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은설은 유진우가 이토록 막무가내이고 쩍하면 주먹을 쓰는 사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전에는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라 믿었었는데 지금 보니 사람을 잘못 봐도 너무나 잘못 봤다. 악인을 여태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니...그 순간 남궁은설은 유진우가 더욱 미웠고 원망스러웠다.“은설 씨, 장난친 거니까 너무 긴장해 하지 말아요. 저 사람들이 먼저 날 건드리지 않는 이상 난 절대 어쩌지 않아요.”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흥! 방금 그게 어딜 봐서 장난이야? 은설이가 막지 않았더라면 진작 손을 썼겠지.”유연지가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유진우, 싸움 좀 한다고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아? 여긴 장군 저택이야. 소란 피워도 되는 곳이 아니라고!”한솔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누군가 날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어쩌지 않아. 하지만 건드리면 절대 가만 안 둬. 충고니까 명심해.”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은설아, 저 자식 완전히 미쳤어. 그냥 내쫓아버리는 건 어때? 안 그러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유연지가 또다시 부추기기 시작했다.“맞아!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고 했어. 오늘은 장군님 생신이라 귀한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저놈이 소란이라도 피우면 남궁 가문의 체면이 뭐가 돼?”한솔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은설아, 저 자식을 내쫓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좋은 선택이야.”나머지 몇몇도 남궁은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유진우 씨, 여기 당신 반기는 사람 없으니까 나가 주세요.”남궁은설은 이를 꽉 깨물고 결국 내쫓았다.친구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유진우가 여기서 누군가를 다치게 한다면 생일 연회를 망쳐버리게 된다.“날 내쫓겠다는 건가요?”유진우는 잠깐 멈칫하다가 이내 자신을 비웃듯 웃었다.“은설 씨, 저 사람들도 손님이고 나도 손님이에요. 고작 몇 마디 말 듣고 날 내쫓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그는 줄곧 남궁은설을 여동생이라 생각했기에 오해를 받아도 그 어떤 원망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사이가 틀어져서 친구로 남
“믿지 마, 은설아.”상황이 다르게 돌아가려 하자 유연지가 다시 나서서 이간질했다.“널 구했다는 둥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둥 다 거짓말이야. 유진우는 처음부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너한테 접근했어. 다 네 호감을 얻으려고 일부러 꾸민 계획이라고. 지금까지 한 행동들 전부 가짜야. 그러니까 절대 믿지 마!”“맞아. 저 자식은 다른 속내가 있어. 좋은 놈이 아니라고. 항상 경계해야 해!”한솔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그들의 말에 남궁은설은 조금 전까지 생겨났던 미안함이 순식간에 다시 사라졌다.‘그래, 날 도와준 건 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은혜도 아니지. 어젯밤에 진짜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나 혼자 속고 있었을 거야. 유진우는 날 속였으니까 미안해할 필요도, 고마워할 필요도, 마음 약해질 필요도 없어.’그 생각에 남궁은설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다시 유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다신 진우 씨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나가세요!”“당신...”장 어르신이 화내려 하자 유진우가 말렸다. 유진우의 두 눈에 실망과 차가움이 짙어졌다.“은설 씨 지금 날 엄청 미워하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더는 알짱거리지 않고 이만 가볼게요.”그러고는 바로 돌아서서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남궁은설이 내쫓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은 것 같은데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남궁을용의 생일은 마음만 전해주면 되었다.“흥, 진작 꺼졌어야지. 재수 없어!”유연지가 싫은 티를 팍팍 냈다.“지금 당장 가주님께 알려서 유진우가 나가면 잡아들이라고 해.”한솔은 바로 옆에 있는 부하에게 분부했다. 파티를 망쳐서는 안 되지만 유진우를 가만히 두겠다는 뜻도 아니었다. 남궁 가문의 도련님을 때렸으니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지.“장군님 오셨습니다.”유진우가 연회장을 나가던 그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백발이 성성하고 체격이 우람한 남궁을용이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그가
“인마, 죽으려고 찾아왔어?”남궁보성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매섭게 째려보았다.“재밌네... 아주 재밌어.”사람들 속에 있던 서문천명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어젯밤 일 때문에 밤새워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유진우가 직접 찾아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정말 겁도 없는 녀석이었다.“하하... 저 자식 인제 죽었어. 장군님께 걸렸으니 도망치고 싶어도 못 도망칠 거야.”한솔이 흉악스럽게 웃었다.“쌤통이야, 아주! 진작 꺼졌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쓸데없이 눈앞에서 알짱거리더니 꼴좋다. 저게 바로 죽음을 자초한다는 거지.”유연지는 입꼬리를 씩 올리면서 고소해했다. 그들은 남궁을용이 손자가 얻어맞은 사실을 알게 되어 공개적으로 복수할 거라고 생각했다.“장군님, 마음은 전했으니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유진우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맞잡고 인사했다.“거기 서!”그 모습에 한솔이 갑자기 튀어나와 앞을 막으면서 호통쳤다.“인마, 장군 저택이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그런 곳인 줄 알아?”그러면서 남궁을용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자신을 어필할 기회를 절대 놓쳐선 안 되었다. 만약 장군에게 잘 보인다면 앞으로 출세할지도 모르니까. 유진우도 제압하고 장군에게도 잘 보일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그 생각에 한솔은 자신의 영리함과 관찰력에 스스로 감탄했다.‘난 정말 대단해.’“뭐야?”갑자기 튀어나온 한솔을 보고 남궁을용은 멈칫했다.‘이 자식은 또 어디서 튀어나왔어? 뭐 하자는 거야?’“아까는 날 내쫓더니 또 가지 말라고? 대체 무슨 뜻이야?”유진우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흥, 시끄러워!”한솔이 무섭게 몰아붙였다.“장군님의 눈앞에서 알짱거린 것도 모자라 사람들의 기분을 더럽혀놓고 그냥 가려고? 꿈 깨!”“맞아. 네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장군 저택에 들어왔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없어. 다행히 장군님께서 예리한 안목으로 너의 정체를 알아봤지. 오늘 넌 어디도 도망 못 가.”유연지가 또박또박 말했다.유진
“네?”갑작스러운 따귀에 한솔과 유연지는 어안이 벙벙했다. 두 사람은 얼굴을 움켜쥐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소란 피운 건 유진우인데 우릴 왜 때려?’그 시각 남궁 가문 사람들과 하객들도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줄곧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장군이 많은 사람 앞에서 게다가 생일날에 누군가를 때릴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장... 장군님, 사람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저 자식은 죄인이에요. 다른 나쁜 짓 못 하게 잡아들여야 한다고요.”한솔이 설명하려 했다.“네, 장군님. 저 자식이 어젯밤에 진혁 도련님도 다치게 했다고요. 극악무도한 놈을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유연지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그녀는 남궁을용이 앞뒤 진실을 몰라서 제지한 줄 알았다.“닥쳐!”남궁을용이 눈을 부릅뜨자 엄청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유진우 씨는 내 손녀 목숨을 구한 남궁 가문의 은인이야. 그리고 내 귀한 손님이고. 한 번만 더 헛소리 지껄였다간 싹 다 내쫓는 수가 있어!”그의 말에 한솔과 유연지는 순간 얼어붙어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장군 저택에서 쫓겨나면 그들이 봉변당하는 건 물론이고 그들 가족도 전부 영향받게 된다. 심지어 왕따 아닌 왕따를 당할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남궁을용에게 밉보이면서까지 그들과 왕래하려는 가문은 없을 테니까.“할아버지...”보다 못한 남궁은설이 일어서서 뭐라 하려는데 남궁무원이 가로챘다.“아버지, 오늘 생신이신데 화내시면 어떡해요. 일단 화부터 푸세요.”남궁은설을 막은 건 지금 이 순간 사실이 어떻든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궁을용이 이렇게까지 얘기한 이상 이유가 뭐든 남궁 가문은 반드시 따라야 했고 절대 어겨서는 안 되었다. 특히 많은 하객 앞에서 남궁을용의 권위를 절대 도발해서는 안 되었다.“흥!”남궁을용은 두 사람을 싸늘하게 째려보고는 유진우에게 시선을 돌렸다.“진우 씨, 자리로 가자. 오늘 누가 또 불만 있나 지켜보겠어.”그러고는 유진우의 손을 잡고 귀빈석으로 걸어갔다. 귀빈석은 남궁 가문의 핵심 인물이
현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금주 총사령관이 장군님 생신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한없는 복을 누리시고 만수무강하십시오!”“진강시 이 시장이 장군님 생신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원기 왕성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하동 그룹 회장이 장군님 생신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부하의 외침과 함께 화려한 옷차림의 거물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대권을 손에 쥔 총사령관, 한 도시를 관리하는 시장, 그리고 재벌뿐만이 아니라 각계 거물도 모두 참석했다. 그들이 준비해온 선물도 전부 아주 귀한 보물들이었다.“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 자,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가주 남궁무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객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남궁을용은 웃음으로 사람들의 인사에 답했다.“셋째 도련님 오셨습니다.”그때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약속이나 한 듯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얀 옷차림에 얼굴이 준수한 한 중년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고 그의 뒤로 망토를 걸친 두 사람이 따라왔다.“어머, 장군님의 막내아들 남궁해수 아니야?”“남궁해수가 가족들이랑 갈등이 있고 난 뒤로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겼다던데 오늘 갑자기 돌아왔네.”“아들로서 아버지 생신 축하하러 오는 건 당연한 거지.”걸어들어오는 중년 남자를 보며 사람들이 수군거렸다.남궁을용에게 아들 셋이 있는데 바로 첫째 남궁무원, 둘째 남궁보성, 셋째 남궁해수였다. 세 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건 남궁해수였다. 용감무쌍하고 머리도 총명하여 신임을 받았고 심지어 후계자로 직접 거명되기도 했다.그런데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궁해수는 권력을 포기하고 가출했다. 그렇게 족히 5년이나 종적을 감추다가 오늘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해수?”그의 얼굴을 본 남궁무원이 화색이 도는 얼굴로 재빨리 맞이했다.“해수야, 이게 얼마 만이야. 드디어 돌아왔구나.”그러면서 남궁해수를 꽉 껴안았다.“큰형,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남궁해수가 히죽 웃
냉랭한 한마디에 남궁무원과 남궁보성의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들은 막냇동생이 가장 예쁨받고 중시를 받는다고 생각했다.‘해수가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기뻐해야 정상 아닌가? 왜 되레 정색하시지? 5년이나 지났는데 부자간에 풀지 못할 오해가 뭐가 있다고.’“아버지, 전에는 제가 철이 없었고 어리석었어요.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남궁해수는 말하면서 허리 숙여 인사했다.“그동안 생각 많이 했어요. 잘못했어요, 아버지. 부디 넓은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뭐?”남궁을용은 놀란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그의 막내아들은 늘 고집이 셌고 절대 남에게 허리를 굽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나타나 사과를 하다니, 확실히 철이 든 듯싶었다.“아버지, 지나간 건 다 지나갔잖아요. 해수도 잘못을 뉘우쳤으니까 그만 용서하세요.”남궁무원이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그래요, 아버지. 그때 일 다 오해잖아요. 가족끼리 화목하게 지내면 풀지 못할 게 없어요.”남궁보성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남궁해수의 예의 바른 모습에 남궁을용의 표정도 드디어 사그라들었고 손을 내저었다.“됐어, 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어. 일단 자리에 앉아.”“고맙습니다, 아버지.”남궁해수는 다시 한번 허리 굽혀 인사했다.“해수야, 이리 와서 앉아.”남궁무원은 아주 친절하게 남궁해수를 끌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예전부터 막냇동생을 예뻐했었다. 오랜만에 만나 그런지 더욱 기분이 좋았다.남궁 가문의 다른 핵심 인물들도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남궁을용이 내려놓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게 바로 남궁해수가 가출한 일이었다. 하여 5년 동안 아무도 남궁을용 앞에서 남궁해수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이젠 남궁해수가 돌아와 먼저 사과를 건넸으니 그때의 오해도 다 풀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오늘부로 남궁 가문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시간이 흐르자 명성과 지위가 높은 분들이 또 많이 찾아왔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경호원 두
그런데 선물 박스를 열어보던 남궁을용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박스 안에 귀한 물건이나 성의가 담긴 물건은 없었고 흰 천이 담겨있었다.“준비했다던 선물이 이거야?”남궁을용이 눈살을 찌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물었다.“왜요? 마음에 안 드세요?”남궁해수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여전히 굽신거렸다.“마음에 안 드냐고?”남궁을용의 표정이 확 굳어지더니 선물 박스를 그대로 바닥에 던지면서 호통쳤다.“네가 뭘 선물했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봐봐.”콰당!선물 박스가 깨지면서 안에 담겨있던 흰 천이 드러났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어떻게 된 거야? 생신에 흰 천을 선물했다는 건 무슨 뜻이야?”“저건 그냥 흰 천이 아니고 목을 맬 때 쓰는 백릉이야.”“뭐? 백릉? 말도 안 돼. 저걸 왜...”“이러니까 장군님께서 화나셨지. 누구라도 절대 못 참았을 거야. 남궁해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랬대?”“...”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조금 전까지 뜨거워졌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해수야, 이걸 왜 준비했어? 잘못 가져온 거 아니야?”남궁무원이 눈살을 찌푸렸다.“해수야, 당장 치워. 남들이 보면 웃어.”남궁보성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생일에 이런 불길한 물건을 선물하는 건 잘못되기를 바란다는 건가?“제가 준비한 선물 마음에 안 드시나 봐요.”남궁해수는 주변의 이상한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백릉을 주워 먼지를 툭툭 털면서 웃었다.“이 백릉은 저희 아내가 썼던 물건입니다. 족히 5년 동안 버리지 않고 간직했어요. 언젠가 아버지께 드리려고요...”그의 말에 현장이 떠들썩해졌다. 특히 남궁 가문 가족들의 표정이 급변했고 두려움에 떨었다.그해 그 일은 알게 모르게 금기가 되어 지금까지 아무도 감히 꺼내지 못했다.남궁해수가 과거를 잊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돌아온 줄 알았는데 그 일을 다시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해수야,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푹!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남궁해수의 이 공격은 아무런 조짐도 없이 남궁무원의 가슴을 그대로 찔렀다. 시뻘건 피가 칼끝을 따라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으악...”남궁무원은 넋이 나간 얼굴로 가슴팍을 찌른 칼을 내려다보았다. 늘 중요시하고 예뻐했던 막냇동생이 자신을 찌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아주 과감하고 잔인하게.그 순간 모든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조금 전까지 점잖고 미소를 잃지 않던 남궁해수가 갑자기 친형에게 칼을 휘두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전에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거라고 설명해도 되었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너... 너 감히...”남궁무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뭔가 얘기하고 싶었지만 시뻘건 피를 잔뜩 토했다. 결국 몸을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형, 긴장할 거 없어. 심장 비껴가서 당장은 죽지 않으니까 얌전히 누워있어. 알짱거리지 말고.”남궁해수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 끝에 묻은 피를 닦았다. 마치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한 듯 차분하기 그지없었다.“짐승만도 못한 놈! 간덩이가 부었구나!”그때 남궁을용이 노발대발했다.“좋은 말로 타이르는 네 형을 찔러?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여봐라, 저 불효자식을 잡아들여!”“네!”남궁을용의 명이 떨어지자 한 무리 무장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남궁해수는 전혀 겁이라곤 없는 얼굴로 손수건을 바닥에 던졌다.곧이어 벽 쪽에 두 줄로 섰던 경호원들이 동시에 움직였는데 하나같이 맹호처럼 달려들었다. 실력이 아주 뛰어났고 속도도 빨랐다. 게다가 진작 예상이라도 한 듯 움직이자마자 압도적이었다. 방금 들어온 무장 병사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바닥에 줄줄이 쓰러졌고 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대반전이 일어났다.“뭐야?”갑작스러운 상황에 남궁을용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연회장 안에 자객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왔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다시 말해 이 자리에 있는 일부 하객들이 매수당했다는 뜻이었다.“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