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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여보, 약 먹을 시간이에요.”

유진우와 장 어르신이 한창 얘기를 나누던 그때 여자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따운 조선미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자기 그릇을 들고 사뿐사뿐 걸어 들어왔다.

요염하게 웃는 그녀의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탕약을 조심스럽게 유진우의 입가에 가져갔다.

“자, 여보. 약 마셔요.”

유진우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 장면 왜 어디서 본 것 같지?’

“여보, 왜 그래요? 얼른 마셔요.”

조선미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예쁜 두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다.

“어... 안 마시면 안 돼요?”

유진우는 온몸으로 거절했다.

“당연히 안 되죠. 이건 내가 정성 들여 달인 약이란 말이에요.”

조선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왜요? 내가 설마 독약이라도 탔을까 봐 그래요?”

“어휴, 이렇게 예쁜 선미 씨의 손에 죽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죠.”

유진우는 한마디 한 후 탕약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약이 너무 써서 안절부절못하는 유진우의 모습에 조선미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됐어요, 그만 호들갑 떨고 밥 먹으러 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반찬 가득 준비했어요.”

조선미는 휴지로 유진우의 입을 닦아준 후 팔짱을 끼고 방을 나섰다.

따르릉...

그런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조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알았어, 금방 갈게.”

대답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이에요?”

유진우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소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지금 당장 가봐야겠어요.”

조선미가 설명했다.

“그래요? 그럼 나와 같이 가요.”

유진우는 지체하지 않고 장 어르신더러 운전하라고 했다.

홍길수가 떠난 후 유진우는 홍소현을 딸이라 생각하면서 챙겼다. 딸에게 일이 생겼다는데 당연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

그 시각, 새싹 어린이집.

“빌어먹을 년이 대체 딸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이 계집애가 우리 아들 얼굴 다 할퀴어놓았잖아! 우리 아들이 얼마나 귀하게 자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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