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졌다.“금주 총사령관이 장군님 생신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한없는 복을 누리시고 만수무강하십시오!”“진강시 이 시장이 장군님 생신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원기 왕성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하동 그룹 회장이 장군님 생신 축하드리러 왔습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부하의 외침과 함께 화려한 옷차림의 거물들이 연이어 도착했다. 대권을 손에 쥔 총사령관, 한 도시를 관리하는 시장, 그리고 재벌뿐만이 아니라 각계 거물도 모두 참석했다. 그들이 준비해온 선물도 전부 아주 귀한 보물들이었다.“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 자, 다들 자리에 앉으세요.”가주 남궁무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객들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남궁을용은 웃음으로 사람들의 인사에 답했다.“셋째 도련님 오셨습니다.”그때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람들은 소리를 따라 약속이나 한 듯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얀 옷차림에 얼굴이 준수한 한 중년 남자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고 그의 뒤로 망토를 걸친 두 사람이 따라왔다.“어머, 장군님의 막내아들 남궁해수 아니야?”“남궁해수가 가족들이랑 갈등이 있고 난 뒤로 몇 년 동안 소식이 끊겼다던데 오늘 갑자기 돌아왔네.”“아들로서 아버지 생신 축하하러 오는 건 당연한 거지.”걸어들어오는 중년 남자를 보며 사람들이 수군거렸다.남궁을용에게 아들 셋이 있는데 바로 첫째 남궁무원, 둘째 남궁보성, 셋째 남궁해수였다. 세 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건 남궁해수였다. 용감무쌍하고 머리도 총명하여 신임을 받았고 심지어 후계자로 직접 거명되기도 했다.그런데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궁해수는 권력을 포기하고 가출했다. 그렇게 족히 5년이나 종적을 감추다가 오늘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해수?”그의 얼굴을 본 남궁무원이 화색이 도는 얼굴로 재빨리 맞이했다.“해수야, 이게 얼마 만이야. 드디어 돌아왔구나.”그러면서 남궁해수를 꽉 껴안았다.“큰형, 오랜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남궁해수가 히죽 웃
냉랭한 한마디에 남궁무원과 남궁보성의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들은 막냇동생이 가장 예쁨받고 중시를 받는다고 생각했다.‘해수가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기뻐해야 정상 아닌가? 왜 되레 정색하시지? 5년이나 지났는데 부자간에 풀지 못할 오해가 뭐가 있다고.’“아버지, 전에는 제가 철이 없었고 어리석었어요. 진심으로 사과드릴게요.”남궁해수는 말하면서 허리 숙여 인사했다.“그동안 생각 많이 했어요. 잘못했어요, 아버지. 부디 넓은 마음으로 한 번만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뭐?”남궁을용은 놀란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그의 막내아들은 늘 고집이 셌고 절대 남에게 허리를 굽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몇 년 만에 나타나 사과를 하다니, 확실히 철이 든 듯싶었다.“아버지, 지나간 건 다 지나갔잖아요. 해수도 잘못을 뉘우쳤으니까 그만 용서하세요.”남궁무원이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그래요, 아버지. 그때 일 다 오해잖아요. 가족끼리 화목하게 지내면 풀지 못할 게 없어요.”남궁보성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남궁해수의 예의 바른 모습에 남궁을용의 표정도 드디어 사그라들었고 손을 내저었다.“됐어, 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어. 일단 자리에 앉아.”“고맙습니다, 아버지.”남궁해수는 다시 한번 허리 굽혀 인사했다.“해수야, 이리 와서 앉아.”남궁무원은 아주 친절하게 남궁해수를 끌고 자리에 앉았다. 그는 예전부터 막냇동생을 예뻐했었다. 오랜만에 만나 그런지 더욱 기분이 좋았다.남궁 가문의 다른 핵심 인물들도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그들은 남궁을용이 내려놓지 못한 한 가지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게 바로 남궁해수가 가출한 일이었다. 하여 5년 동안 아무도 남궁을용 앞에서 남궁해수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이젠 남궁해수가 돌아와 먼저 사과를 건넸으니 그때의 오해도 다 풀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오늘부로 남궁 가문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시간이 흐르자 명성과 지위가 높은 분들이 또 많이 찾아왔다. 찾아오는 사람마다 경호원 두
그런데 선물 박스를 열어보던 남궁을용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박스 안에 귀한 물건이나 성의가 담긴 물건은 없었고 흰 천이 담겨있었다.“준비했다던 선물이 이거야?”남궁을용이 눈살을 찌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물었다.“왜요? 마음에 안 드세요?”남궁해수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여전히 굽신거렸다.“마음에 안 드냐고?”남궁을용의 표정이 확 굳어지더니 선물 박스를 그대로 바닥에 던지면서 호통쳤다.“네가 뭘 선물했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봐봐.”콰당!선물 박스가 깨지면서 안에 담겨있던 흰 천이 드러났다.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사람들은 순간 멍해졌다.“어떻게 된 거야? 생신에 흰 천을 선물했다는 건 무슨 뜻이야?”“저건 그냥 흰 천이 아니고 목을 맬 때 쓰는 백릉이야.”“뭐? 백릉? 말도 안 돼. 저걸 왜...”“이러니까 장군님께서 화나셨지. 누구라도 절대 못 참았을 거야. 남궁해수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랬대?”“...”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조금 전까지 뜨거워졌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해수야, 이걸 왜 준비했어? 잘못 가져온 거 아니야?”남궁무원이 눈살을 찌푸렸다.“해수야, 당장 치워. 남들이 보면 웃어.”남궁보성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생일에 이런 불길한 물건을 선물하는 건 잘못되기를 바란다는 건가?“제가 준비한 선물 마음에 안 드시나 봐요.”남궁해수는 주변의 이상한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백릉을 주워 먼지를 툭툭 털면서 웃었다.“이 백릉은 저희 아내가 썼던 물건입니다. 족히 5년 동안 버리지 않고 간직했어요. 언젠가 아버지께 드리려고요...”그의 말에 현장이 떠들썩해졌다. 특히 남궁 가문 가족들의 표정이 급변했고 두려움에 떨었다.그해 그 일은 알게 모르게 금기가 되어 지금까지 아무도 감히 꺼내지 못했다.남궁해수가 과거를 잊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돌아온 줄 알았는데 그 일을 다시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해수야,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갑자기 그 얘기는 왜
푹!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남궁해수의 이 공격은 아무런 조짐도 없이 남궁무원의 가슴을 그대로 찔렀다. 시뻘건 피가 칼끝을 따라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으악...”남궁무원은 넋이 나간 얼굴로 가슴팍을 찌른 칼을 내려다보았다. 늘 중요시하고 예뻐했던 막냇동생이 자신을 찌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아주 과감하고 잔인하게.그 순간 모든 사람이 충격에 빠졌다. 조금 전까지 점잖고 미소를 잃지 않던 남궁해수가 갑자기 친형에게 칼을 휘두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전에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린 거라고 설명해도 되었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너... 너 감히...”남궁무원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뭔가 얘기하고 싶었지만 시뻘건 피를 잔뜩 토했다. 결국 몸을 비틀거리면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형, 긴장할 거 없어. 심장 비껴가서 당장은 죽지 않으니까 얌전히 누워있어. 알짱거리지 말고.”남궁해수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 끝에 묻은 피를 닦았다. 마치 보잘것없는 일이라도 한 듯 차분하기 그지없었다.“짐승만도 못한 놈! 간덩이가 부었구나!”그때 남궁을용이 노발대발했다.“좋은 말로 타이르는 네 형을 찔러?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여봐라, 저 불효자식을 잡아들여!”“네!”남궁을용의 명이 떨어지자 한 무리 무장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남궁해수는 전혀 겁이라곤 없는 얼굴로 손수건을 바닥에 던졌다.곧이어 벽 쪽에 두 줄로 섰던 경호원들이 동시에 움직였는데 하나같이 맹호처럼 달려들었다. 실력이 아주 뛰어났고 속도도 빨랐다. 게다가 진작 예상이라도 한 듯 움직이자마자 압도적이었다. 방금 들어온 무장 병사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바닥에 줄줄이 쓰러졌고 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 순식간에 대반전이 일어났다.“뭐야?”갑작스러운 상황에 남궁을용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연회장 안에 자객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왔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다시 말해 이 자리에 있는 일부 하객들이 매수당했다는 뜻이었다.“해수
장군 저택의 천명에 달하는 무장 병사들로 현장을 진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이 또한 그동안 왜 아무도 장군 저택에서 행패를 부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다 어디 갔어? 빨리 지원 와야지.”큰소리쳤는데도 밖에 아무런 반응이 없자 남궁보성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작은형, 부르지 마. 우리 애들이 진작 장군 저택에 들어와서 이 집 병사들 싹 다 처리했어.”남궁해수가 히죽 웃었다.“말도 안 돼. 거짓말하지 마!”남궁보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병사 천명 모두 훈련을 거친 고수들인데 이렇게 쉽게 해결됐다는 게 말이 되는가?“5년이나 계획했는데 이런 작은 일도 해결하지 못하면 오늘 이렇게 찾아오지도 않았어.”남궁해수가 덤덤하게 말했다.“진작 준비하고 있었구나.”남궁보성의 낯빛이 굳어지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날카롭게 말했다.“해수야, 네가 용기도 있고 머리도 좋은 건 인정이야.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어.”“뭔데?”남궁해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바로 나.”남궁보성이 외투를 천천히 벗자 탄탄한 근육이 드러났다.“난 어릴 적부터 무공을 수련해서 이젠 반보 마스터 경지에 이르렀어. 네 부하들로는 턱도 없다고.”“반보 마스터?”그의 말에 현장이 또 소란스러워졌다. 본투비 레벨 고수가 되는 것도 아주 어려운 일인데 반보 마스터가 되려면 더 뛰어난 천부적인 재능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이 경지에 이르면 혼자서도 천명 정도는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해수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하지만 계속 정신 못 차린다면 나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남궁보성이 발을 구르자 쿵 하는 폭발음이 들려오면서 바닥에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엄청난 기운이 순식간에 폭발했다.남궁해수의 몇몇 부하들은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피를 토하면서 날아가 중상을 입었다.그 모습에 사람들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겁에 질린 얼굴로 연신 뒷걸음질 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반보 마스터급 강자가 사람 하나 죽이는 건 그야말로 식은 죽 먹
“뭐야?”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사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남궁보성이 반보 마스터급 강자라며? 그럼 현장을 휩쓸어야 정상인데. 왜 주먹 한 방에 피 흘리면서 쓰러졌지?“여보!”“아빠!”화들짝 놀란 도란영과 남궁은설이 재빨리 달려가 남궁보성을 부축했다.“콜록콜록...”남궁보성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시뻘건 피를 연신 토해냈다. 지금 이 순간 그의 얼굴에도 충격과 경악이 가득했다.서혼공을 수련한 후로 그는 자신만만해졌다. 천하무적까진 아니더라도 상대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정도였다.그런데 왜? 왜 오늘 나서자마자 진압당한 걸까? 그가 너무 약한 탓일까, 아니면 적이 너무 강한 걸까?“너... 너 대체 누구야?”남궁보성이 내키지 않는 듯 이를 악물었다.“천축국의 로샬이다.”검은 옷 남자가 망토를 벗자 외국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마른 얼굴에 눈이 움푹 패어 들어갔는데 차가운 느낌이 느껴졌다.“뭐? 로샬? 천축국의 무도 마스터 아니야? 저자가 여긴 왜 왔어?”“남궁해수가 큰마음 먹었나 봐. 천축국의 마스터 강자까지 데려온 걸 보면. 이러니 남궁보성이 상대가 안 되지.”“망했어! 장군 저택의 무장 군대도 쓰지 못하고 남궁보성까지 패했어. 오늘 장군 저택이 망하는 건가?”“...”로샬의 신분을 알게 된 후 현장이 발칵 뒤집혔다. 무도 마스터급 강자는 만 명이 상대하기도 버거운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장군 저택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로샬?”남궁보성의 얼굴에 겁먹은 기색이 드러났다.“해수 너 진작 만반의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어. 그 먼 천축국의 사람을 부르다니. 장군 저택을 쑥대밭으로 만들 작정이구나.”“형, 믿는 구석이 없었으면 나도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오지 않았어.”남궁해수의 입가에 담담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수년간 준비하는 동안 할 수 있는 방법은 전부 다 썼다.“해수야, 네가 우리 세 형제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건 인정해. 하지만 아쉽게도 넌 장군 저택을 너무 얕잡아봤어. 무도 마스터 한 명으로
로샬이 강하긴 했지만 선조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 정도였다.“선조? 허허... 오랜만에 듣네. 하지만 선조도 당신들 못 도와줘.”남궁해수의 표정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선조님 나타나 주세요!”한참을 기다려도 반응이 없자 남궁보성이 더 높은 목소리로 뒷산을 향해 소리쳤다.“형, 부르지 마. 선조 여기 있어.”남궁해수는 어디서 종이 박스를 꺼냈는지 바닥에 툭 던졌다. 종이 박스가 튕겨 나가면서 피범벅인 사람 머리가 굴러 나왔다.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는데 삐쩍 마른 얼굴에 두 눈을 크게 뜨고 있었고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선... 선조님?”그 모습에 남궁보성은 혼비백산하며 연신 뒷걸음질 쳤다. 다른 이들도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말... 말도 안 돼. 선조님이 죽었어?”“선조님은 실력이 엄청난 무도 마스터인데 왜 갑자기 죽었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망했어, 망했어. 선조님까지 죽었으니 장군 저택 위기야!”“...”남궁 가문 사람들은 도무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장군 저택의 비장의 카드가 이렇게 맥도 쓰지 못하고 죽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머리가 잘린 채로 죽었다. 그들에게는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선조님이 강한 건 인정이야. 미리 잠복하지 않았더라면 못 죽였을 수도 있어.”남궁해수가 덤덤하게 웃었다.지금 이 순간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의 웃음은 악마처럼 무서웠다.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장군 저택 전체를 함정에 빠뜨렸다. 실로 무서운 인간이 아닐 수 없었다.“말도 안 돼!”남궁보성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어 연신 고개를 저었다.“선조님이 얼마나 강하신데 천축국 로샬 혼자서 어떻게 선조님을 죽일 수 있어?”“난 로샬 혼자라고 말한 적 없는데.”남궁해수가 여유롭게 말했다.“천축국의 로샬과 야샤가 항상 붙어 다닌다는 거 몰랐어? 로샬이 여기 있으면 야샤는 어디 있겠어?”“야샤?”남궁보성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야샤도 왔어?”야샤는 로샬과 같은 급
남궁해수의 간단한 한마디에 엄청난 위압감이 담겨있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남궁을용에게 향했다. 여기서 지위가 가장 높고 권력이 가장 센 장군의 태도가 가족의 생사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불효자식 같으니라고! 가문을 망치고 가족을 해친 네가 무슨 낯짝으로 설명을 요구해? 정말 네가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거야?”남궁을용이 어두운 목소리로 호통쳤다.그는 줄곧 남궁해수를 가장 적합한 후계자로 염두에 두었었다. 용기도 있고 머리도 좋아서 가문을 이끌 능력이 충분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가장 훌륭했던 아들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서 가문과 등을 돌렸다. 남궁을용은 화가 나는 동시에 마음이 더 아팠다.“아버지, 전 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한 거예요. 아버지가 제 집사람을 죽음으로 몰지 않았더라면 오늘 같은 이 길을 선택했을 리가 없죠.”남궁해수가 덤덤하게 말했다.“그 여자 죽음이 나랑 상관있다고? 상관있다면 뭐? 걔는 죽어도 싸!”남궁을용의 표정이 차갑기 그지없었다.“죽어도 싸다고요?”남궁해수가 자신을 비웃었다.“아버지 며느리인데 죽어도 싸다는 게 말이 돼요?”“내 며느리이긴 하지만 적대국의 간첩이고 우리 용국의 적이야!”남궁을용이 매섭게 호통쳤다.“그런 간첩들 때문에 우리 용국의 젊은 청년들이 전쟁터에서 얼마나 많이 억울하게 죽었는지 알아?”“제 집사람 이미 잘못을 뉘우쳤잖아요. 그리고 남을 해친 적도 없고요. 그런데 왜? 왜 기회도 안 준 건데요?”남궁해수가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걔가 남을 해친 게 아니라 널 해쳤지.”남궁을용이 상을 탁 쳤다.“넌 원래 앞날이 창창한 애였어. 그런데 지금 어떤 꼴인지 봐봐. 넌 장군 저택의 수치야!”그는 남궁해수가 사랑을 좇는 걸 응원했고 심지어 가정 형편 차이가 심해도 상관없었다. 상대가 거지라고 해도 아들만 좋다면 허락할 수 있었지만 간첩만은 죽어도 안 되었다.“전 앞날 같은 거 신경 쓰지 않아요. 제 집사람만 옆에 살아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