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권은 여전히 흉흉한 눈으로 유진우를 노려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일말의 실마리를 찾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러나 그는 어떠한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경계하는 말투로 물었다. “내가 왜 자네를 믿어야 하지?”“유명의, 제가 만약 복수를 하러 온 것이라면, 당신 둘을 처리하는 건 먼지 털듯 수월했을 겁니다.”유진우가 말하는 새에 손가락 사이로 튕긴 원기가 폭발하듯 뿜어나갔다.찰나에, 창가에 둔 꽃병은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어엇?”유공권은 눈꺼풀을 꿈적하더니 차츰 얼굴을 굳혔다.원기만으로 손끝 하나 대지 않은 채 꽃병을 부수다니, 무도의 고수일게, 분명하다.혹여나 살인할 마음이 있었다면, 그의 힘으로는 확실히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그러니 지금 그에게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유명의, 실례가 많았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유진우가 다시 한번 공수했다.“좋다! 자네가 은혜를 갚으러 왔다는 건 한번 믿어보겠어. 하지만 이미 늦었다네.”유공권은 자리를 비켜 병상위의 사철수를 바라보았다. “사철수는 10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여태 한 번도 일어나지 못했다네. 수없는 방법을 써봤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어.”“유명의, 제게 기회를 주십쇼. 저는 몇 가지 기문 의술을 쓸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유진우가 병상 앞에 섰다.“자네가?”유공권은 머리를 저었다. “젊은이, 내가 자네를 무시하는 게 아닐세. 사철수의 병은 절대 자네가 생각하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니네. 그자의 몸에는 강력한 원기가 도사리고 있어, 여태 풀어낼 수 없었지. 약 끊음으로 간신히 목숨만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오.”10년 전, 사철수는 심한 상처를 입어 원기를 크게 다쳤다. 그탓에 신체기능은 거의 전멸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아무리 애를 써서 목숨을 이어간다 한들, 병의 근원을 처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제일 큰 관건은 사철수의 몸 안에는 하나의 무시무시한 원기가 끊임없이 그의 칠경팔맥을 파괴하고 있
“번거롭긴 하지만 정말 치료할 수 있습니다.”유진우가 진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유명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청년, 자네가 이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내 이 구세당을 팔아도 문제없어!”유공권은 말하다 말고 화제를 돌렸다. “한데 대체 어떻게 자네가 이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단 말인가?”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 당연 허투루 모험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자신의 은인을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젊은이에게 맡길 수는 더더욱 없었다.“명의께서 사 아저씨의 몸속에 원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하셨죠. 만일 제가 그 원기를 소멸시키면 증명이 될 수 있겠습니까?” 유진우가 되물었다.“흠?”유공권은 두 눈을 부릅뜨고 엄숙히 말했다. “청년, 이 원기는 독한 패기가 가득 차서 웬만한 의술로는 해결할 수가 없어. 여기서 헛된 말 늘어놓지 말게.”‘이 원기가 그렇게 간단히 풀릴 수 있다면 지금껏 해결 못 할 리가 있나?’“평범한 의술로는 당연히 해결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의술뿐만이 아닙니다. 현술도 있죠!”유진우는 당당히 덧보탰다. “유명의, 제게 반 시간만 주십쇼. 기필코 이 원기를 소멸시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그……”유공권은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했다.솔직히 그는 유진우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다.하나는 상대가 하도 젊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목적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심지어 눈앞의 사람이 선한지 악한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유명의, 당신이 사 아저씨가 장장 10년을 버텨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리라 믿습니다.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없을 겁니다. 만일 따로 방도가 없다면, 제게 한번 맡겨 보시죠.” 유진우가 설득했다.그 말을 들은 유공권은 침묵을 금할 수 없었다.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철수는 이미 극한의 상태이다. 그조차도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석 달? 다섯 달? 어쩌면 더 짧을지도 모른다.이대로 방치하고만 있으면 신선이 온다고 해도 살릴 수 없을 것이다.짤막
이와 동시에 체내의 현청진기가 빠르게 모여 조금씩 사철수의 경맥에 흘러들기 시작했다.“쿵... 쿵... 쿵...”사철수의 심장이 빠르게 뜀과 동시에 거센 진기가 순식간에 용솟음치며 유진우의 현청진기를 덮쳤다.두 진기가 서로 부딪히는 순간, 사철수는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듯 몸을 움찔거렸지만 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릴 뿐 바로 현청진기를 컨트롤하며 사철수와 대결하기 시작했다.멸혼탈백진이 만들어낸 진기는 굉장히 강력하며 마치 맹수처럼 주위의 모든 침입자들을 잠식할 수 있는 존재였다.사철수의 안전을 위해 유진우는 정면 맞대결이 아닌 공격을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다.끊임없이 자신의 진기를 전송하여 멸혼탈백진의 진기를 소모하는 방식이었다. 진법의 진기가 전부 소모되고 더 이상 실행이 될 수 없게 되는 순간 진법은 파괴될 것이다.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유진우는 정신을 집중한 채 끊임없이 사철수의 체내에 진기를 불어넣었다.어느새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샘솟고 안색도 확연히 창백해졌다. 에너지 소모가 워낙 커서였다.평소였다면 이렇게까지 큰 힘을 들이지 않았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사철수의 안위, 그렇기에 멸혼탈백진의 진기 하나하나를 두 배의 진기를 들여 파괴해야 했다.“쿵, 쿵, 쿵...”두 진기가 부딪히며 사철수의 심장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고 얼굴이 새빨개진 건 물론 온몸이 뜨거워졌다. 체온이 어찌나 올라갔는지 정수리 위로 흰 김이 새어 나올 지경이었다.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유공권은 초조했지만 행여나 유진우에게 방해가 될까 숨을 죽이고 바라볼 뿐이었다.“하, 성가시네...”어느새 유진우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체내의 진기가 전부 사라지는 게 느껴지며 조바심이 일기 시작했다. 멸혼탈백진을 파괴하기 전에 진기가 먼저 사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니까 말이다.“우웅.”유진우가 불안해하던 그 순간, 항상 하고 다니던 천영 구슬이 빠르게 돌아가더니 거대한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유진우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가뭄의 단비와 같은 지원에
“펑!”유진우의 손가락이 사철수의 가슴에 닿는 순간, 사철수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을 격렬하게 떨더니 코와 입에서 검붉은 피를 쏟아냈다.체내의 경맥 중 절반이 파괴되어 가뜩이나 엉망인 몸이 한순간 더 허약해졌고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하지만 다행인 건 그동안 그를 괴롭혀왔던 멸혼탈백진 역시 그 순간 파괴되었다는 사실이었다.“은인님!”깜짝 놀란 유공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부랴부랴 달려간 그는 사철수에게 아직 숨이 붙어있는 걸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유진우, 그러게 내가 무리하지 말라니까! 왜 사람 말을 안 들어! 너 때문에 은인님이 돌아가실 뻔한 건 알아?”다급해진 유공권은 바로 욕설부터 내뱉었다.한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는 유진우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탈진한 듯 한참을 가만히 있던 그는 한참 뒤에야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대답했다.“상황이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마지막에 모험을 하긴 했지만 다행히 성공했어요. 철수 삼촌 체내에 있는 진기를 전부 풀어냈습니다.”“풀어냈다고?”이에 흠칫하던 유공권이 사철수의 맥을 짚어보았다.비록 약하긴 했지만 더 이상 맥에서는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정말 성공했다고? 그럴 리가.”유공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10년 동안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음에도 해결되지 않았던 증상을 이제 겨우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해결해 내다니.‘정말 천재라 이건가...?’침을 꿀꺽 삼킨 유공권은 혹시 자신이 착각한 건가 싶어 몇 번을 더 확인해 보았지만 유진우 덕분에 강력한 진기가 제거된 건 물론 사철수를 절망 속으로 밀어 넣었던 고통 역시 와해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자존심이 상하는 것과는 별개로 현술 분야에선 유진우가 자신보다 훨씬 더 뛰어남을 유공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능력을 가졌다니. 천재가 따로 없구나.’“정말 신기한 치료방법이었어. 존경스럽군. 스스로가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 은인님을
“글쎄요. 아직 완벽히 나으신 건 아닙니다.”유진우의 표정이 급격히 진지해졌다.“철수 삼촌 체내의 진기를 제거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몸의 기능이 많이 손상되었어요. 기경팔맥 역시 큰 부상을 입었고요. 지금은 거의 혼수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철수 삼촌 깨어나려면 경맥을 다시 구축해 환골탈태의 경지에 이르러야 합니다.”“경맥을 다시 구축하고 환골탈태까지?”유공권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전설속의 세골단뿐이야. 그런데 세골단은 이미 오래전 그 제작법이 대가 끊겨버렸지. 그런 물건을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세골단은 고대 서적에서나 볼 수 있는 성약으로 복용 시 환골탈태, 즉 환생에 가까운 효과를 이룰 수 있는 약이다. 경맥이 끊어졌든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자이든 세골단만 있으면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전해 내려오지만 유일한 문제라면 세골단은 워낙 희귀한 약이라 유공권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괜찮습니다. 제가 마침 세골단의 제조법을 확인했고 전부 외웠으니까요.”유진우가 불쑥 말했다.“뭐?”순간 유공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네... 네가 세골단 제조법을 알고 있다고?”“네. 전에 저희 집에는 고대 서적들이 아주 많았거든요. 어렸을 때 제조법을 보았고 지금까지도 똑똑히 기억합니다.”서경왕부의 장서각은 천하의 서적이 전부 모인 거대한 도서관과 같은 곳, 책 한 권, 한 권마다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보물이나 마찬가지였다.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유진우에게 그곳은 완벽한 놀이터나 마찬가지였고 한 번 보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자인 그는 그곳의 모든 책의 내용을 머리에 담은 상태였다.“세상에.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세골단 제조법까지 알 줄이야.”유공권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유일한 문제였던 제조법까지 해결되었으니 더 거리낄 게 없었다.“잠깐...”이때 무언가 떠올린 듯 유공권이 다시 입을 열었다.“제조법은 알고 있다지만 단약사는 어디서 찾을 거지? 세골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단약사는 온 세상을
유공권의 질문에 오히려 유진우가 당황했다.못하는 거?무예, 의술, 단약술, 현술, 도가 비법, 남강의 독충술, 그 외에도 온갖 이상하고 다양한 스킬들까지 섭렵한 그가 못하는 건 정말 거의 없는 듯했다.“음... 제가 워낙 다양한 책들을 읽어서요. 이것저것 조금씩 아는 게 꽤 많습니다.”유진우가 겸손하게 대답했다.“조금씩?”유공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무예를 따지면 저 나이에 내공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천재 중의 천재이다.의술도 그렇다. 그가 10년 넘게 노력해도 해결하지 못했던 사철수의 진기를 제거한 것도 유진우다.게다가 최고의 명약이라고 부르는 세골단을 만들 수 있다는 건 최고의 단약사들만 가능한 일이다.그 어느 분야를 봐도 최고 중의 최고, 천재 중의 천재 소리를 들을 만한데 이게 겨우 아는 정도라니.‘자네가 겨우 아는 정도면 이 세상 사람들 전부 바보 천치나 다름없겠어. 겸손이 지나치군.’“제가 단약술에 능한 건 맞지만 단약 제조에는 재료 또한 아주 중요합니다. 약재는 명의님께서 신경 써주시길 바랍니다.”“그래. 우리 구세당에 다른 건 몰라도 약재는 차고 넘치지.”유공권이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세골단에 사용되는 약재는 워낙 희귀한 것들이라서요. 제가 바로 적어드리겠습니다.”유진우가 종이에 약재 이름들을 적어나가고 이를 확인한 유공권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적은 것 중 대부분은 구할 수 있겠지만 세 가지는... 워낙 희귀한 것이라 장담을 못 하겠네.”평생을 희귀한 약재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였던 유공권도 난처하게 만들 정도의 귀한 약재니 난처할 따름이었다.“어느 세 가지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빙심연, 용혈삼, 금수옥. 이 세 가지 약재네.”유공권이 세 군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이것들 전부 최상품 약재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야. 우리 구세당은 물론이고 연경의 모든 병원과 약재고를 뒤져도 구하긴 힘들 걸세.”“명의님, 이 세 가지가 바로 가장 중요한 재료입니다. 대체할 수 있는 약재도
그런데 가족도 출입 금지인 이곳을 이제 갓 알게 된 젊은이에겐 허락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건...”유공권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쳐들어왔다고 얘기할 수도 없고 난처하네.’“철수 삼촌과 아는 사이입니다. 아저씨를 뵙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고요.”유진우가 핑계를 대자 유공권도 부랴부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분이 바로 철수님 조카란다. 조카가 삼촌 병문안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조카요?”유진우를 훑어보던 유성신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할아버지, 저 사람 진짜 조카 맞아요? 아니, 이상하잖아요. 아저씨가 혼수상태에 빠진 게 벌써 10년째인데 갑자기 조카라는 사람이 나타난 거 말이에요.”“그런 소리하지 마. 진우 군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하지만...”유성신이 뭔가 더 말하려던 그때, 유공권이 손을 들며 그녀를 제지했다.“됐어. 할 얘기 있으면 다음에 다시 해. 그나저나 큰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아, 그게... 장용 그 사람이 또 왔어요. 전에 할아버지가 처방해 준 약을 먹었는데 낫긴커녕 증상이 더 심각해졌다고. 제대로 해명하지 않으면 구세당을 부숴버리겠다고 난리를 치네요.”유성신이 이를 빠득 갈았다.자초지종을 들은 유공권이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시간을 조금은 끌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이렇게 바로 찾아올 줄이야.”“그게... 우리 구세당이 워낙 목이 좋고 가게 규모가 크지 않나. 전에 한 의약회사가 우리 구세당을 인수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몇 번을 거절했더니 그때부터 이렇게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는 이들이 생기고 있네.”유공권이 설명했다.“하, 갑질을 한다 이거군요.”유진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경찰에 신고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휴... 소용없어. 경찰이 들이닥치기 직전 전부 도망치는데다 설령 잡힌다 해도 다음엔 다른 사람들을 보내면 그만이야. 그리고 큰 세력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체포된다 해도 며칠 만에 풀려나고 말이야.”유공권이 한숨을 쉬었다.평생 명의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런 문제
“장 어르신, 며칠 못 뵌 사이 화가 많이 나셨네요. 제가 탕약이라도 지어드려서 화를 좀 가라앉히게 할까요?”기척이 들리자 유공권이 유진우과 유성신을 데리고 천천히 내려왔다.그는 어지럽혀진 의원을 보며 약간 찡그렸지만 곧 표정을 되찾았다.“오! 유명의, 드디어 나왔구나. 난 또 네가 겁쟁이라서 나오지 않는 줄 알았지!”장용은 다리를 꼬고 앉아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 영감, 제가 감히 당신을 화나게 한 적이 있던가요? 여러 번 찾아와서 소란을 피우는 건 규칙에 어긋나는 거 아닙니까?” 유공권이 담담하게 말했다.“유명의,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이 구세당에 온 건 당연히 병을 보러 온 거지 뭐 별다른 이유가 있겠어? 내가 환자라는 사실이 불편한가?” 장용이 비웃으며 말했다.“장 어르신이 병을 보러 오신다면 저도 당연히 환영하죠. 하지만 제가 보기엔 장 어르신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유공권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제 병 얘기나 해.”장용은 갑자기 옷을 열고 배에 있는 상처를 드러내며 거의 고름이 나올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부위를 가리켰다. “유명의, 지난번 당신이 약을 발라주면 금방 나을 거라고 했잖아. 지금 봐봐, 상처가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졌다고. 이 책임을 어떻게 질 건가?”“장 어르신, 제가 드린 금창약은 외상을 치료하는 데 쓰는 약입니다. 상처가 악화될 리가 없으니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유공권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장용이 일부러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상처를 이렇게 만든 건 정말 대단한 수작이었다.“잘못? 상처는 당신이 싸매줬고 약도 당신네 의원에서 산거잖아. 지금 문제가 생겼는데 당신네 구세당이 발뺌하려고 하네? 그렇게는 안 되지!” 장용이 큰소리로 말했다.“장 어르신, 당신의 의도를 잘 알겠습니다. 이제 돌려 말하지 말고 바로 말하세요.” 유공권이 차갑게 말했다.“시원하군!”장용은 카운터에서 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