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의 말을 듣자 임만만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곧 그의 말에 동의했다.“오늘 바쁘신 와중에 GN 그룹의 파티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진은 무대에 올라선 후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을 보면서 공식적인 웃음을 선보였다.“GN 그룹의 전체 직원을 대표하여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오늘 밤 다들 제대로 즐길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이진이 말을 마치자 불빛은 원래의 밝은 불빛에서 작은 스포트라이트로 바뀌었다.곧 웨이터 몇 명이 올라와 무대 측면에 피아노 한 대를 설치했다.이진은 자세히 소개를 하지 않은 채 그저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윤이건이 뒤이어 군중들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무대에 올랐는데 두 사람은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았다.그제야 사람들은 GN 그룹의 대표와 YS 그룹의 대표가 함께 부부 동반 연주를 한다는 걸 알아차렸다.다들 바로 술잔을 내려놓고는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이런 공연은 아무리 돈을 써도 볼 수 없는 것이기에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마치 십여 년 동안 함께 연주해온 파트너같이 호흡이 잘 맞았다.그러자 두 사람의 부부 관계가 좋지 않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사실 이 연주는 윤이건이 제기한 것이다.올해는 이진이 GN 그룹의 대표를 맡은 첫해이기 때문에 뭔가 상징적인 것이 필요했다.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인상적이어야 할 것이다.그의 말을 들은 이진은 좀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동의했다.별장의 로비에 피아노가 구석에 놓여 있었기에 이진은 바로 연습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연주가 절반쯤 진행되었을 때 윤이건이 그녀의 곁에 앉아 함께 연주를 했다.이진의 놀란 표정을 보자 윤이건은 가볍게 웃었는데 그것은 분명 잘난 척하는 모습이었다.“내가 피아노를 칠 줄 모른다면 집에 피아노가 있을 리가 없잖아, 안 그래?”이 말을 듣자 이진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장난을 치듯이 빠른 속도로 치기
이진은 주변에 모두 자신의 사람들이었기에 이영을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그들 가족 중에 정상인이 없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이영은 이진을 향해 걸어올 때 탁자 위에서 작은 나이프를 몰래 가지고는 예고도 없이 바로 이진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너무 갑작스럽게 발생된 일이라 주변의 웨이터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진은 이영의 수상쩍은 눈빛을 보았을 때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았다.이진은 반응이 엄청 빨랐는데 1초라도 늦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거다.칼이 자신을 향해 찔러오자 이진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는데 칼에 찔리더라도 치명적인 급소는 피해야 되기 때문이다.이때 이진은 누군가에게 세게 밀렸는데 주변의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그녀들을 쳐다보았다.이진이 얼른 고개를 돌리자 유연서가 재빨리 달려들어 이영의 칼에 찔린 거였다.다행히 이 칼은 유연서의 팔에 찔렸기에 큰 상처를 입진 않았다.“의료진을 불러와.”이진은 테이블 위의 수건을 가져다 즉시 유연서의 팔을 감쌌다.유연서가 끙끙거리며 눈살을 찌푸리는 것을 보자 이진은 마음이 좀 언짢았다.“조금만 참으세요.”“전 괜찮아요.”유연서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는데 그녀는 가볍게 웃고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이진 씨, 제가 심하게 다친 건 아니니까 일을 크게 벌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괜히 파티가 어수선해지는 건 저도 싫거든요.”유연서의 말을 듣자 이진은 더 괴롭기만 했다.이진은 입술을 오므린 채 고개를 숙이고 다친 곳을 꾹 눌러 피가 많이 흐르는 것을 방지했다.다행히도 연회장에는 의료진이 잘 갖추어져 있어 3분 만에 달려왔다.유연서를 의료진에게 맡긴 뒤 이진은 이를 악문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리고 케빈과 임만만을 곁으로 불렀는데 두 사람도 너무 놀라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난 괜찮으니 걱정 안 해도 돼. 일이 커지지 않게 분위기에 좀 신경을 쓰도록 해.”이진은 말을 마치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쪽의 휴게실로 걸어갔다.이영은 그 칼을 휘두른 뒤 신속하게 경비원에게 잡혔
이영이 갑자기 끼어들자 이기태도 하던 말을 멈추었다.한편 백윤정은 소파에 앉은 채 자신의 찻잔에 차 한 잔을 따랐다.이기태는 그녀들이 파티에서 무언가를 얻었다는 걸 알아차렸다.이영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뒤따라 이진의 목소리가 들렸는데 그 말투는 이상할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이게…….”“아빠는 이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이 녹음을 잘 저장해둔다면 분명 저희한테 큰 도움이 될 거예요!”이기태는 잠시 이영을 보더니 무슨 생각이 난 건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를 내던 모습은 사라진 채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역시 내 딸이야.”이기태는 말을 하며 백윤정을 한번 보았는데 백윤정도 그를 따라 웃고 있었다.“우리 딸, 걱정 마. 이 일은 아빠가 전력으로 지지해 줄게.”이영은 원하던 말을 듣게 되자 엄청나게 득의양양했다.이진이 돌아온 후부터 그녀는 늘 이진에게 지고 있었기에 이영은 이처럼 이진을 짓밟을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을 거다.회사 파티가 끝난 후 며칠 동안은 매우 잠잠했다.이진이 별장에서 아침을 먹은 뒤 회사로 나가려던 참에 그녀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메일이 온 거였다.알 수 없는 사람이 보낸 메일이라고 뜨자 이진은 잠시 망설이더니 2층의 서재로 올라가 컴퓨터를 켰다.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모르는 상황에는 주의하는 것이 좋을 거다.그녀의 컴퓨터는 이미 보호를 해두었기에 컴퓨터로 보는 게 훨씬 안전할 것이다.메일을 열어보자 이진은 눈썹을 찡긋거렸는데 그 안의 내용은 엄청 의외였다.전체 내용은 짧은 몇 줄에 불과했는데 메일은 이문권의 회사에서 보내온 거였다.“이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는 회사의 마케팅부 총감독입니다. 실례지만 이 대표님과 상의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연락을 드립니다.”아래에 구체적인 장소가 적혀있었는데 시간이 없는 걸 봐서는 당장 만나려는 게 분명했다.이진은 망설임 없이 컴퓨터를 끄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별장을 나섰다.메일에 적힌 주소는 비교적 번화한 거리에 있는 한 커피숍이었다.지
이 말을 듣자 이진은 앞에 앉은 여자를 힐끗 쳐다보았다.총감독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건 분명 그만큼 능력과 경력이 모두 있기 때문일 것이다.사실 그 정도 인재라면 이진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었지만 그녀가 보기에 해란의 특별한 점은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했으면서 늘 정성을 다하는 것이었다.‘나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노력할 수 있을까?’이진은 손을 뻗어 커피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배짱도 있으시고, 패기도 있으시고, 머리도 똑똑하신 것 같은데, 전 이런 사람을 꽤나 좋아해요. 게다가…….”이진은 말을 하면서 손에 든 커피잔을 흔들었다.“게다가 일을 할 때 섬세하고 주도면밀하기까지 하시네요.”이진의 평가를 듣자 해란을 눈을 깜빡이더니 한동안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해란은 잠시 뜸을 들인 후에 계약서를 챙기고는 웃음을 터뜨렸다.“걱정 마세요. 자료들은 제가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하여 보내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마치고는 곧 커피숍을 떠났다.그날 오후, 이진은 회사에서 해란이 보내온 메일을 받게 되었다.상세하게 적혀 있는 내용들을 보자 이진은 입꼬리를 올렸다.‘좋아, 일하는 속도와 효율도 맘에 들어.’이진은 이런 생각에 해란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곧 일정 계획을 확정했다.“그런데 대표님, 어떻게 이 사람한테 접근해야 될까요?”해란의 말을 듣자 이진은 방금 봤던 자료들을 떠올리며 가볍게 웃었다.“사람이 너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약점이 될 수도 있어.”“네, 그럼 말씀대로 준비하도록 할게요.”이진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두 비서를 제외한 다른 직원을 좋아하게 된 적이 없었다.이튿날 아침에 이진은 GN 그룹에 도착하자마자 해란이 회사 문 앞에 서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안 들어가고 뭐해요?”해란은 아직 이진이 자신을 얼마나 받아들였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아직은 이진이 자신을 남으로 볼지, 적으로 볼지 아니면 자기 사람으로 볼지 명확하지 않았기에 문 앞에서 망설였던
이진의 말은 진강이 듣기에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어쩌면 능력이든 아님 이진과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것 모두 진강이가 원하는 것이다.진강의 눈빛을 보고 이진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뭐라해도 이 바닥의 늙은 여우라 일단 자기에게 득의 되는 것을 가져야 했다.“저 성이 이가예요.”“네, 그럼 시연해 주시죠.”진강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고, 말이 떨어지기 전 이진은 이미 하나하나 술을 따라 맛보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다음, 이진은 과연 하나하나 방금 자신이 말한 내용을 전부 설명했다.그동안 지나가던 사람들조차 이진의 말을 듣고 발길을 멈추고 몇 마디 들었다.“정말 의외예요. 이 모임 여러 번 왔었지만 아가씨 같은 분은 처음이에요.”진강은 자신의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않고 탄복과 칭찬의 정서를 남김없이 보여주었다.그러나 진강 옆에 서 있던 애인은 이미 한참을 외면당했고, 지금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앞으로 나아가 진강의 팔을 걸치고 뒤이어 흥얼거리며 입을 열었는데 눈빛에는 온통 멸시였다.“아까 얘기한 그 내용들 진짜지는 누가 알죠?”이진은 애인에게 시선을 돌리고 얼굴에 웃는 모습을 보였다.“왜요?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나요? 분명이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거 맞잖아요.”애인의 갑작스러운 소란에 진강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막지는 않았다.결국 그도 장사꾼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허실을 탐구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그때 진강의 눈빛을 한 번 보고 이진은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비록 그녀는 시간을 허비하여 자신을 증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그럴 가치가 있다면 시간을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으니 직접 테스트해보는 것이 어때요?”진강은 흥미진진하게 기다렸다.“여기서 진 대표님이 임의로 술을 고르고 제가 눈을 막고 후각으로만 브랜드와 종류 연한을 판단해 보겠습니다.”두 사람이 정한 후 이진은 진강이가 기뻐하며 종류를 찾는 것을 보고 다소 웃기기만 했다.이 남자에 대한 그녀의 판단에 따르면 이 일 이렇게 쉽게 해결
말을 마치자 이진은 주머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진개에게 건네주었다.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바로 떠나갔다.그 태연한 걸음걸이고 방금 술 10여 잔을 마셨다고 하면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다.진강의 그녀의 뒤모습을 보고 넋을 잃었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다시 명함을 보았다.명하이라고 하기보다 메모 같았다.그 위에는 이름도 없고 외딴 전화만 있다.사실 이런 순간에도 이진은 진강에게 신분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장사꾼의 머릿속에는 항상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아직 이 자를 손에 쥐지 않았기에 섣부르게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차에 앉고 차는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케빈은 백미러는 통해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이진을 보고 걱정했다.“보스, 괜찮은 가요? 제가 창문을 내릴 가요?”그는 이진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이진을 따라 같이 일하였을 때 이진은 술을 마시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때 다음 날 아침에 회사에 가서 문을 열면 항상 소파에 누운 이진과 바닥에 널려진 술병들이 보였다.그래서 오늘 이진이가 술 모임에 참석한다는 말을 듣고 걱정하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이진은 입꼬리를 치켜세웠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왜? 네 악몽이 재현할 가봐?”한참 케빈의 답을 듣지 못한 이진은 바로 웃어버렸다.확실히 그 몇 년 동안 이진은 케빈을 많이 골치 아프게 하였다.그러나 그것도 두 사람이 빠르게 신뢰 관계를 가지고 가까워진 기억이기도 하다.그후 3일째 되는 날, 이진은 마침내 진강의 전화를 받았다. 사실 조금 의외이긴 하다.원래 그녀는 이튿날 진강의 전화를 받을 줄 알았다.그러나 3일째라, 진강도 머리로 움직이는 사람이다.“제가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줬으면 해요.”“연회 참석인가요? 진 대표님 쪽에서 문제없다면 저도 괜찮습니다.”듣기로 가볍게 웃고 있지만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두 사람이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 이진은 혜
진강은 확실히 약간 술에 취하긴 했지만 아무도 모른 상태는 아니다.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이진의 손에서 그것을 받고 실눈을 뜨고 보았다.그리고 술 반은 깼다.“이 대표……?”“진 대표님, 이문권 회사는 제가 인수했습니다. 진 대표와 체결한 계약도 이젠 저랑 함께 해야 할 건데요.”원래 진강은 그저 이진을 부잣집 딸이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이 상황을 보고 두렵기만 할 뿐이다.어렵게 소파에서 일어나고 나서 그는 침을 삼켰다.“이, 이 일 다시 의논해야 하지 않을 가요…….”“물론이죠.”이진의 강한 기세에 눌린 강진은 이진과 계약을 오고 가며 몇 번이나 보고 또 보았다.“네, 그럼 이 대표님, 이 일은 우리 다시 얘기하시죠.”말하자면, 오늘 만난 이곳 다소 석연치 않은 곳이 있어서 이진이가 터뜨릴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이진과 인연을 끊는 것도 조금 아쉬웠다.이진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 말이다.이진은 이미 눈이 번쩍 뜬 헤란을 향해 눈길을 주고 두 사람은 오래 남지 않고 바로 떠났다.새로 인수한 회사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이진은 이미 오랫동안 제때에 별장에 돌아가 밥을 먹지 못했다.한편 윤이건은 이진이가 걱정되기도 하면서 마음속에 언짢은 것도 있었다.두 사람 사이 관계 어렵게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는데 절차대로면 지금 열애인데 연애는커녕 사람을 보기도 힘들다.윤이건도 휴식시간이 아주 적은 편이다. 아침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오기 때문이다.근데 이진은 그보다 더하였다.윤이건이 일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출근하였고, 저녁 잠들었을 때까지 들어오지 않으니 말이다.그러나 이런 작은 불쾌함은 그녀를 아끼는 마음에 덮여버렸다.이날 돌아와 텅 빈 홀을 바라보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부엌에서 띄엄띄엄 들려오는 음식 만드는 소리를 들었다.머릿속에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오르더니 윤이건은 바로 부엌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셰프를 깜짝 놀라게 했다.“도련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민시우는 우수한 반사신경으로 입술이 닿는 그 순간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도망갔다. 아니면 오늘 무조건 식중독이다.달리는 과정에서 무슨 생각을 한 그는 다시 서재로 옮겼다.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사이라 민시우는 윤이건이 좋은 술은 꼭 이 방에 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책장 옆에 있는 와인 홀더에서 이미 개봉한 와인을 보았다.출산지도 그렇고, 연도를 따져봐도 그렇고, 좋은 술이 틀림없다.못된 웃음을 지으며 아래층으로 달려가 모든 사람의 컵을 가득 따랐다.윤이건도 와인 한 병으로 뭐라고 할 사람이 아니고, 이진이가 정희, 혜란과 함께 웃으며 얘기 나누는 것을 보고 그저 기쁠 뿐이다. 이렇게 마음 편한 이진도 오랜만이기 때문이다.마지막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도 셰프가 만든 음식으로 갈아치웠다.좋은 술과 좋은 요리, 그리고 좋은 친구, 모두가 흡족하는 저녁이였다.그리고 그 동안 이진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민시우가 거의 온 저녁 정희만 챙기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 눈빛에 담긴 정서도 이전과 달랐다. 분명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녀 또한 좋게 보고 있었다.그날 저녁, 이 작은 모임이 끝난 후 이진은 사람을 시켜 혜란을 숙소로 데려다 주었다.이미 반취 상태인 정희는 민시우가 책임지고 집에 데려다 주었다.그리고 둘만 남았을 때 이진은 윤이건의 온화한 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이고 가볍게 웃었다.어떤 일은 말할 필요 없이 그녀가 마음속에 기억해둘 것이다.이튿날 아침, 이진은 변함없이 일찍 문을 나섰다. 다만 목적지는 진강의 회사였다.그녀가 차를 몰고 회사 앞에 도착했을 때, 헤란과 회사의 홍보팀 직원들이 모두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서로 아침 인사를 나눈 후 홀까지 재빨리 걸어갔다.이전에 이미 약속해 두었기에 프론트에서 크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다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진강 사무실로 가는 과정에 딱 한 명의 ‘지인’을 만났다.“어머, 오늘 진 대표가 약속이 있다고 해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