세리는 한비양이 본격적으로 이 전투에 임하면 유진우를 죽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내 풍신의 분노를 막다니, 네 실력이 확실히 괜찮군.”한비양은 일단 칭찬으로 말문을 연 후, 다시 화제를 돌려 덧붙였다.“하지만 네 방어도 여기까지야. 다음부터는 나도 더 이상 힘을 빼지 않겠어. 네 생사가 오로지 너의 운에 달려 있어.”“천신사상결의 각 기술이 처음에 비해 점점 강해진다고 들었어. 난 오늘 그 강력한 기술을 직접 보고 싶어.”유진우는 한비양의 위협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천신사상결은 각각 바람, 불, 천둥, 전기의 네 신수를 대표하고 각 신수의 위력은 거의 다 겹칠 수 있었다.지금까지 풍신의 분노를 막아낸
웅...거북이 껍데기 같은 보호막이 미세하게 떨리며 금빛 광채가 퍼져 나왔다.금빛 광채가 불꽃에 비치니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쿵!엄청난 힘을 지닌 불꽃 용이 유진우의 단단한 방어막에 정통으로 부딪쳤다.순간,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 엄청난 열파가 넘실거렸다.폭발의 중심에서 시작된 뜨거운 기운이 순식간에 퍼지며 취향루 전체를 순식간에 휩쓸었다.콰르릉!”취향루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취향루 천장에 붙어 있던 수많은 장식품이 후드득 떨어졌다.천장의 청색 기와들도 폭우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설상가상으로 이미 터진 불꽃이 주변의 목제 건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다들 뭐해! 얼른 불 꺼!”하 마담은 다른 일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즉시 취향루 직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천재들의 싸움에 평범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다.유진우와 한비양이 서로 두어 번 부딪히기만 했는데 취향루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이런 식으로 싸우다간 취향루는 폐허가 되고 말 것이다.하지만 불을 끄느라고 여념이 없는 취향루 직원들과는 달리 관중들은 유진우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방금의 거센 충돌 때문에 지하의 구덩이는 더 깊고 넓어졌다.구덩이 안에서는 불꽃이 휘몰아치고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한 데다 잔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하하... 끝내 죽었네! 유진우 그 녀석이 완전히 가루가 되었네!”구덩이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봉연주는 유진우가 불꽃에 타서 가루가 되었다며 여기며 신나서 폭소를 터뜨렸다.“흥, 죽어 마땅해! 나와 맞서는 녀석 최후는 이렇게 비참할 수밖에 없어.”안세리도 코웃음츨 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주제 파악도 되지 않는 하찮은 자가 한비양 같은 천재와 맞서 이길 리가 없었다.처절한 패배와 처참한 죽음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이제 안세리 마음속에 계속 달려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드디어 완벽하게 풀리게 된 것 같았다.“후웁...”두 여자가 터져 나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환호하느라 여념이
“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지?”담담한 표정의 유진우를 바라보며 한비양은 순간 멈칫했고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화신의 분노는 거의 풍신의 분노 두 배에 달하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무도 마스터를 단번에 처치할 수 있는 기술인데 그 시술을 정면으로 맞은 유진우는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유진우의 방어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난 별일 없었어. 근데 너 때문에 내 옷이 타버렸어.”유진우는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곳에 생긴 그을음 자국을 가리켰다.한비양은 유진우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무도 마스터를 쉽게 처치할 수 있는 화신의 분노가 겨우 옷자락을 그을렸을 뿐이라니, 심각한 모욕을 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무림 필살기 중 하나로 공인받은 천신사상결을 저 자식이 두 번이나 막아내다니, 실력이 저 정도로 뛰어날 줄은 몰랐네.”“이 자식 실력이 꽤 비범한 건 인정해야겠어.”“근데 도대체 어느 가문의 천재 무사일까? 왜 이렇게 생소해 보이지?”충격이 지나간 후, 관중들은 더 많은 의문을 품었다.위력이 막강한 천신사상결을 두 번이나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남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다.이 정도 실력은 사람들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한 도련님! 더 이상 저 녀석을 봐주지 마세요. 한 도련님이 장악한 모든 기술을 써서라도 꼭 이 나쁜 놈을 처치해야 합니다!”안세리가 옆에서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한 도련님, 힘내세요! 이 살인마를 없애버려야 해요!”봉연주도 안세리를 거들며 따라서 외쳤다.이 순간,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한비양이라는 날카로운 칼로 유진우를 죽일 계획을 세웠지만 이렇게 연달아 장애물에 부딪힐 줄은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한비양은 이미 세 번의 공격 안에 유진우를 해결하지 못하면 놓아주겠다고 약속했다.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네 실력이 진짜 대단한 건 인정하지. 이렇게 뛰어난 상대를 만난 건 나도
검은 신상의 얼굴은 흉악하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가득해 악몽에 나올 듯한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특히 그 신상의 몸에서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은 사람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을 줬다.취향루 밖에서 관전하고 있는 사람들은 숨이 턱 막혔고 가슴에 거대한 돌이 얹힌 듯 너무나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사람들 중 체력이 약한 이들은 이 압박감을 버텨내지 못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당장에서 구토하기도 했다.“천둥의 분노!”한비양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뒤에 있는 검은 신상을 조종해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그러자 검은 신상이 순간 생기를 회복한 듯,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커다란 주먹을 내리쳤다.그 주먹은 하늘을 찌를 듯한 힘이 깃든 것 같았고 거대한 산이 눌러오는 듯한 숨 막히는 위압감을 주었다.쿵!유진우가 호체 진기를 발동하려던 찰나, 갑자기 고막을 찢는 천둥소리가 울렸다.심금을 울리는 듯한 강렬한 천둥소리는 아무런 징조도 없었고 전혀 방어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유진우는 온몸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며 손발이 마비된 듯 무기력해 힘을 전혀 쓸 수 없었다.거대한 주먹이 유진우를 송두리째 으깨려 하고 있었다.유진우는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두 팔을 교차해 머리 위로 올려 아무런 보호 수단도 없이 맨몸으로 버텨내려 했다.펑!엄청난 소리가 울리며 검은 신상의 주먹이 거대한 망치로 못을 박듯이 유진우를 지하로 처박았다.유진우가 그 주먹을 받아내는 순간, 강력한 에너지가 순식간에 폭발했다.우르릉!또 한 번의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강력한 폭발의 여파가 취향루 전체를 휩쓸었다.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던 취향루는 이번 충격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볼품없는 폐허가 되었다.밖에 서 있던 관중들도 모두 거센 충격파를 받고 그 자리에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졌다.비록 꽤 먼 거리였지만 천둥의 분노 여파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모든 것이 잠잠해진 후, 사람들은 달빛을 빌려 취향루 내부의 상황을
“꿀꺽...”안세리와 봉연주는 긴장 속에 침을 꿀꺽 삼키며 폐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유진우가 갑자기 그곳에서 튀어나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장면은 너무도 섬뜩할 테니 말이다.한참을 그렇게 주시하다가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은 길게 숨을 내쉬며 완전히 안심했다.“우리가 너무 과민반응한 거겠죠? 방금 그 강력한 공격을 아무도 견뎌낼 수 없을 거예요. 아마 유진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겠죠.”안세리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맞아요, 맞아. 아무리 강철 같은 사람이라 해도 그 공격을 버텨낼 수는 없을 겁니다!”봉연주도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들린 소리는 분명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한비영의 전력을 다한 일격 앞에 유진우가 살아남을 리가 없었다. 결국은 스스로 놀란 셈이었다.“후...”한비영도 속으로 긴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사실 방금 들린 소리가 그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끝났다.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세리 씨, 유진우는 죽었어요. 돌아가면 우리 한잔할까요? 축하 기념으로요.”봉연주가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좋아요!”안세리도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이 걱정거리도 해결됐으니 드디어 편히 잘 수 있겠네요.”그러나 두 여자가 안심하며 기뻐할 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그림자가 폐허 속에서 땅을 박차고 뛰쳐나와 높이 솟아올랐다.마치 물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처럼 공중에서 잠시 멈춘 후, 폐허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바로 유진우였다!“내... 내가 잘못 본 거죠? 살아있는 겁니까?”“세상에! 대체 무슨 괴물인 거죠?”그 장면을 본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그 파괴적인 일격 앞에서 유진우가 여전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생명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했다.“저, 저 자식이... 왜 아직도 안 죽은 거죠?!”봉연주는 놀라움에 입
“너... 대체 누구냐?”한비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지금의 유진우는 겉보기엔 옷이 찢어지고 다소 초라해 보이지만 몸에 상처 하나 없이 오히려 기운이 넘치는 모습이었다.싸울수록 더 강해지는 듯한 그의 모습은 두려움을 자아냈다.“응?”놀랐는지 한비영의 동공이 확장되었다.유진우의 찢어진 옷 사이로 강린의 문양이 보였기 때문이었다.강린은 온몸이 검은색이고 붉은 눈빛이 달빛 아래서 마치 요괴처럼 섬뜩한 광채를 뿜어냈다.더 무서운 것은 강린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한비영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솟구쳤다는 점이었다.그것은 영혼 깊숙이 울리는 압도적인 위압감으로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다.“강린이 나타나면 만물이 굴복한다... 설마 네가 천재 유장혁이야?!”순간적으로 멍해진 한비영은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천재의 명성은 이미 그의 귀에 익숙했다.용국의 모든 천재가 결코 넘지 못할 산과 같은 존재,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십 년 전 한비영이 막 세상에 나올 무렵, 유장혁은 이미 천하를 뒤흔들며 마스터의 위엄을 떨치고 있었다.같은 시대에 그와 맞먹을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유장혁이 갑작스럽게 실종된 이후, 용국의 다양한 천재들이 비로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백가쟁명의 양상을 보였다.자존심 강한 한비영은 아무도 눈에 두지 않았지만 유장혁만큼은 예외였다.그의 눈에는 유장혁이 유일한 라이벌로 비쳤다.십 년 전의 일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유장혁의 몸에 강린 문신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그 문신이야말로 그를 천재라 불리게 만든 상징이었다.그래서 유진우의 가슴에 그 문신을 보자마자 한비영은 곧바로 유장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똑같이 성이 유씨이고 뛰어난 재능과 강력한 힘을 지닌 데다 강린 문신까지 동일하다면 틀림없었다!‘이 사람이 바로 유장혁일 거야!’“뭐라고? 천재라고? 진짜야?”“말도 안 돼! 천재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 여기 나타날 리가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유장혁은 천하의 영재인데 유진우가 그와 비교될 수는 없어! 이건 단순한 우연일 뿐이야!”안세리는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유진우와 알게 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그가 분명 사회 최하층에 있는 천한 존재라고 여겼던 터였다.그런데 갑자기 천하 무쌍의 천재가 되다니 이는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소리였다.“분명 착각이야. 강린 문신이 있다고 다 대단한 건 아니잖아. 이런 문신은 누구나 할 수 있어. 일부러 이런 문신을 해서 사람을 속이려는 걸지도 몰라.”잠깐 놀란 뒤, 봉연주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누구보다 유진우에 대해 잘 아는 봉연주는 예전에 남성 서울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단소홍과 장경화의 말에 따르면 유진우는 단순한 쓰레기 같은 존재에 불과했으며 겨우 몇 가지 무술을 익힌 정도에 불과했다.천재와 같은 인물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아...”자신의 찢어진 옷과 드러난 문신을 바라보며 유진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한 번의 작은 실수가 이렇게 쉽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게 될 줄은 유진우도 몰랐다. 앞으로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오랜만에 천재를 보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네.”한비영은 두 손을 모아 경의를 표하며 인사를 했다. 그가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유장혁은 그중 하나였다.“사람 잘못 봤어요. 전 유장혁이 아닙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은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역시 착각이었군. 내가 뭐랬어? 유진우가 어떻게 서경 세자와 같은 운명을 타고날 수 있겠어?”유진우가 부정하자 봉연주는 환하게 웃으며 안도했다.조금은 정말 깜짝 놀랐지만 큰일 없이 넘어가서 다행이었다.“다행히 착각이었네요. 안 그랬으면 우리도 정말 큰일 날 뻔했죠.”안세리도 길게 숨을 내쉬며 한시름을 덜었다.그들은 유진우를 해치는 일을 너무 많이 저질렀
“날짜를 잡을 필요도 없지. 오늘 밤이 딱이군!”전투 의지를 높이며 한비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사방에서 엄청난 양의 천지의 영기가 몰려와 그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한비영의 기세는 더욱 상승했고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퍼져 나갔다.검은 눈동자는 하얗게 변하고 머리카락은 뻣뻣하게 서며 옷자락이 강한 기운에 의해 펄럭였다.그의 주변에는 번개와 천둥이 울리며 지지직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다음 순간, 한비영은 발이 땅에서 떨어지더니 공중으로 떠올랐다.신과도 같고 마신과도 같은 그 모습은 위풍당당하여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 같았다.아직 기술을 시전하지 않았음에도 그 강력한 압도감은 주변 사람들의 숨조차 막히게 만들었다.그 순간 모두는 그를 향해 무릎을 꿇고 경배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한비영은 이미 인간이 아닌 무소불능한 신과 같은 존재로 보였다.“저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 전신의 분노다! 모두 멀리 떨어져. 다칠 수 있어!”누군가가 경악하며 외치자 주위의 사람들이 황급히 거리를 두며 물러났다.사실 경고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앞의 세 가지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번 공격은 훨씬 강력했다.아직 시전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공포가 솟구쳤으니 말이다.“도련님께서 드디어 필살기를 꺼내시는군. 이번에야말로 유진우는 산산조각이 나겠어!”봉연주는 증오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죽여버려요!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안세리는 이를 악물고 독한 표정을 지었다.유진우가 뛰어날수록 그녀들에게 위협이 커지는 법이다.오늘 밤 그가 살아남으면 앞으로 큰 재앙이 될 게 뻔하니 그들은 한비영이 유진우를 완전히 처단해 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멈추시오!그때,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어서 금빛으로 빛나는 화살 하나가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한비영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휘익!”금빛 화살은 공기를 찢으며 긴 금색 잔상을 남겼다. 대단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