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이 좀 그만 괴롭혀.”남가현은 음식을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돈을 버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 아빠가 교통사고 나시고 수술비 1800만 원 필요하다고 했을 때 당신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결국은 지훈이가 1800만 원을 구해왔어, 알아? 당신이 병원비 먼저 내주는 것보다 우리 아빠 돌아가시는 게 더 빨랐을거라고!”남가현은 그때 생각만 하면 눈물이 핑 돌았다.병원에서 1800만 원의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남가현은 제일 먼저 신정우를 떠올렸다.그러나 신정우에게서 들려온 답변은 그녀로 하여금 마음이 차갑게 식게 했다.신정우는 차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본가도 지금 다시 수리하는 중이라고 1800만 원은 마련하기 어렵다고 했었다.하지만 남가현은 그의 속셈을 잘 알고 있었다.신정우는 18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누나.”분위기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낀 남지훈이 서둘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이미 모두 잘 해결되었잖아. 그러니까 그 얘긴 더 이상 하지 말자. 아버지도 지금 회복하고 계시잖아?”남가현은 눈물을 닦고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상다리가 휘어지게 음식을 차렸지만 남가현은 입맛이 없었다.그녀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신정우를 빤히 바라보았다.“오늘은 지훈이도 있으니까 날 속일 생각은 하지 마. 정우 씨, 이제 그만 말해 봐. 왜 날 배신한 거야?!”“도대체 또 왜 이래?”신정우는 수저를 탕 내려놓으며 말했다.“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을 건데? 난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느라 바빴어. 하루 종일 처리해야 할 일거리도 산더미였다고. 그런데 집에 와서 너랑 싸우기까지 해야 해?!”“내가 얼른 심리 상담 받아보라고 했었잖아. 하루 종일 이상한 생각에 빠져서는. 내가 보기엔 당신은 낮에 아주 할일이 없어 그러는 것 같아. 매일 이상한 상상이나 하고!”“아이들 돌보기 힘들면 내일 내가 어머니를 모셔 올게. 어머니한테 봐달라고 하고 당신은 출근해!”“됐다. 그만하자. 회사에
식사를 마친 후, 남지훈은 남가현에게 마음을 좀 진정시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아이들과 한참 놀아주다가 그제야 음식들을 포장한 후 집을 나섰다.병원에 도착했을 땐 병실 앞엔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송태수였다.남지훈을 발견한 송태수는 웃으면서 말했다.“지난번에 빈손으로 온 게 마음에 걸리더라고요.”남지훈은 입만 벙긋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송태수가 자기한테 다른 볼일 있는 줄 알았다.그는 음식들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고 최선정에게 저녁을 먹으라고 한 후 송태수에게 따뜻한 물을 떠다 주었다.남지훈은 송태수가 J 도시의 송씨 가문 사람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송태수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란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지난번에 그가 찾아왔을 때 그에게 그런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송태수가 남긴 명함을 어디에다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명함에 적힌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고 명함의 디자인도 기억하고 있었다.명함은 화려한 장식이 없이 간결하게 그저 이름 하나와 전화번호만 적혀있었다.두 번씩이나 찾아온 송태수를 보며 남지훈은 그가 아주 넉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또다시 선물들을 들고 찾아오겠는가?남지훈이 입을 열었다.“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어르신을 구했을 거예요. 다만 전 그저 어르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었을 뿐이죠.”남지훈은 다시 한번 그에게 말해주었다.김명덕이라는 문제를 해결했으니 그는 마음이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아무리 송태수가 보답으로 무언가를 해주겠다고 해도 남지훈은 거절할 생각이었다.아버지의 회복 상태도 아주 좋았기에 그는 아버지가 퇴원한 후 다시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아까 신정우의 말을 들은 그는 정신이 들었다.그에겐 아직 보살펴야 할 부모님이 있었고 부모님을 평생토록 모셔야 했다.돈이 없으면 무엇으로 부모님을 모시겠는가?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자신에게 또 다른 인맥을 만들어 주는 것
소연의 이름을 불러봤으나 대답이 없었고, 방문 손잡이를 살짝 돌리니 문이 열렸다.만약 방안에 소연이 있었다면 방문은 잠겨 있을 것이다.소연이 어제 양아치 무리들을 때려눕힌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린 남지훈은 다소 걱정되었다.양아치들이 소연이를 찾아가 곤란하게 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차 키를 챙겨 들고 S 그룹으로 달려갔다!한 편!S 그룹의 고위직 임원들은 아직도 퇴근하지 못한 상태였다.회의실의 분위기는 아주 심각했다.“성진구의 재개발 건은 저희가 반드시 따낼 수 있습니다!”소연은 한 무리의 고위직 임원들을 보면서 말했다.“하지만 이런 변고는 여러분도 생각하지 못하셨을 거 아닙니까. 이틀 전에 제가 송 어르신을 뵈러 갔을 때 아예 저를 못 알아보시는 것 같더군요.”“성진구의 땅문서 이전은 송 어르신의 사인이 필요합니다. 송태수 씨가 제안한 프로젝트는 저희 쪽 손실이 너무 크고요. T 그룹에서 다 해 먹고 나면 저희에게 떨어지는 것이 없습니다.”“하지만 전혀 기회가 없는 건 아닙니다. 송 어르신께서 정신이 들어오셨을 때를 기다리면 아직 희망이 있습니다.”“그러니 이 성진구 프로젝트는 아직 포기할 수 없습니다.”그녀는 오늘 하루 아주 바빴다.성진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소씨 가문에서 아주 심혈을 기울여 투자를 해왔고 게다가 일찌감치 준비도 마쳤다.당시 송 어르신은 소연에게 약속한 바가 있었다. 땅문서를 S 그룹으로 이전해주겠다고 송 어르신은 그녀에게 말했었지만, 갑작스러운 치매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송 어르신의 입원으로 S 그룹의 업무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하루 종일 그녀는 아직 기회는 있으니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면 안 된다고 임원진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S 그룹은 소연이 혼자서만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었다.“소연아.”한 남자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이 건에 대해 너무 여유를 부린 것 같구나. 송 어르신이 약속했을 때 계약서를 받아냈어야 했어. 지금 송 어르신께서는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면서? 내가
소한진도 남지훈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소연에게 말했다.“매제가 널 데리러 왔나 보네. 그럼 난 둘 사이를 방해하지 않을게. 이제 매제랑 같이 본가로 와. 할아버지랑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도 너희 둘 사이에 엄청 관심을 보이고 계시니까.”소연은 입을 삐쭉 내밀었다.그녀는 남지훈이 회사로 찾아와 이렇게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가자, 집으로.”소연은 조수석에 앉으면서 말했다.남지훈은 떠나가는 소한진의 뒷모습을 보며 시동을 걸었다.“밥은 먹었어?”남지훈이 물었다.그는 바보스러운 물음에 다소 후회를 했다.이렇게 늦은 시각, 밥을 안 먹었을 리가 없었다.그러나 소연은 고개를 저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기분이 안 좋아?”남지훈이 물었다.소연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다음부터는 내가 답장을 안 해도 신경 쓰지 마. 이렇게 회사까지 와서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그 말을 들은 남지훈은 피식 웃었다.“그래, 알았어. 넌 그렇게 해도 되고 난 안 된다는 거지?”그는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어쨌든 그는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소연은 남지훈을 흘겨보며 말했다.“첫 번째, 네 말에는 문제가 있어. 난 그런 말을 한 적 없어. 두 번째, 계약서에 똑똑히 썼잖아. 너도 동의했으니까 사인을 한 거고.”“세 번째, 계약에서 갑은 나야. 을은 너고. 계약 해지권도 내 손에 있어.”어안이 벙벙해진 남지훈이 그녀의 말에 대꾸하였다.“너 이거 갑질이야.”“싫어도 별수 없지.”소연의 한 마디에 남지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남지훈은 살짝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주동권은 전부 소연에게 있다는 것을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스카이 팰리스로 돌아오자마자 남지훈은 소연에게 계란 볶음밥을 해주었다.확실히 배가 고팠던 소연은 거절하지 않았다.그녀는 숟가락을 입에 욱여넣고 말했다.“최근 우리 회사에서 성진구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어. 그런데 아주 귀찮은 일이 생겨버렸지.”“말하자면 내 탓이기도 해. 송
“누나, 왜 그래?”남지훈이 물었다.남가현은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과 자신의 엄마의 모습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우린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복도로 온 남가현이 말했다.“어제 네 매형 결국 외박했어. 어떤 회사에서 밤까지 새며 야근하니?”남지훈은 미간을 찌푸렸다.아무리 일이 많다고 해도 급박한 일만 아니라면 회사에선 잠까지 못 자게 할 수는 없었다. 남가현이 계속 입을 열었다.“어제 내가 인터넷에서 변호사를 찾아 상담해보기도 했었어. 내가 네 매형이랑 이혼하면 집이랑 재산을 절반 정도 가져갈 수 있대. 하지만 난 직장이 없어서 아마 아이들을 데리고 오긴 힘들 거래.”“누나.”남지훈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직은 누나 추측일 뿐이잖아. 왜 벌써 그런 것까지 알아 본 거야? 절대 먼저 이혼하자는 말 꺼내지 마.”남가현은 씁쓸하게 웃었다.“여자의 직감은 아주 정확해. 그리고 반년간 네 매형의 행동을 봐. 분명 다른 여자가 생긴 거야.”“다만 아직 나에겐 확실한 증거가 없을 뿐이지.”그 말을 들은 남지훈은 한숨만 나왔다.증거를 찾는 일을 그는 할 수 없었다.더군다나 그는 자신의 누나와 매형이 다시 잘 지내길 바랐다.이혼하면 아이들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지금은 그저 불륜이 아니길 바라. 어쩌면 내가 요즘 너무 예민한 걸 수도 있어.”남가현이 말했다.남지훈도 고개를 끄덕이며 제발 불륜이 아니길 바랐다.만약 매형이 바람을 피웠다면 그러면 정말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었다.“일단 병실로 들어가자. 이따가 명원이 숙제도 봐줘야 하니까.”그 말을 들은 남지훈은 병실로 들어가려 했지만,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병원 아래, 알파드 미니밴 한 대에서 젊은 남녀가 내렸다.여자는 바로 남지훈의 와이프 소연이었고 남자는 남지훈이 어제 회사 문 앞에서 본 소한진이었다.남지훈은 소한진이 소연의 큰 오빠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두 사람이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에 남지훈은 웃음만 나왔다.소연이 누구랑 같이 있던 그와 무슨 상관이겠는
이현수는 병원에서 점심까지 먹은 후 떠났다.이현수를 배웅할 때 남지훈은 주차장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 알파드 미니밴은 여전히 그곳에 주차되어 있었다.아마 소연이 점심시간까지 병원에 있은 것으로 추측되었다.남지훈은 소연이 한 번이라도 자신을 찾아올 줄 알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그는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을 떨쳐내고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명원이와 명석이는 간이침대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고 최선정도 아이들과 함께 자고 있었다.“창업하려고?”남가현이 물었다.이현수에게는 자금이 있었고 남지훈에게는 기술이 있었기에 두 사람이 같이 모여 창업을 시도해볼 만하였다.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일단은 그럴 생각이야. 지금 내가 발 담그고 있는 이 업종에선 정리해고 당하는 일이 아주 파다하거든. 게다가 우리 업종은 35세까지 일하면 모두 도태되어버린다는 인식이 있어.”“아무리 직장을 찾았다 해도 몇 년 못 하고 잘릴 바엔 그냥 차라리 회사 설립하는 게 나아.”그 말을 들은 남가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난 널 도와줄 수가 없어. 아마 네가 알아서 해결해야 할 거야.”그녀는 자책감이 들었다.동생이 회사를 차리고 싶다는데 누나는 돈이 없었고, 지금 그녀에게 돈만 있었으면 그녀는 아마 당장이라도 동생을 도와줬을 것이다.직장도 없었던 남가현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녀의 남편은 대기업에서 높은 직급을 맡고 있으면서 일전 한 푼도 내놓지 않았다.남지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누나, 아직 결정된 일은 아니야. 게다가 이현수 씨의 말대로라면 스타트업 기업이니 초기에 돈은 얼마 들지 않을 거야. 회사가 잘 돌아가면 그때 가서 누나가 투자해.”남지훈은 애초에 누나의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2000만 원이라는 돈으로 자금은 운용할 순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가서 모자라면 은행 대출을 받아도 되는 일이었다.한편 다른 병실.송태수는 차를 홀짝였다.“두 사람의 점심시간까지 내가 빼앗진 않을게. 이따가 난 아주 중요한 친구를 만나러 가야 하거든.
송태수가 계속해서 말했다. “지훈 씨, 오후에 시간 되면 함께 식사라도 하는 게 어때요? 고마움의 표시니, 사양하지 말고요!”잠시 고민하던 남지훈이 말했다. “좋아요!”송태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오후 5시에 제가 근사한 곳에서 모실게요! 참, 소연이도 참석하는 거죠?”남지훈은 머리를 긁적였다. “스케줄이 될지 모르겠어요. 이틀 연속 야근 중이거든요.”‘이번에 거절하면 앞으로 끈질기게 날 찾을지도 몰라.’“그러면 연락해서 스케줄 확인 한 번 해줘요. 되면 오늘 다 같이 식사하는 거로 하고 안 된다면 제가 다음에 더 근사한 곳에서 대접할게요.”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오후가 되었다.남지훈은 소연에게 식사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예상대로 소연에게서 동반할 수 없다는 문자가 왔다.‘괜히 쓸데없는 문자나 하고, 송태수만 아니었으면 그냥 저녁 약속 때문에 늦는다고 문자보냈을 텐데.’남지훈은 송태수가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하지만 그의 차를 본 순간, 남지훈의 생각은 송두리째 바뀌었다.송태수의 차는 다름 아닌 벤츠 마이바흐였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기 드문 외제차였다.게다가 운전기사까지 동행했다.‘설마 송태수가 T 그룹의 수장은 아니겠지?’남지훈은 차마 자기 생각을 직설적으로 물을 수 없었다.두 사람은 곧 벤츠 마이바흐에 올라탔다.한편 위층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소한용은 넋이 나간 상태였다.소한용은 자신의 두 눈을 힘껏 비볐다.“헐, 내가 지금 뭘 본 거야?”믿기지 않는 듯 소한용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소연에게 연락했다.“오빠, 무슨 일이야?”“매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나... 나 혹시 귀신이라도 본 건가?”소한용은 사실 며칠 동안 남지훈을 감시했었다. 그 과정에서 별것도 아닌 김명덕에게 납작 엎드려 있었던 게 바로 남지훈이었다.그런 남지훈이 송태수와 아는 사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가 조사한 남지훈은 평범 그자체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전 소한용이 본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
송태수는 너털웃음을 떨며 말했다. "난 이대로 부를 테니 너희들은 그럼 삼촌으로 부르거라!"송태수의 의외의 반응에 남지훈이 오히려 어색했다.곧 주문했던 음식들과 와인이 세팅되었다.남지훈은 자신의 앞에 준비된 음식들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너무 성대하게 준비하신 거 아니에요?""에이! 별거 아닙니다.”송태수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천천히 즐기면서 식사합시다. 기헌아, 와인 좀 따르거라."송기헌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남지훈이 어르신을 구했다는 걸 송태수에게 전해 들은 그는 남지훈을 정중하게 모시고 싶었다.한 잔, 두 잔 어느새 세 번째 와인을 들이킬 때쯤 남지훈과 송태수의 얼굴은 붉게 변해있었다.송유리는 술자리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레스토랑 밖으로 나오자, 전봇대에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소한용이 보였다."유리야!"송유리를 발견한 소한용은 얼른 담배를 끄고 그녀의 앞으로 뛰어왔다."잘 먹었어?"소한용을 힐끗 쳐다본 그녀가 입을 열었다. "한용 오빠, 왜 이래요? 우리 만나면 안 돼요. 저희 아빠가 소씨 가문을 얼마나 못마땅하게 여기는지 오빠도 알잖아요."소한용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유리야, 송씨 가문과 소씨 가문이 어떻든 우리는 우리 둘만 신경 쓰면 돼! 어디 가서 한 잔 안 할래?"송유리는 입술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 "됐어요. 갑자기 삼촌이 생겨서 술 마실 기분 아니에요.""갑자기 삼촌이 생겼다니?"소한용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어떻게 된 건데?""자세한 건 저도 잘 몰라요. 남지훈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삼촌이라고 하더라고요. 지금 저희 아버지랑 형님 동생 하면서 마시고 있어요. 남지훈이라는 사람이 다른 의도를 품고 저희 아빠한테 접근했을까 봐 걱정이에요."소한용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유리가 남지훈을 삼촌이라 부른다고? 그럼, 나랑 유리가 결혼하게 되면 남지훈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오빠, 왜 그래요?"송유리는 그제야
임성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남지훈과 백지의 탈출은 호랑이를 산으로 풀어준 것과 같았다.전천행의 지도 아래 남지훈은 반드시 이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을 때쯤, 흑포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부사령관님은 역시 저를 실망시키지 않으셨군요, 이제는 임 장군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흑포! 어딜 도망가려고? 너도 도망치지 못해!”그렇게 말한 후 그는 곧장 흑포를 향해 공격했다.그는 전부 장군 자리에 앉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흑포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워 만 천하에 자기 업적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그때가 되면 전부 장군으로서의 그의 입지는 산처럼 굳건해질 것이다.쾅!흑포는 이미 전천행에 의해 이미 중상을 입은 상태였고 임성수도 전설급이니, 흑포는 단 한 방을 맞고 바로 뒷걸음질 쳤다.“어떻게 감히….”흑포가 얼굴을 찌푸린 채 연신 피를 토해냈다.그는 자기 모든 계획이 뜻밖에도 임성수를 위해 성사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전천행이 전부 사람들의 통제를 받는 가운데 이 현장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사람은 놀랍게도 임성수였다.“닥쳐!”임성수가 소리 지르면서 흑포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흑포는 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흑포를 죽이면 그 증거도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될 것이다.전천행이 흑포에게 중상을 입히면서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흑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젠장, 심만우! 얼른 와서 나를 도와줘, 지금 죽이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죽어!”심만우는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전투에 가담했다.그는 이미 임성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뒤에는 전부 사람들까지 버티고 서 있었다.그런데도 심만우는 임성수를 향해 일격을 가했다.그러나 뜻밖에도 그의 등 뒤에서 흑포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임성수! 아무 때든 내가 너를 죽이는 날이 올 것이다!”그 말만 내뱉고 흑포도 서둘러 도망쳤다.같이 죽이자고 할 때는 언제고, 그는 놀랍게도
그중 한 명은 적국의 총사령관이었고, 나머지 사람은 놀랍게도 전천행이었고, 그리고 그 옆에는 남지훈이 서 있었다.화면의 음성이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선명하게 들렸다.“그때 가서 국경 수비대가 100리 정도 퇴각할 때 당신들이 기회를 잡고 밀고 나가 기정사실로 하면 그 땅은 당신들 땅이 될 것입니다!”적군의 총사령관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장군님, 부사령관님,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를 꼭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몫은 제가 한 푼도 빠짐없이 넉넉하게 챙겨드리겠습니다!”이러한 장면을 보고 이러한 말까지 들으니 전부 요원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그들 사이에서 벌써 작은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 사람들…. 정말 적과 내통해서 나라를 팔아먹은 거야?”이 말은 마치 메마른 풀밭에 불씨를 붙인 것처럼 삽시간에 활활 타올랐다.임성수가 의기양양해서 외쳤다.“이들을 잡아라! 그리고 백지, 백 부사령관도 잡아라! 백지는 전천행의 수제자로 이 작전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그의 말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어찌 됐든 전천행은 전부의 장군이었고, 제거해야 할 다른 두 사람 모두 전부의 부사령관이었다.전부 요원들도 모두 정의로운 사람들로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그럼에도 눈에 띄는 누군가가 나서서 전천행과 남지훈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장군님, 부사령관님, 움직이지 마세요, 비록 우리는 당신들이 결백하다고 믿지만, 증거가 이렇게 확실하니….”이내 다시 돌아서서 전부 요원들을 바라보며 외쳤다.“형제들, 얼른 장군님과 남 부사령관님, 백 부사령관님을 전부로 모셔라!”저벅저벅 저벅!마침내 전부 요원들이 한 걸음 내디뎠다.이런 장면은 남지훈도 당황스러워서 문득 전천행을 바라보았는데, 전천행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때, 전천행이 입을 열었다.그는 아무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남지훈은 전천행의 입을 통해 알아차렸다.전천행은 임성수의 계획을 알아차리고 그에게 백지를 데리고 먼저
“전설?”심만우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크게 외쳤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역시 전설뿐이었다.그리고 임성수가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전부에는 전설급이 세 명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흑포님!”심만우가 전천행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흑포를 향해 외쳤다.“큰일 났습니다!”흑포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전천행의 무술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심지어 흑포보다 한 수 위였다.이 사람이 바로 전부의 최고 장군, 전천행이었다.아무리 상대가 레드 조직의 이인자와 맞붙어도 그는 이길 확률이 훨씬 더 높았다.쾅!강력한 펀치와 함께 흑포는 전천행에 의해 뒤로 물러났다.남지훈 또한 심만우와 서로 주먹을 주고받았다.이 전투가 끝난 후에야 심만우는 남지훈이 얼마나 강력한 솜씨인지 깨달았다.그는 남지훈의 주먹 한 방에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고 가슴에서 피 한 방울이라도 터져 나오지 않도록 꾹꾹 참고 있었다.“너…. 넌 또 뭔데?”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단 한 번의 펀치만으로 그는 남지훈의 강력함을 느끼고 본인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남지훈이 심만우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저요? 전부 부사령관, 남지훈입니다!”뭐라고!순간, 흑포도 흠칫 놀라 시선을 돌렸다.그는 그동안 남지훈을 그저 전부의 조력자 정도로만 생각했지, 남지훈이 전부 부사령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흑포가 곧바로 임성수를 사납게 노려보았다.이 순간 임성수도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누가 도망친다, 모두 잡아라! 반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하라!”이 외침에도 흑포는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전천행이 지금 그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자신이 전천행과는 상대가 전혀 안 된다는 사실과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사람, 남지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흑포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자칫 오늘 밤 심씨 가문에서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장군님, 전부에 스
심지어 심씨 가문은 비밀리에 레드 조직의 국내 작전을 쭉 도와 왔었다.“흑포님!”심만우가 소리쳤다.“심씨 가문이 지금 위급한 상황인데 왜 아직도 안 나타나? 이러다 내가 전부의 포로가 되겠어!”그는 패닉에 빠졌다.게다가 전부까지 나선 마당에 그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흑포뿐이었다.“허허!”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흑포가 나타났다.그의 옆에는 몇몇 고수가 동행했지만 그들은 단지 무술 종사일 뿐 전설의 수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흑포를 보자마자 전천행이 눈을 지끈 감았다.“레드 조직 이인자, 본명 만인적, 일명 흑포! 이제야 실물을 영접했군!”전천행이 흑포와 직접 대면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전천행 역시 흑포를 나름 인물이라고 인정했는데 전부에서의 철통 포위 속에서도 흑포가 심씨 가문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과찬입니다, 오히려 전부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 여기저기서 우리를 쫓아다니느라 정말 수고가 많네요. 하지만 그런 날은 오늘부로 이제 없을 겁니다.”그는 매우 자신만만했다.전부에는 남지훈이라는 용맹한 장수가 있었지만, 그에게도 비장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전천행의 이마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그는 흑포라는 상대를 매우 높이 샀다. 흑포가 전부 각 부대의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는 것은 그도 결국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는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흑포가 이제 그런 날은 이미 지나갔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흑포의 그런 근자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명 자신이 남지훈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 그는 추측할 수 없었거니와 추측할 필요도 없었다.전천행이 씩 웃었다.“허세인가? 이 수법이 나한테는 통하지 않는 게 유감이군!”그러면서 고개를 돌려 백지를 바라보았다.“흑포는 나한테 맡기고 너는 심만우를 맡아, 성수 씨는 나머지 사람을 감시하고 누구든 도망치려 하면 즉시 사살하라!”임무를 배정한 후
심씨 가문.전천행의 예상대로 심씨 가문은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무술 종사도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30명 남짓한 무술 종사 중 30명을 잃은 것도 심씨 가문에는 큰 타격이었다.심만지가 흑포에게 속았다.작전이 시작되기 전, 흑포는 고작 두 일류 재벌 가문에 불과하다고 심씨 가문의 철권을 절대 막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했다.심만지는 그제야 비로소 안심하고 부하들을 내보냈다.심씨 가문 무술 종사를 하나쯤을 잃는 것은 흑포에게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전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심만지의 안색은 끔찍하도록 어두워졌다.“전 장군님! 무슨 일로 우리 심씨 가문까지 찾아오셨어요?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평정심을 되찾았다.“우리 심씨 가문은 항상 법을 준수해왔고 불법적인 일을 한 적이 없는데요. 우리 심씨 가문은 모두 선량한 시민이란 말입니다.”심만지가 전부 사람들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전천행은 주위를 쓱 훑어보고는 심씨 가문이 이미 텅 비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고는 태연자약하게 자리에 앉더니 말을 꺼냈다.“가주님, 남들에게 알려지기 싫으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심씨 가문이 어떤 사람인지 굳이 제가 말 안 해도 본인이 더 잘 알지 않나요?”심만지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그는 전부의 법 집행 방식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만약 전부에서 뭔가 파악하지 않았다면 전천행이 그 많은 전부 병력을 심씨 가문에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전부 장군인 전천행이 왔고 두 부사령관인 백지와 임성수도 함께 동행했다.심만지는 이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일이 커졌음을 직감했다.‘젠장! 흑포가 분명 안전하다고 했는데 전부에서 어떻게 알고 온 거지?’심만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장군님,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심씨 가문이 하는 일은 모두 합법적인 사업입니다.”“허! 가주님, 지금 저랑 장난하자는 겁니까? 심씨 가문이
하지만 그 20명의 무술 종사는 이 말을 듣고 초조해졌다.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했다.전부에서 공격하기 전에 종종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남지훈은 이미 적을 물리쳤다.쾅!주먹이 날아가자, 무술 종사 하나가 응수하며 날아가더니, 바닥에 떨어진 후 바로 전투력을 상실했다.유씨 가문 경호원들은 남지훈이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이미 본 사람들도 단지 남지훈과 손 어르신이 스파링하는 모습을 본 것이 전부였다.그때 남지훈은 이미 손 어르신을 조금 앞지르고 있었고 지금은 더욱 강해져서 무술 종사도 그의 주먹을 막아낼 수 없었다.남지훈이 공격하는 동시에 유씨 가문의 경호원과 전부 요원도 함께 공격에 가세했다.윤호는 유씨 가문의 대문을 지키며 독 안에 든 쥐를 잡으려는 듯 아무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남지훈은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어서 거침없이 공격했고 그와 싸우던 무술 종사 중 그의 공격을 막아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전부 요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전투적이었다.그들은 날카로운 나이프를 손에 숨기고 있었고 그들과 맞서 싸웠던 대부분의 사람은 큰 패배를 겪어야 했다.남지훈과 전부의 합류로 전투는 일방적인 전부의 승리로 전개되었다.무술 종사 20명은 놀랍게도 10분도 채 되지 않아 모두 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통곡하고 있었다.“데려가라!”전부 팀장이 손짓하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개를 끌고 가듯 20명의 무술 종사를 유씨 가문 저택 대문 밖으로 끌어냈다.“부사령관님, 전 장군님과 백 부사령관님, 임 부사령관님도 이미 심씨 가문으로 갔으니 일단 우리는 이 사람들을 전부로 데려다 놓고 다시 심씨 가문으로 가서 지원하겠습니다!”“그래, 그렇게 해!”남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씨 가문 쪽을 바라보았다.유씨 가문과 L 가문은 아직 정보를 전달받지 않은 상태였고 아마 전천행 측에서도 아직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전천행은 먼저 남지훈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여야
남지훈은 먼저 유승조, 유지아, 소연, 그리고 나머지 유씨 가문 일가와 도우미들을 배치했다.20명의 무술 종사는 그다지 강력하지 않았지만 모든 일에는 항상 만일을 대비해야 했다.준비를 마치자 유씨 가문 전체가 불이 모두 켜지면서 저택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유씨 가문의 대문도 활짝 열렸다.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무술 종사들에게는 유씨 가문의 문이 아니라 지옥의 문이었다.오늘 밤하늘이 뿌옇고 구름이 낮게 깔린 걸로 보아 큰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윤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하늘도 우리 편이군, 30분 안에 폭우가 쏟아질 것 같은데 그때 모든 흔적이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가겠다!”폭우가 쏟아지는 것은 도로에 보행자가 적다는 것을 의미했다.보행자가 적다는 것은 오늘 밤의 충돌 현장을 목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전부가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지구는 여전히 그대로 돌고 태양은 여전히 떠오르며 서울 역시 그대로일 것이다.오늘 밤 20명의 무술 종사가 유씨 가문에 묻힐 줄은 그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그리고 L 가문까지 합치면 오늘 밤에 총 30명의 무술 종사가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 또한 더더욱 모를 것이다.지하 밀실 안에는 유승조 일행이 숨어 있었다.밖에는 두꺼운 방폭 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자발적으로 열지 않으면 폭탄으로도 문을 열 수 없었다.일류 재벌가인 만큼 반드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었을 것이다.소연은 안절부절못했다.무예에 능하지만 이제 겨우 무술 종사의 문턱에 들어선 그녀는 무술 종사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전설급이 아직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전설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술 종사와 싸울 수 있는지는 몰랐다.유지아가 소연의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 지훈이와 유씨 가문 경호원, 전부 병력까지 합쳐서 우리도 쪽수는 20명 정도 되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사실 그녀도 남지훈의 안위가 걱정되었다.하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최전방에서 자기 여자와
”시작합시다!”그렇게 말하면서 흑포는 태블릿을 꺼내서 임성수에게 건넸다.“이것 좀 보세요. 이 정도면 충분히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임성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한참을 바라보던 그의 얼굴에는 격동의 빛이 떠올랐다.“충분해! 충분하다마다!”흑포는 뿌듯한 표정을 드러내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전설급이니까 뒤에 결전이 일어나면 당신이 남지훈이나 전천행을 막아줘야 해요. 안 그러면 그 전설급 두 명만으로 우리를 충분히 담그고 남을 수도 있어요.”그는 전천행보다는 남지훈을 걱정했다.오늘 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울 전체가 흔들릴 것이 분명했다.그때 전부가 출동하면 남지훈도 필연적으로 이 작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흑포의 계획은 매우 간단했다. 임성수를 통해 기습 공격을 감행하여 단숨에 전천행, 백지와 남지훈을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이 세 사람을 무너 뜨린 후 그의 손에 든 약점으로 임성수를 자기 꼭두각시로, 레드 조직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다.그때가 되면 전 세계가 레드 조직의 세상이 될 것이다.만약 이 계획이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임성수가 영상을 다 확인한 후 흑포는 태블릿을 도로 가져와 임성수의 놀란 시선 속에서 태블릿을 마구 망가뜨렸다.“뭐 하는 거야?”임성수는 급한 마음에 흑포를 때려죽이고 싶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임성수가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었다.“왜 그렇게 당황해요?”흑포가 싸늘하게 웃으며 태블릿을 각을 뜯고 내부의 하드 디스크를 꺼내 임성수에게 건넸다.“항상 조심하는 것이 좋아요. 전천행이 전부의 장군인 건 다 이유가 있어요. 전천행이 당신이 이미 배신을 때렸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그들을 놀라게 해요?”임성수는 흑포가 정말 신중하다고 생각하며 뜨거운 입김을 내뱉었다.‘내가 이래 봬도 전부 부사령관인데 전천행이 뭐 내 몸을 수색하기라도 하겠어?’흑포가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작전을 시작할 거예요. 심씨 가문 사람들이 이
유씨 가문에 살면서 소연은 불편한 점이 전혀 없었다.다만 조금 걱정스러운 듯했다.“지훈아, L 가문이 힘이 좀 달리는데 별일 없겠지?”몇 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L 가문이 어떻게 세력이 약하다고 여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결국 재벌 가문이었고 과거 L 가문 역시 고수들이 많았다. 비록 탑급 가문인 하씨 가문, 백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나름 자기방어 면에서는 상당히 충분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방어 세력은 모두 이선호에 의해 거의 소모되었고 이미 세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남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와 이선우는 겨우 몇 번 만난 사이였고 제대로 된 말도 몇 마디 나눈 적이 없었다.부자간이 함께 보낸 시간이 없는데 부자간의 정은 얼토당토않은 말이었다.남지훈은 이선우가 죽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지금까지 이선우는 남지훈에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아무 감정이 없는 부자간의 정은 전부 공허한 말뿐이었다.남지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소연이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다른 뜻은 없어. 난 단지 네가 후회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어쨌든 이선우가 네 생부라는 건 변함이 없어.”소연은 이렇게 사려 깊었다.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부자 사이에도 반드시 유대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만약 이선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남지훈이 평생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남지훈은 여전히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소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면서 남지훈과 이선우 사이의 응어리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까 걱정했다.남지훈의 말에도 이선우에 대한 절대적인 반감이 드러나진 않았다.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이선우는 먼저 남지훈과의 만남을 시도하지 않았다.이선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니 소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지훈은 이선우뿐만 아니라 L 가문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전부에서 병력을 L 가문으로 보내 L 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