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 씨,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 선미 씨.”“...”침묵도 잠시 연회장 전체가 시끌벅적해졌다. 남자든 여자든 전부 우르르 몰려가 조선미에게 인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전부 명성과 위세가 대단한 사람이거나 그룹의 임원이어서 조선미의 신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선미에게 잘 보이려고 일부러 온 사람도 있었다.“이러실 필요 없어요. 편히 즐기세요.”사람들의 아부에도 조선미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차분했다.조선미는 누군가를 찾는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렸다.“선배님, 저분이 바로 조선미 씨예요?”유성신은 몰래 조선미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맞는 것 같아. 조선미 씨 말고 저런 미모를 가진 여자가 어디 있겠어.”유강청의 두 눈이 다 반짝였다.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심장도 쿵쾅거렸다.그동안 미녀를 많이 봤지만 이 정도의 절세미인은 처음이었다. 유강청은 그제야 첫눈에 반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완전히 깨달았다. 만약 이런 완벽한 여자와 결혼할 수 있다면 10년 적게 산다고 해도 아쉽지 않을 것 같았다.“역시 연지 랭킹 3위인 미녀는 명불허전이네요.”유성신도 조선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같은 여자지만 너무도 다른 레벨이라 질투할 생각도 없었고 그저 놀라움과 부러움뿐이었다.“응?”그때 사람들의 아부를 받던 조선미는 누군가를 보고 활짝 웃더니 한곳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얼굴에 나타난 기쁨을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선배님, 얼른 봐요. 선미 씨 지금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요. 설마 선배님한테 오고 있는 건 아니겠죠?”조선미가 다가오자 유성신은 흥분하면서도 긴장했다.“나한테? 그럴 리가.”유강청은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조금 전까지 자신만만하던 유강청은 조선미의 실물을 본 후 겁이 나면서 주눅이 들었다. 이런 여자는 너무 완벽해서 하늘의 천사 같았고 감히 건드릴 수조차 없었다.“왜 그럴 리가 없어요? 여기 우리밖에 없는데 선배님이 아니면 누굴 보고 오겠어요?”유성신이 부
“여보!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사람들의 경악한 눈빛 속에 조선미는 유진우의 품에 와락 안겼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친밀하고 다정했다. 두 사람의 대담한 스킨십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특히 유강청과 유성신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된 거야? 우미 그룹 회장님이자 연지 랭킹 3위인 절세미인, 그리고 국공의 외손녀가 빈털터리한테 먼저 달려가 안겼다고? 이게 말이 돼?’“...”유강청의 손이 여전히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유진우와 조선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얼굴에 나타났던 미소가 완전히 굳어졌고 충격에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유진우가 아까 했던 말이 다 사실이었어? 절세미인인 선미 씨가 진짜 유진우의 여자라고? 대체 어떻게? 무명인인 유진우는 기껏해야 싸움이나 좀 할 줄 알고 의술을 알고 있을 뿐인데... 연경에 이런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아. 근데 왜? 유진우가 뭔데 선미 씨의 마음을 얻어? 얼굴이 잘생기고 젊고 재능이 넘치는 난 선미 씨를 쳐다볼 자격도 없는데. 대체 왜?’“말... 말도 안 돼요. 저 자식이 어떻게 선미 씨랑 아는 사이예요? 대체 무슨 재주로 저런 엄청난 여자를 얻은 거죠?”유성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유진우는 그저 돈을 벌러 연경에 온 촌놈일 뿐이었다.배경과 능력 그리고 인맥도 없는 유진우는 늘 밑바닥 신세라 평생 출세할 기회도 없는 게 정상이었다. 심지어 유성신을 넘볼 자격도 없는데 국공의 외손녀를 얻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두 사람의 조합은 미녀와 야수 조합보다도 더 어이가 없었다.“여보, 나 오늘 어때요? 예뻐요? 당신 만나려고 엄청 신경 써서 준비했어요.”조선미는 두 손으로 유진우의 허리를 감싸 안고 고개를 들어 유진우의 잘생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에 기쁨이 가득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수군거렸다.“유진우라는 분 뭐 하는 분이야? 왜 들어본 적이 없지? 우리 연경에 저런 젊은 인재가 있었어?”“이상하네. 내가 나름 그래도 인맥이 넓어서 아는 사람이 많은데도 저런 분을 들어본 적이 없어.”“그렇다면 그냥 무명인이란 말이야? 선미 씨는 왜 저런 사람을 골랐대?”“허우대는 멀쩡해 보이는데 여자 잘 꼬시는 기생오라비인가 보지, 뭐.”“...”직위가 높은 사람들은 저마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류층의 사람들은 소식이 아주 빨랐다. 그런데도 유진우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걸 보면 명문가 출신이 아닌 게 분명했다.하지만 사람들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늘 남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던 조선미가 왜 이런 보잘것없는 남자를 만나는지.진심으로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그냥 잠깐 흔들린 걸까?“유진우 씨군요. 존함은 익히 들었습니다.”그때 한 뚱뚱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웃으며 인사했다.“전 퀸즈 호텔의 대표 정문호입니다. 늘 존경하던 유진우 씨를 오늘 이렇게 만나서 정말 영광입니다.”“안녕하세요, 대표님.”유진우도 미소로 답했다. 인사치레로 한 말인 건 알지만 그래도 듣기에 기분이 좋았다.퀸즈 호텔을 세우고 또 잘나가는 호텔로 키운 걸 보면 정문호도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안녕하세요. 전 덕고 그룹 회장 장현동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안녕하세요, 진우 씨. 전 성위군의 부장군 황종우입니다. 앞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절 찾으셔도 됩니다. 무조건 걱정 없이 지내게 도와드리겠습니다.”“안녕하세요, 진우 씨...”정문호가 먼저 나서서 인사하자 점점 더 많은 거물들이 나서서 인사하며 아부했다. 그들에게는 유진우가 누구인지, 신분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설령 보잘것없는 개미라고 해도 조선미의 중시를 받은 사람이니 웃는 얼굴로 깍듯하게 대해야 했다. 이게 바로 현실이었다.조선미 덕에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유진우는 현장의 모든 관심을 받았고 사람들도 아부하느라 여념
군복 차림의 남자가 나타나자마자 연회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도 본 듯 본능적으로 길을 터주었다.눈앞의 남자는 성격이 사납고 막무가내였으며 변덕스러운 것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게다가 배경까지 있어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다.평소 그를 만난다면 최대한 멀리 피하는 게 답이었다.“선배님, 방금 들어온 사람 누구예요?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닌데요?”유성신은 놀랍고도 궁금했다.홀로 현장 전체를 압도했다는 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뜻했다.“만약 내가 본 게 맞다면 아마 최씨 가문의 최웅일 거야.”유강청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최웅? 4대 악당 중 하나인 최웅?”유성신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맞아. 그 사람이야.”유강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어 몰래 힐끗거리기만 했다.최씨 가문은 내성의 왕족이었고 진씨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힘이 엄청났으며 권력도 하늘을 찔렀다.그리고 최웅은 최씨 가문의 많은 청년 인재 중에서 손꼽히는 존재였다. 강한 배경이 있을 뿐만 아니라 능력도 뛰어나서 젊은 나이에 벌써 장군이 되었다. 정말 앞날이 창창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도 유일한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성격이 사납고 거칠어서 사고를 자주 친다는 것이었다. 하여 명성이 별로 좋지 않았고 악당이라는 별명도 붙었다.“이상하네요. 저런 악당이 왜 왔죠? 표정도 살벌한데 설마 소란 피우러 온 건 아니겠죠?”유성신은 겁에 질려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연경에 4대 악당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악명이 자자했다. 그들의 이름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최웅이 바로 4대 악당 중 한 사람이었다.“소란까지 피우진 않을 거야. 최웅이 선미 씨한테 첫눈에 반했다고 들었어. 오늘은 아마 그냥 인사하러 온 것 같아.”유강청이 생각하면서 말했다.“잠깐만요!”유성신은 문득 뭔가 떠오른 듯했다.“만약 최웅이 선미 씨를 좋아한다면 유진우랑 연적이 되는 거네요?”“오? 그게 또 그렇게 되네?”
최웅은 손을 들어 그녀를 때릴 것처럼 하다가 다시 꾹 참았다. 그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꺼리는 게 없었더라면 진작 강제로 잠자리를 갖고도 남았을 것이다.“인마, 너 누구야? 누군데 감히 내 여자를 빼앗아? 죽고 싶어?”최웅은 유진우를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조선미를 건드릴 순 없었지만 기생오라비 하나 처리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권력이 대단한 사람이거나 4대 왕족만 아니면 함부로 손에 쥐고 흔들 수 있었다.“남한테 누군지 묻기 전에 자기소개부터 해야지. 그건 가장 기본적인 예의야.”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흥! 내 이름 알고 싶어? 그래. 그럼 알려줄게.”최웅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살벌하게 말했다.“귀를 가다듬고 똑바로 들어. 내가 바로 왕족인 최씨 가문의 최웅 장군이야. 사람들이 날 블랙 토네이도라고 부르더라고.”“그래? 그런데 뭐?”유진우의 표정은 여전히 무덤덤했다.“그런데 뭐?”예상치 못한 유진우의 대답에 최웅이 살짝 멈칫했다. 일반인이 그의 이름을 듣는다면 놀라서 다리에 힘이 다 풀릴 정도였다. 그런데 유진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여 제대로 말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 것이었다.“인마, 왕족인 최씨 가문을 몰라?”최웅이 실눈을 뜨고 물었다.“알아.”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장군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최웅이 또 물었다.“알아.”유진우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내 신분도 알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면서도 전혀 두렵지 않다는 거야?”최웅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왜 두려워해야 하는데?”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배운 것도 재주도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 그냥 쪽수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그의 말에 현장 전체가 떠들썩해졌다.“대박.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대놓고 최웅을 도발해? 죽고 싶어서 저러나?”“젊어서 그런가, 제 주제를 모르네. 감히 악당을 건드리다니.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나 봐.”“최웅이 화를 내면 여긴 피바다가 돼. 저
최웅의 웃음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처음엔 작게 시작했다가 점점 더 크고 방자해졌다.주변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었다. 최웅의 변덕스러운 성격은 유명했고, 특히 그의 차가운 웃음소리는 항상 피 흘리는 사태의 전조였다.“이 녀석, 정말 대단한 배짱이군!”웃음을 그친 최웅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몇 년 동안 아무도 감히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못했어. 배운 게 없다고? 쓸모없는 놈이라고? 좋아... 아주 좋아! 그 말 때문에 오늘 넌 죽어야겠어!”그의 손이 허리의 총으로 향했다.조선미가 앞을 가로막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최웅! 함부로 하지 마! 유진우는 내 남자야. 그를 해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뭐라고?” 최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선미, 네가 뭐라고 했는지 알기나 해? 이런 꼬맹이 때문에 나와 맞서겠다는 거야?”“맞서면 어때? 네가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나 보지?”최웅의 악명은 작은 문중의 자제들이나 겁주는 데나 쓸모 있을 뿐이었다. 조선미를 겁주기엔 한참 모자랐다.“흥! 넌 여자니까 봐주겠다.” 최웅은 이를 갈며 유진우를 노려봤다. “이봐, 꼬맹아! 그렇게 대단하다며? 여자 뒤에 숨어서 뭘 하겠다는 거야? 용기 있으면 나랑 일대일로 붙어보자고!”“너 같은 놈이랑 싸울 가치도 없어.” 유진우가 냉담하게 대꾸했다.“뭐라고? 감히 날 무시해?” 최웅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난 사품 장군이야! 문무를 겸비했다고! 넌 뭐라고?”“사품 장군이면 뭐? 네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건 전부 최씨 가문의 덕분 아니야? 그게 아니었다면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유진우는 비웃었다. 그는 최웅 같은 철없는 자제들을 많이 봐왔다. 가문의 힘을 믿고 작은 관직에 올라 잘난 체하지만, 실상은 한낱 주정뱅이에 불과했다.“이 개자식! 싸울 용기나 있어?” 최웅이 분노에 차 소리쳤다. “겁나면 당장 무릎 꿇고 머리 조아리면서 네가 겁쟁이라고 인정해!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지!”“네가 그렇게
이런 행동에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일었다.“저 녀석 정말 대단한 배짱이군. 감히 무대에 올라 싸움을 받아들이다니? 최웅은 실전 경험 많은 무장인데, 저런 사람과 결투하는 건 불나방이 불에 뛰어드는 꼴 아닌가?”“미인을 위해 목숨 걸겠다는 건 가상하지만, 결국 자초한 고생일 뿐이야.”“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해. 얌전히 기생 오라비 노릇이나 하면 될 것을, 굳이 허세 부리다 다치면 후회해도 소용없을 텐데.”하객들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 눈에는 유진우의 행동이 자멸하는 것으로 보였다. 조선미의 보호를 받으며 조금만 굽혀도 아무 일 없었을 텐데, 체면 때문에 굳이 최웅과 정면 대결을 하려 든 것이다. 이제 와서는 물러설 수도 없고, 목숨까지 위험할 지경이었다.“흥! 정말 어리석군. 조선미 씨 뒤에 숨어있으면 편할 텐데, 꼭 폼 잡더니 이제 어쩌려고?” 유강청이 냉소를 지었다.“무모하기 짝이 없어! 주먹질 좀 한다고 사품 무장과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 정말 자살 행위야!” 유성신이 고소해하며 말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무대에 오른 유진우를 마치 죽은 사람 보듯 했다. 조선미가 유진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부러워하고 질투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곧 죽을 사람이니까.“이봐, 마지막 기회를 줄게. 내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조선미에게서 떨어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지!”무대 위에서 최웅이 손을 등 뒤로 하고 서서 냉정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했다.“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내 여자를 건드리지 마. 안 그러면 네 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때릴 거야.” 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이 개자식! 죽어봐야 정신 차리겠군! 죽어라!”최웅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는 발을 박차고 화살처럼 튀어나가 유진우의 얼굴을 향해 무시무시한 주먹을 날렸다. 이 한 방은 위력이 대단해 바위도 깰 수 있을 정도였다. 군대에서 무예 시범을 할 때마다 그는 항상
“아?”개가 똥을 먹듯이 얼굴을 바닥에 처박은 최웅을 보고 관중들은 어리둥절해졌다. 누구도 방금 전까지 위풍당당하고 거만하던 최웅이 갑자기 이렇게 넘어질 줄은 몰랐다.최웅의 악명은 높았지만,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4품 장군이 되고 ‘마왕’이라 불릴 정도면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최웅의 실력이라면 열 명, 백 명을 상대해도 문제없을 터였다.그런데 이렇게 명성 높은 장군이 개가 똥 먹듯 넘어지다니, 정말 창피한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위풍당당한 이미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뭐지? 최웅이 왜 갑자기 넘어진 거야?”유강청이 눈을 크게 뜨고 어리둥절해했다. 두 사람의 동작이 너무 빨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우연이야... 분명 우연일 거야!”유성신이 깊은 숨을 들이쉬며 스스로를 달랬다. 유진우 같은 녀석이 어떻게 장군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방금 건 순전히 우연일 뿐이라고.무대 위에서 넘어진 최웅은 잠시 멍해 있다가 몇 초 후에야 재빨리 일어났다. 그의 모습은 흙투성이에 코가 찌그러지고 콧물이 흘러내려 하얀 셔츠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푸하하!”무대 아래에서 조선미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한 마디에 연쇄 반응이 일어나 여기저기서 부적절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대한 억누르려 했지만 웃음소리는 이곳저곳에서 계속 들려왔다.“닥쳐! 웃지 마! 모두 입 다물어!”최웅은 즉시 자극을 받아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누구든 또 웃으면 그 집안을 몰살시키겠다!”이 말에 모든 소리가 뚝 그쳤다.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방금 전까지 웃었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최웅이 얼마나 원한을 갚는 데 집착하고 잔인한지 잠시 잊었던 것이다. 그를 건드리는 것은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일이었다.“젠장!”최웅은 코피를 닦으며 다시 유진우를 향해 살기 어린 눈빛을 보내며 소리쳤다. “이 개자식! 감히 나를 조롱해? 네 놈을 박살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