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라!” 유진우가 연 선생의 숨을 끊어버리기 직전, 갑자기 누군가 크게 외쳤다. 그와 동시에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마구 나타나더니 죽음의 검 마냥 유진우의 등 뒤를 찔러버렸다. “음?” 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뒤를 돌아보았고 두 손가락으로 자신에게 기습공격을 하는 “흉기”를 잡았다. 그제야 제대로 확인을 하니 그것은 검은 빛을 발산하고 있는 독 표창이었다. 표창에는 선명하게 “주”라는 글자가 새겨져있었는데 딱 봐도 주술교의 사람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 감히 내 주술교의 자제한테 손을 대다니? 정말 간이 부었구나.” 이때, 검은 색의 긴 옷을 입은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할머니 한 명이 어둠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할머니는 몸도 왜소해 보이고 얼굴도 살점이 없어 그저 평범해 보이는 노인 같았지만 눈빛만큼은 몹시 날카로웠다. 마치 독을 한 가득 품은 독뱀마냥 사람을 소름이 끼치게 만들었다. “차 할머니! 할머니 살려주십시오.” 그 할머니를 발견한 연 선생은 마치 구세주라도 본 냥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나가며 도움을 청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연 선생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차 할머니는 주술교의 대선배로써 무도 마스터 급 실력을 지닌 강자였다. 게다가 보통의 무도 마스터와는 달리 차 할머니의 주술 실력은 너무도 뛰어나 사람을 흔적 없이 죽이기에도 능통했다. 8년 전, 세 명의 무도 마스터가 차 할머니를 죽이려고 작정을 했지만 차 할머니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세 명의 무도 마스터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때로부터 차 할머니는 명성이 자자해졌고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쓸모없는 놈! 이런 젊은이 하나를 상대하지 못해서 이 지경까지 되었느냐? 정말 우리 주술교의 자존심을 다 무너뜨리는구나.” 온 몸이 피로 물든 연 선생을 본 차 할머니는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주술교는 천하 제일가는 사파이자 소문이 자자한 사파이니
부딪힌 차 할머니는 두 팔은 감전이라도 된 듯 저릿한 고통이 느껴졌고 체내에 있던 피들이 다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차 할머니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덜덜 떨리는 자신의 팔을 보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는 비록 주술을 아주 능하게 다루는 사람이지만 무도의 실력 또한 남들보다 모자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할머니는 마스터의 후기 기준에 도달하는 실력이 되었다. 할머니는 유진우에게 힘없이 당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 홀로 중얼거렸다. “저 놈 도대체 얼마나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어떻게... 이래도 저를 막으실 겁니까?” 유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 할머니에게 물었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유진우는 차 할머니를 죽일 생각은 없었고 그저 약간의 교훈만 줘서 할머니를 스스로 물러나게 하고 싶었다. “젊은이, 확실히 실력이 대단하기는 하구만. 인정할게.” 차 할머니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기혈을 다시 꾹 누른 뒤,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젊은이는 꼭 나한테 질 텐데. 손바닥을 봐, 이미 검게 변하지 않았나?” “당신의 독은 저한테 아무 효과도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유진우는 차 할머니의 말에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의 몸은 이미 어떠한 독에도 침범되지 않는 강한 육체를 얻었고 특히나 결계를 돌파한 뒤로부터는 더욱 더 단단해졌다. 천하를 내려다봐도 십대 기독을 제외하면 그 어떤 강한 독도 그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 “효과가 없다고?” 차 할머니는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젊은이, 자기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 우리 주술교를 너무 얕보지는 마. 우리가 만들고 연구한 독은 무도 마스터도 쉽게 해독하지 못한다고.” “지금 젊은이는 이미 독이 몸에 가득 퍼져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야.” “만약 지금 당장 항복하고 돌아간다면 경맥은 막아줄게. 그렇다면 목숨은 며칠 더 유지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계속
“은아?” 갑자기 나타난 하얀 머리의 여자를 본 유진우는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여자는 다른 사람도 아닌 유진우의 유일한 제자, 황은아였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두 사람이 이런 자리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유진우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의 황은아는 전과는 달리 변화들이 꽤나 많아보였다. 얼굴도 더욱 아름다워졌고 기세 또한 강해져 황은아라는 사람이 아예 달라보이게 만들었다. 혈통을 각성 한 뒤 황은아는 제대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한 것 같았다. “아저씨, 어때요? 조금 놀랐나요?” 황은아가 옅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이렇게 불쑥 찾아올 거면 먼저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유진우는 일부로 그녀가 반갑지 않은 듯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황은아가 아파하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이마를 살짝 쳤다. 그의 행동은 주술교의 고위층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저 놈이 감히 성녀의 이마를 쳐? 정말 대담하군.’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도도하던 성녀가 이마를 맞고도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유진우에게 애교를 부리듯 말했다. “아저씨, 저 계속 갇혀 있다가 며칠 전에 나왔어요. 그래서 너무 바빠서 제일 먼저 전화한다는 것도 잊어버렸지 뭐예요.” “...” 유진우의 앞에서는 그저 부끄럼쟁이가 돼버린 황은아를 본 주술교 고위층 사람들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들 서로 눈을 마주치며 눈앞의 광경이 믿지지 않는다는 듯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무슨 상황이지?’ ‘이게 그 사람을 죽일 때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던 잔인하고 매정한 성녀님 맞으신가?’ 성녀가 출관한 뒤, 어떤 수법으로 그녀를 깔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물리쳤는지 그들은 다 알고 있었다. 게다가 아주 손 쉽게 주술교와 대치하고 있던 무림 문파도 바로 물리쳐버렸다. 그 뒤로 주술교 내부에 빗발치던 불만의 소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다들 성녀에 대해 존경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렇게 대단한 성녀가 유진우의 앞에
“스승님?” 황은아의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나 차 할머니와 연 선생, 그리고 송영명 이 세 사람은 황은아의 말에 넋이 나간 듯 멍해있었다. 그들은 꿈에서조차 유진우와 황은아가 사생지간이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주술교 성녀의 스승이라는 신분이 세상에 노출되기라도 하면 세상이 발칵 뒤집히지 않겠는가?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저 놈이 어떻게 주술교 성녀랑 사생관계겠어?” 송영명은 두려움에 저도 모르게 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유진우의 신분을 믿지 않으려했다. 안세리가 분명 유진우는 그저 평범하고 무명의 젊은 남자라고 알려줬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유진우에게 이렇게 거대한 배후와 실력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내 스승님을 죽이려 하는 것은 나를 죽이려하는 것과 다름없어.” 황은아는 세 사람의 앞에 천천히 다가가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주술교 성녀의 스승을 몰래 죽이려 하다니... 이게 얼마나 큰 죄인지는 알아?” “성녀님, 살려주십시오. 부디 살려만 주십시오.” 연 선생은 황은아의 말에 곧장 머리를 땅에 부딪히며 끝없이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성녀님! 제 잘못을 깊이 뉘우쳤습니다. 제발 부디 노하지 마시고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차 할머니도 연 선생의 모습을 따라하며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렸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피가 줄줄 흐리고 있었지만 차 할머니는 멈출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한편 송영명은 이미 너무 놀라 금방이라도 까무러칠 것 같았고 절망에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살려달라고?” 황은아는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물었다. “사람을 죽이려하고 주술을 마음대로 부리고, 또 아무 죄 없는 여성들까지 해쳤으니 너같은 쓰레기는 이 세상에 살아있을 이유가 없어. 살아있어도 그저 공기만 낭비하겠지.” 말을 마친 황은아가 손가락을 한번 까닥거렸다. 탕! 눈 깜짝 할 사이에 검은 색 빛과도 같은 총알이 연 선생의 이마를 관통했고 총
“이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아저씨가 결정하세요.”황은아는 무릎을 꿇고 있는 송영명을 턱으로 가리키며 죽은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그 순간, 송영명은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이 번쩍 들어, 당황하며 말했다.“유... 유진우, 제발 날 죽이지 마. 내가 잘못했어. 앞으로 절대 너랑 맞서지 않을게. 한 번만 살려줘!”“살려달라고?”유진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은 나를 몇 번이나 속이고, 온갖 비열한 짓은 다 했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송영명은 무릎을 꿇고 ‘텅텅’ 소리를 내며 유진우에게로 다가가 그의 바짓자락을 붙잡고 울며 말했다.“진우 형! 진우 도련님! 난 아무 잘못 없어요. 다 안세리 그 나쁜 년이 꾸민 일이에요. 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요. 그러니 너그러이 내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안세리?”유진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말해봐, 이번에 나를 해친 건 복수 때문이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거야?”송영명은 망설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옥로고 사건 때문에 우리는 큰 손해를 봤어요. 그래서 안세리가 제안했죠. 도련님을 잡아다가 고문해서 다른 일품 처방을 알아낸다면 그 손해를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요.”“그 여자, 정말 악랄하군. 몇 번이나 도와주고, 목숨까지 구해줬는데 결국 이렇게 나를 몰아넣다니. 보통 사람 같았으면 벌써 죽었을 거야.”유진우가 차갑게 말했다.“맞아요! 그년은 정말 배은망덕하고 악독한 년이에요. 나도 진작부터 그 여자가 마음에 안 들었다니까요!”송영명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진우 도련님! 절 살려주면 앞으로 도련님의 충실한 개가 되어 안세리 그년이 마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처리해 드릴게요!”“안세리는 네 약혼녀인데 정말 손을 댈 수 있겠어?”유진우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약혼녀는 무슨! 그냥 집안끼리 정략결혼을 맺은 거예요. 우린 사적인 감정 같은 거 전혀 없어요. 더군다나, 누가 그런 악독한 여자를 좋아하겠어요?
“그래? 주술교의 고수들이 이렇게 많이 출동하다니, 이번 거래 만만치 않은가 보네.”유진우는 살짝 놀란 듯 말했다.황은아의 뒤엔 여러 무도 마스터가 있었고, 나머지는 반보 마스터거나 본투비 대원만 경지를 가진 자들이었다.이 정도의 세력은 정말 드물었고, 이 힘이면 4대 왕족과 맞먹을 만했다.“맞아요. 확실히 만만치 않아요. 왜냐하면 이번 일을 의뢰한 사람이...”황은아가 말을 잇기 전, 뒤에 있던 노인이 급히 가로막았다.“성녀님! 이건 주술교의 중요한 기밀이니 외부인에게 절대 발설해선 안 됩니다!”“어?”황은아가 고개를 돌려 노인을 쏘아보자, 노인은 겁에 질려 소름이 돋고 눈동자가 떨렸다.“다시 말하지만, 이분은 내 스승님이에요. 외부인이 아니니까 말조심해요.”“잘못했습니다.”노인은 바로 고개를 숙이며 두려움에 떨었다.“은아야, 그만해.”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기밀이라면 굳이 안 들어도 돼. 나는 귀찮은 걸 싫어하니까, 알면 더 부담스러워질 테니 차라리 모르는 게 좋아.”“흠... 알았어요.”황은아는 미소 지으며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사실 이 비밀을 말하면 유진우에게 위험이 닥칠 수도 있었다.“아저씨, 나 배고픈데, 나랑 야식 먹으러 가면 안 돼요?”황은아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너 연경에 처음 왔으니, 오늘 내가 제대로 환영식을 해줄게!”...다음 날, 아침.남부 병원의 VIP 병실 안.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송영명은 병상에서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어젯밤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난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졌고,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선생님, 제 아들은 괜찮나요? 위험한 건 아니겠죠?”수술실에서 나온 송영명을 보며 송덕해는 걱정스럽게 물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드님은 외상뿐이라 이미 치료를 마쳤으니 큰 문제는 없습니다.”의사가 대답했다.“다행이군요.”송덕해는 한숨을 돌리며 다시 물었다.“근데, 아직도 왜 안 깨어나는 거죠?”“아드님은 어젯밤 큰 충격을 받
“어?”격양된 송영명을 보며 송덕해는 어리둥절했다.‘이 녀석은 머리를 크게 다친 건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아빠! 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명령을 내리세요. 이러다간 우리 집안이 큰일 난다니까요!”송영명은 몹시 초조해 보였다.어젯밤 유진우가 한 말이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목숨을 건졌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계속 안씨 가문과 손잡고 있으면, 결국 죽음으로 향할 뿐이었다.유진우는 무도 마스터일 뿐만 아니라, 주술교 성녀의 스승이기도 했다.그러니 그의 한마디이면, 송 씨 같은 가문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었다.천하제일 사파 앞에서, 명문가든 사대 왕족이든 모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의사 선생님, 아들이 괜찮다면서요? 그런데 왜 깨어나자마자 헛소리를 하고 있죠?”송덕해는 의사에게 다소 따지듯 물었다.“...”의사는 침묵했다.“아빠! 저 헛소리하는 거 아니에요. 진지하다고요!”송영명은 진지하게 말했다.“안씨 가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에요. 무조건 떨어져야 해요, 안 그러면 큰일 나요!”“영명아, 너 협박이라도 당한 거야?”송덕해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평소 냉정한 아들이 이 정도로 당황하는 건 처음이었다.“아빠, 구체적인 이유는 말할 수 없지만, 제발 저를 믿어주세요. 더 이상 안씨 가문과 엮이지 마시고, 유진우에게도 손대지 마세요. 그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에요.”송영명은 단호하게 말했다.“영명아, 우리는 안씨 가문과 협력한 지 꽤 오래됐고, 서로 밀접하게 엮여 있어. 너도 세리랑 약혼한 사이인데, 이렇게 쉽게 관계를 끊을 수는 없지 않겠니?”송덕해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안씨 가문과의 관계를 끊는다는 건 너무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일이었기에 충분한 이유가 없다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았다.“아빠, 지금은 생사가 걸린 중요한 시기예요. 아무리 큰 손해를 보더라도, 더 이상 왕가와 엮여서는 안 돼요.”송영명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그 정도로
‘에라. 모르겠다. 모든 걸 다 밝히고 말겠어!’“영명 오빠, 나도 오빠가 힘든 거 알아. 하지만 남자가 좀 고생하는 게 뭐가 대수야? 그렇다고 나 같은 여자가 밖에서 나설 순 없잖아?”안세리는 입을 삐죽이며 송영명에게 불만을 드러냈다.“됐고, 예전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을게. 하지만 이제부터 너랑은 끝이야. 우리 결혼? 지금 당장 취소할 거야.”송영명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결혼을 취소한다고?”안세리는 눈을 크게 뜨고 믿기 힘든 표정을 지었다.“오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거야?”“못 알아들었어? 그럼 다시 말할게. 나 파혼할 거라고!”송영명은 목소리를 높였다.“파혼?”안세리는 완전히 멘붕 상태였다.이건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말이었다. 전에는 뭐든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아첨하던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변할 수 있단 말인가?“영명아! 그만해!”송덕해가 크게 꾸짖었다.안씨 가문과 결별하는 건 그렇다 쳐도, 결혼을 당장 취소하면서 완전히 등을 돌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아저씨, 영명 오빠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 아닌가요?”안세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나 멀쩡해! 아무 문제 없어!”참다못한 송영명이 폭발했다.“안세리, 나 너 진짜 오래 참았어. 네가 얼마나 사람을 질리게 하는지 알기나 해? 자존심 강하고 이기적이면서 남의 질투나 하고, 너보다 예쁘거나 나은 여자가 나타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망치려고 하잖아. 넌 정말 악랄해!”“너, 너 지금 나한테 욕한 거야?”안세리는 놀라며 화를 참지 못했다.한 번도 이런 모욕을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그게 자신의 약혼자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욕한 게 뭐 어때서? 너 같은 여자는 보기만해도 짜증 나니까 당장 꺼져!”송영명은 단호하게 말했다.“네가 감히!”안세리는 분노에 찬 손길로 송영명의 뺨을 후려쳤다.“제길! 감히 날 쳤어?”송영명은 가만히 있지 않고, 그대로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반격하듯이 되돌려쳤다.그 충격에 안세리는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
이청성은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었다.“자, 다들 사양하지 말고 오늘 마음껏 드시고 마시세요!”다양한 맛있는 음식을 보자 금도문의 제자들은 사양하지 않고 마구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술이 세 순배 돌고, 다양한 음식이 들어가자 양측도 어느정도 친해졌다.“두 분을 보아하니 현지인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보물을 찾으러 온 건가요?”서지석이 떠보듯 물었다.“맞아요. 죽음의 사막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말을 듣고 몇 명 데리고 와서 운을 점쳐 보는 김에 단련하려고요.”이청성은 부인하지 않았다.죽음의 사막에 나타났다는 건 대부분 다양한 보물을 위한 것이며 이는 다들 속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여행 올 바보는 없었다.“제가 괜한 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죽음의 사막은 정말 위험합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아무런 위험도 경험하지 못한 것 같은데 그런 험난한 곳은 가지 않는 것이 좋아요.”서지석이 설득하자 이청성은 웃으며 거절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꼭 가야 할 이유가 있어요.”“만약 기어코 가시겠다면 저희와 함께 가시죠. 그럼 저희가 보살펴 줄 수도 있고요.”“지석 씨도 이번에 보물을 찾기 위해 사막에 가시는 건가요?”유진우가 물었다.“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우리 금도문의 이번 임무는 죽음의 사막에 갑자기 나타난 오아시스를 탐험하는 거예요.”“선배님! 말을 삼가세요!”이 말을 들은 금도문의 제자가 즉시 소리를 내어 일깨웠다.어쨌든, 이것은 그들 사문의 임무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릴 수 없었다.“말 못 할 사정이 있다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진우는 캐묻지 않았다.“괜찮아요. 친구끼리 왜 감추겠어요?”서지석은 손을 흔들며 신경 쓰지 않고 계속 말했다. “죽음의 사막에 최근 신비로운 오아시스가 나타났다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이 오아시스는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빠르게 확장되고 있어요. 그래서 그 안에 어떤 놀라운 보물
연우혁의 위협적인 눈빛에도 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방금 서지석이 막지 않았더라면 이 녀석은 땅바닥에서 자기 치아를 찾고 있었을 것이다.파리 몇 마리를 쫓아낸 후, 조이준은 계속 술을 마시고 고기를 먹었다.서지석과 금도문 제자도 더 이상 큰 소리로 떠들지 못하고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그러자 이청성은 일어나서 서지석을 향해 주먹을 감싸고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방금 나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별것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서지석은 손사래를 치며 너스레로 말했다.“나는 멋대로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을 가장 혐오해요. 우리 금도문의 종지가 바로 불의를 보면 반드시 칼을 뽑아 돕는 것이거든요.”“금도문은 역시 명불허전이네요. 전부 의리가 넘치시는 분들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식사하면서 술을 마시는 건 어떨까요? 제가 마침 좋은 술 몇 병을 소장하고 있거든요.”이청성이 먼저 러브콜을 보냈다.“그렇다면 저도 사양하지 않겠어요!”좋은 술이 있다는 말에 서지석은 저도 모르게 눈이 번쩍 뜨였고 즉시 몇몇 제자들에게 두 식탁을 붙이라고 지시했다.“아저씨, 요리사에게 몇 가지 요리를 더 내오라고 하고 술도 몇 병 더 가져오세요.”자리에 앉은 후, 이청성은 하인에게 한 마디 분부했다.“네!”하인 왕씨 아저씨는 대꾸하고 곧 떠났다.잠시 후 좋은 술과 요리가 잇달아 상에 오르자 서지석은 사양하지 않고 먼저 술을 따라 단숨에 마셨다.“역시 좋은 술이네요.”술 한 잔이 입에 들어가자 서지석은 금방 취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졌다.“내 추측이 맞다면 이건 아마 백 년 묵은 술이죠?”술을 좋아하는 서지석은 지금껏 다양한 좋은 술을 맛보았지만 이렇게 향긋한 술은 처음이었다.지난번에 사부님께 받은 50년 묵은 술은 이것만큼 맛있지 않았다.“선생님께서는 술을 잘 아시는군요.”이청성은 가타부타 웃었다.황실의 좋은 술, 그것도 진품이라 일반 사람들은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선생님이라니요! 서지석이라고 부르세요.”“지석 씨, 제
“사람을 너무 얕잡아 보네!”유진우의 조롱을 받은 포니테일 여자는 더욱 분노했다.그녀는 이미 양측의 실력 차이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갑자기 온몸의 내공을 동원하여 더 강력한 힘으로 찔렀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힘을 주어도 손에 든 검날은 좀처럼 나아가지 못했다.유진우의 손가락은 집게처럼 검날을 단단히 끼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덤비네!”유진우는 콧방귀를 뀌며 손가락에 힘을 가했다.칭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의 장검은 곧장 부러졌고 강력한 반진동이 그녀를 2~3m 밖으로 날려버렸다. 땅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침침해졌다.“대선배님! 이 녀석이 날 괴롭혔어요!”포니테일 여자는 자신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과감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시작했다.“건방진 놈! 감히 내 후배에게 손을 대? 죽고 싶어 환장했어?”매부리코 사내가 벌컥 화를 내며 검을 뽑더니 유진우를 혼내주려고 했다.“그만!”그때, 문 앞에서 큰 고함소리가 울렸다.곧이어 빨간 옷을 입고 보검을 멘 한 남자가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기세등등하게 걸어 들어왔다.남자는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지고 있으며 체격이 우람하고 분위기가 강렬하여 등장하자마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었다.건방지게 굴었던 매부리코 남자조차도 상대방을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연우혁! 비설파는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대낮에 권세를 믿고 사람을 괴롭히다니. 정말 너희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것 같아?”빨간 옷 사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서지석! 이 사람들이 우리 비설파에게 도발한 거다!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나가!”매부리코 남자, 연우혁이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흥! 너희가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거 내가 방금 똑똑히 봤어. 나 서지석은 너희같이 건방진 녀석들이 제일 눈에 거슬려!”서지석이 분노하며 말했다.“괴롭히면 뭐 어때? 우리 비설파의 일에 금도문이 무슨 자격으로 나서?”연우혁이 버럭 화를 내자 서지석이
유진우와 이청성은 원래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포니테일 여자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화살을 두 사람에게 겨누자 잠시 반응이 없었다.“그래! 저 사람들은 열몇 가지 음식이 있고 전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아 보이잖아. 근데 우리 상에 올라온 건 전부 쓰레기야!”“당장 우리 음식도 바꿔줘! 그렇지 않으면 정말 화낼 거야!”많은 사람들이 소란을 피웠고 말하면서 식탁 위의 음식을 바닥에 힘껏 내던져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죄송합니다. 저희 작은 가게 능력으로는 정말 저렇게 유명한 음식으로 바꿀 수가 없어요.”종업원이 울상을 지으며 난감해했다.“바꿀 수 없다고? 그 말은 우리가 저런 음식을 먹을 돈이 없다는 거야?”매부리코 남자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사람을 차별 대우하겠다는 거야? 우리가 누군지 알아? 우리가 바로 강호에서 유명한 비설파 제자들이야. 만약 우리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이 가게는 오늘로 끝이야!”포니테일 여자가 흉악하게 소리쳤다.“오해, 모두 오해입니다.”종원은 화들짝 놀라며 설명했다.“저 유명한 음식들은 전부 손님이 직접 데려온 요리사가 요리한 겁니다. 저희는 그저 주방만 제공했을 뿐이에요.”“뭐? 요리사를 데리고 왔다고? 지금 장난쳐? 누가 요리사를 데리고 다녀?”포니테일 여자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죽음의 사막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보물을 찾으러 오는데 요리사를 곁에 두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정말입니다. 제가 직접 봤어요. 제가 어찌 감히 여러분을 속이겠어요.”종업원이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 말을 들은 비설파 제자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더니 결국 유진우와 이청성에게 시선을 돌렸다.“이봐, 그 음식들 정말 그쪽 사람들이 만든 거야?”포니테일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위에서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아요.”이청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밖에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직접 요리사를 데리고 왔어요.”“그래?”포니테일 여자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세히 보고는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새우 볶음, 쏘가리구
“에취!”여관에서 막 옷을 갈아입던 유진우는 갑자기 재채기하고 속으로 ‘도대체 누가 나를 생각하는 거지?'라고 중얼거렸다.유진우는 코를 비비고 방을 나와 여관 식당에 도착했다.이 여관은 초등학교를 개조했기 때문에 식당의 면적도 작지 않았는데 대략 이삼백 제곱미터였다.백여 명이 식사하기에 넉넉했다.“여기요!”유진우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이청성이 손을 들어 흔드는 것을 보았다.앞으로 다가가 보니 테이블 위에 이미 십여 가지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이 음식들은 전부 우리 주방장이 만든 거예요. 안전하고 맛도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이청성이 설명하자 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조심성이 많으시네요.”그는 사양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 우걱우걱 먹기 시작했다.“집 밖에 나오면 조심하는 게 맞죠. 이곳은 죽음의 사막 경계지역으로 아주 혼잡해요. 경각심을 늦추면 언제 죽을지 몰라요.”이청성은 젓가락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우아하게 먹었다.두 사람이 밥을 먹고 있을 때, 청의를 입고 보검을 든 젊은 남녀들이 갑자기 들어왔다.이 사람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눈빛이 날카로우며 압박감이 넘쳤다. 옷차림을 보니 강호의 문파 제자일 것이다.그중 선두주자는 마른 체구의 매부리코 남자로, 서른이 넘은 나이에 인상이 다소 험상궂어 좋은 사람 같지 않았다.“대선배님, 이곳은 너무 낡았어요. 그리고 더러운 물건도 많은데 어떻게 여기서 식사를 하겠어요?”포니테일을 한 여자가 사방을 둘러보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번에는 상황이 열악하니 대충 때워.”매부리코 남자가 좋은 말로 달랬다.“그래요. 온 김에 대충 먹죠 뭐. 배고파 죽겠어요.”포니테일 여자는 그나마 깨끗한 자리를 찾아 앉더니 외쳤다.“종업원! 여기에서 가장 좋은 요리로 당장 준비해!”“네!”종업원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그리고 요리사에게 몇 가지 귀한 요리를 준비해서 먼저 내놓으라고 당부했다.그러나 포니테일 여자가 음식을 집어 한 입 먹자마자 곧바로 토했다.“퉤! 이
“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팀원들의 비웃음에 진이수는 부인하지 않았다.서로 생사를 함께한 형제자매들이라 못할 말이 없었다.“청성 아가씨는 정말 특별해요. 비록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분명 절세미인인 느낌이 들어요.”체격이 우람진 한 대머리 남자가 늠름하게 말했다.“황소야, 청성 아가씨는 대장님이 마음에 두신 여자야. 분수에 넘치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난 그냥 한 말인데 왜 내가 감히 대장님 여자를 뺏는 것처럼 말해?”대머리 남자가 멋쩍게 웃었다.“대장님, 모처럼 설레는 여자를 만났으니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마시고 용감하게 행동하세요. 대장님의 남성적인 매력이라면 충분할 거예요!”단발머리 여자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왠지 한발 늦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진이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가씨 옆에 수행 경호원이 있는데 두 사람 같은 차에 타고 온 걸 보면 보통 사이가 아닌 것 같아. 난 아마 기회가 없을 거야.”전에 유진우를 겨냥한 건 질투심 때문이었다.게다가 이청성이 유진우를 옹호하는 태도를 보면 두 사람은 분명 평범한 친구 사이가 아닐 것이다.“대장님, 방법만 정확하면 넘어오지 않는 여자는 없어요.”단발머리 여자가 실눈을 뜨며 말했다.“그래?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진이수는 순간 흥미가 돋았다.“아주 간단해요. 아가씨 옆에 있는 그 경호원이 죽기만 하면 대장님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단말 머리 여자가 놀라운 말을 하자 진이수는 안색이 굳어져서 좌우를 둘러보며 아무도 엿듣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은하야, 함부로 말하지 마. 행동에는 규칙이 있는 법이야. 우리는 탐험대이지 용병이 아니야. 사람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일은 일단 소문이 나면 앞으로 누가 우리를 찾겠어?”“저희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면 누가 알겠어요?”은하는 웃을 듯 말 듯 말했다.오랜 세월 강호를 누비며 서로 속고 속이며 생사를 걸고 싸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