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유진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떴을 땐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햇볕이 창문으로 비쳐 들어와 방 안을 환하게 비췄고 눈이 다 부실 지경이었다.“진우 씨, 드디어 깼네요!”옆에 있던 조아영이 눈을 뜬 유진우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나 얼마나 잤어요?”유진우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금방 깨어난 터라 아직 제정신이 아니었다.“3일이나 누워있었어요. 약신왕 선배님이 진우 씨가 괜찮다고 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관까지 준비할 뻔했다니까요.”조아영이 말했다.“3일이요? 그렇게나 오래 잤다고요?”유진우는 잠깐 놀라는가 싶더니 문득 뭔가 떠올랐다.“아 참, 선미 씨는요? 어떻게 됐어요? 깨어났어요?”“언니요?”조선미 얘기에 조아영의 낯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울먹였다.“우리 언니... 결국에는 이 세상을 떠났어요...”“네? 죽었다고요?”유진우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제자리에 굳어버렸다. 가뜩이나 창백한 안색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얘졌고 마치 넋을 놓은 사람처럼 멍해졌다.“어떻게 이럴 수가... 그럴 리가 없어요. 분명 검은 꽃무릇을 찾아왔는데 왜 죽어요? 대체 왜?”유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조선미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고 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살릴 수 있다며? 그런데 왜 못 살렸어? 대체 왜?’“안 되겠어요. 선미 씨 보러 가야겠어요. 내 두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믿어요.”유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틀거리며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다.“뭘 못 믿어요?”그때 문밖에서 한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아름다운 외모에 훤칠한 키, 그리고 남다른 분위기는 마치 한 폭의 그림에서 걸어 나온 선녀 같았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조선미였다!“선미 씨?”눈앞의 아름다운 여인을 본 순간 유진우는 어안이 벙벙했다.“안... 죽었어요?”“죽다니요?”조선미가 이상한 표정으로 물었다.“멀쩡하게 살아있는데 왜 죽어요?”“하지
유진우는 조선미를 꼭 끌어안고 그녀의 체온을 느끼면서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그제야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한참 후, 유진우가 중얼거리듯 한마디 했다.“됐어요, 그만 안아요. 나 숨 못 쉬겠어요.”조선미는 히죽 웃으며 유진우의 등을 토닥였다. 그의 품에 안긴 이 순간이 참 행복했지만 너무 꽉 안은 탓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다.“콜록... 미안해요.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요.”유진우는 그제야 알아차리고 재빨리 손을 풀었다. 방금은 저도 모르게 껴안은 거라 힘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이러니까 더 기분 좋은걸요? 당신이 날 엄청 걱정했다는 뜻이니까요.”조선미가 달콤하게 웃었다. 유진우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 같아 너무도 좋았다.이제 둘은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가 되었다. 이 점만 봐도 이청아와 비교할 수 없었다. 결혼 한번 했으면 뭐? 두 사람은 목숨까지 바꾼 사이인데.“여보, 쉬고 있어요. 약이 다 달여졌나 보고 올게요.”조선미는 발끝을 들고 유진우의 얼굴에 입맞춤한 후에야 방을 나섰다. 아름다운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유진우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그도 이 순간이 행복한 건 마찬가지였다.‘드디어 큰 고비를 넘겼어.’“영감님.”유진우는 정신을 차리고 문 앞에 있는 장 어르신을 불러 물었다.“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어요?”조선미도 3일 동안 의식이 없었고 유진우도 잠을 3일이나 잤다. 눈 깜짝할 사이에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요즘 서울이 비교적 조용하더라고요. 별다른 일이 없었어요.”그런데 장 어르신이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아 참, 조씨 가문 쪽을 주의 깊게 살펴야겠어요. 조군해가 가주 자리에 앉은 후에 조군해 부녀가 조씨 가문의 공신과 원로들을 싹 다 내쫓았어요. 지금 조씨 가문의 상황이 좋지 않아요.”“조군해는 지금 자기 편이 아닌 사람을 배제하려고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자는 싹 다 내쫓고 있어요. 이런 어리석은 방법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거나
“여보, 약 먹을 시간이에요.”유진우와 장 어르신이 한창 얘기를 나누던 그때 여자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따운 조선미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자기 그릇을 들고 사뿐사뿐 걸어 들어왔다.요염하게 웃는 그녀의 두 볼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탕약을 조심스럽게 유진우의 입가에 가져갔다.“자, 여보. 약 마셔요.”유진우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이 장면 왜 어디서 본 것 같지?’“여보, 왜 그래요? 얼른 마셔요.”조선미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예쁜 두 눈에 장난기가 가득했다.“어... 안 마시면 안 돼요?”유진우는 온몸으로 거절했다.“당연히 안 되죠. 이건 내가 정성 들여 달인 약이란 말이에요.”조선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 내가 설마 독약이라도 탔을까 봐 그래요?”“어휴, 이렇게 예쁜 선미 씨의 손에 죽는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죠.”유진우는 한마디 한 후 탕약을 들고 단숨에 들이켰다. 약이 너무 써서 안절부절못하는 유진우의 모습에 조선미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됐어요, 그만 호들갑 떨고 밥 먹으러 가요. 당신이 좋아하는 반찬 가득 준비했어요.”조선미는 휴지로 유진우의 입을 닦아준 후 팔짱을 끼고 방을 나섰다.따르릉...그런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은 조선미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알았어, 금방 갈게.”대답을 마친 그녀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무슨 일이에요?”유진우가 궁금증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소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나 봐요. 지금 당장 가봐야겠어요.”조선미가 설명했다.“그래요? 그럼 나와 같이 가요.”유진우는 지체하지 않고 장 어르신더러 운전하라고 했다.홍길수가 떠난 후 유진우는 홍소현을 딸이라 생각하면서 챙겼다. 딸에게 일이 생겼다는데 당연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그 시각, 새싹 어린이집.“빌어먹을 년이 대체 딸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이 계집애가 우리 아들 얼굴 다 할퀴어놓았잖아! 우리 아들이 얼마나 귀하게 자랐다고.
“개소리 집어치워!”최숙자가 두 눈을 부릅떴다.“지금 아비도 없는 자식과 우리 귀한 아들을 비교해? 우리 아들 머리카락 한 올도 네 딸 목숨보다 귀해.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어. 빌지 않으면 절대 가만 안 둬!”“사모님, 무슨 그런 억지를 부리세요? 분명히 사모님 아들의 잘못인데 왜 우리가 사과해야 하는데요?”김정아가 눈살을 찌푸렸다.짝!최숙자는 다짜고짜 손을 들어 김정아의 얼굴을 후려갈기며 욕설을 퍼부었다.“사과하라면 사과할 것이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한 번만 더 뭐라 했다간 그 입 확 찢어버릴 거야.”“당신!”김정아는 이를 꽉 깨물고 최숙자를 째려보았다. 상대가 이토록 막무가내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과는 그렇다 쳐도 손찌검까지 하다니, 사람을 괴롭혀도 적당히 괴롭혀야지.“우리 엄마 때리지 말아요!”홍소현이 갑자기 김정아의 앞에 서서 두 팔을 벌렸다. 작은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나쁜 사람, 이 마귀 아줌마, 울트라맨더러 때리라고 할 거예요.”“어쭈? 이년이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화가 난 최숙자가 다시 한번 홍소현의 얼굴을 후려갈기자 홍소현은 맥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코피가 터져버리고 말았다.“소현아!”화들짝 놀란 김정아가 다급하게 딸을 껴안았다. 퉁퉁 부은 홍소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김정아의 마음은 칼로 도려내듯 아팠다.“아비도 없는 자식은 맞아도 싸!”뚱뚱한 아이는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우쭐거렸다.“두 천민은 잘 들어.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한 다음에 우리 아들의 병원비 2억 물어내. 그렇지 않으면 콩밥 먹을 줄 알아.”“당신... 무슨 이런 억지를 부려요?”김정아도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경찰에 신고하겠어요. 경찰이 온 다음에 해결해요.”그러더니 휴대 전화를 꺼내 신고하려 했다.“신고?”최숙자는 그녀의 휴대 전화를 확 빼앗아 바닥에 냅다 던지며 욕했다.“빌어먹을 년아, 신고한다고 될 것 같아? 우리 남편은 경관이고 내 남동생은 더 엄청난 거물이야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 넋이 나갔다. 누군가 나서서 최숙자의 아들을 때릴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최숙자는 이 바닥에서 횡포하기로 소문이 자자했고 아무도 그녀를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아이고, 우리 아들.”놀라움도 잠시 최숙자는 뒤뚱뒤뚱 달려가 정신이 혼미해진 아들을 끌어안았다. 코가 비뚤어지고 입에서는 피가 흘렀으며 앞니가 두 개나 빠져있었다. 특히 얻어맞은 볼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벌겋게 퉁퉁 부어있었다.“아들아, 엄마 놀라게 하지 마. 얼른 일어나.”당황한 최숙자는 연신 아들의 인중을 눌렀다. 아들이 무사히 깨어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바로 흉악해졌다.“누구야? 방금 누가 우리 아들 때렸어? 당장 나와!”최숙자는 벌떡 일어나 돌아섰다. 이까지 바득바득 가는 게 당장이라도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다.“나다!”유진우는 굳은 얼굴로 한 발짝 나섰다. 특히 김정아와 홍소현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본 후에는 눈이 완전히 돌았다.“개 같은 자식이 감히 내 아들을 때려? 내가 누군지 알아?”최숙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까지 남을 괴롭히는 쪽은 그녀였지, 누구에게 맞아본 적이라곤 한 번도 없었다.짝!유진우는 두말없이 한 번 더 뺨을 후려갈기며 물었다.“누군데?”“난...”최숙자가 얼굴을 움켜쥐고 입을 열려는데 유진우는 다시 한번 뺨을 후려갈겼다. 그 바람에 최숙자는 비틀거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당신 누군데?”유진우가 다시 한번 물었다.“난...”짝!최숙자가 입을 열려고 할 때마다 유진우는 가차 없이 후려갈겼다.“한 번 더 묻겠다. 당신 누구야?”유진우가 싸늘하게 물었다.“너!”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최숙자는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 그런데 기회를 줄 유진우가 아니었다. 또다시 최숙자의 얼굴을 사정없이 내리쳤다.“대체 누구냐고?”짝!“말해.”짝!“왜 말 안 해?”짝!“아까는 엄청 나댔잖아? 말해봐 봐, 당신이 누군지.”유진우는 때
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유진우의 대담한 행동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과하면 쉽게 해결될 일을 굳이 크게 만들었다. 이젠 최숙자를 저 지경으로 만들어놓았으니 팔다리가 부러지든 생매장당하든 둘 중 하나일 것이다.짝!유진우는 또 한 번 최숙자의 뺨을 내리쳤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최숙자를 보며 물었다.“말해. 대체 누구야?”하도 얻어맞아 얼굴이 다 비틀어졌다. 최숙자는 머리가 빙빙 돌면서 어지러워 방향조차 가늠하기 힘들었다.“멈춰!”그때 어린이집 원장이 갑자기 인파 속을 헤집고 다급하게 뛰어왔다. 얼굴이 퉁퉁 부은 최숙자를 보더니 화들짝 놀란 얼굴로 재빨리 부축하여 의자에 앉혔다.“아이고, 사모님,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누가 그런 거예요?”최숙자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고 유진우를 가리켰다.“간덩이가 아주 제대로 부었구나!”원장이 돌아서서 노발대발했다.“당신 누구야? 누군데 사모님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당신이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기나 해?”“당신은 또 누군데 감히 나에게 삿대질이야?”유진우의 표정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나?”원장은 가슴을 쫙 펴고 오만하게 말했다.“난 이 어린이집 장 원장이야. 어린이집의 크고 작은 일들은 전부 내가 관리해.”“장 원장이라고? 마침 잘 왔어.”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숙자를 가리켰다.“이 여자가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면서 사람을 괴롭혔어. 당장 내쫓아!”“헛소리 집어치워!”장 원장이 두 눈을 부릅뜨고 호통쳤다.“사람을 때린 건 당신이면서 사모님을 모함해? 정말 적반하장이 따로 없네.”“내가 이 여자를 때린 건 맞을 짓을 했으니까 때린 거야. 두 눈 똑바로 뜨고 봐. 우리 형수님 얼굴의 상처와 소현이 몸에 난 상처 전부 다 이 여자의 짓이야. 난 단지 이 여자가 했던 방법으로 그대로 갚아줬을 뿐이고.”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맞아요, 원장님. 저 두 모자가 일부러 시비 걸고 우리를 괴롭혔어요.”김정아가 설명했다.“입 다물어!”장 원장은 소리를 지르더니 유진
유진우의 말에 장 원장은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동안 장 원장의 눈치를 보며 기를 못 폈던 학부모들은 몰래 고소해하기도 했다.‘평소 사람을 그렇게 업신여기더니 꼴좋다.’“날 욕했어? 네까짓 게 뭔데 감히 날 가르치려 들어?”장 원장은 눈에 뵈는 게 없는 듯 노발대발했다.“당신 딱 기다려! 내가 홍소현을 어린이집에서 쫓아내고 어디도 못 가게 막아버릴 거야! 평생 학교도 못 다니게 할 거라고!”“막아버리겠다고?”유진우는 코웃음을 치고 장 원장을 발로 확 걷어찼다.“어디 한번 해봐? 당신 재주가 어떤지 오늘 지켜볼 테니까.”유진우의 발에 걷어차인 장 원장은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자마자 바로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경비, 경비, 다 어디 갔어? 당장 오지 못해?”장 원장의 성난 목소리와 함께 경비원 두 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런데 손을 쓰기도 전에 유진우의 날카로운 눈빛에 얼어붙고 말았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고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마치 맹수에게 잡힌 먹잇감처럼 꼼짝도 하질 못했다.“당신들 거기 서서 뭐 해? 가서 쥐어 패버려!”두 경호원이 가만히 있자 장 원장은 노발대발하면서 그들의 따귀를 내리쳤다.“쓸모없는 것들. 내가 이따위로 일하라고 월급 준 줄 알아? 정말 하나도 쓸모없어!”두 경호원은 얼굴을 움켜쥐고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장 원장, 대체 어린이집을 어떻게 관리했기에 거지 나부랭이가 여기 와서 행패야?”그때 최숙자가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더니 분노를 터트렸다.“경고하는데 오늘 일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절대 가만 안 둬!”“네?”장 원장의 표정이 잔뜩 굳어지더니 쪼르르 달려가 눈치 보며 말했다.“사모님, 이건 저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다 저 자식이 미쳐 날뛴 거라고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신고했으니까 경찰이 곧 올 겁니다. 오늘 절대 이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흥, 저 두 천한 년도 절대 가만두지 마!”최숙자가 표독스럽게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장 원장이 말했다.“여보?”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유문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여보, 왜 이렇게 된 거야?”“저놈이... 저놈이 한 짓이에요!”최숙자가 부들부들 떨며 손을 뻗어 유진우를 가리켰다.“당신이야?”유문승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당신이 내 와이프 때렸어?”“맞아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태연히 인정했다.“이 아주머니가 너무 막무가내로 구는 바람에 버릇 좀 고쳐준 것뿐이에요.”“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네! 감히 내 여자의 몸에 손을 대?”유문승의 눈빛에서 분노가 이글거렸다.“말해봐.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거야?”이 구역에선 아무도 그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감히 그의 와이프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은 뒷배경이 아주 대단하거나, 골 빈 철없는 멍청이들뿐이다.상대의 신분을 아직 확실히 인지하기 전이기 때문에 유문승은 일말의 여지는 남겨야 했기에 심한 말까진 내뱉지 않았다.“일단 이 아주머니한테 사과하라고 하세요. 그럼 오늘 일은 문제 삼지 않을게요.”“뭐라고? 사과?”유진우의 말에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저 사람 미친 건가?때린 건 본인인데, 맞은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한다고?또한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는 유 경감의 눈앞이라는 것이다.아예 유 경감을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의미나 다름없다.“미친놈! 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옆에 서 있던 장 원장이 참지 못하고 일갈했다.“이분은 수천만 명을 수하로 두신 유 경감님이셔! 감히 그런 분 앞에서 말도 안 되는 객기를 부려? 살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유 경감은 경찰청에서 명실상부 2인자다.단 한마디 말만으로도 보통 서민들의 생사 정도는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얼른 저놈을 유치장에 잡아넣어요!”최숙자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그 표독스러운 눈빛은 당장이라도 유진우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만 같았다.“사람을 때려놓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대체 무슨 배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