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신의는 운이 참 잘 따라주네. 하필이면 안 아가씨의 목숨을 구해주다니, 정말 귀인을 만난 거와 다름없어.”그 천만 원짜리 수표를 보면서 어르신과 아주머니들은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이 돈은 그들이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기엔 충분했다.“빌어먹을!”전기훈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다.이 횡재는 본래 그의 것이어야 하는데 뜻밖에 나타난 유진우에게 먼저 빼앗겼다.현재의 밑바닥에서 위층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이 녀석이 전부 망쳤다.“고맙네요.”유진우는 사양하지 않고 수표를 받았다.그는 돈을 위해 사람을 구하는 건 아니지만 남이 주는 돈 또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유신의, 난 아직 볼일이 남았으니 다음에 또 만납시다.”“기억해 두세요, 무슨 일이 있거든 안씨 가문에 저를 찾아오십시오.”안세리는 작별 인사를 건네고는 빠른 걸음으로 이곳을 떠났다.방금 강에서 건져내어 이미지 손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니 서둘러 돌아가 빗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야!”호위무사는 갑자기 전기훈을 부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 좀 전에 유신의가 세 침만으로 우리 아가씨를 살릴 수 있다면 바닥에 있는 걸 전부 먹는다고 말했었지? 이제 먹어도 돼.”“네?”땅 위의 토사물을 바라보며 전기훈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이것들은 모두 위에서 토해낸 것으로 징그럽고 끈적끈적했으며 죽은 물고기도 한 마리 들어있었다.이걸 먹는다고? 어떻게?“어서!”호위무사는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았고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온몸을 감쌌다.그의 뒤로 몇 명의 호위무사가 앞으로 나서서 전기훈을 호시탐탐 노리며 언제든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었다.전기훈이 감히 안 먹겠다는 말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그는 이미 모두에게 한 대 얻어맞았을 것이다.“먹... 먹을게요...”전기훈은 어쩔 수 없이 울상을 지으며 바닥에 있는 토사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치웠다.그는 몇 번이나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나 토할 뻔했지만 결국 억지로 삼켰다.안 그러면 자신이 토
“유명의? 유명의께서 오셨다고?”유공권이 들어 온 것을 본 사람들이 단번에 우르르 몰려들자, 유진우는 졸지에 반대로 찬밥 신세가 되고 말았다.유진우가 조금 전 보여준 실력도 당연히 좋았으나, 유공권에 비하면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필경 유공권은 세간에 떨친 명망도 있을뿐더러 오랜 시간 민심도 깊이 얻어왔기 때문이다.그 지위는 누구도 흔들 수 없을 것이다.“유명의! 드디어 와 주셨군요, 구세당이 하마터면 큰 봉변을 볼 뻔했습니다!”“그래요, 그래요! 방금 사람이 죽는 줄 알았다니깐요, 신의 님이 도와주셔서 다행히 구 세당의 간판은 지켰네요!”“유명의, 저 신의님이 설마 새로 들인 제자는 아니겠죠?”“……”어르신과 아주머니들의 열정 가득한 목소리가 가십의 본색을 충분히 보여줬다.시끌벅적한 상황에 갓 문을 열고 들어온 유공권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여러분, 침착하십시오…… 침착하십시오……”유공권이 손을 내리누르며, 뭇사람들이 차차 조용해지는 것을 보고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천천히 말해 주시죠, 급한 것 없습니다.”“저요, 제가 말하죠! 이래 봬도 예전엔 저기 다리 밑에서 이야기꾼을 해왔었다니까요! ”한 어르신이 자처해 방금 일어 난 일을 구구절절 과장을 보태어 연설 해댔다.유진우가 어떻게 사람을 구했는지, 죽어 가던 사람이 어떻게 기사회생했는지, 어떤 수로 구세당을 구했는지 줄줄이 영웅담을 늘어놓았다.어찌나 생동하고 흥미진진한지, 주위에 서 있던 아주머니들이 연달아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 어르신을 보는 시선에도 존경의 눈빛이 역력했다.이런 입담으로는 곧바로 먼저 짝을 지을 선택권이 주어질 게 분명했다.“그런 일이 있었군요.”다 듣고 난 유공권은 홀연히 머리를 끄덕이고는 유진우의 앞에서 미소를 지었다. “젊은이, 도와줘서 고맙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의술을 갖고 있다니, 영웅이 따로 없군 그래.“유명의, 과찬입니다. 한참 모자란 실력일 뿐입니다.” 유진우가 겸손히 말했다
“아니 할아버지, 왜 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들인 거예요?” 유성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스레 말했다.“성신아, 그게 무슨 예의냐!”유공권이 얼굴을 굳혔다. “이 젊은 청년은 방금 우리 구세당을 구한 은혜로운 분이다. 차라도 대접하는 게 도리지 않겠냐.”“저자가 뭘 도우면 뭘 도왔다고 그래요?” 유성신은 유진우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 듯 되물었다.“우리 성심당에서 의료사고가 날뻔했다. 이 청년이 도와줬기에 망정이지, 간판을 뜯어 내야 했을지도 모른다.” 유공권이 엄격한 투로 말했다. 혹시나 안씨 가문 아가씨가 구세당에서 죽기라도 했으면 간판을 뜯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을 것이 뻔했다.“할아버지, 농담도 정도껏 하세요. 저희 구세당에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어떤 병인들 못 고친다고 바깥사람이 돕는다고 하시는 거예요?” 유성신은 전혀 믿을 생각이 없었다. 구세당은 명성이 자자해 큰 병원에서 보낸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유진우의 나이가 고작 얼마나 된다고 천하의 구세당의 의사보다 더 실력이 좋단 말인가?“성신아,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다. 유진우는 나이는 어리나 의술만은 절대 너에게 지지 않을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유공권이 말했다.“매번 같은 말만 하시잖아요. 됐어요, 두 분이 대화하세요, 전 방에 돌아갈게요.”유성신은 더 이상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유진우를 곁눈으로 훑고 방으로 돌아갔다.“청년, 내가 손녀를 평소 곱게 키우다 보니 예절을 잘 모르는 것 같네. 이해해 주게나.” 유공권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괜찮습니다. 아가씨가 솔직한 것이지요.” 유진우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자, 이리 앉아서 말하게.”유공권은 안내한 자리에 유진우가 앉는 것을 확인하고는 차를 따랐다. “그래 청년, 나를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구세당에 오는 사람은 두 종류밖에 없었다. 하나는 병을 보이러 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승을 모셔 의술을 배우러 오는 것이다.그는 내심 상대가 후자이기를 기대하고 있었
유공권은 2층 문을 걸어 잠그고 제 자리에서 배회하다 결국엔 3층으로 올라갔다.3층은 이미 철저하게 봉인되어 있었다. 철제문이요, 방범 문이요, 감시카메라, 경보기, 없는 것이 없었다.그 철통같은 방어는 가히 파리 한 마리도 들어갈 구멍이 없다고 해도 좋았다.몇 겹의 자물쇠를 열고나서야 유공권은 3층에 올라설 수 있었다.3층은 아주 어두웠다. 대부분의 방에는 사람의 눈을 속일 잡동사니들이 놓여있었다. 유독 가장 안쪽에 있는 방만은 정갈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그와 같은 시각, 방안의 병상에는 한 빼빼 마른 중년 남성이 누워있었다.남자는 이미 정신을 잃은 지 오래였고, 호흡은 미약했다. 숨을 쉬어도 몸에 거의 기복이 없을 만큼 쇠약해, 마치 이미 죽은 시체와도 같았다.유공권은 남자의 침대 곁으로 와 습관적으로 맥을 짚어 보고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하……이제 10년이야. 자네는 대체 언제 눈을 뜰 수 있는 건가?”“명의 유공권의 이름을 갖고서도, 자네의 병을 고칠 수 없다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유공권은 연신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 단약을 하나 꺼내 남자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 모습은 불쌍하기 그지없었다.그는 장장 10년을 사철수를 보살펴왔다.10년 동안, 셀 수 없는 고서를 찾아 읽고,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시도해 봤으나 시종 사철수를 깨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목숨만 간신히 이어가는 것이었다.“은인, 전할 말이 있소.”“오늘 유진우라는 젊은이가 자네를 찾아왔다오. 하지만 그 속을 다 알 수 없어 다시 돌려보냈다네.”“그 젊은이가 쉬운 인물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네. 혹시 그자가 원수 집안이라면 우리는 좋게 넘어지지 못할걸세.”“그자가 수소문해서 이곳까지 찾아냈다면 필연 철저히 준비가 되어있었을 터. 어쩌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구세당도 당신을 감출 수 없을지도 모르오.”“은인이여…… 내 말이 들린다면 제발 빨리 눈을 떠주시오.”유공권은 한편으로는 사철수의 몸을 안마하며, 다른 한편으
유공권은 여전히 흉흉한 눈으로 유진우를 노려보았다. 그의 표정에서 일말의 실마리를 찾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러나 그는 어떠한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경계하는 말투로 물었다. “내가 왜 자네를 믿어야 하지?”“유명의, 제가 만약 복수를 하러 온 것이라면, 당신 둘을 처리하는 건 먼지 털듯 수월했을 겁니다.”유진우가 말하는 새에 손가락 사이로 튕긴 원기가 폭발하듯 뿜어나갔다.찰나에, 창가에 둔 꽃병은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어엇?”유공권은 눈꺼풀을 꿈적하더니 차츰 얼굴을 굳혔다.원기만으로 손끝 하나 대지 않은 채 꽃병을 부수다니, 무도의 고수일게, 분명하다.혹여나 살인할 마음이 있었다면, 그의 힘으로는 확실히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그러니 지금 그에게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유명의, 실례가 많았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유진우가 다시 한번 공수했다.“좋다! 자네가 은혜를 갚으러 왔다는 건 한번 믿어보겠어. 하지만 이미 늦었다네.”유공권은 자리를 비켜 병상위의 사철수를 바라보았다. “사철수는 10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여태 한 번도 일어나지 못했다네. 수없는 방법을 써봤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어.”“유명의, 제게 기회를 주십쇼. 저는 몇 가지 기문 의술을 쓸 수 있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유진우가 병상 앞에 섰다.“자네가?”유공권은 머리를 저었다. “젊은이, 내가 자네를 무시하는 게 아닐세. 사철수의 병은 절대 자네가 생각하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니네. 그자의 몸에는 강력한 원기가 도사리고 있어, 여태 풀어낼 수 없었지. 약 끊음으로 간신히 목숨만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오.”10년 전, 사철수는 심한 상처를 입어 원기를 크게 다쳤다. 그탓에 신체기능은 거의 전멸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아무리 애를 써서 목숨을 이어간다 한들, 병의 근원을 처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제일 큰 관건은 사철수의 몸 안에는 하나의 무시무시한 원기가 끊임없이 그의 칠경팔맥을 파괴하고 있
“번거롭긴 하지만 정말 치료할 수 있습니다.”유진우가 진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유명의 도움이 필요합니다.”“청년, 자네가 이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내 이 구세당을 팔아도 문제없어!”유공권은 말하다 말고 화제를 돌렸다. “한데 대체 어떻게 자네가 이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단 말인가?”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 당연 허투루 모험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자신의 은인을 만난 지 하루도 안 된 젊은이에게 맡길 수는 더더욱 없었다.“명의께서 사 아저씨의 몸속에 원기가 도사리고 있다고 하셨죠. 만일 제가 그 원기를 소멸시키면 증명이 될 수 있겠습니까?” 유진우가 되물었다.“흠?”유공권은 두 눈을 부릅뜨고 엄숙히 말했다. “청년, 이 원기는 독한 패기가 가득 차서 웬만한 의술로는 해결할 수가 없어. 여기서 헛된 말 늘어놓지 말게.”‘이 원기가 그렇게 간단히 풀릴 수 있다면 지금껏 해결 못 할 리가 있나?’“평범한 의술로는 당연히 해결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의술뿐만이 아닙니다. 현술도 있죠!”유진우는 당당히 덧보탰다. “유명의, 제게 반 시간만 주십쇼. 기필코 이 원기를 소멸시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그……”유공권은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고민했다.솔직히 그는 유진우를 완전히 신뢰하지 못했다.하나는 상대가 하도 젊었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목적이 불분명했기 때문이다.심지어 눈앞의 사람이 선한지 악한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유명의, 당신이 사 아저씨가 장장 10년을 버텨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리라 믿습니다. 이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없을 겁니다. 만일 따로 방도가 없다면, 제게 한번 맡겨 보시죠.” 유진우가 설득했다.그 말을 들은 유공권은 침묵을 금할 수 없었다.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철수는 이미 극한의 상태이다. 그조차도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석 달? 다섯 달? 어쩌면 더 짧을지도 모른다.이대로 방치하고만 있으면 신선이 온다고 해도 살릴 수 없을 것이다.짤막
이와 동시에 체내의 현청진기가 빠르게 모여 조금씩 사철수의 경맥에 흘러들기 시작했다.“쿵... 쿵... 쿵...”사철수의 심장이 빠르게 뜀과 동시에 거센 진기가 순식간에 용솟음치며 유진우의 현청진기를 덮쳤다.두 진기가 서로 부딪히는 순간, 사철수는 마치 전기 충격을 받은 듯 몸을 움찔거렸지만 유진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릴 뿐 바로 현청진기를 컨트롤하며 사철수와 대결하기 시작했다.멸혼탈백진이 만들어낸 진기는 굉장히 강력하며 마치 맹수처럼 주위의 모든 침입자들을 잠식할 수 있는 존재였다.사철수의 안전을 위해 유진우는 정면 맞대결이 아닌 공격을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했다.끊임없이 자신의 진기를 전송하여 멸혼탈백진의 진기를 소모하는 방식이었다. 진법의 진기가 전부 소모되고 더 이상 실행이 될 수 없게 되는 순간 진법은 파괴될 것이다.시간은 천천히 흘러가고 유진우는 정신을 집중한 채 끊임없이 사철수의 체내에 진기를 불어넣었다.어느새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샘솟고 안색도 확연히 창백해졌다. 에너지 소모가 워낙 커서였다.평소였다면 이렇게까지 큰 힘을 들이지 않았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사철수의 안위, 그렇기에 멸혼탈백진의 진기 하나하나를 두 배의 진기를 들여 파괴해야 했다.“쿵, 쿵, 쿵...”두 진기가 부딪히며 사철수의 심장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고 얼굴이 새빨개진 건 물론 온몸이 뜨거워졌다. 체온이 어찌나 올라갔는지 정수리 위로 흰 김이 새어 나올 지경이었다.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유공권은 초조했지만 행여나 유진우에게 방해가 될까 숨을 죽이고 바라볼 뿐이었다.“하, 성가시네...”어느새 유진우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체내의 진기가 전부 사라지는 게 느껴지며 조바심이 일기 시작했다. 멸혼탈백진을 파괴하기 전에 진기가 먼저 사라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재앙이니까 말이다.“우웅.”유진우가 불안해하던 그 순간, 항상 하고 다니던 천영 구슬이 빠르게 돌아가더니 거대한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유진우의 체내로 스며들었다. 가뭄의 단비와 같은 지원에
“펑!”유진우의 손가락이 사철수의 가슴에 닿는 순간, 사철수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을 격렬하게 떨더니 코와 입에서 검붉은 피를 쏟아냈다.체내의 경맥 중 절반이 파괴되어 가뜩이나 엉망인 몸이 한순간 더 허약해졌고 지금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되어버렸다.하지만 다행인 건 그동안 그를 괴롭혀왔던 멸혼탈백진 역시 그 순간 파괴되었다는 사실이었다.“은인님!”깜짝 놀란 유공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부랴부랴 달려간 그는 사철수에게 아직 숨이 붙어있는 걸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유진우, 그러게 내가 무리하지 말라니까! 왜 사람 말을 안 들어! 너 때문에 은인님이 돌아가실 뻔한 건 알아?”다급해진 유공권은 바로 욕설부터 내뱉었다.한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는 유진우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탈진한 듯 한참을 가만히 있던 그는 한참 뒤에야 호흡을 가다듬고 천천히 대답했다.“상황이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마지막에 모험을 하긴 했지만 다행히 성공했어요. 철수 삼촌 체내에 있는 진기를 전부 풀어냈습니다.”“풀어냈다고?”이에 흠칫하던 유공권이 사철수의 맥을 짚어보았다.비록 약하긴 했지만 더 이상 맥에서는 이상이 느껴지지 않았다.“정말 성공했다고? 그럴 리가.”유공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10년 동안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음에도 해결되지 않았던 증상을 이제 겨우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해결해 내다니.‘정말 천재라 이건가...?’침을 꿀꺽 삼킨 유공권은 혹시 자신이 착각한 건가 싶어 몇 번을 더 확인해 보았지만 유진우 덕분에 강력한 진기가 제거된 건 물론 사철수를 절망 속으로 밀어 넣었던 고통 역시 와해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자존심이 상하는 것과는 별개로 현술 분야에선 유진우가 자신보다 훨씬 더 뛰어남을 유공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런 능력을 가졌다니. 천재가 따로 없구나.’“정말 신기한 치료방법이었어. 존경스럽군. 스스로가 다칠 위험을 무릅쓰고 은인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