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거북이 껍데기 같은 보호막이 미세하게 떨리며 금빛 광채가 퍼져 나왔다.금빛 광채가 불꽃에 비치니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쿵!엄청난 힘을 지닌 불꽃 용이 유진우의 단단한 방어막에 정통으로 부딪쳤다.순간,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 엄청난 열파가 넘실거렸다.폭발의 중심에서 시작된 뜨거운 기운이 순식간에 퍼지며 취향루 전체를 순식간에 휩쓸었다.콰르릉!”취향루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취향루 천장에 붙어 있던 수많은 장식품이 후드득 떨어졌다.천장의 청색 기와들도 폭우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설상가상으로 이미 터진 불꽃이 주변의 목제 건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다들 뭐해! 얼른 불 꺼!”하 마담은 다른 일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즉시 취향루 직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천재들의 싸움에 평범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다.유진우와 한비양이 서로 두어 번 부딪히기만 했는데 취향루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이런 식으로 싸우다간 취향루는 폐허가 되고 말 것이다.하지만 불을 끄느라고 여념이 없는 취향루 직원들과는 달리 관중들은 유진우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방금의 거센 충돌 때문에 지하의 구덩이는 더 깊고 넓어졌다.구덩이 안에서는 불꽃이 휘몰아치고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한 데다 잔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하하... 끝내 죽었네! 유진우 그 녀석이 완전히 가루가 되었네!”구덩이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봉연주는 유진우가 불꽃에 타서 가루가 되었다며 여기며 신나서 폭소를 터뜨렸다.“흥, 죽어 마땅해! 나와 맞서는 녀석 최후는 이렇게 비참할 수밖에 없어.”안세리도 코웃음츨 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주제 파악도 되지 않는 하찮은 자가 한비양 같은 천재와 맞서 이길 리가 없었다.처절한 패배와 처참한 죽음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이제 안세리 마음속에 계속 달려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드디어 완벽하게 풀리게 된 것 같았다.“후웁...”두 여자가 터져 나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환호하느라 여념이
“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지?”담담한 표정의 유진우를 바라보며 한비양은 순간 멈칫했고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화신의 분노는 거의 풍신의 분노 두 배에 달하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무도 마스터를 단번에 처치할 수 있는 기술인데 그 시술을 정면으로 맞은 유진우는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유진우의 방어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난 별일 없었어. 근데 너 때문에 내 옷이 타버렸어.”유진우는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곳에 생긴 그을음 자국을 가리켰다.한비양은 유진우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무도 마스터를 쉽게 처치할 수 있는 화신의 분노가 겨우 옷자락을 그을렸을 뿐이라니, 심각한 모욕을 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무림 필살기 중 하나로 공인받은 천신사상결을 저 자식이 두 번이나 막아내다니, 실력이 저 정도로 뛰어날 줄은 몰랐네.”“이 자식 실력이 꽤 비범한 건 인정해야겠어.”“근데 도대체 어느 가문의 천재 무사일까? 왜 이렇게 생소해 보이지?”충격이 지나간 후, 관중들은 더 많은 의문을 품었다.위력이 막강한 천신사상결을 두 번이나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남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다.이 정도 실력은 사람들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한 도련님! 더 이상 저 녀석을 봐주지 마세요. 한 도련님이 장악한 모든 기술을 써서라도 꼭 이 나쁜 놈을 처치해야 합니다!”안세리가 옆에서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한 도련님, 힘내세요! 이 살인마를 없애버려야 해요!”봉연주도 안세리를 거들며 따라서 외쳤다.이 순간,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한비양이라는 날카로운 칼로 유진우를 죽일 계획을 세웠지만 이렇게 연달아 장애물에 부딪힐 줄은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한비양은 이미 세 번의 공격 안에 유진우를 해결하지 못하면 놓아주겠다고 약속했다.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네 실력이 진짜 대단한 건 인정하지. 이렇게 뛰어난 상대를 만난 건 나도
검은 신상의 얼굴은 흉악하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가득해 악몽에 나올 듯한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특히 그 신상의 몸에서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은 사람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을 줬다.취향루 밖에서 관전하고 있는 사람들은 숨이 턱 막혔고 가슴에 거대한 돌이 얹힌 듯 너무나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사람들 중 체력이 약한 이들은 이 압박감을 버텨내지 못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당장에서 구토하기도 했다.“천둥의 분노!”한비양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뒤에 있는 검은 신상을 조종해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그러자 검은 신상이 순간 생기를 회복한 듯,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커다란 주먹을 내리쳤다.그 주먹은 하늘을 찌를 듯한 힘이 깃든 것 같았고 거대한 산이 눌러오는 듯한 숨 막히는 위압감을 주었다.쿵!유진우가 호체 진기를 발동하려던 찰나, 갑자기 고막을 찢는 천둥소리가 울렸다.심금을 울리는 듯한 강렬한 천둥소리는 아무런 징조도 없었고 전혀 방어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유진우는 온몸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며 손발이 마비된 듯 무기력해 힘을 전혀 쓸 수 없었다.거대한 주먹이 유진우를 송두리째 으깨려 하고 있었다.유진우는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두 팔을 교차해 머리 위로 올려 아무런 보호 수단도 없이 맨몸으로 버텨내려 했다.펑!엄청난 소리가 울리며 검은 신상의 주먹이 거대한 망치로 못을 박듯이 유진우를 지하로 처박았다.유진우가 그 주먹을 받아내는 순간, 강력한 에너지가 순식간에 폭발했다.우르릉!또 한 번의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강력한 폭발의 여파가 취향루 전체를 휩쓸었다.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던 취향루는 이번 충격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볼품없는 폐허가 되었다.밖에 서 있던 관중들도 모두 거센 충격파를 받고 그 자리에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졌다.비록 꽤 먼 거리였지만 천둥의 분노 여파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모든 것이 잠잠해진 후, 사람들은 달빛을 빌려 취향루 내부의 상황을
“꿀꺽...”안세리와 봉연주는 긴장 속에 침을 꿀꺽 삼키며 폐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유진우가 갑자기 그곳에서 튀어나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장면은 너무도 섬뜩할 테니 말이다.한참을 그렇게 주시하다가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은 길게 숨을 내쉬며 완전히 안심했다.“우리가 너무 과민반응한 거겠죠? 방금 그 강력한 공격을 아무도 견뎌낼 수 없을 거예요. 아마 유진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겠죠.”안세리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맞아요, 맞아. 아무리 강철 같은 사람이라 해도 그 공격을 버텨낼 수는 없을 겁니다!”봉연주도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들린 소리는 분명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한비영의 전력을 다한 일격 앞에 유진우가 살아남을 리가 없었다. 결국은 스스로 놀란 셈이었다.“후...”한비영도 속으로 긴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사실 방금 들린 소리가 그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끝났다.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세리 씨, 유진우는 죽었어요. 돌아가면 우리 한잔할까요? 축하 기념으로요.”봉연주가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좋아요!”안세리도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이 걱정거리도 해결됐으니 드디어 편히 잘 수 있겠네요.”그러나 두 여자가 안심하며 기뻐할 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그림자가 폐허 속에서 땅을 박차고 뛰쳐나와 높이 솟아올랐다.마치 물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처럼 공중에서 잠시 멈춘 후, 폐허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바로 유진우였다!“내... 내가 잘못 본 거죠? 살아있는 겁니까?”“세상에! 대체 무슨 괴물인 거죠?”그 장면을 본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그 파괴적인 일격 앞에서 유진우가 여전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생명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했다.“저, 저 자식이... 왜 아직도 안 죽은 거죠?!”봉연주는 놀라움에 입
“너... 대체 누구냐?”한비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지금의 유진우는 겉보기엔 옷이 찢어지고 다소 초라해 보이지만 몸에 상처 하나 없이 오히려 기운이 넘치는 모습이었다.싸울수록 더 강해지는 듯한 그의 모습은 두려움을 자아냈다.“응?”놀랐는지 한비영의 동공이 확장되었다.유진우의 찢어진 옷 사이로 강린의 문양이 보였기 때문이었다.강린은 온몸이 검은색이고 붉은 눈빛이 달빛 아래서 마치 요괴처럼 섬뜩한 광채를 뿜어냈다.더 무서운 것은 강린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한비영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솟구쳤다는 점이었다.그것은 영혼 깊숙이 울리는 압도적인 위압감으로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다.“강린이 나타나면 만물이 굴복한다... 설마 네가 천재 유장혁이야?!”순간적으로 멍해진 한비영은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천재의 명성은 이미 그의 귀에 익숙했다.용국의 모든 천재가 결코 넘지 못할 산과 같은 존재,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십 년 전 한비영이 막 세상에 나올 무렵, 유장혁은 이미 천하를 뒤흔들며 마스터의 위엄을 떨치고 있었다.같은 시대에 그와 맞먹을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유장혁이 갑작스럽게 실종된 이후, 용국의 다양한 천재들이 비로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백가쟁명의 양상을 보였다.자존심 강한 한비영은 아무도 눈에 두지 않았지만 유장혁만큼은 예외였다.그의 눈에는 유장혁이 유일한 라이벌로 비쳤다.십 년 전의 일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유장혁의 몸에 강린 문신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그 문신이야말로 그를 천재라 불리게 만든 상징이었다.그래서 유진우의 가슴에 그 문신을 보자마자 한비영은 곧바로 유장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똑같이 성이 유씨이고 뛰어난 재능과 강력한 힘을 지닌 데다 강린 문신까지 동일하다면 틀림없었다!‘이 사람이 바로 유장혁일 거야!’“뭐라고? 천재라고? 진짜야?”“말도 안 돼! 천재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 여기 나타날 리가
“말도 안 돼... 절대 그럴 리가 없어!”“유장혁은 천하의 영재인데 유진우가 그와 비교될 수는 없어! 이건 단순한 우연일 뿐이야!”안세리는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유진우와 알게 된 지 시간이 꽤 지났는데 그가 분명 사회 최하층에 있는 천한 존재라고 여겼던 터였다.그런데 갑자기 천하 무쌍의 천재가 되다니 이는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소리였다.“분명 착각이야. 강린 문신이 있다고 다 대단한 건 아니잖아. 이런 문신은 누구나 할 수 있어. 일부러 이런 문신을 해서 사람을 속이려는 걸지도 몰라.”잠깐 놀란 뒤, 봉연주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누구보다 유진우에 대해 잘 아는 봉연주는 예전에 남성 서울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단소홍과 장경화의 말에 따르면 유진우는 단순한 쓰레기 같은 존재에 불과했으며 겨우 몇 가지 무술을 익힌 정도에 불과했다.천재와 같은 인물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아...”자신의 찢어진 옷과 드러난 문신을 바라보며 유진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한 번의 작은 실수가 이렇게 쉽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게 될 줄은 유진우도 몰랐다. 앞으로 골치 아픈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오랜만에 천재를 보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네.”한비영은 두 손을 모아 경의를 표하며 인사를 했다. 그가 존경할 수 있는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유장혁은 그중 하나였다.“사람 잘못 봤어요. 전 유장혁이 아닙니다.”유진우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은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역시 착각이었군. 내가 뭐랬어? 유진우가 어떻게 서경 세자와 같은 운명을 타고날 수 있겠어?”유진우가 부정하자 봉연주는 환하게 웃으며 안도했다.조금은 정말 깜짝 놀랐지만 큰일 없이 넘어가서 다행이었다.“다행히 착각이었네요. 안 그랬으면 우리도 정말 큰일 날 뻔했죠.”안세리도 길게 숨을 내쉬며 한시름을 덜었다.그들은 유진우를 해치는 일을 너무 많이 저질렀
“날짜를 잡을 필요도 없지. 오늘 밤이 딱이군!”전투 의지를 높이며 한비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사방에서 엄청난 양의 천지의 영기가 몰려와 그의 몸으로 쏟아져 들어갔다.그와 동시에 한비영의 기세는 더욱 상승했고 무시무시한 위압감이 퍼져 나갔다.검은 눈동자는 하얗게 변하고 머리카락은 뻣뻣하게 서며 옷자락이 강한 기운에 의해 펄럭였다.그의 주변에는 번개와 천둥이 울리며 지지직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다음 순간, 한비영은 발이 땅에서 떨어지더니 공중으로 떠올랐다.신과도 같고 마신과도 같은 그 모습은 위풍당당하여 가히 범접할 수 없는 존재 같았다.아직 기술을 시전하지 않았음에도 그 강력한 압도감은 주변 사람들의 숨조차 막히게 만들었다.그 순간 모두는 그를 향해 무릎을 꿇고 경배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한비영은 이미 인간이 아닌 무소불능한 신과 같은 존재로 보였다.“저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 전신의 분노다! 모두 멀리 떨어져. 다칠 수 있어!”누군가가 경악하며 외치자 주위의 사람들이 황급히 거리를 두며 물러났다.사실 경고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모두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앞의 세 가지 기술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번 공격은 훨씬 강력했다.아직 시전하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곤두서며 공포가 솟구쳤으니 말이다.“도련님께서 드디어 필살기를 꺼내시는군. 이번에야말로 유진우는 산산조각이 나겠어!”봉연주는 증오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죽여버려요!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안세리는 이를 악물고 독한 표정을 지었다.유진우가 뛰어날수록 그녀들에게 위협이 커지는 법이다.오늘 밤 그가 살아남으면 앞으로 큰 재앙이 될 게 뻔하니 그들은 한비영이 유진우를 완전히 처단해 주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멈추시오!그때, 갑작스럽게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어서 금빛으로 빛나는 화살 하나가 어둠 속에서 번쩍이며 한비영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휘익!”금빛 화살은 공기를 찢으며 긴 금색 잔상을 남겼다. 대단
“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걸림돌?”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만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