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7화 배인호가 아빠의 약점을 쥐고 있다

그때의 기세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가 복권에라도 당첨된 줄로 생각했을 것이다.

내 정신은 접촉 불량으로 깜빡깜빡하는 전등처럼 돌아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배인호의 모습이 여러 개로 겹쳐 보였고 너무나도 흐릿했다. 머리를 돌려보니 배인호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유령처럼 형상이 흔들렸다.

“지영아, 이리 와. 내가 데려다줄게.”

세희가 달려와 나를 부축했다.

아마도 이 사람 중에 내가 제일 많이 마셨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내 차례가 올 때마다 술을 선택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래도 진심과 도전을 조금씩 섞었다.

민정이도 내가 계속 배인호와 실랑이를 버릴까 봐 무서운지 세희와 좌우로 흑기사처럼 나를 부축했다.

“지영아, 이제 가자!”

나는 비틀거리며 두 사람의 팔을 뿌리쳤고 박준에게로 달려들었다.

“안되지. 아직 도전 못 했잖아...”

취하긴 했어도 배인호를 난처하게 해야 한다는 건 시종일관 기억하고 있었다.

박준은 내가 귀신이라도 되는 양 이리저리 나를 피했고 노성민 곁에 바싹 붙었다. 노성민도 힘껏 그를 안아주었고 그 모습이 재난 영화에서의 형제 같았다.

이를 본 이우범이 일어서서 나를 막았다. 나의 팔을 잡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돌아가요. 한잠 푹 자면 돼요.”

“우범 씨 왜 그렇게 나빠요?”

내가 힘껏 눈을 치켜뜨고는 그를 쳐다봤다.

“아까 게임할 때 계속 나 못살게 굴고. 내일 병원 가서 클레임하는 수가 있어요! 환자 학대한다고 할 거예요. 그래서 평생 의사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집안 사업 물려받게 할 거예요...”

“그래요.”

이우범이 어쩔 수 없다는 웃으며 말했다.

“돌팔이! 돌팔이!”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주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전에도 배인호가 집에 오지 않으면 혼자서 종종 술을 마셨고 많이 마시면 난동을 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허공에 대고 혼자서 중얼거릴 뿐 아무도 대꾸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우범의 얼굴에 계속 먹칠하려는데 갑자기 몸이 기우는 게 느껴졌고 힘 있는 손 하나가 내 허리를 휘어 감았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