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지금 이영 그년이 우리를 이렇게 짓밟고 있는데 언제까지 참아야 돼?”이기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이영은 그 화를 모두 털어놓으려는 기세였다.“아빠가 이것저것 생각하고 두려워하니까 반항도 못하고 있는 거 잖아, 아니야?”그녀의 고함치는 소리를 듣고 이기태의 마음은 더욱 괴로웠다.이영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꼭 이기태를 설득하려는 표정이다.“아빠, 이진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거야? 이렇게 계속 살거야!”이 말을 듣고 이기태는 곧게 펴진 허리의 힘을 천천히 풀었다.일종 타협의 자세이다. 이영은 이기태가 승낙했음을 알았다.그리고 부녀 둘이 의논한 다음 날.이때 이진은 AMC의 지사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당시 이문권이 대표로 있었을 때 남긴 구멍이 너무나 많아 지금 그녀라도 한동안은 정돈이 필요하다.그러나 회의 진행도중에 펑하는 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다들 고개를 돌려 보니 임만만이 허둥지둥 달려오는 모습이다.“대표님! 속보입니다!”이 말을 들은 이진은 이마를 찌푸렸다.임만만의 이런 불안한 표정은 처음이다.불길한 예감이 든 이진은 임만만의 핸드폰을 받아 보았고, 보는 순간 그녀는 꽉 주먹을 쥐었다.[충격! GN 그룹 대표, 이씨 가문 핏줄 아님!][본 사이트는 이미 해당 출처를 확보하고 진실임을 입증하였습니다!]해당 소식을 발표한 매체 모두 업계에서 신뢰를 갖고 있는 매체들이기에 네티즌들을 더욱 놀라웠다.이진의 신분은 인터넷에서 비밀이 아닐 뿐만 아니라 연예계와 금융에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또한 이러한 문자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그 뒤를 이어 직접 인터뷰 영상을 게재했다.이 인터뷰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닌 이기태이다.카메라 속의 이기태는 보기에 더욱 늙고 수척해 보였다. 분명히 동정심을 얻기 위해 화장을 한 것이 분명하다.“지금 이진 씨가 딸이 아니라는 소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기자의 소리가 들리고 이기태는 크게 숨을 들이켠 뒤 카메라를 보고 입을 열었다.“사실 오래된 일이라 별로 말하고
윤이건이 뉴스를 본 순간 모든 일을 버리고 회사에서 달려왔다.조급한 마음에 다른 일을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이진의 출생에 대해 윤이건은 크게 묻지 않았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이진이 말하기를 원한다면 들으면 되는 거고, 설령 아무 말도 없어도 괜찮다, 그가 마음에 둔 것은 단지 그 사람일 뿐이다.그래서 인터넷에서 뉴스를 보았을 때 윤이건은 진실이라고 생각하고는 이렇게 달려왔다.회사에 도착한 윤이건은 이진의 작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분노로 가득한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파하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사무실에 누가 있는지 전혀 관여치 않았다.“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정담에 대해 윤이건은 익숙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간단한 말 한 마디가 이진의 마음을 위로해줬고 그녀도 점차 정신을 차렸다.윤이건의 차가운 기운이 이진의 머리를 뚫었다. 이진은 눈을 감고 그 익숙한 품에 안겨 숨을 들이켜고 윤이건의 품속에서 나왔다.“오늘 회의는 이만하고 다들 돌아가시죠.”임직원들은 이 말을 듣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는 나가버렸다.회의실이 조용해지자 이진은 천천히 의자에 앉아 두 손으로 핸드폰을 꽉 잡았다.전에 없던 분노와 억압이다.머릿속은 방금 본 그 화면과 눈에 거슬리는 글, 그리고 이기태의 파렴치한 거짓말들로 가득 차 있다.이기태와 이영은 그녀뿐만 아니라 이미 돌아가신 어머니에게도 상처를 주었다.어머니의 평생 명예는 이기태의 그 가벼운 말에 먹칠 당하였다.손바닥으로 주목을 꽉 쥐고 이진은 손톱이 손바닥을 찌르는 아픔도 느끼지 못하였다.이씨 그 사람들 정말 얄미웠다.“이진아…….” 이때 윤이건은 이진의 곁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손으로 잡으며 위로를 해주려고 했다.그러나 때로는 그 위로가 미움 받을 정도로 힘없다.회의실 안은 조용해졌고, 윤이건은 이진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건 씨…….”얼마 후인지 이진은 갑자기 입을 열고 윤인건에게 고개를 돌렸다.기분은 좀
이렇게 위협해오자 기자는 자신의 앞가림부터 챙길 수밖에 없었다.기자는 그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에 놀랐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에 받았던 메일을 열었다.“바로 이거예요. 그런데 익명으로 보내온 거라 누구 짓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저 이제 놔주시는 거죠?”이진은 지금 다른 일들을 돌볼 겨를이 없었기에 바로 핸드폰 위에 적힌 메일 주소를 적어 승연에게 보냈다.그러자 몇 분 뒤에 승연이 구체적인 주소를 이진에게 보냈다.게다가 임대 정보도 함께 보내왔는데 그건 분명히 임시적인 장소일 뿐이다.장소를 확인한 후 이진은 핸드폰을 끄고 사무실을 나서려 했지만 윤이건이 그녀를 막았다.“같이 가.”“제가 제정신이 아닐까 봐 그래요?”윤이건이 눈에 띄게 긴장한 표정을 보자 이진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녀가 지금 화가 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그러자 윤이건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는 분명 그녀의 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두 사람은 이렇게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결국 서로 조금씩 타협했다.결국 임만만이 이진을 따라 그 장소에 가기로 결정했다.가는 길에 그들은 이 거처에 머물렀던 사람이 이영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임만만을 데리고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대표님, 안 그러면 저희 먼저…….”“여기서 기다리면 돼.”임만만이 걱정되어 한 말이라는 걸 이진은 알고 있었다.이진은 명함 하나를 꺼내 문이 잠긴 곳을 몇 번 긋더니 잠긴 문이 바로 열렸다.임만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얼른 이진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꽤나 어수선했는데 여러 가지 흔적을 보았을 때 이곳은 분명 이영이 지내던 곳이었다.깊은 밤이 되고서야 이영은 한 술집에서 나와 아파트로 돌아왔다.이때의 이영은 이미 조금 취한 상태라 몸을 제대로 겨눌 수 없었다.심지어 문을 밀고 들어갈 때도 방문이 열린 상태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이영은 외투와 가방
결국 이 일은 알려진 지 하루가 되기도 전에 반박되고 말았다.네티즌들은 이씨 가문 사이의 깊은 원한에 대해 혀를 내두르는 반면 이진의 해결 속도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리고 한 비밀스러운 아파트에서 유연서는 인터넷에 공개된 녹음 펜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역시 이영은 쓸모없는 년이야.”유연서는 이영이 잘난 척하며 담보하던 모습을 떠올리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한참 후 유연서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그년이 이럴 줄 알아 한 수 남겨둬서 다행이야.’유연서는 이진과 여러 번 싸워본 적이 있어 이진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씨네 부녀가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이미 이영의 아파트 앞에 모니터를 설치했었다.물론 그 모니터를 자신의 컴퓨터에 직접 연결했다.전날 CCTV 영상을 뒤져보자 선명하게 보아낼 수 있었다.먼저 이진이 임만만을 데리고 이영의 아파트로 찾아갔고 그 뒤로는 더 이상 인기척이 없었다.그리고 깊은 밤이 되자 술에 취한 이영이 영상에 나타났는데 10분 정도 지나자 이진과 임만만이 다시 아파트에서 나왔다.전 과정을 다 본 유연서는 CCTV 영상을 편집한 뒤 남자의 모습으로 화장하고는 집을 나섰다.그녀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와 얼마 정도 떨어진 곳에서 PC 방을 찾은 뒤 동영상을 업로드했다.[아무리 사실이 발각됐다고 해도 이렇게 급히 증명할 필요가 있나요?]대충 아이디를 하나 만든 뒤 유연서는 글과 영상을 올리고 흔적을 지웠다.PC 방을 떠난 뒤 유연서는 다시 자신의 핸드폰으로 사이트를 열어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올린 영상은 불과 몇 분 만에 뜨거운 열기를 가지게 되었다.[세상에! 이진이 이런 사람인 줄을 정말 상상도 못 했어!][그러게! 무단 침입한 것도 모자라 때려서 굴복시켰겠지!][아침에 녹음이 발표되었을 때는 이진을 믿었는데 이렇게 된 일이라니!]이때 누군가가 동영상을 임만만이 발표한 그 녹음과 함께 올렸다.그중 분명한 것은 녹음 속의 이영의 목소리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고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윤이건의 눈은 몇 초 사이에 이미 붉어졌고 핸드폰을 잡고 있는 모습은 무척 다급해 보였다.한쪽에 서있던 이 비서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누구 관한 일인지는 알 수 있었다.이 짧은 시간 내에 윤이건을 이렇게 흥분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진 하나뿐이다.“여러분, 오늘 회의는 이만합시다. 다들 제 자리로 돌아가시죠.”이 비서가 입을 열자 회의실 안의 직원들은 서로 몇 번 쳐다본 뒤 잇달아 자리에서 일어났다.한편 윤이건은 임만만이 말한 것들을 듣자 미치기 직전이었다.전화를 끊은 뒤 윤이건은 이 비서를 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오후의 회의와 상담을 모두 취소하고 당장 변호사부터 불러와!”윤이건의 말을 듣고 이 비서는 바로 회의실을 뛰쳐나가 변호사를 찾으러 갔다.30분 후에 윤이건은 변호사를 데리고 이진을 수감한 경찰서에 나타났다.단지 조사에 협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진은 그저 취조실에 앉아있기만 했다.규정에 따르면 현재 면회를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았지만 경찰들은 결코 윤이건과 같은 사람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그저 간단히 주의사항을 당부한 뒤 경찰들은 문을 열고 윤이건을 안으로 들여보냈다.취조실 안에 있던 이진은 윤이건이 들어온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다행히 임만만 이 계집애가 내 말을 알아들었나 보네.’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윤이건을 보게 되자 이진은 뜻밖에도 조금 억울하다고 느꼈다.“괜찮아? 밖에 있던 사람들이 괴롭히진 않았지?”윤이건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자 이진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들은 그저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관례대로 공무를 처리해야 하겠죠. 게다가 그들이 감히 저를 괴롭힐 리는…….”결국 아무도 쉽게 그들 부부를 건들지는 못할 거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마음이 조금이나마 놓이자 윤이건은 이진의 손을 잡고는 가볍게 입을 열었다.면회를 허락한다고 해도 너무 오래 머물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진이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는 빨리
이때 방안에 점차 빛이 스며들었는데 유연서는 그제야 한시혁의 표정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의 표정을 보자 유연서는 방금까지 기침하고 있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게 되었다.지난번 합작한 이후 한시혁은 손을 떼고 외국으로 떠났기에 두 사람은 다시 만난 적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갑자기 나타난 한시혁은 몇 초 사이에 그녀를 죽일 것만 같았다.한시혁이 차가운 표정으로 유연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그의 빨개진 눈과 매서운 카리스마에 유연서는 몸서리를 치고 말았다.더 이상 한시혁의 표정을 볼 배짱이 없어 시선을 옮기고 말았다.유연서가 정신을 차렸을 때 한시혁은 이미 그녀의 별장을 떠났다.그리고 훤히 열린 문은 방금 발생한 모든 것이 그녀의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몇 시간 후, 오전 10시.이진을 수감한 경찰서는 갑자기 알 수 없는 우편물을 받게 되었다.우편물을 열어보자 안에는 녹음 펜만 들어있었다.재생 버튼을 누르자 안에서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왔다.이전에 한 기록과 수사를 통해 경찰은 그중 한 사람이 이영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 안에서 들려온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변성기로 처리한 것이 분명하다.게다가 그 내용은 이진의 사건을 맡은 경찰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했다.이영은 거의 입을 열지 않았고 대부분은 처리한 그 목소리가 말을 하고 있었다.이 목소리는 어떻게 이진에 관한 유언비어를 터뜨릴 것인지 서술했다.이영을 어떻게 입을 열게 했는지, 이기태의 인터뷰 영상, 심지어 기자의 질문까지 모두 언급됐다.게다가 미리 모니터를 설치해 이진을 되물었던 일도 언급했다.“이, 이 사건은 왜 이렇게 복잡한 거죠?”이진의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 몇 명이 이 녹음을 들은 후 그중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러자 다른 경찰들도 머리가 아파 한숨을 쉬었다.그들은 얼른 이 녹음 펜을 증거물로 가져가 조사를 하고 모니터링을 했다.소리 궤적과 대화가 모두 원본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에야 경찰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이진을
한시혁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영은 자연히 유연서가 협박받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이영은 이번만큼은 유연서가 제대로 준비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러기에 더 이상 어떤 문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진은 여전히 멀쩡하지만 유연서는 너무 놀란 탓에 한바탕 앓고 말았다.이영은 비록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지만 다음 타깃이 자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그들이 손을 쓰기라도 할까 봐 이영은 방 안에만 숨어있었는데 그녀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문을 열고 들어오던 이기태는 이영의 이런 모습을 보더니 한숨만 쉬었다.이진의 능력과 수단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애초에 이기태는 이 방법에 동의하지 않았다.운이 좋으면 이진을 망가뜨릴 수 있지만 운이 나쁘다면 그들이 엄청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그러나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기에 이기태는 그저 자신의 귀한 딸을 타이를 수밖에 없었다.“이영아, 아빠가 돈을 좀 줄 테니 먼저 이것 가지고 외국으로 피신하는 게 좋을 거야.”이영은 이 말을 듣자 정말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지금 그들 집안은 이미 매우 가난한 상태였는데 지금 이진 때문에 그녀가 외국으로 도망가야 했기 때문이다.이영은 이를 악물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는데 아무리 화가 나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결정을 내린 후 간단하게 짐을 싸고는 바로 외국으로 떠났다.이날 밤, A 시의 야간 활동이 가장 번화한 지역, S-Club 나이트클럽.클럽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거대한 음악 소리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가려지기도 했다.붐비는 사람들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관람 구역이 있었는데 그 위는 VIP 룸이었다.그중 가장 꼭대기 층의 옥상에는 비밀스러운 방이 있는데 윤이건과 민시우가 방 안의 소파에 앉아있었다.그들 앞의 테이블 위에는 와인 한 병 밖에 없어 나이트클럽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두 사람이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방문이 열렸고 검은색 슈트를 입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윤 대표님, 민 대
이 말을 듣자 유연서는 멍하니 서있었는데 곧 한시혁의 눈에서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룸 안의 다른 여자들도 재밌다는 듯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유연서는 순식간에 그들의 장난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가 지금 한시혁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이진과 맞설 방법이 없을 거다.이런 생각에 유연서는 눈을 감고 자존심을 내려놓은 후 한시혁의 손에 든 술잔을 건네받았다.곁에서 들려오는 비웃는 소리와 왁자지껄한 환호성 속에 그녀는 머리를 쳐들고 그 술잔에 든 술을 모두 마셨다.술잔을 다시 내려놓았을 때 한시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한시혁이 손에 힘을 주자 유연서는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는데 손목이 아파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절 왜 찾아오신 거죠?”온몸이 술기운에 휩싸인 것 같아 유연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혐오스러운 마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방금 말했듯이 당신과 합작하고 싶어요.”한시혁은 술에 취한 건지 몸을 비틀거리며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다시 합작하고 싶다면 저와 하룻밤 자죠.”주위의 여자들은 이 요구를 듣더니 유연서를 부러워하며 질투하는 모습을 보였다.유연서도 의아해했지만 망설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저녁, 한시혁은 유연서를 데리고 그의 정원으로 돌아갔다.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 한시혁은 머리가 찢어질 듯이 아팠다.고개를 돌리자 옆에 누워 있는 유연서를 보게 되었는데 한시혁은 놀란 마음에 눈을 크게 뜨고는 어젯밤의 일을 회상했다.“유연서!”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유연서는 이 소리에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몸을 일으켰다.공기 중에 노출된 피부와 그 위에 조금씩 남아 있는 흔적들은 어젯밤 두 사람의 격렬함을 증명했다.“한…….”“닥쳐!”유연서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라 좀 머리가 아팠는데 한시혁의 갑작스러운 태도 전환에 더 어리둥절했다.“당신 미친 거야? 정말 생각이 없는 여자네!”한시혁의 말을 듣자 유연서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