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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믿지 마, 은설아.”

상황이 다르게 돌아가려 하자 유연지가 다시 나서서 이간질했다.

“널 구했다는 둥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둥 다 거짓말이야. 유진우는 처음부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너한테 접근했어. 다 네 호감을 얻으려고 일부러 꾸민 계획이라고. 지금까지 한 행동들 전부 가짜야. 그러니까 절대 믿지 마!”

“맞아. 저 자식은 다른 속내가 있어. 좋은 놈이 아니라고. 항상 경계해야 해!”

한솔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그들의 말에 남궁은설은 조금 전까지 생겨났던 미안함이 순식간에 다시 사라졌다.

‘그래, 날 도와준 건 다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은혜도 아니지. 어젯밤에 진짜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도 나 혼자 속고 있었을 거야. 유진우는 날 속였으니까 미안해할 필요도, 고마워할 필요도, 마음 약해질 필요도 없어.’

그 생각에 남궁은설은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다시 유진우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다신 진우 씨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당장 나가세요!”

“당신...”

장 어르신이 화내려 하자 유진우가 말렸다. 유진우의 두 눈에 실망과 차가움이 짙어졌다.

“은설 씨 지금 날 엄청 미워하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더는 알짱거리지 않고 이만 가볼게요.”

그러고는 바로 돌아서서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남궁은설이 내쫓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은 것 같은데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는 것도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남궁을용의 생일은 마음만 전해주면 되었다.

“흥, 진작 꺼졌어야지. 재수 없어!”

유연지가 싫은 티를 팍팍 냈다.

“지금 당장 가주님께 알려서 유진우가 나가면 잡아들이라고 해.”

한솔은 바로 옆에 있는 부하에게 분부했다. 파티를 망쳐서는 안 되지만 유진우를 가만히 두겠다는 뜻도 아니었다. 남궁 가문의 도련님을 때렸으니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지.

“장군님 오셨습니다.”

유진우가 연회장을 나가던 그때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백발이 성성하고 체격이 우람한 남궁을용이 한 무리 사람들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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