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이제 진짜 끝났어.” “감히 문 어르신의 아들과도 같은 사람을 죽였으니 문왕부를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야. 용국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너 몸 하나 숨길 곳은 이제 없을 거야.” 그때, 봉연주 또한 안세리와 함께 유진우를 마구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늘 문왕부를 자신의 든든한 “뒷산”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문한성과 이청아를 아주 친절히 챙기고 보살폈다. 그들이 자신을 보호하기만 한다면 자신은 마음대로 활개를 치고 다녀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에서도 유진우가 자신의 든든한 “뒷산”을 죽이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이건 이미 간이 크다고 형용할 수도 없을 만큼 대담하고 정신 나간 짓이었다. “죽... 죽었어? 문한성이 죽었다고?” “유진우! 진우야, 너는 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지는 알고 있니?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정말 너 하나 때문에 떼죽음 당하게 생겼구나.” 문한성의 잘려나간 머리를 발견하고 멍해 있던 사람들은 이내 정신을 차린 뒤, 너나 할 것 없이 통곡을 해대며 유진우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의 죽음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기에 문왕부 쪽에서 책임을 물게 만든다면 전체 은씨 가문 또한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뻔했다. “누가 지은 죄면 누가 책임지는 게 맞습니다. 제가 문한성을 제 손으로 직접 죽였으니 무슨 결과가 있다 해도 저 혼자 책임집니다.” 유진우가 느긋하게 입을 뗐다. “책임? 네가 책임을 질 수 있어?” 은씨 가문의 넷째 삼촌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저 사람은 연경의 왕족이야! 손으로 하늘도 가릴 수 있는 대단한 존재라고. 도대체 네가 무엇으로 저런 존재들과 겨룰 건데?”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우리까지 끌어들이고 지*인가 말이야! 너... 너는 정말 우리 가문에게 들이닥친 재앙과도 같은 사람이야.” “맞는 말이야! 우리 은씨 가문은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네 놈이 문한성을 죽인 것도 모자라 머리를 가지고 우리 가문에 찾아왔다니! 이건 우
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나는 내 모든 수단과 인맥을 동원해 안씨 가문과 봉씨 가문을 멸망시키고 죽일 거야.”“멸망? 웃기시네.”안세리는 유진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깔깔 대기 시작했다.“진우야, 유진우. 넌 네가 정말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맨발의 의사와도 같은 존재인 주제에 감히 우리 두 가문이랑 맞서 싸우려고?”“그러니까 말이야. 제 한 몸 보호하기도 힘들게 된 마당에 우리를 협박해? 뭐 하나 알려줄까? 나 이미 조금 전에 문왕부 사람에게 몰래 연락을 했어. 그 사람들이 온다면 너는 발이 열 개라도 도망갈 수 없을 거야.”봉연주가 자신만만해하며 안세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그녀들의 눈에 유진우는 이미 죽음을 피면 하지 못하는 사람이자 죽기 전 발악을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난 이미 기회를 줬고 너희들이 그 기회를 놓친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마.”말을 마친 유진우는 핸드폰을 꺼내 여러 명에게 문자를 돌리기 시작했다.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연경의 인맥을 물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다 불러냈다.유진우는 꼭 안씨와 봉씨 가문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허세하고는.”안세리가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갔다.“고작 문자 몇 통 보낸다고 우리한테 위협이 될 것 같아? 웃기시네! 우리가 어떤 큰 장면들을 못 봤을 것 같니? 이제 이 정도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두고 보라고.”유진우는 안세리의 말에 짧은 대답만 할 뿐 불필요한 말들은 하지 않았다.그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증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그래! 오늘 한번 두고 보자고. 과연 누가 재수 없는 사람이 될지 말이야.”안세리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유 씨. 간이 그렇게 크다면 도망칠 생각도 하지 말라고. 조금 있다가 문왕부 사람들이 와도 이렇게 당당할지 지켜볼게.”봉연주 또한 유진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장
뛰뛰! 군용 지프차들은 은씨 가문의 저택에 들어선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빈소 앞에 멈춰 섰다. 이내 한 명의 부장이 차에서 내리자 무장을 한 병사들이 벌 떼처럼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누가 전화를 걸었습니까?” 어두운 얼굴을 한 부장은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빈소 안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저요! 제가 건 전화예요.” 부장의 말에 봉연주는 얼른 손을 뻗어 대답을 했다. “저는 봉씨 가문의 봉연주라고 해요. 문한성 씨와 아주 깊은 교류를 하고 있는 사이였죠. 방금 누군가가 문한성 씨를 죽인 것을 발견해서 신고했어요. 얼른 범인을 잡아가 주세요.” “범인이 누굽니까?” 봉연주의 말에 부장이 그녀를 쓱 쳐다보며 물었다. 문한성의 부고 소식은 이미 전체 문왕부에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유진우가 옥면 산장에 들이닥쳐 문한성을 죽인 것은 물론 그의 머리를 들고 걸어 나갔다는 소문 말이다. 소식을 들은 문설봉은 분노에 가득 차 친히 범인을 잡아 엄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문왕부의 군들이 동원되었고 사방을 뒤지며 범인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까 신고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빈들을 동원해 범인을 잡아 문왕부에게 공헌을 할 생각에 빠르게 움직였다. “저 사람이 범인이에요!” 봉연주는 뒤를 돌아 유진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 “저 사람뿐만 아니라 은씨 가문 전체가 다 범죄를 도와준 사람들이죠. 반드시 다 잡아야 해요.” 그 순간, 안세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에 은씨 가문의 사람들은 넋이 나간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안세리 씨, 저희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그래요! 저희는 유진우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사람 모함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비방을 순순히 내놓을 테니 제발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하나둘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숙이며
전에 은국성이 비방을 내놓기로 약속한 원인도 가문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안세리가 지금 한 입으로 두말을 하며 은씨 가문 전체를 해하고 있으니 그의 눈에 그녀는 악독하기 그지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자신을 욕하는 은국성의 말을 들은 안세리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더니 바로 몸을 돌려 부장을 향해 공손히 손을 모아 입을 열었다. “장군님, 문한성 씨 죽음이 헛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다 잡으셔야죠. 꼭 엄벌에 처하고 지은 죄에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세리의 말에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휙 내저으며 말했다. “여봐라! 여기 있는 모든 용의자들을 다 체포하라. 데리고 가서 꼭 죄를 알려야 한다.” “멈춰!” 부장의 말에 유진우가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문한성은 내가 죽인 것이니 은씨 가문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그 어떤 결과도 책임질 생각이니 저를 데려가십시오.” “흥! 너 같은 살인범은 당연히 엄벌에 처할 것이다. 하지만 공범들 또한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되는 법이지.” 부장이 대답했다. “만약 지금처럼 마음대로 나오신다면 문한성과 똑같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보장하겠습니다.” 유진우가 날 선 눈빛으로 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지금 나를 위협이라도 하는 게냐? 정말 죽음을 앞두고 있어 아무것도 눈에 뵈지 않는 모양이구나.” 부장은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 들었다. “유 씨. 몇십 대의 총구가 지금 너를 조준하고 있네? 네가 과연 이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어?” 봉연주가 피식 웃으며 유진우를 비웃었다. “유진우, 이제 그만 포기하지 그래? 지금 항복하면 죽어도 뼈는 남길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안세리도 질세라 봉연주와 함께 유진우를 보며 놀려댔다. “전 아직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늘 그 누가 감히 마음대로 나선다면 다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말을 하는 유
“홍연 전쟁 여제?” 긴 머리에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을 발견한 부장은 몸이 굳더니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부장은 엄연한 군무 중인이니 어찌 조홍연의 명성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용국의 유일한 전쟁 여제인 조홍연은 남성들의 존경과 찬양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전장에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적들을 죽이는 조홍연의 악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를 떨게 만들었다. 그녀가 한 번, 또 한 번의 피로 가득 찬 시쳇더미들을 밟고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어... 어서 총을 내려놔라!” 넋이 나간 것도 잠시, 부장은 얼른 정신을 다잡아 부하들에게 들고 있는 무기를 순순히 내려놓을 것을 명령했다. 만약 누군가가 조홍연에게 총구를 겨눈다면 그녀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죽이고 난 뒤 조홍연이 아무렇지 않게 그들에게 죄명을 뒤집어씌운다면 그들은 그저 헛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될 것이 분명했다. “조홍연?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온 거지?” 안세리와 봉연주도 조홍연을 발견한 순간부터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조홍연은 연경의 모든 여자들이 넘지 못하는 크나큰 산과도 같은 존재다. 상대방의 배경은 물론이고 무력까지 뛰어난 데다가 병사들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연경의 여성들의 화를 제일 불러일으키는 점은 바로 조홍연은 외모까지 수려해 연지 랭킹에서 2등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예쁘고 멋진데 집안 배경도 좋고 실력도 좋은 조홍연 같은 여인은 용국에서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한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조홍연의 그간 쌓아 올린 업적과 전쟁의 승패 앞에서 재벌 가문 사람들이라 해도 머리를 숙여야 했다. 그녀는 그야말로 모든 방면에서 다 압살을 하는 신과도 같은 사람이다. “아까는 제가 말을 했는데... 불만이라도 있으신가요?” 조홍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부장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녀의 물음에 부장은 식은땀이 줄줄
자신은 조홍연에게 미움받을 짓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뺨을 때리니 봉연주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봉연주는 조홍연이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는지까지 의심했다. 속상한 건 둘째 치고 화까지 나지만 봉연주는 감히 뭐라 대들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문왕부의 부장은 속으로 내심 아까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봉연주처럼 뺨을 몇 번이고 맞을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다들 잘 들으세요. 저는 딱 한 번만 말할 거예요.” 조홍연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몇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유진우 씨는 제 친구예요. 은씨 가문 또한 저희 조씨 가문의 좋은 파트너고요. 만약 누가 감히 헛된 소문을 퍼뜨리거나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그땐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뭐? 친구라고?” 조홍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누구도 조홍연이 유진우를 위해 친히 이곳에 왔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혈혈단신으로 전쟁의 여제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사람들은 다들 유진우라는 사람과 그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여제님, 농담하시는 거예요? 저런 사람이랑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요?” 안세리는 조홍연이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그저 맨발의 의사일 뿐인 유진우가 어떻게 조씨 가문의 거대한 “나무”와도 같은 사람이랑 알고 지낼 수 있는지 안세리는 의아했다. “맞아요! 천하의 쓰레기 같은 저런 놈이랑 어떻게 친구를 하세요?” 그때, 봉연주도 옆에서 안세리의 말에 거들었다. “네 이년!” 그녀의 말에 화가 잔뜩 난 조홍연은 봉연주의 배를 강한 힘으로 발로 차버렸다. 펑! 이내 무언가 터지는 것 같은 큰 소리와 함께 봉연주가 몇십 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부딪혀 입에서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전엔 그저 가벼운 “손길”로 교훈을 주려던 마음이었는데 봉연주의 말은 조홍연의 분노를 들끓게 만들었다. ‘감히 장혁 오빠를 모욕해?’ “연주야!” 피를
안세리와 부장 무리들이 떠나가자 은씨 가문은 드디어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은국성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은 싸늘하게 식은 조홍연의 표정을 보면서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자신들을 도와준 조홍연이 너무나도 고맙지만 도대체 왜 그녀가 자신들을 도운 것인지도 몰랐다. 조씨 가문으로 놓고 말하면 은씨 가문은 그저 작디작은 개미와도 같은 존재인데 말이다. 고귀하고도 높은 지위에 있는 “거인”이 왜 개미의 생과 사에 관여했는지 그들은 궁금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진우 오빠의 체면을 봐서 도와준 것뿐이니까.” 조홍연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눈치챘는지 바로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진우 오빠?” 조홍연의 말에 은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유진우를 향했다. 다들 하나같이 유진우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의아해하는 눈빛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유진우가 배경은 물론 능력도 권력도 없는 무부일 줄만 알았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예상한 것과 달라 보이자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조홍연과도 같이 센 사람이 유진우를 “오빠”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유진우 또한 작은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의미심장한 눈빛에도 유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문한성의 잘려나간 머리를 은도의 시신이 놓인 관 아래에 놓더니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삼배를 했고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도 씨, 당신을 죽인 범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당신의 죽음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은도 씨의 가족분들을 잘 보호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절대로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게 만들 테니 이제 그만 편히 쉬십시오.” 유진우는 은도의 관을 향해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절을 했다. ‘은도 씨, 당신은 저에게 몇 없는 친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제가 영원히 마음속에 당신을 기억하고 간직하겠습니다.’ 그는 절을 하며 속으로 은도에게
조홍연은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문설봉 그 사람에게는 친자식과도 같은 아들과 딸들이 꽤나 많아요. 그래서 문한성 하나 죽었다고 그렇게 큰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직접 문왕부에 갈 건데 만약 그 사람들이 불만이 가득하다면 싸워야죠.” 문관옥을 따라다니는 최강 군신이라는 수식어는 조홍연의 심기를 아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만약 기회가 있다면 상대와 크게 한번 싸워 누가 더 센 사람인지를 겨뤄보고 싶었다. “그리고 봉씨와 안씨 두 재벌 가문에서 남자들을 괴롭히고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악행들을 저지르고 있어. 꼭 더욱더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해.” 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 “이건 더 간단하죠! 사람을 시켜 조사만 한다면 그들의 흑역사들을 다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하나하나 천천히 감옥에 넣으면 되죠.” 조홍연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조씨 가문에서 안씨와 봉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은 호랑이와 강아지의 싸움이니 그녀는 별다른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명령만 내린다면 두 가문의 앞으로의 삶을 처참하게 망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재벌 가문과 왕족 가문의 차이이자 권력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잘 나가는 재벌 가문이라도 강한 권력을 손에 쥔 왕족 가문 앞에서는 그저 갓난아기와도 같은 존재다. ... 깊은 밤, 어느 한 사립병원. 봉연주는 병실 침대에 누워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고 가끔 입에서 빨간 피를 토했다. 조홍연의 발길질로 봉연주는 내장에 크나큰 손상을 입었고 의료진들이 온 힘을 다해 응급수술을 진행해서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일 내에 봉연주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빌어먹을 조홍연! 정말 미친 인간이야. 온몸이 썩어들어가고 얼굴에는 농들이 마구 흘러내려 와 천하의 못생긴 여자가 되라고 저주할 거야.” 봉연주는 아픈 몸을 하고도 조홍연을 욕하고 저주했다. “쉿! 말조심해.” 옆에 앉아 있던 안세리는 누가 들을세라 봉연주에게 입을 닫으라
“아니에요?”유장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용호산은 여태껏 무림인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에 무관심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해.”서태양이 말했다.인재를 선발해 위상을 높이려고 진무사가 나섰다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하지만 용호산은 전혀 관계가 없지 않은가?“그럼 무슨 의도인데요?”유장미가 되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궁금하거든?”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 서태양은 어깨를 으쓱했다.“보혁 씨는 내막에 훤하니까 화두를 꺼낸 거겠죠?”유이슬이 시선을 돌렸다.“내막까지는 아니지만 주워들은 소식이 몇 가지 있긴 해요.”염보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로는 용호산 뒷산의 금지구역에 최근 신비로운 보물이 나타났는데 향후 100년 동안 무림인들의 흥망성쇠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관련이 있다고 해요.”“무슨 보물이 그렇게 대단해요?”유장미가 깜짝 놀랐다.유이슬과 서태양도 예상치 못한 듯 충격을 금치 못했다.무림인들의 흥망성쇠와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만약 제 추측이 맞는다면 용원의 기와 관련된 보물일 거예요.”염보혁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순간, 유진우는 눈썹을 추켜세웠지만 이내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용원의 기? 그게 뭔데요?”유장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용맥의 정수이기도 하죠.”유이슬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며칠 전 호룡각이 와해하면서 지하 용맥이 다섯 개의 용원의 기로 변해 세상에 뿔뿔이 흩어졌어. 소문에 의하면 용원의 기를 얻는 자는 천하무적이 되어 승승장구한다고 해.”호룡각이 무너지고 용맥이 파괴된 일이 워낙 큰 이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귀에도 흘러 들어갔다.“진짜요? 그렇게 대단한 물건이 있어요?”유장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고서에서 관련된 기록을 본 적이 있는데 용원의 기를 얻은 자들은 세상을 주름잡는 수장이거나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었어.”유이슬이 한마디 보탰다.“맞아요.”염보혁이 대
유진우는 옆에 있는 염보혁을 흘깃 쳐다보았고, 속으로 상대방이 아무리 예뻐도 남자를 좋아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쿨럭!”염보혁은 사레가 들린 나머지 연신 기침하며 쓴웃음을 지었다.“이슬 씨, 지금 절 칭찬하는 건지 비꼬는 건지 모르겠네요.”“당연히 칭찬하는 거죠. 그런 얼굴을 보고도 어떤 남자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요?”유이슬이 정색하며 말했다.“네?”염보혁은 말문이 막혔다.설령 사실일지언정 어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할 수 있지?왠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정 믿기 어려우면 태양한테 물어봐요.”유이슬이 문득 말했다.한편, 서태양은 염보혁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시선을 돌렸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싶었다.“제가요?”서태양은 난감한 얼굴로 대답했다.“선배, 장난하지 마세요. 저랑 무슨 상관이죠?”“뭔가 냄새가 나는데요?”유장미가 눈썹을 까딱하더니 눈알을 굴리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설마 보혁 씨한테 진짜 반한 건 아니죠?”“이... 계집애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서태양이 펄쩍 뛰면서 얼굴이 벌게진 채 고래고래 외쳤다.“남자끼리 엮일 리가 없잖아.”“침착해요. 단지 농담했을 뿐이에요.”유장미가 키득거리며 말했다.“게다가 남남 커플이 진짜 사랑이죠. 어차피 안 될 건 없잖아요. 만약 사귈 생각이 있다면 진심으로 축복해줄게요. 하하하!”“입만 열면 헛소리 하네.”서태양은 짐짓 화가 난 듯 혼내려는 액션을 취했다.유장미는 잽싸게 유이슬의 등 뒤로 숨어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산으로 흘러가는 대화에 당사자인 염보혁은 말문을 잃었다.더욱이 유장미와 투닥거리는 와중에도 그를 흘끔거리는 서태양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단순히 농담으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몰래 훔쳐보는 탓에 괜히 기분이 세했다.“진우 씨, 이슬 씨, 다들 용호산은 처음이죠? 제가 구경 좀 시켜드릴까요? 주변에 뭐 있는지 소개해줄게요.”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염
술이 몇 잔 오가자 서서히 편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슬 씨, 방금 검종의 제자라고 하시던데 무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용호산에 오른 건가요?”염보혁이 넌지시 물었다.“그런 셈이죠.”유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성격이 무심한 편이라 말주변이 딱히 없었다.“사실 저희는 스승님의 명을 받고 찾아왔어요.”상대적으로 외향적인 유장미가 웃으며 말을 보탰다.“노천사가 용호산에서 무림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세상이 발칵 뒤집혔거든요. 검종 뿐만 아니라 천하회, 주술교를 포함한 파벌에서 최정예 제자들을 파견해 출전할 예정이에요.”“그럼 검종에서는 세 분이 참석하는 건가요?”염보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니요.”유장미가 고개를 저었다.“저희는 단지 구경하러 왔을 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는 따로 있어요.”그녀와 서태양은 선천 후기에 속했고, 유이슬은 실력이 뛰어나긴 했으나 반보 마스터에 불과했다.어찌 됐든 천교에 비하면 열세에 처하는지라 검종을 대표해서 출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따로 있다니? 설마 홍군림이에요?”염보혁의 눈썹이 까닥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유장미가 생긋 웃었다.“워낙 제멋대로에 신출귀몰하는 사람이라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할지 아무도 몰라요. 만약 홍 선배가 진짜 출전한다면 우승은 우리 검종이 차지할 거예요.”홍군림은 천교 랭킹의 1위에 올랐을뿐더러 어린 나이에 경천 랭킹에 진입한 검종의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만 성격이 까칠하고 독불장군이라 종주를 제외하고 아무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장미야, 그건 네 생각이고.”이때 유이슬이 입을 열었다.“홍 선배가 실력이 뛰어나고 검종의 천재로서 일반 무사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인 건 사실이지만 너도 알다시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능력자가 한 명 더 있잖아.”“누구요?”유장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유장혁.”유이슬이 무덤덤하게 말했다.“그 사람이 홍 선배보다 실력이 더 뛰어나요?”유장미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막상막하야. 천교
“네?”염보혁의 한 마디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넋을 잃었다.특히 잘 보이기 급급했던 서태양은 굳은 얼굴로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허공에 손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럴 수가?방금 목숨 걸고 구하려던 사람이 남자였다니?“남자...? 농담이죠?”붉은 옷 소녀가 염보혁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경국지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인이 대체 어디를 봐서 남자란 말인가?푸른 옷 여인은 입만 벙긋했을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흡혈파 망나니들이 여자가 아닌 남자한테 집적거렸다니?취향 한번 독특했다.“아니요. 진짜 남자예요.”염보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밖에 나가면 여자로 오해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봐도...”붉은 옷 소녀가 말을 아꼈다.“외모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염보혁이 어깨를 으쓱하며 해탈한 듯 말했다.“아쉽네요.”붉은 옷 소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본인이 이렇게 예쁜 얼굴을 가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선배? 왜 그래요? 괜찮아요?”그녀는 아직도 넋을 잃은 서태양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어깨를 툭 쳤다.“응? 아, 괜찮아.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야.”서태양은 꿈에서 깨어난 듯 금세 정신을 차렸다.다만 눈빛만큼은 남자한테서 떠나지 않았다.이렇게 요염한 얼굴이 사내란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그야말로 재능 낭비이지 않은가?“저는 염보혁입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염보혁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유이슬이에요.”푸른 옷 여인이 대답했다.“저는 유장미라고 해요.”붉은 옷 소녀가 활짝 웃었다.비록 남자이지만 미모에 저절로 눈이 갔다.“서태양입니다.”서태양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죠?”염보혁은 손을 내밀더니 소개를 이어갔다.“이쪽은 유진우 씨, 그리고 두 분은 호위무사인...”“춘화와 추월이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수염 난 사내의 몸에 피투성이 상처가 생겼다.눈 깜짝할 사이에 연신 검에 찔린 탓에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비록 수염 난 사내가 힘은 더 셌지만 기교에서는 한참 못 미쳤다.여자의 화려한 검술은 감탄을 자아냈고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악!”수염 난 사내가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사지가 부러진 채 바닥에 널브러진 모습은 마치 좀비를 연상케 했다.온몸은 피가 흥건했고 상처로 가득했다. 비록 목숨에 지장은 없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었다.“형님!”패배한 우두머리를 보자 흡혈파 제자들이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항상 위풍당당하고 기세등등했던 수장이 이런 몰골을 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젠장! 감히 우리 형님을 다치게 해? 죽고 싶어 환장했어?”“저년을 없애버려!”흡혈파 제자들이 고래고래 외치며 검을 빼 들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여자를 덮쳤다.“무용지물이야.”푸른 옷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 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안 되어 흡혈파 제자들은 하나같이 처참한 비명과 함께 바닥에 나뒹굴었다.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채 선혈이 낭자했다.“역시 대단하세요!”눈앞의 광경에 붉은 옷 소녀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망나니 따위가 감히 검종에게 대들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서태양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뭐... 뭐라고? 너희들이 검종 제자였어?”흡혈파 제자들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검종은 무림인들의 세계에서 3대 문파 중 하나로 천하회와 주술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비록 제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뛰어난 인재들밖에 없다.특히 검종의 홍군림은 어린 나이에 천교 랭킹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경천 랭킹에 진입하여 세계 10위의 강자가 되었다.경천 랭킹 10위권에 검종 제자가 무려 2명이나 있는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3대 파벌의 수장 자리를 거머쥐었다.여기서 검종의 제자들을 만나게 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무모한 짓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이제야
“윽!”서태양은 이를 악물고 이마에 핏줄이 튀어나온 채 낮은 신음을 내뱉었다.이내 양손으로 검을 쥐고 온 힘을 다해 어깨를 짓누른 흡혈검을 떼어내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상대방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힘이 점점 더 가해졌고 무릎이 닿은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작 이런 실력으로 감히 우리 흡혈파한테 덤비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수염 난 사내가 냉소를 지었다.“형님! 멋져요.”“역시 대단하세요.”부하들이 질세라 감탄했다.북쪽에서 흡혈파라고 하면 꽤 이름 있는 큰 파벌인지라 애송이 같은 놈이 도발할 만한 게 아니었다.“감히 내 앞에서 영웅 행세해? 넌 오늘 인생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을 내린 거야. 교훈 삼아 사지를 부러뜨려줄게!”수염 난 사내가 비열한 미소를 짓더니 흡혈검을 들어 올려 서태양의 손목을 향해 휘둘렀다.챙!검이 닿기 직전 청색 보검이 불쑥 나타나 허공에서 공격을 막아냈다.“응?”수염 난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푸른 옷 여인이 보검을 들고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선배?”서태양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그제야 한숨 돌렸다.조금만 늦었더라도 오른손을 잃어버렸을 텐데 그나마 선배가 제때 도움을 줘서 천만다행이었다.“괜히 참견하지 마.”수염 난 사내가 음흉하게 웃었다.“우리 후배한테 손을 대는 순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여자가 싸늘하게 말했다.“맞아! 너희들 같은 망나니는 벌을 받아 마땅하지.”이때, 붉은 옷 소녀가 검을 빼 들고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언니, 제가 도와줄게요.”“아니야. 넌 태양이랑 지켜보고 있어. 이런 놈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푸른 옷 여인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수염 난 사내가 히죽 웃었다.“그런 왜소한 몸으로 오빠의 검을 어찌 막으려고? 차라리 무기는 내려놓고 침대에서 겨뤄보는 건 어때?”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부하들이 폭소를 터뜨렸다.곧이어 음흉한 시선으로 여자를 훑으며 멋대로 평가하
서태양이 움직이자 수염 난 사내의 뒤에서 덩치가 산만 한 남자 두 명이 튀어나왔다.두 사람은 무기로 길쭉한 검을 들고 있었다.몸체는 강한 피비린내와 함께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 이는 칼날이 오랫동안 선혈에 노출된 결과였다.무림인들의 세계에서는 흡혈검이라고 불렀다.다만 아쉽게도 그들이 지닌 검은 아직 미성숙 단계였고 기세가 한창 부족했다.챙! 챙!서태양이 먼저 검을 빼 들고 혼자서 두 명의 사내와 대결을 벌였다.그들은 기세등등하게 맞서 싸웠지만 힘만 강했을 뿐 행동이 굼뜬 편이었다.공격할 때마다 동작이 다소 어설펐다.반면, 서태양은 누가 봐도 고수의 가르침을 받았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다.스피드, 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높은 수준에 도달했으며 어느 하나 뒤처진 데 없었다.세 사람이 공격을 주고받는 순간 실력 차이가 현저했고, 서태양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내를 쓰러뜨렸다.그리고 응징할 겸 각자의 다리에 검을 관통했다.“흥!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우쭐거려? 제 주제도 모르고.”서태양은 장검을 비스듬히 겨누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죽기 싫으면 당장 꺼져.”“좋아! 잘했어!”승리를 거머쥔 서태양을 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비록 나서서 싸울 용기는 없었지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쯤은 충분히 가능했다.“그래도 실력은 꽤 있나 보네? 어쩐지 참견하더라니.”수염 난 사내가 눈을 가늘게 뜬 채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음침한 목소리로 협박했다.“하지만 오늘 임자를 만났지. 흡혈파를 마주친 이상 살아남을 방법은 없어.”“흡혈파는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구먼.”서태양의 표정은 기고만장했다.“하! 괜찮아. 네 피를 전부 흡수하고 나면 우리가 왜 흡혈파라고 불리는지 알 거야.”수염 난 사내가 이죽거리더니 두말없이 공격을 개시했다.그가 발을 내딛자마자 맹렬한 기세가 솟구쳤고, 손에 든 흡혈검은 핏빛을 뿜어내며 곧장 서태양을 덮쳤다.앞서 상대했던 부하들과 달리 수염 난 사내의 흡혈검은 살기로 가득했다
아름다운 얼굴은 쉽게 화를 부르는 법이다.염보혁은 남자였지만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운 요염한 얼굴을 지녔다.길을 나서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도리가 없었고 지금처럼 깡패 무리와 마주할 때면 번번이 시비에 휘말리기 일쑤였다.유진우는 모른 척하며 조용히 술잔을 기울였다.“어이, 이쁜이. 저런 나약한 놈이랑 술 마셔서 뭐 하겠어? 차라리 우리랑 한잔하지, 아주 즐겁게 해줄 테니 말이야!”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사내가 염보혁의 턱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이 손 치우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후회하게 될 테니까.”염보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어여쁜 외모 탓에 남녀를 불문하고 다가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처럼 대놓고 희롱하는 경우는 드물었다.“오, 이쁜이가 화를 내네?”수염 난 사내는 턱을 문지르며 비웃었다.“솔직히 말해서 화난 얼굴이 더 매력적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감탄스럽군.”그의 말에 뒤따르던 무리들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다.유진우는 피식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눈앞의 이 사내는 제법 능숙하게 수작을 부렸다.염보혁이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셋을 센다. 그 안에 사라지지 않으면 내가 직접 손봐주지.”염보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손 본다고? 하하하!”수염 난 사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이거 제법 앙칼진데?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위층으로 올라가서 천천히 우리를 손 봐줘, 어때?”“맞아, 맞아! 방도 넉넉하니 차례대로 너랑 놀아줄 수 있다고!”그의 동료들도 시시덕거리며 말을 보탰다.“셋.”염보혁은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도 없다는 듯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이쁜이, 괜히 버티지 말고 그냥 올라가자. 내가 아주 다정하게 대해줄 테니 말이야.”수염 난 사내는 입을 커다랗게 벌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낄낄댔다.“둘.”염보혁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을 유지했다.“싫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안아 올라가는 수밖에.”그가 손을
유진우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보혁 씨가 이렇게까지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제 생각엔 장일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것 같은데요.”용호산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염보혁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다니, 이건 그가 평범한 인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셈이었다.“진우 씨께서 과찬해 주시는군요. 저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 끼어 듣는 걸 좋아해서 호기심에 이런저런 소문을 알아본 것뿐입니다. 사실 별다른 능력은 없어요.”염보혁은 겸손하게 웃으며 덧붙였다.“하지만 만약 진우 씨께서 무림대회에 참가하신다면 전 온 힘을 다해 진우 씨가 우승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보혁 씨, 저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전 그저 세상 구경이나 해볼 겸 참가하는 것뿐입니다. 우승 같은 건 감히 꿈도 꾸지 않아요. 애초에 제 실력으로 어떻게 그 내로라하는 강자들과 겨룰 수 있겠습니까?”“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시군요. 저는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합니다.”염보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외모도 준수하고 기품 또한 비범하시죠. 멀리서 봐도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비록 진우 씨의 신분은 알 수 없지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진우 씨는 절대 범상한 인물이 아닙니다!”“보혁 씨께서 저를 이렇게까지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평범한 출신에 보잘것없는 실력을 갖췄을 뿐입니다. 아마 실망할 겁니다.”“하하, 괜찮습니다. 커다란 황금 잉어가 어찌 작은 연못에서만 머물겠습니까? 바람과 구름을 만나면 반드시 용이 되어 날아오를 것입니다. 지금 진우 씨의 명성이 미미할지라도 저는 믿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하늘 높이 날아오를 날이 올 거라고!”염보혁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은 절대적인 믿음을 담고 있는 듯했다.유진우는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이 사람, 도대체 뭐지? 분명 오늘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