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잠시는 안정을 취하셨어요. 근데 병이 어찌나 이상한지 원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달리 방법이 없어요.”유공권이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명의님들 모두 남쪽 구역에서 최고의 의사들이잖아요. 제발 다른 방법 생각해서 아버지를 치료해 주세요.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고 필요한 게 있다면 우리가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안두천이 간곡하게 부탁했다.“두천 씨, 어르신 지금 증상을 보면 사실 이건 아픈 게 아니라 살을 맞은 것 같아요.”유공권이 진지하게 말했다.“살이요?”그의 말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의사가 이런 얘기를 하니까 더 황당하게 들렸다.“명의님, 자세하게 얘기해 주세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안두천이 떠보듯 물었다.“제가 말한 살은 주술 같은 건데 저는 이런 걸 잘 모르거든요. 단지 책에서만 본 거라 그냥 추측일 뿐입니다.”유공권이 설명했다.“주술?”안두천이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일반인이 이런 얘기를 했다면 절대 믿지 않았겠지만 명성이 자자한 유공권이라면 허튼소리를 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이런 일을 그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명의님은 본 것도 많고 의술도 뛰어나서 할아버지를 살릴 방법이 있죠?”안세리가 갑자기 물었다. 두 눈이 벌겋고 촉촉한 게 방금 한바탕 운 것 같았다.“의술은 그래도 조예가 깊지만 이런 사술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유공권이 고개를 내저었다. 의술과 사술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그럼 어떡해요? 할아버지 점점 야위어지는데 이래로 갔다간 목숨이라도 위험해질까 걱정이에요.”안세리가 울먹이며 말했다.“이쪽 영역을 연구하는 사람을 알고 있어요. 그 사람이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유공권이 불쑥 말했다.“그래요? 누군데요?”안두천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누구냐면...”“당연히 나죠!”유공권이 대답하기 전에 갑자기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송영명이 검은 옷 노인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아버님, 어머님
“헉! 너무 신기한데? 종이학을 날게 하다니.”“이게 바로 현술 대가인 건가? 역시 대단하군.”“...”검은 옷 영감이 보여준 수법에 안씨 가문 사람들은 초토화가 되어버렸다.이전에 말로만 듣던 기인이 세상에 정말 존재할 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어떻습니까, 여러분? 이제 장 선생의 능력을 믿을 수 있겠죠?”송영명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역시 대가님이로군요. 오늘 직접 뵙고 나니 눈이 확 트입니다.”안두천은 순식간에 표정이 확 밝아졌고 그들을 향한 눈빛도 완전히 바뀌었다.아버지가 정말 악에 쓰인 것이라면 오직 이 기인이야말로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이 정도는 보잘것없는 재주일 뿐 언급할 가치도 없습니다.”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연 검은 옷 영감의 모습은 너무 심오한 나머지 감히 예측할 수조차 없었다.“방금 학을 통제하는 기술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장 선생의 진정한 수법은 아직 뒤에 있으니 천천히 지켜보시지요.”송영명이 내친김에 한 마디 덧붙였다.“좋습니다.”안두천이 웃음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세리야, 너무 걱정하지 마. 장 선생이 계시니 할아버지는 분명 무사하실 거야.”송영명이 빙그레 웃으며 다소 화심을 사는듯한 표정을 지었다.“흥!”그러나 안세리는 교만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홱 돌리고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송영명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갑자기 시선을 유공권에게로 돌리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명의, 방금 당신의 말에 따르면 무슨 현술의 달인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아는 그분이 장 선생보다 더 대단하단 말입니까?”구세당은 그가 오래전부터 탐내어 왔던 귀지인데 눈앞의 이 늙은이는 어찌하여 눈치도 없이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단 말인가.“그...”유공권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장 대가의 현술은 신에 이르는 경지이니 당연히 따라올 자가 없지요.”“허... 능력이 없다면 이곳에서 망신당할 짓은 하지
그 말에 송영명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고 그의 눈가에는 원망이 스쳐 갔다.“당신이 유진우였군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안두천이 고개를 끄덕였다.최근에 집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안두천도 자연히 잘 알고 있다.옥로고 비법만으로도 그가 중시하기에는 충분했다.“아버님, 어르신께서 괴질을 앓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좀 보여주시겠습니까?”유진우가 먼저 나서며 입을 열었다.“그쪽이요?”안두천이 실눈을 뜨고 그의 말에 의심을 품었다.아무리 유공권이 추천했다고는 하지만 유진우가 너무 어려서 미덥지 못한 모양이다.“유진우 씨, 당신 호의는 감사히 받을 테지만 우리는 이미 장 선생을 불렀으니 진우 씨는 이 일에서 빠져.”그때, 송자현이 불쑥 입을 열었다.“들었지? 장 대가님이 손을 쓴다는데 내 자리가 있을 것 같아?”송영명이 잇달아 냉소를 퍼부으며 비아냥거렸다.“어이, 젊은이, 여기서 사기 치지 말고 저리 비켜. 사람의 목숨이 달린 큰일이니 네 소란을 받아줄 시간이 없어.”검은 옷 노인이 정색하며 유진우를 나무랐다.“진우 씨, 됐어요.”유공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지금 무리하게 나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좋습니다. 장 선생께서 그토록 자신이 있다면 저도 더 이상 추태를 부리지 않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유진우도 더 이상 무리하지 않고 그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그가 여기에 온 것은 출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만약 장 선생이 정말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 유진우도 물러나 줄 의향이 있다.“흥! 그래도 지 주제는 잘 알고 있네.”검은 옷 노인은 유진우를 힐끗 쳐다보고는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리고 잇따라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그의 뒤를 따라 천천히 방으로 들어갔다.“이게 어찌 된 일이지?”검은 옷 노인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저도 모르게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캐물었다.“환자가 왜 묶여 있습니까? 이렇게 하면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거 알아요? 당장 풀어주세요!”“장 선생님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아버지께서 괴질에 걸리면서
“깼어요! 어르신께서 깨어나셨습니다!”“역시 현술 대가이십니다. 명불허전이시군요.”“부적 한 장으로 살기를 소멸시키다니. 기가 막히네요.”검은 옷 노인의 부적이 닿은 순간, 안용철이 눈을 뜨게 되었고 그 광경을 본 안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도 순식간에 확 밝아졌다.전에 그렇게 많은 의사가 다녀가도 속수무책이었는데 장 선생이 손을 쓰자마자 이토록 쉽게 해결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분이지.“하하하... 어떻습니까? 제가 데려온 달인분께서 여러분을 실망하게 하지 않으셨죠?”송영명이 자랑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다.“역시 장 선생님이십니다. 현술이 대단하시네요. 정말 탄복합니다!”안두천은 얼른 주먹을 모으고 절을 하며 경의를 표했다.“대가님은 정말 신이십니다.”안씨 가문 종친들도 경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검은 옷 노인의 수법은 그들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버렸다.그리고 이 기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어떤가? 자네도 승복했지?”검은 옷 노인은 경멸하듯 유진우를 힐끗 쳐다보았고 얼굴에는 약간의 오만함이 깃들어 있었다.동업자는 원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디 어중이떠중이가 감히 그의 밥그릇을 뺏으려 한단 말인가.“장 선생님,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일이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유진우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충고를 주었다.“흥! 자네는 정말 우물 안의 개구리가 따로 없군.”검은 옷 노인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자네는 부적 하나로 살기를 소멸하는 게 뭔지 알기나 해? 그리고 현술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자네가 알긴 해? 자네가... 아악--!!”그런데 그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상에 누워 있던 안용철이 갑자기 튕겨 오르더니 검은 옷 노인 등 뒤로 달려들어 그의 귀를 한입에 물고 이빨로 찢어버렸다.검은 옷 노인이 비명을 질렀고 찢어진 귀에서는 피가 흥건히 쏟아져 내렸다.“껄껄껄...”같은 시각, 안용철은 흉악하게 웃으면서 검은
그동안의 심오한 모습과는 완전히 극과 극이다.“의사! 의사는 어디 있습니까? 빨리 지혈해 주세요!”검은 옷 노인은 당황해 소리를 지르며 온몸으로 ‘죽음이 두렵다’라는 뜻을 극치로 표현했다.“그...”펄쩍펄쩍 뛰는 장 대사를 보며 안두천과 유공권 일행은 저도 모르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말로 이룰 수 없는 괴이한 표정을 지었다.뭔가 예상했던 상황이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데?장 선생의 이미지는 전부 어디로 갔단 말인가?“미쳤어 미쳤다고! 이 노인네는 정말 미쳤다니까! 사람을 보면 물고 날것 그대로 전부 씹어먹는데 왜 그를 묶어두지 않았단 말입니까? !”치료를 받던 검은 옷 노인이 버럭 화를 내며 캐물었다.“장 선생님, 전 분명 아버지께서 괴질에 걸리며 사람을 공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당황한 안두천이 조심스럽게 설명했다.“이... 이... 이게 어디 공격하는 경향입니까? 이건 분명히 사람을 잡아먹는 겁니다!”그 시각, 검은 옷 노인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그러자 안두천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몰래 그를 비웃었다.‘네놈이 주제도 모르고 멋대로 달려들었는데 그게 내 탓인가?’“큼큼, 장 선생님께서는 크게 다치셨으니 잠시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송영명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원래 장 선생을 초대한 것은 안씨 가문의 호감을 사고 두 집안의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결국, 이 사달이 났으니 인정은커녕 오히려 망신만 당하게 되었으니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흥! 재수가 없어서 원 참.”검은 옷 노인은 다른 한쪽에 앉아 의사의 붕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장 선생님, 보아하니 당신의 부적은 그다지 소용이 없어 보이는군요.”유진우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당신이 뭘 알아? 방금은 사고였어. 내일 다시 해보라고 하면 분명 문제가 없을 거다.”검은 옷 노인이 자신만만한 말투로 반박했다.“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시도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유진우가 담담하게 답했다.“건방
“찾았다고?”모든 사람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고 유진우의 손을 뚫어지라 쳐다보았고 곧 검은 비단 주머니가 매트리스 밑에서 유진우의 손에 의해 만져졌다.비단 주머니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붉은 옥패 하나가 떨어져 나왔다.옥패는 둥근 모양에 피를 연상케 하는 선홍색을 띠고 있었고 이상한 기호가 가득 새겨져 있어 다소 기괴해 보였다.“응? 이게 뭐지? 이게 왜 어르신의 침대 밑에 있는 거지?”안씨 가문 사람들은 그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볼 뿐, 아무도 영문을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이 물건은 혈심옥이라 하여 주술의 매개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유진우는 옥패를 들고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말을 이었다.“그리고 혈심옥의 형성은 시체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죠. 사람이 막 죽었을 때 옥패 하나를 입에 넣고 마지막 숨을 삼키면 옥패는 목구멍으로 떨어져 혈관으로 들어가 100년 동안 방치되며 죽은 피가 스며들고 핏줄은 옥심까지 닿아 아름다운 혈심옥을 형성합니다. 이런 종류의 보물은 매우 희귀하고 가치가 높은지라 많은 주술사가 찾는 보물이죠. 게다가 혈심옥은 그들의 수련을 도울 뿐만 아니라 주술 법의 위력을 강화할 수 있어요. 제때 발견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3일만 지나면 어르신은 정말 구제 불능이 되었을 것입니다.”이 말이 나오자 안씨 가문 사람들의 안색이 분분히 변하기 시작했다.어르신께서 일 년 내내 누워 계신 매트리스 밑에 이런 사물이 깔려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이것은 누군가가 고의로 음해한 것이 분명하다.“아버님, 어르신의 방에 들어갈 수 있으며 침대 밑에 혈심옥을 숨겨둘 정도라면 전 외부인이 할 수 없을 거라 믿습니다.”유진우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안두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이미 생각을 끝마쳤다.외부인은 할 수 없으니 내부 첩자일 수밖에 없다.그러니 이 일은 반드시 엄격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흥! 웃기고 있네. 네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누가 알겠어?”그때, 송
“맞아요! 저희 할아버지는 평소에도 자주 아프시고 매번 여러 날 동안 침대에 누워계시기도 했어요.”안세리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그래서 주술을 건 자에게 기회를 준 것입니다.”유진우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사실 어르신을 치료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 혈심옥을 버리고 마음을 안정시키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제가 방금 놓은 침이 바로 잠을 자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하죠. 그리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처방을 따로 내릴 겁니다. 그 처방대로 약을 먹으면 열흘 보름만 지나도 생기가 넘칠 거예요.”“그렇게 간단하다고? 너 지금 사기 치는 거지?”송영명이 또 의혹을 품기 시작했다.“쉽다고?”유진우가 살짝 눈썹을 치켜세웠다.“만약 이 혈심옥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르신은 아마 오래가지 못했을 텐데.”“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단지 어르신이 빨리 정신을 차리시길 바랄 뿐이야.”송자현이 말을 꺼내자 유진우가 답했다.“어르신께서는 방금 주무셨기에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소란을 피워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흥! 혼자 잘난 체는 다 하는데 우리가 왜 당신을 믿어야 하디? 우리는 지금 당장 확답을 받아야겠어. 어르신은 도대체 언제 깨어나실 수 있는 거지?”송영명이 계속하여 유진우를 몰아붙였다.“빨리 회복되면 오늘 밤은 깨어날 수 있고 늦어도 내일까지는 깨어날 수 있어.”“좋아! 그럼 하루만 더 기다리지. 만약 내일도 어르신께서 깨어나지 않으시면 당신이 어르신을 죽였다고 고소할 거야.”“마음대로 해.”송영명이 퉁명스럽게 쏘아붙였지만 유진우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 그를 상대해주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한낱 광대일 뿐 언급할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유명의, 오늘은 수고 많았네. 일단 여기서 푹 쉬고 우리 안씨 가문이 지주의 우의를 다하도록 해주게.”안두천이 빙그레 웃으며 유진우가 거절하기도 전에 손을 번쩍 들어 직접 지휘를 내렸다.“여봐라!
다행히도 안용철의 상황은 잠시 안정되었다.유진우가 마음에 걸린 것인지 안두천은 그를 만류하고 시시각각 사람을 보내 감시했다.그리고 유진우는 안세리를 따라 안씨 가문 근처 여러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안씨 가문 에서는 술집, 노래방, 호텔, 카지노 같은 많은 산업을 운영하고 있었다.반경 5㎞ 안의 모든 오락 시설은 전부 안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그렇게 놀다가 지쳐버린 안세리는 이내 유진우를 데리고 근처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했다.그런데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딩동' 하는 소리와 함께 식당 문이 열렸고 정말 질리지도 않는 것인지 송영명이 큰 꽃다발을 안고 그윽한 눈빛으로 레스토랑에 들어섰다.“흥! 여긴 어쩐 일이야?”찾아온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안세리의 예쁜 얼굴이 즉시 굳어지고 말았다.쿵!군더더기 하나 없이 무릎을 꿇은 송영명이 대뜸 사과했다.“세리야, 내가 미안해.”“어?”갑작스러운 변고로 안세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평소에 그토록 체면을 중시하고 가부장적인 송영명이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할 줄은 정말 몰랐기 때문이다.이 행동이 오히려 그녀를 당황하게 한 것이다.“너... 너 미쳤어? 뭐하고 있는 거야?”안세리는 의자를 뒤로 빼며 애써 몸을 숨겼는데 그녀는 이 상황이 정말 부끄러우면서도 화가 났다.송영명이 무릎을 꿇자 주변 손님들의 시선도 일제히 그들에게 쏠려 너무 난감했기 때문이다.“세리야, 난 진심이야.”송영명은 이내 무릎을 꿇은 채 꽃다발을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잘못한 것도 알고 네가 나를 믿기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나는 맹세코 널 깊이 사랑하고 있어. 요 며칠 난 이미 깊이 반성했고 그때의 행동을 매우 후회하고 있어. 그러니 나에게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어. 적어도 내 마음을 증명할 기회를 줘. 세리야, 난 널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하고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러니 제발, 제발 나를 용서해 줄래?”마지막 몇 마디는 진솔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