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훈은 송태수의 행동이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 그가 T 그룹에 도착했을 때, 인사 자료 두 장이 송태수 사무실에 놓여 있었고 송태수가 자료를 남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어제 직원을 시켜서 알아봤는데 오늘 결과가 나왔어요. 동생 매형이 우리 회사 중층 관리자였더라고요. 연봉이 1억 정도 되는데 옆에 있던 여자는 이름이 이미연이에요.”“또 이 씨라니!”남지훈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자 송태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이 씨가 왜요?”“이 씨 전체에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개별적인 사람이 문제죠. 제 전 여자친구가 제 전 사장님과 바람을 피웠거든요. 한 달 전에 헤어졌는데 그 여자도 이 씨였어요.”남지훈이 고개를 저으며 설명하자 송태수가 동정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동생에게 그런 과거가 있는 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혼자 회사를 차렸군요.”남지훈은 그 말에 씁쓸하게 웃었고 잠시 머뭇거리던 송태수는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아니지, 동생! 동생 결혼하지 않았나요?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한 달 만에 결혼을 한 거예요?”“형님. 그게 설명을 하자면 좀 복잡해요. 결국엔 돈 때문에 그렇게 됐어요!”돈 때문이라는 말로 모든 걸 정리했다. 계약 결혼이기에 남지훈은 소연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 슬쩍 화제를 돌렸다.“형님, 제가 매형을 찾아가서 얘기 좀 나누고 싶어요. 근데 일단 형님과 T 그룹을 통하지 않고 저 혼자서 해결해 보고 싶습니다.”“네, 그렇게 해요.”신정우에게 기회를 한 번 주고 싶어 하는 남지훈을 보며 송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태수가 직원을 시켜 알아본 바, 신정우가 속해 있는 부서에서는 신정우와 부하 직원이 정분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고 있었다. 만약 신정우가 남지훈의 설득을 듣고 바른길로 들어서기만 하면 송태수도 신정우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송태수의 명령에 데스크 직원이 남지훈을 데리고 신정우를 찾아갔고 신정우는 남지훈을 본 순간, 눈살을 확 찌푸렸다. T 그
"제가 물론 두 분 사이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결혼한 이상 서로에게 충실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매형, 저희 누나가 아무 말도 안 해서 그렇지 실은 모든 걸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요.""감히 날 훈계하는 거야?" 신정우는 두 눈을 부릅뜨며 남지훈을 노려보았다."네 처신이나 잘해! 30살 먹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멍청이 주제에 다른 사람한테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마! 내가 너였으면 진작에 목 매고 죽었어. 더 이상 너랑 할 얘기 없으니까 그런 줄로 알아!"말을 마친 신정우는 화를 내며 자리를 떴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지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남지훈은 어쩔 수 없이 이미연에게 T 그룹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다.'이미연이 약속 장소를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이 상황을 지켜볼 수만 없잖아. 매형이랑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미연이라도 만나봐야지.'잇달아 이미연이 약속 장소에 나오겠다는 답장을 보내왔다.남지훈은 곧바로 남가현에게도 문자를 보냈다."누나, 그 여자에 대해 알아냈어. 좀 이따 T 그룹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누나도 나와."내연녀의 마음이 궁금했던 남가현은 이내 카페에 도착했다.한참 뒤, 이미연도 모습을 드러냈다.얼굴을 반쯤 가린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트렌디하게 꾸민 여자는 수수한 남가현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이미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창밖을 내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절 왜 보자고 한 거예요?"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남지훈이 말했다. "매형한테 가정이 있는 거 몰랐어요?""알고 있어요."이미연은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가정이 있는 게 어때서요? 남자랑 여자가 서로 좋아서 만나겠다는데 왜 참견이세요? 게다가 간통죄도 사라진 마당에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예요?"남지훈은 인상을 구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미연을 바라보았다."그 인간한테 왜 반했는지 모르겠네요. 마흔 살이 거의 되어가는 애 딸
남가현의 행동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이미연도 남가현의 말에 얼굴을 구겼다."가현 씨, 저랑 그쪽은 달라요. 정우 씨는 절 사랑해요. 그리고 아이를 낳고 몸매가 망가진대도 정우 씨는 여전히 절 사랑해 줄 거예요!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꾸하긴 했지만 그녀는 사실 남가현의 말에 흔들렸다."저랑 정우 씨가 몇 년 차 부부인지 알아요? 저보다 정우 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미연 씨가 정우 씨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보통 남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고 있죠? 특히,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남자의 심리에 대해 말이죠. 설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자기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니죠?"이미연은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남가현의 말은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이었다. 어리고 날씬하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를 안 좋아할 남자는 없었다.하지만 젊음과 미모를 잃은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드물었다.여자의 미모는 한순간이었다. 남가현 역시 그 단계를 밟았다.이미연은 신정우를 자기 손에 쥐고 휘두를 수 없었다. 신정우가 자기 상사이기도 했지만 신정우의 성격에 대해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이미연 역시 머지않아 남가현처럼 된다면 신정우는 반드시 새로운 내연녀를 만들 것이다.혼란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리던 이미연이 남가현에게 쏘아붙였다."저랑 정우 씨를 갈라놓으려고 수작 부리는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절대 그럴 일 없어요. 그쪽은 나 못 이겨요. 난 그쪽보다 어리고 예쁘고 미래도 창창해요! 내가 가지지 못한 건 남도 못 가져요! 이만 가볼게요."이미연은 선글라스를 다시 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본의 아니게 현실 알려준 것 같아 미안하네요."이미연의 하이힐 소리가 카페에 울렸다.남가현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사실 그녀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정우 씨랑 얘기는 해 봤어?"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지훈을 바라보았다."응, 근데 신경 쓰지 말라고 길길이 날뛰더라. 말로 타이르긴 글렀어. 누나가 먼저 연락해서 저녁에 얘기
남지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우선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일하는 건 어때? 재무팀에 회계사가 한 명 있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할 거야. 누나 전공에도 맞고, 누나가 적임자 같은데, 어때? 내가 현수 씨한테 얘기해 둘 테니까 우리 회사로 출근해."남가현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훈아. 사업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니? 게다가 다른 사람이랑 동업하는 건데, 내가 거기로 출근하는 건 옳지 않아. 설령 현수 씨가 동의했다고 해도 널 어떻게 생각하겠니? 파트너한테 가장 중요한 건 의리잖아. 괜히 나 때문에 너희 둘 사이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지훈아. 걱정하지 마. 너희 누나가 어디 이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니? 정우 씨가 날, 우리 가족들을 이렇게 대한다면 나도 가만히 손 놓고 있지 않을 거야!"순간 남가현의 눈빛이 달라졌다."내가 저것들 사내에서 바람 피우는 사실을 회사에 고발하면 회사에서 어떻게 처리할 것 같아?"남지훈은 쓴웃음을 지었다."누나, T 그룹의 송태수 대표님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계셔. 이미연에 대한 정보를 넘겨준 게 송 대표님이야!""뭐?"남가현은 화들짝 놀랐다."너 T 그룹의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였어? 그래서 그분이 저 둘을 어떻게 처분하신대?""아는 사이야. 송 대표님은 둘을 해고 처리할 거야. 하지만 매형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회사 해고는 보류해달라고 내가 말해뒀어."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아차린 남가현은 결심을 내렸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신정우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에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내일 당장 T 그룹에 가서 회사 직원이랑 바람난 사실을 폭로할 거야.""누나, 저녁에 나도 갈까?"남가현이 고개를 저었다."올 필요 없어. 나 혼자 잘 처리할 수 있어."예상하였던 것과 달리 강인한 남가현의 모습에 남지훈도 걱정을 덜었다.그녀한테 신정우가 바람난 사실에 대해 속속들이 알려준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라
스카이팰리스로 술 냄새를 가득 머금고 돌아온 그를 반기는 건 눈썹을 찌푸린 소연이었다."또 마셨어?""별로 안 마셨어. 양주 2병이 전부야."붉어진 얼굴로 술에 잔뜩 취해있는 남지훈을 바라보며 소연은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돌려차기로 남지훈을 날려버리고 싶었다."얼른 들어가서 씻어. 아우, 술 냄새!"소연은 손으로 코를 막았다."내가 술 마시는 게 싫어?""네가 마셔서 싫은 게 아니야."소연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난 술 마시는 사람들을 싫어해. 우리 아빠가 술을 좋아하셨거든, 어릴 때부터 항상 술에 취해있던 모습만 봐서 그런지 다가가게 되지 않더라. 물론 지금도.""결벽증 있는 거 아니야? 너 그거 병이다? 치료받아야 해!"자기 할 말만 하고 욕실로 쌩하니 달려간 남지훈이었다.개운하게 씻고 나오자 소연은 소파에서 지난번부터 읽고 있었던 "부부의 관계"라는 책을 열중해서 보고 있었다."아직도 그 책이야?"남지훈은 자기 코를 긁적이며 다가왔다."난 진작에 다 읽었어."눈을 흘겨뜬 소연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다 읽어서 좋겠다? 너 내용은 다 기억해?"남지훈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누가 기억 못 한다고 했는데? 첫 장에서는 결혼은 곧 사랑의 끝이자..."그가 책 내용을 읊을줄 몰랐던 소연은 입을 떡 벌렸다.그녀는 얼른 책을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그녀가 한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남지훈은 그에 알맞은 내용을 서술했다. "너 설마 이 책을 전부 외운 거야? 이게 뭐라고 이걸 외워?""하..."남지훈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누군 좋아서 외운 줄 알아? 그냥 한 번 읽으니까 저절로 외워진 거야."남지훈도 처음에는 이상했다. 책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책을 덮은 뒤에도 책 내용이 또렷하게 기억나서 이상했다.그는 불현듯 오늘 체결했던 계약서 내용을 떠올려 봤다.역시나 한 글자도 빠짐없이 아주 생생하게 떠올랐다."한 번 보면 절대 잊지 않는 거야?"소연은
"능력 좀 잘 사용해 봐! 전 세계에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아직 우리 도시에 너 같은 능력 가졌다는 사람 보지 못했으니까 네가 첫 번째겠네. 잘만 활용하면 대성공할 것 같은데. 보아하니 너도 지금 발견한 것 같은데 잘 좀 활용해 봐. 나 먼저 잘게."남지훈은 굳어버린 자세로 소연의 닫힌 방문을 바라보았다.'왜 지금에서야 나한테 이런 능력이 생긴 거야? 아니면 예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발견하지 못한 건가?"한편, 이 시각 신정우는 남가현의 협박 문자에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다.집으로 들어서자 장인 어른과 장모님이 거실에서 그를 맞이했다.둘의 안색은 무거웠다.남가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정우에게 말했다. "부모님들도 계시는데 정우 씨가 저지른 추잡한 짓은 입에 올리지 않을게. 내 조건은 간단해. 차는 정우 씨가 써. 아이들은 내가 키울 거야. 단 오늘부터 당신 카드들은 전부 나한테 맡기고 일 원 한 푼이라도 나한테 받아 가야 할 거야.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단 사용 목적은 반드시 말해야 될 거야. 물론 정우 씨 돈이니까 카드 못 준다고 하면 어쩔 수 없어. 돈을 그 여자한테 쓰겠다는 게 누가 말리겠어? 다만 우리가 이혼할 때 다른 여자한테 쓴 돈과 같은 돈을 위자료로 줘야 할 거야. 그게 배신당한 아내가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 아니겠어? 날 매정하다고 욕해도 좋아, 당신 마음대로 해. 카드 안 내놓으면 내일 당장 T 그룹 당신 직속 상사부터 찾아가 일일이 고발할 거야. 그것도 안 통하면 당신 회사 대표까지 찾아가야지."신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게 있었다."가현아..."신정우가 입을 열자 남가현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이상하지?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 당신 바람난 사실도 알고 있지만, 그 상대가 이미연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 오늘 만났거든. 확실히 예쁘더라, 당신이 정신 팔릴 만했어. 카드 나한테 넘겨, 그 여자랑 만나든 말든 당신이 알아서 해. 당신 회사 상사들에 대해 이미 다 파악해 뒀으니까 못 믿겠으면
신정우는 화가 났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의심할 여지도 없이 내연녀가 있었고 그걸 회사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겁났던 그는 결국 그녀의 요구에 따르기로 했다.두 부모님은 그저 묵묵히 이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이번 교통사고를 통해 그들도 확실히 알게 되었다.남가현은 은행 카드를 챙기며 무심하게 말했다."우리 부모님 며칠 동안 여기서 살 거야. 당신 의견 궁금하지 않으니까 나한테 얘기하지 마. 이 집 사서 인테리어 할 때 반반씩 돈 냈던 거 기억하지? 그러니까 우리 부모님은 여기 묵을 자격이 있어."부모님이 집에서 며칠간 머문다고 하면 신정우가 반대할 게 뻔했기에 남가현이 먼저 선수 쳤다.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 인간보다 이 집안에서 모든 걸 혼자 감당하는 자신이 이 집안의 결정권을 가지기로 했다. "남가현!"신정우는 마침내 폭발했다."너 계속 이렇게 나오면 나한테 이혼당할 수 있어!"그는 이혼을 들먹이며 남가현을 협박했다.그녀는 오히려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이혼? 내가 바라던 바야!"신정우는 멍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태껏 확신에 차 있었다. 남가현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든 떠나지 못할 여자라고 확신했다. 자기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생활한 그녀가 감히 이혼을 꿈 꿀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남지훈처럼 백수 주제에 감히 이혼을 원한다고?'남가현이 말했다."이혼? 좋지, 이혼하면 이 집도 당신 차도 적금도 절반씩은 다 내 것이잖아. 이걸 전부 다 가지게 되면 당신이 이미연한테 썼던 돈은 내가 모른 척 넘어가 줄게. 돈도 생겼으니 아이 양육권은 당연히 내가 가지게 될 거고 당신은 불륜을 저지른 이혼남이 되겠지. 진짜 이혼할 생각이야?""너...."신정우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남가현의 계략에 넘어가 주도권을 그녀에게 빼앗긴 걸 그는 그제야 알아차렸다!"어처구니가 없어서 나 원 참!"신정우는 방 안으로 들어가 거칠게 문을 닫아버렸다.신정우가 사라지고 나서야 남가현은 그동안 참았던 숨을 내쉴 수 있
하지만 그녀의 눈앞에 찍힌 숫자는 2000만 원이 전부였다."이 개자식!"카드 잔액을 확인한 그녀는 욕설을 내밭었다.신정우가 뒤에서 몰래 쓴 돈이었다.그녀는 매달 생활비로 100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네 식구가 먹고 쓰기에 부족한 돈이었지만 그녀는 알뜰살뜰하게 살림했다. 조금이라도 더 아껴 나중에 아이들이 크면 집 한 채라도 사 물려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신정우의 생각은 그녀와 달랐다.카드를 빼낸 그녀는 성큼성큼 근처 학원가로 향했다.아들 명원이가 다니고 싶다던 농구 클럽과 명석이가 다니고 싶다던 태권도관에 가 등록했다. 학원 등록비로 200만 원 가까이 긁은 그녀는 다시 백화점으로 걸어갔다.한편, 대승 테크.명덕 테크에선 직접 두 발로 뛰어다니며 미팅하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대승 테크에서는 달랐다. 공급처가 직접 그들에게 미팅을 잡고 회사로 걸음을 해주었다.J 도시의 두 대기업과 협력을 하는 대승 테크에 관계자들을 자연히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대승 테크가 협력을 맺는 공급처 역시 몸값이 상승할 것이다.관계자들은 서로 더욱 낮은 거래가를 제시하며 대승 테크와 협력하기를 바랐다.미팅을 끝내고 배웅까지 하고 온 이현수가 감격에 겨워 말했다."이런 날이 저희한테 올 줄이야! 예전에 명덕 테크에서 일할 땐 저쪽에서 제시하는 가격에 저희가 맞췄는데 이젠 저희한테 맞춰주네요!"상대가 낮은 가격으로 협력을 해준 덕분에 대승 테크에는 더 많은 이윤이 남았다.남지훈도 기분이 좋았다."저희가 두 대기업이랑 협력하는 걸 모두가 알게 됐나 봐요. 나중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저희한테 이것보다 더 좋은 홍보 광고는 없을 거예요.""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죠."이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며칠간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지 이현수는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 증상까지 얻었다.이건 대승 테크의 운명이 걸린 프로젝트였다.혹여 실패로 끝나면 남지훈의 체면도 깎일 것이다.새 회사가 이렇게 큰 주문을 받는다는 건 사실 일종의 모험이었다.남지훈과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