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근데 네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면 일단 냉정하게 생각해 봐. 난 네 여동생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네 여동생을 죽이겠어?”유진우가 차분한 말투로 귀띔했다.“그 말은 내가 네게 물어야 할 것 같군.”한비양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응답했다.“네가 믿든 믿지 않든, 이 사건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짜놓은 덫이야. 너라는 칼을 이용해 날 죽이려는 거지.”유진우는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누가 그런 용기가 있겠어? 감히 날 이용하려 든다고?”한비양이 의심스러운 점을 털어놨다.“네 뒤에 있는 두 사람이지. 그 둘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유진우가 안세리와 봉연주를 턱으로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개소리 치지 마!”안세리가 즉시 반박하며 언성을 높였다.“한 도련님, 이놈은 책임을 회피하려고 우리를 모함하고 있어요. 절대 속지 마세요. 빨리 이놈을 죽여서 홍양의 복수를 해 주세요.”“맞아요! 이놈을 죽이지 않으면 홍양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거예요.”봉연주도 얼른 맞장구쳤다.이렇게 어렵게 한비양을 이용할 기회를 얻은 두 사람은 절대 놓칠 수 없었다.“너희 사이의 갈등은 난 신경 쓰지 않아. 다만 홍양의 죽음에는 반드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해. 모두가 널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으니 넌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물론 내가 널 일부러 괴롭히는 건 아니야. 네가 내 공격 세 번을 전부 막아낸다면 네게 스스로 증명할 기회를 주겠어. 막아내지 못하면 그것 또한 네 운명이니까 달갑게 받아들여.”말을 마친 한비양이 서서히 기를 끌어모으자 그의 주변에 갑자기 강기의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그 소용돌이는 거대한 토네이도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주변의 천지 영기를 끊임없이 빨아들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비양의 등 뒤에는 거대한 사람 형상의 환영이 나타났다.거의 7미터 높이의 환영은 엄청나게 우람졌고 온몸에서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압박감을 뿜어냈다.환영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웅장한 기운을
한비양이 휘두른 필살기의 위세에 휘말려 소용돌이에 빠진다면 아마 그 안에서 원기의 충격을 받고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이다.”두려움이 엄습하자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단단한 물체를 움켜잡고 흡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썼다.“풍신의 분노!”한비양이 기를 끌어모은 후 전력을 다해 일격을 내질렀다.그러자 한비양의 뒤에 있는 신령의 형상도 똑같은 동작을 취했다.쿵!공기가 순식간에 폭발하며 엄청난 강기가 거대한 손바닥 모양으로 변해 세상 만물을 파괴할 듯한 놀라운 기세로 유진우에게 몰아쳤다.손바닥 모양이 지나가는 곳마다 강풍이 울부짖고 강철을 두부 자르듯 쉽게 자를 듯한 바람이 바닥을 깊이 자르며 섬뜩한 균열을 남겼다.이 일격의 파괴력은 정말 무시무시했다.하지만 유진우는 이 일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유진우는 천신사상결이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현무!”유진우의 몸이 갑자기 진동하며 체내에 쌓여 있던 현청 진기가 한순간 밖으로 분출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의 몸 주변에 타원형의 보호막이 형성되었다.보호막 표면은 신비로운 문양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중 일부분은 거북이 껍질 무늬처럼 보여 보호막 전체가 거북이 껍데기와도 같았다.유진우가 수련한 건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인 강린의 공법이었다.이 공법은 비록 5대 필살기에 속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난 독특한 공법이었다.이 공법은 강린을 중심으로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 네 신수들이 각 방향을 지켰다.각 신수를 소환할 때마다 유진우는 해당 능력의 강화가 이루어져 독특한 능력을 얻게 된다.지금 소환한 현무는 방어를 강화하는 능력을 보유했다.“흥! 정말 어리석군!”유진우의 행동을 보며 한비양의 입가에 조롱이 스쳤다.만약 제때 이 일격을 피했다면 살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 존재할 텐데 유진우는 지금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이는 스스로 죽음을 초래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었다.천신사상결 중 풍신의 분노는
“무슨 상황이지? 저 녀석이 죽지 않았다고?”충격의 중심에 서 있는 유진우가 다치지 않고 무사한 걸 보자 관중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천신사상결은 무림인들이 공인한 무림 필살기였고 그 안의 모든 기술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데 유진우가 어떻게 그걸 막아낼 수 있었을까?혹시 한비양이 일부러 힘을 뺀 건 아닌지 다들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아직도 죽지 않았다고? 저 녀석은 뭐 바퀴벌레인 건가? 생명력이 왜 이렇게 강하지?”봉연주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기지 않는 듯 중얼댔다.방금 한비양의 그 일격은 위력이 엄청났고 파괴력 또한 끔찍했다.강철로 만든 단단한 사람이라도 그 일격을 버티기 쉽지 않을 텐데 유진우가 머리털 하나도 다치지 않은 걸 보자 봉연주는 이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방금 한 도련님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유진우가 운 좋게 간신히 피한 것일 뿐이야. 하지만 괜찮아,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어. 그걸로 충분히 저 녀석을 처치할 수 있어!”짧은 놀라움이 지나간 후, 안세리는 곧바로 침착한 말투로 이 상황을 분석했다.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한비양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고 확신했다.안세리는 한비양이 본격적으로 이 전투에 임하면 유진우를 죽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내 풍신의 분노를 막다니, 네 실력이 확실히 괜찮군.”한비양은 일단 칭찬으로 말문을 연 후, 다시 화제를 돌려 덧붙였다.“하지만 네 방어도 여기까지야. 다음부터는 나도 더 이상 힘을 빼지 않겠어. 네 생사가 오로지 너의 운에 달려 있어.”“천신사상결의 각 기술이 처음에 비해 점점 강해진다고 들었어. 난 오늘 그 강력한 기술을 직접 보고 싶어.”유진우는 한비양의 위협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천신사상결은 각각 바람, 불, 천둥, 전기의 네 신수를 대표하고 각 신수의 위력은 거의 다 겹칠 수 있었다.지금까지 풍신의 분노를 막아낸
웅...거북이 껍데기 같은 보호막이 미세하게 떨리며 금빛 광채가 퍼져 나왔다.금빛 광채가 불꽃에 비치니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쿵!엄청난 힘을 지닌 불꽃 용이 유진우의 단단한 방어막에 정통으로 부딪쳤다.순간,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 엄청난 열파가 넘실거렸다.폭발의 중심에서 시작된 뜨거운 기운이 순식간에 퍼지며 취향루 전체를 순식간에 휩쓸었다.콰르릉!”취향루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취향루 천장에 붙어 있던 수많은 장식품이 후드득 떨어졌다.천장의 청색 기와들도 폭우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설상가상으로 이미 터진 불꽃이 주변의 목제 건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다들 뭐해! 얼른 불 꺼!”하 마담은 다른 일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즉시 취향루 직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천재들의 싸움에 평범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다.유진우와 한비양이 서로 두어 번 부딪히기만 했는데 취향루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이런 식으로 싸우다간 취향루는 폐허가 되고 말 것이다.하지만 불을 끄느라고 여념이 없는 취향루 직원들과는 달리 관중들은 유진우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방금의 거센 충돌 때문에 지하의 구덩이는 더 깊고 넓어졌다.구덩이 안에서는 불꽃이 휘몰아치고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한 데다 잔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하하... 끝내 죽었네! 유진우 그 녀석이 완전히 가루가 되었네!”구덩이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봉연주는 유진우가 불꽃에 타서 가루가 되었다며 여기며 신나서 폭소를 터뜨렸다.“흥, 죽어 마땅해! 나와 맞서는 녀석 최후는 이렇게 비참할 수밖에 없어.”안세리도 코웃음츨 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주제 파악도 되지 않는 하찮은 자가 한비양 같은 천재와 맞서 이길 리가 없었다.처절한 패배와 처참한 죽음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이제 안세리 마음속에 계속 달려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드디어 완벽하게 풀리게 된 것 같았다.“후웁...”두 여자가 터져 나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환호하느라 여념이
“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지?”담담한 표정의 유진우를 바라보며 한비양은 순간 멈칫했고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화신의 분노는 거의 풍신의 분노 두 배에 달하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무도 마스터를 단번에 처치할 수 있는 기술인데 그 시술을 정면으로 맞은 유진우는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유진우의 방어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난 별일 없었어. 근데 너 때문에 내 옷이 타버렸어.”유진우는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곳에 생긴 그을음 자국을 가리켰다.한비양은 유진우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무도 마스터를 쉽게 처치할 수 있는 화신의 분노가 겨우 옷자락을 그을렸을 뿐이라니, 심각한 모욕을 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무림 필살기 중 하나로 공인받은 천신사상결을 저 자식이 두 번이나 막아내다니, 실력이 저 정도로 뛰어날 줄은 몰랐네.”“이 자식 실력이 꽤 비범한 건 인정해야겠어.”“근데 도대체 어느 가문의 천재 무사일까? 왜 이렇게 생소해 보이지?”충격이 지나간 후, 관중들은 더 많은 의문을 품었다.위력이 막강한 천신사상결을 두 번이나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남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다.이 정도 실력은 사람들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한 도련님! 더 이상 저 녀석을 봐주지 마세요. 한 도련님이 장악한 모든 기술을 써서라도 꼭 이 나쁜 놈을 처치해야 합니다!”안세리가 옆에서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한 도련님, 힘내세요! 이 살인마를 없애버려야 해요!”봉연주도 안세리를 거들며 따라서 외쳤다.이 순간,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한비양이라는 날카로운 칼로 유진우를 죽일 계획을 세웠지만 이렇게 연달아 장애물에 부딪힐 줄은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한비양은 이미 세 번의 공격 안에 유진우를 해결하지 못하면 놓아주겠다고 약속했다.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네 실력이 진짜 대단한 건 인정하지. 이렇게 뛰어난 상대를 만난 건 나도
검은 신상의 얼굴은 흉악하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가득해 악몽에 나올 듯한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특히 그 신상의 몸에서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은 사람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을 줬다.취향루 밖에서 관전하고 있는 사람들은 숨이 턱 막혔고 가슴에 거대한 돌이 얹힌 듯 너무나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사람들 중 체력이 약한 이들은 이 압박감을 버텨내지 못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당장에서 구토하기도 했다.“천둥의 분노!”한비양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뒤에 있는 검은 신상을 조종해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그러자 검은 신상이 순간 생기를 회복한 듯,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커다란 주먹을 내리쳤다.그 주먹은 하늘을 찌를 듯한 힘이 깃든 것 같았고 거대한 산이 눌러오는 듯한 숨 막히는 위압감을 주었다.쿵!유진우가 호체 진기를 발동하려던 찰나, 갑자기 고막을 찢는 천둥소리가 울렸다.심금을 울리는 듯한 강렬한 천둥소리는 아무런 징조도 없었고 전혀 방어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유진우는 온몸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며 손발이 마비된 듯 무기력해 힘을 전혀 쓸 수 없었다.거대한 주먹이 유진우를 송두리째 으깨려 하고 있었다.유진우는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두 팔을 교차해 머리 위로 올려 아무런 보호 수단도 없이 맨몸으로 버텨내려 했다.펑!엄청난 소리가 울리며 검은 신상의 주먹이 거대한 망치로 못을 박듯이 유진우를 지하로 처박았다.유진우가 그 주먹을 받아내는 순간, 강력한 에너지가 순식간에 폭발했다.우르릉!또 한 번의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강력한 폭발의 여파가 취향루 전체를 휩쓸었다.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던 취향루는 이번 충격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볼품없는 폐허가 되었다.밖에 서 있던 관중들도 모두 거센 충격파를 받고 그 자리에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졌다.비록 꽤 먼 거리였지만 천둥의 분노 여파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모든 것이 잠잠해진 후, 사람들은 달빛을 빌려 취향루 내부의 상황을
“꿀꺽...”안세리와 봉연주는 긴장 속에 침을 꿀꺽 삼키며 폐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유진우가 갑자기 그곳에서 튀어나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장면은 너무도 섬뜩할 테니 말이다.한참을 그렇게 주시하다가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은 길게 숨을 내쉬며 완전히 안심했다.“우리가 너무 과민반응한 거겠죠? 방금 그 강력한 공격을 아무도 견뎌낼 수 없을 거예요. 아마 유진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겠죠.”안세리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맞아요, 맞아. 아무리 강철 같은 사람이라 해도 그 공격을 버텨낼 수는 없을 겁니다!”봉연주도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들린 소리는 분명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한비영의 전력을 다한 일격 앞에 유진우가 살아남을 리가 없었다. 결국은 스스로 놀란 셈이었다.“후...”한비영도 속으로 긴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사실 방금 들린 소리가 그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끝났다.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세리 씨, 유진우는 죽었어요. 돌아가면 우리 한잔할까요? 축하 기념으로요.”봉연주가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좋아요!”안세리도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이 걱정거리도 해결됐으니 드디어 편히 잘 수 있겠네요.”그러나 두 여자가 안심하며 기뻐할 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그림자가 폐허 속에서 땅을 박차고 뛰쳐나와 높이 솟아올랐다.마치 물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처럼 공중에서 잠시 멈춘 후, 폐허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바로 유진우였다!“내... 내가 잘못 본 거죠? 살아있는 겁니까?”“세상에! 대체 무슨 괴물인 거죠?”그 장면을 본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그 파괴적인 일격 앞에서 유진우가 여전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생명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했다.“저, 저 자식이... 왜 아직도 안 죽은 거죠?!”봉연주는 놀라움에 입
“너... 대체 누구냐?”한비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지금의 유진우는 겉보기엔 옷이 찢어지고 다소 초라해 보이지만 몸에 상처 하나 없이 오히려 기운이 넘치는 모습이었다.싸울수록 더 강해지는 듯한 그의 모습은 두려움을 자아냈다.“응?”놀랐는지 한비영의 동공이 확장되었다.유진우의 찢어진 옷 사이로 강린의 문양이 보였기 때문이었다.강린은 온몸이 검은색이고 붉은 눈빛이 달빛 아래서 마치 요괴처럼 섬뜩한 광채를 뿜어냈다.더 무서운 것은 강린의 눈과 마주치자마자 한비영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솟구쳤다는 점이었다.그것은 영혼 깊숙이 울리는 압도적인 위압감으로 저항할 수 없는 힘이었다.“강린이 나타나면 만물이 굴복한다... 설마 네가 천재 유장혁이야?!”순간적으로 멍해진 한비영은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천재의 명성은 이미 그의 귀에 익숙했다.용국의 모든 천재가 결코 넘지 못할 산과 같은 존재,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십 년 전 한비영이 막 세상에 나올 무렵, 유장혁은 이미 천하를 뒤흔들며 마스터의 위엄을 떨치고 있었다.같은 시대에 그와 맞먹을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유장혁이 갑작스럽게 실종된 이후, 용국의 다양한 천재들이 비로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며 백가쟁명의 양상을 보였다.자존심 강한 한비영은 아무도 눈에 두지 않았지만 유장혁만큼은 예외였다.그의 눈에는 유장혁이 유일한 라이벌로 비쳤다.십 년 전의 일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유장혁의 몸에 강린 문신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그 문신이야말로 그를 천재라 불리게 만든 상징이었다.그래서 유진우의 가슴에 그 문신을 보자마자 한비영은 곧바로 유장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똑같이 성이 유씨이고 뛰어난 재능과 강력한 힘을 지닌 데다 강린 문신까지 동일하다면 틀림없었다!‘이 사람이 바로 유장혁일 거야!’“뭐라고? 천재라고? 진짜야?”“말도 안 돼! 천재는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 여기 나타날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