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뒤.봉연주와 이청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아보니 배수현의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뭐라고? 너도 맞았다고?”봉연주의 이마가 찌푸려졌다.“어떻게 된 거야? 경호원 두 명도 데리고 갔잖아?”그녀의 경호원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 절대 불량배 따위에게 당할 사람이 아니다.“그 둘은 시작하자마자 쓰러져서 아무 도움도 안 됐어. 그 바람에 나도 맞았다니까.”배수현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잔뜩 묻어있었다.“우리 봉씨 가문 얘기는 했어?”봉연주가 물었다.“당연히 했지. 하지만 그 자식은 더 거칠게 나오더라고.”배수현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뭐? 네가 우리 봉씨 집안사람이라는 걸 알고도 그렇게 날뛰었다는 거야?”봉연주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불량배 따위가 감히! 기다려. 내가 곧바로 갈게.”“알았어. 얼른 와. 내가 최대한 저 자식을 붙잡아 놓을게.”배수현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연주 씨, 보아하니 무슨 일 생긴 것 같은데 제가 도와드릴까요?”이청아가 물었다.“사소한 일일 뿐이에요. 하지만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재밌는 구경 하러 가시죠.”봉연주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마침 심심했던 터라 연주 씨와 쇼핑하러 나갔다고 생각하죠, 뭐.”이청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전 400억이나 되는 큰돈을 받았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레스토랑에서 나간 뒤, 두 사람은 경호원 몇 명을 불러 함께 새싹 어린이집으로 향했다....그때 새싹 어린이집.배수현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채 최숙자와 함께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처음 들어갔을 땐 세상을 발아래에 두기라도 한 듯 위풍당당했었지만, 유진우에게 호된 따귀 몇 대 맞고는 지금의 이 쭈구리 상태가 되어버렸다.사내대장부가 매를 맞고 눈물까지 흘리게 된 것이다.“야! 너 도망치지 마! 곧 내 뒷배가 도착할 거야. 그때에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배수현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
그들은 폭력적으로 사람들을 밀치며 길을 냈다.깨끗이 터놓은 길 위로, 화려한 옷차림, 공주 같은 자태의 봉연주가 등장했다.아름다운 미모와 어렸을 때부터 길러온 귀족의 분위기. 한눈에 봐도 비범한 출신의 사람이었다.“연주야, 드디어 왔구나!”봉연주를 본 순간 배수현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달려가 그녀를 맞이했다.“이거 봐. 내 얼굴 좀 봐. 반드시 날 위해 복수를 해줘야 해!”“봐 봐.”봉연주는 손을 뻗어 배수현의 아래턱을 잡고 좌우로 살펴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누구야?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그녀의 남자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잘 생겨야 할 것. 둘째, 혈기 왕성해야 할 것. 셋째, 그녀를 즐겁게 해줄 것.배수현의 수려했던 얼굴은 지금 유진우한테 맞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자기 개인 자산이 공격받았다는 느낌까지 들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저놈이야!”배수현이 손가락으로 유진우를 가리키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저놈이 바로 날 때린 놈이야! 네가 오면 같이 치워버리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어!”“뭐라고?”봉연주는 유진우를 쏘아보며 소리쳤다.“감히 내 사람을 때려? 간덩이가 부었구나!”“넌 또 어디서 튀어나왔어?”유진우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봉연주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무슨 두더지 게임도 아니고... 한 명 치우면 또 한 명이 나타난다.대체 언제 끝난단 말인가?“이 건방진 새끼가 뭐라고 했어, 지금?”배수현은 눈을 부릅뜨고 또다시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너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 연경 봉씨 가문의 귀한 따님이야!”그 한마디 말에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뭐라고? 연경 봉씨 가문? 최고의 명문가잖아요!”“설마요. 봉씨 가문 아가씨가 왜 이런 곳에 오겠어요.”“감히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저 남자는 오늘 운 없게도 잘못 걸려들었네요.”“...”사람들은 봉연주의 신분에 놀라는 동시에 유진우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있었다.연경의 거물들이 이
“감히!”“미친놈!”유진우의 말은 배수현과 최숙자를 미치고 펄쩍 뛰게 만들었다.감히 봉씨 가문 아가씨에게 함부로 굴다니, 정말 살고 싶지 않나 보다.“너... 나한테 꺼지라고 한 거야?”봉연주는 곧바로 불같이 분노를 터뜨렸다.“천박한 놈이 똥오줌 가리지 못하고 날뛰고 있네! 오늘 난 반드시 네 버릇을 고쳐놔야겠어. 경호원! 지금 당장 저놈을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네!”뒤에 서 있던 몇 명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유진우를 잡으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퍽, 퍽, 퍽...”눈앞에서 사람의 몸이 휙휙 날렸다. 조금 전 앞으로 달려 나갔던 경호원들이 연이어 바닥에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뭐야?”믿을 수 없는 광경에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반응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봉연주가 명령을 내리고 경호원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쓰러질 때까지, 불과 2, 3초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어떻게 된 일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싸움은 끝나버린 것이다.정말이지 신기한 광경이었다.“어때? 계속 싸울까?”유진우는 애초에 주먹을 휘두르지도 않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히 자리에 서 있었다.“너 대체 누구야?”배수현은 겁을 먹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봉연주가 데려온 경호원은 충분히 강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주먹 두세 번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쓸모없는 것들!“이럴 수가. 봉씨 집안의 이렇게 많은 경호원들이 저 한 놈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서로 마주 보고 있는 최숙자와 장 원장의 눈동자엔 경악과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다.그 시각, 봉연주 역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그녀의 옆을 지키는 경호원은 모두 엄격한 훈련을 거친 정예팀이다.평소 혼자의 몸으로 열 명도 거뜬히 상대하던 그들인데, 지금 저 미천한 놈 하나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유 선생님, 우리 이제 그만 가죠. 일 더 크게 만들 필요 없잖아요.”김정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그들 모녀 때문에 유
유진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는 일반적으로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가 만약 막돼먹은 여자라면 굳이 호의를 베풀지도 않는다.“어...”따귀를 맞는 봉연주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저놈 미친 건가?봉씨 집안 경호원을 때린 것도 모자라 아가씨의 몸에까지 손을 댄다고?자그마치 명문가 큰따님이다!연경의 최고 명문가인 봉씨 가문 말이다!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가?“감히 날 때려?”봉연주는 시뻘게진 얼굴을 감싸쥐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진우를 쳐다보았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맞아본 적이 없다. 더욱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따귀를 맞았으니 수치심에 고개도 들 수 없었다.“당신들은 레퍼토리가 그것밖에 없어? 좀 신선한 거로 바꾸면 안 돼?”유진우도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너... 죽여버릴 거야!”봉연주는 꽥 소리를 지르고는 유진우를 향해 달려갔다.“연주야! 침착해! 침착해!”깜짝 놀란 배수현이 다급히 그녀를 껴안았다.이렇게 다짜고짜 덤비는 건 그녀만 손해 보는 일이다.“됐어요!”그때, 문밖에서 돌연 수려한 미모의 여자가 들어왔다.그 몸매 또한 완벽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차가운 분위기는 뜨거운 여름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만큼이나 편안했다.“이청아?”여자를 본 유진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곳에서 그녀를 볼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뒤에 서 있던 조선미가 못마땅한 듯 코를 슥슥 문질렀다.지금까지 팔짱을 끼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그녀는 이청아가 나타나자 곧바로 진지해지기 시작했다.인생 가장 큰 연적인 그녀를 신중히 대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만에 하나 빈틈이라도 내어주었다간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이청아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조선미가 앞으로 걸어 나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청아를 응시했다.두 경국지색의 여자가 한 공간에 나란히 서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풍경이
“두 사람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도 연신 한숨을 내뱉는 조선미를 본 이청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저 여자 미친 건가?“아니에요.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 죄송해요.”조선미는 씩 웃으며 먼저 사과했다.기억상실증 환자와 시시콜콜 따져서 뭣 하겠는가.“이상하네.”이청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눈에 거슬리지?조선미를 스치고 지나가, 그녀의 시선이 유진우에게로 향했다.“잠시만요. 당신은 낯이 익은데... 우리 혹시 만난 적 있나요?”“네?”간단한 그 한마디의 말이 다시 조선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기억상실증이라며? 왜 기억하고 있어?지금 나랑 장난하는 건가?“날 기억해요?”유진우는 화들짝 놀랐다.“아, 기억났어요. 그때 그 보험 설계사 맞죠?”곰곰이 생각해 보던 이청아가 그제야 생각난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얼마 전 저 사람은 병원에서 보험 마케팅 일을 하고 있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쫓겨나 버렸다.“네, 맞아요.”유진우는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보아하니 정말 예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깔끔하게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난 또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잖아. 고작 보험이나 팔고 다니는 작자였어?”“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구르고 있으면서 감히 봉씨 집안 아가씨와 맞서? 자멸의 불길에 몸을 던져넣은 거지!”“몸값 수십억인 나도 이곳에선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데 보험 설계사 따위가 저토록 날뛰었다니. 말도 안 돼!”유진우의 직업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또다시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특히 배수현, 최숙자, 장 원장은 멍청이를 보는 듯 멸시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그들은 유진우의 뒷배가 꽤 든든한 줄로 여겼었다. 아니면 무슨 배짱으로 봉씨 가문 아가씨를 때리기까지 했겠는가?이제 보니 그저 허풍을 떨었던 것에 불과하다.“청아 언니, 저 사람에 대해 잘 알아요?”“한
그녀는 지금 중재자로 나서고 있다. 이 기회에 못 이기는 척 사과한다면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을 텐데.왜 아직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단 말인가?목숨보다 이 세상에 중요한 것이 뭐가 있다고.대체 무슨 생각이지?“당신 말은 잘 알아들었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한 가지 사실을 잘못 알고 있어요. 난 봉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반대로 봉씨 가문이 날 두려워해야 하죠.”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에 많은 사람들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봉씨 가문이 널 무서워해야 한다고? 하하하... 약이라도 잘못 먹었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보험 설계사 따위가 감히 저런 망언을 내뱉다니.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놈이야.”“어리석은 놈! 아직도 자신이 누구를 건드렸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네요.”사람들은 모두 멍청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유진우를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너무 멍청해.”이청아가 고개를 저었다.“난 이미 당신에게 기회를 줬어요. 그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 그만할게요.”평소의 그녀라면 이런 일에 오지랖을 부리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자꾸 끼어들게 되었다.“제가 몇 마디 할게요. 첫째, 제 남자는 당신이 주는 기회 따위 필요 없어요. 둘째, 지금 유리한 위치에 있는 건 우리예요. 설사 궁지에 몰리더라도 뚫고 나가면 돼요!”조선미가 가슴을 내밀고 당당히 말했다.미모로 논한다면 우열을 가릴 수 없겠으나, 기세를 논한다면 조선미가 한 수 위인 듯했다.“청아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에요? 이분이 누군지 알아요?”봉연주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문 어르신의 수양딸이라는 신분이 드러난다면 천하가 들썩일 것이다.“됐어요. 이제 당신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을게요.”이청아는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나서기 좋아하는 사람도 아닐뿐더러 이런 사소한 일로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그래요.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다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조선미가 배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유진우는 차를 몰고, 조선미는 조수석에 앉고 김정아와 홍소현은 뒷좌석에 앉아있었다.“소현아, 앞으로 누가 널 괴롭히면 곧바로 이모한테 말해. 이모가 대신 혼내줄게. 알겠지?”조선미는 물티슈로 소현이의 얼굴에 묻은 얼룩을 닦아주며 말했다.“네. 알겠어요.”홍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소현아, 내일부터 아저씨가 싸움 가르쳐줄까?”유진우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누가 괴롭히면 너도 맞받아쳐. 그리고 누굴 혼내고 싶으면 때려!”“무슨 막말을 하는 거예요?”조선미가 얼굴을 찌푸렸다.“그 힘든 걸 왜 우리 소현이한테 시키려고 해요? 그리고 어떤 여자아이가 맨날 싸움만 하고 다닌대요? 피아노나 그림, 이런 걸 배우면 얼마나 좋아요.”“할 줄 아는 게 너무 많은 것도 피곤해요. 격투기가 좋을 것 같은데, 위험에 처하면 자신을 보호할 수도 있고.”유진우가 설명했다.싸움 기술은 어릴 때부터 익혀야 한다.힘들긴 하겠지만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소현아, 네 생각은 어때?”조선미가 고개를 돌리고 물었다.무엇보다 수양딸의 의견을 묻는 게 제일 중요하다.“전 이모 말 들을 거예요.”소현이가 영리하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하하하... 알았어. 네가 조금만 더 크면 이모가 다 알아봐 줄게.”조선미는 사랑이 가득 담긴 얼굴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화기애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김정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지금까지 유진우와 조선미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그녀는 모두 눈에 담았다. 어찌 됐든 이렇듯 훌륭한 양부모가 생겼으니, 앞으로 수현이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여보, 이왕 나왔는데 외식하고 들어갈까요?”조선미가 소현에게도 물었다.“소현아, 뭐 먹고 싶어?”“음... 감자튀김과 햄버거가 먹고 싶어요. 먹어도 돼요?”홍소현이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이며 물었다.“당연하지. 오늘 이모가 배불리 먹게 해줄게.”조선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앗싸! 감자튀김 햄버거 먹는다!”홍소현은 너무 신나 환호를
김정아는 얼굴이 피투성이 된 채 손발 여러 곳이 골절되었고 심하게 부딪힌 배는 양수가 터져 시뻘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형수님! 소현아!”유진우는 목이 터지라 울부짖었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두 사람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린 그는 ‘쾅’ 소리와 함께 찌그러진 문을 잡아당기더니 곧바로 김정아와 홍소현을 끌어안았다.심각한 부상을 입은 두 사람을 보며 유진우는 목숨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은침을 꺼내 응급조치를 시작했다.“대표님!”이때 강린파 사람들이 부랴부랴 달려왔다.그들은 유진우가 조선미를 위해 마련한 경호원으로 지금껏 비밀리에 그녀를 보호해 왔기에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빨리! 지금 당장 병원으로 이송해!”상황을 진정시킨 후, 그는 김정아와 홍소현을 차에 태웠고 강린파 사람들에게 얼른 두 사람을 병원으로 보내 치료를 받도록 지시했다.그리고 반대편 문을 열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멍해 있는 조선미를 끌어안았다.“소현이... 소현이는 괜찮아요?”조선미는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조금 다치긴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유진우는 은침을 놓으며 그녀를 위로했다.“괜찮으면 됐어요. 다행이네요.”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운전기사 잡았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에요.”이때 강린파에서 대머리 운전기사를 끌면서 다가왔다.“대표님, 선미 씨, 정말 죄송해요. 브레이크가 갑자기 고장 나는 바람에 제어가 안 됐네요. 저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대머리 운전기사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브레이크가 고장 났다고요?”조선미는 표정이 점점 굳어지더니 곧바로 손을 들어 운전기사의 뺨을 내리쳤다.“브레이크가 고장 났다면서 가속 페달은 왜 밟은 거죠? 누가 봐도 우릴 치려고 일부러 밟은 거잖아요!”“선미 씨, 말씀이 참 지나치시네요.”대머리 운전기사는 화끈거리는 얼굴을 만지며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사람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