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숨이 멎은 황동해를 보며 황은아는 넋을 잃었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아빠, 일어나 봐요... 일어나라고요! 아빠!”황은아는 처참하게 울부짖었다. 아버지의 시체를 꽉 껴안은 그녀는 가슴을 칼로 도려내듯 아팠고 슬픔에 사무쳐 통곡했다.두 눈에는 눈물이 멈출 기미가 없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신의 유일한 피붙이가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이젠 이 세상에 그녀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구덩이에 빠진 것처럼 온 세상에 빛이라곤 없이 캄캄하기만 했다.“하하... 죽었어요, 죽었어요. 저 자식 드디어 죽었어요.”황동해의 시신을 보며 장수현이 크게 웃었다.“정말 잘 죽었어요. 저런 사도에 빠진 놈은 누구나 다 죽이고 싶어 할걸요?”“5대 마스터면 어떻고 해황인들 또 어때요? 그래봤자 결국에는 죽은 목숨인데.”조경수가 코웃음을 쳤다. 황동해가 죽으면서 불안했던 마음도 드디어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아미타불, 이젠 편히 쉬세요.”격심대사는 합장한 채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여봐라, 저 두 년도 싹 다 죽여버려.”장수현이 갑자기 손을 내밀어 황은아를 가리켰다. 그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방금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 지금 뭔 상황이지?’“장수현, 그게 무슨 말이야? 더는 따지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갑자기 번복해? 지금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거야?”설연홍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만인의 존경을 받는 무도 마스터라서 약속을 지킬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대놓고 번복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었다.“흥! 전쟁에서는 속임수도 마다치 않는다는 거 몰라? 내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더라면 저 악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어? 그리고 내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고 했지, 다른 사람은 가만히 있는다고 하지 않았잖아? 내 제자들이 나쁜 놈을 없애겠다는데 뭔 상관이야?”장수현이 또
반경 10m 이내 화초와 나무들이 전부 얼어붙었다.황은아의 등 뒤에 갑자기 봉황 무늬가 나타났다. 그녀의 체내에 봉인되어있던 것이었는데 극도로 슬프고 고통스러우며 원망이 극에 달했을 때 혈맥이 깨어나면서 봉인이 점점 깨지게 된다.여러 갈래의 금빛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다가 결국 허공에서 한 마리의 거대한 금색 봉황으로 변했다.알록달록한 무늬가 눈이 부실 정도였고 날개를 펼칠 때마다 보는 사람에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만 같았다. 한 쌍의 두 눈이 오만스러운 눈빛으로 사람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역시 새 중의 왕이라 그런지 위엄이 장난이 아니었다.“죽어... 다 죽어! 죽여버릴 거야... 싹 다!”황은아가 포효하듯 소리를 질렀다. 두 눈에 핏발이 벌겋게 섰고 표정도 흉악스럽기 그지없었다.검고 윤기 나던 머리카락이 머리끝부터 점점 하얘지기 시작하더니 밑으로 퍼져나갔다. 숨 몇 번 고르는 사이 벌써 백발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곧이어 어두운 죽음의 기운이 체내에서 뿜어져 나왔다.검은 기운이 덮치자 금빛이던 봉황이 재빠르게 변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신성한 기운으로 흘러넘치던 금빛 봉황이 사악하고 잔인한 기운만 감도는 흑봉황으로 변하고 말았다. 흑봉황의 눈빛에는 살기와 증오,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한 원망뿐이었다. 마치 어두운 지옥에 온 듯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괴... 괴물이다! 저년... 저년은 괴물이야!”혼비백산한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경악했다. 이런 예상치도 못한 장면이 펼쳐질 거라고는 아무도 몰랐다. 흑봉황은 마치 죽음의 신처럼 온 세상을 무너뜨릴 것 같은 사악한 기운을 뿜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죠? 저년의 몸에 어떻게 저런 엄청난 힘이 숨어있을 수가 있죠?”장수현 등 세 사람은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에 표정이 급변했다.무도 마스터인 그들마저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 그리고 이 위협은 황동해를 마주했을 때보다도 더 무서운 위협이었다.“싹 다 죽여버릴 거야! 죽어!”황은아가 이를 꽉 깨물자 온
“죽어! 다 죽여버릴 거야!”황은아는 비통함에 사무쳐 눈에 뵈는 게 없었다. 두 눈에 시뻘겋게 핏발이 섰고 백발이 흩날리는 모습은 정말 미치광이 악마가 따로 없었다.“풉!”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몸을 파르르 떨더니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조금 전의 그 일격으로 모든 기력을 소진한 탓에 몸에 힘이 하나도 남질 않았다. 지금 이 상태라면 적이 무슨 공격을 하든 전혀 반항할 수가 없었다.“은아야, 은아야!”설연홍이 먼지가 가득 묻은 꾀죄죄한 얼굴로 일어나 황은아 옆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살아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주술교 성녀의 핏줄은 역시 달랐다. 봉인이 깨지자마자 바로 깨어났다. 이 고비만 넘긴다면 삶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봉황은 자신을 불사른 후 더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정말 너무 무서웠어. 아까 그 힘 말이야, 하늘과 땅도 무너뜨릴 수 있을걸?”“괴물이야, 역시 괴물이었어.”“...”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보며 사람들은 놀라는 동시에 후환이 두려웠다. 삐쩍 마르고 연약해 보이는 어린 소녀가 이런 엄청난 힘을 폭발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X발, 위험했어요. 방금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어요.”조경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놀란 가슴이 아직도 채 진정되지 않았다.조금 전 만약 정면으로 공격을 맞았더라면 무도 마스터인 그도 증발했을 것이다.“저 괴물 대체 정체가 뭐기에 이렇게도 엄청난 거죠?”장수현이 눈살을 찌푸렸고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했다.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도 잠시 두려움이 마구 밀려왔다.“저런 괴물은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더 많은 무고한 생명이 죽을 거예요.”격심대사가 싸늘하게 말했다. 늘 사람들의 질고를 불쌍히 여기던 눈빛에 살기가 짙어졌다.“맞습니다. 저 괴물 몸속에 엄청난 힘이 숨어있어요. 만약 오늘 죽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편한 날이 없을 거예요.”조경수가 바로 판
장수현이 두 눈을 부릅떴다.“우린 백성을 위해서 화근을 없애고 위험이나 곤란으로부터 벗어나게 했어. 계속 고집을 부렸다간 무림 전체와 등을 돌리는 거라고 간주할 것이다!”“맞아. 그러니까 지금 당장 멈춰. 그렇지 않으면 무림의 공공의 적이 될 거야.”조경수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아미타불, 아직 늦지 않았어요. 지금이라도 당장 멈추세요.”격심대사가 합장한 채로 말했다. 다시 한번 백성의 질고를 불쌍히 여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위험이나 곤란으로부터 벗어나게 했다고? 무림의 공공의 적?”유진우는 코웃음을 치며 그들을 비웃었다.“무림에 당신들 같은 인간쓰레기들 뿐이라면, 이 세상이 정의와 불의를 가리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이 배은망덕하고 나쁜 인간의 편에만 선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무림과 적이 된들 또 어때? 내가 괴물이라면 괴물이 될 것이고 내가 악마라면 악마가 될 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한 마디야. 내 제자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그 누구든 무조건 죽어! 인정 못 하겠어? 그럼 마음껏 덤벼! 이 괴물의 몸으로 당신들을 어떻게 끌어내리는지 똑똑히 지켜봐! 덤벼!”말을 마친 유진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고 마치 악마가 나타난 것처럼 상대에게 엄청난 위협이 되었다.순간 장수현 등 세 사람은 놀란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랐다.‘저 자식이 정말 미쳤나? 감히 무림과 등을 돌린다고? 죽으려고 환장했나 봐.’“여러분, 당황하지 말아요.”그때 송만규가 갑자기 걸어오며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저 자식 지금 중상을 입었고 원기를 다 소모해서 아무 힘이 없어요. 겁먹을 것 없다는 말입니다.”그의 말에 사람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여러분, 제 구령을 따르십시오. 도둑놈을 죽입시다! 죽여!”송만규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훌쩍 뛰어올라 먼저 공격에 나섰다. 무림 맹주가 선제공격을 펼치자 사람들도 힘을 얻어 저마다 칼을 빼 들었다.“죽여!”성난
“정말 엄청난 검이야!”혼비백산한 송만규는 순식간에 백여 미터 도망쳤다. 놀란 마음이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쿵쾅거렸다.창공보검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바로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도망쳤다. 빨리 도망쳤기에 망정이지 방금 그 공격을 맞았더라면 장수현 등 3인의 상태보다 나을 게 없었을 것이다.“세상에나! 검 한방에 마스터 세 분을 중상 입히고 백여 명의 고수를 죽였어. 저 자식 대체 인간이야? 귀신이야?”“괴물! 괴물이야, 저건.”줄곧 중립을 지키던 한 무리 무사들은 팔다리가 끊어진 사람들을 보며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조금 전 끼어들지 않은 걸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도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정말 대단해! 역시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소년 마스터야!”위풍당당한 유진우의 모습에 심연수는 저도 모르게 흥분되었다. 혼자만의 힘으로 여러 파벌과 맞서 싸웠고 그뿐만이 아니라 반격할 힘조차 없게 죽여버렸다. 정말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만약 누군가 날 위해 무림 전체와 등을 돌린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한예슬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유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사뭇 달라졌다. 이렇게 실력이 뛰어나고 자기 편을 끝까지 지키는 인재를 어느 여자가 싫어하겠는가 말이다.“말도 안 돼. 저 녀석 진짜 혼자서 저들을 상대한다고?”한중섭은 심호중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얼굴에 놀라움과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마스터 네 명과 수백 명의 무사가 한꺼번에 달려들었으니 이치대로라면 유진우는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었다. 그런데 유진우는 검을 딱 한 번 휘둘러 현장을 휩쓸어버렸다. 실로 놀라운 실력이 아닐 수 없었다.“또 덤빌 사람 있어?”유진우가 손을 들자 창공보검이 그의 손에 착 안착했다. 살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고 흉악한 기색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이삼백 명의 무사들은 두려움에 떨며 무기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단 일격에 수백 명을
사람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송만규의 위엄에 눌려 불만이 있어도 반박조차 하지 못했다.“너희 둘, 가서 저 자식을 죽여. 죽인다면 아주 큰 포상을 내려줄게.”송만규는 무사 둘을 아무렇게나 집어서 희생양으로 삼았다.“네?”두 사람의 표정이 급변하더니 연신 손사래 쳤다.“맹주님, 저희는 안 됩니다. 실력이 너무 약해서 아예 상대가 안 돼요.”“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명 받들어. 그렇지 않으면 내 손에 죽어!”송만규가 무섭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의 말에 두 무사는 잿빛이 된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을 뻔했다.그들 앞에는 두 갈래 길뿐이었다. 유진우와 목숨 걸고 싸우거나 송만규의 손에 죽거나.“송만규, 희생양을 둘씩이나 잡아서 뭐 하려고? 재간 있으면 네가 직접 덤벼!”유진우가 소리 높이 말했다.“흥, 멀쩡한 척 그만해. 내상이 재발하고 원기를 다 소모해서 지금 제대로 설 수조차 없지?”송만규가 코웃음을 쳤다.“그렇게 확신해? 그럼 어디 한번 마음껏 덤벼보든지.”유진우가 손가락을 까닥였다.“너 같은 조무래기를 처리하는데 내가 직접 나설 필요 있어? 얘네 둘로도 충분해.”송만규는 무사 두 명의 발아래를 향해 공격을 가하며 협박했다.“멍하니 서서 뭐 해? 가서 덤벼! 그렇지 않으면 도망간 걸로 간주할 거야.”무사 두 명은 벌벌 떨며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유진우의 손에 죽으면 순직이라는 좋은 명성을 얻게 되지만 송만규의 손에 죽으면 도망자라는 낙인만 찍힐 뿐이었다.“X발, 죽여!”유진우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좁혀지자 두 무사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후 동시에 공격을 퍼부었다. 유진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손을 들어 검을 휘둘렀다.슉!검의 빛이 스쳐 지나가자 두 무사의 몸이 순간 굳으면서 머리가 땅에 툭 떨어졌다.그런데 유진우의 낯빛이 갑자기 창백해지더니 풉하고 시뻘건 피를 토해냈다. 곧이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가
슬픔에 사무쳐 통곡하는 황은아를 보며 유진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위로하는 것뿐이었다.“아저씨는 돌아가셨지만 아직 내가 있잖아. 앞으로 넌 내 가족이야. 다시는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 하게 할게. 약속해.”“왜? 대체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에게 이러는 건데요?”황은아는 끊임없이 울부짖었다.“엄마도 없고 아빠도 돌아가셨어요. 이젠 이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어요. 대체 하늘은 왜 나에게 이러는 걸까요? 대체 왜...”그녀의 아버지는 평생 의로운 일만 하면서 살아왔고 나쁜 일 같은 건 손에 댄 적도 없었다. 남에게 모함당해도 원망 한번 한 적 없었고 복수 같은 건 더더욱 없었다. 이런 착한 사람이 왜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맞이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설마 착하게 살아봤자 득이 될 게 없다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차라리 극악무도한 죄인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게 낫겠다.“이 녀석아, 하늘을 믿어서 뭐 해? 자기 자신을 믿어야지.”공대숙이 덤덤하게 말했다.“명심해.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 해. 남들이 널 두려워하고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화들짝 놀란 황은아가 고개를 홱 돌렸다.“누구세요?”“나?”공대숙이 씩 웃었다.“네 할머니야.”“할머니?”황은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런데 왜 전 그쪽을 모르죠?”“예전에 만날 기회가 없었으니 모를 만도 하지. 하지만 괜찮아. 앞으로는 이 할머니가 지켜줄게. 이젠 아무도 널 괴롭히지 못해.”공대숙은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황은아를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너무도 닮아있었다. 판박이일 정도로 아주 그냥 빼다 박았다.“아저씨, 저 사람 말이 다 사실이에요?”황은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네 외할머니인 건 맞아. 하지만...”유진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대숙이 가로챘다.“잠깐, 외할머니가 아니라 할머니야.”‘외’자가 붙으면 성질이 달라지는데? 누가 감히 그녀와 손녀를 빼앗는단 말인가?“은
공대숙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몸속의 혈맥이 이젠 깨어났으니 할머니와 집으로 돌아가자. 이제부터 넌 주술교의 성녀야. 죽이고 싶은 사람 다 죽여도 돼.”“저...”황은아는 입을 벌렸다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에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은아야, 주술교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니야. 너에게는 더 나은 선택이 있어.”유진우가 진심으로 말렸다.“성녀의 피가 흐르면 주술교의 공법이 가장 잘 어울려. 은아가 돌아간다면 중점적으로 가르칠 생각이야.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쪽도 쉽게 따라잡을 거라 믿어.”공대숙이 우쭐거리며 말했다.“수련이 중요하긴 하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되면 평생 후회한다고요.”유진우가 반박했다.“이 녀석아, 잘못된 길로 들어서다니? 우리 주술교는 선과 악이 분명해. 해야 할 복수가 있으면 하고 갚아야 할 은혜가 있으면 갚아. 이런 겉만 번지르르한 명문 파벌의 위선자들과 비하면 훨씬 더 낫지. 우리 명성에 먹칠하지 마.”공대숙이 경고를 날렸다.“은아야, 스스로 선택해. 나랑 갈 거야, 아니면 주술교에 갈 거야?”유진우는 선택권을 황은아에게 넘겼다.황은아는 바로 결정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한참 동안 곰곰이 고민하던 그녀가 고개를 천천히 들고 진지하게 말했다.“아저씨, 할머니와 함께 갈래요.”“하하... 역시 우리 손녀야!”공대숙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다.“은아야,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어. 주술교에 발을 들인다면 다시는 다른 걸 택할 수 없단 말이야. 그때가 되면 후회해도 늦어.”유진우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주술교는 천하제일 사파로 불렸고 모든 명문 파벌과 대립 면에 서 있었다. 황은아가 성녀가 된다면 불명예를 안게 될 것이고 무수히 많은 무림 인사들에게 쫓길 것이다. 그 대가는 너무나도 무겁고 컸다.“아저씨가 날 위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갈래요. 강해져서 복수할 거고 사람들이 날 두려워할 정도로 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