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행동에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일었다.“저 녀석 정말 대단한 배짱이군. 감히 무대에 올라 싸움을 받아들이다니? 최웅은 실전 경험 많은 무장인데, 저런 사람과 결투하는 건 불나방이 불에 뛰어드는 꼴 아닌가?”“미인을 위해 목숨 걸겠다는 건 가상하지만, 결국 자초한 고생일 뿐이야.”“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해. 얌전히 기생 오라비 노릇이나 하면 될 것을, 굳이 허세 부리다 다치면 후회해도 소용없을 텐데.”하객들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들 눈에는 유진우의 행동이 자멸하는 것으로 보였다. 조선미의 보호를 받으며 조금만 굽혀도 아무 일 없었을 텐데, 체면 때문에 굳이 최웅과 정면 대결을 하려 든 것이다. 이제 와서는 물러설 수도 없고, 목숨까지 위험할 지경이었다.“흥! 정말 어리석군. 조선미 씨 뒤에 숨어있으면 편할 텐데, 꼭 폼 잡더니 이제 어쩌려고?” 유강청이 냉소를 지었다.“무모하기 짝이 없어! 주먹질 좀 한다고 사품 무장과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봐? 정말 자살 행위야!” 유성신이 고소해하며 말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무대에 오른 유진우를 마치 죽은 사람 보듯 했다. 조선미가 유진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는 부러워하고 질투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곧 죽을 사람이니까.“이봐, 마지막 기회를 줄게. 내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빌고 조선미에게서 떨어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주지!”무대 위에서 최웅이 손을 등 뒤로 하고 서서 냉정한 표정으로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했다.“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내 여자를 건드리지 마. 안 그러면 네 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때릴 거야.” 유진우가 담담히 말했다.“이 개자식! 죽어봐야 정신 차리겠군! 죽어라!”최웅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그는 발을 박차고 화살처럼 튀어나가 유진우의 얼굴을 향해 무시무시한 주먹을 날렸다. 이 한 방은 위력이 대단해 바위도 깰 수 있을 정도였다. 군대에서 무예 시범을 할 때마다 그는 항상
“아?”개가 똥을 먹듯이 얼굴을 바닥에 처박은 최웅을 보고 관중들은 어리둥절해졌다. 누구도 방금 전까지 위풍당당하고 거만하던 최웅이 갑자기 이렇게 넘어질 줄은 몰랐다.최웅의 악명은 높았지만,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4품 장군이 되고 ‘마왕’이라 불릴 정도면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최웅의 실력이라면 열 명, 백 명을 상대해도 문제없을 터였다.그런데 이렇게 명성 높은 장군이 개가 똥 먹듯 넘어지다니, 정말 창피한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위풍당당한 이미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뭐지? 최웅이 왜 갑자기 넘어진 거야?”유강청이 눈을 크게 뜨고 어리둥절해했다. 두 사람의 동작이 너무 빨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우연이야... 분명 우연일 거야!”유성신이 깊은 숨을 들이쉬며 스스로를 달랬다. 유진우 같은 녀석이 어떻게 장군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방금 건 순전히 우연일 뿐이라고.무대 위에서 넘어진 최웅은 잠시 멍해 있다가 몇 초 후에야 재빨리 일어났다. 그의 모습은 흙투성이에 코가 찌그러지고 콧물이 흘러내려 하얀 셔츠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푸하하!”무대 아래에서 조선미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한 마디에 연쇄 반응이 일어나 여기저기서 부적절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대한 억누르려 했지만 웃음소리는 이곳저곳에서 계속 들려왔다.“닥쳐! 웃지 마! 모두 입 다물어!”최웅은 즉시 자극을 받아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누구든 또 웃으면 그 집안을 몰살시키겠다!”이 말에 모든 소리가 뚝 그쳤다.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방금 전까지 웃었던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최웅이 얼마나 원한을 갚는 데 집착하고 잔인한지 잠시 잊었던 것이다. 그를 건드리는 것은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일이었다.“젠장!”최웅은 코피를 닦으며 다시 유진우를 향해 살기 어린 눈빛을 보내며 소리쳤다. “이 개자식! 감히 나를 조롱해? 네 놈을 박살내주마!”
유진우는 이미 충분히 참아왔다. 계속 손을 쓰지 않고 최웅이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계속 공격해 오는 걸 보니, 양쪽의 실력 차이를 제대로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유진우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단순하고 과감하게 주먹을 날렸다.쾅!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방금 전까지 산을 뒤집을 듯 위협적이던 최웅의 주먹 그림자들이 유진우의 한 방에 산산조각 났다. 튕겨 나온 기운에 최웅은 몇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고, 일어날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퍽!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최웅은 피를 토했고 얼굴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온몸의 뼈가 부서진 듯 아파 힘을 쓸 수 없었고, 몸을 뒤집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뭐라고?!”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 자지러졌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최웅이 필살기를 쓰자 모두들 유진우가 죽을 줄 알았다. 하지만 누구도 유진우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단 한 방으로 최씨 가문의 절학을 무너뜨리고 최웅을 날려버리다니, 완전히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 실력이 정말 무서웠다.“내가 잘못 본 건가? 최웅이 정말 졌어? 그것도 이렇게 처참하게?”“4품 장군이 기생 오라비한테 졌다니, 말해도 믿을 사람이 있겠어?”“세상에! 요즘 기생 오라비들이 다 이렇게 강해? 너무 심하잖아?”처참한 모습의 최웅을 보며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처음엔 유진우를 그저 여자에 기대 사는 기생 오라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을 줄이야. 한 방에 장군 최웅을 제압하다니,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어... 어떻게 이럴 수가? 저 자식이 무슨 실력으로 최웅을 이겼단 말이야?”유강청과 유성신은 얼굴이 굳어버린 채 충격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반전은 마치 큰 망치로 두 사람의 가슴을 내리친 듯했다. 그들은 유진우가 패배하고 망신당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기를 바랐다. 하지만 뜻밖에도 유진우는 멀쩡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연속으로 여러 발을 쏘고도 빗나간 최웅은 눈앞이 아찔했다. 10미터 밖에 있던 유진우가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났으니, 그 속도가 믿기지 않았다.“네가... 죽고 싶은 모양이군!”귓가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최웅의 얼굴색이 변했다. 다시 총을 들어 쏘려 했지만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유진우가 그의 손목을 잡아 세게 쥐었다.우두둑!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최웅의 손목이 꺾이고 총을 쥔 손가락에서 힘이 빠졌다.“악!”잠시 멍해있다가 최웅은 곧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비명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유진우의 주먹이 그의 배를 강타했다.퍽!피를 토하며 최웅은 마치 포탄처럼 날아가 10여 미터 떨어진 벽에 ‘쿵’ 하고 부딪쳤다. 벽에 금이 가고 최웅은 흙덩이처럼 바닥으로 미끄러져 내렸다.그의 머리가 축 늘어지고 코와 입에서 피가 흘렀다. 온몸의 뼈가 얼마나 부러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단 한 방에 최웅은 폐인이 되어버렸다.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놀라 말을 잃었다. 최웅이 총을 뽑아 기습한 순간부터 유진우가 반격하고 최웅을 제압하기까지, 모든 일이 너무나 빠르게 일어났다. 불과 2-3초 만에 끝나버려서 참석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비겁한 짓이군. 기습이라니, 고작 이 정도밖에 안 되나?”유진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다가가 발로 최웅의 가슴을 밟았다.“네 녀석... 콜록!”최웅이 뭔가 말하려다 또다시 피를 토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고, 심장은 엄청난 압박을 받아 유진우가 조금만 더 힘을 주면 터질 것 같았다.“그만!”이때 유강청이 갑자기 나서며 소리쳤다. “이봐! 유진우! 정말 대단한 배짱이구나! 어서 최 도련님을 놓아!”“뭐야? 참견하고 싶은 거야?”유진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유강청은 움츠러들며 왠지 모르게 불안해졌다.하지만 자신의 영화와 부귀를 생각하고 최씨 가문라는 큰 나무에 기댈 기회를 떠올리자, 그는 이를 악물고 용기를 내어 몇 걸음 더 앞으로 나왔다.“유진우! 너무
죽음의 공포가 순식간에 온몸을 덮쳤다.“제... 제발 죽이지 마... 오늘 일은 오해였어.” 최웅이 쉰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이 순간, 그는 정말로 겁에 질렸다. 죽음이 눈앞에 닥치자 신분이나 지위, 자존심 같은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살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었다. 그에겐 아직 누리지 못한 아름다운 인생과 영화가 남아있었다. 굳이 목숨을 걸 이유가 없었다.“최 도련님! 걱정 마세요. 이 자는 감히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거예요. 그저 협박하는 것뿐이에요!” 유성신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협박이라고?” 최웅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내 가슴이 으스러질 것 같은데 이게 협박이라고?’“최 도련님! 조금만 버티세요. 제가 이미 사람들을 불렀어요. 지원군만 오면 유진우 녀석은 도망갈 수 없을 거예요!” 유성신이 계속해서 격려했다.‘아 씨X! 제발 입 좀 다물어!’최웅은 속으로 분노했다. 자신의 목숨이 유진우의 손아귀에 있는데, 이 시점에 상대방을 자극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몸을 움직일 힘만 있었다면 유성신의 머리통을 ‘탕탕’ 두들겨 패고 싶었다.‘네가 무슨 격려야, 이런 협박으로 내가 더 빨리 죽기를 바라는 거냐?’“형님, 우리 싸워봐야 알게 되는 사이잖아요. 절 놓아주시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하죠. 어떠세요?” 최웅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널 놓아준다면 넌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걸?” 유진우가 냉담하게 대꾸했다.“아... 아닙니다...” 최웅이 연신 고개를 저었다. “맹세코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네가 날 추궁하지 않더라도 내가 너를 추궁할 거다.” 유진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 여자를 건드리고 그렇게 오만방자하게 굴더니, 이제 와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빠져나가려고? 그렇게 쉽진 않을 걸.”“그럼 어쩌자는 거죠?” 최웅이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첫째, 공개 사과. 둘째, 다시는 내 여자를 괴롭히지 말 것. 셋째, 내 정신적 피해
“헉... 헉...”최웅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온몸에 식은땀을 흘렸다. 죽을 고비를 넘긴 듯한 기분이었다. 꿈에도 상상 못했다. 조선미 옆에 있던 기생 오라비가 이렇게 강할 줄이야. 게다가 대담하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며, 최씨 가문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다. 과연 무지한 건방짐일까, 아니면 두려울 게 없어서일까?“최 도련님, 괜찮으세요?” 이때 유강청과 유성신이 용기를 내어 다가와 안부를 물으며 충성심을 표했다. 유진우에게 호통 친 것도 결국 최웅의 환심을 사려는 거 아니었나. 이 기회에 그의 심복이 되어 상류 사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면, 출세 길은 눈앞에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최 도련님, 아까 그자를 전혀 두려워하실 필요 없었어요. 끝까지 맞서셨어야 해요. 그자가 감히 도련님을 어쩌겠어요!” 유성신이 턱으로 유진우를 가리키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보기에 상대는 순전히 남의 위세를 빌린 것뿐이었다. 어지간히 정신이 나간 사람이 아니고서야 누가 감히 최씨 가문의 위엄에 도전하겠는가.“최웅, 네가 불복한다면 한 번 더 해볼 수 있다.” 유진우가 무표정하게 말했다.“해보다간 죽을 걸!” 유성신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최 도련님! 곧 지원군이 도착할 거예요. 도련님 말씀 한마디면, 제가 저자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네 이 X, 닥쳐!” 최웅은 이를 갈며 유성신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유성신은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뒷걸음질 치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코가 으스러지고 앞니가 부러진 채 피를 흘리며 어지러워하는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실 최웅이 온 힘을 다하지 않았다면, 이 주먹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최, 최 도련님... 왜 저를 때리시는 거죠?” 유성신은 코와 입을 감싸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도움을 주려 했을 뿐인데, 어째서 이유 없이 주먹을 맞은 건지.옆에 있던 유강청 역시 놀란
정말로 전무후무한 일이었다.“...”유강청과 유성신은 서로를 바라보며 똥 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필사적으로 환심을 사려 했던 최웅이 이렇게 쫄보일 줄이야. 그저 기생 오라비 하나의 위협에 겁먹고 대중 앞에서 사과하다니. 정말 격이 떨어졌다! 무슨 악동이래봤자 고작 이 정도였나.조선미는 조용히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역시 자기 남자는 강력했다. 저런 철없는 도련님들을 절대 봐주지 않았다.“내 정신적 피해 보상은 어떻게 할 거지?” 유진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얼마면 되겠나?”최웅이 물었다.“최씨 가문이 돈이 부족하진 않을 테니, 그냥 3-5억 정도면 되겠지?” 유진우가 무심하게 말했다.“뭐라고? 3-5억? 강도야?” 유성신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유진우! 너무하는 거 아냐?” 유강청이 얼굴을 찌푸렸다.이 자식, 미쳤나? 최웅을 때린 것도 모자라 돈까지 요구하다니. 게다가 단숨에 3-5억을 말하다니, 중요한 건 털 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거다.완전 터무니없는 요구였다!“뭐? 적다고? 그럼 몇 억 더 추가하지.” 유진우가 바로 가격을 올렸다.“네 이..!” 유성신이 막 욕을 하려다 최웅의 매서운 눈빛에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입과 코를 가린 채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돈 마련할 시간을 좀 줘. 내일 이 시간에 한 푼도 빠짐없이 갚겠다.” 최웅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유진우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약속한 거다.”최웅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젠장, 정말 억울했다. 이런 모욕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빨리! 여길 포위해!” 그때, 누군가의 고함 소리와 함께 중무장한 군인들이 갑자기 기세등등하게 들이닥쳤다. 연회장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선두에 선 사람은 40-50대의 중년 남자로, 군복을 입고 있었다. 체격이 우람했고 위엄이 넘쳤다. 어깨의 계급장을 보니 최웅보다 높은 계급이었다.“최씨 가문의 최성!”중년 남자를 보자 장내에서 놀란 목
짝! 갑작스러운 따귀에 최웅은 순간 멍해졌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다른 사람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최성 어르신이 최웅을 돕기 위해 온 게 아니었나? 어째서 만나자마자 조카를 때리는 거지?“삼촌, 왜 저를 때리시는 거예요?” 최웅은 따가운 뺨을 감싸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밖에서는 악동이었지만, 최성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나 다름없었다.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모두 오촌 삼촌의 덕분이었으니까.“흥! 내가 왜 너를 때렸는지 네가 모르겠냐?”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 밖에서 네가 사람을 때리고, 말썽을 피우고, 제멋대로 굴어도 상관없다. 뭘 하든 최씨 가문이 뒤처리를 해줄 테니까. 하지만 단 한 가지, 싸움에서 지면 안 된다고!” “우리 최씨 가문은 겁쟁이나 약자를 키우지 않아. 네가 사품 장무장군이면서 기생 오라비 하나 못 이기다니, 정말 최씨 가문의 망신이구나!”“네 말이 맞나? 맞지?”마지막엔 최성이 거의 고함을 질렀다.“저는...” 최웅은 말문이 막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최씨 가문은 대대로 군인 집안이었다. 대를 이어 명장을 배출했고, 집안에서도 무예를 숭상했다. 최씨 가문의 자제들은 어릴 때부터 불문율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싸움만큼은 져서는 안 된다는 것. 밖에서 싸움에 져 돌아오면 집에서 또 맞았다.“쓸모없는 놈! 돌아가면 군장 80대를 맞고, 종가 사당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 꿇고 있어라!” 최성이 호통을 쳤다.“네...” 최웅은 고개를 숙인 채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노발대발하는 최성을 보며 연회장의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기묘한 눈빛을 교환했다. 최씨 가문의 교육 방식이 참으로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보통 가문들은 젊은 후손들에게 밖에서 말썽 피우지 말라고 단속하는데, 최씨 가문는 정반대였다. 단속은커녕 오히려 말썽을 부추기면서도 단 한 가지, 밖에서 싸워 지지 말라는 요구만 했다. 최씨 가문의 이름을 약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었다.이러니 최웅
진이수의 갑작스러운 적대적 태도에 유진우는 잠시 당황하며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초면이고 아무런 악연도 없는 상황인데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일까?’ “진 대장님, 우리가 전에 만난 적 있나요?” 유진우는 가볍게 물으며 손을 천천히 내렸다. “만난 적 없는데요.” 진이수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유진우가 되물었다. “저는 그저 청성 씨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진이수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 “죽음의 사막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서 들어간 사람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거의 없어요. 강한 실력과 전문적인 지식, 경험이 없다면 일반적인 사람은 하루도 살아남지 못해요. 청성 씨가 저를 고용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청성 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죠. 그런데 당신은 전문적인 경호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이기 때문에 당신의 능력이 의심되네요. 사막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청성 씨가 오히려 당신에게 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돼요.” 진이수의 말은 매우 직설적이고 거칠었다. “진 대장님, 청성 씨가 저를 데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단지 길을 안내하는 것뿐이에요. 위험을 피하고 그것만 잘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저를 평가할 권리는 없습니다. 제가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유진우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는 성격이 온화한 편이지만 이처럼 자신을 함부로 평가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을 받는 일도 적당히 해야죠. 이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렇게 대충할 수 없어요.” 진이수는 여전히 진지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이청성을 향했다. “청성 씨, 이 일과 관련된 뛰어난 경호원을 몇 명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저를 믿으신다면 그들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물론 비용이 더 들겠지만요.” “진 대장님, 그 마음은 고맙지만 저는 유진우의 능력을 믿습니다. 그가 있기 때문에 제 안전은 문제가 없을 거예요.” 이청성은
차량은 일정한 속도로 순조롭게 달렸다. 결국, 그들은 다음 날 오전에 죽음의 사막의 가장자리 지역에 도착했다. 사막의 가장자리에는 크지 않은 마을이 하나 있었다. 약 500-600가구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마을에는 여관, 주유소, 마트 등이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탐험대들에게 이 마을은 중요한 보급소로 위험한 순간에 생명의 은인이 되기도 한다. 사막에 들어가기 전이나 사막을 빠져나오는 이들은 모두 이 마을에 잠시 머물며 정보를 얻고 물자도 보충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막으로 물자를 운반하기 어려운 탓에 마을의 물가가 외부보다 몇 배나 비쌌다는 것이다. 이청성의 차량 행렬은 마을에 들어가 ‘희망의 집’이라는 이름의 여관 앞에 멈췄다. 이 여관은 원래 초등학교 건물을 개조한 곳으로 방이 아주 많아 100명 넘게 수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청성 씨, 도착했습니다.” 차량이 멈추고 한 명의 용병 옷을 입은 남자가 이청성의 차 창문을 두드렸다. 그 남자는 30대 중반의 키 큰 남자였고 황색 군복을 입고 가죽 부츠를 신고 있었다. 강한 인상의 얼굴을 지닌 그 남자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느낌을 주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진이수, 탐험대의 대장이며 죽음의 사막에 두 번 들어가 성공적으로 살아 돌아온 경험이 있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이청성은 그에게 큰돈을 주고 가이드를 맡겼다. 이번 탐험도 그가 이끌게 되었다. “진 대장님, 이곳이 바로 사막의 마을인가요?” 이청성은 차 문을 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건물은 낮고 허름해 보였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오랜 세월 닳고 닳아 마을은 전반적으로 허술하고 거칠게 보였다. 하지만 ‘희망의 집’이라는 여관은 예외였다. 깨끗하고 정돈된 모습이었다. 자주 청소하는 듯했다. “맞습니다. 반경 100리 내에 이 마을 하나뿐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가까워서 ‘사막의 마을’이라 불리죠.” 진이수는 미소 지으며 설명했다. “이
왕부에 돌아온 유진우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두 통의 편지를 썼다. 하나는 유만수의 서재에 두었고 다른 하나는 유천우의 침실에 놓았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사실 떠나기 전에 그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였다. 유진우는 감정적인 문제를 잘 처리하지 못했다. 때로는 침묵 속에서 떠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일 때가 있었다. 황혼이 내려앉을 무렵, 유진우는 이청성의 차에 몸을 싣고 서남의 사막으로 향했다. 서남에서 가장 거대한 사막은 ‘죽음의 사막'이라고 불린다. 이 사막은 환경이 극도로 험하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잘못 들어가면 거의 죽음을 면치 못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론 죽음의 사막은 위험하지만 그 안에는 보물도 숨겨져 있고 금광도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수많은 탐험대가 생명을 걸고 사막에 들어가 운을 시험하려 한다. 운이 좋으면 보물을 발견해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고 만다. 과장하지 않고 말하자면 매년 수백 명이 보물을 찾아 사막에 들어가다가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런데도 죽음의 사막에는 끝없이 많은 탐험대가 몰려든다. ‘사람은 재물을 위해 죽고 새는 먹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처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전히 일확천금을 꿈꾸며 사막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청성은 당연히 죽음의 사막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그녀는 그 신비로운 오아시스를 찾기 위해 죽음의 사막에서 탐험했던 경험이 있는 전문 탐험대에게 큰돈을 지급해 길잡이를 맡겼다. 자신의 호위대와 합쳐 총 100명 이상의 인원과 30대가 넘는 차량이 함께 떠났다. 그중 절반 이상은 물자를 실은 차량이었다. 음식, 물, 나침반, 통신 장비, 응급처치 키트, 자외선 차단복, 구조 도구 등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청성은 부족함 없이 모든 물품을 준비했다. 밤이 깊어졌다. 차량 행렬은 계속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유진우는 자리에 기대어 창밖으로 달빛을 바라보며 얼굴에 어떤 감정도 드러내
점심을 먹고 난 후, 유진우는 갑자기 이청성의 전화를 받았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상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만날 장소는 성서의 옛 저택으로 정했다. 성서에 있는 그 오래된 집은 유진우가 이미 구매해 놓은 곳으로 주로 밀사 훈련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전에 소현무에게 피해를 보았던 여자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서경의 밀사 대열에 합류했다. 그들의 큰 뜻은 다시는 자신들처럼 고통을 겪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깊은 뜻에 유진우는 존경을 표했으며 그들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손도운의 훈련을 거친 그 여자들은 이제 입문 단계에 있지만 진짜 임무를 수행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의 연습이 필요했다. 유진우는 그들이 평생 임무를 수행할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그것은 곧 모든 것이 평화롭다는 의미였다. 밀사들은 잠재적인 위협이 있을 때만 활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그들은 거의 죽을 각오로 임무를 수행한다. 30분 후, 유진우는 성서의 오래된 집에 도착해 회의실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청성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이청성은 푸른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면사포와 모자로 가리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몸매만 봐도 여전히 매우 유혹적이었다. 특히 그녀에게서 풍기는 신비롭고도 매혹적인 기운은 마치 타고난 매력처럼 사람들을 쉽게 끌어당기는 느낌을 주었다. “왔어요?” 이청성은 직접 유진우에게 차를 따라 주었다. “공주마마, 갑자기 절 찾으시다니, 무슨 일로 저를 부르신 겁니까?” 유진우는 태연하게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우리 이렇게 친해졌는데 공주마마라 부르는 게 좀 어색하지 않나요? 다른 호칭을 쓰는 건 어때요?” 이청성은 미소를 머금은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뭐라 부르면 되나요? 아가씨? 아니면 여사님?” 유진우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이, 그런 거 말고 그냥 청성 씨라고 불러도 되잖아요. 왜 그렇게 격식을 차려요?” 이청성은
원인은 간단했다. 유진우는 배신자를 극도로 혐오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적인 자들은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했다. 반란을 일으킨 다섯 명을 처형한 후, 그들을 따랐던 고급 장교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처분이 내려졌다. 강등될 자는 강등되고 포섭할 자는 포섭하며 감옥에 가야 할 자들은 감옥에 보냈다. 구체적인 처분은 자발적인 배신이었는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에 따라 달라졌다. 유진우는 반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홍복홍에게 유만군의 한 부대를 이끌고 보물 지도의 위치를 따라 호룡각의 보물 창고를 찾아가도록 지시했다.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호룡각에도 고수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대 마스터인 홍복홍 앞에서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손쉽게 호룡각의 잔당을 소탕하고 보물 창고에 있던 모든 재물을 회수해 왔다. 사철수의 말이 사실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보물 창고 안에는 재물이 그야말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서경 왕부에서 동원한 수백 대의 대형 트럭과 수만 명의 인력을 총동원해야만 창고를 완전히 비울 수 있었다. 그 모든 재물의 양과 가치는 어마어마해서 가늠조차 하기 어려웠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이 보물만으로 서경의 향후 20년 군자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창고 하나만으로 이 정도라면 남은 세 개의 보물 창고까지 합치면 그야말로 나라를 사고도 남을 부가 될 것이었다. 보물을 가져온 뒤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바로 공로를 논하고 상을 주는 일이었다. 남방의 세 명의 제후인 회음 제후 은성종, 평양 제후 장범규, 선평 제후 주한휘는 모두 큰 공을 세운 자들이었기에 마땅한 보상을 받았다. 그들의 휘하에 있던 장군과 병사들도 저마다 공훈에 따라 상을 받았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어느덧 사흘이 지나 있었다. 3일 후, 정오. 유진우가 식사하던 중 홍복홍이 갑작스레 찾아왔다. 그의 손에는 나무 상자가 들려 있었다. “세자 전하, 아뢸 일이 있습니다.” 홍복홍은 몸을 숙이며 최대한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
“됐어, 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방에 들어가서 쉬어.”유만수는 피곤한 얼굴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유만수가 유진우한테 왕위를 계승해 줄 생각을 했던 건 한편으로는 유진우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죄책감 때문에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주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진우는 야망도 없고 많은 사람이 우러러보는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그러니 유만수도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다.얼마 남지 않은 삶이니 이젠 두 아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지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그 외에 일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유진우는 뭔가를 말하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진우는 아직 왕이 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확실히 아니었다.다른 사람들한테는 서경의 왕은 최고의 권세를 대표하고 무궁무진한 부귀영화를 대표하며 세계 정상에 서는 위풍을 대표하겠지만, 유진우한테 서경의 왕은 너무 무거운 자리였다.그 자리는 오르기만 하면 짊어져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더 이상 자기 자신보다 전체 서경, 더 나아가 천하의 백성을 생각해야 한다.유진우는 자신은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 이렇게 무거운 책임을 질 자신이 없었다. 유진우는 이번만큼은 그냥 이기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칠 동안 유진우는 왕부에서 시간을 보냈다.반역을 평정하는 이번 일은 호룡각을 소탕하는 것을 제외하고도 처리해야 할 사소한 일이 많았다.유만수의 건강이 좋지 않아 유진우가 그를 대신하여 일을 처리했다.먼저 유태범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문제였다. 유진우는 유태범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첫째, 병권을 반납하고 서경에 머물며 매일 개를 산책시키고 말을 타고 활을 쏘며 한가로운 귀족으로서 부귀한 삶을 누린다. 단, 어떤 세력도 있어서는 안 되며 수중의 호위대도 백 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둘째, 어느 정도의 금전을 가지고 서경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발전한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왕부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이고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리고 제가 한 약속이니 제가 지켜야죠.”유진우가 꿀물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는 보물 황옥주를 가지고 있어 용원의 기를 찾는 데 성공할 확률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그야말로 해변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그래. 그럼, 네 말대로 용원의 기는 네가 찾아봐. 그런데 문제는 그걸 찾고 난 다음에는 뭐 할래?”유만수는 되물었다.“그건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해요. 아직 그렇게 멀리까지 생각 안 해봤어요.”유진우는 고래를 저으며 말했다.“생각할 필요 없어. 내가 하라는 대로 해.”유만수는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약속을 지킨 뒤 두말 말고 다시 돌아와서 왕위를 이어받아. 뒷걱정 없이 모든 걸 다 준비해 놓을 테니까.”“말했잖아요. 저는 왕이 되고 싶지 않아요.”유천우는 단번에 거절했다.“내 아들인 네가 왕위를 이어받지 않으면 누가 이어받아? 설마 정말 천우에게 이 중책을 맡길 생각이야?”유만수는 퉁명스러운 어투로 말했다.“천우는 학문도 능하고 무술도 능한데 안 될 건 또 뭐예요?”유진우가 반박하며 물었다.“우수한 건 맞지만 천우는 대장군이 더 어울려. 서경의 왕은 아니야.”유만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서경이 세력이 크긴 하지만 내우외환이 끊지지 않고 있어. 만약 내가 죽게 된다면 많은 세력이 반드시 들고 일어날 거야. 그때가 되면 천우가 막아낼 수 있을 거 같아? 천우한테 왕위를 계승하는 건 그를 해치는 길이야.”“그럼, 저는 왜 막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예요?”유진우가 물었다.“너는 팔자가 굳세고 대운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야. 이 세상에서 너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연경에 있는 분도 같은 생각이야. 네가 서경의 왕이 된다면 전체 국면을 안정시킬 수 있어. 나중에 서경에 무슨 문제가 생기더라도 너는 그만한 중책을 다 짊어질 수 있는 사람이야.”유만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듣다 보니까 결국 저는 정세
유태범은 분한 마음에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렇다고 감히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유진우와 유천우가 거절하며 왕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왕은 그 두 사람 중에서 나와야 한다는 걸 유태범도 잘 알고 있었다.조금이라도 허튼 생각을 한다면 그의 최후도 채원진과 똑같아질 것이 뻔했다.“그만! 그만! 이 녀석들이! 왕위를 계승하라는데 무슨 처벌을 받듯이 말하고 있어? 그게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야?”두 아들의 태도에 화가 난 유만수는 욕을 퍼부었다.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왕위를 값이 없이 여기며 서로 안 한다고 싸우는 두 아들 때문에 유만수는 너무 창피했다.“저는 정말 생각이 없어요. 천우한테 물려 주세요.”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저는 왕위를 감당할 재목이 아니에요. 무조건 형을 시키세요.”유천우는 확고한 어조로 말했다.“둘 다 입 다물어!”유만수는 탁자를 세게 치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내가 결정해. 너희들이 제멋대로 이래라저래라할 일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몸만 괜찮았다면 너희들이 왕위를 이렇게 빨리 넘겨받을 수 있었을 거 같아?”유만수가 화를 내자 유천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절대 못 하겠다는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자기 생각을 밝히고 있었고 유진우는 여전히 자신과 상관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유만수는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겨우 감정을 가라앉히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말했다.“자식놈들이 모두에게 못 볼 꼴을 보여줬네요. 왕위 문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고 오늘에는 모두 즐겁게 먹고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냅시다.”“자자, 다들 마십시다.”장범규는 웃으면서 분위기를 풀었다. 그는 누가 왕위를 이어받든 상관없었다.결정은 순전히 유만수의 손에 달렸으니, 장범규는 누가 왕이 되었던 유만수의 결정을 따르고 지지할 생각이었다.방금까지 얼어있던 분위기는 금세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다만 아까와 달리 사람들은 세 부류로 나뉘어져 있었다.첫 번째 부류는 회음 제후 은성종을 필두로 유진우를
“뭐?”유진우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서로를 쳐다보며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서경의 왕위는 수많은 사람이 바라지만 누구도 얻을 수 없는 자리였다.이렇게 존귀하고 최고의 권세를 누릴 수 있는 자리를 서로 마다하는 유진우와 유천우 때문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예전에는 왕의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웠거늘, 유진우와 유천우는 완전히 반대였다.두 사람은 싸우기는커녕 오히려 서로 양보하며 왕위를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도 않았다.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런 일은 처음이라 유진우를 지지하던 사람도 유천우를 지지하던 사람도 모두 입만 벌린 채 얼어있었다.당사자를 제외한 사람들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싸우고 있는데 정작 두 형제는 서로 양보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무슨 이런 일이 다 있나 싶었다.“형, 애초에 약속했잖아요. 형이 왕이 되고 내가 장군이 돼서 형을 보좌한다고. 왜 말을 바꿔요?”유천우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언제? 난 그런 약속 한 적 없어.”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게으르기도 하고 내 마음대로 하고 사는 것에 익숙해. 구속받는 것도 싫고 부담스러워서 싫어. 그리고 너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아. 왕위는 네가 더 합당해.”“합당하기는 개뿔!”유천우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내 능력이 어느 정도 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요. 애당초 나는 왕이 될 재목이 아니에요. 하지만 형은 다르죠. 형은 모든 면에서 나보다 우수하고 형이야말로 아버지가 이루어 놓은 모든 것을 계승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후계자예요.”“천우야, 함부로 너 자신을 낮추지 마. 네가 나보다 부족한 건 아무것도 없어.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거야. 너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유진우가 말했다.“난 몰라요! 아무튼 서경의 왕은 형이 하세요!”유천우는 화가 나서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익지 않은 참외를 억지로 비틀어 따봤자 그 참외는 달지 않아. 나는 큰 포부도 없고 남을 위하는 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