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은 주변에 모두 자신의 사람들이었기에 이영을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그들 가족 중에 정상인이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이영은 이진을 향해 걸어올 때 탁자 위에서 작은 나이프를 몰래 가지고는 예고도 없이 바로 이진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너무 갑작스럽게 발생된 일이라 주변의 웨이터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진은 이영의 수상쩍은 눈빛을 보았을 때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이진은 반응이 엄청 빨랐는데 1초라도 늦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거다.칼이 자신을 향해 찔러오자 이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는데 칼에 찔리더라도 치명적인 급소는 피해야 되기 때문이다.이때 이진은 누군가에게 세게 밀렸는데 주변의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그녀들을 쳐다보았다.이진이 얼른 고개를 돌리자 유연서가 재빨리 달려들어 이영의 칼에 찔린 거였다.다행히 이 칼은 유연서의 팔에 찔렸기에 큰 상처를 입진 않았다.“의료진을 불러와.”이진은 테이블 위의 수건을 가져다 즉시 유연서의 팔을 감쌌다.유연서가 끙끙거리며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자 이진은 마음이 좀 언짢았다.“조금만 참으세요.”“전 괜찮아요.”유연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는데 그녀는 가볍게 웃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이진 씨, 제가 심하게 다친 건 아니니까 일을 크게 벌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괜히 파티가 어수선해지는 건 저도 싫거든요.”유연서의 말을 듣자 이진은 더 괴롭기만 했다.이진은 입술을 오므린 채 고개를 숙이고 다친 곳을 꾹 눌러 피가 많이 흐르는 것을 방지했다.다행히도 연회장에는 의료진이 잘 갖추어져 있어 3분 만에 달려왔다.유연서를 의료진에게 맡긴 뒤 이진은 이를 악문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리고 케빈과 임만만을 곁으로 불렀는데 두 사람도 너무 놀라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난 괜찮으니 걱정 안 해도 돼. 일이 커지지 않게 분위기에 좀 신경을 쓰도록 해.”이진은 말을 마치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쪽의 휴게실로 걸어갔다.이영은 그 칼을 휘두른 뒤 신속하게 경비원에게 잡혔
이영이 갑자기 끼어들자 이기태도 하던 말을 멈추었다.한편 백윤정은 소파에 앉은 채 자신의 찻잔에 차 한 잔을 따랐다.이기태는 그녀들이 파티에서 무언가를 얻었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영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뒤따라 이진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그 말투는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이게…….”“아빠는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이 녹음을 잘 저장해둔다면 분명 저희한테 큰 도움이 될 거예요!”이기태는 잠시 이영을 보더니 무슨 생각이 난 건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를 내던 모습은 사라진 채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역시 내 딸이야.”이기태는 말을 하며 백윤정을 한번 보았는데 백윤정도 그를 따라 웃고 있었다.“우리 딸, 걱정 마. 이 일은 아빠가 전력으로 지지해 줄게.”이영은 원하던 말을 듣게 되자 엄청나게 득의양양했다.이진이 돌아온 후부터 그녀는 늘 이진에게 지고 있었기에 이영은 이처럼 이진을 짓밟을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다.회사 파티가 끝난 후 며칠 동안은 매우 잠잠했다.이진이 별장에서 아침을 먹은 뒤 회사로 나가려던 참에 그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메일이 온 거였다.알 수 없는 사람이 보낸 메일이라고 뜨자 이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2층의 서재로 올라가 컴퓨터를 켰다.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상황에는 주의하는 것이 좋을 거다.그녀의 컴퓨터는 이미 보호를 해두었기에 컴퓨터로 보는 게 훨씬 안전할 것이다.메일을 열어보자 이진은 눈썹을 찡긋거렸는데 그 안의 내용은 엄청 의외였다.전체 내용은 짧은 몇 줄에 불과했는데 메일은 이문권의 회사에서 보내온 거였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회사의 마케팅부 총감독입니다. 실례지만 이 대표님과 상의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연락을 드립니다.”아래에 구체적인 장소가 적혀있었는데 시간이 없는 걸 봐서는 당장 만나려는 게 분명했다.이진은 망설임 없이 컴퓨터를 끄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별장을 나섰다.메일에 적힌 주소는 비교적 번화한 거리에 있는 한 커피숍이었다.지
이 말을 듣자 이진은 앞에 앉은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총감독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분명 그만큼 능력과 경력이 모두 있기 때문일 것이다.사실 그 정도 인재라면 이진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었지만 그녀가 보기에 해란의 특별한 점은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했으면서 늘 정성을 다하는 것이었다.‘나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노력할 수 있을까?’이진은 손을 뻗어 커피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배짱도 있으시고, 패기도 있으시고, 머리도 똑똑하신 것 같은데, 전 이런 사람을 꽤나 좋아해요. 게다가…….”이진은 말을 하면서 손에 든 커피잔을 흔들었다.“게다가 일을 할 때 섬세하고 주도면밀하기까지 하시네요.”이진의 평가를 듣자 해란을 눈을 깜빡이더니 한동안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해란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계약서를 챙기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걱정 마세요. 자료들은 제가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하여 보내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마치고는 곧 커피숍을 떠났다.그날 오후, 이진은 회사에서 해란이 보내온 메일을 받게 되었다.상세하게 적혀 있는 내용들을 보자 이진은 입꼬리를 올렸다.‘좋아, 일하는 속도와 효율도 맘에 들어.’이진은 이런 생각에 해란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곧 일정 계획을 확정했다.“그런데 대표님, 어떻게 이 사람한테 접근해야 될까요?”해란의 말을 듣자 이진은 방금 봤던 자료들을 떠올리며 가볍게 웃었다.“사람이 너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약점이 될 수도 있어.”“네, 그럼 말씀대로 준비하도록 할게요.”이진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두 비서를 제외한 다른 직원을 좋아하게 된 적이 없었다.이튿날 아침에 이진은 GN 그룹에 도착하자마자 해란이 회사 문 앞에 서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안 들어가고 뭐해요?”해란은 아직 이진이 자신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아직은 이진이 자신을 남으로 볼지, 적으로 볼지 아니면 자기 사람으로 볼지 명확하지 않았기에 문 앞에서 망설였던
이진의 말은 진강이 듣기에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어쩌면 능력이든 아님 이진과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것 모두 진강이가 원하는 것이다.진강의 눈빛을 보고 이진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뭐라해도 이 바닥의 늙은 여우라 일단 자기에게 득의 되는 것을 가져야 했다.“저 성이 이가예요.”“네, 그럼 시연해 주시죠.”진강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고, 말이 떨어지기 전 이진은 이미 하나하나 술을 따라 맛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다음, 이진은 과연 하나하나 방금 자신이 말한 내용을 전부 설명했다.그동안 지나가던 사람들조차 이진의 말을 듣고 발길을 멈추고 몇 마디 들었다.“정말 의외예요. 이 모임 여러 번 왔었지만 아가씨 같은 분은 처음이에요.”진강은 자신의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않고 탄복과 칭찬의 정서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그러나 진강 옆에 서 있던 애인은 이미 한참을 외면당했고, 지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앞으로 나아가 진강의 팔을 걸치고 뒤이어 흥얼거리며 입을 열었는데 눈빛에는 온통 멸시였다.“아까 얘기한 그 내용들 진짜지는 누가 알죠?”이진은 애인에게 시선을 돌리고 얼굴에 웃는 모습을 보였다.“왜요?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분명이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거 맞잖아요.”애인의 갑작스러운 소란에 진강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막지는 않았다.결국 그도 장사꾼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허실을 탐구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그때 진강의 눈빛을 한 번 보고 이진은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비록 그녀는 시간을 허비하여 자신을 증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그럴 가치가 있다면 시간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으니 직접 테스트해보는 것이 어때요?”진강은 흥미진진하게 기다렸다.“여기서 진 대표님이 임의로 술을 고르고 제가 눈을 막고 후각으로만 브랜드와 종류 연한을 판단해 보겠습니다.”두 사람이 정한 후 이진은 진강이가 기뻐하며 종류를 찾는 것을 보고 다소 웃기기만 했다.이 남자에 대한 그녀의 판단에 따르면 이 일 이렇게 쉽게 해결
말을 마치자 이진은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진개에게 건네주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떠나갔다.그 태연한 걸음걸이고 방금 술 10여 잔을 마셨다고 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진강의 그녀의 뒤모습을 보고 넋을 잃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명함을 보았다.명하이라고 하기보다 메모 같았다.그 위에는 이름도 없고 외딴 전화만 있다.사실 이런 순간에도 이진은 진강에게 신분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장사꾼의 머릿속에는 항상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아직 이 자를 손에 쥐지 않았기에 섣부르게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차에 앉고 차는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케빈은 백미러는 통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이진을 보고 걱정했다.“보스, 괜찮은 가요? 제가 창문을 내릴 가요?”그는 이진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이진을 따라 같이 일하였을 때 이진은 술을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때 다음 날 아침에 회사에 가서 문을 열면 항상 소파에 누운 이진과 바닥에 널려진 술병들이 보였다.그래서 오늘 이진이가 술 모임에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하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이진은 입꼬리를 치켜세웠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왜? 네 악몽이 재현할 가봐?”한참 케빈의 답을 듣지 못한 이진은 바로 웃어버렸다.확실히 그 몇 년 동안 이진은 케빈을 많이 골치 아프게 하였다.그러나 그것도 두 사람이 빠르게 신뢰 관계를 가지고 가까워진 기억이기도 하다.그후 3일째 되는 날, 이진은 마침내 진강의 전화를 받았다. 사실 조금 의외이긴 하다.원래 그녀는 이튿날 진강의 전화를 받을 줄 알았다.그러나 3일째라, 진강도 머리로 움직이는 사람이다.“제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줬으면 해요.”“연회 참석인가요? 진 대표님 쪽에서 문제없다면 저도 괜찮습니다.”듣기로 가볍게 웃고 있지만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두 사람이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 이진은 혜
진강은 확실히 약간 술에 취하긴 했지만 아무도 모른 상태는 아니다.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이진의 손에서 그것을 받고 실눈을 뜨고 보았다.그리고 술 반은 깼다.“이 대표……?”“진 대표님, 이문권 회사는 제가 인수했습니다. 진 대표와 체결한 계약도 이젠 저랑 함께 해야 할 건데요.”원래 진강은 그저 이진을 부잣집 딸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이 상황을 보고 두렵기만 할 뿐이다.어렵게 소파에서 일어나고 나서 그는 침을 삼켰다.“이, 이 일 다시 의논해야 하지 않을 가요…….”“물론이죠.”이진의 강한 기세에 눌린 강진은 이진과 계약을 오고 가며 몇 번이나 보고 또 보았다.“네, 그럼 이 대표님, 이 일은 우리 다시 얘기하시죠.”말하자면, 오늘 만난 이곳 다소 석연치 않은 곳이 있어서 이진이가 터뜨릴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이진과 인연을 끊는 것도 조금 아쉬웠다.이진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 말이다.이진은 이미 눈이 번쩍 뜬 헤란을 향해 눈길을 주고 두 사람은 오래 남지 않고 바로 떠났다.새로 인수한 회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진은 이미 오랫동안 제때에 별장에 돌아가 밥을 먹지 못했다.한편 윤이건은 이진이가 걱정되기도 하면서 마음속에 언짢은 것도 있었다.두 사람 사이 관계 어렵게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는데 절차대로면 지금 열애인데 연애는커녕 사람을 보기도 힘들다.윤이건도 휴식시간이 아주 적은 편이다. 아침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오기 때문이다.근데 이진은 그보다 더하였다.윤이건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출근하였고, 저녁 잠들었을 때까지 들어오지 않으니 말이다.그러나 이런 작은 불쾌함은 그녀를 아끼는 마음에 덮여버렸다.이날 돌아와 텅 빈 홀을 바라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부엌에서 띄엄띄엄 들려오는 음식 만드는 소리를 들었다.머릿속에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니 윤이건은 바로 부엌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셰프를 깜짝 놀라게 했다.“도련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민시우는 우수한 반사신경으로 입술이 닿는 그 순간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도망갔다. 아니면 오늘 무조건 식중독이다.달리는 과정에서 무슨 생각을 한 그는 다시 서재로 옮겼다.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라 민시우는 윤이건이 좋은 술은 꼭 이 방에 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책장 옆에 있는 와인 홀더에서 이미 개봉한 와인을 보았다.출산지도 그렇고, 연도를 따져봐도 그렇고, 좋은 술이 틀림없다.못된 웃음을 지으며 아래층으로 달려가 모든 사람의 컵을 가득 따랐다.윤이건도 와인 한 병으로 뭐라고 할 사람이 아니고, 이진이가 정희, 혜란과 함께 웃으며 얘기 나누는 것을 보고 그저 기쁠 뿐이다. 이렇게 마음 편한 이진도 오랜만이기 때문이다.마지막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도 셰프가 만든 음식으로 갈아치웠다.좋은 술과 좋은 요리, 그리고 좋은 친구, 모두가 흡족하는 저녁이였다.그리고 그 동안 이진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민시우가 거의 온 저녁 정희만 챙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 눈빛에 담긴 정서도 이전과 달랐다. 분명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녀 또한 좋게 보고 있었다.그날 저녁, 이 작은 모임이 끝난 후 이진은 사람을 시켜 혜란을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이미 반취 상태인 정희는 민시우가 책임지고 집에 데려다 주었다.그리고 둘만 남았을 때 이진은 윤이건의 온화한 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이고 가볍게 웃었다.어떤 일은 말할 필요 없이 그녀가 마음속에 기억해둘 것이다.이튿날 아침, 이진은 변함없이 일찍 문을 나섰다. 다만 목적지는 진강의 회사였다.그녀가 차를 몰고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때, 헤란과 회사의 홍보팀 직원들이 모두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서로 아침 인사를 나눈 후 홀까지 재빨리 걸어갔다.이전에 이미 약속해 두었기에 프론트에서 크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다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진강 사무실로 가는 과정에 딱 한 명의 ‘지인’을 만났다.“어머, 오늘 진 대표가 약속이 있다고 해서 만나
상황을 보고 이진은 냉소하며 뒤에 있는 사람을 향해 손가락을 꼬집었다.뒤이어 일행은 진강의 사무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이 여자가 두 손으로 책상을 받치고 큰 소리로 고소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비록 진강은 여전히 상황 밖이지만 애인을 아끼는 마음은 정말이다.한창 듣고나서 고개를 들으니 마침 사무실 문밖에 서있는 이진을 보았다.비록 이진은 그에게 비즈니스 상대이기는 하나 애인이 이렇게 말한 이상 그녀의 기분도 고려해 주어야 했다.그보다 진강은 이진이 처음 목적을 갖고 자기를 접촉하였다는 사실에 대해 좀 불쾌함을 느꼈다. 더욱이 클럽에서 그렇게 협박을 당했으니 말이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는 책상을 냅다 치고는 버럭 화를 냈다.“이 대표! 보아하니 우리 이번 계약은 진행되지 못할 걸 갖네요!”“못하겠다.”이진은 진강이 이렇게 과감하게 자신과 계약 관계를 끊을 줄은 몰랐다. 생각밖으로 그 애인을 꽤 아끼는 것 같았다.그러나…….“진 대표님이 생각이 그렇다면 저도 어쩔 수 없네요. 근데 한가지는 분명히 합시다.”말을 하다가 구수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명함 두 장을 꺼냈다.하나는 GN 그룹이고, 하나는 AMC 그룹이다.“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이 두 회사 대표 다 저예요. 근데 아쉽게도 진 대표님이 손을 잡을 의향이 없으시니…….”이진이 갑자기 신분을 밝히자 진강의 얼굴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심지어 헤란도 많이 놀라고 있었다. 그녀는 이진이가 AMC의 회장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럼 이대로 발걸음을 끊읍시다.”진강과 애인에게 더는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이진은 사람을 데리고 나갔다.진강 회사에서 나온 후 이진의 얼굴은 굳어졌다.상간녀에게 모욕당하고도 참을 만한 도량은 그녀에게 없다.차에 앉은 사람 모두 이진의 불쾌함을 느끼고 그녀의 차가운 기세에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였다.회사에 돌아온 이진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고 생각한 후 승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진강, 내가 최근에 연락한 사람인데 그자의 회사
결혼식 날짜는 8월 초로 정해졌으며,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될 예정이다.웨딩드레스 가게에서 청혼한 이건의 이야기는 곧 널리 퍼지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인터넷에 널리 퍼지고 있었다.이건이 바라던 대로, 전 세계의 사람들은 이진이 윤이건의 아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사람의 결혼식은 더욱 화려하고 시끌벅적했다.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은 친한 지인들 외에 회사 직원들만 초대했다.윤이건의 가족들은 보기 드물게 모두 현장에 참석했지만, 이진 쪽은 텅 비어 있었다.한편 이씨 가문은 여전히 다툼이 지속되고 있었다.“이것 봐! 내가 애초에 뭐라 그랬어? 이진 그년이 양심 없는 년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이제 알겠지? 그년은 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조차 아버지인 당신을 부르지 않았어. 이기태, 정말 당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백윤정은 노발대발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녀에게는 예전의 자애로운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앞으로 달려들어 이기태를 때리려고 들었다.이기태는 화가 난 마음에 백윤정을 밀어냈다.“좀 저리 꺼져!”‘그래봤자 이진이는 내 친 딸인데, 지금 일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백윤정 때문이잖아. 백윤정이 중간에서 이간질을 하지 않았다면, 내가 이진이를 그렇게 대했겠어? 백윤정이 자꾸 끼어들어 모순을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이진도 날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을 거야.’물론 이기태의 눈에는 그저 이익밖에 없다. 그가 후회하는 건 오직 이진을 통해 이건의 도움을 받지 못한 것뿐이다.지금의 이기태는 백윤정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매일 싸우기 바빴다.이기태는 결혼식이 끝날 때가 되자 뻔뻔스럽게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이기태 씨, 전에 제가 전화를 끊을 때 했던 말을 잊으신 거예요?”이기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이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 들려왔다.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더니 그제야 기억난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진, 너!”
보통 사람이라면 분명 시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을 것이다.하지만 이진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이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을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제가 사랑하는 남자는 윤이건 씨밖에 없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시언은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그리고 힘겹게 한 마디 물었다.“제가 몇 년 더 빨리 나타났다면.”“그래도 결과는 똑같아요.”이진은 그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마친 뒤, 이진은 더 이상 시언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건을 향해 걸어갔다.애초에 이진은 시우가 이 연회를 통해 정희와의 결혼 소식을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진은 마침내 시우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했던 이진은 이건의 가슴에 기대어 말했다.“이건 씨, 저 해외여행 가고 싶어요.”“해외여행?”이건은 원래 뭔가를 계획하고 있었기에, 얼마 후 이진을 데리고 출국할 생각이었다.이진이 먼저 제기한 이상, 이건도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이진을 껴안고 말했다.“그래, 자기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 좋아.”이를 위해 이건은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모든 일들 미뤘다. 하지만 이건의 원래 계획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았다.YS그룹에는 이건이 직접 처리해야 될 큰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이건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진을 데리고 해외로 여행을 간 것이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YS그룹의 고위층들은 미치기 직전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건에게 전화를 걸어 돌아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어쨌든 프로젝트는 끝내고 가야지.하지만 이건의 대답은 그저 한마디뿐이었다. 결혼식을 마친 후.결혼식을 마친 후, 이건은 분명 이진과의 아이를 돌보는 데 집중할 것이다.그러기에 앞으로 일에 전념하는 시간은 점점 적어질 게 뻔했다.옆에 있던 이진은 한쪽에 놓인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리는 것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내가 너무 충동적인 건 아니겠지? 이건 씨는 날
이진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내가 남학생을 꼬드겼다는 건 무슨 말이야? 아예 기억조차 나지 않는 데다가, 시우 씨의 동생인 건 아예 모르던 일이야. 도대체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이진은 화를 내며 이건을 노려보았다.“제가 언제 그런 행동을 했다고 그래요. 전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거든요.”“정말이야?”이건은 일부러 장난친 거다. 사실 메시지를 보고 불쾌한 기분이 조금 들었는데, 이진의 반응은 그를 매우 기쁘게 했다.이건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자기 마음속에는 나밖에 없다는 거지?”‘그럼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아도 되겠네. 시우 이놈은 겁도 없네, 감히 내 아내더러 자기 사촌 동생을 위로해달라는 거야?’이건은 차갑게 웃으며 이진의 핸드폰을 가지고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시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진 씨, 제가 보낸 메시지를 보셨나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연락을 드린 거예요. 이 녀석이 술에 취해 밤새 이진 씨의 이름을 부르더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또 뭐 했는데?”이건은 그의 말을 끊은 뒤 질투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네 사촌 동생이 대단한 사랑꾼인가 봐.”‘윤이건?’전화 너머의 시우는 하마터면 심장이 터질 뻔했다.“이건아, 이진 씨 핸드폰이 왜 네 손에 있는 거야? 난.”“나랑 이진이가 부부인 걸 잊은 거야?”이건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아내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그럼 내 아내를 좋아하는 사람마다 직접 가서 위로해 줘야 되는 거야? 내가 동의할지 말지는 둘째 치고, 이진이 정말 간다고 해도 네 동생이 괜찮아질 리는 없어.”마침 뭔가 생각난 이건은 잠시 망설이더니 협박하듯이 말했다.“술에서 깨면 네 동생한테 전해. 어제 같은 일이 또다시 일어나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이건은 다른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에게 들러붙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윤이건? 윤이건이 어떻게?’시언은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그와 시우는 사촌 형제이기에, 이건과 시우가 친한 친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이건은 이미 결혼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설마.’시언은 갑자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건과 이진이 어떤 사이든, 이진이 이건을 얼마나 의지하든, 그는 자신이 이진을 좋아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시언은 몸 옆에 늘어진 손을 꽉 주먹 쥐었다. 이때 정신을 차린 그는 앞으로 나아가, 이건의 앞길을 막고 환한 미소를 선보였다.“윤 대표님, 전 민시언입니다. 시우 형의 사촌 동생이에요. 시우 형한테서 얘기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만나 뵙게 되니 너무 영광입니다. 혹시 이진 씨랑은.”“이건 씨, 나 돌아가고 싶어요.”시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진은 취기를 못 이겨 남자의 가슴에 얼굴을 가볍게 문질렀다.이건의 차가운 표정은 순식간에 눈 녹듯이 녹아내렸다.이건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몸을 숙여 이진을 안았다. 그리고 시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이진을 조수석에 태웠다. 세심하게 안전벨트를 맨 후 무심코 뒤쪽을 스쳐보자, 시언은 방금 자세를 유지한 채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이건 씨, 얼른 돌아가요.”이진은 아직도 이건에게 바짝 달라붙어 있었다.이건은 시선을 돌려 이진의 희고 정교한 얼굴을 보자 계획이 하나 떠올랐다.‘그동안 결혼식 하나 제대로 치르지 못했는데, 반드시 전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결혼식을 선물해 줄게.’이건이 직접 이진을 데려간 것을 목격한 시언은, 정신을 잃은 듯이 축 처진 채로 시우의 아파트를 찾았다. “민시언?”시우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시언을 보자 조금 놀란 듯했다.“네가 이곳엔 왜 온 거야?”시언은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형, 술 한잔하실 래요?”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술 한잔하는 것쯤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하지만 시우는 정희와 함께 임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최근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시언의 상
하룻밤 푹 자고 난 뒤, 다음날 아침 이진은 호텔에서 출발해 학교로 갔다.서현도 마찬가지로 이번 만남을 무척 중시하였다. 그녀는 이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오후로 미뤘다.카페에 앉은 서현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이 대표님, 제가 오만해 보이긴 해도, 평범한 작가들과 비슷한 꿈을 꾸고 있거든요. 제가 쓴 시나리오를 대중들에게 알려, 널리 선보이는 게 제 꿈이에요. 하지만 제가 글을 쓸 때에는 저만의 요구가 있기에,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서현의 요구는 별로 지나치진 않았다. 그저 세훈이 제기했던 요구처럼 원칙적인 문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 방면의 문제는 서현이 말하지 않아도 이진이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이진이 바로 동의하자 서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진의 시원시원한 성격은 전에 그녀를 찾아온 사람들과 사뭇 달랐다.서현은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제 너무 지나친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이진 씨처럼 훌륭하신 분을 놓치게 되었을 지도 몰라.’ 세부사항을 토론한 후, 이진은 세훈과 서현을 데리고 원작자를 찾아가 판권을 따냈다.그 후 배우의 캐스팅으로부터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는 물론, 배우들 사이의 호흡은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몇 달 후, 영화는 이건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상영되었다.의 원작 팬이 워낙 많았고, 호기심으로 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영화관을 나설 때 모두 영화 속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개봉 첫날, 전국의 영화관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다.심지어 대부분 영화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예정했던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상영하였다.개봉한지 한 달이 되었을 때, 는 수십 년간 1위를 차지했던 영화를 뛰어넘기도 했다.이 영화의 촬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도 엄청난 인지도를 가지게 되었다.그들은 마치 다크호스처럼 갑자기 대중들의 시선 속에 나
이진은 말을 마친 후 정희를 데리고 성큼성큼 떠났다.“이진아, 넌 저분이 동의할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한참을 걸은 뒤 정희가 호기심에 물었다.이진을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서현이 딱 봐도 설득하기 어려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 작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모욕을 당하면서 저 여자를 선택할 필요는 없잖아.’정희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내가 연예계에 아는 사람이 꽤나 있는데, 그냥 이서현 말고 다른 작가 소개해 줄까?”“아직은 필요 없어.”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마 날 거절하지 않을 거야.”이진이 거절한 이상 정희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희가 포기한 채 택시를 잡으려던 찰나, 앞에서 엄청난 비주얼을 가진 키 큰 남학생이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예쁜 누나들, 어디 가시려는 거예요?”두 사람을 향해 한 말이지만, 남학생은 줄곧 이진을 훔쳐보고 있었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는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학생, 지금 대시하는 거예요?”생각이 들통난 남학생은 부인하기는커녕 겸연쩍은 듯 손을 들어 뒤통수를 긁었다. 그리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누나들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닌 것 같네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두 사람 연락처를 모두 받아 가시려는 거예요? 생각보다 욕심이 많으시네요.”정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장난을 쳤다.그러자 남학생은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용기를 내어 이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누나, 전화번호 주시면 안 될까요? 절대로 귀찮게 굴진 않을 게요!”‘지금 충분히 귀찮은 것 같은데.’이진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깔끔하게 거절했다.“죄송하지만, 안될 것 같네요.”난생처음 대시를 시도해 본 남학생은, 자신이 이렇게 무자비하게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남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옆에 있던 정희는 차마 이대로 지나치기 힘들어, 가방에서 이진의 명함을 한 장 꺼내 남학생의 손에 쥐여 주었다.“연락처는
이진은 자신의 가장 진실된 생각을 전한 것은 물론, 판권을 반드시 따내려는 결심으로 원작자를 두 번이나 찾아갔다. 결국 원작자는 그녀에게 한 번 만날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은 이번 기회를 제대로 이용하기 위해, 전에 조사한 자료들을 들고 사람을 찾으러 대학으로 향했다.그녀 스스로 배역을 연구하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이진은 전문적인 작가를 찾아야 했다. 현재 대학교 교수인 이서현이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출발하기 전에 이진은 특별히 학교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현의 수업시간표를 찾았다. 그리고 교장에게 부탁하여 수업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이진의 신분을 알게 된 교장은, 단번에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두 손 두 발 들어 환영했다.한편 이 일을 알게 된 정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애초에 이진이 연예계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 경제 뉴스밖에 안 보던 이진이 정말 영화를 찍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진심이었던 거야? 왜 갑자기 영화를 찍으려는 거지?’정희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진아, 네가 의 판권을 따내 영화로 제작한다고 들었는데, 정말 사실이야?”“내가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비행기 탑승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기에, 이진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끊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너 지금 공항이야?”눈치 빠른 정희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마침 한가하던 정희는 이진을 따라 서현을 찾으러 갈 생각이었다.‘우리 이진이가 갑자기 영화를 찍다니,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어.’정희는 결정을 내린 듯이 말했다.“이진아, 좀만 기다려 금방 갈게!”정희는 줄곧 생각나는 대로 움직이는 성격이라, 이진은 핸드폰을 거두고 방금 정희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비행기는 한 시간도 안 되어 착륙했다.이진은 택시를 타고 바로 학교로 향했다. 그리고 사전에 알아보았던 수업시간표를 따라 강의실을 찾았다. 분명 수업이 시작되기까지 시간
이진은 별장을 나선 뒤 홀로 국장의 집으로 향했다.공교롭게도 여태껏 이진을 만나보고 싶어 하던 가정의도 국장의 집에 있었다.하지만 연이은 실패로 가정의도 이진의 성격을 알 수 있었다.이진은 엄청 겸손한 데다가 이건의 아내다. 그녀가 어떤 신분이든 간에, 외부에 자신의 실력을 알릴 생각이 없다면, 가정의도 더 이상 묻진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자리에 앉은 후, 국장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토론하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국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때때로 몇 마디 맞장구를 치자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이진은 경계심을 내려놓고 많은 의견을 제기하였다. 국장은 모든 의견들을 자세히 기록하였다.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국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글썽였다.“모두 이진 씨 덕분이에요. 이진 씨가 아니었다면 이 늙은이가 고질병 때문에 죽을 때까지 고생했을 거예요. 어쩌면 어느 날 갑자기.”“국장님, 곧 괜찮아질 테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이진은 국장의 말을 얼른 끊은 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게다가 할아버지의 친구분이시니, 제가 당연한 일을 한 것뿐이에요. 전엔 제가 생각이 짧은 데다가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줄곧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너무 탓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탓하다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고마워하기도 모자랄 판에 탓할 리가 있겠어?’마을의 개발 프로젝트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이진도 마찬가지로 세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이 대표님,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워낙 조건이 후해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고요.”진심 어린 이야기를 마친 후, 세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저한테 특별한 요구가 하나 있는데, 이 대표님께서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어요.”“어떤 요구죠?”이진은 호기심에 눈썹을 찡긋거렸다.세훈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께서 절 좋게 봐주시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영화가 방영되었을 때 괜한 추측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을 방
오 감독은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 내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진에게 사과하기로 한 것이다.이진은 전에 말했던 대로 마음에 들었던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작품마저 몇 개 없는 신인 감독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오 감독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나처럼 유명한 감독을 마다하고 신인 감독과 합작한다는 거야? 내가 그동안 받은 상이 얼마인데! 이진 그년은 분명 사람 보는 눈이 삐뚤어진 거야! 신인 감독 주제에 얼마나 잘 찍을지 똑똑히 지켜봐야겠어.’오 감독은 불만이 가득했으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진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모두 이진이 예상했던 대로다. 전화를 받은 순간, 이진은 만만에게 눈빛을 보내 모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시작했다.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던 오 감독은, 애써 웃으며 이진의 용서를 구하는 척했다.“이진 씨, 전엔 제가 너무 무례한 행동을 보였던 것 같네요. 의 촬영을 양세훈한테 맡길 생각인 거죠? 제가 양 감독을 소개해 줄 테니, 실시간 검색어의 글들을 내려 주시면.”“글을 내려달라고요?”이진은 오 감독이 뜻밖의 비장 카드라도 쥐고 있는 줄 알았다. 그가 이 정도로 파렴치한 인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말 같지 않은 조건으로 나와 협상하려는 거야?’이진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비웃고는 비꼬듯이 입을 열었다.“오 감독님, 본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잊으신 거예요? 지금 저한테 조건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셔야죠. 제가 양세훈 감독님을 선택한 건 사실이지만, 제 방식대로 촬영에 참여하도록 설득시킬 것이니, 당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어요.” “당신, 좋은 말로 할 때 그냥 넘어가지 그래?”오 감독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모욕을 당했기에, 이대로 참고 있을 수 없었다. 결국 위선적인 모습을 집어치우더니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굽신거려주니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윤이건 덕분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아마 윤 대표한테 들러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