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처음에는 누군가 건물에서 투신한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확인해 보니 방금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은 검은 우산을 들고 빗속에 서 있었는데 신비롭고 기괴하며 보이지 않는 억압감이 느껴졌다.“진우 씨! 위험합니다! 도망쳐요!”유강은 쉭쉭거리며 소리쳤다.용위 무관이 문 앞까지 들이쳤는데 도망치지 않는다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게 아닌가?“저기! 네가 그 유진우냐?”용 관장이 뒤를 돌아 키가 크고 마른 모습을 바라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래 나야.”유진우가 대답했다.“허허 배짱 있네. 나를 보고도 도망을 안 가다니?”용 관장이 웃었다.“내가 왜 도망가? 널 기다리고 있었는데.”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어?”용 관장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거 참 재미있네. 너처럼 미친 애는 오랜만에 보는군.”“진우 씨, 저 사람은 실력이 막강해요. 무술과 검을 수련하여 우리 둘은 상대가 안 돼요. 빨리 조씨 가문에 가서 도움을 청해요. 제가 일단 버텨 볼게요!”유강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남은 힘을 다해 유진우에게 시간을 벌어 주려고 했다.“유강 씨, 마음은 감사합니다. 이제 저한테 맡겨 주세요.”유진우는 감동한 듯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유강이 비록 명령에 따르고 있는 거였지만 남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준다는 건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진우 씨, 아직 상황 이해 안 되셨네요. 이 사람은 용위 무관의 관장이기도 하지만 또 익스트림 레벨 강자에요!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요. 빨리 도망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유강은 불안했다. 비록 유진우의 실력도 나쁘지 않지만 내공 무사이기에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반면 용 관장은 이미 익스트림 레벨이기도 하고 또 내공을 발산하는 정도에까지 도달했으며 그의 타고난 체형까지 하면 본투비 레벨 강자를 만나더라도 대적이 가능한 실력이었다.“유강 씨, 걱정 마세요, 제가 상대할게요.”유진우는 무심하게 말했다.“진우 씨, 무리
“놔... 놔줘 ...”용 관장은 계속 발버둥을 치며 얼굴이 빨개졌다.지금 그는 충격은 물론이고 마음속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컸다.그는 자신의 무술로 작은 강능에서 종횡무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본투비 레벨의 무사를 만난 것이다.나이 이십 대에 본투비 레벨이 됐다는 건 남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건데 오늘 여기에 나타났다.“젠장! 이 녀석이 이렇게 강하다고? 관장도 상대가 안 된다니?!”무관의 제자들도 두려움에 떨었고 얼굴에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 가득했는데 일부 제자들은 아예 도망가기도 했다.“용 관장, 당신 제자들 믿을 놈 하나도 없네.”유진우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너 ... 너 대체 누구야?”용 관장은 핏줄이 튀어나올 듯이 이를 갈았다.벗어나려고 했지만 조금도 힘을 쓸 수 없었다.“내가 누구인지는 신경 끄고 돌아가서 강천호에게 전해. 내일 강향란을 사과하러 보내라고 해, 안 그러면 내가 직접 찾아갈 거라고!”유진우는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용 관장의 복부를 매섭게 찔렀다.‘퍽'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용 관장은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해냈다.몸의 기운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단전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수련을 모두 잃었다.“너 ... 감히 내 무술을 없앤 거야?”용 관장은 충격과 공포에 눈이 휘둥그레졌다.“당연하지. 아니면 저녁이라도 사줘야 해?”유진우는 한 손을 휘두르며 용 관장을 몇 미터 밖으로 던져버렸다.“관장님!”이 모습을 본 남은 몇 안 되는 제자들이 서둘러 용 관장을 일으켜 세웠다.그들의 얼굴에는 슬픔과 분노가 가득했지만 아무도 감히 앞으로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오늘은 내가 졌어.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당하지만은 않을 거야. 나중에 보자.”용 관장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고 제자 몇 명과 함께 처참하게 자리를 떴다.“진우 씨, 정말 용 관장을 쓰러뜨렸어요?”유강은 여전히 충격에 휩싸인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았다.“용 관장은 저의 상대가 안 된다고 얘기했잖아요.”유진우는 빙긋이 웃
한편 천호 병원의 한 사무실 안에서.강천호가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똑, 똑, 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들어와요.”강천호가 천천히 눈을 뜨자 심각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방민철을 보았다.“무슨 일이야?”그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표정이었다.“천호 씨, 방금 들었는데 어젯밤에 용 관장이 크게 다쳤대.”방민철이 말했다.“뭐? 용 관장이 다쳤다고? 누구 짓이야?”강천호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유진우야!”방민철은 심각한 얼굴로 계속했다.“유진우를 잡으려고 용 관장이 직접 나갔는데 처참하게 졌어.”“유진우? 그 녀석이 정말 그렇게 강해?”강천호는 눈살을 찌푸렸다.용 관장은 그의 오른팔이었고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맞설 상대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그의 이름만 듣고도 무서워할 정도였다.평소 까다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나서서 쉽게 해결해 줬던 고수가 유진우한테 패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천호 씨, 어젯밤 유진우가 용 관장한테 전달하라고 한 말이 있대.”방민철이 말하다가 멈칫했다.“무슨 말인데?”“오늘 향란이를 사과하러 보내라고 했대, 아니면 직접 찾아올 거라고.”“흠! 이 새끼가 감히 날 협박해? 배짱이 대단하네!”강천호는 너무 화가 나서 식탁을 내리쳤다. 강씨 집안 사람을 두들겨 패고 나서 또 사과하러 오라고?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행위였다!“천호 씨, 진정해. 그놈이 쉬운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일단 당분간 부딪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방민철이 충고했다.“그냥 놔두라고?”강천호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물론 안 되지!”방민철이 머리를 저었다.“유진우의 무공은 강력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경솔하고 무모한 일반인일 뿐이야. 우린 그냥 우리의 세력으로 그를 제압하면 되는 거야.”“계속해.”강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우리가 개발한 백령환은 여러 세력들이 모두 탐내는 약이야. 그중에는 조씨 가문도 있지. 우리는 이 부분을 이용하여 조씨 가문이 우리와 협조하
“고칠 수 없다고?”강천호는 얼굴을 깊게 찡그리며 말했다.“그럼 유진우 그 자식만이 내 딸을 살릴 수 있다는 거야?”“결자해지라고 점혈을 한 사람을 찾아야 해요.”의사가 말했다.“그 자식 정말 악랄하네. 이런 얄팍한 수법을 쓰다니!”강천호는 사나운 눈빛을 하고 이를 악물었다.“천호 씨, 이제 어떡해?”방민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조선미에 대한 뇌물 공작은 실패했고 용 관장은 중상을 입었다.강약 작전을 모두 해봤지만 유진우를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강향란의 목숨이 유진우한테 달려 있다는 것이다.지금 상황으로선 다른 무슨 대책이 있다고 해도 움직일 수 없었다.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강천호는 겨우 입을 열었다.“그 자식한테 전화해! 협상해야지!”“그래!”방민철은 망설임 없이 서둘러 유진우의 전화번호를 찾아서 발신한 후 강천호에게 넘겼다.“여보세요, 누구세요?”유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나 강천호.”강천호는 화를 참으며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너 내 딸한테 무슨 짓 한 거야?”“아 ... 강천호 대표님이세요. 점혈법을 말씀하시는 거면 제가 한 거 맞아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너 정말 배짱이 크구나! 감히 내 딸에게 손을 대?!”강천호는 이를 갈았다.“따님께서 무슨 짓을 했는지 먼저 물어보시죠. 사람을 그 정도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제가 왜 그렇게까지 하겠어요?”유진우는 무심하게 말했다.“흠! 너랑 얘기하기도 싫으니까! 당장 내 딸 몸에 점혈을 풀어!”강천호가 명령조로 말했다.“그냥 풀어주라고요? 그렇게 쉽게 풀어줄 수는 없죠.”유진우가 웃으며 말했다.“나랑 거래를 하자는 건가? 그래 좋아. 내 딸을 살려주면 앞으로 너한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하지.”“허 ... 그걸 로요?”“그리고 이씨 가문의 금지령도 바로 해제해 주지.”“강 대표님, 감이 많이 떨어지시네요. 제가 원하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닙니다.”“그럼 원하는 게 뭔데?”“아주 간단합니다. 따님의 사과요
“그만해!”장경화가 호통치며 소란을 피우자 이 어르신이 소리쳤다.“지금은 책임을 추궁을 할 때가 아니야, 어려운 일이 생겼으니 서로 도와서 난관을 헤쳐 나가야지, 여기서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야!”“말은 쉽죠. 강씨 가문에서 내린 금지령이라고요. 며칠 안에 우리는 파산할 거고 그러면 우린 강능에서 더 이상 못 살아요.”장경화는 분노했다.“맞아요! 유진우가 사고만 치지 않았어도 우리 가문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예요.”이현도 덧붙였다.“진우 씨, 어떻게 된 거야? 설명 좀 해봐”이청아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그를 도와주고 싶었다.“강향란이 너무 제멋대로 날뛰어서 한바탕 훈계했을 뿐이야.”유진우는 부인하지 않았다.“모두 들었죠. 사람을 때린 것도 사고를 친 사람도 유진우에요. 우리 가문이 금지령을 당하고 망하는 건 이 자식 때문이라고요.”장경화는 더욱 격렬하게 소리쳤다.“유진우! 이 재수 없는 놈아!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큰 피해를 입었으니 오늘 당장 해명해!”“내 생각엔 그냥 묶어서 강씨 집안에 넘겨 강 대표의 분노를 풀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여러 의견들이 난발하며 심지어 누군가는 유진우를 묶으려고 하였다.“진우 씨, 너무 충동적이었어! 강향란을 왜 때렸어?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는 알고 있지?”이청아는 눈썹에 주름을 잡았다.“그러니까 너의 말은 네가 맞고 굴욕당하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었어야 한다는 거야?”유진우의 표정은 차가웠다.장경화와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지만 이청아가 자신을 탓하는 건 너무 실망이었다.“그게 아니고, 내가 말하려는 건 무슨 일을 하기 전에 그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야. 지금 너 때문에 우리도 그렇고 너 자신도 곤경에 처했잖아.”이청아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난 너희들처럼 그렇게 많은 걸 생각 안 해. 단지 은혜든 원한이든 있으면 반드시 갚는 것뿐이야.”유진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다들 들었지! 이 자식은 뉘우칠 줄도 모르
“어?!”무릎을 꿇고 있는 강씨 일가를 바라보던 이씨네 사람들은 바로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하나둘씩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늘 높고 위압적이었던 강씨 일가가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었다.오늘 왜 이러는 거지?약을 잘못 먹었나?“무슨 일이야? 강씨 집안에서 보복하러 온 거 아니야? 왜 다들 무릎을 꿇은 거야?”“강씨 집안에서 지금 무슨 꿍꿍이야? 다른 음모가 있는 건 아니겠지?”“일이 이상하게 꼬이는데? 더 큰 계략을 꾸미는 거 아닐까?”무릎을 꿇은 강씨 가족을 바라보며 이씨 가족은 조금도 기쁘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극도로 겁에 질려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두려움에 다리의 힘이 풀려 똑바로 서있지도 못했다.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위풍당당하던 대 가문에서 그들한테 왜 무릎을 꿇었을까?이런 상황은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이청아 씨, 정말 죄송합니다.”“어젯밤에는 우리가 잘못했기에, 오늘 우리 아가씨가 직접 찾아와서 사과를 드리오니 이청아 씨가 용서해 주셨으면 합니다.”강 집사가 앞장서서 말을 마친 후 직접 허리를 굽히고 진지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이청아 씨, 용서해 주세요!”뒤에 있던 강씨 가족 기타 일행들도 기존에 중요하게 여기던 체면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땅바닥에 머리를 숙였다.이 장면은 이씨 가족을 다시 한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이건 사실이다! 강씨 가족이 지금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일까?“강 집사님, 왜 이러세요?”병상에 누워있던 이청아가 드디어 더 이상 침착하지 못하고 바로 일어섰다.‘화를 내야 하는 거 아니었나? 왜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거지?’“우리 강씨 가문은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막 나가는 가문 아닙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를 해야죠. 이청아 씨, 용서해 주십시오.”강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았다.“강 집사님, 무슨 말씀이세요? 빨리 일어나세요! 어제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데 저희가 어찌
강향란 일행이 떠난 후.이씨 가족은 여전히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천하의 강향란이 그렇게 맞고도 주동적으로 사과를 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이건 정말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오늘 강씨네 가족 왜 저래요? 저렇게 겸손하다니?”“그러게, 나 꼬집어 봤는데 꿈이 아닌 건 확실해.”“설마 강향란이 양심의 가책을 받아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하러 왔다고?”“말도 안 돼! 강씨네 집안에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다고?”이씨네 사람들은 서로들 한마디씩 하며 의논을 하고 있었다.“설마 유진우 때문은 아니겠죠?”단소홍의 얼굴에는 의심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어젯밤 사람을 때린 것부터 시작해서 유진우는 평소와 사뭇 다른 침착함을 보였었다.마치 모든 것이 자기 손안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상황 파악이 안 되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꿰뚫고 있거나, 둘 중 하나다.하지만 유진우가 사촌 언니와 결혼한 3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없었기 때문에 유진우가 강씨 가문을 굴복 시켰다는 건 믿을 수가 없었다.모두가 의아해 할 때 잘 차려입고 풍채가 좋은 여호준이 갑자기 들어왔다.“어? 다들 계셨군요, 마침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강씨 가문에서 금지령을 해제했어요!”여호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 그렇구나! 호준아 아까 그것도 다 너 때문인 거지?”장경화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갑자기 눈빛이 반짝거렸다.“맞아요! 호준 형이 있다는 걸 깜빡했네요!”이현도 바로 반응했다.“그런 거죠. 강씨 집안에서 사과한 건 다 호준 씨 덕분이네요!”“그래요! 호준 씨 아니면 누가 이런 능력이 있겠어요!”이 순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궁금증이 풀렸다는 표정을 지었다.강씨 가문에서 사과를 한 이유는 바로 여호준이 압력을 넣어서 그런 것이라고 확신했다.“왜 들 그러세요? 방금 무슨 일 있었어요?”여호준은 조금 의아했다. 여기저기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들으니 아무리 재치 있는 여호준이라 할지언정 어리둥절했다.“호준아 숨기지 마, 네가 한 거
“나?”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단소홍한테 쏟아졌다. 그냥 옆에서 재미나 보려고 했는데 불통이 자기한테 넘어올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소홍아, 뭘 봤는지 숨기지 말고 말해.”장경화가 말했다.“그래, 소홍아 이놈의 거짓말을 밝혀내야지.”모두들 외쳤다.“그게 ...”단소홍은 말하려다가 더듬거렸다.이런 반응에 사람들은 다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특히 여호준은 심장이 북 치듯 뛰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아까 유진우가 진실을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이미 충분히 겁이 났었기 때문이다.만약 단소홍마저 정말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서 거짓말이 밝혀지면 체면이 크게 구겨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단소홍, 어제 일은 네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모두에게 진실을 말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진우 씨! 그만해, 너의 체면을 생각해.”이청아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소홍아, 이모가 있으니 겁내지 말고 네가 알고 있는 걸 다 얘기해.”장경화는 지켜줄 거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젯밤 ...”단소홍은 몇 초간 망설이더니 갑자기 눈빛이 굳어졌다.“어젯밤에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아무것도 몰라요, 제가 아는 건 유진우가 강향란 씨를 때렸다는 것뿐이에요!”이 말이 나오자 유진우는 순간 저도 모르게 멍해졌다.단소홍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의로 사실을 왜곡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유진우 들었지? 이게 진실이야! 이제 또 뭐라고 할 건데?”장경화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유진우, 넌 감사해할 줄도 모를뿐더러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이야!”사람들은 경멸과 야유를 표하며 고개를 저었다.이제 증거가 분명해졌으니 어떤 궤변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하 ...”이청아는 실망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몇 번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유진우는 여전히 고집불통이었고, 그녀가 분명히 기회를 줬는데 스스로 사서 고생을 한다고 생각했다.“유진우 씨, 저는 분명히 당신한테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저를 모독하는 거예요? 다행히 소홍 씨가 정직한 사람이어서
“응?”유진우의 시선이 느껴지자 문관옥은 밀려오는 불안함에 눈꺼풀이 떨렸다.조금 전, 백호랑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그는 이미 단약을 삼켜 빠르게 상처를 치유하는 동시에 체력 역시 회복하고 있었다.몇 분 정도 지나자 상처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금세 사라졌고 체력도 빠르게 돌아왔다.그 반면, 유진우는 계속 이어지는 전투에 엄청난 체력을 소모했을 것이다.이제 역전된 기세에 문관옥은 어쩌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생각이 들자 문관옥은 더 자신감을 얻었다.물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공격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겁한 방식일지라도 단독으로 모든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나았다.“영웅 여러분, 유진우의 기력이 거의 다 소진되었을 겁니다. 우리 다 같이 힘을 합치기만 한다면 분명 죽일 수 있을 겁니다.”문관옥이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에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진우의 모습은 문관옥의 말처럼 체력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유진우에게 무모하게 덤비는 것은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백호랑이 데리고 온 군사들의 시신은 아직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 광경은 피로 새겨진 교훈이었다. 그 누가 감히 선뜻 나설 수 있을까?“오늘의 임무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리스크가 있어야만 성공이 따르는 겁니다. 저놈만 죽이면 여러분들은 평생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습니다!”문관옥이 차분한 말투로 사람들을 유혹했다.그 말에 사람들의 눈빛이 이글거리기 시작하더니 각자의 얼굴에 의욕이 넘쳤다.유진우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결국은 혼자일 뿐이었고 방금 몇 차례의 전투를 통해 체력도 많이 소모되었을 것이다.그들이 힘을 모아 공격하기만 한다면 승산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죽는 게 무섭지 않다면, 어디 한 번 앞으로 나와 봐.”유진우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자 사람들은 놀란 기색으로 뒷걸음질 쳤다.조금 전의 혈투를 똑똑히 목격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려움으
“윽...”그때 문관옥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갑자기 피를 내뿜었다.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는 손에 든 빙화검을 바닥에 꽂아 가늘게 떨리는 몸을 지탱했다.마지막 공격에서 문관옥이 크게 다친 것이 분명했다.“뭐라고요?”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경악했다.다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 없어 하는 모습이었다.‘문관옥이 졌다고? 말도 안 돼!’문관옥은 4대 군신들의 우두머리였고 전쟁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싸워왔었다.방금 공격에서 보여준 건 대 마스터가 되어야만 쓸만한 기술들이었다.‘그런 고수가 어떻게 질 수 있어? 유진우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문관옥도 이길 수 없을 만큼?’“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문관옥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그가 전력을 쓴 공격도 쉽게 막아냈으니 말이다.문관옥은 유진우를 쉽게 죽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쳐버렸다.‘정말 말도 안 돼!’‘어떻게 된 거지? 유진우는 분명 사라진 지 10년이나 지났어. 서경왕부의 도움이 없는데 어떻게 이 정도로 강한 실력을 갖춘 거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야?’“내가 실력을 숨긴 게 아니라 네가 너무 약한 거야. 제대로 된 싸움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할 만큼.”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문관옥은 이를 악물고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피를 뿜었다.“4대 도련님 중에서 네가 최약체 아니야?”유진우가 말했다.실력으로만 봐서는 천하회의 한비영이 문관옥보다 훨씬 나았다.“날 너무 업신여기는 거 아니야?”화가 난 문관옥이 명령했다.“백호랑! 내 명을 들어. 당장 이놈을 죽여!”“돌진!”명령을 받은 백호랑들은 칼을 들고 유진우를 향해 돌진했다.이 백호랑들은 모두 문관옥이 정성껏 길러낸 호위무사들로 충성심이 강할 뿐만 아니라 실력도 강했다.물론 그도 백호랑이 정말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공격하라고 명령한 건 시간을 끌면서 유진우의 기력을 소모하기 위해서였다.이번 작전에 참여한 세력들은
“대 마스터...문 도련님의 한 방은 분명 대 마스터에 버금 가는 실력입니다!”채지웅은 그를 올려다보며 놀라움이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그는 유진우도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문관옥이 더 강할 줄은 몰랐다.‘마스터의 경지로 대 마스터의 실력을 발휘하다니... 말도 안 돼. 역시 천교는 다르다는 건가?’“이런 기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온 세상에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노윤하는 입을 딱 벌린 채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고수라고 생각했지만 문관옥 같은 고수 앞에서 자기는 정말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너무 대단하시네요. 제 실력이 문 도련님 절반이라도 됐으면 얼마나 좋을까요...”사호문 제자들도 깜짝 놀랐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경외심을 느꼈고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관옥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인제야 그들은 마침내 천교가 어떤 사람인지 깊이 깨달았다.“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문관옥이 칼을 휘두르는 걸 보면서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저 살짝 스텝을 밟고는 칼을 들어 앞으로 찌를 뿐이었다.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지만 화려한 테크닉도 없는 그저 단순한 공격이었다.그러나 문관옥이 들고 있는 거대한 칼날에 비하면 유진우는 코끼리 앞에 선 개미처럼 작고 약해 보였다. 입김만 불어도 부서질 듯이 말이다.“죽어!”유진우가 정면으로 맞서자 문관옥은 칼을 든 손에 힘을 더 세게 주었다. 그리고는 양손에 칼을 꼭 쥐고 아래로 내리쳤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의 칼끝이 무관옥의 칼날을 정확하게 찔렀다.순간, 공포스러운 파동이 하늘 높이 치밀어 오르더니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에 있던 꽃과 나무는 온데간데없이 증발해 버렸고 바닥마저도 한층 벗겨져 버렸다.관전하는 무사들도 쓰러져서 곤두박질쳤다.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서야 무사들이 바닥에서 일어났다. 저 멀리에 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겼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구덩이 안에는 흑백의 그림자로 보이는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흰색은 유진우였고 검은색은
문관옥의 맹렬한 기세에 유진우는 그저 검으로 막아내기만 했다. 그리고는 그저 문관옥이 마음껏 공격하게 내버려두었다.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눈에는 문관옥이 계속 유진우를 누르고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보였다.계속해서 공격한다면 문관옥이 곧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문 도련님께서 익힌 기술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공격하면 할수록 위력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이 싸움을 보니 유장혁이 더 이상 당해 내지 못할 것 같네요...”“천재라고 하길래 뭐 얼마나 대단하나 했는데... 결국 문 도련님 같은 천교를 당해낼 수 없잖아요!”“문 도련님 파이팅입니다! 유진우를 죽여버려요!”기세등등하게 공격을 이어 나가는 문관옥을 보며 그들은 놀라워 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일부 사호문 제자들은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죽여라! 죽여라!”문관옥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손에 든 칼을 점점 더 빨리 휘둘렀다. 그러면서 기세도 점점 더 거세졌다. 그의 공격은 마치 바람에 소나기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유장혁, 아까는 그렇게 건방지더니... 왜 지금은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막지만 말고 반격해 봐! 공격해 보라고!”“왜 방어만 하고 있어?”“설마 두려운 건 아니겠지?”“전에는 그렇게 멋있고 대단하던 사람이었잖아. 지금은? 겨우 내 공격을 버티고 있는 주제에!”“그러면서도 천재라고? 웃기지도 않아!”“너한테 그럴 자격 따위 없어!”“어때? 내 실력이 느껴져? 많이 무섭지? 절망적이지?”“안타깝지만 오늘은 아무도 널 구해줄 수 없어!”문관옥은 공격하면서도 계속 비아냥거리는 말을 해댔고 유진우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려 했다.하지만 그의 꼼수에 유진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사실 그는 문관옥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문관옥은 대단하지만 유진우보다는 약했다.다른 조직이 아닌 호룡각이었기에 유진우는 겨우 이 정도의 사람들만 보냈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래서 그는 분명 다른 고수
문관옥의 무기는 빙화검이라는 칼이었는데 전설적인 3대 검 중 하나였다.이 칼은 위력이 셀 뿐 아니라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때론 한기가 엄습하고 때론 화염이 치솟는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두 속성 모두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실력이 강할 수록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문관옥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빙화검을 칼집에서 꺼냈 다.뜨거운 붉은 불꽃이 순식간에 칼날 전체를 뒤덮었다. 불길이 마치 짐승처럼 포효하는 듯했고 칼날이 지나가는 곳마다 땅의 화초들이 검게 타들어갔다.“화염 첫 번째 기술!”문관옥이 손목을 살짝 움직이더니 화염을 내뿜는 긴 칼을 높이 쳐들고 허공을 가르며 유진우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굉음이 울려퍼졌다.화염에 휩싸인 긴 칼이 갑자기 폭발하여 거대한 칼날이 허공에 떠서 형성되었다.칼자루는 길이가 십여미터쯤 돼 보였고 너비는 3미터 쯤인 것 같았다. 주위에는 불꽃이 감돌며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언뜻 보기에는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칼날이 유진우을 향해 이렇게 무겁게 내리꽂히는 듯했다.“너무 무서운데요? 이게 문 도련님의 실력이였군요. 역시 강하세요.”“맞아요, 역시 도련님이세요. 거의 마스터 수준아닌가요?”“문 도련님 같은 분만이 유진우와 겨룰 수 있죠.”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칼날을 보고 있자니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을 나타냈다.비교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었지만 경원종 고수들의 공격과 비교해 보면 문관옥의 공격은 차원이 달랐다.이게 바로 일반 고수들과 천교의 차이였다.“검!”유진우가 이렇게 말하자 땅에 떨어졌던 청하검이 그대로 10여 미터 거리를 날아오더니 유진우의 손에 쏙 들어왔다.유진우는 한 손으로 검을 들고 머리 위에 꽂혀지는 불꽃을 살짝 건드렸다.그러자 하얀 빛이 순식간에 검을 뚫고 나와 빙화검의 불꽃에 세게 부딪쳤다.쿵하는 큰 소리와 함께 두 칼날이 마주쳤다. 그 찰나, 땅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에너지가 충돌 지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휘몰아쳤다.지나가는 곳마다 온통 난장판이었
펑!여기저기로부터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위력이 넘치는 번개들은 유진우의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 속에 빨려 들어갔고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칼날은 전부 터져버려 모양을 유지할 수 없었으며 날카로운 얼음덩이들은 순식간에 물로 녹아버렸다.경원종의 모든 공격은 전부 무력화 되고 말았다.그뿐만 아니라 비연교 제자들의 암기들도 반사되어 공중에서 비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려오며 사방에서 땡그랑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이럴 수가.”오행 진법이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채지웅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소스라치게 놀란 얼굴로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경원종의 다른 고수들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금방 젖먹던 힘까지 짜내서 한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으니 현재 기진맥진한 그들은 독 안에 든 쥐와 다름이 없었다.“도망가야 해! 얼른 도망가야 해!”노윤하가 소리를 지르며 허겁지겁 줄행랑을 놓았다.유진우의 손바닥 그림자에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것 같은 강렬한 위기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그의 공격은 일반 마스터가 다다를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유진우는 이미 대 마스터의 문턱을 밟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펑!흰색의 손바닥 그림자가 곧장 따라와 사방을 휩쓸자 미처 피하지 못한 경원종의 고수들은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가까이에 있던 사호문 제자들은 상황파악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뒤에 숨어서 암기를 날리던 비연교 제자들도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유진우가 만들어낸 커다란 손바닥 그림자는 도살장의 분쇄기처럼 그곳에 남아있는 적들을 하늘나라로 보내버렸다.지금 이곳은 지옥이 다름없었다.이곳저곳에서 피가 튕기고 산산조각이 난 시체들이 떠다녔다.바닥이 새빨간 피에 물들여져 피로 된 길고 긴 길을 만들어냈다.손바닥 그림자가 유유히 사라지자 이상한 침묵이 흘렀다.경원종에서는 채지웅 혼자 살아남고 전멸했다.채지웅은 바닥에
전에는 경원종이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했지만 방금 경원종 고수가 쓰는 진법을 보고 나서야 그들은 비로소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경원종이 명불허전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채 종주님, 경원종의 오행 진법을 보니까 정말 눈이 번쩍 트이네요. 우리가 도울 필요도 없어 보여요. 경원종 혼자서도 유진우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노윤하는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와 채지웅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공로를 빼앗을 수 있을꺼 생각했었는데 사호문 문주가 죽고 나니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유진우도 정말 대단하긴 해요. 오행 진법을 쓰지 않았더라면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채지웅은 두 손을 짊어지고 고개를 살짝 쳐들었다.“물론입니다. 그래도 오행 진법에 의해서 죽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만할 수 있어요. 그만큼 그자가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는 의미니까요.”도금칼과 이화검 모두 유진우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오행 진법이 변화무쌍한 진법이어서 다행이었다. 하늘과 땅의 힘을 빌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채 종주님, 공로를 세우셨으니 돌아가시면 반드시 큰 상을 받게 될 겁니다. 그때 가서도 저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노윤하가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노 교주님 걱정 마세요. 저희 경원종이 상을 받게 된다면 비연교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채지웅은 들뜬 마음으로 직접 다짐했다.“채 종주님께 감사드립니다.”노윤하가 공손하게 말했다.두 사람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돌멩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돌멩이들은 온 지면을 뒤덮으며 굉음을 냈다.순간, 산더미처럼 쌓인 돌덩어리가 폭발하는 것이었다.누군가가 돌멩이들 사이로 날아올라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었다.그는 수십 미터 상공으로 날아오르고 나서야 다시 천천히 바닥에 착지했다.아니나 다를까 흙을 헤치고 나온 유진우였다.“뭐? 안 죽었다고?”조금도 다치지
하늘에서 떨어지는 다섯 자루의 검을 보면서도 유진우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살짝 들어 올려 위로 치켜올릴 뿐이었다.쾅!강력한 에너지가 손바닥에서 폭발하더니 빠른 속도로 그 이화검들을 삼켜버렸다.펑!다섯 발의 폭음과 함께 다섯 개의 이화검이 폭죽처럼 동시에 터지며 하늘의 불꽃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갔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채지웅이 깜짝 놀라면서 중얼거렸다.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워했다. 이화검의 순발력과 파괴력은 도금칼보다 훨씬 뛰어난 데다가 그들은 방금까지 전력을 다해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의 예상대로 유진우가 이 살인을 막아냈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이화검의 공격도 손쉽게 피했으니 말이다.그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계속해! 마법진 변경!”채지웅은 깜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오행 진법은 변화무쌍하여 7가지 공격방법이 있었다. 이화검도 안 되면 또 다른 공격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그는 유진우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약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곤지함!”채지웅은 손목을 바들바들 떨면서 황토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바닥으로 내리쳤다.나머지 고수들도 그를 따라서 부적을 바닥에 내던졌다.펑!황토색 부적 다섯 장이 땅에 떨어지면서 폭발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진우가 서 있는 지면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 주위 10미터 반경의 땅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더니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다.유진우는 반응할 틈도 없이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곤산붕!”그 순간, 채지웅은 즉시 진법을 바꿔버렸다.그는 방금 생긴 깊은 웅덩이를 빠른 속도로 메꿔버렸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유진우는 완전히 생매장당했다.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며 진법으로 큰 바위들을 옮겨와서 유진우가 생매장된 곳을 막아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바위는 산처럼 쌓여버렸다.생매장된 유
독성을 가지고 았는 다트는 마치 비 내리듯 끝없이 유진우를 향해 쏟아졌다.순식간에 유진우가 모두의 타깃으로 되었다.“마법진!”다트들이 떨어지려고 할 때 채지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그 후 경원종 고수들은 몇 명이 즉시 뿔뿔이 흩어져 유진우 곁에 원 모양으로 둘러섰다.그들 손에는 어느새 금색 부적 한 장이 들려 있었다.“도금칼!”채지웅은 명령과 함께 손에 든 금색 부적을 내던졌다.유진우를 에워싸고 있던 나머지 경원종 고수들도 즉시 부적을 내던졌다.다섯 장의 부적이 유진우를 향해갔다.곧이어 기괴한 장면이 발생했다.하늘하늘하던 부적에서 순간 빛이 크게 번지더니 다섯 자루의 거대한 금색 칼로 변해 유진우를 찌르려 하는 것이었다.그 칼은 아주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으며 파괴력이 강해 보였다.무도 마스터라도 감히 정면으로 맞서지 못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칼이었다.그리고 이 마법진은 경원종의 오행 진법으로 변화무쌍한 데다가 위력이 무궁무진한 진법이었다.또 다섯 사람이 힘을 합쳤기에 실력이 배로 늘어났을 것이었다.죽음에 가까워진 상황이 아니면 결코 쉽게 쓰지 않는 진법이었다.하지만 유진우를 죽이기 위해 경원종은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질질 끌지 않고 한 방에 죽여버릴 생각이었다.“고작 이것밖에 못 하나요?”다섯 자루의 금빛 검을 본 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안색을 바꾸지 않고 발을 한 번 굴렀다.흰색 진기가 몸에서 터져 나와 타원형의 보호막을 만들어 주었다.그 보호막은 유진우를 감싸고 있었다.철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다섯 자루의 금빛 검이 유진우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 검들이 순식간에 부서지더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결국 유진우는 털끝만큼도 다치지 않았다.“응”채지웅은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오행 진법의 도금칼은 날카롭기로 유명한 무기였다.하지만 유진우의 보호막조차 뚫지 못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마법진 변경!”채지웅은 주저하지 않고 즉시 경원종 고수를 지휘하여 진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