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 무슨 일이 있든 두 사람은 반드시 유진우를 물고 늘어져야 했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전혀 없었다.“도련님?”한비양을 보자 빡빡이 남자는 힘겹게 일어나 비틀거리며 한비양 앞에 가서 한 쪽 무릎을 꿇었다.“부하 황태호, 도련님를 뵙겠습니다.”“홍양이 죽었나?”한비양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네... 죽었습니다.”빡빡이 남자는 송구한 마음에 얼굴이 빨개졌다.“부하가 구출하러 오는데 늦었습니다. 도련님, 죄송합니다.”“무능한 놈!”한비양은 손을 들어 빡빡이 남자의 얼굴에 따귀를 날렸다.엄청난 힘이 황태호를 수 미터 밖으로 날려 보냈고 황태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며 몸을 가누지 못했다.“누가 홍양을 죽였어? 끄집어내기 전에 스스로 나와. 내가 죽여주마.”분노한 기색도 없는 한비양은 주변을 둘러보며 고함치는 대신 뼈에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며 담담하게 말했다.“저 녀석이요! 저 녀석이 홍양을 죽였습니다!”안세리가 즉시 손을 들어 유진우를 가리키며 일러바쳤다. 안세리는 유진우의 가죽을 벗겨내고 싶을 정도로 그를 증오했다.“맞습니다! 맞아요! 우리 모두 저 녀석이 홍양을 죽이는 걸 직접 보았습니다!”봉연주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안세리를 거들었다.“네가 홍양을 죽였어?”한비양은 유진우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물었다.한비양의 눈에서 칼날 같은 날카롭고 섬뜩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난 홍양을 죽이지 않았어. 누군가 고의로 내게 누명을 씌웠어.”유진우는 다시 한번 부인했다.“한 도련님, 저 녀석 변명을 믿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저 녀석이 진짜 범인이라는 걸 명확하게 봤어요.”안세리는 유진우가 범인이라고 언성을 높였다.“맞아요! 우리는 모두 증언할 수 있습니다.”주변 사람들은 그 말에 동의하며 소리쳤다.이런 상황에 유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해명하지 않았다.세 번이나 해명했지만 누구도 유진우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놈의 선입견 때문에 모두 유진우가 범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근데 네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싶지 않다면 일단 냉정하게 생각해 봐. 난 네 여동생과 아무런 원한도 없는데 왜 네 여동생을 죽이겠어?”유진우가 차분한 말투로 귀띔했다.“그 말은 내가 네게 물어야 할 것 같군.”한비양이 눈을 가늘게 뜨며 응답했다.“네가 믿든 믿지 않든, 이 사건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짜놓은 덫이야. 너라는 칼을 이용해 날 죽이려는 거지.”유진우는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밝혔다.“누가 그런 용기가 있겠어? 감히 날 이용하려 든다고?”한비양이 의심스러운 점을 털어놨다.“네 뒤에 있는 두 사람이지. 그 둘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거야.”유진우가 안세리와 봉연주를 턱으로 가리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개소리 치지 마!”안세리가 즉시 반박하며 언성을 높였다.“한 도련님, 이놈은 책임을 회피하려고 우리를 모함하고 있어요. 절대 속지 마세요. 빨리 이놈을 죽여서 홍양의 복수를 해 주세요.”“맞아요! 이놈을 죽이지 않으면 홍양은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거예요.”봉연주도 얼른 맞장구쳤다.이렇게 어렵게 한비양을 이용할 기회를 얻은 두 사람은 절대 놓칠 수 없었다.“너희 사이의 갈등은 난 신경 쓰지 않아. 다만 홍양의 죽음에는 반드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해. 모두가 널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으니 넌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물론 내가 널 일부러 괴롭히는 건 아니야. 네가 내 공격 세 번을 전부 막아낸다면 네게 스스로 증명할 기회를 주겠어. 막아내지 못하면 그것 또한 네 운명이니까 달갑게 받아들여.”말을 마친 한비양이 서서히 기를 끌어모으자 그의 주변에 갑자기 강기의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그 소용돌이는 거대한 토네이도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주변의 천지 영기를 끊임없이 빨아들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비양의 등 뒤에는 거대한 사람 형상의 환영이 나타났다.거의 7미터 높이의 환영은 엄청나게 우람졌고 온몸에서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압박감을 뿜어냈다.환영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처럼 웅장한 기운을
한비양이 휘두른 필살기의 위세에 휘말려 소용돌이에 빠진다면 아마 그 안에서 원기의 충격을 받고 갈기갈기 찢겨 나갈 것이다.”두려움이 엄습하자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단단한 물체를 움켜잡고 흡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썼다.“풍신의 분노!”한비양이 기를 끌어모은 후 전력을 다해 일격을 내질렀다.그러자 한비양의 뒤에 있는 신령의 형상도 똑같은 동작을 취했다.쿵!공기가 순식간에 폭발하며 엄청난 강기가 거대한 손바닥 모양으로 변해 세상 만물을 파괴할 듯한 놀라운 기세로 유진우에게 몰아쳤다.손바닥 모양이 지나가는 곳마다 강풍이 울부짖고 강철을 두부 자르듯 쉽게 자를 듯한 바람이 바닥을 깊이 자르며 섬뜩한 균열을 남겼다.이 일격의 파괴력은 정말 무시무시했다.하지만 유진우는 이 일격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유진우는 천신사상결이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현무!”유진우의 몸이 갑자기 진동하며 체내에 쌓여 있던 현청 진기가 한순간 밖으로 분출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의 몸 주변에 타원형의 보호막이 형성되었다.보호막 표면은 신비로운 문양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중 일부분은 거북이 껍질 무늬처럼 보여 보호막 전체가 거북이 껍데기와도 같았다.유진우가 수련한 건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인 강린의 공법이었다.이 공법은 비록 5대 필살기에 속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뛰어난 독특한 공법이었다.이 공법은 강린을 중심으로 동쪽의 청룡, 서쪽의 백호, 남쪽의 주작, 북쪽의 현무 네 신수들이 각 방향을 지켰다.각 신수를 소환할 때마다 유진우는 해당 능력의 강화가 이루어져 독특한 능력을 얻게 된다.지금 소환한 현무는 방어를 강화하는 능력을 보유했다.“흥! 정말 어리석군!”유진우의 행동을 보며 한비양의 입가에 조롱이 스쳤다.만약 제때 이 일격을 피했다면 살 수 있는 일말의 희망이 존재할 텐데 유진우는 지금 정면으로 맞선 것이다.이는 스스로 죽음을 초래하는 길이라고 볼 수 있었다.천신사상결 중 풍신의 분노는
“무슨 상황이지? 저 녀석이 죽지 않았다고?”충격의 중심에 서 있는 유진우가 다치지 않고 무사한 걸 보자 관중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천신사상결은 무림인들이 공인한 무림 필살기였고 그 안의 모든 기술은 무시무시한 위력을 지니고 있는데 유진우가 어떻게 그걸 막아낼 수 있었을까?혹시 한비양이 일부러 힘을 뺀 건 아닌지 다들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아직도 죽지 않았다고? 저 녀석은 뭐 바퀴벌레인 건가? 생명력이 왜 이렇게 강하지?”봉연주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기지 않는 듯 중얼댔다.방금 한비양의 그 일격은 위력이 엄청났고 파괴력 또한 끔찍했다.강철로 만든 단단한 사람이라도 그 일격을 버티기 쉽지 않을 텐데 유진우가 머리털 하나도 다치지 않은 걸 보자 봉연주는 이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방금 한 도련님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래서 유진우가 운 좋게 간신히 피한 것일 뿐이야. 하지만 괜찮아,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어. 그걸로 충분히 저 녀석을 처치할 수 있어!”짧은 놀라움이 지나간 후, 안세리는 곧바로 침착한 말투로 이 상황을 분석했다.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해도 한비양에 비하면 여전히 한참 부족하다고 확신했다.안세리는 한비양이 본격적으로 이 전투에 임하면 유진우를 죽이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내 풍신의 분노를 막다니, 네 실력이 확실히 괜찮군.”한비양은 일단 칭찬으로 말문을 연 후, 다시 화제를 돌려 덧붙였다.“하지만 네 방어도 여기까지야. 다음부터는 나도 더 이상 힘을 빼지 않겠어. 네 생사가 오로지 너의 운에 달려 있어.”“천신사상결의 각 기술이 처음에 비해 점점 강해진다고 들었어. 난 오늘 그 강력한 기술을 직접 보고 싶어.”유진우는 한비양의 위협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천신사상결은 각각 바람, 불, 천둥, 전기의 네 신수를 대표하고 각 신수의 위력은 거의 다 겹칠 수 있었다.지금까지 풍신의 분노를 막아낸
웅...거북이 껍데기 같은 보호막이 미세하게 떨리며 금빛 광채가 퍼져 나왔다.금빛 광채가 불꽃에 비치니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쿵!엄청난 힘을 지닌 불꽃 용이 유진우의 단단한 방어막에 정통으로 부딪쳤다.순간, 불꽃이 사방으로 튀고 엄청난 열파가 넘실거렸다.폭발의 중심에서 시작된 뜨거운 기운이 순식간에 퍼지며 취향루 전체를 순식간에 휩쓸었다.콰르릉!”취향루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취향루 천장에 붙어 있던 수많은 장식품이 후드득 떨어졌다.천장의 청색 기와들도 폭우처럼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설상가상으로 이미 터진 불꽃이 주변의 목제 건물을 불태우기 시작했다.“다들 뭐해! 얼른 불 꺼!”하 마담은 다른 일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즉시 취향루 직원들에게 불을 끄라고 지시했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천재들의 싸움에 평범한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다.유진우와 한비양이 서로 두어 번 부딪히기만 했는데 취향루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이런 식으로 싸우다간 취향루는 폐허가 되고 말 것이다.하지만 불을 끄느라고 여념이 없는 취향루 직원들과는 달리 관중들은 유진우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방금의 거센 충돌 때문에 지하의 구덩이는 더 깊고 넓어졌다.구덩이 안에서는 불꽃이 휘몰아치고 연기가 안개처럼 자욱한 데다 잔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하하... 끝내 죽었네! 유진우 그 녀석이 완전히 가루가 되었네!”구덩이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봉연주는 유진우가 불꽃에 타서 가루가 되었다며 여기며 신나서 폭소를 터뜨렸다.“흥, 죽어 마땅해! 나와 맞서는 녀석 최후는 이렇게 비참할 수밖에 없어.”안세리도 코웃음츨 치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주제 파악도 되지 않는 하찮은 자가 한비양 같은 천재와 맞서 이길 리가 없었다.처절한 패배와 처참한 죽음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이제 안세리 마음속에 계속 달려 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드디어 완벽하게 풀리게 된 것 같았다.“후웁...”두 여자가 터져 나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환호하느라 여념이
“너... 어떻게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지?”담담한 표정의 유진우를 바라보며 한비양은 순간 멈칫했고 얼굴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화신의 분노는 거의 풍신의 분노 두 배에 달하는 위력을 갖고 있었다.무도 마스터를 단번에 처치할 수 있는 기술인데 그 시술을 정면으로 맞은 유진우는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유진우의 방어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난 별일 없었어. 근데 너 때문에 내 옷이 타버렸어.”유진우는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그곳에 생긴 그을음 자국을 가리켰다.한비양은 유진우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무도 마스터를 쉽게 처치할 수 있는 화신의 분노가 겨우 옷자락을 그을렸을 뿐이라니, 심각한 모욕을 당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무림 필살기 중 하나로 공인받은 천신사상결을 저 자식이 두 번이나 막아내다니, 실력이 저 정도로 뛰어날 줄은 몰랐네.”“이 자식 실력이 꽤 비범한 건 인정해야겠어.”“근데 도대체 어느 가문의 천재 무사일까? 왜 이렇게 생소해 보이지?”충격이 지나간 후, 관중들은 더 많은 의문을 품었다.위력이 막강한 천신사상결을 두 번이나 정통으로 맞고도 살아남는 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다.이 정도 실력은 사람들의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한 도련님! 더 이상 저 녀석을 봐주지 마세요. 한 도련님이 장악한 모든 기술을 써서라도 꼭 이 나쁜 놈을 처치해야 합니다!”안세리가 옆에서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한 도련님, 힘내세요! 이 살인마를 없애버려야 해요!”봉연주도 안세리를 거들며 따라서 외쳤다.이 순간,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한비양이라는 날카로운 칼로 유진우를 죽일 계획을 세웠지만 이렇게 연달아 장애물에 부딪힐 줄은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한비양은 이미 세 번의 공격 안에 유진우를 해결하지 못하면 놓아주겠다고 약속했다.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큰 곤경에 처할 것이다.“네 실력이 진짜 대단한 건 인정하지. 이렇게 뛰어난 상대를 만난 건 나도
검은 신상의 얼굴은 흉악하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가득해 악몽에 나올 듯한 공포스러운 모습이었다.특히 그 신상의 몸에서 발산하는 강력한 기운은 사람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을 줬다.취향루 밖에서 관전하고 있는 사람들은 숨이 턱 막혔고 가슴에 거대한 돌이 얹힌 듯 너무나 불편한 느낌을 받았다.사람들 중 체력이 약한 이들은 이 압박감을 버텨내지 못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당장에서 구토하기도 했다.“천둥의 분노!”한비양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뒤에 있는 검은 신상을 조종해 허공에 주먹을 날렸다.그러자 검은 신상이 순간 생기를 회복한 듯,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커다란 주먹을 내리쳤다.그 주먹은 하늘을 찌를 듯한 힘이 깃든 것 같았고 거대한 산이 눌러오는 듯한 숨 막히는 위압감을 주었다.쿵!유진우가 호체 진기를 발동하려던 찰나, 갑자기 고막을 찢는 천둥소리가 울렸다.심금을 울리는 듯한 강렬한 천둥소리는 아무런 징조도 없었고 전혀 방어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유진우는 온몸이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며 손발이 마비된 듯 무기력해 힘을 전혀 쓸 수 없었다.거대한 주먹이 유진우를 송두리째 으깨려 하고 있었다.유진우는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두 팔을 교차해 머리 위로 올려 아무런 보호 수단도 없이 맨몸으로 버텨내려 했다.펑!엄청난 소리가 울리며 검은 신상의 주먹이 거대한 망치로 못을 박듯이 유진우를 지하로 처박았다.유진우가 그 주먹을 받아내는 순간, 강력한 에너지가 순식간에 폭발했다.우르릉!또 한 번의 천둥소리가 울리더니 강력한 폭발의 여파가 취향루 전체를 휩쓸었다.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흔들리던 취향루는 이번 충격으로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볼품없는 폐허가 되었다.밖에 서 있던 관중들도 모두 거센 충격파를 받고 그 자리에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졌다.비록 꽤 먼 거리였지만 천둥의 분노 여파는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모든 것이 잠잠해진 후, 사람들은 달빛을 빌려 취향루 내부의 상황을
“꿀꺽...”안세리와 봉연주는 긴장 속에 침을 꿀꺽 삼키며 폐허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눈을 떼지 못했다.유진우가 갑자기 그곳에서 튀어나올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런 장면은 너무도 섬뜩할 테니 말이다.한참을 그렇게 주시하다가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은 길게 숨을 내쉬며 완전히 안심했다.“우리가 너무 과민반응한 거겠죠? 방금 그 강력한 공격을 아무도 견뎌낼 수 없을 거예요. 아마 유진우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겠죠.”안세리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맞아요, 맞아. 아무리 강철 같은 사람이라 해도 그 공격을 버텨낼 수는 없을 겁니다!”봉연주도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들린 소리는 분명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다.한비영의 전력을 다한 일격 앞에 유진우가 살아남을 리가 없었다. 결국은 스스로 놀란 셈이었다.“후...”한비영도 속으로 긴 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사실 방금 들린 소리가 그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끝났다.그렇지 않았으면 오늘 큰 망신을 당할 뻔했다.“세리 씨, 유진우는 죽었어요. 돌아가면 우리 한잔할까요? 축하 기념으로요.”봉연주가 기쁜 듯 웃으며 말했다.“좋아요!”안세리도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이 걱정거리도 해결됐으니 드디어 편히 잘 수 있겠네요.”그러나 두 여자가 안심하며 기뻐할 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의 그림자가 폐허 속에서 땅을 박차고 뛰쳐나와 높이 솟아올랐다.마치 물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처럼 공중에서 잠시 멈춘 후, 폐허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바로 유진우였다!“내... 내가 잘못 본 거죠? 살아있는 겁니까?”“세상에! 대체 무슨 괴물인 거죠?”그 장면을 본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그 파괴적인 일격 앞에서 유진우가 여전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생명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인했다.“저, 저 자식이... 왜 아직도 안 죽은 거죠?!”봉연주는 놀라움에 입
삼 분 후, 모든 호룡각의 킬러들은 이미 피를 뿌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온몸이 피로 물든 유진우는 흔들리며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의 몸은 점점 약해지고 있었고 내면의 강력한 진기 역시 모두 사라지면서 그는 이제 거의 죽음에 가까웠다. 눈앞의 풍경은 점점 흐릿해지고 심장박동은 거의 멈춰 있었다. “이렇게 많은 위험을 겪고도 결국엔 내가 내 사람의 손에 죽다니, 정말 웃기네.” 유진우는 차가운 웃음을 짓고 가슴에 박힌 칼을 내려다보며 두 손으로 칼을 움켜잡고 힘껏 뽑았다. 순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죽을 때 칼이 몸에 꽂혀 있는 건 보기 싫었다. 칼을 빼자 유진우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며 결국 ‘쿵!’하고 땅에 쓰러졌다. 이내 의식이 완전히 끊어졌다. 유진우가 쓰러질 때 그의 몸에 항상 지니고 있던 부적이 갑자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빛은 금빛으로 변하며 유진우의 이마에 흡수되더니 사라졌다. 영혼 부적이 그의 몸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안의 강력한 에너지가 유진우의 사지와 백골을 휘감으며 퍼졌다. 이전에 사철수가 뿌린 이상한 독은 이 에너지에 접촉하자마자 급속히 분해되었고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유진우의 내부 상처와 방금 뚫린 치명적인 칼자국도 이 에너지를 받고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 에너지 안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쳐흘러 원래 생명을 잃었던 유진우를 천천히 죽음의 문턱에서부터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 시각, 수십 리 떨어진 어느 비밀 저택에서 명상 중이던 이청성은 갑자기 몸이 움찔하더니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 그녀의 완벽한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호신 부적이 손상된 건가?” 이청성은 이마를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수를 놓으며 계산을 했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얼굴이 크게 변했다. “큰일 났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이청성은 곧바로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몸을 한 줄기의 빛으로 바뀌더니 황급히 어딘가로 향했다. 이 시각, 호룡각의 비밀 기지 안에서는 가면을 쓴 한 남자가 금색 의
이제 유진우가 할 수 있는 건 함께 죽는 것뿐이었다. “응?” 유진우의 빠른 철권을 맞닥뜨린 사철수는 눈이 커지며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막았다. “펑!”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철수의 두 팔이 그대로 부러졌고 그의 몸은 마치 자루처럼 10미터 정도 날아가다가 땅에 떨어졌고 입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배신자!” 유진우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를 터뜨리며 계속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사철수는 상황이 급박해지자 두 손으로 인을 그렸고 발을 힘껏 구르자 갑자기 그의 몸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한 무더기의 옷만 남았다. 이건 분명히 기문둔술이었다. “와!” 사철수가 도망친 뒤 유진우는 거칠게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흔들리며 쓰러질 듯한 몸을 지탱했다. 전 상처가 아물지 않았고 몸은 독에 중독되었으며 가슴을 관통한 그 칼이 여전히 그의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제 유진우는 죽음 직전까지 다가갔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전하!” 손도운은 절망하며 소리를 질렀지만 중상을 입은 상태로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진우 형님!” 왕현 역시 비틀거리며 일어설 수 없었다. 세 사람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고 게다가 호룡각의 킬러들이 여전히 주변에 많았다. “왕현 씨! 손도운을 데리고 먼저 가요!” 유진우는 부서진 몸을 힘겹게 지탱하며 어떻게든 쓰러지지 않으려고 했다. 칼이 몸에서 뽑지 않는 한 대략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진우 형님! 그럼 형님은요?” 왕현은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 세 사람 중 유진우의 부상이 가장 심각했다. “걱정하지 마요. 저는 수련이 깊으니 죽지 않아요.” 유진우는 겨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만 떠들고 손도운 데리고 가요!” 왕현은 계속 말하려 했지만 유진우의 호통에 말을 잇지 못하고 결국 손도운을 부축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호룡각의 킬러들은 두 사람을 쫓지 않고 오히려 유진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표는 분명했다. 다른 두 명
유진우는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자신을 습격한 사철수를 보며 순간적으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는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의심해 왔다. 왕현, 유공권 등도 그중 하나였지만 유독 사철수만은 의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철수는 그동안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왕부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래서 그는 사철수에 대해 항상 죄책감을 느껴왔고 그랬기에 아까 전심을 다해 치료해 주었던 것이다. 자신이 독에 걸리고 상처를 입어도 사철수를 구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왕부의 결사대원이었고 마치 가족처럼 여기던 사철수가 뒤에서 칼을 꽂을 줄은... ‘도대체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 유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장혁아, 미안하다. 이렇게 해야만 했어.” 사철수의 얼굴은 복잡해 보였고 그 눈빛에는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예전에 내가 말했지. 그때의 진실을 조사하지 말라고. 그런 건 죽음을 부를 위험이 크다고. 그런데 왜? 왜 너는 그걸 듣지 않았니? 너는 잘 살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스스로 죽으려 드는 거야?” “당신... 도대체 누구야?” 유진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나 사철수는 서경 중군 부장이지만 그전에 내 진짜 신분은 호룡각의 밀사였다.” 사철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호룡각의 밀사?” 유진우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사철수가 호룡각에서 보낸 첩자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들이 그를 습격한 것은 사철수가 미리 정보로 전달했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때 터졌던 검은 독기 역시 사철수의 짓이라고?’ 사철수는 일부러 자신을 독에 중독시켜 유진우에게 독을 풀게 하면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공격할 기회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얽힌 계략은 그를 완벽하게 속여왔고 지금까지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있던 것들이 전부 거
두 손이 맞붙으며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유진우는 몸을 한 번만 움찔했을 뿐인데 모든 힘을 가볍게 막아냈다. 반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유진우의 한 손에 의해 수십 미터나 날아가며 땅에 떨어졌고 코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온몸의 경락이 반쯤 부서져버렸다. “너... 너 어떻게 이렇게 강한 거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가슴을 움켜잡았고 얼굴에는 놀람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유진우는 분명 독에 중독되었고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떻게 단순한 한 방으로 나를 이렇게 쉽게 물리친 거지? 우리의 실력 차이가 이렇게 컸던 건가?’ “내가 기습당하기 전에 내 실력을 조사하지 않았나?”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입가에는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사철수 몸속의 독은 이미 모두 빠져나갔고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 유진우 자신은 부상을 입고 독에 중독되었지만 깊은 수련 덕분에 당장 쓰러지지는 않았다. “넌 아무리 강해도 결국 그냥 무도 마스터에 불과하다. 우리는 충분히 널 죽일 수 있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큰 소리로 외쳤다. 호룡각이 파괴된 날, 그곳의 고위 인물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했다. 남은 사람들은 각자 흩어져 싸웠고 사실상 더 이상 조직을 구성할 수 없었다.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잘 모르지만 서경 왕부의 음모였고 유진우가 그 모든 일의 주범이라고 알고 있었다. 오늘 그는 유진우가 서경 왕부의 밀사를 만나러 온다는 비밀 정보를 받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복수를 꿈꿨지만 상대가 이토록 강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흥! 만약 내가 그저 평범한 무도 마스터였다면 아마 오래전에 죽었을 거야. 지금 살아있는 게 기적이지.” 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대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건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유진우가 겨우 20대 중반의 나이라면 이렇게 젊은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빠르고 정확하게 내리쳤다. 전신의 강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고 뒤에서 기습 공격을 한 탓에 방어할 틈이 없었다. 가장 중요한 건 유진우가 여전히 사철수를 치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주변 상황을 전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긴 칼을 내리칠 때 유진우는 재빨리 호신 진기를 발동시켜 몸에 방어막을 만들었다. “쾅!”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긴 칼이 유진우의 호신 진기를 강하게 가격했다. 그 충격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진기의 파장이 퍼져 나갔다. 엄청난 반동에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칼은 튕겨져 나가고 그는 몸이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방금 자신은 전력을 다해 칼을 내리쳤고 심지어 기습 공격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유진우는 죽지는 않아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를 보면 전혀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밀려서 뒤로 물러섰다. ‘이 어린놈이 나보다 더 강하다고?’ “윽!” 그때, 치료 중이던 유진우가 갑자기 검은 피를 토했다. 얼굴은 온통 새카맣게 변했다. 방금 전 독기는 너무 강력해서 유진우의 몸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사철수를 치료하는 데 너무 많은 진기를 소모한 탓이었다. 그로 인해 독소를 억제할 수 없었고 그대로 오장육부에 침투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기습에 맞서려고 무리하게 방어를 했고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충격이 겹쳐 결국 피를 토하게 된 것이다. “하하하, 결국 너도 다 죽어가고 있구나!”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유진우가 피를 토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엄청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한 방에 바로 무너지네.’ “이번엔 너의 목숨을 가져가겠다!”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떨어진 칼을 다시 움켜잡고 유진우에게 달려들어 한 번 더 칼을 휘둘렀다. “전하!” 중상을 입
“난 너랑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 꺼져!”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더 이상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고 맹렬히 공격을 시작했다. 원래 서로 비슷한 수준이던 손도운은 금세 밀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실력은 결국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전에 손도운이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와 팽팽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그의 뜨거운 혈기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제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손도운의 그 우세는 사라졌고 남은 건 오직 순수한 실력 차이였다. 이제 싸움은 더 이상 간단한 기술이나 혈기 싸움이 아니었다. 실력의 차이가 승패를 가를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죽어라!”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며 공격을 퍼부었다. 그 공격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격렬해졌다. 손도운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직 방어할 뿐 반격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3분 내로 손도운은 완전히 패배할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 모습을 본 유진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앞에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경계심이 솟구쳤다. 아직 반응하기도 전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발아래에서 검은 안개가 퍼져 나갔다. 유진우는 본능적으로 호신 진기를 발동시켜 방어막을 형성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 검은 안개는 마치 영혼처럼 유진우의 호신 진기를 뚫고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더욱 기이한 것은 이 안개가 눈, 귀, 입, 코, 그리고 피부의 모든 모공을 통해 침투해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지?” 유진우는 깜짝 놀라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아무리 많은 것을 봐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호신 진기마저 막지 못하는 이런 괴이한 안개는 대체 뭐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유진우는 곧바로 기운을 모아 독을 빼내려 했다. 비록 이 검은 안개가 매우 이상하긴 했지만 그의 실력이라면 그것을 제거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장혁아! 괜찮아? 아무
손도운의 검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빨랐다.게다가 그의 검술은 극히 사납고 위압적이며 전형적인 군무 스타일로 꾸밈이 없고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었다.그의 모든 움직임과 검법은 살인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깔끔하고 효과적이면서 매우 폭력적이었다.4대 호법의 진형이 신비롭기는 했지만, 손도운의 빠른 검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들이 진형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손도운은 빈틈을 발견하고 빠른 검으로 돌파했다.한 차례의 교전 끝에 네 사람은 완전히 제압당해 반격할 여지가 없었다.“손 장군님이 이렇게 강한 무도 마스터인 줄 몰랐네요!” 사철수는 조금 놀랐다.“유만수의 근위병이자 밀정단까지 이끄는 자인데 당연히 평범할 리가 없죠.” 유진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손도운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는 예사롭지 않을 거라고 느꼈다.유만수로부터 중임을 받고 연경까지 먼 길을 왔다는 것만으로도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손 장군님의 나이를 보아하니 겨우 30대에 불과한데 이런 성취를 거둘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한 일이에요. 위왕 님 곁에는 숨은 인재들이 많네요.”사철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끝났네요.”유진우가 불쑥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도운의 공세가 거세졌다.거센 파도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칼날의 기세는 막을 수 없었다.초반부터 기세가 꺾인 4대 호법은 순간적으로 압박을 받아 열수를 버티기도 전에 손도운의 빠른 검에 처져 입과 코로 피를 뿜으며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졌다.“흥! 감히 전하를 해치려고 해? 그전에 내가 든 검이 동의하는지 물어봐!”손도운은 살기가 가득한 아우라를 뿜으며 위풍당당하게 말했다.그가 유진우를 마주했을 때 보여준 겸손함은 온데간데없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고수를 만났네.”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는 손을 들어 계속 공격하려는 4대 호법을 제지했다.“이제 당신 차례야!”손도운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고 칼끝을 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의 얼굴을 향해 겨눴다.“흥! 네가 4명을 이겼다고 해서
그들은 어둠 속을 지니면서 자신을 희생하는 용사들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소중하고 중점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다.“전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도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하의 신분이 특수하여 모든 세력이 은밀히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밀정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쉽게 노출될 수 있었다.“손 장군님, 왕부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텐데 지금 상황이 어떤지 말씀해 주세요.” 유진우가 다시 물었다.“전하, 지금 상황은...”손도운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갑자기 아래층에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그들은 눈길을 주고받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그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가면을 쓴 암살자 무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었다.암살자들은 날카로운 눈빛과 함께 강력한 아우라를 뿜어냈다.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선두에 선 한 사람은 붉은 옷을 입었고 그 옆에 있는 네 명은 흰옷을 입었고 나머지는 모두 검은색 옷을 입었다.“당신들 누구야?”왕현이 가장 먼저 검을 뽑아 유진우의 앞에 막아섰다.“전하, 먼저 가세요. 제가 뒤따라가겠습니다.”손도운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허리에 차고 있던 단검을 천천히 뽑았다.“유장혁! 네가 우리 호룡각을 무너뜨리고 각주를 죽였으니 오늘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해줄게!”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분노하며 소리쳤다.“고작 당신들 몇 명만으로 날 죽일 수 있겠어요?”유진우는 조용히 앉아서 차를 천천히 마시며 말했다.전혀 개의치 않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이 오만한 놈아, 오늘 호룡각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줄게!”붉은 옷을 입은 암살자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진 쳐! 저놈을 죽여라!”“예!”옆에 있던 흰옷의 암살자 네 명은 아무 말 없이 곧바로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네 사람의 속도가 매우 빨랐고 움직임이 신비로웠으며 그들이 피하고 이동하는 모습은 거의 잔상만 보일 뿐이었다.가장 관건적인 것은 네 사람의 공격과 방어가 매우 잘 조율되어 있었고 진법이 완성되면서 살상력이 배가되었다.“나
“짧게는 반달, 길게는 1년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죠?”유진우의 몸은 경직되고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자신이 늘 유만수의 부작위를 원망했어도 그들은 결국 같은 피가 흐르는 부자였다.유만수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불안해하고 있었다.그의 곁에 남아있는 가족은 몇 명밖에 안 되는데 유만수까지 떠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 소식 확실한가요?”유진우는 침착해 보이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다만 테이블 밑에 숨어 있던 손을 저도 모르게 꽉 움켜쥐었다.“전하, 이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확실합니다. 어르신께서 제가 전하께 알려드리는 것을 원치 않으시지만, 저는 전하께서 이 사실을 아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손도운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어르신께서 항상 몸이 정정하셨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예요?”사철수가 물었다.“지난 10년 동안 어르신께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서경을 지키고, 오랑캐의 침략을 막고, 모든 내부 세력도 항상 경계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어르신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손도운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유만수의 근위병으로서 그는 모든 것을 안중에 두고 있었다.예전의 서경왕은 손가락만 까딱해도 조정과 민간을 뒤흔들 정도로 위엄있고 패기가 넘쳤다.그러나 이제 영웅은 죽어가고 있으며 그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정말 슬프고 안타까웠다.“휴... 어르신께서 지난 몇 년 동안 정말 너무 많은 것을 짊어지셨습니다. 혼자의 힘으로 서경 전체뿐만 아니라 용국의 절반에 가까운 영토도 함께 짊어지셨습니다. 비록 높은 공들을 세웠지만 몸이 너무 많이 상했습니다.”손도운은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유만수...또 다른 말은 없었어요?” 유진우는 감정을 억누르며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서경은 전하의 영원한 집이니 전하께서 힘들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언제든지 돌아오셔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손도운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