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 쪽의 기획안을 보던 금디 쪽 책임자들은, 저도 나도 고개를 끄덕였는데 분명 매우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정수도 당연히 이 점을 알아차리고는 마음을 놓았다.다음으로 기획안을 제시할 회사는 바로 AMC다. 정수는 의자에 기댄 채 AMC의 기획안을 듣더니, 점차 이상한 눈빛으로 이진을 쳐다보았다.‘이럴 리가? 어제 내가 들은 기획안은 분명 이게 아니었어. 왜 갑자기 기획안을 바꾼 걸까? 게다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새로운 기획안을 만들어 낸다는 게 말이 돼? 설마 유연서 그년이, 이진과 손을 잡아 날 엿 먹이기라도 한 거야? 하지만 유연서는 이진을 뼈에 사무치게 미워했는데.’정수가 머리 아파하고 있을 때, 금디 쪽의 임 과장이 일어나 박수를 치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이진을 보았다.“이 대표님, 정말 엄청난 기획안이네요!”“감사합니다.”이진은 감사를 건네며 임 과장과 손을 맞잡았다.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자마자 입찰 결과를 알 수 있었다.굳이 결과를 따질 필요 없이, 이 땅은 분명 AMC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임 과장이 AMC의 기획안을 얼마나 맘에 들어 하는지는, 그의 표정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비록 결과가 뻔했지만 절차를 밟아야 했기에 다른 경매자들도 미리 자리를 뜨진 않았다.많은 회사들은 입찰에 실패하여 실망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지켜보려고 했다.아니나 다를까, 이번 입찰의 낙찰자는 AMC다.이진은 임 과장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서류를 하나 꺼냈다.그 안에는 AMC의 기획안들이 들어있었는데, 모든 기획안에는 수정된 흔적들이 조금씩 있었다.임 과장은 이진의 말을 들은 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정수를 보더니 이 두 계획안을 감정하기 위해, 입찰회를 끝마치지 않았다.정수는 임 과장의 눈빛을 보자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이때 임 과장이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 길 바랍니다. 이번 입찰에 표절 된 기획안이 들어있다는 제보를 받게 되어 감정을 진행하는 중입니다. 저희는 이런 불법인 행동을 엄
이진은 금디의 입찰을 성공한 후 집으로 돌아갔다.“어때요?”이진은 웃으며 이건을 보았다.“천천히 먹어요, 모두 이건 씨 거예요.”이건은 가장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느라 게걸스럽게 먹진 않았지만, 밥을 먹는 동작이 꽤나 빨랐다.이건은 이렇게 맛있는 요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아무리 실력이 좋은 요리사가 만든 음식이라도, 이진이 대충 끓인 음식보다 못했다.이진이 만든 음식만이 이건의 입맛에 딱 맞았기 때문이다.이건은 어느 정도 식사를 마친 후에야 식사 속도를 늦추었다.“자기의 요리 솜씨가 점점 더 훌륭해진 것 같아. 이 닭볶음탕이랑 갈비찜은 모두 너무 맛있어.”“제가 만든 요리인데, 당연히 맛있죠.”이건이 이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 이진은 마음이 뿌듯했다.심지어 금디의 입찰을 성공한 것보다 더 자랑스러웠다.“그러게.”이건도 웃으며 말했다.“내 아내인데, 당연히 뭐든 대단하겠지?”이진은 그가 자연스럽게 자화자찬하는 모습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Q 시에 최근 작은 산장이 개발되었어.”이건은 이진의 뒤로 걸어가 그녀를 꽉 껴안았다.“그동안 이곳저곳 뛰어다니느라 고생 많았는데, 며칠 동안 가서 노는 건 어때?”이진도 마침 비슷한 생각이 있었기에, 이건이 말하자마자 바로 동의했다. 그녀도 이건과 함께 놀러 가고 싶었는데, 노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건과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다.두 사람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차를 몰고 L 시로 달려갔고, 차에서 이진은 마침 L 시에 있던 정희에게 연락했다.시우가 L 시에 회의가 있었기에 정희가 함께 온 것이다. 아마 시우의 일도 요 며칠에 끝날 것이다.“우리도 마침 L 시에 왔는데, 저녁에 같이 온천이나 갈래?”이진이 말하자 정희는 흥분하며 대답했다.“좋아, 도착하면 주소 보내 줘. 시우 씨와 함께 갈게.”한편 두 남자는 모두 불만이 많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두 사람은 왜 불렀어, 매번 정희 씨와 만나면 나는 신경 쓰지도 않으면서.”이건은 자신의 불만을 직접 이야기했
이진은 이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은 벌써 그녀를 방 안으로 데리고 가, 그녀의 몸에 걸친 마지막 옷감까지 벗기고 말았다.결국 이날 밤, 늘 강한 줄만 알았던 이진은 부드럽게 이건의 품에 안겼다.물론 정희의 상황도 이진과 마찬가지다.이튿날, 이진과 정희는 모두 허리를 짚고 방에서 나왔다.이진과 정희는 전과 달리 조용히 있을 뿐만 아니라, 말할 때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이건은 이진의 행동에 상당히 만족해하며, 이 기회를 틈타 시우더러 빨리 정희를 데리고 떠나라고 했다.‘온천은 어디에나 있지만, 이 두 여자를 더 이상 붙여 놔서는 안 되겠어!’결국 이진과 이건은 껌딱지처럼 차에 탈 때는 나란히 앉고, 차에서 내리면 손을 잡고 있었다.이건은 이날 매우 만족스러웠고, 호화로운 저녁 식사를 준비하였다.프랑스식 낭만 가득한 레스토랑에 조용한 환경과 예쁜 조명, 그리고 아름다운 한 쌍의 커플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과도 같았다.이때 갑자기 이진의 핸드폰이 울려 이 낭만적인 상황을 방해했다.‘루트 씨? 설마 유연서의 일에 새로운 진전이 생긴 건가?’이런 생각에 이진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이진의 추측이 맞았다.지난번 입찰에서 실패한 연서는 줄곧 이진에게 보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이진은 전화를 받을 때 스피커 버튼을 눌렀기에, 이건은 루트가 한 말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내가 대신 혼내 줄까?”‘아무도 내 여자에게 손댈 수 없어.’“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이건 씨, 걱정 마세요. 저한테 이미 방법이 하나 있어요.”이진이 두 눈을 반짝이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자, 이건도 더는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시간이 꽤나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서 쉬는 게 어때?”이건이 얼른 돌아가 쉬자고 강조하자, 이진은 수줍어하며 얼굴을 붉혔다.‘또 하자는 거야? 정말 내 몸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하지만 이건이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에, 이진은 거절하려는 말을 그대로 삼키고 말았다.호텔로 돌아가는
이진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컴퓨터를 열어 루트가 보내온 영상을 보았다.이건도 옆에서 함께 보았는데, 원래 아무렇게나 늘어졌던 손은 점차 주먹을 쥐었다.마침 영상이 끝나자마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저 연서예요. 문 좀 열어 주실래요? 이진 씨와 할 얘기가 좀 있어요.”이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건이 먼저 일어섰는데, 이진은 자신을 믿어달라는 눈빛을 그에게 보냈다.“괜찮아요, 절 믿어요.”이진은 이건에게 걱정 말라는 눈빛을 보내고는 문을 열었다.“이진 씨, 저 좀 도와주세요. 생리가 왔는데 생리대를 깜빡하고 가지고 오지 않았어요. 생리대 사려는 데 같이 가주시면 안 될까요? 호텔 부근에 큰 백화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생리대만 사고 돌아올 게요.”이진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연서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그래요.”이진은 잠시 생각하고는 대답했다.‘굳이 죽고 싶어 달려드니,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지.’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왔다.엘리베이터를 나서자마자 연서는 또 수작을 부리기 시작했다.“참, 제가 급하게 나오느라 차 키를 가져오는 것을 깜빡했네요. 혹시 이진 씨 차를 몰고 가도 될까요?”이진은 연서의 발 연기를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그녀가 원하는 대로 했다.모든 일이 생각대로 풀리자, 연서는 기분이 매우 좋았지만 긴장감을 잃지는 않았다.연서는 이진의 주의력을 돌리기 위해, 줄곧 이진의 귓가에 재잘거리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이진 씨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전에 있었던 일은 모두 제 잘못이에요. 그동안 제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많이 저질렀는데, 앞으로 다시는 이진 씨를 해칠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게요.”연서는 진심으로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하마터면 자기도 속아 눈물을 보일 뻔했다.이에 이진은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연서도 이진의 반응에 습관이 되었는데, 차가 달리던 도중에 연서는 시간을 보며 마음속으로 카운트를 세었다.‘5, 4, 3, 2.”“쿵!”빠르
“하정수 씨, 남한테서 문제를 찾기 전에 스스로 반성할 줄은 모르시나 봐요? 유연서 씨를 시켜 절 해치려고 하고는, 지금 저더러 당신한테 굴복하라는 거예요? 당신 눈엔 제가 그렇게 멍청한 사람으로 보여요?”이진은 원망뿐만 아니라 조금 억울해 보이기도 했다. 늘 차가운 여신 같은 이진이 갑자기 약한 모습을 보이자, 정수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이진의 손목을 놓아주었다.“이진 씨, 모두 오해예요. 제가 모두 설명해 드릴게요. 유연서가 벌인 모든 행동은 저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아직도 화가 나셨다면 당장 저 여자를 이 세상에서 없애버려 줄게요. 이진 씨가 윤이건을 버리고 저와 함께해 주신다면, 뭐든 들어드릴게요.”“꿈도 꾸지 마!”정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가 닫힌 문을 걷어차고 안으로 들어왔다.“자기야, 괜찮은 거야?”이건은 긴장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가 이진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진의 벌겋게 부어 른 손목을 본 이건은, 이진이 아무리 막아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하정수, 네가 감히 이진이를 다치게 한 거야? 널 죽여버릴 거야!”온통 한기로 가득 찬 이건은, 튼튼한 주먹으로 정수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이건은 그 주먹에 온몸의 힘을 가했다.“윤이건, 마침 잘 왔어. 안 그래도 널 혼내 주려고 했어!”정수는 손을 뻗어 입가의 피를 닦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그러고는 주먹을 휘두르며 이건의 머리를 향해 때렸다.두 남자는 순식간에 싸우기 시작했는데, 이진은 한쪽에 서서 그들을 말리기는커녕 하마터면 싸움에 휘둘러 다칠 뻔했다.약 5분 정도 지나자 이건은 정수를 때려눕혔다.이건이 비록 이겼지만 그도 만만치 않게 다치고 말았다.방으로 돌아온 이진은 이건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펴보더니, 마음이 아파 약을 바르는 동작마저 조심스러워졌다.“걱정하지 마, 어차피 하정수가 더 심하게 다쳤어!”이건은 이진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입꼬리를 올렸다.“그래요, 역시 이건 씨는 최고로 강한 남자예요!”이진은 칭찬을 바라는 이건을 보며 그
“말해봐, 무슨 일이야?”이진은 정희를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정희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였기에, 별일이 없다면 정희가 이렇게 급히 찾아올 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역시 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야!”정희는 혹시라도 이진이 화났을까 봐 얼른 아부를 했다.“하려는 말이 뭐야!”이진은 장난을 치는 정희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자기야, 지난번에 온천에 갔을 때, 나한테 보여줬던 디자인 기억나? 이것 좀 봐, 네가 설계한 거랑 엄청 비슷하지 않아?”정희는 누군가가 이진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것을 말하려던 거였다.이 말을 들은 이진은 정희의 핸드폰을 건네받아 비교해 보았는데, 확실히 누군가가 그녀의 디자인을 표절한 것이다.디자인 싱크로율이 99%에 달하는 건,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다.이런 생각에 이진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이 디자이너가 누군지 알아봤어?”이진은 계속해서 물어봤다.“응, 이게 그 여자의 모든 자료야. 정말 살다 살다 이렇게 뻔뻔한 사람을 다 보네. 기획안을 표절해 입찰에 참가하는 사람에, 디자인을 표절해 시합에 참가하는 사람까지 있다니!”정희는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녀는 심술이 바르지 못하고 온종일 나쁜 궁리를 하는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이 디자이너가 이 작품을 들고 시합에 참가했다고?”이진은 정희가 중얼거리는 말을 모두 듣고는 어두운 안색을 보였다.지도 교사를 했었던 이진은, 일부 평민 출신의 사람들에게 이런 전국적의 시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표절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진짜 인재들이 그대로 묻힐 것이다.“당장 이 디자이너한테 연락해. 내가 만나러 가봐야겠어!”이진이 몰랐다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지만, 이미 알게 된 이상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건 도저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응, 바로 연락할게. 좀 이따 연락이 되면 바로 올 게, 아니, 소식이 있으면 전화로 연락할게. 저기, 하던 거 계속해. 나 먼저 갈게.
남자는 말을 마친 후 자세를 바꾸어 도도하게 앉아 있었다.마치 이 세상에 그가 돈으로 사지 못할 물건이 없는 것만 같았다.그러자 정희는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이진이 진정하라는 듯이 정희의 손을 잡았다.‘이런 사람은 기회를 엿봐서 철저히 망가뜨리는 게 좋을 거야.’“몇 푼 안되는 돈 가지고 잘난 척하시는 거예요? 저희는 그깟 돈 필요 없어요!”정희는 손을 들어 남자의 이마를 가리키며,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남자는 어린 아가씨가 자신을 깔보자 기분이 상했는지, 화를 터뜨리며 위선적인 모습을 버리고 추악한 얼굴을 보였다.“당신 내가 누군지는 알아? 난 디자인 시합의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내가 네 작품을 맘에 들어 하고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영광인 줄 알아. 내 한마디로 너희 두 사람의 앞날을 가로막을 수도 있어!”“맞아, 우리 유 사장님은 말 한마디 만으로 당신들을 이 바닥에서 내쫓을 수 있어. 우리 유 사장님이 좋게 말씀하실 때, 어서 돈이나 받고 사라지는 게 좋을 거야!”이미 본심을 털어놓은 이상, 미정도 가만히 있지 않고 옆의 대머리 뚱보에게 달라붙었다.“유 사장?”이진은 살짝 머뭇거리고는, 여유롭게 손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지위가 높으면 다인가? 당신이 고위층이라면 디자인 시합의 규칙을 더 잘 알겠지? 계속 그런 식으로 수작을 부린다면, 언젠가 그 위치에서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나 봐?”이진은 일부러 말을 천천히 늘여 놓았는데, 유 사장도 그 뜻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웃기시네, 이번 시합은 내 선택이 곧 결과야! 내가 돈이라도 줄 때 고마워하며 받을 것이지, 경고하는데 이 일을 함부로 떠벌렸다가는 이 바닥에서 너희들을 없애 버릴 줄 알아!”“아기야, 가자!”“이진아, 설마 저 개자식들을 이렇게 내버려 두는 건 아니지?”정희는 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누가 그래?”이진은 테이블 밑에 놓여있던 핸드폰을 테이블 위
이때 자기가 똑똑한 줄 알고 있던 미정은, 자신이 이진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미정이 룸에서 나오기도 전에, 루트는 이미 영상을 이진에게 메일로 보냈다.이진은 루트가 보낸 CCTV 영상을 진지하게 본 후,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만만에게 전화를 걸었다.“만만아, 하고 있던 일을 먼저 좀 내려놓고,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어.”앞으로 이틀 동안 이진과 정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한가할 때는 티타임이나 즐기고, 바쁠 때에는 각자 자신의 업무를 처리하며 일상을 보냈다. 두 사람은 마치 인터넷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모습을 보이기만 했다. 곧 미정의 전화를 받게 된 정희는 몹시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전화 너머의 미정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진심으로 사과를 하며 지난번의 일에 대해 반성을 했다.미정의 달라진 태도에 정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미정에게 디자인 원작자를 만날 기회를 주었다.몹시 급했던 미정은 정희가 동의하자마자,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바보 같은 년, 내가 하는 말들을 모두 믿나 봐. 이제 너희들은 모두 끝이야.”손에 든 핸드폰을 꽉 쥐고 있던 미정은, 조급해하기는커녕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였다.다음 날, 오전 10시.만만은 약속 시간을 맞춰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두 사람은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시간이 너무 일러서인지 식당은 유난히 텅 비어 있었다.바로 이렇기 때문에, 이 식당은 카메라를 설치해 몰카를 찍기 엄청나게 적합했다.만만은 주위의 환경을 대충 훑어보더니, 몰래 핸드폰을 꺼내 녹음 버튼을 눌렀다.약속한 시간은 10시였지만, 미정은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미정은 도착하자마자 만만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것이다.“일어나세요. 뭐 하는 짓이에요?”안 그래도 경계심을 가지고 있던 만만은, 미정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바로 한걸음 물러서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일어나라고?’이건 미정이 일부러 연기한 것이기에, 그녀가 쉽게 일어날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