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이진은 비틀거리며 옆에서 보고 있는 로비 매니저를 바라보았다.이진이가 그렇게 보니, 로비 매니저가 더 심하게 떨었다.고요한 로비에서 이진의 싸늘한 목소리가 천천히 울려 퍼졌다.“호텔 회장님을 부르세요. 호텔 인수 문제에 대해 얘기합시다.”이진의 목소리를 들은 로비 매니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둘러 회장을 찾아갔다.이진이가 한창 바쁘고 있을 때 다른 한편의 윤이건은 이진의 떠남에 더욱 마음이 급해 바로 민시우의 회사에 가서 민시우를 찾았다.빌딩 위층, 민시우 사무실. 민시우는 사장 의자에 앉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윤이건을 보며 자신의 뒤통수가 서늘해졌다.윤이건은 아직도 어제 그 일로 그를 원망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이 화난 남자를 감히 건드리지 못하였다.갑자기 윤이건이 가볍게 탁자를 두드렸다.“빨리 방법을 찾아, 아니면…….”윤이건은 말을 다 하지 않고 민시우에게 알아서 터득해라는 눈길을 주었다.윤이건의 눈빛을 바라보던 민시우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 이 고생을 해야 한단 말이야.’윤이건의 눈빛에 민시우도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그가 오늘 만약 방법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윤이건이 샌드백이 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참 후 민시우가 갑자기 탁자를 세게 쳤다.“알았어, 이렇게 하는 것이 어때, 백정아가 사인했으니 우리 당연히 대신 처리해줄 수 있지, 근데 어떻게 처리하는 방법은 좀 바꿀 수 있어.”윤이건은 민시우의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계속 말하라고 했다.“백정아 매니저와 얘기해서 백정아를 우리 회사 아티스트로 만들고 신시즌의 모델로 채용하면 우리가 일 때문에 클럽 출입했다고 하면 되잖아.”“어때?”민시우가 책상을 치며 윤이건에게 물었다.민시우의 계획을 듣고 윤이건은 한참 심사숙고하였다. 너무 나쁜 제안은 아닌 것 같다.그리고 그녀를 데려온 후 민시우가 그녀를 뜨게 할지 아니면 매장할지는 그가 상관할바가 아니다.곰곰이
화가 난 그녀는 한참 동안 침묵하였다. 이렇게 된 이상 협조할 수밖에 없다.그녀는 아직 MS엔터테인먼트의 위약금을 물어줄 수 없었다.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매니저를 노려보았다.곧이어 민시우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기자회견 현장.무대 위 왼쪽부터 좌석에는 인사팀장, 민시우 비서, 민시우, 백정아, 백정아 매니저가 앉았다.그리고 가장 가운데 민시우 옆쪽 자리는 비어 있었다.브리핑이 시작되자 시작되자마자 아래 기자들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미친 듯이 묻기 시작했다.“민 대표님, MS에서 백정아 씨를 소속 연예인으로 계약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백정아 씨, 윤 대표님과 도대체 무슨 관계입니까?”“…….”쏟아지는 질문에 백정아는 공식적인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도 지금 이 상황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민시우가 여기에 있으니 그녀가 말할 자리는 아니다.“여러분 조용히들 하세요.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것들 저희가 모두 답해드릴 테니 조급해하지 마세요.”민시우는 침착하게 현장을 통제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비록 평소 건들건들거리지만 일처리는 진지하여 누구도 감히 의심하지 못하게 하였다.민시우의 긍정적인 대답에 기자들은 모두 조용해지고 민시우가 발표에 귀 담아 들었다.“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여러분들께 2가지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하나는 백정아 씨가 오늘부로 MS 소속 연예인이라는 것입니다.”“백정아 씨 MS 식구가 된 걸 환영합니다.”민시우는 공식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박수를 쳤다.아래 기자들은 당연히 민시우의 체면을 봐서 따라 박수를 쳤다.다음은 백정아의 발언이다.백정아는 민시우의 눈에 비친 표정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비록 마음속으로 아무리 원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지금 순순히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MS의 식구로 이 자리에 서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민 대표님에게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백정아도 아주 공식적인 감사
찾을 수 없을수록, 더 많은 문제가 있다. 이렇게 생각한 이진은 마음속으로 그자가 점점 더 의심스러워졌다.이진은 하윤범의 정체를 생각하며 사색에 잠겼다.잠시 후 이진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임만만이 찾을 수 없다면 승연에게 물어봐야지, 무슨 단서가 나올지도 몰라.’이렇게 생각한 이진은 임만만더러 나가도록 하고 자려고 하였다.지시대로 자기 방에 돌아간 임만만은 한참 고려하다가 이진이가 오늘 하윤범에 대해 조사한 것을 한시혁에게 알리려고 하였다.“이 대표님 오늘 반디 호텔 회장 하윤범에 대해 조사하였습니다. 아마 신분에 대해 의심하는 것 같아요.”임만만의 보고를 듣고 한시혁은 이마를 찌푸리고 한참 동안 침묵하였다.이진의 직감은 언제나 예리하였다.하윤범은 M국 대학 학생이다. 5년 전 한시혁은 우연히 한 교통사고에서 그를 구했고 지금 하윤범은 그의 부하가 되었다. 반디 호텔 명목상 하윤범 것이지만 배후 사장은 바로 한시혁이다.이 일을 그는 이진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바로 임만만에게 일렀다.“만약 더 조사하면 하윤범 점보를 숨기고 눈치채지 못하도록 해.”“네.”임만만이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YS그룹, 윤이건은 지금 회의 중이다.윤이건은 앞자리에 앉아 침착한 얼굴로 아래 사람들의 보고를 들으며 한 손으로 다리를 가볍게 치며 계획의 가능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다.“대표님, 해변 인수 계획을 제안합니다. 그곳은 앞으로 발전 전망이 있고 인수한 다음 그곳에 건물을 느릴 수도 있고 YS그룹 발전에 아주 유리할 것입니다.”기획팀장이 자기 부서 기획안을 진술하고 있었다.윤이건은 들으며 기획부에서 제출한 서류를 천천히 뒤적거렸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윤이건의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괜찮은 기획이네요. 해변 쪽 좋은 비즈니스인 것 같아요. 내용 보완하고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그리고 저랑 해변호텔과 반디호텔 방문할 팀을 따로 만드세요.”“대표님, 직접 가시게요?”기획부 팀장이 이상한 듯 물었다.사실 이런 현장
그들이 한창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요트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일파만파로 번졌고, 곧이어 요트가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정희는 위에서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땅에 넘어질 뻔했다. 정희의 몸을 안정시킨 이진의 눈에 엄숙함이 가득했다.그녀는 침착하게 조타실로 와서 선장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왜 갑자기 이렇게 심하게 흔들리는지 물었다.이진을 보고 선장은 숨기지 않고 바로 이진에게 사실을 말했다.“파도인데 큰 파도라 요트가 심하게 흔들리는 겁니다.”선장의 말을 듣고 이진은 눈살을 찌푸렸다.그와 동시 이번에 운전자가 있는 요트를 선택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아니면 이런 파도에 그녀들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이런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선장뿐이다. 이진은 고마운 마음으로 그를 보며 인사했다.“감사합니다.”……파도가 일파만파로 밀려오자 유람선은 맨 처음에 약간 흔들리다가 뒤의 격렬한 흔들림에 이르렀고 유연서는 더욱 흔들려 배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정희의 얼굴색도 별로 좋지 않았고, 지금은 이진 혼자만 상황이 좀 괜찮은 것 같았다.이때 이진의 곁에 다가온 선장의 안색은 좀 좋지 않았다.“파도가 너무 커서 요트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 바다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다른 위험도 있을 수 있으니 제가 먼저 안전한 곳에 요트를 세우겠습니다.”이진도 지금 이 상황이 안전하지 않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파도를 겪은 후 정희와 유연서는 몸이 불편해 쉴 수밖에 없었다.이진은 밖에 나와 조용히 앉아 파도 뒤의 풍경을 감상하는 선장을 보았다.눈에는 약간의 흥미가 있었는데 일단 오늘 그의 도움에 감사를 표시했다.“오늘 정말 고마워요. 근데 우리 지금 바다에 떠 있을 수밖에 없나요?”이진이 이마를 찡그렸다.선장은 눈살을 찌푸린 구수를 보며 생긋 웃으며 상냥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콘솔에 연락했고, 비록 응답을 받지 못했지만 당분간 사람이 없어서 그럴 수 있으니 연락이 되면 우리를 구할
하윤범의 명랑한 모습에 세 사람도 멍하니 있을 뿐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고 여전히 웃으며 얘기하고 전혀 바다에 갇힌 모양이 아니었다.한편 YS 그룹.밑에 있는 직원들은 이틀 동안 숨막혀 죽을 것 같았다.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느끼게 된 것은 바로 그들의 대표님 때문이다.윤이건은 요 며칠 동안 몸 어디도 불편한 것 같고 자꾸 짜증도 내게 된다.일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전혀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이때, 대표 사무실.윤이건은 가볍게 탁자위를 치며 어두운 표정으로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었다.그에게 업무를 보고하고 있는 부서장은 서로를 쳐다보며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냥 여기서 더 있으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사무실 분위기가 무서울 정도로 가라앉았다.마침내 윤이건은 정신을 차리고 아직 제자리에서 서있는 부서장을 보고 손을 들어 내려가라고 하였다.부서장은 윤이건의 손짓을 보고 하마터면 울 뻔했다. 마치 새로운 생을 맞이한 것처럼 신속히 사무실을 나갔다.사실 이진이가 떠난 후부터 그는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하루 종일 회사에 있었다.일을 통해 자신을 마비시키려 했지만, 이진에 대한 그리움이 전혀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였다.회사에 있으면서 그는 하루하루가 일 년 같았다.당장이라도 이진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잠시 떠날 수 없어 여기서 은근히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이와 동시에 YS그룹 아래층.백정아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YS그룹을 향해 걸어갔다.프런트 안내원은 백정아를 보고 막지 않았다. 얼마 전 백정아를 신시즌 모델이라고 말한 사람이 바로 윤이건이기 때문이다.백정아는 거침없이 엘리베이터까지 들어갔고, 손을 들어 윤이건 사무실의 층을 눌렀다.이때 윤이건은 방금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서 잠시 쉬려고 하였다.백정아는 위층에 도착하자마자 아무도 상관하지 않고 곧장 윤이건의 사무실로 향했다.문밖을 지키던 비서가 백정아를 보고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백정아 씨, 대표님 지금 휴식 중이여서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겁니다.”
이건의 말을 듣자 시우는 정말 그를 동정하게 되었다.“그래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진 마. 어쨌든 넌 이진 씨와 만났던 사이잖아.”이건이 계속해서 술을 들이마시자 시우는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나중에 이진 씨께서 마음을 바꾸실지 어떻게 알아?”이건은 손에 든 술잔을 보고 있었는데 곧 어두운 눈빛으로 차갑게 대답했다.“참, 지금 이진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서 마음을 바꾸게 만들어?”시우는 잠시 머릿속으로 이진에 대한 정보를 떠올리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사실 이진 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안다고?”이때 이건이 술잔을 쥐고 있던 손이 살짝 떨렸는데 그는 곧 천천히 고개를 돌려 시우를 쳐다보았다. 시우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큰 결심을 내리기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그녀들은 아마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을 거야.”“그녀들?”이건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응, 전에 이진 씨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 정희 씨와 또 다른 사람 한 명과 함께 해변으로 간다고 했어.”시우는 결국 이건이 걱정할 까봐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그에게 알려주었다.그러나 이건은 이 말을 듣고 웃기만 할 뿐 다시 차가운 표정을 되찾았다.시우는 그의 이런 반응에 의문을 품고 물었다.“왜 이런 반응이야? 당장 이진 씨를 찾으러 해변에 가야 되는 거 아니야?”“내가 언제 찾으러 간다고 했어?”이건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미간도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이건아,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지금 이진 씨를 찾으러 안 간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시우는 이미 겪어본 듯한 말투로 이건에게 말했다.그러나 이건은 그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많이 겪어봤나 보네.”사실 이건은 무척 기분이 언짢았다. 이진이 자신을 조금도 믿어주지 않은 것이 그를 가장 화나게 만들었다.이건은 어두운 눈빛으로 똑똑하게 말했다.“안 갈 거야.”그러자 시우는 조급해하며 물었다.“일이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데도 사과 안 하려는
이진의 말에 하윤범은 예의 바른 미소를 보였다.이진은 계속 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는데 마음속의 궁금증도 갈수록 커져갔다.“하윤범 씨, 이 벽에 그려진 그림들은 모두 당신이 직접 그린 건가요?”하윤범은 이진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그는 곧 이진의 눈빛을 따라 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았다. 비뚤비뚤한 선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었는데 그 작품은 마치 뭔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네, 제가 그린 거예요.”그러자 이진은 마침내 궁금했던 점을 물었다.“그림을 어떻게 이렇게 독특하게 그릴 수 있었던 거죠? 이 그림의 선과 색채의 사용은 아무런 규칙이 없지만 함께 보았을 때 엄청나게 조화롭네요. 정말 놀라운 실력이네요.”이진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하윤범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정말 과찬이십니다. 저는 이진 씨께서 말한 것처럼 대단하지 않아요.”이진은 고개를 들어 하윤범을 보았는데 방금까지 웃고 있던 그의 얼굴은 서서히 근심 가득해 보였다.이진은 갑자기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하윤범 씨, 왜 그러세요?”이진의 말을 듣자 옆에 있던 정희와 유연서도 밥을 먹던 동작을 멈추고 그를 쳐다보았다.하윤범은 슬픈 추억에 잠긴 듯 눈빛이 어두워졌다.이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한동안 슬픈 감정에 잠긴 하윤범을 보았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살짝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들어 세 사람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별일 아니에요, 그저 제가 한동안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었거든요.”하윤범은 담담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예전에 좋지 않았던 기억들이 생각났는지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의 말에 이진은 조금 놀랐지만 하윤범의 가정과 경력을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젠 괜찮으니 저를 환자로 보실 필요는 없어요.”하윤범은 얼른 말을 이어갔다.“사실 제가 예전에 아팠을 때 그림을 이렇게 그리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습관이 되어버려 다 나은 지금도 계속 이렇게 그리게 되었어요. 저는 아무도 제 작품을
시혁은 하윤범의 말을 듣더니 곰곰이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계획은 그대로 진행해, 우리는 윤이건이 걸려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돼.”그의 말을 듣자 하윤범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대로 진행한다면 저희 계획에 착오가 생기진 않을까요? 게다가 이진 씨께서 만에 하나 입찰에 성공하신다면 저희가 준비한 덫에 빠질 수도 있어요.”시혁이 손에 든 핸드폰을 꽉 쥐자 손가락이 하얗게 짓눌렸다. 그는 이진이 입찰에 갑자기 참여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저더러 이 프로젝트를 미끼로 덫을 만들게 한 것은 윤이건 씨 때문 아닌가요? 아무도 이진 씨가 갑자기 끼어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잖아요. 이대로 진행한다면 저희 계획에 분명 착오가 생길 거예요.”하윤범은 도저히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머리가 아팠다.전화 너머의 한시혁이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이 일은 걱정하지 마. 지금 네 임무는 이 계획을 계속 이어가는 거야. 내 명령 없이는 절대로 멈춰 선 안 돼.”확고한 말투를 듣자 하윤범은 점차 차분해졌고 시혁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네, 그럼 말씀대로 진행할게요. 하지만 이진 씨 쪽 일은 반드시 해결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하윤범은 이진이 식사 도중에 했던 말 들을 다시 떠올리자 자기도 모르게 또 걱정하기 시작했다.“이진은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넌 윤이건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만 생각하면 돼.”시혁은 말을 마치고는 전화를 끊었다.하윤범은 끊긴 전화를 보며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진이 씻을 준비를 마치고 자려던 참에 누군가가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문을 열자 유연서가 문 앞에 서있었다.“이진 씨, 제 방의 샤워기가 고장 난 것 같은데 이진 씨 방에서 샤워해도 될까요?”유연서의 머리는 반쯤 젖어 있었는데 매우 난처해 보였기에 이진도 별생각 없이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냈다.유연서는 천천히 욕설로 들어가는 도중에 이진의 방을 둘러보았는데 특별한 물건은 없어 보였다. 샤워는 단지 그녀의 핑계였고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