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이제 진짜 끝났어.” “감히 문 어르신의 아들과도 같은 사람을 죽였으니 문왕부를 건드린 거나 마찬가지야. 용국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너 몸 하나 숨길 곳은 이제 없을 거야.” 그때, 봉연주 또한 안세리와 함께 유진우를 마구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늘 문왕부를 자신의 든든한 “뒷산”으로 여기고 있었기에 문한성과 이청아를 아주 친절히 챙기고 보살폈다. 그들이 자신을 보호하기만 한다면 자신은 마음대로 활개를 치고 다녀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꿈에서도 유진우가 자신의 든든한 “뒷산”을 죽이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이건 이미 간이 크다고 형용할 수도 없을 만큼 대담하고 정신 나간 짓이었다. “죽... 죽었어? 문한성이 죽었다고?” “유진우! 진우야, 너는 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지는 알고 있니?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정말 너 하나 때문에 떼죽음 당하게 생겼구나.” 문한성의 잘려나간 머리를 발견하고 멍해 있던 사람들은 이내 정신을 차린 뒤, 너나 할 것 없이 통곡을 해대며 유진우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의 죽음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기에 문왕부 쪽에서 책임을 물게 만든다면 전체 은씨 가문 또한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뻔했다. “누가 지은 죄면 누가 책임지는 게 맞습니다. 제가 문한성을 제 손으로 직접 죽였으니 무슨 결과가 있다 해도 저 혼자 책임집니다.” 유진우가 느긋하게 입을 뗐다. “책임? 네가 책임을 질 수 있어?” 은씨 가문의 넷째 삼촌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저 사람은 연경의 왕족이야! 손으로 하늘도 가릴 수 있는 대단한 존재라고. 도대체 네가 무엇으로 저런 존재들과 겨룰 건데?”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우리까지 끌어들이고 지*인가 말이야! 너... 너는 정말 우리 가문에게 들이닥친 재앙과도 같은 사람이야.” “맞는 말이야! 우리 은씨 가문은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인데... 네 놈이 문한성을 죽인 것도 모자라 머리를 가지고 우리 가문에 찾아왔다니! 이건 우
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나는 내 모든 수단과 인맥을 동원해 안씨 가문과 봉씨 가문을 멸망시키고 죽일 거야.”“멸망? 웃기시네.”안세리는 유진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깔깔 대기 시작했다.“진우야, 유진우. 넌 네가 정말 뭐라도 된다고 생각해? 맨발의 의사와도 같은 존재인 주제에 감히 우리 두 가문이랑 맞서 싸우려고?”“그러니까 말이야. 제 한 몸 보호하기도 힘들게 된 마당에 우리를 협박해? 뭐 하나 알려줄까? 나 이미 조금 전에 문왕부 사람에게 몰래 연락을 했어. 그 사람들이 온다면 너는 발이 열 개라도 도망갈 수 없을 거야.”봉연주가 자신만만해하며 안세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그녀들의 눈에 유진우는 이미 죽음을 피면 하지 못하는 사람이자 죽기 전 발악을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난 이미 기회를 줬고 너희들이 그 기회를 놓친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마.”말을 마친 유진우는 핸드폰을 꺼내 여러 명에게 문자를 돌리기 시작했다.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연경의 인맥을 물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다 불러냈다.유진우는 꼭 안씨와 봉씨 가문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다.“허세하고는.”안세리가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어갔다.“고작 문자 몇 통 보낸다고 우리한테 위협이 될 것 같아? 웃기시네! 우리가 어떤 큰 장면들을 못 봤을 것 같니? 이제 이 정도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두고 보라고.”유진우는 안세리의 말에 짧은 대답만 할 뿐 불필요한 말들은 하지 않았다.그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증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그래! 오늘 한번 두고 보자고. 과연 누가 재수 없는 사람이 될지 말이야.”안세리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유 씨. 간이 그렇게 크다면 도망칠 생각도 하지 말라고. 조금 있다가 문왕부 사람들이 와도 이렇게 당당할지 지켜볼게.”봉연주 또한 유진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덧붙였다.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장
뛰뛰! 군용 지프차들은 은씨 가문의 저택에 들어선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빈소 앞에 멈춰 섰다. 이내 한 명의 부장이 차에서 내리자 무장을 한 병사들이 벌 떼처럼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누가 전화를 걸었습니까?” 어두운 얼굴을 한 부장은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빈소 안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저요! 제가 건 전화예요.” 부장의 말에 봉연주는 얼른 손을 뻗어 대답을 했다. “저는 봉씨 가문의 봉연주라고 해요. 문한성 씨와 아주 깊은 교류를 하고 있는 사이였죠. 방금 누군가가 문한성 씨를 죽인 것을 발견해서 신고했어요. 얼른 범인을 잡아가 주세요.” “범인이 누굽니까?” 봉연주의 말에 부장이 그녀를 쓱 쳐다보며 물었다. 문한성의 부고 소식은 이미 전체 문왕부에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유진우가 옥면 산장에 들이닥쳐 문한성을 죽인 것은 물론 그의 머리를 들고 걸어 나갔다는 소문 말이다. 소식을 들은 문설봉은 분노에 가득 차 친히 범인을 잡아 엄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문왕부의 군들이 동원되었고 사방을 뒤지며 범인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까 신고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빈들을 동원해 범인을 잡아 문왕부에게 공헌을 할 생각에 빠르게 움직였다. “저 사람이 범인이에요!” 봉연주는 뒤를 돌아 유진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 “저 사람뿐만 아니라 은씨 가문 전체가 다 범죄를 도와준 사람들이죠. 반드시 다 잡아야 해요.” 그 순간, 안세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에 은씨 가문의 사람들은 넋이 나간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안세리 씨, 저희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 않습니까?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시지 마십시오.” “그래요! 저희는 유진우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사람 모함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비방을 순순히 내놓을 테니 제발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하나둘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숙이며
전에 은국성이 비방을 내놓기로 약속한 원인도 가문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안세리가 지금 한 입으로 두말을 하며 은씨 가문 전체를 해하고 있으니 그의 눈에 그녀는 악독하기 그지없는 사람으로 보였다. 자신을 욕하는 은국성의 말을 들은 안세리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더니 바로 몸을 돌려 부장을 향해 공손히 손을 모아 입을 열었다. “장군님, 문한성 씨 죽음이 헛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다 잡으셔야죠. 꼭 엄벌에 처하고 지은 죄에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세리의 말에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휙 내저으며 말했다. “여봐라! 여기 있는 모든 용의자들을 다 체포하라. 데리고 가서 꼭 죄를 알려야 한다.” “멈춰!” 부장의 말에 유진우가 갑자기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문한성은 내가 죽인 것이니 은씨 가문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저는 그 어떤 결과도 책임질 생각이니 저를 데려가십시오.” “흥! 너 같은 살인범은 당연히 엄벌에 처할 것이다. 하지만 공범들 또한 가만히 놔둬서는 안 되는 법이지.” 부장이 대답했다. “만약 지금처럼 마음대로 나오신다면 문한성과 똑같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보장하겠습니다.” 유진우가 날 선 눈빛으로 부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지금 나를 위협이라도 하는 게냐? 정말 죽음을 앞두고 있어 아무것도 눈에 뵈지 않는 모양이구나.” 부장은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 들었다. “유 씨. 몇십 대의 총구가 지금 너를 조준하고 있네? 네가 과연 이 상황에서도 벗어날 수 있겠어?” 봉연주가 피식 웃으며 유진우를 비웃었다. “유진우, 이제 그만 포기하지 그래? 지금 항복하면 죽어도 뼈는 남길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안세리도 질세라 봉연주와 함께 유진우를 보며 놀려댔다. “전 아직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늘 그 누가 감히 마음대로 나선다면 다 죽음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말을 하는 유
“홍연 전쟁 여제?” 긴 머리에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을 발견한 부장은 몸이 굳더니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부장은 엄연한 군무 중인이니 어찌 조홍연의 명성을 모를 수가 있겠는가! 용국의 유일한 전쟁 여제인 조홍연은 남성들의 존경과 찬양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전장에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적들을 죽이는 조홍연의 악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를 떨게 만들었다. 그녀가 한 번, 또 한 번의 피로 가득 찬 시쳇더미들을 밟고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어... 어서 총을 내려놔라!” 넋이 나간 것도 잠시, 부장은 얼른 정신을 다잡아 부하들에게 들고 있는 무기를 순순히 내려놓을 것을 명령했다. 만약 누군가가 조홍연에게 총구를 겨눈다면 그녀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죽이고 난 뒤 조홍연이 아무렇지 않게 그들에게 죄명을 뒤집어씌운다면 그들은 그저 헛된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될 것이 분명했다. “조홍연?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온 거지?” 안세리와 봉연주도 조홍연을 발견한 순간부터 경악하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조홍연은 연경의 모든 여자들이 넘지 못하는 크나큰 산과도 같은 존재다. 상대방의 배경은 물론이고 무력까지 뛰어난 데다가 병사들까지 거느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연경의 여성들의 화를 제일 불러일으키는 점은 바로 조홍연은 외모까지 수려해 연지 랭킹에서 2등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예쁘고 멋진데 집안 배경도 좋고 실력도 좋은 조홍연 같은 여인은 용국에서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한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조홍연의 그간 쌓아 올린 업적과 전쟁의 승패 앞에서 재벌 가문 사람들이라 해도 머리를 숙여야 했다. 그녀는 그야말로 모든 방면에서 다 압살을 하는 신과도 같은 사람이다. “아까는 제가 말을 했는데... 불만이라도 있으신가요?” 조홍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부장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녀의 물음에 부장은 식은땀이 줄줄
자신은 조홍연에게 미움받을 짓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뺨을 때리니 봉연주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봉연주는 조홍연이 무슨 약이라도 잘못 먹었는지까지 의심했다. 속상한 건 둘째 치고 화까지 나지만 봉연주는 감히 뭐라 대들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문왕부의 부장은 속으로 내심 아까 자신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봉연주처럼 뺨을 몇 번이고 맞을지도 모를 테니까 말이다. “다들 잘 들으세요. 저는 딱 한 번만 말할 거예요.” 조홍연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몇 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을 이어갔다. “유진우 씨는 제 친구예요. 은씨 가문 또한 저희 조씨 가문의 좋은 파트너고요. 만약 누가 감히 헛된 소문을 퍼뜨리거나 쓸데없는 말을 한다면 그땐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뭐? 친구라고?” 조홍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깜짝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누구도 조홍연이 유진우를 위해 친히 이곳에 왔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혈혈단신으로 전쟁의 여제에게 도움을 청하다니! 사람들은 다들 유진우라는 사람과 그의 배경이 궁금해졌다. “여제님, 농담하시는 거예요? 저런 사람이랑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요?” 안세리는 조홍연이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그저 맨발의 의사일 뿐인 유진우가 어떻게 조씨 가문의 거대한 “나무”와도 같은 사람이랑 알고 지낼 수 있는지 안세리는 의아했다. “맞아요! 천하의 쓰레기 같은 저런 놈이랑 어떻게 친구를 하세요?” 그때, 봉연주도 옆에서 안세리의 말에 거들었다. “네 이년!” 그녀의 말에 화가 잔뜩 난 조홍연은 봉연주의 배를 강한 힘으로 발로 차버렸다. 펑! 이내 무언가 터지는 것 같은 큰 소리와 함께 봉연주가 몇십 미터 밖으로 날아가더니 벽에 부딪혀 입에서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전엔 그저 가벼운 “손길”로 교훈을 주려던 마음이었는데 봉연주의 말은 조홍연의 분노를 들끓게 만들었다. ‘감히 장혁 오빠를 모욕해?’ “연주야!” 피를
안세리와 부장 무리들이 떠나가자 은씨 가문은 드디어 위기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은국성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은 싸늘하게 식은 조홍연의 표정을 보면서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자신들을 도와준 조홍연이 너무나도 고맙지만 도대체 왜 그녀가 자신들을 도운 것인지도 몰랐다. 조씨 가문으로 놓고 말하면 은씨 가문은 그저 작디작은 개미와도 같은 존재인데 말이다. 고귀하고도 높은 지위에 있는 “거인”이 왜 개미의 생과 사에 관여했는지 그들은 궁금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진우 오빠의 체면을 봐서 도와준 것뿐이니까.” 조홍연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눈치챘는지 바로 그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줬다. “진우 오빠?” 조홍연의 말에 은씨 가문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유진우를 향했다. 다들 하나같이 유진우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의아해하는 눈빛이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유진우가 배경은 물론 능력도 권력도 없는 무부일 줄만 알았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들이 예상한 것과 달라 보이자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조홍연과도 같이 센 사람이 유진우를 “오빠”라고 칭하는 것을 보니 유진우 또한 작은 인물은 아닐 것이라고 여겼다.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의미심장한 눈빛에도 유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문한성의 잘려나간 머리를 은도의 시신이 놓인 관 아래에 놓더니 향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삼배를 했고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도 씨, 당신을 죽인 범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당신의 죽음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은도 씨의 가족분들을 잘 보호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절대로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게 만들 테니 이제 그만 편히 쉬십시오.” 유진우는 은도의 관을 향해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절을 했다. ‘은도 씨, 당신은 저에게 몇 없는 친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제가 영원히 마음속에 당신을 기억하고 간직하겠습니다.’ 그는 절을 하며 속으로 은도에게
조홍연은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이어갔다. “문설봉 그 사람에게는 친자식과도 같은 아들과 딸들이 꽤나 많아요. 그래서 문한성 하나 죽었다고 그렇게 큰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직접 문왕부에 갈 건데 만약 그 사람들이 불만이 가득하다면 싸워야죠.” 문관옥을 따라다니는 최강 군신이라는 수식어는 조홍연의 심기를 아주 불편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만약 기회가 있다면 상대와 크게 한번 싸워 누가 더 센 사람인지를 겨뤄보고 싶었다. “그리고 봉씨와 안씨 두 재벌 가문에서 남자들을 괴롭히고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악행들을 저지르고 있어. 꼭 더욱더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해.” 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 “이건 더 간단하죠! 사람을 시켜 조사만 한다면 그들의 흑역사들을 다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때가 되면 하나하나 천천히 감옥에 넣으면 되죠.” 조홍연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조씨 가문에서 안씨와 봉씨 가문을 ‘공격’하는 것은 호랑이와 강아지의 싸움이니 그녀는 별다른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었다. 명령만 내린다면 두 가문의 앞으로의 삶을 처참하게 망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재벌 가문과 왕족 가문의 차이이자 권력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잘 나가는 재벌 가문이라도 강한 권력을 손에 쥔 왕족 가문 앞에서는 그저 갓난아기와도 같은 존재다. ... 깊은 밤, 어느 한 사립병원. 봉연주는 병실 침대에 누워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고 가끔 입에서 빨간 피를 토했다. 조홍연의 발길질로 봉연주는 내장에 크나큰 손상을 입었고 의료진들이 온 힘을 다해 응급수술을 진행해서야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일 내에 봉연주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빌어먹을 조홍연! 정말 미친 인간이야. 온몸이 썩어들어가고 얼굴에는 농들이 마구 흘러내려 와 천하의 못생긴 여자가 되라고 저주할 거야.” 봉연주는 아픈 몸을 하고도 조홍연을 욕하고 저주했다. “쉿! 말조심해.” 옆에 앉아 있던 안세리는 누가 들을세라 봉연주에게 입을 닫으라
그러다가 친위대가 완전히 모이자 자객은 갑자기 놀라운 실력을 드러냈다.이렇게 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친위대를 유인하여 주변 방어력을 약화시키고 더 쉽게 암살하기 위해서였다.“X발, 정말 간사하고 교활한 놈이군. 어서 철수해.”친위대가 제때 복귀할 수 없다는 걸 안 진승민은 그제야 당황하며 옆에 있는 장교들과 함께 철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최적의 철수 시기를 놓쳤다.자객의 공격 속도는 그들의 철수 속도보다 훨씬 빨랐다.단 2분 만에 양측의 거리는 20m도 채 남지 않았다.“제후님, 저희가 자객을 막을 테니 먼저 피하십시오.”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몇 명의 장교들은 망설임 없이 칼을 뽑아 들고 자객을 향해 돌격했다. 하지만 10초도 버티지 못하고 모두 패배했다.“X발, 절대 가만 안 둬!”강윤기가 분노를 터트리면서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강 제후님, 흥분하면 안 됩니다.”진승민이 급히 말렸지만 이미 늦었다.앞으로 달려나간 강윤기가 자객의 목을 베려던 순간 자객이 검날을 덥석 잡더니 강윤기의 어깨를 찔러버렸다.“너 대체 누구야?”강윤기는 신음을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자객은 아무 말 없이 갑자기 강윤기의 옷깃을 잡고 하늘로 내던졌다.휙.강윤기는 마치 발사된 포탄처럼 수백 미터 날아가 왕부 대문을 넘은 후 마당에 떨어졌다.쿵.곧이어 굉음이 울렸다. 강윤기의 몸이 땅에 떨어지면서 구멍이 생겼고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온몸의 뼈가 얼마나 부러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다쳤다.“강윤기.”대문을 지키고 있던 이의진은 급히 몸을 돌려 검을 강윤기의 목에 겨누고 외쳤다.“지금 당장 병사들한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명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내 손에 죽을 것이다.”...왕부 밖.강윤기가 날아가는 것을 본 진승민은 깜짝 놀라 잠시 멍해졌다가 곧바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다.그는 그제야 후회했다. 만약 자객이 이렇게 강하다는 걸 알았다면 노정한과 하원휘처럼 빨리 도망쳤을 것이다.
하원휘는 매우 현명했다. 자객의 기세를 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바로 친위대를 지휘하여 뒤로 물러섰다.푸른 산이 남아 있으면 땔나무 걱정은 없다고 자객을 잠시 피했다가 체력이 고갈될 때 대군들이 포위해서 죽이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었다.“진 제후님, 하 제후님 말이 맞습니다. 안전이 우선이니 저도 뒤로 가서 잠시 피해있겠습니다.”하원휘가 철수하자 노정한도 더는 지체하지 않고 친위대의 보호를 받으며 천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흥, 겁쟁이들.”진승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불만을 드러냈다가 강윤기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강 제후님은 용맹한 분이니 저 두 분처럼 겁먹고 물러나지는 않겠죠?”“당연히 물러나지 않죠.”강윤기가 몸을 풀면서 싸늘하게 웃었다.“자객 한 명뿐이지 않습니까? 전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습니다.”제후가 된 그는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살아남았다. 큰 전투도 겪은 그가 작은 자객 하나에 겁을 먹을 리는 없었다.“좋습니다. 그렇다면 저 자객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봅시다.”진승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크게 휘둘렀다.“진을 치고 자객을 잡아라.”“알겠습니다.”그의 말에 친위대 수백 명이 바로 칼을 뽑아 들고 자객을 향해 공격하려 했다.“자객을 잡아라.”강윤기도 지지 않고 칼을 뽑아 들고 자신의 친위대를 지휘하며 다른 방향에서 공격을 펼쳤다.그들의 친위대는 정예 중의 정예였다. 혼자서 백 명을 손쉽게 해결할 정도로 일반 병사들보다 훨씬 강했다.자객의 실력이 대단하긴 해도 수많은 병사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는 건 아직 진짜 정예병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친위대가 투입되면 지금처럼 휘젓고 다니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아니나 다를까 두 제후의 친위대가 투입되자 자객의 돌격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친위대는 실력, 장비, 전투 경험 모두 일반 병사보다 훨씬 뛰어났다. 최고의 강자들을 상대할 수는 없었지만 제한하는 역할은 할 수 있었다.또한 일반 병사는 일반 철 갑옷을 입었으나
옆에 있던 하원휘가 말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해지더니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저기 좀 봐요. 저게 대체 뭔가요?”사람들이 하원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하늘에서 한 줄기의 검은 빛이 내려오더니 대군들 속에 떨어졌다.쾅.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고 먼지가 피어올랐다.강력한 충격파는 마치 해일처럼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충격파가 지나간 곳마다 사람이 나가떨어졌고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단 한 번의 충격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X발, 대체 뭐야?”진승민이 눈살을 찌푸렸다. 먼지가 너무 심해서 방금 떨어진 게 무엇인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혹시 운석 조각 같은 건 아닐까요?”노정한이 의아해하며 말했다.“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졌다고요? 그런 우연이 있을 리가요.”강윤기는 전혀 믿지 않았다.“제가 봤어요. 사람이었어요.”눈치 빠른 하원휘가 떨어진 지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저자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먼지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오더니 4대 제후가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그 사람은 검은 검을 들고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는데 지나가는 곳마다 병사들이 맥없이 쓰러졌고 아무도 막지 못했다. 무장병사들은 그의 앞에서 맥없이 쓰러졌다.순식간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자객이다. 어서 막아라!”하원휘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급히 군사를 모아 갑자기 튀어나온 자객을 공격하려 했다.“흥, 그래봤자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 우리한테는 대군이 수만 명이 있어요. 저자가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저 많은 병사를 뚫고 우리의 목을 벤다는 건 불가능합니다.”진승민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비록 적을 잡으려면 우두머리를 먼저 잡으라고 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대부분은 암살로 우두머리를 제거했다.이렇게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우두머리를 죽이려는 행위는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왜냐하
“이것들이 죽으려고.”몰려드는 무장병사들을 보며 유천우는 순식간에 분노를 터트렸다.그는 더 이상 자비를 베풀지 않고 칼을 들고 인파 속으로 돌진했다.지금의 그는 이미 무도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랐고 게다가 수년간 전장을 누빈 덕에 쌓은 전투 경험 또한 풍부했다.혼자서 적진을 누비는데도 아무도 막지 못할 정도로 용맹했다.“도련님을 지키고 놈들을 죽여라!”이의진이 검을 하늘 높이 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뒤에 있던 유만군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전부 죽여버려.”석태혁이 장검을 휘두르며 백여 명의 유만군을 이끌고 적진으로 돌격했다.유만군의 수는 적었지만 모두 엄청난 실력을 지닌 고수였고 게다가 훈련도 잘되어 있었다.무도 마스터인 석태혁의 지휘 아래 그들은 파죽지세로 적진을 휘저으며 나아갔다.백여 명의 부대는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수만 명에 달하는 대군의 심장을 찔러 가차 없이 죽여버렸다.혹시라도 암살당할까 봐 4대 제후는 친위대의 보호 아래 즉시 전장에서 멀리 도망쳤다.“왕부 안에 저런 정예 부대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가차 없이 적을 베어버리는 유만군을 보며 진승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행히 백여 명밖에 안 되는군요. 수가 적어서 망정이지, 안 그러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노정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추측건대 저들이 바로 유만군일 겁니다. 유만수가 흑용군의 정예 병력 중에서 가장 뛰어난 고수들을 뽑아 만든 부대인데 전부 뛰어난 실력을 지녔습니다.”강윤기가 말했다.“그렇군요. 어쩐지 엄청 대단하더라니.”하원휘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숫자가 적어서 우리한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해요. 지금은 용맹해 보이지만 체력이 고갈되면 목숨을 내놓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진승민이 말을 이었다.“혹시 무슨 변수가 생기진 않겠죠?”노정한이 갑자기 물었다.“무슨 변수요? 왕부가 포위된 이상 함락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왕성 밖에도 우리 대군이 주둔하고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면 즉시 알아차릴 수 있어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 걸 본 이의진은 반가워하다가 이내 다시 표정이 굳어졌다.왜냐하면 아들이 갈 때와 마찬가지로 몇 명만 왔을 뿐 군대는 한 명도 데려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혹시 실패했어?”마음이 무거워진 이의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들의 유일한 희망이 바로 남쪽 4대 제후를 설득하여 북쪽 4대 제후와 맞서는 것인데 지금 상황을 봐서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듯했다.“간덩이가 부은 것들! 감히 왕부로 쳐들어와? 모두 죽고 싶어?”유천우가 호통쳤다. 소리가 어찌나 쩌렁쩌렁한지 마치 천둥처럼 현장 전체가 크게 울렸다.4대 제후의 수만 병사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도련님께서 돌아오셨군요.”진승민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희 4대 제후는 왕부 안에 진범이 숨어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위왕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부득이하게 들어가서 수색해야 하니 길을 비켜주십시오.”“수색은 무슨 수색.”유천우가 냉담하게 외쳤다.“왕부가 어떤 곳인데 함부로 수색하겠다고 난리야? 저리 썩 꺼지지 못해?”“도련님, 저희는 진심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해 움직이는데 이렇게 계속해서 방해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진승민이 태연하게 물었다.“흥. 내 앞에서 가식 떨지 마! 너희들의 속셈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없어.”유천우가 차갑게 말했다.“도련님, 당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진승민이 말했다.“진승민, 한 번만 기회를 줄게. 만약 지금이라도 떠난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 너희들은 여전히 서경 제후이고 여전히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수 있다.”유천우는 말하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하지만 만약 끝까지 고집을 부리고 반역을 하려 한다면 내가 장담하는데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도련님, 저희는 대국을 생각해서 이러는 것이니 부디 길을 비켜주십시오.”진승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나머지 세 사람 역시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노려보며 조금도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였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그들은 물러설 이유가
“그럼 왕부에 들어가기 전에 나부터 죽이고 가!”이의진은 검을 든 채 꼿꼿이 서서 강력한 기세로 홀로 대문을 지켰다.그녀의 무공은 그리 강하지 않았고 고작 선천 무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뿜어내는 기세는 무도 마스터보다 훨씬 강했다.일반 병사들은 물론이고 진승민조차도 압도되어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다른 세 제후에게 눈짓을 보낼 뿐이었다.위협은 위협이고 압박은 압박이지만 적어도 명분은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천하의 조롱을 받고 만민에게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살인범을 추적한다는 명분으로 왕부를 포위했다. 비록 행동이 과격하긴 하지만 나중에 슬픔에 북받쳐 잠시 이성을 잃은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었다.하지만 압박 과정에서 왕비를 죽인다면 아무리 변명하고 이유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킬 게 분명했다.그뿐만 아니라 서경 각지의 세력들이 동요할 것이고 심지어 연경에서도 군사를 보내 진압할 것이다.어찌 됐든 이의진은 서경 왕비이자 용국의 공주이기도 하니까.그런 신분을 가진 그녀 앞에서 그들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간단히 말해 왕부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죽일 수 있어도 이의진만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되었다. 하여 이의진이 함께 죽자는 듯한 태도를 보인 순간 오히려 그들이 당황했던 것이었다.“세 분,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진승민은 옆에 선 세 제후를 보며 낮게 물었다.“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은 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이유가 없죠.”노정한이 차갑게 말했다.“맞습니다. 이제 한 걸음만 더 가면 성공인데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강윤기가 맞장구를 쳤다.“물론 압니다. 제 말은 왕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겁니다.”진승민이 낮게 말했다.“왕비의 목숨만 해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하원휘가 불쑥 한마디 던졌다.“제후님 뜻은... 묶어놓자는 말입니까?”진승민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다른 방법이 있나요?”하원
무거운 왕부 대문이 쿵쾅거리면서 진동했다.매번 쿵쾅거릴 때마다 마치 거대한 망치가 심장을 강타하는 듯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문 열어.”이의진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면서 사람들에게 대문을 열라고 명령했다.그녀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대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던 병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갈피를 잡지 못했다.‘이런 상황에서는 대문을 굳게 닫고 방어에 힘써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알아서 문을 열어? 어떻게 된 거지? 혹시 다른 함정이라도 있나?’“진승민, 노정한, 강윤기, 하원휘. 나와!”이의진이 칼을 든 채 꼿꼿이 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강렬한 기세에 문밖의 병사들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그녀가 부른 네 명은 북쪽 4대 제후이자 이번 반란의 주요 세력들이었다.“뭐야? 일을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숨으려고? 4대 제후라는 사람들이 모두 쥐새끼처럼 숨어다니는 졸개들이야?”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이의진이 다시 한번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가 어찌나 우렁차고 힘찬지 왕부 안팎으로 울려 퍼졌다.잠시 후 왕부 앞에 있던 병사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넓은 길을 터주었다.곧이어 갑옷을 입고 망토를 걸친 각기 다른 모습의 중년 남자 네 명이 나란히 걸어왔다. 그들이 바로 북쪽 4대 제후였다.“진승민,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노정한,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강윤기,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하원휘, 왕비님께 문안드립니다.”네 사람은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동시에 몸을 숙여 예를 올렸다.“흥, 너희들 눈에 내가 왕비로 보이긴 하느냐?”이의진이 싸늘하게 말했다.“왕비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루 왕비는 영원한 왕비십니다.”진승민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만약 너희들이 나를 왕비로 생각했다면 반란을 일으키지도 않았겠지.”이의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왕비님, 오해하셨습니다. 저희는 반란을 일으킨 게 아니라 왕실을 구원하러 온 것입니다.”진승민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노정한
깊은 밤, 서경왕부 대문 앞.수많은 무장병사들이 거대한 왕부를 물샐틈없이 에워쌌다. 멀리서 바라보면 검은 무리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그 수가 자그마치 수만 명에 달했다.이들은 단지 선봉 부대일 뿐이었고 사실 왕성 밖에는 북쪽 4대 제후의 군대와 유태범의 친위대까지 위장한 채 주둔하고 있었다.그 시각 왕부 안.이의진은 상복을 입은 채 차가운 표정으로 살기등등하게 대문 앞에 서 있었다.손에 날카로운 검을 들고 있었는데 온몸에서 풍기는 위엄과 살기는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왕부의 생사가 위기에 처하자 왕비인 이의진은 망설임 없이 맨 앞에 나섰다. 그녀의 뒤에는 석태혁과 갑옷을 입은 유만군이 서 있었다.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왕부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이었다.유만군의 뒤에는 왕부의 병사들과 식솔들이 서 있었다.병사들은 칼을 들었고 식솔들은 몽둥이를 들었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한 듯 굳건한 자세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그리고 뒤쪽 내원으로 들어가면 왕부의 노약자와 부녀자들이 상복을 입고 무기를 든 채 멀리 떨어진 대문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만약 유만군이 쓰러지고 병사들과 식솔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들 역시 망설임 없이 달려나가 왕부와 함께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아빠... 엄마... 무서워요...”열 살 남짓한 한 소년이 두 손에 칼을 들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소년이 언제 이런 끔찍한 상황을 겪어봤겠는가.왕부가 포위당하고 밖에 수만 명의 대군이 매복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소년은 왕부의 운명이 다했고 오늘 밤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걸 직감했다.“쓸모없는 녀석.”한 중년 남자가 뒤를 돌아보며 소년에게 호통쳤다.“우리 유씨 가문의 사나이는 전장을 누비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 겁쟁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네가 오늘 한 발짝이라도 물러선다면 네놈을 먼저 베어버리는 수가 있어.”“아빠...”겁에 질린 소년은 덜덜 떨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울
“그건...”유진우는 망설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세자 전하.”은성종이 갑자기 두 손을 맞잡고 예를 표하면서 말했다.“제가 재주는 부족하지만 세자 전하를 위해 가시밭길이라도 기꺼이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절 믿어주신다면 이 일은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가 은밀히 충신들한테 연락하여 빠르게 힘을 모으겠습니다. 때가 되어 세자 전하께서 신호만 주신다면 반드시 성공하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제후님은 역시 의로운 분이시네요. 정말 진심으로 존경합니다.”유천우가 진심으로 감탄했다.“그렇다면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유진우도 두 손을 맞잡고 공손하게 인사했다.“세자 전하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건 저의 영광입니다.”은성종이 말했다.“제후님, 큰일 났습니다.”그때 한 병사가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와 당황한 기색으로 말했다.“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서경왕부가 대군에 포위당해서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합니다.”“뭐? 포위당했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유진우와 유천우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들이 떠난 지 이틀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변고가 닥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자세히 말해봐.”유천우가 다급하게 물었다. 병사는 은성종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북쪽의 4대 제후들이 정예 부대를 이끌고 어젯밤 몰래 왕성에 잠입했는데 왕성 호위대의 장교급 군관들이 모두 인질로 잡힌 바람에 군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 틈에 북쪽의 4대 제후들이 왕실을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왕부를 포위했어요. 겉으로는 간신배들을 처단하고 서경왕의 복수를 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군사를 일으켜 권력을 빼앗으려는 겁니다.”쾅.유천우가 화를 내면서 상을 세게 내리쳤다. “이것들이 아주 제대로 미쳤구나. 감히 서경왕부를 포위해?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절대 이럴 수가 없어.”그는 설령 4대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키더라도 기껏해야 성문 앞에 병력을 주둔시켜서 압박을 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