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연기였지만 이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윤이건은 마음이 조금 불안했다. ‘연기인 걸 아는데도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만약 진짜라면…….’이진은 윤이건을 힐끗 쳐다보더니 뒤돌아 룸을 떠났다. 이진이 계속 유연서를 보고 있는다면 반드시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윤이건의 품에서 떼어버릴 것이다.그러나 이진은 윤이건이 비록 룸에 남아있었지만 정말 열심히 참고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윤이건은 당장이라도 유연서를 뿌리치고 이진을 따라 이곳을 나서고 싶었다.그리고 룸 밖에 숨어 있던 이문권은 화를 내며 떠나는 이진을 바짝 따라갔다.그는 심지어 룸 안의 유연서가 자신의 협력 대상이라는 것을 잊어버렸다.“이진 씨, 이제 절 믿으시겠죠.”갑자기 튀어나온 이문권을 보자 이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혐오스러운 마음을 참으며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이문권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얼른 두 사람의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했다.“사실 제 부하들이 무심코 발견한 건데 저도 여러 번 확인하고 나서야 믿을 수 있었어요. 정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네요.”“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정말 좋은 말이네요.”이진은 이문권을 향해 가볍게 웃더니 다시 고개를 돌릴 때 얼굴의 웃음기는 완전히 사라졌다.한편 이진이 떠난 후 찻집의 룸에 있던 윤이건은 겨우 유연서를 자신의 몸에서 끌어내렸다.그는 내친김에 외투도 벗었는데 옷에 묻은 유연서의 냄새를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그래서 그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데?”유연서의 내키지 않은 모습을 보자 윤이건은 차갑게 웃었다.유연서가 무슨 말을 해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당시 윤이건을 구해준 사람이 유연서가 아니라는 거다. 윤이건이 묻자 유연서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침묵에 윤이건은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었다.방금 이진이 조금 불편해하는 모습을 떠올리자 윤이건은 결국 앞으로 나아가 유연서의 팔을 잡았다.“내가 아직도 옛날 일 때문에 널 봐줄 거라
그 순간 윤이건은 너무 놀라 머리가 어지러워 얼른 손을 뻗어 책상을 짚고서야 진정이 되었다.유연서는 윤이건의 이런 모습에 깜짝 놀라 앞으로 나가 물어보려 했지만 그대로 뿌리쳐지고 말았다.그러자 그녀는 화가 나다 못해 목소리를 높였는데 마치 통보를 내리는 것 같았다.“이건 오빠! 나도 그렇게 시간이 많은 사람은 아니야!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는 게 좋을 거야.”윤이건은 잠깐 마음을 진정하더니 재빨리 외투를 들고 그곳을 떠났는데 그의 모습에 유연서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재빨리 따라갔다.“지금 뭐 하자는 거야! 왜 말도 없이 가려는 건데? 이게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윤이건이 전화를 받은 뒤 2분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의 셔츠 안에는 이미 식은땀이 가득했다.지금 그는 더 이상 유연서가 헛소리를 하는 걸 들을 여유가 없었다.“유연서, 마지막으로 경고할게.”윤이건이 눈을 붉히며 화를 내는 모습은 마치 짐승 같아 보였다.이런 시선에 유연서는 말을 하기는커녕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경고하는데, 다신 내 마지노선을 건드리지 마. 그 후과는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윤이건은 차가운 표정으로 유연서를 향해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떠났다.찻집을 나선 윤이건은 방금 전에 전화 온 사람이 말한 병원의 이름을 열심히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곧 이 비서가 기다리던 차에 올랐는데 너무 놀란 윤이건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져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윤이건은 응급실로 달려가 한 바퀴 찾았지만 이진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간호사들한테 물어보고 나서야 이진이 병실로 옮겨졌음을 알게 되였다.그때의 윤이건은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것을 잊은 것인지 다급히 계단으로 달려갔다. 병실 번호를 확인한 후 문을 열자 이진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얼굴에는 약간의 멍만 있을 뿐 심각한 상처는 없었는데 두 팔에 모두 수액을 꽂고 있은 채 혼수상태에 빠져있었다.사람은 극도로 긴장하고 통제력을 잃은 상황에
이 비서는 윤이건의 이런 모습을 보자 엄청나게 놀라고 말았다. 그는 단 한 번도 윤이건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이때 다행히 의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방 안의 두 사람을 보더니 조금 의아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남편입니다.”윤이건도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자 마음이 더욱 괴로웠다.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료기록부를 꺼내면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이진 씨는 비록 크게 다치시진 않았지만, 그래도 뼈가 조금 상한 데다가 약간의 연조직 타박상이 있기 때문에…….”“뭐라고요?”의사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윤이건은 재빨리 몸을 돌렸는데 그 눈빛은 극도로 흉악해 보였다.“제 부인이 골절 타박상이라고요?”윤이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거잖아요? 근데 왜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는 거예요?”방금 윤이건의 눈빛과 표정에 이 두 마디를 더하자 의사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의사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이진 씨가 지금 혼수상태에 빠진 것은 저희가 상처를 처리할 때 마취약을 주사했기 때문이에요.”윤이건은 의사의 말을 듣고 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윤이건은 긴장이 풀리자 눈앞이 어지러워지더니 얼른 손을 뻗어 책상을 붙잡았다.“걱정 마세요. 이진 씨는 아마 오늘 저녁이면 깨어나실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저를 부르시면 됩니다.”이 의사도 많은 사람들을 봐왔었기에 눈앞의 윤이건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의사는 곧 윤이건에게 주의 사항을 알려주고는 병실을 나섰다.정신을 되찾자 윤이건은 기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그는 계속해서 이진의 얼굴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은 매우 부드러웠고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병실 안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지만 한 시간도 안 돼 문이 다시
몸에 큰 통증을 느끼진 못했지만, 오히려 윤이건의 표정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 났다.“깼어? 몸은 좀 어때?”윤이건이 기뻐하는 얼굴만 본다면 무슨 큰 경사가 생긴 것만 같았다.“윤 대표님, 저…… 이렇게 쳐다보지 않으시면 안 돼요?”‘분명히 교통사고가 난 사람은 나인데 왜 이 사람의 머리가 안 좋아진 것 같지?’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하던 사이에 승연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사부님 깨어나신 거예요? 몸은 좀 어때요? 어디 아픈 데는 없어요?”승연이 갑자기 나타나자 이진은 너무 놀라 눈을 깜빡였다. 그녀가 잠시 혼수상태에 빠진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난 건지.“나가서 뭐 좀 사 올 테니 먼저 얘기들 나누고 있어.”윤이건은 승연을 힐끗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병실을 나섰다.그러자 방안에는 스승과 제자 두 사람만 남았는데, 승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먼저 입을 열어 자백했다.“다 말한 거야?”이진이 급한 마음에 몸을 살짝 움직이자 상처를 건드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사부님, 미안해요.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윤 대표님이…….”“됐어, 됐어.”이진은 손을 흔들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어린 제자가 절대로 윤이건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승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모든 것들을 말해버렸다.그들이 말하는 사이에 윤이건은 보온병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는데 얼굴의 표정은 여전히 낯설었다.이진은 그제야 윤이건의 방금 모습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이 일이 밝혀진 후 다시 윤이건을 마주하게 되자 이진은 다소 어색함을 느꼈다.“윤 대표님,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이건 근처 가게에서 산 보양식이야. 의사가 말했는데 국을 마시면 영양 흡수가 잘 되어 상처가 좀 빨리 나을 거래.”윤이건은 바로 손을 뻗어 국 한 그릇을 담고는 숟가락을 들어 이진의 입가에 갖다 댔다. 승연은 그들의 모습을 보더니 얼른 빠져줘야겠다고 생각되어 가볍게 기침을 하고 이진에게 인사를 하고는
이진이 이번 교통사고에서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두 다리만큼은 반드시 조심해야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잊은 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다행히 그녀가 바닥에 넘어지기 전에 윤이건이 그녀를 붙잡았다.마침 이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한시혁이 안으로 들어왔다.한시혁은 녹음실에서 이진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헤드셋을 집어던지고는 외투를 들고 병원으로 달려왔다.다행히 이진의 상태가 심각해 보이진 않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정말 꼴 보기 싫었다.윤이건은 갑자기 나타난 한시혁을 보더니 별로 놀라진 않았다.그저 한시혁을 노려보더니 손을 뻗어 이진을 조심스럽게 침대에 올렸다.혹시라도 이진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된 건지 그의 동작은 무척 부드러웠다.한시혁은 그들을 지켜보더니 자신이 끼어서는 안 될 자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참아 오르는 감정을 못 이겨 이를 악물고는 앞으로 나가 윤이건을 밀쳤다.“이진이 지금 병원에 누워있는 건 모두 당신 때문이에요! 윤이건 씨!”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윤이건은 한시혁의 이런 행동에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윤이건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한시혁은 그의 얼굴을 향해 세게 주먹을 내리쳤다.“윤이건 씨! 이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이만 빠져요!”“한시혁!”방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던 이진은 지금 머릿속이 윙윙거리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눈앞의 화면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는데 그녀도 윤이건이 한 대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윤이건은 이진을 다독여준 뒤 입가를 닦고는 한시혁을 쳐다보았다.“이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건 제 실수예요. 제가 제대로 이진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건 저도 인정해요. 하지만…….”윤이건은 말을 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는 흉악한 모습을 드러냈다.그의 눈에는 핏발이 서렸는데 표정조차도 매우 험상궂어 보였다.“하지만 절대로 이진을 양보하진 않을 거예요.”윤이건은 말을 하더니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이진과 한시혁은 모두 그가
눈앞의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떨떨해진 이진은 눈을 깜빡이며 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고 나서 다시 시선을 그 사람의 손에 있는 작은 반지함에 돌렸다.다이아몬드 반지는 크지 않지만 공을 들인 디자인이었다.그 다이아몬드 위에 박힌 무늬는 시중에서 여태껏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맞춤 디자인인 것이 분명하다.사실 이진은 이 반지함을 처음으로 본 것이 아니었다.비록 안에 들어있는 반지는 처음 보지만 사실 반지함으로도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이진은 윤이건이 반지 하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주는 것이라는 것은 정말 몰랐다.두 사람이 다시 계약을 체결한 후부터, 이진은 윤이건에 대한 인상을 바꾸었다.가장한 관심인지 아니면 위장한 관심인지 그건 지내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이진은 이 남자가 진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지금 이 순간 이진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그 누가 이런 상황에 빠져도 감동할 것이다. 이건 이진도 예외가 아니다.손끝을 떨며 무의식적으로 반지를 받으려고 하였다.이때 병실 밖에서 갑자기 깨지는 소리가 났다.“이진아!”한시혁의 외침이다. 그는 밖에서 들어오려고 하지만 윤이건의 경호원들이 그를 막았다.“윤이건! 너 무슨 남자야!”시끄러운 외침소리로 이진은 방금 전 정서에서 벗어났다.갑자기 무엇을 떠올린 듯 잠시 들었던 그 손을 다시 내려놓고 주목을 꽉 쥐었다.‘어떻게 이렇게 쉽게 이 남자를 용서할 수 있지?’그녀는 마음속으로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아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이 정말 어울린다고 생각해요?”반지를 든 윤이건의 손은 갑자기 떨렸다. 이진의 눈빛도 흔들림이 보였다.비록 거절은 그녀 자신이 한 말이지만 마음에 내키지 않아 결국 나머지 말을 돌렸다.“잘 알잖아요, 이번 이 사고는 누가 날 죽이려고 일부러 조작한 것이라는 거.”이진의 말 뜻을 이해한 윤이건은 마음을 놓았다.감정문제로 거절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아까 그
두 사람은 같이 있는 동안 윤이건은 이진의 성격을 어느정도 파악하였다.그래서 이 말을 듣고 기쁨을 멈출 수 없었다.이진과 계속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갔지만 이진의 엄숙한 표정을 보고 참았다.기쁨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두 사람은 담담하게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어떤 것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칠 후 이진의 상처는 뚜렷이 호전되었다.약을 먹는 시간이며 윤이건은 쭉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라도 늦으면 안 되었다.원래 병원 간호사들은 윤이건을 보고 흔들리는 마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진에게 침을 놓은 순간 그런 마음은 어디론 지 바로 사라졌다.어린 간호사들은 모두 웃음을 띠고 병실에 들어오고 울며 병실을 나갔다.어쩔 수 없었다. 윤이건이 너무 따지기 때문이다. 약을 바꾸는 과정에서 이진이 이마를 찌푸리기만 하면 그는 몹시 긴장하면서 화를 내였다. 그리고 사과는 이진 몫이다.그리고 드디어 이진은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비록 움직임이 느리고, 상처도 조금 아픔을 느끼지만 병상에 계속 누워있는 것보다는 났다.“그 운전자 지금 어떻게 되었나요?”윤이건의 부축임을 받으면서 어렵게 걸고 있는 이진은 사고를 멈추지 않았다.그녀를 이렇게 반병신으로 만든 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그자도 이 병원에 있어, 내가 여기로 옮겼거든.” 윤이건이 가볍게 말했다. 이진을 잡고 계속 그녀를 지켜보았다.이 말을 들은 이진은 긍정적인 표정을 주었다.이 사람 일하는 잘 처리한다.“저 가보고 싶어요.”자기를 부축인 그의 손이 멈추자 이진은 급히 말을 이었다.“물론 함께 가도 되고요.”그 다음 윤이건은 의사에게 여러 주의사항을 물어보고 이진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옆 병동으로 갔다.“나 지금 늙은 할멈 같해요.”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진은 윤이건이 자기를 이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고 화나 나기도 하고 웃고 싶기도 하다.평소 같으면 바로 놀릴 윤이건이 지금은 침묵하고
윤이건의 찌푸린 미간을 보고 이진은 입을 벌렸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 사람은 분명히 알면서 일부러 묻는 것이다. 지금 이 상황으로 어디도 갈수 없었다. 그러나 이 또한 윤이건의 태도를 뚜렷이 표명하였다. 막는 뜻이다.두 사람은 잠시 대치하고 있고, 방안의 케빈을 포함한 사람들은 머리를 숙이고 무의식적으로 코를 만졌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어색한 거는 바로 그들이다. 하여 두 주인이 빨리 화해하기를 바랬다.다행히 몇 초 만에 이진은 어깨를 살짝 숙이고 양보했다.그녀는 쉽게 충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태라도 여전히 현실과 대면한다.지금 이 몸 상태로는 조사는 물론이고 병원 대문 앞까지 걸어갈 수도 없었다.입술을 물고 답답하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윤이건이 그녀를 병실까지 데려갔다.“사모님 잘 모셔.”아랫사람들에게 당부하고 나서 윤이건은 병실을 나섰다.가기 전 이진이 걱정되어 그녀를 또 한번 본 다음 병실을 나갔다.이진이 자기만의 자랑이 있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으로 그를 미워해도 내보낼 수 없었다.병실에 혼자 남은 이진은 아까 윤이건의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그녀는 이런 일까지 따지게 그리 유치한 것은 아니다. 비록 그녀에 관한 일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병상에 누워있는 것뿐이다.그러나 아쉽게도 2분도 안지나 병실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이거 안 놔! 빨리 놔!”너무 익숙한 목소리였다. 문이 열리면서 경호원이 문의한 것을 보고 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유연서가 혐오가 가득한 얼굴로 병실 밖에서 뛰쳐들어왔다. 병상에 누워있는 자와 병실에 서있는 자가 그렇게 눈을 몇 초 동안 마주쳤다. 그리고 유연서가 먼저 말을 꺼냈다.“이진 너 이러고도 죽지 않았어?”“그래, 내가 죽지 않았으니 괴로워할 자가 따로 있겠지.”이진이 가볍게 입을 열었다. 비록 병상에 누워있으나 유연서는 여전히 그 기세에 눌려 있었다. 이진은 이 말이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