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원장이 말했다.“여보?”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유문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여보, 왜 이렇게 된 거야?”“저놈이... 저놈이 한 짓이에요!”최숙자가 부들부들 떨며 손을 뻗어 유진우를 가리켰다.“당신이야?”유문승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당신이 내 와이프 때렸어?”“맞아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히 인정했다.“이 아주머니가 너무 막무가내로 구는 바람에 버릇 좀 고쳐준 것뿐이에요.”“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네! 감히 내 여자의 몸에 손을 대?”유문승의 눈빛에서 분노가 이글거렸다.“말해봐.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거야?”이 구역에선 아무도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감히 그의 와이프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은 뒷배경이 아주 대단하거나, 골 빈 철없는 멍청이들뿐이다.상대의 신분을 아직 확실히 인지하기 전이기 때문에 유문승은 일말의 여지는 남겨야 했기에 심한 말까진 내뱉지 않았다.“일단 이 아주머니한테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럼 오늘 일은 문제 삼지 않을게요.”“뭐라고? 사과?”유진우의 말에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저 사람 미친 건가?때린 건 본인인데, 맞은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또한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는 유 경감의 눈앞이라는 것이다.아예 유 경감을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의미나 다름없다.“미친놈!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옆에 서 있던 장 원장이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이분은 수천만 명을 수하로 두신 유 경감님이셔! 감히 그런 분 앞에서 말도 안 되는 객기를 부려? 살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유 경감은 경찰청에서 명실상부 2인자다.단 한마디 말만으로도 보통 서민들의 생사 정도는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얼른 저놈을 유치장에 잡아넣어요!”최숙자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그 표독스러운 눈빛은 당장이라도 유진우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사람을 때려놓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대체 무슨 배짱으로
“네?”장 원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벌겋게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쥐고 멍하니 유문승을 쳐다보았다.‘당신 편에 서서 말한 나를 때려? 대체 왜?’“뭐 하는 거야? 당장 사과해!”유문승이 또다시 따귀를 때렸다.큰 거물들의 심기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고작 원장 한 명쯤은 가볍게 짓밟을 수 있다.“죄, 죄송합니다...”장 원장이 일그러진 얼굴로 결국 사과했다.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눈앞의 이 여자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직감할 수 있었다.그게 아니라면 유 경감이 이렇듯 크게 반응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조금 전엔 제가 미처 아가씨를 보지 못했습니다.”장 원장을 한바탕 혼낸 유문승은 곧바로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가씨께선 무슨 이유로 이곳에 걸음을 하신 건지요?”“이 사람은 제 남자친구고, 이 아이는 제 수양딸이에요.”조선미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당신 와이프가 내 수양딸을 때렸고, 내 남자친구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당신 와이프를 때린 거예요. 난 이건 명백한 정당방위라고 생각해요. 경감님이 보기에는요?”“네?”유문승은 깜짝 놀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네네... 정당방위 맞습니다. 하마터면 아무 죄 없는 사람을 오해할 뻔했네요. 모든 건 제 아내의 잘못입니다. 제가 대신해 사과드릴게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아내를 잘 교육하겠습니다.”“사과?”연신 굽신거리며 머리를 조아리는 유문승의 모습에 사람들은 의문이 가득했다.평소 사람들의 머리 위에 군림하며 위풍당당했던 유 경감에게도 이런 비굴한 면이 있었다니.저 예쁜 여자는 대체 누구지?“당신의 사과는 소용없어요. 와이프한테 직접 사과하라고 하세요.”유진우가 돌연 입을 열었다.“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잘못한 사람이 사과해야죠.”유문승은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 내며 만신창이가 된 최숙자를 일으켰다.“당신이 때렸으니까 빨리 사과해!”“사과요? 내가 왜요?”최숙자는 유문승을 확 밀쳐버리더니 그
그때, 한 고급 레스토랑.우아하게 옷을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이 한자리에 모여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청아 언니, 정말 부러워요. 문 어르신의 눈에 들어 수양딸까지 되다니요. 진짜 축하드려요!”빨간색 옷을 입은 여자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 여자가 바로 연경 8대 명문가, 봉씨 가문의 딸 봉연주이다!“듣기로 문 어르신은 다년간 전장에서 떠돈 탓에 슬하에 자녀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청아 씨를 수양딸로 들였다는 건 청아 씨가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걸 증명하는 거죠.”반지르르한 외모를 갖고 있는 남자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이 남자의 이름은 배수현, 봉연주의 남자친구다. 오로지 얼굴과 말로만 먹고사는 사람이다.“청아 언니, 우리한테 문 어르신과 어떻게 알게 됐는지 알려주면 안 돼요?”봉연주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문 어르신은 워낙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성격이 차갑고 냉담해 사람들과 함부로 인연을 맺지 않는다.최근 돌연 서울에 나타난 데다 수양딸까지 들였다고 하니,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 것이다.연경에 내로라하는 가문의 자제들이 이곳에 모여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정말 우연이었어요.”이청아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설명했다.“5일 전, 집 앞에서 교통사고가 났어요. 피해자가 위급한 상태길래 얼른 병원에 모셔다드렸거든요. 알고 보니까 그 사람이 바로 어르신이었어요.”“네? 그렇게 간단하다고요?”봉연주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그녀는 무언가 사람들에게 숨겨야 하는 비밀이라도 있는 줄 알았었다. 알고 보니 그저 목숨을 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함이었다.“아니면요?”이청아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봉연주는 여전히 이청아가 수양딸이 된 데엔 교통사고를 제외하고 다른 원인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이상하네요. 문 어르신은 엄청난 내공을 갖고 계시는데 어떻게 교통사고 하나 때문에 생명이 위독할 수가 있죠?”봉연주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봉연주
30분 뒤.봉연주와 이청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전화가 걸려 왔다.전화를 받아보니 배수현의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뭐라고? 너도 맞았다고?”봉연주의 이마가 찌푸려졌다.“어떻게 된 거야? 경호원 두 명도 데리고 갔잖아?”그녀의 경호원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 절대 불량배 따위에게 당할 사람이 아니다.“그 둘은 시작하자마자 쓰러져서 아무 도움도 안 됐어. 그 바람에 나도 맞았다니까.”배수현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잔뜩 묻어있었다.“우리 봉씨 가문 얘기는 했어?”봉연주가 물었다.“당연히 했지. 하지만 그 자식은 더 거칠게 나오더라고.”배수현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뭐? 네가 우리 봉씨 집안사람이라는 걸 알고도 그렇게 날뛰었다는 거야?”봉연주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불량배 따위가 감히! 기다려. 내가 곧바로 갈게.”“알았어. 얼른 와. 내가 최대한 저 자식을 붙잡아 놓을게.”배수현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연주 씨, 보아하니 무슨 일 생긴 것 같은데 제가 도와드릴까요?”이청아가 물었다.“사소한 일일 뿐이에요. 하지만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재밌는 구경 하러 가시죠.”봉연주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마침 심심했던 터라 연주 씨와 쇼핑하러 나갔다고 생각하죠, 뭐.”이청아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전 400억이나 되는 큰돈을 받았다. 받는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레스토랑에서 나간 뒤, 두 사람은 경호원 몇 명을 불러 함께 새싹 어린이집으로 향했다....그때 새싹 어린이집.배수현은 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채 최숙자와 함께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처음 들어갔을 땐 세상을 발아래에 두기라도 한 듯 위풍당당했었지만, 유진우에게 호된 따귀 몇 대 맞고는 지금의 이 쭈구리 상태가 되어버렸다.사내대장부가 매를 맞고 눈물까지 흘리게 된 것이다.“야! 너 도망치지 마! 곧 내 뒷배가 도착할 거야. 그때에도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배수현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
그들은 폭력적으로 사람들을 밀치며 길을 냈다.깨끗이 터놓은 길 위로, 화려한 옷차림, 공주 같은 자태의 봉연주가 등장했다.아름다운 미모와 어렸을 때부터 길러온 귀족의 분위기. 한눈에 봐도 비범한 출신의 사람이었다.“연주야, 드디어 왔구나!”봉연주를 본 순간 배수현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는 곧바로 달려가 그녀를 맞이했다.“이거 봐. 내 얼굴 좀 봐. 반드시 날 위해 복수를 해줘야 해!”“봐 봐.”봉연주는 손을 뻗어 배수현의 아래턱을 잡고 좌우로 살펴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누구야? 누가 널 이렇게 만든 거야?”그녀의 남자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잘 생겨야 할 것. 둘째, 혈기 왕성해야 할 것. 셋째, 그녀를 즐겁게 해줄 것.배수현의 수려했던 얼굴은 지금 유진우한테 맞아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자기 개인 자산이 공격받았다는 느낌까지 들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저놈이야!”배수현이 손가락으로 유진우를 가리키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저놈이 바로 날 때린 놈이야! 네가 오면 같이 치워버리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어!”“뭐라고?”봉연주는 유진우를 쏘아보며 소리쳤다.“감히 내 사람을 때려? 간덩이가 부었구나!”“넌 또 어디서 튀어나왔어?”유진우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봉연주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무슨 두더지 게임도 아니고... 한 명 치우면 또 한 명이 나타난다.대체 언제 끝난단 말인가?“이 건방진 새끼가 뭐라고 했어, 지금?”배수현은 눈을 부릅뜨고 또다시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너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 연경 봉씨 가문의 귀한 따님이야!”그 한마디 말에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뭐라고? 연경 봉씨 가문? 최고의 명문가잖아요!”“설마요. 봉씨 가문 아가씨가 왜 이런 곳에 오겠어요.”“감히 아가씨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저 남자는 오늘 운 없게도 잘못 걸려들었네요.”“...”사람들은 봉연주의 신분에 놀라는 동시에 유진우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있었다.연경의 거물들이 이
“감히!”“미친놈!”유진우의 말은 배수현과 최숙자를 미치고 펄쩍 뛰게 만들었다.감히 봉씨 가문 아가씨에게 함부로 굴다니, 정말 살고 싶지 않나 보다.“너... 나한테 꺼지라고 한 거야?”봉연주는 곧바로 불같이 분노를 터뜨렸다.“천박한 놈이 똥오줌 가리지 못하고 날뛰고 있네! 오늘 난 반드시 네 버릇을 고쳐놔야겠어. 경호원! 지금 당장 저놈을 내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네!”뒤에 서 있던 몇 명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유진우를 잡으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퍽, 퍽, 퍽...”눈앞에서 사람의 몸이 휙휙 날렸다. 조금 전 앞으로 달려 나갔던 경호원들이 연이어 바닥에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다.“뭐야?”믿을 수 없는 광경에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반응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봉연주가 명령을 내리고 경호원이 움직이기 시작하여 쓰러질 때까지, 불과 2, 3초의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어떻게 된 일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싸움은 끝나버린 것이다.정말이지 신기한 광경이었다.“어때? 계속 싸울까?”유진우는 애초에 주먹을 휘두르지도 않은 듯 무표정한 얼굴로 태연히 자리에 서 있었다.“너 대체 누구야?”배수현은 겁을 먹고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봉연주가 데려온 경호원은 충분히 강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주먹 두세 번에 널브러지고 말았다.쓸모없는 것들!“이럴 수가. 봉씨 집안의 이렇게 많은 경호원들이 저 한 놈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돼?”서로 마주 보고 있는 최숙자와 장 원장의 눈동자엔 경악과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다.그 시각, 봉연주 역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그녀의 옆을 지키는 경호원은 모두 엄격한 훈련을 거친 정예팀이다.평소 혼자의 몸으로 열 명도 거뜬히 상대하던 그들인데, 지금 저 미천한 놈 하나 무릎 꿇리지 못한다고?“유 선생님, 우리 이제 그만 가죠. 일 더 크게 만들 필요 없잖아요.”김정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그들 모녀 때문에 유
유진우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그는 일반적으로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가 만약 막돼먹은 여자라면 굳이 호의를 베풀지도 않는다.“어...”따귀를 맞는 봉연주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저놈 미친 건가?봉씨 집안 경호원을 때린 것도 모자라 아가씨의 몸에까지 손을 댄다고?자그마치 명문가 큰따님이다!연경의 최고 명문가인 봉씨 가문 말이다!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은 건가?“감히 날 때려?”봉연주는 시뻘게진 얼굴을 감싸쥐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진우를 쳐다보았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맞아본 적이 없다. 더욱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따귀를 맞았으니 수치심에 고개도 들 수 없었다.“당신들은 레퍼토리가 그것밖에 없어? 좀 신선한 거로 바꾸면 안 돼?”유진우도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너... 죽여버릴 거야!”봉연주는 꽥 소리를 지르고는 유진우를 향해 달려갔다.“연주야! 침착해! 침착해!”깜짝 놀란 배수현이 다급히 그녀를 껴안았다.이렇게 다짜고짜 덤비는 건 그녀만 손해 보는 일이다.“됐어요!”그때, 문밖에서 돌연 수려한 미모의 여자가 들어왔다.그 몸매 또한 완벽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차가운 분위기는 뜨거운 여름날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만큼이나 편안했다.“이청아?”여자를 본 유진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곳에서 그녀를 볼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뒤에 서 있던 조선미가 못마땅한 듯 코를 슥슥 문질렀다.지금까지 팔짱을 끼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던 그녀는 이청아가 나타나자 곧바로 진지해지기 시작했다.인생 가장 큰 연적인 그녀를 신중히 대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만에 하나 빈틈이라도 내어주었다간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이청아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조선미가 앞으로 걸어 나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청아를 응시했다.두 경국지색의 여자가 한 공간에 나란히 서 있으니 그야말로 완벽한 풍경이
“두 사람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도 연신 한숨을 내뱉는 조선미를 본 이청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저 여자 미친 건가?“아니에요. 제가 사람을 잘못 봤어요. 죄송해요.”조선미는 씩 웃으며 먼저 사과했다.기억상실증 환자와 시시콜콜 따져서 뭣 하겠는가.“이상하네.”이청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눈에 거슬리지?조선미를 스치고 지나가, 그녀의 시선이 유진우에게로 향했다.“잠시만요. 당신은 낯이 익은데... 우리 혹시 만난 적 있나요?”“네?”간단한 그 한마디의 말이 다시 조선미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기억상실증이라며? 왜 기억하고 있어?지금 나랑 장난하는 건가?“날 기억해요?”유진우는 화들짝 놀랐다.“아, 기억났어요. 그때 그 보험 설계사 맞죠?”곰곰이 생각해 보던 이청아가 그제야 생각난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얼마 전 저 사람은 병원에서 보험 마케팅 일을 하고 있었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쫓겨나 버렸다.“네, 맞아요.”유진우는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보아하니 정말 예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깔끔하게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난 또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잖아. 고작 보험이나 팔고 다니는 작자였어?”“사회 가장 밑바닥에서 구르고 있으면서 감히 봉씨 집안 아가씨와 맞서? 자멸의 불길에 몸을 던져넣은 거지!”“몸값 수십억인 나도 이곳에선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데 보험 설계사 따위가 저토록 날뛰었다니. 말도 안 돼!”유진우의 직업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또다시 한바탕 토론이 벌어졌다.특히 배수현, 최숙자, 장 원장은 멍청이를 보는 듯 멸시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그들은 유진우의 뒷배가 꽤 든든한 줄로 여겼었다. 아니면 무슨 배짱으로 봉씨 가문 아가씨를 때리기까지 했겠는가?이제 보니 그저 허풍을 떨었던 것에 불과하다.“청아 언니, 저 사람에 대해 잘 알아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